DOI QR코드

DOI QR Code

Non-Decision Making as an Active Policy-making Strategy in Korea

적극적 정책결정 전략으로서의 무의사결정

  • Received : 2021.07.06
  • Accepted : 2021.08.18
  • Published : 2021.09.28

Abstract

In Korea, there are many cases where policy decisions are not made even though it is a big social issue. Usually, the reasons for such delay in policy making are cases where it is delayed to go through an appropriate policy procedure, and there are cases where the consent of stakeholders is not obtained. But, this study intends to suggest that a few policy delay in Korea can be explained by intentional non-decision-making by the government. Non-decision making is being made as a strategic and active strategy of the government. In this study, the case of Lotte Shopping Mall in Sangam was analyzed from the point of view of non-decision making. As a result of analysis based on factors such as the existence of elite, purpose, policy tool, policy process, and result, it can be assumed that the policy delay of the Lotte Shopping Mall was caused by the government's active strategic decision. The government's strategic non-decision-making, which is distinct from passive administration, needs to be reviewed in various ways in the future.

한국의 정책 현실에서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만 막상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렇게 정책 결정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적정한 정책 절차를 거치기 위해서 지연되는 경우, 이해관계자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연되는 경우 등도 존재하지만, 이와 같은 사유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 정책 지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본 연구는 현재 한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당화되지 않는 정책 지연은 정부에 의한 의도적인 무의사결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에 대한 사례로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을 제시하고,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 정책 과정을 무의사결정의 시각에서 분석하였다. 엘리트층의 존재, 목적, 정책수단, 정책과정, 결과 등의 요소들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 건립 지연 사례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무의사결정에 의한 것으로 추정될 수 있었다. 소극행정과 구분되는 정부의 전략적인 무의사결정에 대해 향후 다양한 검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Keywords

I. 들어가는 글

정책결정 이론 중의 하나로 무의사결정론이 있다. 무의사결정론은 1960년대에 공공정책의 결정자가 누구인가라는 문제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정책 결정에 있어서 엘리트론과 다원주의론이 존재하였다. 엘리트론은 국가 정책의 결정은 소수 엘리트들에 의해서 주도되는 것으로 보았고, 다원주의론은 정책은 민주주의 사회하에서 국회, 시민사회 등 다양한 참여자들에 의해서 다원적으로 결정된다고 보았다. 무의사결정론은 엘리트론과 다원주의론 중에서 엘리트론에 기반한 정책결정 이론이었다.

무의사결정론은 적극적인 정책결정이 아니라 소극적인 정책결정 방편으로 제시되었다. Bachrach & Baratz(1970)는 무의사결정론을 권력이 어떤 문제가 정책 결정 단계에 이르지 못하도록 하여 정책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1]. 사회 엘리트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방안이 정책의제설정 단계에 이르지 못하도록 하고, 또 설사 정책의제설정 단계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정책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막는 전략을 사용한다. 무의사결정은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는 사항들이 막상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되지 못하고 정책적으로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의사결정론은 이후 정책론에서 그 의미가 저하된다. 미국의 정책주도자가 엘리트인가 다원주의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점차 다원주의가 힘을 얻게 된다. 시민사회, NGO 활동 등이 활발해지면서 이제는 더이상 소수 엘리트에 의해서 정책결정이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려워졌고, 따라서 엘리트론적인 정책결정이론은더이상 미국에서 정책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발생한다. 무의사결정론도 엘리트론적인 정책론으로서, 이후 그 의미가 퇴색하게 되고, 현재는 과거에 이러한 이론이 있었다는 정도로 정책학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재 정책학에서 무의사결정론의 의의는 크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정책 현실을 살펴보면, 실제 많은 사항들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지만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사회적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정책적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이렇게 정책결정이 지연되는 것 중에는 적정한 정책 절차를 거치기 위해서 지연되는 경우, 적정한 정책안이 제시되지 않아서 지연되는 경우, 이해관계자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연되는 경우 등도 존재하지만, 이런 정책 지연 사유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 정책 지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현재 한국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당화되지 않는 정책 지연은 정부에 의한 의도적인 무 의사결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정부의 전략적인 정책 방안으로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경우 소극적인 정책 미결정이 아니라, 적극적인 전략으로서 정부 정책이 이루어지지 않는 무의사결정으로 볼 수 있다. 무의사결정의이론적 사항을 살펴보고,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 사례를 무의사결정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이를 통해서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정책 지연이 전략적인 무의사결정에의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무의사결정론의 의의

1.1 전통적 무의사결정론

무의사결정(Non-Decision Making)은 기존 엘리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배 엘리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제만을 논의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기존 지배세력들의 이해관계에 도전하는 정책 문제들에 대해서는 정책 문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정책 채택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Bachrach 와 Baratz(1962)는 ‘권력의 두 얼굴’ 논문에서 무의사결정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제시하였고[2], 이후 논문에서 무의사결정을 지배적인 사회가치, 신화 그리고 정치적 제도와 절차들을 조작함으로써 실제 의사결정의 범위를 안전한 이슈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3]. 또한무의사결정을 의사결정자의 가치 또는 이익에 대한 도전을 억압하거나 방해하는 결정으로 보고, 기존의 이익, 특권에 대항하는 요구가 표명되기 전에 억압하거나 혹은 의사결정의 장에 도달하기 전에 사망케 하고, 이 방법이 성공하지 못하면 정책결정이나 집행단계에서 이를 좌절시키는 것이 무의사결정이라며, 무의사결정을 정책집행단계까지 확대 수정하여 정의를 내렸다[1].

이는 Dahl의 다원주의론적 입장에 반박하는 것이었다. 다원론자들에 의하면 정치적 힘은 사회의 다양한 계층들에게 분산되어 있기에 특정한 지배계층인 엘리트들에 의해서만 정책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정치체제는 지배적인 가치, 신념, 의식, 제도적 절차들이 있기에 이들을 유지시키기위한 지배세력들의 결정방법이 무의사결정인 것으로 본 것이다. 정책의제화가 된 문제라도 엘리트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고려되는 정책대안의 범위나 내용을 한정・수정하여 상징(symbol)에 그치는 정책대안이 채택되도록 노력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상징적 정책대안의 채택도 실패하게 될 경우 지배 엘리트들은 정책 집행에 필요한 자원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예산을 없애거나 집행자를 매수하여 집행을 실질적으로 막는 방법을 활용하게 된다[4].

그럼 실제 지배 엘리트가 무의사결정을 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를 검증하는 방법으로 Frey(1971)는 다음과 같은 경험적 연구절차를 제시한다[5]. 첫째, 핵심적 이슈(Key issue)의 선정이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정당화이다.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라는 것은 가치판단을 필요로 하는 행위이다. 여기서 논의하는 핵심적 이슈는 정해진 게임의 규칙 또는 지배적 가치, 권력, 권위 등 현존 가치배분에 대해도 전하게 되는 이슈를 의미한다[1]. 둘째, 영향력 기대의 정당화로 핵심적 이슈에 대한 현존의 가치배분에 대한 도전, 즉 피해를 보고 있는 집단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대할 만한 정당한 근거를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이론(theory)에 의하거나 또는 경험적 비교에 의해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5]. 또한 현존의 편견에 의해 이익을 얻는 개인·집단과 피해를 보는 집단을 연구하는 방법이 있다. 대체로 피해를 보는 집단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영향력 행사를 시도할 것임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기에 대부분의 사례연구를 통한 경험적 연구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Bachrach와 Baratz가 제시한 방법이다. 셋째, 영향력 행사가 방지권력 메커니즘에 의해 좌절된 사실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즉 핵심이슈의 선정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개인이나 집단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영향력 행사를 시도하게 되는데, 이러한 시도가 좌절된 것이 자연적 현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행위자의 권력 행사나 편견의 동원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밝혀내는 것이 방지권력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으로 본다[5].

1.2 무의사결정론의 수정

무의사결정론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1960년대 제시된 엘리트론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미국의 시민사회화가 보다 진전되면서 정책이 소수의 특수한 엘리트들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엘리트론은 사라지고, 그에 따라 무의사결정론도 그 의미를 잃는다. 하지만 최근에 무의사결정론의 수정을 통해 이를 정책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 중 하나로 제시하고자 하는 무의사결정 수정론이 제시되기도 한다.

무의사결정 수정론의 대표적인 경우인 손호중·채원호 (2003) 연구에서는 현대 사회에서의 무의사결정론을 재해석하고 수정 적용할 필요성을 제시하였는데, 다음과 같은 수정 방향을 논의하였다[6]. 첫째, 무의사결정론은 엘리트론을 바탕으로 한다. 원래 엘리트론에서는 시민단체를 다원주의적 단위로 인식하며 엘리트층으로 보지 않는다. 시민단체의 성장이 엘리트론을 폐기하게 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손호중·채원호는 시민단체가 새로운 사회 엘리트로 성장하였다고 본다. 과거에는 시민단체가 사회 다원화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현재 시민단체는 새로운 사회 엘리트층으로 부각된다. 시민단체가 사회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단순히 다원주의적 과정이라고 보기보다는, 새로운 엘리트층에 의한 정책과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시민단체를 새로운 엘리트층의 일원으로 본다면, 무의사결정론은 충분히 다시 정책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정책 결정이론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둘째, 무의사결정론은 은밀한 권력 작용을 전제로 하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정보화와 민주화에 따라 권력이 은밀하게 작용하는 것이 억제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은밀성을 강조하는 무의사결정은 타당성이 낮다. 그러나 무의사결정의 주요 쟁점은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지 이루어지지 않는지이지, 은밀성이 중요한 변수로 제시될 필요는 없다. 정책과정이 공개되고 투명하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무의사결정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무의사결정론에서 은밀성은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 은밀성을 포기하면, 무의사결정은 현재의 정책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셋째, 무의사결정론에서는 엘리트층에 의한 지배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지배적 가치를 위해서 무의사결정 과정이 발생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일원적인 지배적 가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무의사결정론의 한계이다. 그러나 무의사결정론이 적용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배적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가치가 인정되면서도 당시 정책담당자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느냐에 따라 무의사결정론이 적용될 수 있다. 엘리트층의 지배적 가치라는 개념을 버리고, 정책담당자의 중시 가치로 전환하면 충분히 무의사결정론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넷째, 엘리트이론에서는 시민 사회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엘리트이론은 현재 정책 현실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엘리트가 아니라 시민 사회를 정책결정의 주요 세력으로 본다면, 무의사결정론은 계속해서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엘리트가 원하지 않는 정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통적인 엘리트적 무의사결정이라면, 주요 시민사회가 원하지 않는 정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적 무의사결정이 될 수 있다. 엘리트층의 범위를 다르게 설정하면 충분히 무의사결정이 현대 정책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전통적인 엘리트이론에서의 무의사결정은 ‘엘리트층’에 초점을 두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엘리트층이 사라지게 되면서 전통적인 무의사결정론은 현실 타당성을 잃는다. 그런데 무의사결정에서의 초점을 ‘엘리트층’이 아니라 ‘정책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맞춘다면 충분히 무의사결정론은 그 이론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2. 무의사결정 관련 선행연구

무의사결정과 관련한 국외 연구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분야에서의 무의사결정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Smith(1979)는 정책 산출에 대한 공동체구조의 특징과 관련된 기존 문헌들이 정책이슈에 대한 거부나 채택을 넘어선 세 번째 유형의 결과로 정책이슈를 고려하지 않는 공동체에 대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자치시의 불소화정책과 관련한 무의사결정을 분석하였다[7]. Hill 외(1989)의 연구에서는 영국의 1970년대 초와 1988년의 질산오염통제와 관련하여 영국의 EEC 식수지침의 요건을 준수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는 물산업의 규제와 관련한 무의사결정을 분석하고 있다[8]. Robertson & Beresford(1996)은 서부 호주의 청소년 문제 조정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조정메커니즘이 ‘의사 결정의 정치’에 휩싸이게 되는 과정을 고찰한다. 이것은 일련의 권력 관계가 연방과 주 정부 기관 사이, 주 정부 기관 간, 개별 기관 내에서 여러 수준에서 긴장을 조성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취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9]. McCalla-Chen(2000)은 학교 부문에서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갈등적 힘에 있어 양성적 (benign) 혹은 악의적(malign) 규정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연구 협의회(ESRC) 프로젝트의 연구를 바탕으로무의사결정의 본질, 경험적 방법에 대해 검토하였다[10]. 무의사결정의 이유와 정치적 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슈들의 종류들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다. Freedman(2010)은 미디어 정책에 있어서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특정 이슈, 프레임, 제안들이 무시되어지고 잘 고려되어지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어 21세기 디지털 통신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정부의 욕구와 관련하여 산업 활동과 정책적 침묵사이의 관계를 연구하였다[11]. Bonal(2012)은 카탈로니아 정부가 증가하는 이민 학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분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제를 개발하지 않았는가를 무의사결정 정치의 예로 보여주고 있다[12]. Kamuzora(2013)는 개발도상국가의 국가와 기업 차원의 의사결정자들이 노동위생을 개선하고자 하는 4가지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면서 정책이 실행될 수 없도록 하는 무의사결정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13]. Koskinen Sandberg(2016)는 북유럽 삼자(tripartite) 정책과정에서 무의사결정의 예를 분석하였는데, 핀란드 남녀 평등 법률의 개혁과 균등한 임금비교를 위한 법을 분석하였다[14]. Shlomit Flint Ashery(2017)는 정책입안자의 ‘결정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여러 수준의 내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그것이 다른 인구집단의 주거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였다. 두 공동체 집단의 비교연구로 지역 사회에서 변화의 주요 동력원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15]. Amore 외(2017)에서는 뉴질랜드의 크라 이스트 처치의 지진 발생 후의 도시 재개발은 그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의 피드백, 비판과는 관계없이 중앙정부에서 발굴되는 강력한 명령 및 통제재건 의제로 특징되어진다고 보았다. 결국 주요한 의사결정에서 특정 집단을 배제한 채 공간적 논의를 하고 무의사결정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을 하향적 거버넌스의 형성으로 보았다[16].

국내 주요 선행연구를 보면, 김정헌(1986)은 일반적으로 정책문제채택에 있어서 무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였고[17], 김상해(1993)는 공공정책 전반에 걸친 일반적인 무의사결정의 원인을 설명하고 이러한 무의사결정을 배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18]. 제갈돈·남준호(1998)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정책이 실패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면서 방사성폐기물 부지선정 과정에서 무의사결정 현상이 발생하였는지 조사하여 이 분석을 토대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19].

손호중·채원호(2003)는 1984년부터 방사능 폐기물처리장의 입지선정에 있어서 시민단체라는 시민사회 엘리트들의 정책영향력으로 인해 새로운 시민사회엘 리트가 정책의제설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분석하여, 정부엘리트 중심의 전통적인 무의사결정론을 수정하여 시민사회엘리트의 영향력을 분석하였다[6]. 민효상·양재진(2012)은 공무원연금개혁 과정에서 환경적으로 개혁의 압력을 강하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무원 연금개혁 자체는 상당히 온건적 개혁에 머문 이유를 정책결정과정이 무의사결정과정으로, 지배 엘리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방향의 개혁이었음을 분석하였다[4].

Ⅲ. 분석방법

1. 분석사례

본 연구에서는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의 정책 결정지연을 사례로 하여, 롯데복합쇼핑몰의 정책 지연이 정부의 전략적인 무의사결정에 의한 것으로 분석될 수 있는가를 검토하고자 한다. 먼저 상암동 롯데복합쇼핑몰의 주요 정책과정은 다음과 같다.

1.1 2013년, 상암동 복합쇼핑몰 설립 계획 발표

서울 상암동에 복합쇼핑몰을 설립한다는 계획은 2013년 4월에 발표된다. 서울시는 롯데 측에 해당 용지를 상업시설, 판매시설로 판매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다. 이 복합쇼핑몰은 2015년에 개장될 예정이었다.

이에 지역 상인들은 롯데복합쇼핑몰 설립을 반대하는 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 운동에 돌입한다.

1.2 2016년, 골목 상권과 상생안 요구

서울시는 2016년 2월, 경제민주화특별시를 선포하면서,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을 짓고자 하는 사업자는 골목상권과 상생안을 먼저 마련하도록 했다. 골목 상권과 상생안을 협의한 경우에만 건축 허가를 내준다는 결정이었다. 이전에도 상생안이 마련되어야 했지만, 그동안은 협의안이 의무 조건은 아니었다. 2016년, 상생 협의안은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의무적 조건으로 제시된다.

1.3 2018년, 입점 시설 변경

마포구는 지역상인과 상생을 위해 롯데복합쇼핑몰에 대형마트가 입점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한다. 서울시는 대형마트와 SSM을 입점시키지 않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다.

상인들은 이 롯데복합쇼핑몰을 쇼핑몰 중심이 아니라 문화시설 위주로 지을 것을 요구한다. 해당 토지 3 개 필지 중에서 1개 필지를 문화시설, 비판매시설로 지을 것을 요구한다. 롯데 측은 1개 필지가 아니라 전체의 30%를 문화시설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소상공인 측은 1개 필지를 비판매시설로 할 것을 요구한다.

결국 롯데 측은 2017년 12월, 1개 필지를 오피스텔로, 그리고 2개 필지를 합쳐서 개발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하지만 2개 필지를 합쳐서 개발하는 것에 소상공인은 반대한다.

1.4 2019년, 계약해지 통지

롯데 측은 2019년 3월, 서울시에 건축인허가를 해주든지, 아니면 토지 매매 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구한다. 2013년, 서울시는 해당 토지를 상업지로 판매하고, 대형쇼핑몰을 짓도록 하였다. 하지만 이후 서울시는 대형쇼핑몰에 대한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대형쇼핑몰을 짓는 조건으로 토지를 판매하고, 해당 토지에 대형쇼핑몰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을 문제삼아 토지계약 해지를 요구한다.

서울시에서는 개발계획 서류를 제출하면 심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응답한다. 그동안은 지역 소상공인과 협의가 안 되면 서류 제출이 불가능하였는데, 협의가 되지 않더라도 서류제출을 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실제 인허가를 해 준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의 과정과 비교할 때는 일보 전진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이후 실질적인 진행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1.5 2020년 이후

2020년 7월, 2011년부터 서울시장 직을 맡고 있던 박원순 시장이 사망한다. 이후 롯데복합쇼핑몰 관련 일정이 빨라진다. 2020년 9월, 자문안이 확정되고, 11월 롯데는 개발안을 제출한다. 12월에는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이 공고되었으며, 2021년 1월, 서울시는 이 결정안에 대해 가결한다.

롯데복합쇼핑몰 허가 관련 주요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롯데복합쇼핑몰 정책과정 주요 일지

CCTHCV_2021_v21n9_458_t0001.png 이미지

2. 분석틀

본 연구에서는 위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의 사례를 대상으로, 정부의 전략적인 무의사결정론을 적용하고자 한다. 앞에서 Frey(1971)은 무의사결정을 검증하는 방법으로 핵심적 이슈 선정, 이해집단에 대한 영향력 행사, 정책 간여의 결과 등을 제시하였는데, 이를 기반으로 하여 무의사결정에 대한 분석틀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표 2. 연구의 분석틀

CCTHCV_2021_v21n9_458_t0002.png 이미지

엘리트층의 존재는 엘리트층에 의한 전통적인 무의사결정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에 들어간다. 하지만 현재 정책 네트워크에서는 이러한 엘리트층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여기에서의 엘리트층은 과거 전통적인 엘리트층이라기보다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해관계자로 보고자 한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자를 엘리트층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실제 정책 네트워크에서의 이해관계자는 그 파워 측면에서 차별성이 존재하므로, 엘리트적 이해관계자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트층의 목적은 엘리트적 이해관계자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를 살펴본다. 엘리트적 이해관계자가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것, 정책 목적이 무엇인가를 파악한다.

무의사결정으로서의 정책 수단으로 제시되어 온 것은 집회 및 시위의 봉쇄, 상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권력의 행사, 비애국적, 비도덕적, 절차 위반 등을 비난하는 편견의 동원, 새로운 절차를 만드는 등의 편견 강화·수정 등이다[1]. 여기에서는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의 경우에 이러한 무의사결정에서의 정책 수단이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무의사결정에서의 정책과정에서는 무의사결정에서의 수단 이외에 실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 과정이 존재했는가를 살펴본다. 다른 정책 과정,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과정과 비교해서,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정책 과정에서 특이한 경우가 발견되는가를 위주로 살펴본다.

그리고 결과에서는 실제로 무의사결정에서 원하는 정책 상태인 정책비결정 상태가 지속되는지를 검토한다. 무의사결정은 정책이 인정되지도 않고 정책이 폐지되지도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에서 이러한 정책의 모호성이 유지되었는지를 검토한다.

Ⅳ.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에서의 무의사결정

1. 엘리트층의 존재

상암 롯데복합쇼핑몰과 관련된 주요 이해관계자로는 기업가인 롯데 측, 그리고 지역 소상공인, 지역 주민을들 수 있다. 롯데는 상암에 복합쇼핑몰을 건설하기를 바라는 당사자로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역 소상공인들은 복합쇼핑몰이 들어섬으로 인해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되는 이해관계자들이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에는 모두 14개의 전통시장이 있었는데, 이들은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건립으로 인하여 손님이 감소하고 매출이 감소하는 등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이 롯데복합쇼핑몰에 대해 반대를 한다.

지역 주민들은 초기에는 복합쇼핑몰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더 많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복합쇼핑몰 건립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서지 않는 상태로 수년이 경과하면서, 지역 주민들은 복합쇼핑몰 허가를 주장하면서 새로운 이해관계자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1

당사자 기업 측, 지역 소상공인, 지역 주민 외에 다른 이해관계자도 존재한다. 시민단체 등은 대형 마트, 대형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해왔고, 여기에서도 상암 복합쇼핑몰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다. 그리고 상암 복합쇼핑몰과 관련해서는 서울시도 강한 이해관계자로 작용한다.

당시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대형 건물이 들어서는 개발행위에 반대한다. 이 전 시민운동을 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대규모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웠고, 서울시장이 되면서 그러한 입장이 서울시의 정책적 입장이 된다. 박원순 시장 하에서 서울시의 아파트 재개발은 거의 진척되지 않았고, 공공 개발 형식의 개발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쇼핑몰 건설 기업자, 소상공인, 지역 주민, 시민단체, 서울시장 등은 모두 이 건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위치에 있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 평등한 관계로 보기 어렵다. 쇼핑몰 건설 기업가, 소상공인, 지역 주민, 시민단체 등은 서로 동등한 평등 관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 측은 해당 사업의 인허가권을 보유하고 있다. 쇼핑몰 사업과 관련하여 보다 더 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로 파악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정부, 지자체는 정책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당사자라기 보다는 심판, 조정자의 위치를 가진다. 이해관계자 이론에서는 정부를 이해관계자 당사자로 파악하지 않고, 각 이해관계자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서술한다. 하지만 본 사례에서 서울시는 각 이해관계자들을 조정하는 자라기보다는 직접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로 해석될 수 있다. 그것도 다른 이해관계자와 동등한 위치가 아니라 보다 우월한 위치를 보유하고 있는 이해관계자이다. 다른 이해관계자보다 우월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엘리트 적지 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엘리트층의 목적

상암 롯데복합쇼핑몰과 관련해서 관련 이해관계 자중 엘리트층의 목적은 복합쇼핑몰이 지어지지 않는 것이다. 기업가 측은 충분한 수익이 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건설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복합쇼핑몰을 짓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복합쇼핑몰 건립에서 충분한 이윤이 발생해야 한다. 이윤이 나지 않도록 복합쇼핑몰을 짓는 것은 적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롯데 측은 어느 정도는 복합쇼핑몰 건립에 대해 양보를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은 양보할 수 없었다.

소상공인들은 롯데복합쇼핑몰 건립으로 인해 자신들의 수익이 감소되는 것이 주요한 이해관계이며, 따라서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롯데복합쇼핑몰 건립 그 자체를 반대했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 주된 이해관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처음에 건립을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모두 롯데 측과 협의를 한다. 충분한 보상책이 제시되고, 롯데대형마트가 들어서지 않도록 하여 수익이 크게 감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대부분 협의에 응한다. 17개 시장 중에서 1개 시장 이외에는 모두 롯데 측과 협의를 했다. 이처럼 소상공인들의 목적은 대형쇼핑몰 자체가 들어서지 않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소득이 유지되고 보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와 대비되어, 그동안 복합쇼핑몰, 대형 건설 개발에 반대해 온 시민단체의 주요 목적은 다른 어떤 것보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서지 않는 것 그 자체라 볼 수 있다. 대형 건설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손실 여부는 본질적인 사항은 아니다. 아무리 소상공인들에 대한 보상책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서 복합쇼핑몰 찬성으로 돌아서지는 않는다.

시민단체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측의 입장은 이러한 시민단체의 목적이 반영되어 복합쇼핑몰이 건립되지 않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 볼 수 있다. 서울시 측의 목적은 중간자, 조정자의 입장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 조정하여 분쟁없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상암에 복합쇼핑몰이 건립되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의견 수렴, 조정이 목적이라 하면 서울시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롯데 측과 소상공인 측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노력, 양태가 보여져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정책 과정 중에 이 양자의 의견을 조정하는 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양자가 합의하는 것만을 제시하였을 뿐, 중간에서 합의를 타결하도록 하는 별도의 시도나 노력은 없었다. 또한 소상공인이 복합쇼핑몰을 반대한다고 하지만, 후기에는 거의 모든 소상공인이 합의를 했으며, 오직 1개의 시장 상인들만이 반대 입장이었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이 1개 시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허가 과정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해관계자 간 이해 조정을 목적으로 할 때는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협의한 사항에 대해 이러한 방관자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보기 어렵다. 서울시 측에서는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건립 자체를 찬성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서울시의 행위는 합리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3. 무의사결정으로서의 정책 수단

무의사결정으로서의 정책 수단으로 대표적인 것은 일반 정책 과정에서의 절차 등이 무의사결정에서는 달라지는 것이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의 경우, 이러한 정책 절차에서 문제되는 것은 롯데복합쇼핑몰과 관련해서 새로운 절차를 만들어서 부과하였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건축허가는 법에 규정된 조건 등이 충족되면 허가를 해 주어야 한다. 해당 조건 등에서 재량적인 사항 등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기속행위로 보기는 어렵고 재량행위이기는 하지만, 부가되는 재량적 인조건 등을 충족하면 허가를 내주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는 이러한 법정 조건 외에 주변 거주인 들에 대한 동의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원칙적으로 건축허가에 주변 거주인들의 동의서는 필요하지 않지만, 정부는 건설 과정에서의 민원을 두려워하여 동의서를 부가 조건으로 내세운다. 이러한 동의서 조건은 법정 조건은 아니지만,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롯데복합쇼핑몰의 경우에는 이러한 일반적인 건축 허가 조건 외에 새로운 조건이 부가된다. 2016년 서울시는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을 짓고자 할 경우, 건축 허가를 받기 전에 골목 상권과 상생 방안을 합의하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한다. 롯데가 해당 토지를 판매시설 용도로 구매한 것이 2013년이며, 복합쇼핑몰 건립계획이 확정된 것은 2014년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와 같이 토지매매, 건립 계획이 완성된 후에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2014년에 마포구 지역 상생발전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이 설립되어 롯데와 골목상권 사이의 상생 발전을 본격적으로 추구하고, 2016년에는 골목상권과 상생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게 된다.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절차가 조건으로 부과된다.

상생 협의가 필요하다고 해도, 이러한 협의는 공식적인 조건은 아니다. 따라서 그동안 주민들의 동의서, 상생 협의 등을 한다 하더라도 건축허가를 위한 조치와 상생 협의를 위한 조치는 별개로 이루어져왔다. 건축 허가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협의는 계속해서 하도록 했다. 그러나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의 경우에는 협의를 건축 허가를 위한 사전 조건으로 부가하였다. 협의안이 있어야만 건축허가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그동안 이루어진 건축허가 과정과 다른 절차를 적용한다.

또한 서울시가 요구하는 상생 협의의 특징은, 소상공인 측의 만장일치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동의를 요구한다고 해도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되는 것이며 모든 주민의 만장일치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소상공인들과 협의를 요구한다 해도 모든 소상공인들의 100% 동의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정책과정에서 100%의 만장일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현대 정책에는 없다. 그러나 서울시의 상생 협의는 모든 대상자들과의 합의를 요구하는 것으로 100%, 만장일치의 동의를 요구했다. 17개의 전통시장 중 1개 시장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축허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서울시는 법적인 조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조건 등과 별개의 조건을 부과하며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의 사업 진행을 막았다. 새로운 절차의 도입, 관행적이지 않은 새로운 절차의 적용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형적인 무의사결정의 양태를 보여준다.

4. 무의사결정을 위한 정책과정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있을 때 보통 정부의 역할은 그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안이 서로 충돌될 때, 보통 정부는 3자적 입장에서 정부안을 제시한다. 양자의 요구 사항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부안을 마련하고, 이 정부안을 양측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이 일반적인 정책과정이라 할 수 있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에서 나타나는 정책과정의 대표적 특성 중 하나는 이러한 서울시의 중재 과정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업자 롯데 측과 전통시장 측은 이해관계가 다르고, 따라서 처음에 제시한 요구안이다를 수밖에 없다. 양 당사자의 요구 사항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서울시 측은 이러한 요구안을 서로 매칭시키기 위한 중재 역할을 하지 않는다. 서울시 측은 롯데 측에 협의안을 가져올 것을 요구하고, 협의안이 없으면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만 제시한다.

일반적인 이해관계자 충돌에서는 양 당사자의 요구안과 정부의 중재안이 같이 마련된다. 하지만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의 경우에는 서울시의 중재안이 마련된 적은 없다. 롯데 측이 계속해서 수정안을 마련했다. 롯데 측이 계획안을 만들면 전통시장이 그 안을 거부하고, 그러면 롯데 측이 새로운 계획안을 제시한다. 전통시장 측이 다시 그 계획안을 거부하고, 그러면 롯데 측은 또다시 새로운 계획안을 만들어간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이와 같이 롯데와 전통시장 간의 충돌 과정이었으며, 중간에 정부의 역할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경우, 협의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롯데 측이며, 전통시장 측에서는 협의를 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즉 전통시장이 갑이며, 롯데 측은 을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정부는 중간자적 역할이었지만, 이 경우 실질적으로는 전통시장 측면에서 행위한 것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당사자 간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중간자적 역할, 중재자적 역할이 없었다는 점에서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정책과정은 다른 정책 과정과 차별성이 있다.

또한 서울시는 감사원의 지적 사항이 나왔는데도 그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정부 공무원이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가 감사원의 감사이다. 감사원 감사로 부당하다는 결과 조치를 받게 되면, 최소한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바로 조치가 이루어진다. 기관 평가에서는 감사원의 지적 사항 등이 이후에 제대로 반영되었는가가 평가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는데도 행태가 변하지 않는 것은 최소한 정부, 공공기관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건과 관련해서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다. 그리고 전통시장 17곳 중 16곳과 협의를 했는데, 1곳과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발계획안을 심의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구체적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으면 그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러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도 별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서울시의 대응은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건축허가가 단순히 정부가 인허가 등을 행하지 않는 소극행정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소극행정은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한 것이며, 감사원의 지적이 나오면 그 비판을 피하기 위해 바로 그에 대응한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소극행정이 아니라 적극행정이라고 판단될 때, 이러한 서울시의 대응 조치가 이해될 수 있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건축허가 지연은 소극행정이 아니라 적극 행정이었기 때문에,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책 기조가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5. 결과

서울시 측이 원한 것은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이 들어서지 않는 것이라고 보았을 때, 이 원하는 상태를 얻었는가가 결과 측에서 고려될 사항이다. 그리고 이 측면에서 보면, 서울시는 자신의 목적을 분명히 달성하였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2020년 말까지 개발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 개발계획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건축 허가를 받지도 못하고 공사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서울시 측은 자신이 원래 원하던 상태를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시공이 지연되자 처음 2-3년은 소상공인과의 갈등 과정에 의한 지연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것보다 절차가 계속 지연되자 곧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언론의 주요 논란 대상이 된다. 아무리 지역주민 간의 협의 과정이 오래 걸린다고 해도, 이런 정도의 대규모 사업이 7년 동안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계속 미뤄지는 경우는 없었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서울시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비판도 증가되었다.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라는 평가도 생기고, 협의 과정에 있어서 연구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정도로 비판을 받고 이슈가 되면 보통은 정부 측에서 변화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관련해서 서울시의 입장은 한 번도 변화하지 않는다.

서울시 측이 상생 협의를 중시하기 때문에, 모든 전통시장 상인들과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 정책과정의 어떤 협의에서도 만장일치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과반수, 절대 다수의 찬성과 협의가 있으면 정당한 것으로 판단하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그 결정을 비판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만장일치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롯데 측이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해당 토지를 서울시 측이 도로 사갈 것을 요구했을 때는 서울시 측에서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하기는 했다. 서울시는 해당 토지를 판매 시설을 짓는 것에 대한 조건으로 판매한 것이었고, 따라서 판매한 이후에 판매 시설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부당한 것이었다. 토지매매 계약이 해지되면, 서울시는 매매대금을 돌려주고 해당 토지를 다시 받아 가야 한다. 이때 서울시는 심의 과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서울시 측에서 해당 토지를 도로 사야만 하는 손실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만 인식되었을 뿐이며, 실제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았다.

결국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7년여 동안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많은 비판을 받고, 감사원 감사도 받은 사안이지만, 그래도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단순히 소극행정이라고 보거나, 상생의 가치를 위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시가 원한 것은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가 원한 상태가 달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Ⅴ. 결론

이상에서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의 무의사결정과 관련된 주요 특성을 살펴보았다. 위의 분석틀에 따른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3. 분석 결과 요약

CCTHCV_2021_v21n9_458_t0003.png 이미지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이 건설과 관련된 주요 이해관계자인 정부 엘리트층이 존재하였고, 이 엘리트층은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이 만들어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동안 법과 관행과는 다른 별도의 절차를 만들어서 건축 허가 신청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였고, 절차 진행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7년 넘게 쇼핑몰 건립을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7년 동안 쇼핑몰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 비정상적으로 절차가 지연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비판, 17개 전통 시장 중 1곳의 반대로 인하여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민들의 의사를 고려하여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서울시의 의지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적극적인 정책에 의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것은 아니며, 무의사결정에 의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무의사결정이 정부의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쇼핑몰 건립을 반대하는 박원순 시장이 사망하여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해당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엘리트층이라 할 수 있는 시장이 정책네트워크에서 사라지면서 해당 절차가 진행되었다는 점을 볼 때, 상암 롯데복합쇼핑몰 건축 지연은 엘리트층에 의한 전략적인 무의사결정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은 담당 공무원들이 장기간 동안 건설 허가와 관련된 절차를 시행하지 않아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 소극행정인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 그러나 무의사결정의 시각에서 볼 때, 본 사례는 소극행정이 아니라 오히려 전략적인 적극행정인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소극행정을 지양하고 적극행정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방안들을 마련하고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암 롯데복합쇼핑몰의 경우에서처럼, 겉으로는 소극행정으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전략적인 무의사결정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전략적인무의사결정의 경우, 소극행정 대응 방안으로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전략적인 무의사결정에 대해 보다 다양한 검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무의사결정과 관련하여 단지 1개의 사례만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화 등에 한계가 있다. 향후 무의사결정 관련 사례 연구가 축적되면 사례의 비교 및 영향요인 파악 등 보다 심화된 연구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s

  1. P. Bachrach and Morton S. Baratz, Power and Poverty, New York: Oxford Univ. Press, 1970.
  2. P. Bachrach and Morton S. Baratz, "Two faces of power,"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56, No.4, pp.947-952, 1962. https://doi.org/10.2307/1952796
  3. P. Bachrach and Morton S. Baratz, "Decisions and Non-decisions : Analytical Frame-work,"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57, No.3, pp.632-642, 1963. https://doi.org/10.2307/1952568
  4. 민효상, 양재진, "무의사결정론의 재등장? : 2009년 한국 공무원연금개혁과정을 중심으로," 현대사회와 행정, 제22권, 제1호, pp.127-150, 2012.
  5. F. W. Frey, "Comment: On issues and nonissues in the study of power,"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65, No.4, pp.1081-1101, 1971. https://doi.org/10.2307/1953499
  6. 손호중, 채원호,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입지선정의 정책결정과정 연구: 무의사결정론의 수정적용과 시민사회의 실패 가능성," 한국지방정부학회 학술대회자료집, pp.183-202, 2003.
  7. R. A. Smith, "Decision making and non-decision making in cities: Some implications for community structural research,"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44, No.1, pp.147-161, 1979. https://doi.org/10.2307/2094823
  8. M. Hill, S. Aaronovitch, and D. Baldock, "Non-decision making in pollution control in Britain: Nitrate pollution, the EEC Drinking Water Directive and Agriculture," Policy & Politics, Vol.17, No.3, pp.227-240, 1989. https://doi.org/10.1332/030557389782454811
  9. S. Robertson and Q. Beresford, "Coordination in youth affairs: The politics of non-decision-making," Australian Journal of Public Administration, Vol.55, No.1, pp.23-32, 1996. https://doi.org/10.1111/j.1467-8500.1996.tb01179.x
  10. D. McCalla-Chen, "Towards an understanding of the concept of non-decision making and its manifestation in the school sector," Educational Management & Administration, Vol.28, No.1, pp.33-46, 2000. https://doi.org/10.1177/0263211x000281004
  11. D. Freedman, "Media policy silences: The hidden face of communications decision making,"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Press/Politics, Vol.15, No.3, pp.344-361, 2010. https://doi.org/10.1177/1940161210368292
  12. X. Bonal, "Education policy and school segregation of migrant students in Catalonia: The politics of non-decision-making," Journal of Education Policy, Vol.27, No.3, pp.401-421, 2012. https://doi.org/10.1080/02680939.2011.645168
  13. P. Kamuzora, "Non-decision making in occupational health policies in developing countries," International 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 Vol.12, No.1, pp.65-71, 2006. https://doi.org/10.1179/oeh.2006.12.1.65
  14. K. Sandberg and P. Hannele, "Non-decision making in the reform of equal pay policy. The case of Finnish gender equality legislation," Equality, Diversity and Inclusion: An International Journal, Vol.35, No.4, pp.280-295, 2016. https://doi.org/10.1108/EDI-10-2015-0089
  15. S. Flint Ashery, ""'Decision not to decide': a new challenge for planning," European Planning Studies, Vol.25, No.6, pp.1076-1098, 2017. https://doi.org/10.1080/09654313.2017.1302411
  16. A. Amore, C. Michael Hall, and J. Jenkins, "They never said 'Come here and let's talk about it': Exclusion and non-decision-making in the rebuild of Christchurch, New Zealand," Local Economy, Vol.32, No.7, pp.617-639, 2017. https://doi.org/10.1177/0269094217734326
  17. 김정헌, "정책문제선택과 무의사결정의 요인에 관한 분석," 법정논총, 제1권, pp.49-68, 1986.
  18. 김상해, "공공정책의 무의사결정논리," 한국토지행정학보, 제5권, pp.139-161, 1993.
  19. 제갈돈, 남준호, "무의사결정론적 시각에서 방사선폐기물처분장 부지선정정책," 한국행정논집, 제20권, 제2호, pp.261-276, 1998.
  20. 한겨레, "'상암 월드컵' 주변에 또 초대형 몰 /롯데·구청 강행에 주변상인들 반발," 2015.06.19.
  21. 매일경제, "박원순표 경제민주화에 표류하는 상암복합쇼핑몰," 2016.05.16.
  22. 한국경제, "'4년 헛바퀴' 상암 롯데복합몰 무산 위기," 2016.12.05.
  23. 조선일보, ""5년째 제자리" 롯데 상암DMC 4번째 市심의 못넘어," 2018.06.28.
  24. 중앙일보, "감사원, 상암 롯데몰 건축허가 7년 미룬 박원순에 '주의'," 2019.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