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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Convergence Pattern of Broadcasting Contents and the Establishment of World View : Focused on 'Usanseul' and 'Pengsoo'

방송콘텐츠의 컨버전스 양상과 세계관 설정에 관한 고찰 : '유산슬'과 '펭수'를 중심으로

  • 장해라 (한신대학교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 Received : 2021.03.25
  • Accepted : 2021.06.10
  • Published : 2021.07.28

Abstract

With the creation of a multi-platform media environment, contents production flows through convergence are being detected in the broadcasting contents sector, breaking the boundary between each other and breaking away from the rigid atmosphere of the past, when broadcasters were strictly divided or careful to comment on other programs. It is also quite encouraging that the method of collaboration has been done horizontally as a win-win strategy of co-existence and co-existence, not vertically based on one side's recognition or program popularity. Thus, this study noted the establishment of a world view to capture transmedia phenomena that transcend boundaries between each other to adapt and survive the rapidly reshaping media ecosystem at the base of this trend and to maintain the type of convergence and unrivaled value that emerges in various forms in the process. The research targets were selected for 'Usanseul' and 'Pengsoo', which are prominent in these movements and produce significant results at this point, and analyzed and compared to the results.

다플랫폼 미디어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방송콘텐츠 분야에서는 방송사를 엄격하게 구분 짓거나 타 프로그램의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던 그동안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물며 컨버전스를 통한 콘텐츠 제작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또한 그 방식이 한쪽의 인지도나 프로그램 인기 척도에 따라 수직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생과 공존의 윈윈 전략으로서 수평적으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흐름의 저변에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미디어 생태계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서로 간의 경계를 초월하는 현상을 포착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는 컨버전스 유형과 독보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세계관 설정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유산슬'과 '펭수'를 연구대상으로 선정, 그 초기 양상을 분석하여 레거시 미디어가 기존의 관행을 깨면서까지 선택한 전략들은 무엇이며 이러한 변화들이 앞으로 방송콘텐츠를 기획하는 데에 있어 어떠한 시사점을 갖는지 살펴보았다.

Keywords

I. 서론

1. 연구배경 및 목적

새로운 한 세기가 시작되며 뉴미디어로 등장한 인터넷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이끌며 진화하는 과정에서도 올드 미디어인 TV의 위상은 굳건했다.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 형태 조사에서도 TV 수상기 가구 보유율은 95.8%로 여전히 TV는 가장 대중적인 매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휴대 기기가 발달하고 유튜브(youtube)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급부상하며 다 플랫폼·다매체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TV 이용률과 중요도는 점차 하락하는 양상을 띈다[1]. 현재 10대 TV 이용률은 30대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2] MBC 노동조합에서는 임직원 1, 700명의 지상파 방송사가 6살 이보람 양의 유 튜브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해졌음을 개탄하는 성명서를 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3].

이와 같이 플랫폼 간의 경쟁으로까지 확대된 콘텐츠 시장에서 대량의 시청자 이탈을 경험하며 위기감을 감지한 레거시 미디어는 과거에는 경쟁적 관계였던 방송사끼리 연합해야 했고 수용자에게 보다 높은 이용 가치를 제공하여 이탈을 막는 생존 전략을 구축해야 했는데 이것은 기술적 여건의 진화와 콘텐츠 제작자의 유연한 의식의 변화가 맞물려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방송콘텐츠 분야에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미디어 생태계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서로 간의 경계를 초월하는 현상을 포착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는 ‘컨버전스(convergence)’ 유형과 독보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세계관’ 설정에 주목했다. 그리하여 레거시 미디어가 기존의 관행을 깨면서까지 선택한 전략들은 무엇이며 이러한 변화들이 앞으로 방송콘텐츠를 기획하는 데에 있어 어떠한 시사점을 갖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장에서는 컨버전스와 세계관의 이론적 논의와 선행연구를 검토하였고 3장에서는 방송콘텐츠 예능 분야에서 주로 시도되는컨버전스를 세 가지로 유형화하였다. 이어 4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유산슬’과 ‘펭수’ 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여 그 초기 양상을 분석했으며 5장에서는 두 사례를 비교하였다.

II. 이론적 논의와 선행연구 검토

라틴어 ‘conventus’라는 동사에서 유래한 컨버전스는 집회, 접근, 일치 등의 의미를 내포하며 ‘수렴’과 ‘함께’라는 의미의 ‘Con’, ‘어떤 방향 또는 상태로 향하다(bend)’와 ‘기울어지다(incline)’라는 의미인 ‘vergere’ 가 합쳐져 탄생했다[4]. 미디어 영역에서 처음 사용한더햄(William Derham)은 빛의 수렴과 발산을 의미하는 ‘convergence & divergence’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때 컨버전스라는 용어가 정치학이나 글로벌 융합경제학 등 타 분야로 쓰임새를 확장해 나간다[5].

헨리 젠킨스는 ‘초월’, ‘횡단’의 의미로 사용되는 트랜스(trans-) 한 미디어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컨버전스’ 개념을 제시하면서 미디어 간의 결합과 융합, 횡단하는 유동성에 주목한다. 그는 또한「미디어 융합의 문화적 논리(The Cultural logic of media convergence)」에서 기존의 기술과 산업, 시장, 장르 및 관객 간의 관계를 변경하고 미디어 소유 패턴에 변화를 가져옴과 동시에 우리가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6].

신동희는 컨버전스 개념의 대중화는 ‘디지털 컨버전스’에서 시작되었다고 언급하며 디지털 기술로 인한 미디어 환경과 소통 양식의 변화로 정보와 콘텐츠가 다른 영역을 넘나들어 부문 간 경계가 약화됨으로써 기존의 이질적 요소들이 모이고(수렴), 섞이고(혼합), 바뀌고(변형), 나뉘고(분화), 거듭나거나(재구성) 새로운 것으로 창발(emerge)하는 현상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규정할 수 있는 현상 중에 경계를 초월하거나 횡단하며 융합하는 방식을 꼽을 수 있으며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단지 기술적 컨버전스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문화적, 산업적, 제작자, 수용자의 컨버전스로 확대된다. 이러한 컨버전스 현상은 콘텐츠의 창작과 수용 메커니즘의 변화와 더불어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7].

백욱인의 연구는 미디어의 탈경계화, 미디어들이 서로 공존하는 동시에 경쟁하며 상호작용하는 미디어 생태계론 입장에서 접근하였고[8] 박치완·신광철은 N스크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환경에 의한 미디어 컨버전스에 주목하여 미디어 분기와 이야기 분화를 유형화했다. 또한 TV와 다중플랫폼과의 관계를 살펴보며 미디어의 공존을 통한 시청자의 경험요소를 다룬 연구[9], TV 드라마 사례를 중심으로 실제로 미디어의 융합이 만족스럽게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연구[10]도 본 연구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다.

이와 같은 이론적 논의를 토대로 본 연구는 경계를 넘나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 과정에서 행해지는 컨버전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 컨버전스는 통합, 융합의 의미로서 단순히 더하기 개념이나 우월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흡수가 아닌 수평적인 공존과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의 개념으로 한정한다.

또한 본고에서 의미 있게 다루게 될 개념인 ‘세계관’ 은 문화콘텐츠 분야 중에서는 주로 게임 영역에서 다루어진 용어이다. 넓은 의미에서 해석되는 게임의 세계관은 소설에 있어서의 스토리 구성의 3요소인 인물, 배경, 사건을 포함하고 있으며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어서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거대해지고 미디어가 다양해짐에 따라 스토리를 아우르는 통합적 세계관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세계관에 대해 젠킨스는 ‘Worldbuilding’이란 용어를 통해 설명한다[11].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확장하는 스토리텔링의 총집합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계관이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계기는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이하 MCU)에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작인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를 모티브로 만들어지는 MCU는 현재 2021년에 개봉 예정인 영화들과 TV 드라마 라인업을 올려놓은 상태이며 각각의 미디어가 이전의 스토리와 앞으로 이어질 스토리의 연결고리가 되도록 설계한다. 그러면 MCU 콘텐츠 향유자들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MCU 세계관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콘텐츠의 항해를 시작한다. 박기수는 이것을 독립적인 완성 형태로서의 텍스트가 필요에 따라 텍스트, 장르,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고 이합집산한다고 기술하고 있다[12].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충성도가 높은 수용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k-pop 아이돌 분야에서 세계관을 적극 차용하고 있으며 이 전략을 선구안적으로 받아들여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한 아이돌 그룹이 ‘방탄소년단(이하 BTS)’이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는 앨범 콘셉트와 뮤직비디오, MD, 웹툰, 콘서트, 게임, 이벤트 등과 같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플랫폼들과 연계해서 스토리 라인을 만들고 각 멤버마다 캐릭터와 서사를 부여하여 BTS 세계관이라 할 수 있는 ‘BU(BTS Universe)’ 를 구축한다.

이렇게 세계관을 설정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미디어컨버전스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MCU와 BU도 이야기 조각들을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흩뿌려 놓고 상호연결과 융합을 통해 하나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젠킨스는 컨버전스라는것이 단순히 테크놀로지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간의 상호작용, 이야기 맥락의 연결을 통해서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여러 미디어를 항해하며 이야기 파편들을 수집하고 재배열하는 행위는 수용자로 하여금 스스로 세계관을 완성해나가는 재미를 제공한다. 여러 갈래를 통해 확장하는 콘텐츠를 향유하며 지속적인 즐거움과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관을 설정한다는 것은 콘텐츠의 생명력을 길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롱런하는 성공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문화콘텐츠 생산 전략인 셈이다.

다만 본고에서 연구대상으로 선정한 ‘유산슬’과 ‘펭수’ 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지만 두 캐릭터 모두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유산슬은 현재 1집 발매 이후 휴식기를 가지며 2집을 준비중이다) 현재진행형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진화의 과정에 있으므로 이번 연구에서는 두 캐릭터가 탄생한 시점에서 포착되었던 초기 컨버전스 양상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그렇기에 아직 각기 다른 미디어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확장하는 방식보다는 기존의 방송콘텐츠 영역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컨버전스 형태인 방송사 간의 협업 방식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III. 방송콘텐츠에서 시도되는 세 가지 컨버전스유형

<2019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에 올랐던 김구라는 후보자 인터뷰 시간에 이제 연예 시상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구색 맞추기로 후보들 잔뜩 늘어놓지 말고, 돌려먹기식으로 상 주지 말고, 지상파 3사가 ‘통합’해서 긴장감 있게 시상식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사이다 발언’, ‘소신 발언’이라는 제목으로 실시간 이슈와 SNS를 장악했고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냈다.

그동안 방송사 간의 ‘통합’은 시도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타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언급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각 방송사에서 송출되는 자체 콘텐츠는 다른 방송사가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일종의 불가침 영역이었으며 특히 방송사 공채 출신은 절대적으로 그 방송사 소유물이었고 그러한 분위기 탓에 2007년 MBC 공채 아나운서였던 김성주는 프리선언을 한 이후 비난 여론에 밀려 한동안 활동을 쉬어야 했고 2016년 M.net<프로듀스 101>에서 배출한 I.O.I 는 타 방송사에서 데뷔한 아이돌이란 이유로 KBS를 제외한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했다. 그동안 방송사 간의 보이지 않는 벽과 제 밥그릇 챙기기,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자존심 싸움이 존재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방송국들이 기존의 방식만 고수하는 사이에 TV를 대체할 플랫폼과 채널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다 플랫폼 미디어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젊은 세대들은 TV 앞을 떠나 손안의 유튜브에 정착했으며 이제는 브라운관을 넘어선 곳에서 스타들이 만들어진다.

강력한 뉴미디어의 등장은 올드미디어를 위협한 지 오래다. 시청자의 관심이 종편과 케이블TV 채널, 뉴미디어 등으로 분산되면서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이 떨어졌고 광고시장의 파이도 줄어들었다. MBC는 2019 년 96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2020년까지도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13]. 방송사 CP와 PD들은 매일 매일 시청률과 화제성, SNS 버즈량, 검색량, 시청반응, 데이터 분석, 광고에 따라 프로그램 존폐에 시달린다[14]. 결국 방송사는 더이상 타 방송사, 타 프로그램을 경쟁의 상대로만 인식한 채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의미 있는컨버전스를 조금씩 시도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1. 이종(異種) 플랫폼 간의 컨버전스

본고에서 분석한 그 컨버전스 양상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형태는 이종 플랫폼 간의 컨버전스이다. MBC는 2015년 당시 한창 인기를 끌던 인터넷 개인방송 포맷을 빌려와 엔터네이너 혹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는 1인 방송 대결 프로그램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방송한다. 다음팟(다음 커뮤니티 동영상 서비스)으로 생방송을 진행하고 그 방송을 편집하여 TV로 송출하는 방식이다.

채널A에서는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해오던 유튜브 인기 채널인 <영국남자>와 협업하여 <취향 저격 선데이 - 영국남자의 JMT 연구소>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런칭하여 유튜브에서는 10분 분량, 채널A에서는 24분 분량으로 방송하여 유튜브 채널과 TV 종편 채널의컨버전스를 시도한 바 있다.

CJ ENM에서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전문 채널인 DIA TV를 기획하여 유명 크리에이터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동영상 플랫폼과 계약하여 2017년 TV 채널을 개국, 유튜브 영상을 TV 플랫폼에 맞게 편집하여 송출하고 있다.

2. 동(同) 방송사 내 프로그램 간의 컨버전스

두 번째 형태는 같은 방송사 내 프로그램 간의 컨버전스이다. tvN<대탈출>은 오프라인 방탈출 카페 형식을 모티브로 한 밀실 탈출 예능이다. 시즌제로 방송되던 <대탈출>은 시즌2(이하 <대탈출2>) 마지막 에피소드인 ‘살인감옥’에서 <문제적 남자> 출연진이 깜짝 등장하여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무전기로 소통하는 드라마 <시그널> 설정을 빌려와 <대탈출2> 출연진과 밀실 탈출을 시도하는, 평행우주 설정을 도입한 콘셉트로 진행된다. 즉, <대탈출2> 멤버들이 감옥에 감금되어있는 우주와 두 달 후 <문제적 남자> 멤버들이 감옥에 와 있는 우주, 이 두 가지 세계가 무전기를 통해 과거의 세계가 미래의 세계로부터 정보와 단서를 얻음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바꾸는, <시그널>의 스토리를 차용한 방식으로 구현된 것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15]한다. <대탈출>, <문제적남자>, <시그널> 이 세 개의 콘텐츠들은 모두 tvN에서 제작하고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시도를 두고 항간에서는 ‘tvN 유니버스’의 탄생이라고도 말한다.

또한 tvN은 자사의 드라마인 <도깨비>와 <호텔 델루나>의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 흐름의 유사성을 포착하여두 작품 간의 컨버전스를 즐기던 팬들의 창작활동을 단순히 놀이로 치부하지 않고 2차 콘텐츠 생산에 관해 긍정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컨버전스를 통한 세계관 병합과 확장에 향유자도 포함시키는 유형도 예측해볼 수 있다.

3. 타(他) 방송사 내 프로그램 간의 컨버전스

동일한 방송사 내에서 여러 프로그램들의 콜라보와세계관 구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기존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컨버전스가 나타나는데 바로 세 번째 형태인 방송사 간의 컨버전스이다.

<무한도전> 종료 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김태호 PD는 2019년 7월 다시 한번 유재석과 함께 MBC<놀면 뭐하니?> 라는 프로그램을 런칭한다. "예능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릴레이 카메라 시리즈》, 《유플래쉬》, 《뽕포유》, 《인생라면》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으며 본고에서 살펴볼 ‘유산슬’은 《뽕포유》에서 탄생하였다.

《뽕포유》는 《유플래쉬》에 이은 또 다른 음악 프로젝트로서 유재석을 신인 트로트 가수인 ‘유산슬’로 데뷔 시켜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코너이다. 유재석은 다양한 채널과 프로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국민 MC이지만 유산슬은 MBC<놀면 뭐하니?>를 통해 데뷔한 MBC 소속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선배 트로트 가수들에게 평가를 받고 스튜디오 녹음을 진행하고 음원도 출시하며 뮤직비디오 촬영, 콘서트까지 개최하지만 사실 유재석이 실제로 유산슬이라는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 콘셉트의 일부일 뿐이다. MBC<놀면 뭐하니?> 안에서만 통용되는 세계관인 것이다. 하지만 2019년 11월 18일 유산슬이 KBS<아침마당>에서 출연하여 자신의 데뷔곡인 ‘합정역 5번 출구’를 열창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유산슬 세계관은 확장된다. 차세대 트로트 신인을 뽑는 코너인 ‘명불허전’에 출연한 그는 실제 신인 트로트 가수들인 연하남쓰, 이용주, 요요미와 함께 등장해 정말 트로트 신인가수인 것처럼 프로그램에 임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아침마당> 측에서 먼저 협업 제안이 왔다는 사실이다. 타 방송사가 MBC에서 만든 캐릭터와 세계관에 맞춰 판을 새롭게 짠 셈이다. 타 방송사 프로그램과의 컨버전스는 펭수 사례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4장에서 이 두 사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Ⅳ. 협업을 통한 컨버전스와 독자적 세계관 설정

1. 유산슬 세계관과 컨버전스 양상

유산슬 세계관은 단발성으로 끝나는 캐릭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유연하게 타 방송사의 콘텐츠와 컨버전스한 시도들이 그의 세계관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또한 그 협업의 방식이 한쪽의 인지도나 프로그램 인기 척도에 따라 수직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생과 공존의 윈윈 전략으로서 수평적으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는 유산슬이 출연한 회차의 <아침마당> 시청률이 10.2%를 기록, 지난 회차(8.0%)보다 2.2%포인트나 오른 수치로도 증명했다[16]. 이렇게 물꼬가 트이자 유산슬은 TBS 교통방송<배칠수, 박희진의 9595쇼> 출연, JTBC<슈가맨3> 설맞이 트로트 특집에 특별 초대가수로 등장(이 프로그램 진행자는 유재석이다), SBS<영재 발굴단> 트로트 영재 정동원 에피소드에 합류하는 등, MBC에서 기획한 캐릭터가 공중파 3사에 모두 출연하는 기록을 달성한다.

유산슬 세계관을 각 방송사에서만 인정한 것이 아니다. 시청자들, 수용자들 역시 유재석의 ‘부캐(본래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 부 캐릭터)’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세계관을 형성하고 확장하는 데에 동참한다.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는 2020년 키워드로 ‘멀티페르소나’와 ‘팬슈머’를 제시한 바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페르소나는 오늘날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통용되는데 현대 사회가 점차 복잡하고 개인화된 다매체 사회로 변하면서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여러 개의 가면을 바꿔쓰는 멀티 페르소나의 모습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17]. 이미 많은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다중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으며 SNS도 여러 계정을 만들어 직장용, 친목용, 덕질용 등으로 맞춤형 자아를 설정하여 관리한다.

대중들은 이와 같은 환경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며 롤플레잉에서 진화된 다중정체성 놀이에 동참하고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콘텐츠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관여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팬슈머의 모습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놀면 뭐하니?> 시청자들은 유재석과 유산슬을 완벽하게 분리한다. 오히려 본캐(본래의 캐릭터)와 부캐를 오가다가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그의 언행이 웃음 포인트가 된다. 김태호PD도 이를 노린 듯 유재석에게 스케줄을 따로 고지해주지 않은 채 매번 새로운 돌발상황을 만들어 유산슬이 당황하여 순간순간 유재석 모습을 보이는 장면을 포착한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장면에 즐거워하며 더욱 유산슬 세계관에 몰입하여 참여한다. 이를테면 관련 게시물의 댓글을 통해 유산슬은 신인인데 이렇게 밀어주는 게 수상하다며 비호세력의 존재를 의심하기도 하고 유산슬과 닮은꼴로 유재석이 거론되자 감히 유느님과 비교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한다. 반대 로그의 탄생과정을 시청하면서 트로트계 샛별의 등장에 환호를 보내며 음원 다운로드, 콘서트 참석, 달력과 같은 유산슬 굿즈를 구입해 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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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유산슬 세계관 컨버전스 양상

2. 펭수 세계관과 컨버전스 양상

펭수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영상 덕이 컸다. <이육대>는 <아이돌 체육대회, 이하 아육대> 라는 MBC 명절특집 간판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것으로 EBS 캐릭터들이 총출동하여 체육대회를 개최하였는데 이때 펭수의 남다른 입담과 센스있는 진행이 호응을 얻으면서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유튜브 영상이 퍼지며 인지도가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펭수는 2019년 EBS에서 제작한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이하 펭TV>의 주인공 캐릭터로서 어린이예능인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의 10분짜리 코너에 출연했었으나 가을 개편 때 별도 프로그램으로 독립하여 금요일 저녁 8시 30분에 편성된다. <펭TV> 구독 자수는 <이육대>에 출연한 당시만 해도 3만 명이 채 되지 않았으나 이후 빠르게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약 두 달 만에 100만 돌파한 것으로 보아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었던 펭수 캐릭터를 익숙한 다른 콘텐츠 장르의 문법으로 재매개한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펭TV>는 굉장히 다양하고도 공격적인 방식으로 EBS 내부 콘텐츠와의 컨버전스부터 시도하는데 EBS 사장 이름을 거리낌없이 언급하고 EBS 캐릭터들과의 에피소드를 꾸준히 만들며 특히 <1회 남극유치원 동창회 시작합니다>에서는 펭수보다 무려 36 년이나 먼저 남극에서 넘어온 ‘둘리’가 등장하여 EBS 유니버스를 더 탄탄하게 형성한다.

또한 타 방송, 타 플랫폼과의 컨버전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세계관 확장에 활용한다. SBS<배성재의 TEN>과 MBC<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라디오 출연, MBC<마리텔 V2>에서 크리에이터 도티와 함께 합방 진행, SBS<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에서 윤도현과 함께 나레이션 참여, 그 외에도 JTBC<아는 형님>, KBS<슈퍼맨이 돌아왔다>, MBC<방송연예대상> 시상자로 출연하여 그야말로 EBS 캐릭터가 방송국 대통합을 이룬다.

캐릭터가 형성된 엔터테이너를 방송사에서 소비하는 그동안의 방식은 그 캐릭터로 인기를 얻거나 이미지를 갖게 되어 연관된 에피소드 풀어내기, 콩트에 등장하기, 소회를 밝히기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타사에서 흥한 캐릭터를 자사에 출연시켜 이슈를 지속시킨다는 것은 과거에는 금기시되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미디어컨버전스, N스크린 환경과 같은 개념이 등장하며 콘텐츠를 향유하는 환경이 변하자 인간의 지각과 사유도 변화한다.

펭수 세계관에서 펭수는 EBS 소속 연습생이다.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타사 콘텐츠라면 언급조차 꺼려하던기존의 관행을 탈피했다는 것은 이제는 그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음을 그러한 변화를 통해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펭클럽(펭수팬 애칭) 역시 펭수 세계관에 몰입하며 세계관 형성에 기꺼이 동참한다. 우선 펭수는 인형 탈을 쓴 캐릭터이다. 인형탈 안에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펭클럽은 그 본체(본래 정체)에 대해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디즈니랜드에 가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수많은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아무도 그 인형탈 안에 누가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2D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캐릭터를 3D로 만나 직접 만져보고 이야기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향수와 환상은 극대화되어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장 보드리야르가 디즈니랜드를 근거로 시뮬라크르 개념을 주장했던 것처럼 실재의 여부보다 나의 환상과 몰입이 깨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또한 펭수가 기존의 캐릭터들과 다른 점은 ‘말을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말이라는 것이 대본에 전적으로 의존한 ‘연기’가 아니라 돌발상황에도 펭수의 기획 의도, 세계관과 캐릭터성에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만한 언행이 구사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본체는 펭수 세계관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체화를 통한 적절한 순발력, 대처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펭TV> 콘텐츠에서 보여준 펭수의 개그 센스와 유머 코드들은 구독자들이 펭수의 세계관에 몰입하기에 충분했고 그러한 본체를 신뢰하는 것과는 별개로 본체를 분리하여 펭수를 받아들이며 펭수 존재 그대로를 애정하게 된다. 제작진들 역시 본체에 대한 관심보다 팽수 그 자체로 봐주길 원하며 <펭귄 의혹 전격 해부> 에피소드를 통해 펭수 X-ray를 찍어 펭수 내부에 펭귄 뼈가 있음을 증명했고 <생명의 은인을 찾아서 - 펭수는 사랑을 싣고> 에서는펭수가 인천 앞바다에 표류했을 때 자신을 구해준 귀인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헤엄쳐 왔다던 펭수 스토리에 힘을 실어준다.

이와 같은 설정들은 타 플랫폼, 타 콘텐츠와의 컨버전스에서도 그대로 구현된다. 특히 <2019 MBC 방송 연예 대상> 시상식 대기실에서 성사된 유산슬과 펭수와의 조우는 초특급 신인 트로트 가수와 인기 크리에이터와의 만남으로서 서로 간의 세계관을 존중하며 즉흥적으로 상황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통해 진화된 형태의 컨버전스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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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펭수 세계관 컨버전스 양상

Ⅴ. 유산슬과 펭수의 세계관 설정 비교

유산슬과 펭수의 세계관과 컨버전스하는 방식은 닮은 듯 다르다. 두 콘텐츠의 닮은 점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기획된 캐릭터이고 본체는 따로 존재하지만 분리되어 향유되고 있으며 각자의 고유한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고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김태호 PD, 그리고 이슬 예나 PD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유산슬은 인물이고 펭수는 펭귄인형이다. 심지어 펭수에게는 성별이 없다. 유산슬의 본캐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유재석이지만 펭수의 본캐는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또한 펭수는 모회사인 EBS 가 교육방송국이므로 선을 넘지 않는 수위와 소재 채택에도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유산슬은 데뷔 30년 차인 유재석이 신인 트로트 가수로 분하여 여러 돌발상황에서 당황하면서도 우여곡절 끝에 미션을 수행하는, 본캐와 부캐가 교차하며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상황과 이에 따른 그의 반응이 재미 포인트라면 펭수는 교육 방송에서 탄생한 캐릭터 특성상 교훈적이고 선한 이미지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거침없고 솔직한 태도로 각종 명언과 어록을 쏟아내는 동시에 주 시청자 층에게 뛰어난 공감 능력을 보여주며 펭수 세계관에 완전히 몰입한 설정이나 스토리로 접근하여 만족감을 선사한다. ‘자신의 말’을 하는 펭수가 가진 독보적인 퍼스널리티(personality) 가 기존 캐릭터와의 다른 지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형탈을 쓰고 있고 그 안에 누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본체가 교체나 대체될 수 없으며 펭수그대로의 펭수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다.

유산슬은 노련한 유재석이 당황하는 모습을 포착해야 하므로 촬영 대부분이 그와 상의 없이 게릴라처럼 진행된다. 김태호 PD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14년 동안 유재석과 <무한도전>을 함께 했지 않았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로 즐길 수 있는 고통만 드린다. 함께 해보고 싶었던 아이템을 정리해놨다가 유재석과 연결될만한 거 있으면 연결한다. 유재석이 예측하는 아이템들은 티가 난다. 그런 건 웬만하면 안 주려고 한다."[18] 라고 언급했으며 유산슬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유재석과 유산슬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유재석은 본인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이는데 유산슬은 누군가에게 조종당한다.”[19] 고 답한 것으로 봐도 프로그램에서 시도되는 아이템 대부분이 유산슬에게는 비밀에 부쳐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펭수는 스튜디오형 캐릭터가 아니다. 실내촬영보다 야외촬영이 잦은 펭수는 현장에서 다양한 돌발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슬 예나 PD는 언제나 펭수와 제작진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기획 의도나 펭수가 취할 태도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한 바 있다[20]. 또한 <놀면 뭐하니?>에서 탄생한 유재석의 ‘부캐’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유산슬은 잠시 2집 준비를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으므로 유산슬 세계관은 현재 멈춰있는 상태다. 반면 펭수는 펭수만의 확고한 정체성과 캐릭터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풀어나가며 그의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도 비슷하면서도 차이를 나타낸다. 타 방송사와 협업하거나 타 플랫폼과의 결합을 시도한다는 컨버전스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유산슬의 세계관은 TV 플랫폼을 중심으로 연계된다면 펭수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장된다. 다른 미디어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놀면 뭐하니?>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면, 예고, 선공개, 깜짝 라이브, 유튜브 온리와 같은 클립 영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TV 방송분을 짧게 편집하거나 요약한 영상들이 업로드 되어있어 동영상 플랫폼만을 위한 콘텐츠는 부족한 편이다. 펭수는 우주 대스타,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꿈인 그의 세계관에 맞게유튜브<펭TV>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확장되고 있다. 또한 캐릭터이다보니 EBS 교재 표지모델이나 정부 부처의 홍보 영상, 광고·잡지 촬영, MD 출시 등 협업을 통해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이 모든 것들은 펭수가 가진 확고한 캐릭터성을 바탕으로 기획되며 그 촬영 과정이나 관련 에피소드들은 <펭TV>를 통해 공개된다. 이제 시작단계라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고 싶다는 이슬예나 PD의 인터뷰로 미루어 보아 당분간은 플랫폼을 늘리는 형태로 세계관을 확장할 기획은 없어 보이지만 추가 콘텐츠로 영화 제작의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두 PD의 발언은 유산슬도 펭수도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각각의 새로운 텍스트들이 전체 스토리에 분명하고도 가치 있는 기여를 하며 그 텍스트 조각들이 모여 세계관을 형성하는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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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유산슬과 펭수 세계관 설정 비교

Ⅵ. 결론

지금까지 컨버전스와 세계관의 논의를 검토하여 방송콘텐츠 예능 분야에서 주로 시도되는 컨버전스 양상을 세 가지로 유형화하고 그 중에 타(他) 방송사 내 프로그램 간의 컨버전스에 초점을 맞추어 그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유산슬’과 ‘펭수’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여 그 초기 양상과 세계관 설정을 고찰하였다.

유산슬에 이어 바로 이어진 부캐는 ‘라섹(라면 끓이는 모습이 섹시하다)’으로 Comedy TV<맛있는 녀석들>, EBS<최고의 요리비결>과 같이 먹방 콘텐츠를 다루는 프로그램과 협업을 진행하였다. 컨버전스 형태는 갈수로 대담해지고 다채로워지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호평과 함께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펭수는수많은 MD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본캐와 부캐를 중심으로 시작되는 세계관은 다양한 플랫폼과 미디어 컨버전스와 향유자의 적극적인 참여활동을 통해 점차 확장되고 있다.

<2019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유산슬은 신인상을 수상했다. 데뷔 이후 대상을 14회나 수상했으나 정작 신인상은 한번도 받지 받지 못했던 유재석이 (비록 부캐의 신분이지만) 신인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 또한 펭수는 <제34회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 BTS와 깜짝 합동무대를 연출했다. <펭TV> 에서 누누이 말했던 남극에서부터 대한민국까지 헤엄쳐 온 이유이자,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이자, 꿈과 목표였던 BTS와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실제 펭수는 BTS를 직접 만났을 때 떨리고 설레는 마음을 잘 감추지 못했고 이처럼 때때로 본캐와 부캐의 정체성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얽히면서 의미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김태호 PD는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가다 보면 마블처럼 시청자들이 ‘움직여 찾아보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21]. 수용자가 직접 움직여 찾아보는 이러한 ‘이주성’은 여러 미디어에 포진된 콘텐츠를 경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콘텐츠 탐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고 진화된 형태의 세계관과 컨버전스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독립적인 세계관을 보유한 콘텐츠가 다양한 컨버전스를 통해 이합집산하고 그러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다중 진입점을 기획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콘텐츠를 항유하는 것에 재미와 가치를 느끼며 더 나아가 콘텐츠를 홍보하거나 스스로 콘텐츠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향유의 증폭을 확장시키는 수용자의 역할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본 연구는 유산슬과 펭수의 초기 양상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현재 TV 예능 분야에서 유의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여러 미디어를 넘나드는 컨버전스 형태보다는 동일 미디어 간의 컨버전스에 한정하여 분석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컨버전스를 통해 미디어와 플랫폼에 흩뿌려진 콘텐츠들이 누적되고 그 미디어를 넘나들며 세계관을 탐험하는 수용자들의 이동성이 두드러지는 콘텐츠들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이는 본연구를 발판 삼아 후속 연구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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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http://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67418.
  14. MBN 예능국 서혜승CP, 직접 인터뷰, 2020.
  15. 12회 케이블, 위성, IPTV가 통합된 유료플랫폼 가구 시청률은 평균 3.0%, 최고 3.4%(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지상파 제외한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한 수치, https://www.tvreport.co.kr/1130893.
  16. https://www.yna.co.kr/view/AKR20191119033300005?input=1195m.
  17. 김난도, 트렌드코리아 2020, 미래의 창, p.193, 2019.
  18. MBC '탐나는 TV', 2020년 2월 8일자 방송 중에서.
  19. KBS '아침마당' 2019년 11월 18일자 방송 중에서.
  20. https://www.elle.co.kr/article/43890.
  21. MBC '탐나는 TV', 2020년 2월 8일자 방송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