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는 성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젠더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최근 경기도, 경상남도, 충북 음성군에서는 젠더감수성 교육을 시행했다고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하였다[1-3]. 하지만 젠더감수성 교육의 주제, 내용, 범위 등은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어떤 교육이 이 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
최근 여성가족부, 롯데지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아동의 젠더감수성을 위해 함께 나다움어린이책을 선정하고 배포하였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4]. 선정된 책의 일부가 내용과 표현 방법이 아동에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교육부에서 배포한 성교육 표준안의 내용으로 인해 2015년과 2016년에도 발생했다. 이 표준안의 내용 일부가 시대 착오적이고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해당 내용은 수정되어 재배포되었다. 하지만 개정 이후에도 비판이 계속되어 결국 교육부는 2016년에 성교육 표준안을 삭제하였다[5].
이러한 논란은 현재 한국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젠더 감수성 교육에 대한 요구는 높으나 아직 이에 대한 협의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젠더감수성의 정의는 교육마다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젠더감수성 교육의 주제도 교육마다 차이를 보인다. 이로 인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선 교육 주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젠더감수성의 정의를 고려하여 젠더감수성 교육의 주제로 성평등과 관련된 성역할 유연성(gender flexibility)과 성지향 개방성(tolerance toward sexual orientation)을 선정했다. 여기서 성역할 유연성이란 성역할에 대한 열린 마음의 태도를 지칭하며[6], 성지향 개방성이란 성지향에 대한 거리낌 없고 열려 있는 태도와 생각을 지칭한다[7]. 성역할 유연성과 성지향 개방성은 젠더감수성의 포괄적인 정의를 따르는 주제이면서 아직 한국 사회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어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중요한 논의점이 되는 주제이다.
현재 젠더감수성 교육은 성인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어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의 논의가 부족하다. 아동은 유아기부터 편견 전조(pre-prejudice)가 나타나고[8], 성정체성을 탐색하기 시작한다[9]. 따라서 학령전기 유아를 대상으로 한 젠더감수성 교육이 필요 하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유아 대상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대학생의 태도를 분석한 연구에서 과반수의 대학생이 유아에게 성역할 유연성 교육과 성지향 개방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7]. 따라서 유아 대상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이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유아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연구를 위해 현장의 전문가인 보육교직원의 의견과 태도를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원장과 보육교사는 영유아를 보호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이며 교육을 실행하는 주체이며 영유아보육법에서 보육교직원에 해당한다[10]. 특수교육이나 누리과정에 대해 보육교직원으로서 원장과 보육교사의 태도 및 인식을 연구한 논문은 있었지만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해 보육교직원인 원장과 보육교사의 태도를 연구한 논문은 없었다[11][12].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유아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보육교직원인 원장과 보육교사를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보육교직원의 태도를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젠더감수성 교육은 시행되고 있으나 교육 주체 및 주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부족하고, 교육 대상에서 유아는 소외되어 있다. 현장 보육교직원들의 태도를 고찰하여 유아 대상 젠더감수성 교육과 관련된 쟁점을 담론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Ⅱ. 이론적 배경
본 연구는 보육교직원의 젠더감수성 태도를 연구하기 위해 젠더감수성 교육과 관련된 개념을 정리하였다. 또한 젠더감수성과 관련 있는 기존의 교육 내용을 고찰하고 젠더감수성 교육과 관련 있는 유아와 보육교직원에 대한 선행 논문을 검토하였다.
1. 젠더감수성 교육의 이론적 개념화
젠더감수성 교육을 연구하기 위해 관련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젠더(gender)란 사회‧문화적인 과정에서 획득되고 형성된 사회적 성을 지칭하는 말로 생물학적 성(sex)과 구분되는 개념이다[13].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감수성이란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다[14]. 국내에서는 인권 감수성, 다문화 감수성과 같이 합성어로 특정 사안에 대해 민감하게 인식하고 당사자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주로 사용된다. 이에 따르면 젠더감수성은 젠더에 대한 민감성과 공감능력으로 이해된다. 젠더감수성의 초기 개념은 유네스코에서 발간한 젠더감수성 훈련 매뉴얼(Gender sensitivity: A training manu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젠더감 수성은 성차별주의적 고정관념을 경계하면서 다른 성의 상태에 대해 인식하고 통찰하는 능력이며 인지적 노력과 함께 개방적 감수성이 요구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15]. 이러한 정의에 따라 초기에 젠더감수성은 여성학에서 주로 사용되어 왔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 젠더감수성의 개념은 Judith Butler의 젠더이론과 결합되어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16][17]. 구체적으로, 김정은은 600명의 연구참여자와 설화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젠더감수성을 이해하고 개념의 확장을 시도하였다. 이 연구는 젠더감수성을 젠더의 이분법으로 인해 생기는 차이와 결핍을 이해하는 능력까지로 확장하여 정의하였다[16]. 또한, 이진영은 젠더감수성을 젠더이슈를 감지하는 능력이며, 젠더 간 차이를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성차별과 젠더불평등을 인지하는 것까지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능력이라 정의하였다[17]. 이 연구는 젠더감수성 측정도구를 개발하며 젠더감수성을 성역할에 대한 개방성, 성정체성에 대한 개방성, 비폭력(젠더 폭력에 대한 인식), 자기성찰이라는 네 가지 하위범주로 구분하였다[17]. 선행연구를 종합해 보면, 젠더감수성은 성평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사회적 성을 인지하고, 성과 관련된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공감하는 능력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재정립된 젠더감수성의 개념에 따라 젠더감수성 교육을 진행한다면 교육 주제는 성역할 유연성과 성지향 개방성이 될 것이다. 먼저, 성역할 유연성은 성역할에 대한 열린 마음의 태도를 칭하는 개념이다[8]. 여기서 성역할은 성별에 따라 사회 내에서 적합하다고 인식되고 기대되는 행동, 성격, 태도 등을 이르는 단어이다. D. Ruble, and C. L. Martin은 성역할 유연성을 성역할이 문화와 규범에 따라 다르다는 상대성을 인식하고 성역할을 이분법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양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18]. 다음으로, 성지향 개방성은 성지향에 대한 거리낌 없고 열려 있는 태도와 생 각을 칭하는 개념이다. 개방성은 사전적으로 태도나 생각 따위가 거리낌 없고 열려 있는 상태나 성질을 의미한다[15]. 성지향은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지속적인 정서적, 낭만적, 성적, 감정적인 끌림을 뜻하는 말로 생물학적 성(sex), 성정체성, 사회적 성역할과 구별되는 개념이다[19]. 따라서 젠더감수성 교육은 기존의 성교육, 성평등 교육, 반편견 교육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의 교육이다.
2. 젠더감수성 교육의 주제와 내용
국내에서 젠더감수성 교육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성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되었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성교육은 교육부에서 2015년 보급한 성교육 표준안이 있다. 이 교육은 인간발달, 인간관계, 성건강, 사회와 문화를 교육 주제로 선정하고 성평등, 성역할, 가족의 역할, 성폭력에 대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 하지만 교육 내용의 일부가 부적절한 성의식을 심어준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어 일부를 수정하였다. 수정 후에도 교육 내용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되어 2016년에 교육안을 삭제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수정 보완하여 교육안을 재보급하기로 하였다[5]. 하지만 아직까지 수정본이 나오지 않고 있어 한국사회에서 성교육과 관련된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젠더감수성 교육이라는 명칭으로 2010년부터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은 성폭력에 초점을 두고, 성폭력이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젠더감수성의 이해, 자기 성찰, 성폭력이 일어나는 사회 배경 인식, 젠더감수성이 높은 공동체 만들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또한 폭력적 성문화, 성고정관념, 성인식을 찾아보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젠더 이해도 및 젠더감수성을 향상시켜 성폭력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 따라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젠더감수성 교육은 젠더감수성의 일부분인 성폭력에 집중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중 젠더감수성 교육과 가장 관련이 높은 교육은 유네스코에서 제시한 포괄적 성교육이다. 이 교육의 지침은 신체 발달, 성역할, 성폭력 예방과 같은 기존의 성교육 주제부터 젠더의 이해, 섹슈얼리티, 문화 차이까지 기본의 성교육보다 넓은 범위의 교육 주제를 다루도록 권고하고 있다[21]. 포괄적 성교육은 성교육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되는 지침으로 해외의 여러 나라에서 포괄적 성교육 지침에 따라 성교육을 하고 있다[22]. 하지만 포괄적 성교육은 한국에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내용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국내에서는 반대의 의견도 나타난다. 그럼에도 국제적으로 기준이 되는 지침이기 때문에 젠더감수성 교육 논의에서 지속적으로 참고할 만한 자료이다.
3. 보육현장의 젠더감수성 교육
보육현장에서의 젠더감수성 교육을 논하기 위해선 아동의 발달을 이해해야 한다. 아동은 만 1~3세가 되면 성과 인종 차이, 신체적 장애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만 2세경에는 성을 명명할 수 있고, 만 3세가 되면 성은 변하지 않는 특성이라는 성불변성을 이해하게 된다[23]. 또한, 만 3세부터 사회적 기준과 편견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성, 인종, 장애에 대해 편견 전조를 보인다[9]. 여기서 편견 전조란 성인의 편견, 고정관념 및 태도를 포착해 이를 모방하고 배우기 시작하는 것을 지칭한다[18]. 이러한 편견 전조는 인종, 사회 계층, 문화, 장애 등 광범위한 차원에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젠더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생성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교육해야 한다[9]. 따라서 유아 시기에 젠더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현재 보육현장에서도 젠더감수성과 관련된 교육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 2019년 개정된 누리과정에서는 “성폭력”, “실종”, “유괴 상황 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알고 행동하기”와 같은 안전교육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며 “자신의 경험, 느낌,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기”, “나를 알고 소중히 여긴다”, “나의 감정을 알고 상황에 맞게 표현한다”, “서로 다른 감정, 생각, 행동을 존중한다”와 같이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의 측면에서 젠더감 수성과 연관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24]. 하지만 보육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젠더감수성 교육의 대상은 주로 보육교직원이다. 현재 이루어지는 보육교직원 대상 젠더 감수성 교육은 마포구의 “영유아교사 젠더감수성 교육”, 영등포구의 “젠더감수성 교육을 통해 우리 반 적용하기”, 동작구의 “Skill up! 영유아교사 젠더감수성 교육”, 강남구의 “성폭력(성인지감수성) 예방교육” 등이 있다[25].
이는 유아 대상 젠더감수성 교육은 보육교직원에 의해 시행되며, 보육교직원의 젠더감수성이 유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보육교직원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어린이집 종사하는 전문가이며[10], 직무에 따라 해당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특히, 원장과 보육교사는 보육의 핵심적인 주체이며 유아와 상호작용하는 중요한 성인이다. 원장과 보육교사의 가치관, 인식, 태도는 교육의 질, 방향, 주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26]. 또한, 유아는 성인과 상호작용하며 성인의 태도와 편견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성인의 태도는 유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27]. 따라서 원장과 보육교사의 태도는 교육의 방향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아동의 무의식적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젠더감수성 교육은 성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과 다양성의 인정하고 서로 공감하는 능력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보육교직원의 태도는 더욱 중요하다.
Ⅲ. 연구방법
본 연구는 해석적 인식 틀에 근거한 질적연구 방법을 중심으로 실시되었다. 본 연구의 주제인 유아 대상 젠더감수성 교육은 선행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질적연구 방법이 적합하다고 사료된다. 또한 보육교직원은 영유아의 발달과 교육을 지원하는 전문가로서 유아 대상 교육에 중요한 주체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참여자로 보육교직원을 선정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수집 방법은 G. Rose가 제안한 시각방법론(visual methodology) 에 따라 그림책과 프로토콜서술(protocol)을 활용하였다[28][29]. 자료분석은 V. Braun, and V. Clarke의 중심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적용하였다[30].
1. 연구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수도권 소재 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인 원장과 보육교사이다. 현재 근무 중인 원장과 보육교사를 모집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이루어진 보육교직원 대상 집합교육에서 연구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집합교육 말미에 연구의 목적과 참여자의 권리, 연구 절차를 설명한 후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참여한 보육교직원의 자료를 수집하였다.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의 자발적 동의와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윤리 절차를 준수하였다. 먼저,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자료수집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또한 자료수집 전에 연구참여자에게 개인정보의 비밀보장, 민감한 답변 내용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자료를 처리하는 것, 수집된 자료를 연구목적 외에 사용하지 않는 연구자의 의무를 약속하였다. 마지막으로 응답을 중단할 수 있는 참여자의 권리를 고지하고 자료수집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얻어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집된 최종 연구참여자는 수도권 소재 어린이집에 근무 중인 보육교직원 227명이다. 연구참여자의 사회·인구학적 정보는 [표 1]로 정리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성별은 모두 여성이며, 평균 연령은 약 41세고, 평균 보육 경력은 약 6년이다. 젠더 관련 활동(교육, 세미나, 온라인 활동 등)을 한 적이 있는 참여자는 14명(6.2%)으로 나타났다. 14명 중 13명은 젠더 관련 교육 및 세미나에 참여하였다. 참여한 교육의 주제는 성평등과 여성학이었다. 14명 중 2명은 온라인상에서 젠더 관련 내용을 접하기도 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직종은 원장과 보육교사로 나타났지만 교차분석 결과 직종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질적 초기 분석 결과에서도 유사성이 나타났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를 보육교직원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정하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표 1. 연구참여자의 사회·인구학적 정보
2. 자료수집
본 연구는 유아 젠더감수성 교육에 관한 보육교직원의 태도를 탐색하기 위해 그림책의 표지와 줄거리를 제시했다. 그리고 해당 그림책을 활용한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해 의견과 이유를 답변하도록 자료수집을 구성하였다. 이렇게 시각매체를 활용한 질적 자료수집 방법을 시각방법론이라 한다. 시각방법론은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질적 방법으로 자료 자체의 의미, 시각 자료 이면에 숨어 있는 사회적 관습과 영향, 시각 이미지를 보는 사람의 해석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다양하게 활용하는 연구 방법이다[28]. 시각방법론은 연구 주제에 대해 연구참여자에게 언어적 답변 대신 시각적 답변을 요청하거나, 시각자료를 사용해 연구주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자료수집 방법은 연구참여자가 시각매체를 통해 주제를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시각 자극으로 인해 인지적으로 활성화가 일어난다는 강점이 있다.
그림책은 그림과 이야기가 조합되어 언어적 자극과 시각적 자극을 모두 주는 매체이면서 유아 교육에서 자주 사용되는 교육 매체이기 때문에 본 연구의 자료수집 매체로 활용되었다[31][32]. 자료수집을 위한 그림책 선정은 미국의 The Conscious Kid에서 권장하는 젠더감수성 관련 그림책 목록을 참고하였다. The Conscious Kid는 아동에 대한 교육과 정책을 제안하는 비영리 기관으로서 아동 관련 출판사, 아동도서관, 학교 등과 연계되어 있다[33]. 이 기관에서 배포한 젠더 감수성과 관련된 그림책의 추천 목록을 참고해 본 연구 주제에 해당하는 두 권의 그림책을 선정할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에게 제시한 그림책의 제목은 『남자아이들을 위한 분홍색(Pink is for boys)[34]』과 『헤더는 엄마가 두 명이에요(Heather has two mommies) [35]』이다. 첫 번째 책의 내용은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특정한 취향을 강요하는 것을 지양하고 유아가 자신의 흥미와 욕구에 따라 무엇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 번째 책은 엄마만 두 명인 가정에서 성장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성지향 개방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연구자들은 선정 그림책의 표지와 줄거리를 연구참여자들에게 제시하고 프로토콜서술을 요청했는데, 젠더 감수성 교육에 대한 의견과 이유를 기술하는 형식을 취했다. 여기서 프로토콜서술이란 교육학에서 주로 사용된 자료수집 방법으로 연구주제에 대한 연구참여자들의 추론, 의견 등의 인지 과정에 중점을 둔 질적 자료수집 방법이다[29]. 글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반성적 사고가 일어나고 인지적 활성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태도를 자료수집하기 적합하다. 본 연구에서는 “위의 도서를 가지고 어린이집 및 유치원에서 독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그림책을 활용하여 유아에게 젠더감수성 교육을 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또한, 아래에 “그 이유를 가능한 한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라고 요청하여 연구참여자의 교육에 대한 태도가 드러나도록 자료수집을 진행하였다. 따라서 이유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태도가 내포되기 때문에 보육교직원이 가지고 있는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태도를 보다 심층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227명에게 각 A4 용지 2장 분량의 프로토콜서술 답변을 수집할 수 있었다.
3.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수집된 자료를 두 가지의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먼저, 연구참여자가 표시한 찬반 의견의 빈도를 정리하여 응답의 경향성을 확인하였다. 또한, 원장과 보육교사 간의 교차분석을 통해 직종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원장과 보육교사 간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의 프로토콜서술을 질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본 연구의 프로토콜서술 답변은 중심주제 분석을 사용하여 질적으로 분석되었다. 중심주제 분석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분석된다[30]. 첫째, 응답의 일반적인 특성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자료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구 참여자의 서면 응답을 반복하여 읽었다. 둘째, 질적 정보를 코딩하고 초기 의미단위를 생성하였다[36]. 의미 단위는 자료를 구분하는 표식 역할을 하는 단어나 구로서, 연구자들은 자료를 읽으며 귀납적 방법으로 의미단위를 범주화하였다. 예를 들어 “어린 유아들의 고정관념이 생기기 전에 다양한 색깔로 자신을 표현해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같이 활동해 본다면 생각과 행동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라는 프로토콜 서술 내용을 “고정관념 생성전 교육 필요”, “생각과 행동의 확장”으로 의미단위를 추출하였다. 이렇게 추출한 의미단위는 유사한 의미단위별로 범주화하였다. 셋째, 의미단위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한 후 중요한 범주를 만들었다. 본 연구에서는 범주화 과정에서 원장과 보육교사의 응답이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원장과 보육교사를 보육교직원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간주하고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전체 데이터에 적합한 범주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범주를 주제로 구성하고 선행 연구와 이론을 이용하여 결과를 해석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구참여자는 태도의 근거로 “사회적 포용성”, “발달적 적합성”, “합리적 실행성”, “교육적 효과성”으로 범주화되었다.
또한 본 연구는 예외사례분석(negative case analysis)과 동료 간 협의(peer debriefing)를 통해 질적 연구의 타당화 검증(verification)을 실시하였다. 타당화 검증이란 Creswell이 질적 연구가 신뢰롭게 수행 되었음을 검토하기 위해 제안한 연구 방법이다. 양적 연구에서 이루어지는 신뢰도(reliability)나 타당도 (validity)와는 달리 질적 연구의 타당화 검증은 연구자의 가치가 개입된 과정을 평가하여 질적 연구의 궁극적 목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를 획득하도록 한다[37].
Ⅳ. 연구결과
본 연구는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찬반을 표시하고 이에 대한 이유를 서술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표 2]에 따르면, 성역할 유연성이 주제인 그림책을 활용한 교육 시행에 대해 찬성한 연구참여자는 91.6%(208명)이고, 반대는 7.5%(17명)이다. 성지향 개방성이 주제인 그림책을 활용한 교육 시행에 대해 찬성 의견은 40.5%(92명), 반대 의견은 53.3%(121명)로 나타났다. 성역할 유연성을 주제로 한 그림책은 찬성의견이 대다수지만 성지향 개방성을 주제로 한 그림책은 반대 의견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보육교직원의 젠더감수성 태도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표 2. 젠더감수성 교육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 (N = 227)
연구참여자가 작성한 서술 자료는 중심주제 분석을 통해 질적으로 분석되었다. 이를 정리하면 [그림 1]과 같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성역할 유연성 교육과 성지향 개방성 교육에 대한 태도를 정할 때 공통적으로 네 가지 준거를 고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교육 주제 자체에 대한 바람직성을 고려하고, 그 다음으로 교육 실행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를 했으며, 최종적으로 교육 결과를 예측하여 태도를 정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 가지 준거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그림 1. 보육교직원의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태도
첫째, 연구참여자는 사회적 포용성에 따라 태도를 정했다. 사회적 포용성이란 현재 한국 사회가 해당 교육 주제를 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이다. 사회적 포용성은 주로 사회복지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크게 제도적 포용성과 시민의 포용성으로 구분된다[38]. 제도적 포용성은 객관적인 지표에 근거한 포용성이다. 시민의 포용성은 시민이 인식하는 포용 정도로 주관적이지만 사회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둘째, 연구참여자는 발달적 적합성에 따라 태도를 정했다. 발달적 적합성이란 교육 대상의 발달 수준이 교육 주제에 적합한지에 대한 고려이다. 본 연구에서는 교육 대상을 유아로 정했으므로 해당 주제가 유아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지를 고려하였다.
셋째, 연구참여자는 합리적 실행성에 따라 태도를 정했다. 본 연구에서 합리적 실행성이란 교육 주제를 적절히 실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이다. 앞의 두 가지 준거가 교육 주제 자체에 대한 기준이라면 합리적 실행성은 교육자로서 교육 실행을 검토한다는 점에 현실적인 고려가 담겨있다.
넷째, 연구참여자는 교육적 효과성에 따라 태도를 정했다. 교육적 효과성이란 교육 주제에 따라 교육을 행했을 때 나타날 효과에 대한 고려이다. 효과는 사전적으로 어떤 목적을 지닌 행위에 의하여 드러나는 보람이나 좋은 결과를 지칭하는 용어로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단어이지만 본 연구에서는 교육적 효과성이라는 용어로 교육 효과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부작용에 대한 우려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연구참여자의 진술을 분석한 결과, 앞의 세 가지 준거를 고려하여 교육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을 알 수 있다.
1. 성역할 유연성
본 연구에서 성역할 유연성 교육 시행에 대해 찬성 의견은 91.6%(208명), 반대 의견은 7.5%(17명)로 나타났다. 성역할 유연성 교육에 대해 사회적 포용성 측면에서 이미 성평등과 반편견 교육이 시행되고 있고, 성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사회적으로 포용되는 주제로 인식하였다. 발달적 적합성 측면에서 편견 전조가 나타나는 유아에게 교육 주제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였다. 합리적 실행성의 측면에서 성역할 유연성 교육은 실행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교육적 효과성 측면에서 대다수가 교육을 통해 아동 개개인이 존중되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1.1 사회적 포용성
연구참여자는 성역할 유연성 교육이 사회적으로 포용되는 주제라고 인식했다. 성역할 유연성 교육은 기존의 성평등 교육이나 반편견 교육과 유사하다. 따라서 참여자는 유아 대상으로 성교육이나 반편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교육 제도에서 성역할 유연성이 포용된다고 해석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성역할 유연성 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보육현장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는 유사한 교육의 경험을 언급했다. 성평등 교육이나 반편견 교육을 경험한 다수의 보육교직원들은 성역할 유연성 교육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어린이집에서도 꾸준히 성교육을 통해 남녀평등에 관한 교육내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교사224)
성역할 유연성 교육에 대한 태도에서 빈번하게 언급된 단어는 평등이었다. 대다수의 연구참여자는 현재 한국 사회를 성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하거나 성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라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 시민이 성평등의 가치에 이미 동의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성평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성역할 유연성 교육이 사회적으로 포용된다고 생각했고 성역할 유연성 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예전에는 성별을 구분 지으며 고정관념을 인식해 왔는데 현재는 성별로 구분 짓는 것이 무의미하고, 남녀가 평등하다.”(교사080)
1.2 발달적 적합성
성역할 유연성 교육이 유아의 발달 수준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연구참여자의 대다수였다. 연구참여자는 유아의 편견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였다. 유아의 편견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도 있었고, 유아의 편견 없는 모습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도 있었다. 이러한 진술은 상반되어 보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과 편견 전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유아기는 편견 전조의 시기이므로 유아는 성인의 편견을 모방하기 시작한다[8]. 따라서 편견 행동을 보이는 부분이 있고 아직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유아가 성별과 관련된 편견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유아의 행동은 차이를 보였을 것이다.
“보육현장에서 일상을 하면 유아가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이래야 해’와 같은 말을 한다. 이처럼 교사가 이야기하지 않았던 편견이 종종 발견되기 때문에 해당 도서를 통해 유아들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된다.”(교사129)
“우리 반(만 3세)에도 머리가 긴 남자아이가 있는데 예상외로 친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던 것에 놀랐다. 유아기에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닌 자유로움을 배울 수 있다면 아이들의 정서와 관념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교사108)
유아의 편견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는 성역할 유연성 교육이 유아기 편견을 수정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발달에 적합하다고 주장하였다. 유아의 편견 없는 모습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도 예방적 차원에서 성역할 유연성 교육이 유아에게 적합하다고 평가하였다. 유아가 아직 편견을 보이지 않는다고 답변한 연구참여자 중 소수만이 유아기에 아직 편견이 고착화되지 않았으니 성역할 유연성을 교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성역할 유연성 교육이 편견이 고착화된 성인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교육은 아이들이 이미 고착화가 된 상태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아이들이 아닌 양육자가 변해야 하므로 양육자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원장026)
1.3 합리적 실행성
연구참여자는 아동을 교육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교육을 실행할지에 대해 고려하였다. 다수의 참여자는 성 역할 유연성 교육이 사회적으로 포용되는 주제이며, 유아의 발달 수준에 맞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또한, 교육을 실행하기에 용이한 교육 주제라고 판단하였다. 이미 유사한 교육을 수행해본 보육교직원은 해당 교육 주제를 실행하는 것에 자신감을 보였다. 성역할 유연성 교육을 주제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제시하거나 구체화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연구참여자도 있었다. 이는 현장 전문가이기에 특징적으로 나타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색깔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한 **색!’의 형식으로 제목을 새롭게 만들어보며 편견 없이 동화책을 읽어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교사216)
일부 연구참여자는 교육을 실행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들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성역할 유연성 교육이 주입식으로 이루어지거나, 성인의 편견이 아동에게 전달될 수 있으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진술했다. 어떤 연구 참여자는 “남자아이들을 위한 분홍색”이라는 제목이 오히려 성별을 구분짓는다고 지적하였다. 제시한 그림책의 내용과 질문의 의도를 오해한 답변이었지만 오히려 교사들이 교육을 실천할 때 매체 선정에서도 세심한 고려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교육은 양육자가 편견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영유아기 시기부터, 생활에서부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원장035)
1.4 교육적 효과성
연구참여자는 성역할 유연성 교육의 효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표현하였다. 대다수의 연구참여자는 성역 할 유연성 교육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하였다. 성역할 유연성 교육의 효과로 빈번하게 언급된 단어는 존중이었다. 연구참여자는 성역할 유연성 교육을 통해 아동이 성별에 얽매이기보다는 개개인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길 기대했다.
“세상에는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듯이 개인마다 좋아하는 것과 추구하는 것이 다 다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즐기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교사079)
소수의 연구참여자는 성역할 유연성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성정체성 혼란을 우려하였다. 한 연구참여자는 “이러한 교육으로 아이들의 성정체성을 혼란시킨다면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라며 강한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이는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논의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의견이다. 하지만 성역할과 성정체성에 대한 선행 연구를 보면 성역할 유연성 교육을 통해 성정체성을 보다 깊이 탐색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8][27]. 성역할은 성별에 따라 사회 내에서 적합하다고 인식되고 기대되는 행동, 성격, 태도 등을 이르는 용어이고, 성정체성은 성별에 대한 내면적인 자아의식을 뜻한다[14]. 인간은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선호를 탐색하며 정체성을 형성한다[8]. 이때 정체성의 탐색이 편견이나 배타적인 태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교사는 차이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유아가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27]. 따라서 성역할 유연성을 교육하면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탐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2. 성지향 개방성
본 연구에서 성지향 개방성 교육 시행에 대해 찬성한 연구참여자는 40.5%(92명)이고, 반대는 53.3%(121명)로 나타났다. 성지향 개방성 교육에 대해 사회적 포용성 측면에서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동성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어 포용되지 않는 주제로 인식했다. 반면, 동성결혼 가능한 해외 사례가 있음으로 포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교육을 현재의 사회적 포용성에 맞출 것인지, 미래의 사회적 포용성이 나아갈 방향에 맞출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발달적 적합성 측면에서 유아에게 동성 가족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과 유아보다는 청소년기나 성인에게 적합한 교육 주제라는 의견이 있었다. 합리적 실행성의 측면에서 교육 주제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어 실행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교사가 가지고 있는 편견으로 인해 실행하기에 곤란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교육적 효과성 측면에서 아동이 혼란스러워할 것이라는 의견과 아동이 변하는 가족의 개념을 배우는 것이 오히려 사회의 혼란을 줄이고 아동의 사회 적응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2.1 사회적 포용성
성지향 개방성 교육에 대해 사회적 포용성 측면에서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제도적으로 포용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동성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한국의 분위기가 있어 시민도 아직 동성 결혼에 포용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연구참여자 중 한 명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은 힘든 내용이지 않나 싶다.”라며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였다. 따라서 성지향 개방성 교육은 사회적으로 포용되지 않는 주제로 판단해 부정적인 태도가 다수였다.
“아직 우리나라는 동성 결혼이 법으로 허용되지 않아 흔한 일이 아니다(쉽게 볼 수 없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해도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교사078)
소수의 연구참여자는 동성 결혼이 가능한 해외 국가가 있어 한국에서는 특수한 사례일지라도 존재하는 가족이므로 유아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서술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국내에만 있더라도 해외의 사례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상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의 일부는 현재 한국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이슈가 드러나고 있어 앞으로 성지향 개방성 교육이 필요하고 인식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동성 결혼이 가능하지 않지만 다른 몇 나라에서는 합법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같은 성별이 어도 이상하지 않음을 알아야 하며 세상에는 여러 유형의 사람이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교사077)
“가족은 엄마, 아빠로만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 않고 엄마만 둘인 가정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며 구성원이 다른 가족들이 많이 생겨날 것 같아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알려주면 좋겠어요.”(교사136)
연구 결과에서 가족 구조와 형태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이 중요한 판단 근거로 나타났다. 과거 한국 사회는 제도적으로도, 시민의 인식적으로도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형태를 정상 가족으로 지칭하고 그 외의 가족은 결손 가족으로 지칭하며 소외시켰다. 현재는 가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보다 한부모 가족, 이혼 가족, 조손 가족 등 각 가족 형태에 따라 다른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시민의 인식 측면에서도 편부모 가족이라는 용어에서 한부모 가족이라는 용어로 변화한 것처럼 부정적인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 연구참여자는 동성 가족을 현재 한국 사회에서 포용되는 가족과는 다른 형태이며, 포용되지 않는 가족 형태로 인식하고 있었다. 동성 가족 형태가 포용적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연구참여자의 교육 태도는 차이를 보였다.
“기본적인 사회 구성원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 구성원에 엄마가 두 명 또는 아빠가 두 명은 건강한 가족 구성원이 되기 힘든 상황입니다.”(원장 005)
“다문화가정, 1인 가정, 조손가정, 소년소녀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는데 젠더에 관련된 부분을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우리 주변에도 이런 가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눠주면 좋을 것 같다.”(교사150)
2.2 발달적 적합성
일부 연구참여자는 유아에게 반편견 교육의 일환으로 성지향 개방성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성 지향에 대한 내용이나 가족의 형성과 같은 자세한 내용은 유아가 이해하기 어렵지만 다양한 가족의 일부로 존재를 알려주는 정도의 교육은 유아 수준에서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요즘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므로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쉽게 접근하여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교사203)
연구참여자의 다수는 성지향 개방성 교육이 영유아에겐 이르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나타났는데, 첫 번째 내용은 유아기에는 보편적인 가족 형태를 교육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두 번째 이유는 성지향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에 교육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이유였다.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는 힘들 듯하다. (중략) 중학생 정도 되어 성인식이 잡힌 아이들에게는 교육하면 좋을 듯하다.”(교사083)
2.3 합리적 실행성
연구참여자는 성지향 개방성 교육을 실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음을 고백하였다. 성역할 개방성은 최근에 떠오르는 주제이기에 유사한 교육을 해본 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경우 아동에게 설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육 주제에 적합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엄마, 아빠가 있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주고 설명할 때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교사로서 수업을 준비하여 활동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중략) 아이들에게 수업한다는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교사057)
성지향 개방성 그림책에 대해 많은 연구참여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거부감으로 인해 교육을 실천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진술했다. 한 연구참여자는 “저는 편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자신은 교육을 실천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경우 교사의 가치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에 교육 주제에 따른 교육이 진행되기 어렵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 같이 교사의 태도와 편견은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사가 교육 중에 거부감과 거리낌을 지속해서 표현할 경우 오히려 아동의 편견이 강화될 수 있다.
“아이에게 읽어주고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해 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직 제가 이런 것들에 대한 것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읽어주기 불편하고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해 줄지도 난감합니다.”(교사193)
2.4 교육적 효과성
본 연구의 참여자는 성지향 개방성 교육으로 인한 결혼과 가족의 개념에 대한 혼란을 우려하였다. 사전적으로 결혼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는 것으로 명확히 남녀가 맺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14]. 또한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으로[14], 일반적으로 부부 중심의 집단으로 인식된다. 연구참여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결혼과 가족의 개념이 변하면 아동이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이런 주제의 그림책을 활용해 활동하면 안 된다. 남녀가 결혼해 이룬 가정에서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기에 혼란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교사146)
다른 연구참여자는 성지향 개방성 교육을 통해 오히려 변화에 대한 혼란이 줄어들고 다양성이 존중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시대에 따라 가족의 개념은 변하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아동의 적응에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우리나라에서의 동성 결혼은 허용되지 않고 실제적으로도 사회에서 다소 접하기 어렵지만,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드러남에 따라 이런 가족이 문제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며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교사171)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보육교직원의 유아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태도를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른 논의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보육교직원은 발달적 적합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포용성도 고려하여 태도를 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론에서 언급한 나다움 어린이책에 대한 비판과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비판은 아직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이 낮음을 보여준다[4][5]. 최근 한 교사가 성교육 시간에 교육 자료로 상영한 영상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징계를 받는 사건도 발생했다[39].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사회적 포용성이 낮은 교육으로 인한 교직원의 딜레마와 부담을 보여준다. 교육적 효과성 측면에서도 낮은 사회적 포용성으로 인해 교사가 부정적인 태도로 교육에 임한다면 교사의 편견과 부정적 관점이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해외에선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기존에 이루어진 성역할, 성폭력, 결혼, 가족의 가치를 담은 전통적인 성교육의 내용에 다양성의 공존을 포함하도록 연구와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40][41]. 이러한 해석이 교육의 사회적 기능을 간과한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42]. 하지만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최소한 해당 교육이 사회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예측되어야 교직원이 긍정적인 태도로 교육을 시행할 수 있다. 교육에서 어떤 사회적 영역을 다룰지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넓혀가야 한다. 본 연구의 결과가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촉진하길 기대한다.
둘째, 젠더감수성 교육의 합리적 실행성을 보장하기 위해 표준 지침을 만들어가야 한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교육 실천을 위해선 합리적 실행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합리적 실행성은 구체적인 실행 지침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침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여 교육의 합리적 실행성을 높일 수 있다[43]. 이미 교사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합리적 실행성을 향상시킬 방법은 지침의 마련과 교사 교육의 확대이다[25]. 본 연구의 참여자 중 일부는 성역할과 성지향을 혼동하고, 성지향과 성정체성을 혼동하였다. 지침은 용어를 명료화하고 젠더감수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례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무지의 상태에서 지침도 없이 젠더감수성 교육을 교사의 재량에 맡기는 것은 교육적 효과성을 낮출 뿐만 아니라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교육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젠더감수성 교육에서 지침 마련은 필수적이다. 본 연구가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담론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을 바탕으로 추후 연구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수도권에 근무 중인 보육교직원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따라서 다른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가진 대상을 이해하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하여 지역과 계층을 고려하여 연구참여자를 모집하거나, 학부모를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여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해석주의에 기반을 둔 질적 연구로 이루어졌다. 질적 연구는 일반화가 목적이 아니므로 연구결과를 보편적인 보육교직원의 인식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후속 연구에서는 다수의 연구참여자를 대상으로 양적인 방법으로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태도를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프로토콜서술을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프로토콜서술은 연구참여자의 인지적 활성화에 기여하는 자료수집 방법이다. 따라서 주제에 대해 탐색적으로 탐구한 본 연구에는 적합한 자료수집 방법이다. 후속 연구에서 정서적인 부분까지 연구하고자 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질적인 자료수집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심층면접을 통해 소수의 연구참여자 를 대상으로 질적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는 다음과 같은 의의가 있다. 첫째, 보육교직원을 대상으로 젠더감수성 교육 태도를 연구하여 현장 전문가의 태도를 탐색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고려 사항까지 도출하였다. 본 연구는 교육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학술적으로 분석하여 교육 시행 방향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둘째, 시각 자료를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익숙하지 않은 젠더감수성 교육의 개념을 시각화하고 구체화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논의 사항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젠더 감수성 교육의 기초자료를 제공함에 따라 이후 젠더감수성 교육에 대한 담론을 촉진하고 젠더감수성 높은 사회를 이루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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