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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Cultural Intermediary Characteristics of Korean Musical Enthusiasts: Focusing on the 'Live TALK' Chat Record of the Musical Marie Curie

한국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문화매개자적 특성 연구 : 뮤지컬 <마리 퀴리> 라이브 TALK 채팅을 중심으로

  • 강주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한국학과)
  • Received : 2021.08.12
  • Accepted : 2021.10.07
  • Published : 2021.12.28

Abstract

This study aims to identify the characteristics and meanings that Korean musical enthusiasts take on as cultural intermediaries of musical content by analyzing the real-time conversations they have while watching musicals performed in online spaces. To this end, the 'Live TALK' chat during the 'ontact' (online contact) performance of the musical Marie Curie was observed in real-time and subsequently analyzed in terms of the characteristics of online cultural intermediaries: their owned capital, their mediating language, and their relationship with the consumers. As a result of the analysis, musical enthusiasts were found to possess a wealth of cultural capital based on practical experience and inquiry, and to be utilizing specific identifying expressions in their language use. In addition, they appeared to be interactive in their communication with the general audience, which could be seen in the flow of spontaneous conversations as well as questions and answers occurring in the live chat.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confirming that musical enthusiasts are positioning themselves as new cultural intermediaries through their cultural practices: taking on the role of guides and mediators in the online space 'Live TALK.'

본 연구는 한국의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상연되는 공연을 보며 실시간으로 나누는 대화의 내용 분석을 통해 이들이 뮤지컬 콘텐츠의 문화매개자로서 가지는 특성과 의미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뮤지컬 <마리 퀴리>의 온택트 공연 라이브 TALK 채팅에 참여하여 이들의 대화를 관찰하고 온라인 문화매개자적 특성 중 소유 자본의 특성, 매개언어의 특성, 수용자와의 관계에 맞추어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은 실제적인 경험과 탐색을 통해 풍부한 문화 자본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언어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일반 수용자와 소통에서는 상호교류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즉각적인 대화나 문답의 흐름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라이브 TALK 채팅이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안내자이자 중개자 역할을 하는 마니아 관객들의 문화실천을 통해 이들이 새로운 문화매개자로서 위치하게 됨을 확인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Keywords

I. 서론

이 연구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한국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들의 문화매개자 적 특성을 밝히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온라인 공간 중 하나인 ‘라이브 TALK’ 채팅창을 관찰하고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바탕으로 내용 분석을 실시하고자 한다. 내용 분석의 틀은 부르디 외의 문화매개자 개념을 온라인 공간에 접목시킨이상길의 논의를 중심으로 할 것이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COVID-19,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업무들이 언택트(Untact)1 바람과 함께 비대면, 비접촉의 온라인 공간으로 대체되었다[1][2].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배우와 관객이 동시에 일정한 공간에 존재하는 것을 담보하는 ‘현전성(現前性, presence)의 예술’인 공연 [3] 역시 원격으로 접하며 온라인 공간을 통해 감상하는 온택트(Ontact) 방식의 공연이 확대되고 있다[4]. 온택트란 앞서 설명한 언택트(Untact)에 온라인 (Online)의 의미를 더하여 생긴 신조어로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 개념으로 사용된다[36]. 본래 공연은 현장에서만 경험 가능한 라이브니스(Liveness)가 중요한 요소로 존재하는 반면 온택트 공연은 이러한 라이브 니스를 상실한 무대로서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관객들이 손쉽게 접근함으로써 관객층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렇듯 온택트 공연의 도래로 관객과 무대의 시공간적 공존을 필수적 요소로 하였던 공연의 특수성은 그 범위를 벗어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언제, 어디에서나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공연예술은 일반인에게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며 그 특수한 관습(convention)으로 인해 연출가, 배우, 관객 등 무대를 재연하거나 관극하는 참가자들이 따르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5]. 이에 뮤지컬에 내재된대중성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기존의 공연을 관람한 경험이 없다면 비교적 진입하기 어려운 장르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 온라인으로 처음 뮤지컬을 접하는 일반 관객들은 음악과 함께 진행되는 서사가 다소 집약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며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공연의 내용이나 흐름이 빠르거나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다. 현장 공연의 경우 작품의 정보가 담긴 팸플릿이나 극장 내부에 전시된 자료를 통해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으나 온라인의 경우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뮤지컬이나 온라인을 통한 공연 관람이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공연 관계자에게서, 때로는 같이 공연을 관람하는 동료 관객에게서 관람의 방법이나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는 선행지식이 풍부한 뮤지컬 마니아 관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마니아 관객들은 오랫동안 공연을 감상한 경험자이자 다양한 작품 정보를 찾아 공유하고, 관련 커뮤니티나 블로그, 트위터를 통해 공연을 소비 및 매개하며 즐겨 활동하는 준전문가 그룹이기 때문이다[6][7].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마니아 관객들의 문화매개자 적 활동의 특성을 온택트 뮤지컬 <마리 퀴리>를 관람하며 드러나는 참여 방식 분석을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마니아 관객과 일반 관객이 한 공간에 공존하면서 나누는 대화의 내용과 구조를 바탕으로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또 이러한 역할이 향후 뮤지컬 공연에서 마니아 관객의 위치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도 함께 논의해 보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 대상

최근 온택트 방식으로 상연되는 공연의 경우, 공연이 중계되는 동시에 화면 옆 채팅창에서는 공연을 관람하며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채팅, ‘라이브 TALK’ 이 진행되는데 이를 통해 관객들 사이의 시간적, 정서적 라이브니스가 실현된다. 실상 온택트 공연은 사적 공간에서 화면을 통해 공연을 접함으로써 무대와 관객, 관객과 관객 사이의 공존이 불가능하여 시간적, 공간적 라이브 니스를 상실하게 되나 온라인으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채팅을 통해 자신이 혼자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인식과 정서를 바탕으로 한 관객들 사이의 라이브니스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관객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작품에 대한 감상과 의견, 정보 등을 주고받는데 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문화매개의 장이 되기도 한다[4].

본 연구는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며 문화콘텐츠의 안내자이자 중개자로서 활동하는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의 문화실천 방식과 그 특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온라인을 통해 상연된 뮤지컬 <마리 퀴리>의 라이브 TALK 대화를 분석하였다 [30]. 뮤지컬 <마리 퀴리>는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인 마리 퀴리의 삶을 담은 극으로 여성의 주체적인 서사를 다룬 한국의 창작 뮤지컬이다.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극 자체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으며 2021년 제5 회 뮤지컬 어워즈에서는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을 비롯해 대상까지 수상하였다[28]. 기존의 남성 배우 중심이었던 대학로 중소극장 뮤지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이 작품은 2018 창작산실 리딩 쇼케이스를 거쳐 시연 공연 후, 2020년 2월 초연되어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으며 같은 해 7월 재연 무대를 올렸다. 초연과 재연공연 중에는 각 한 차례씩 온라인 상연을 하였는데 이는 공연 자체의 홍보에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19로 공연 관람이 어려웠던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며 적지 않은 관객들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29].

연구자가 관찰한 온라인 채팅은 뮤지컬 <마리 퀴리> 재연을 관람하며 이루어진 대화로 2020년 8월 17일 20시에 네이버 TV와 VLIVE에서 중계된 공연이다. 영상은 사전 촬영된 것인데 각각 1막 2020년 8월 15일 18시 30분 공연과 2막 2020년 8월 7일 20시 공연으로 다른 날짜의 공연을 편집하였으며 이는 1막과 2막의 배우가 달라져 다양한 배우의 연기를 경험할 수 있게 하였다. 공연은 무료 상연으로 저녁 20시에 시작해 밤 22시 20분에 끝났으나 바로 종료되지 않고 40분 정도 더 관람할 수 있었다. 기계나 인터넷 사정에 따라 차이는 있었으나 대부분 23시까지 재생이 가능하여 20시에 바로 공연 관람을 시작하지 못하고 늦게 들어온 관객들도 처음부터 23시까지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채팅의 경우에는 관람하는 장면에 있어 시간차가 생기기도 하였다. 본 공연은 58만 뷰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29] 채팅창에서의 대화 또한 활발히 이루어졌다.

2. 연구 방법 및 분석의 틀

본 연구는 인터넷 에스노그라피(Internet ethnography) 를 바탕으로 한 질적 연구 방식으로 진행하였다[31]. 질적 연구는 연구자가 연구 대상의 일상에 참여하여 관찰하면서 그들의 경험 세계와 가치관 등이 반영된 현상을 바라보며 연구자의 주관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해석하는 연구 방식을 말한다[37]. 연구자는 본래 뮤지컬을 즐기는 관객이자 팬으로서 작품을 접하였으며 온택트 공연 관람 중 채팅 대화에서 일정 부분 반복되는 패턴과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뮤지컬 팬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기고 대화의 방식과 내용을 관찰하였다. 대화는 많을 때는 1초에 2~3개씩 올라오기도 하였는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질문에 대한 답이 한참 뒤에 달리기도 하였으며 미처 읽지 못한 이들이나 중간에 참여한 이들로 인해 같은 질문이 여러 차례 반복되기도 하였다. 연구자는 연구를 위해 다시 사이트를 방문하여 전체 댓글 13, 873개를 복기하였으며 처음부터 다시 읽은 후 이중 뮤지컬 마니아적 정체성을 보이며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18개의 대화명을 중심으로 댓글을 분석하였다. 대상이 된 대화명은 [표 1]과 같으며 이들은 많게는 335개에서 적게는 20개 정도의 댓글을 달며 참여하였다. 표는 많은 댓글을 단 대화명부터 순서대로 정리하였다.

표 1. 분석 대상의 대화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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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TALK 채팅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공론의 공간에서 작성된 대화로 사용된 닉네임은 개인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연구자가 수정하여 뒷부분을 ** 로 변환하였다. 대상이 된 18명 외에도 특정 이슈에 따라 일부 참여한 마니아 관객들도 다수 있었으며 이는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적 표현과 뮤지컬에 대한 선행지식으로 구별할 수 있었다.

표 2. 댓글에서 보이는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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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표현을 살펴보면, 먼저 ‘라듐’은 주인공인 마리 퀴리가 발견한 원소로서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에 뮤지컬 <마리 퀴리>의 팬덤은 ‘라듐 한 사발’, ‘라듐을 마셔 봅시다’ 등 라듐을 사용한 언어적 표현을 즐겼다. 다음으로 ‘삼각자’는 마리와 남편 피에르 사이의 애틋함을 상징하는 매개체로서 본 작품을 반복 관람하는 팬들은 자신들을 삼각자로 지칭한다. 마지막으로 배우를 호명할 때에는 ‘oo 배우님’이나 실명이 아닌 캐릭터와 배우의 이름을 더한 별명을 지어 부르는데 이러한 특징들은 이들이 단순한 일반 관객이 아닌 뮤지컬 마니아임을 드러낸다.

또 이들은 뮤지컬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미 몇 차례 작품을 관람하며 장면의 흐름을 알고 있어 주요 내용을 설명해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뮤지컬 노래인 각 넘버를 안내하였는데 노래의 제목은 물론 다음에 어떤 넘버가 나오는지까지 알려 주었다. 연구자는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18개의 대화명을 선별하였으며 이들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진 댓글을 중심으로 연구의 범위를 좁혔다. 대화 분석의 틀은 이상길[21]과 김수영[6]에 나타난 문화매개자 유형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재구성하였으며 이에 부합하는 대화 방식과 내용을 선정하여 정성 분석하였다.

표 3.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문화매개자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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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문화매개 활동은 온라인 공간에서 창작자와 수용자 사이의 상징적인 중개 작업을 나타내는데 이는 문화를 번역하거나 변형, 혹은 생산하는 활동을 포함한다. 이에 온라인 문화매개자는 축적된 문화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수용자 공중에게 콘텐츠에 대한정보를 제공하며 이를 위해 자신도 그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지식이 충족되어있어야 한다[21-23][25]. 앞서 언급했듯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은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일 작품을 여러 차례 반복 관람하기도 하여 작품에 대한 감식안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는 물론 타인의 작품 관람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한편,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활동함으로써 그 전달방식이나 언어적인 특성에 있어서 기존의 문화매개자들과 구분되기도 하는데 이들은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의 상호교류적 특성을 가졌으며 대체로 자율적인 방식으로 소통한다.

본 연구는 문화매개자의 활동 중에서도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채팅, 즉 ‘말하기’라는 언어적 매개 방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작품을 같이 관람하며 실시간으로 나누는 대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의 문화매개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Ⅲ. 이론적 배경

1. 한국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특성

공연에 있어 관객의 존재는 절대적인 것으로 관객이 없이 공연이 성립하기는 어렵다[38]. 뮤지컬은 공연예술의 한 장르로 관객과 배우가 한 공간에 공존하여 상호작용 및 소통을 통해 동일한 시간을 공유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공연예술 상품은 소유할 수 없는 무형성, 소멸성을 특징으로 하여 실제적인 관객의 참여와 기대가 중요하며[39] 관객이 공연장에 직접 참여하여 관람하지 않으면 그 대상의 성격과 가치를 알기 힘든 비가시적인 성격이다. 이에 미리 경험하거나 반품이 불가능한 경험재적 상품(Experience goods)인 공연은 경험을 하는 그 순간이 소비의 시간이 되기에 그 시간을 통해서야만 상품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공연을 관람하기 전 관객들은 공연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자신보다 먼저 공연을 관람한 다른 관객의 평가나 후기를 찾아보며 그 내용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다[6-10]. 또 공연을 관람한 후에는 자신도 SNS나 블로그, 공연 관련 사이트 등에 작품 관람 후기를 올리며 타인에게 작품 정보를 나누고 공유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작업은 일반적으로 작품이나 공연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뮤지컬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관람하는 마니아 관객들은 개인에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비교적 글 남기기에 적극적이며 그 내용이 자세하고 섬세한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마니아 내부에서 서로 다양한 후기, 감상평 등 작품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매개 활동을 한다.

대중문화에서 ‘마니아’ 집단은 하위문화 생성과 표출에 있어 드러나는 그들만의 정체성으로 최근 문화 연구 분야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특정 장르나 텍스트, 인물에 애착을 가지고 몰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그 분야에 대한 방대한 양의 정보와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거의 준전문가 수준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마니아는 팬 중에서도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이들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11]. 한국의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 또한 뮤지컬의 장르를 비롯하여 작품이나 배우 등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집단으로 일반 관객에 비해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작품을 접하며 정보를 수집하여 공유한다. 이들은 보통 한 달에 4회 이상 작품을 꾸준히 관람하고2 커뮤니티나 개인 SNS를 통해 다른 동료 관객들과 작품의 후기를 나눈다[6][7]. 또 다양한 작품은 물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경우는 동일한 작품이라도 여러 차례 반복 관람하는 특징이 있는데[4-7][12] 한 티켓 예매처의 분석 결과를 보면 이러한 반복관람 마니아 관객은 전체 관객의 20% 이상을 차지하였으며 이들 중 95%가 여성으로 나타났다[13]. 이는 뮤지컬의 주요 관객이 여성임을 반증하는 것인데 다양한 학술 연구에서도 뮤지컬 공연의 주요 관객을 20~30대 여성으로 보고 있다[15-17][34]. 이들은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이전 세대에 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것은 물론 다양한 문화 활동을 경험하며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취향 및 취미를 형성할 수 있었으며 성장한 후에는 여성의 사회생활이 활발해지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획득하여 비교적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가능해졌다[4][7]. 한편 청소년기부터 디지털기기를 사용하고 인터넷을 경험한 MZ세대로서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타인과의 소통이나 교류에 적극적이며 새로운 문화나 방식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기성세대에 비해 적다[17][18]. 특히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은 공연의 순간성과 일회성으로 당일에 관람한 공연을 기억, 보존하기 위해 글 쓰는 것을 즐기는데 이러한 글쓰기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다른 이들과 공유되어 정보 제공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4][7][10][27].

2. 온라인 공간의 문화매개자

‘문화매개자’는 부르디외가 1979년 발표한 『구별 짓기』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문화가 경제에 영향을 받는다는 관점에서 문화가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로 이동하게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개념이다[6]. 부르디외는 문화매개자를 ‘공예장인, 의료보건직 종사자, 비서’와 같이 중간계급의 신흥 프티 부르주아지에 해당하는 직업의 한 종류로 언급하며 다루었는데 구체적인 행위와 실천은 “남에게 상품을 권하고 이미지를 만드는 여러 종류의 직업(판매, 광고, PR, 패션, 실내장식 등) 과상징적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제도에서 자기를 실현하게 되”며 “문화생산 및 촉진에 종사하는 직업 (문화 활동 지도자, 학외 활동 교육자, 라디오 및 TV 제작자와 사회자, 잡지 기자 등)”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어떠한 정보나 재화 등을 제공하며 서비스를 하는 중개자의 위치에 있다[20].

이상길(2010)은 ‘매개자’라는 개념 속에 부르디 외가 문화 생산을 바라보는 특유의 시각이 있다고 하였는데부르디외는 작품의 생산이 가치를 비롯하여 그에 대한 믿음과 함께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어떠한 그림, 문학, 음악 등 예술 장르에 관해 ‘이것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고 이것은 옳은 것이다.’라는 믿음과 신념을 내재한자가 매개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작품을 중개하고 비평하는 것을 넘어 작품을 감상, 감식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며 창작자와 수용자 사이에서 가치와 의미 생산에 관여하는 존재들로 학력 자본을 바탕으로 한 전문적 아카데미 비평가와는 다른 행위자로서 구분되어 있다[21]. 특히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예술문화 콘텐츠의 경우 각 개인의 문화적 지식이나 경험에 따라 수용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데 민지은(2015)은 이를 ‘참조의 특성’으로 정의하였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받아들일 때 이전의 경험과 지식을 참조하여 콘텐츠의 위치를 정하는데 이와 유사한 경험이 많거나 지식이 풍부하면 더 많은 참조점으로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반면 생소하거나 복잡한 콘텐츠의 경우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22]. 이러한 과정에서 보면 ‘문화매개자’는 특정 문화 콘텐츠에 대한 가치와 신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며 수용자에게 참조점을 제공하여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는 중간자로서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22-25].

최근에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다양한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이를 통한 문화콘텐츠의 유통과 공유 및 생산과 소비도 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온라인 공간에서의 문화매개자 개념이 등장하였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문화매개가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상길(2010)은 온라인 공간에서 문화콘텐츠와 수용자 사이에 존재하며 문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번역하거나 생산하는 주체들을 온라인 문화매개자로 개념화하였다[21].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에서 행위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하여[26] 온라인 공간의 게시판, 블로그, 개인 SNS 등을 통해 타인과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데 이들이 생산하는 삼차텍스트(tertiary text)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창작 물과 수용자 사이의 문화매개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치시켰다. 삼차텍스트는 원본을 대상으로 수용자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담아 생산해낸 텍스트를 의미하는데 창작된 문화재화의 원본(일차텍스트)이나 이와 관련한 기사나 전문 비평, 광고처럼 제도화된 텍스트(이차텍스트)와 달리 전문가가 아닌 일반적인 수용자들에 의해 생산된다. 과거의 삼차텍스트는 단순히 문화 경험 후 구전되는 후일담 수준이었다면 최근의 삼차 텍스트는 문자화되어 온라인 공간에서 지속, 보존, 확산되어 생명력을 얻으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이는 삼차 텍스트의 이차텍스트화로 일반의 소비자들도 전문가에 못지않은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창작물에 관한 텍스트를 생산하며 창작자와 수용자 사이의 존재로서 매개자로 위치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35].

뮤지컬 마니아 관객 또한 소통과 텍스트 생산의 장으로서 온라인 공간을 이용한다. 이들은 공연 관람 후 공연에 대한 감동과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SNS에 글을 올린다. 그 아래에는 같은 공연장에 있던 사람들의 댓글이 달리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공연의 내용이나 줄거리뿐만 아니라 공연 관람 전 숙지하면 좋은 정보나 배우의 연기, 공연장의 상태 등 다양한 주제가 포함되기도 한다. 이러한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활동은 전통적 지식인 그룹의 문화매개자적 역할과 달리 취향을 형성하며 일정량의 문화적 권위와 새로운 소비주의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40]. 또한 특정계층으로 인함이 아닌 일정한 지식을 더 폭넓게 갖추어 얻게 되는 것이며 일상적으로 문화매개 활동을 하고 있어 김수영(2019)은 이들을 ‘일상적 문화매개자’라고 하였다. 이는 계층의 구별 혹은 특별한 이벤트로서의 행위가 아닌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여 일상의 연장 선상에서 후기나 감상평 등의 글을 쓰고 나누는 일종의 취향을 공유하는 취향 공동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6].

Ⅳ. 분석 결과

1. 경험으로 축적된 문화 자본

본 소절에서는 다양한 관극 활동으로 축적된 지식과 탐색을 통해 얻게 된 정보를 다른 동료 관객과 공유하거나 안내하며 참여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소유 자본의 특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연구자는 이를 작품에 대한 것과 뮤지컬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 살펴 보았다.

민지은(2015)은 문화매개활동을 제대로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관한 지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자신이 창작자 혹은 전문 비평가로서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와 관련한 예술 영역뿐만 아니라 그 배경에 관한 충분한 지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수용자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22].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 역시 아카데미를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거나 제도적으로 공인된 자본을 가진 것은 아니나 작품을 수차례 관람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 및 스스로 탐색하여 축적한 문화 자본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의 관람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뮤지컬 <마리 퀴리>를 관람한 마니아 관객들도 미리 작품을 본 경험자로서 먼저 휴지를 챙겨야 한다며 공연 시작 전부터 조언을 하였다.

ho** 옆에 꼭 휴지나 손수건 준비하세요ㅠㅠ

봄** 필수품 : 휴지, 먹을 거, 마실 거, 라듐 한 사발

월** 방구석 1열이니까 탈수 안오게 휴지랑 물 많이 챙겨두죠ㅋㅋㅋ

이에 아래에는 ‘휴지 필요해요?’, ‘휴지 준비됐습니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공연을 볼 준비를 하는 관객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이처럼 공연 시작 전에는 준비해야 할 사항과 함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났으며 공연 시작 후에는 자신이 보고 있는 장면에 대한 감상과 질문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이에 채팅에 참여한 마니아 관객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응답하며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의 지식은 본 작품을 이전에 관람했던 경험에서 얻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특징 중 하나인 반복관람에서 기인한다.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은 지속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면서 관극 경험을 쌓고 작품 관련 정보를 찾으며 지식을 얻는다. 때로는 같은 작품을 여러 차례 보기도 하는데 자신의 취향에 맞는 극일 경우에는 한 작품을 수차례 반복 관람하여 작품의 팬이자 마니아가 된다. 이들이 휴지를 준비하도록 조언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것이 아니기에 가능하며 작품을 초연과 비교하거나 이후에 나올 넘버를 안내하는 것 역시 이들이 작품에 대해 일정 부분 지식을 갖춘 마니아임을 보여준다.

ho** 전 관극할 때마다 엉엉 울고 나옵니다ㅠ

서** 어 그러게 쥐 옷 안 입네. 초연은 쥐옷입었는데ㅠㅠㅠㅠ

토** 회전무대 그대로구나

1** 재연에 와서 더 업적이 구체적으로 변했어요

C** 이 다음이 또 다른 이름이라고요

‘ho**’는 ‘관극할 때마다 울고 나온다’고 하였는데 이 ‘마다’를 통해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였음을 알 수 있었으며 ‘서**’, ‘토**’, ‘1**’의 경우도 초연과 같거나 달라진 의상, 무대, 내용을 언급하여 자신이 작품을 처음 관람하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었다. 또 ‘C**’은 다음의 노래가 ‘또 다른 이름’이라고 설명하며 이후 등장할 넘버에 대해 소개하였는데 자신이 이미 본 작품을 경험하였으며 넘버의 순서까지 알고 있는 어느 정도의 전문가임을 은연중에 표출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작품을 관람하면서 감상과 평가를 비롯하여 위와 같이 작품 외적인 이야기, 즉 작품을 1회 관람하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그 특성이나 역사, 변화 등과 관련한 정보도 알려주었는데 이는 이들이 본 작품에 관심 및 애정을 가진 적극적인 관객이며 마니아임을 드러낸다. 연구자가 선택한 18개의 대화명 사용자들은 모두 위와 같이 본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뮤지컬 장르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소유한 이들로, 이들의 댓글을 통해 본 작품이나 뮤지컬에 대한 지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작품에 대한 지식을 살펴보면,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은 작품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이러한 콘텐츠가 익숙하지 않은 일반 수용자와 창작물 사이를 좁혀줌으로써 문화매개자로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6][7][31]. 앞서 설명했듯 뮤지컬은 한정된 시간 안에 대사와 노래를 통해 작품의 내용을 전달하기에 압축적일 수 있으며 특히 뮤지컬 <마리 퀴리>는 실존했던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창작이 더해진 일종의 팩션(Faction)3으로 한 인물의 일생이 축약되어 전해져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에 공연을 자주 접하지 않았던 이들이나 작품에 대한 기본 정보가 부족한 관객에게는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명** 머리가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정상인가요..?

예** 너무 좋은데 아직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양** 이거 풀로 다 보여주는 건가요? 아니면 편집인가요? 뭔가 스토리가 뜍 끊기는 느낌....

아** 근데 원래 호흡이 이렇게 빠른가요?

카** 표현상의 한계로 좀 뚝뚝 나오는 듯 해요 원래 스토리가 길어서...

이로 인해 작품이 진행되면서 등장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묻는 질문이 종종 올라왔으며 여기에 일정 지식을 가진 마니아 관객들의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작품에 관해 설명하였는데 마치 공연 큐레이터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쓸 수 있는 댓글의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고 자신도 작품을 관람하면서 작성하는 것이기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마니아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정보 공유를 하고 있었다. 이는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추가적이거나 보조적인 설명이 많았다.

김** 저 때 근데 라듐 의료용에도 쓰고 그랬대요ㅜㅜㅜ

ho** 라듐이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서 엄청 유행했데요ㅠㅠ

봄** 어차피 다 라듐 중독자들이니까,,,,마우스 옷을 안 입고 직공 배우=실험쥐 배우인 건 직공=실험쥐라는 거

A** 실제로는 미국에 라듐공장이 있었고 10대~20대 여성직공들이 많이 죽었어요

서** 라듐걸스라고 책 읽어보시면 더 잘 알 수 있어요

특히 뮤지컬 <마리 퀴리> 팬덤 내부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이자 작품의 주된 키워드로 등장하는 ‘라듐’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당시 사회에서 라듐의 사용이나 역할에 대한 정보가 다수 제공되었다. 라듐의 위험성을 몰랐던 상황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작품의 흐름 속에서 무지한 행위를 하는 등장인물들을 안타까워하는 대화가 이어졌으며 당시 라듐에 대한 인식과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또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자나 관련 사건을 언급하며 다른 관객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안내하였다. 이들은 ‘마리 퀴리’ 라는 인물이나 특정 과학 지식의 전문가가 아니나 작품을 좋아하게 되면서 관심이 생겨 스스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 찾은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뮤지컬 마니아 관객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가시화된 문화 자본 소유자들이자 적극적인 소비집단으로[33] 일반 관객과 같은 위치에서 그들이 궁금해하거나 알면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설명해 주며 안내하는데 때로는 이들이 제공하는 지식의 내용이 학구적이거나 전문가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도 하였으나 이들은 같은 소비자이자 수용자 입장에서 작품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였다.

서** 피에르 독신주의자였던 것도 고증이라ㅋㅋ

ho** 첫쨰딸 이렌이 노벨상 받았을껄요?

C** 이렌 졸리오퀴리가 노벨상 받은 거 맞아여

C** 둘째 딸 이브 퀴리만 노벨상을 못 받았다며 집안의 수치라고 드립도 쳣죠ㅎ..ㅎ

또 이들의 매개자적 능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며 생긴 지식으로 작품을 처음 관람하는 관객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난해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같은 내용이 반복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 작품을 수용하는 데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는 댓글들이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압축적인 내용이나 빠르게 전개되는 장면으로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으며 노래나 퍼포먼스로 비유적으로 다뤄져 난해할 수 있는 부분을 비롯하여 역사적인 사실과 관련한 질문들이 올라올 때마다 마니아 관객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안내자가 되어 댓글을 달았다.

이** 실제로도 라듐 실험하다가 다쳐가지고 마차 못 피한 건가요?ㅠㅠㅠㅠㅠ

⤷서** 마차 사고로 죽은 건 팩트인데 라듐 때문인진 정확하지않아요

⤷욘** 실험 후유증인 방사능 피폭으로 다리 절어서 마차사고 못 피했다는 얘기가있어요ㅠ

G** 왜 루벤 싫어하는 거예요? 이제 보기 시작해서ㅠㅠ

⤷욘** 루벤이 라듐 사업으로 직공들 라듐하고 접촉시켰는데 직공들 다 방사능 피폭으로 죽었거든요.....

⤷욘** 근데 죽은 이유를 다 직공들이 문란해서 성병 생겨 죽은 거라고 고인 모독하고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어요

⤷1** 벤이 직공들 진료기록을 조작했어요

한편 다양한 정보 제공에 대한 부작용도 있었는데 앞서 설명하였듯이 일부 관객은 뒤늦게 공연 관람을 시작하여 시간차가 존재하였기에 자신들이 아직 보지 않은 장면에 대한 세세한 설명이나 비평 등을 불편하게 여기기도 하였다. 이에 스포일러(spoiler)를 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의 글도 종종 올라왔다.

박** 아니 스포하지맛ㅔ요제발

너** 아직 안나오는장면, , , 스포 말ㅇㅏ요~~~~

수** 헉 댓글 보지 말아야지 스포당한다아

다음으로 매개자적 역할이 뚜렷이 돋보이는 대화는 뮤지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주로 홍보하는 장면에서 관찰되었다. 이들은 관람 중인 뮤지컬을 극장에서도 꼭 보기를 권하며 작품이 현재 어떤 이벤트를 진행 중인지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할은 실제적 문화매개자인 제작사나 홍보 대행사에서 해야 할 일이지만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애착하고 있는 작품을 홍보하며 관련 정보를 제공하여 같이 관람하고 있는 다른 동료 관객들에게 알려주었다. 이러한 댓글은 <마리 퀴리>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컬 작품들로 이어져 마니아 개개인이 알고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현재 관람 중인 공연이 아니므로 작품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소개하지는 않으나 이후 온라인을 통해 상연이 예정된 뮤지컬 작품들의 제목과 날짜, 간단한 내용 등을 언급하며 작품을 직접적으로 홍보하는 역할을 하였다.

A** 8/17 20시 마리 퀴리8/31 20시 팬레터 9/1 20시 여보셔9/2 20시 적벽9/3 20시 더픽션

배** 31일에 팬레터 실황중계하는데 그날도 루 벤 배우님(양승리) 나오시는 거 같음 다들 보세요~~~|

구** 9월 2일 적벽 꼭 보세요 님들들 적벽적벽적벽. 적벽 판소리 뮤지컬이요!!!!!

솜** 8/31 ~ 9/2 쭉 생중계 하니까 많이 봐주세요!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정말 훌륭합니다

솜** k musical on air 라고 초록창에 검색해보시면 일정이나 캐스팅 내용 다 나와요 :)

또 중계를 통해 작품에 관심이 생겨 실제로 가서 보고 싶다는 댓글도 등장하였으며, 가서 본다면 어느 자리가 좋은지, 2층도 괜찮은지 등의 질문이 올라오곤 했는데 이에 마니아 관객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응답하였다. 현재 티켓을 할인하고 있다는 내용도 몇 차례 올라왔으며, 어디에서 예매할 수 있는지까지 알려 주고 있었다. 또 관람하기에 좋은 자리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올라왔는데 각자 음향이 좋은 자리, 무대 관람하기에 좋은 자리 등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d** 여러분 중계 보고 너무 재밌어서 실제로도 가보려는데 어느 자리 몇 열쯤이 제일 후기 좋나요??

⤷배** 오늘 내일 예매하면 전 좌석 30% 할인이에요

⤷ho*** op 중블이 최고입니다(목은 좀 아프지마뉴ㅠ) 또** 2층도 괜찮나여?

⤷qo** 2층은 2열부터...

⤷당** 2층 중간열 가봤는데 좋았어요 표정은 망원경으로 보구요

⤷당** 마리 퀴리 바닥조명이 에뻐서 2층 가는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이러한 정보는 직접 작품을 관람한 경험이 있거나 작품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이들만이 해줄 수 있는 조언으로 개인차는 있겠으나 다양한 자리에 앉아보고 난 후 얻게 되는 경험적인 지식이며 작품에 대한 정보들이 이미 숙지가 되어 있는 팬이자 마니아여야 나올 수 있는 즉각적인 대답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뮤지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일반 관객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특정 작품에 대한 홍보나 광고가 아닌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니아 관객의 정보는 다양한 작품을 고루 접한 뒤에 얻을 수 있는 ‘관객을 위한, 관객의 지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마니아 관객들은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 관객이 그들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6]. 그러나 이 온라인 채팅이 이루어지는 공론의 장에서 마니아 관객들은 특별한 경계 없이 자유롭게 일반 관객과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있었다. 또 뮤지컬을 알리고 홍보하며 마치 자신의 창작물을 소개하듯이 애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지식을 제공하며 문화매개자로서 위치하고 있었다.

2. 집단 내부의 언어 표현 사용

본 소절에서는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댓글에 사용된 배우의 별명과 은어적 표현 등을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드러나는 문화매개자적 텍스트의 특성을 살피고자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문화매개자의 비평 텍스트는 그 형식이나 전달하는 수단 및 방법에 있어 형태가 자유롭다고 볼 수 있는데 간단한 감상평부터 일기나 이야기, 혹은 평론까지 다양하다[21]. 다만 본 연구에서 사용되는 텍스트의 범위는 채팅, 즉 말하기에 가까운 구어 형식의 댓글로 감상평이나 사적인 대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문화매개자의 말하기는 그 사용되는 언어가 일상적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된 편안한 글쓰기로 자신이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이 그대로 드러나며, 뮤지컬 마니아역 시 집단 내부의 커뮤니티나 SNS 등의 언어적 표현과 단어들이 존재한다[4][6].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은 자신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나 트위터 등의 온라인 공간에서 또래 친구들이나 같은 마니아 관객들과 소통할 때 사용하는 언어 표현들을 라이브 TALK 채팅에서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만 그 수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는데 마니아 관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의 경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으나[7]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라이브 TALK 채팅에서는 비교적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순화된 표현들을 사용되었다. 그러나 종종 일정 부분에서 그 흔적들이 발견되고는 하였는데 배우들의 별명을 부르는 부분과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 단어들이 그것이다.

레** 옥마리 잘하냐고요? 마리 그 자체에요.

ho** 초연떄는 읹마리 혀라안느 별피에르 승리 루벤예지이렌으로 생중계해줬었는데ㅠㅠ

qo** 춘성안느 주기율표 안보고 왜 마리 얼굴만 봐? ㅋㅋ

‘향마리’, ‘옥마리’, ‘춘성안느’ 등은 모두 배우의 별명으로 ‘마리 퀴리’ 역할을 하고 있는 김소향 배우를 ‘향마리’, 옥주현 배우를 ‘옥마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춘성안느’, ‘혀라 안느’도 모두 마찬가지로 극 중 ‘안느’ 역을 한 이봄소리 배우, 김히어라 배우를 나타낸다. 배우의 별명은 각 개별 배우에 해당하는 것도 있으나 위와 같이 작품의 캐릭터와 연관된 별명들도 많다. 이 경우에는 매 작품, 맡게 되는 역할에 따라 별명이 달라질 수 있기에 뮤지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없으면 알기 어렵다[7]. 이러한 것은 일종의 그 팬덤이 가진 문화 자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팬덤의 문화 자본은 때로는 그들을 타문화 집단과 구분시키는 데 사용된다[35].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 역시 배우의 이름을 그들 내부에서 소통하는 데에 사용하는 별명으로 부르며 이를 통해 타 집단과 자신들을 구분하고 있었는데 이는 그들이 지속적으로 작품이나 배우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찾는 그룹으로서 쌓이게 된 일종의 내공 이자 지식이라고 볼 수 있으며 또 자신이 뮤지컬 마니아 관객임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이에 관련한 내용, 가령 배우의 별명이나 은어 등을 모르는 경우 자신이 알고 싶은 내용을 찾기 어려우며 글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길 수 있기에 그만큼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되는 집단 내부의 언어는 외부와 구별 짓는 활동이자[7] 그들만의 정체성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자가 선택한 18개의 대화명 사용자들은 모두 배우를 별명으로 부르거나 ‘oo 배우님’이라고 호칭하고 있었는데 이 역시 이들이 뮤지컬 마니아 관객임을 알 수 있게 하였다. 다만 이곳에서의 별명이나 은어의 사용은 해석 가능한 범위였으며 일부는 자신이 사용한 별명의 의미를 풀어 설명해 주기도 하였다. 아이디 ‘서**’의 경우 ‘안느 춘성’이라고 언급한 후에 ‘춘성’이 실제 배우의 이름이 아닌 별명임을 알리며 ‘이봄소리’라는 배우라는 것을 아래에 제시하기도 하였다.

서** 안느 춘성이요

서** 이봄소리배우님

이렇듯 라이브 TALK 채팅에서 보이는 마니아 관객들의 태도는 다른 뮤지컬 커뮤니티에서 드러나는 모습과 견주어 보았을 때 비교적 친절하였으며 서로를 구별 짓기 위한 언어의 사용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자신들만의 용어나 표현 등의 은어에 익숙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은어들은 뮤지컬 마니아 내부만의 용어가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이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표현들도 많았는데 주로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 잦은 젊은 세대들이라면 이해 가능한 수준이었다. 예를 들면 ‘존버(열심히 버티기, 뮤지컬에서는 특정 작품이 무대에 다시 오르기를 기다릴 때 사용하기도 함)’나 ‘어그로(도발, 시비, 상대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들게 하는 언행)’ 등인데 이러한 표현은 뮤지컬이 아닌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용어들이라고 볼 수 있다.

A** 존버 합니다..

ho** 말퀼 조명맛집ㅠㅠ

토** 어그로는 먹금합시다

토** 어그로는 반응을 주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dm** 옥마리 자첫이라 기대되네여 ㅠㅠㅠ

⤷야** 자첫이 무슨말이에요?

⤷월** 자첫은 처음 보는거요!

⤷레** 자신의 첫 관람=자첫

⤷ 야** 아 네네 ㅋㅋ

월** 라듐 시원하게 한사발

봄** 단체 라듐 한사발 파티해요 우리

레** 라듐워터 챙기셨나요?

또 작품의 제목을 줄여 부르기도 하는데 ‘마리 퀴리’ 를 ‘말퀼’로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줄임말은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흔한 언어 표현 방식으로 뮤지컬에서 역시 적용이 되었다. ‘먹금’, ‘자첫’도 같은 맥락으로 ‘먹금’ 은 ‘먹이 금지’의 줄임말로 아래에 댓글로 부연하였듯이 관심이나 반응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첫’의 경우 뮤지컬 마니아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위에 설명하였다시피 특정 작품을 ‘처음 관극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자둘’, ‘자셋’으로 확장되기도 하는데 마니아 관객들은 작품을 한 차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면 기본적으로 2~3회 이상 반복 관람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라듐 한 사발’은 작품의 특성과 관련한 것으로 채팅창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 중 하나였는데 뮤지컬 <마리 퀴리>의 팬덤, 마니아 관객들은 ‘라듐을 마신다’, ‘라듐 한 잔’ 등을 사용하며 작품을 관람하는 것을 빗대어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표현이나 용어들은 모두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거나 뮤지컬 장르 및 작품 등에 관심이 있고 꾸준히 정보를 찾아 축적한 이들에게 통용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이들에게 일종의 문화 자본을 축적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며 이를 통해 이들은 자신들이 뮤지컬 마니아 관객임을 드러낸다.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뮤지컬 마니아들은 마니아 집단 내부에서 통용되는 은어들을 사용하며 작품을 매개하고 있었으며 이는 같은 마니아 내부에서 쉽게 용인되었으나 뮤지컬이 익숙하지 않은 다른 동료 관객들에게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마니아 전용 커뮤니티 공간에서와는 다르게 질문에 답하고 용어를 설명하는 등 자신들의 표현을 소개하였는데 이는 기존의 내부에서만 주로 활동하였던 것에서 벗어나 타집단, 즉 일반 관객으로 범위를 넓히며 활동하는 문화매개자의 역할을 보여주었다[4][7].

3. 양방향적이고 즉각적인 소통 과정

본 소절에서는 채팅창에서 서로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으며 즉각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소통 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부르디외가 논의한 전통적 문화매개자가 문화 생산과 소비 사이의 매개 기능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었다면 온라인 공간에서의 문화매개자는 전문 직업군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들로 인터넷의 발달이 이들이 문화매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수단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34]. 온라인 공간에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개인의 생각과 견해를 표출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내용은 때때로 다른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공연의 경우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타인의 후기나 감상평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같은 수용자의 입장에서 상호적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후기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또 거기에 다시 답을 다는 등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하여 전통적인 문화매개에 비해 상호작용이 네트워크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된다. 이들의 관계는 사교적이고 교감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데 직업적인 태도가 아닌 개인의 취미나 취향을 공통으로 하는 집단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 이러한 상호교류적인 관계는 서로에 대한 의견과 대답, 적극적인 반응으로 빠르고 활발한 소통의 형태로 드러난다[6][21].

공연 감상과 함께 이루어지는 채팅에서도 이들의 양방향적 소통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채팅의 특성상 빠른 응답이 가능하고 즉각적인 반응 및 감상을 공유할 수 있다. 이들은 공연을 관람하며 특정 장면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남겼는데 그 아래에는 빠른 속도로 비슷한 의견, 공감의 반응이 달리기도 하였다. 물론 이것이 일대일 대화처럼 직접적인 양방향 소통은 아니나 같은 장면을 보며 여러 사람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네트워크적인 동시에 상호교류적인 성격의 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대화는 마니아 관객과 일반 관객이 함께 어우러져 구별 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1** 실제로 매독이라고 거짓으로 말했다고..

이** 아..알고있엇구나,... 그리고 임상실험을 할려고 저렇는구나..

욘** 네 지금 라듐으로 죽었는데 피해자인 직공 이성적으로 문란해서 매독 걸려 죽었다고 구라치는거예여

J** 지금도 여성차별 존재합니다~ 지금도 저때랑 크게 달라진 거 없어요~

꾸** 아직도 평등하지 않아요, 점수 조작해서 떨어뜨리는게 뉴스에 왕왕 나오더만..

M** 과학계뿐만 아니라 여성이 뛰어난 성과를 내면 발표조차 불가능한 경우들이 많았죠, 심리학계도 그랬음

이들은 마치 한 장소에 앉아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친구와 대화하듯이 자신의 견해나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으며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작품을 설명해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소통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실시간, 즉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적극적인 상호 교류를 나누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 밖에 질문이나 그에 대한 응답과 관련한 댓글이 많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실제적 문화매개자라고 볼 수 있는 제작사나 기획팀 관계자가 있었으나 공개적으로 제공되는 공지 사항과 같은 정보만을 일방향적으로 전달할 뿐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질의응답 등의 소통도 관객 내부의 수용자들 사이에서 해결되었다.

공연전시 뮤지컬 는 8시에 시작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공연전시 앞으로 하단 바를 옮기면 처음부터 볼 수 있어요. 라이브 뮤지컬 공연 실황 녹화 중계 오늘(17일) 11시까지 송출됩니다 :)

이렇듯 실제적 문화매개자들은 일방향적으로 특정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그쳤다. 반면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 내부에서는 온라인 공연 관람방법부터 작품이나 등장하는 배우, 진행되는 넘버 혹은 뮤지컬 장르에 대한 것까지 다양한 분야의 질문들이 올라오고, 동시에 실시간으로 마니아 관객들의 대답이 달리면서 적극적인 양방향적 소통이 이어졌다. 빠르게 진행되는 채팅 속도에 이미 올라온 이야기를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관객들의 비슷한 질문이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달리기도 했는데 이때마다 마니아 관객들이나 이미 정보를 들어서 숙지한 다른 동료 관객들은 계속해서 같은 답을 달아 주기도 하였다. 이 과정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질의응답의 상호작용을 통해 궁금한 것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라** 오늘 캐스팅 누구에요?

⤷김** 1막 옥주현 김히어라 2막 김소향 이봄 소리만 달라지고 나머지 배우님들은 같아요!

박** 언제거 녹화에요?

⤷C** 옥마리 공연은 15일 공연 녹화래요

시** 이거 나중에도 볼 수 있어요?

⤷욘** 다시 보기 안돼요 땡겨보면 땡겨보면 땡겨 본만큼 뒤에거 못봥요

햄** 근데 옥배우님 이마에 먼가여..?

⤷베** 이마 마이크

⤷햄*** 아하

L** 하얀 봉투 뭔가요?

⤷통** 안느가 준 흙

⤷ho** 폴란드 흙이요 길잡이 흙

구** 이 넘버 제목 뭐예요?

⤷C** 길이요~

이러한 실시간 질의응답은 공연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나 공연 장르가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작품을 이해하고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익히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질문에 대한 댓글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 즉 여러 사람이 답을 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서로의 다양한 생각이나 견해도 알 수 있어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 공연 관람이 끝난 후에도 채팅방을 나가지 않고 남아서 다른 공연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교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에도 마니아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시도하였고 이를 통해 문화매개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란** 팬레터 8월 31일 8시부터 합니다.

⤷라** 팬레터는 어디서봐여

⤷란** 팬레터도 여기서해용

⤷ 라** 고맙습니다 란**빔

⤷란** 란**이거든요 흥

때로는 일대일 형식의 대화가 몇 차례 이어지기도 하였는데 ‘란**’의 경우 자신의 대화명을 잘못 쓴 동료 관객에게 농담 섞인 핀잔을 던지며 응답하였다. 이렇게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상호교류적인 대화의 형태는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이 편하게 보였으며 그 순간을 공유하는 이들만의 정서적인 공감과 연대가 보이는 감정 표시도 잘 드러났다. 이런 형식의 대화는 마치 친구와 드라마를 보면서 같이 욕하고 울고 웃으며 수다를 떨 듯이 이루어졌는데 서로를 통해 카타르시스 느끼는 듯 보이기도 하였으며 일종의 동료애가 형성된 듯하였다. 상대를 알지 못하고 실제 대면한 적이 없음에도 가능한 이러한 정서적인 친근감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적인 특성은 물론 취향 공동체로서 뮤지컬에 대한 정보와 경험적 문화 자본까지 지닌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긍정적인 참여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방적으로 수용했던 지식의 흐름과는 다르게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만들어진 경험의 지식은 같은 방식으로 서로에게 전달되고 있었으며 이러한 상호적이고 네트워크적인 소통은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문화매개자로서 활동하는 데에 중요한 특징이 된다[4][6].

Ⅴ. 결론

문화매개자는 문화콘텐츠와 수용자 사이에서 비평이나 작품해설 등을 통해 콘텐츠를 설명하고 안내하여 그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뮤지컬의 경우 대중문화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장르로서 이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온택트를 통한 공연 상연이 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뮤지컬과 일반 수용자 사이에서 중개자로서 역할 가능한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문화매개자적 특성을 살피고 이들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이를 위해 뮤지컬 <마리 퀴리> 온라인 공연을 관람하며 라이브 TALK 채팅에서 소통하는 관객들의 대화를 관찰하였다. 이를 통해 뮤지컬이라는 문화콘텐츠와 일반 관객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는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의 온라인 문화매개자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은 다양한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높은 문화 자본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거나 읽으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기도 하였고 이후 관람 가능한 다른 뮤지컬 작품의 이름과 날짜까지 안내하며 문화매개자 적 역할을 하였다. 이는 마니아 관객 자신들의 작품 관람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같이 공연을 관람하는 다른 관객들에게도 전달되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둘째,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은 자신들이 마니아로서 활동하며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하는 언어 표현들을 채팅에서도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배우의 별명이나 작품과 관련한 줄임말을 비롯하여 ‘먹금’, ‘어그로’ 등의 인터넷 은어들을 쓰기도 하였는데 이는 온라인 문화매개자들의 언어적 특성이기도 하다. 다만 일반 관객과 마니아 관객이 혼재하고 있는 채팅 공간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한 수준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간혹 누군가 단어나 표현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주어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고 있었다.

셋째,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은 채팅 과정에서 다양한 질문에 즉각적으로 대답하며 실시간 상호교류를 하였다. 누군가 질문을 하면 이에 대한 답이 달렸는데 워낙 대화의 양이 많고 속도가 빨라 시간차는 있었으나 여러 개의 응답이 줄줄이 달리기도 하였다. 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고 즉각적인 소통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의 특성에 부합하며, 일방적이지 않은 양방향의 소통으로 서로의 견해나 감정을 나누며 정서적인 교류를 하는 특징을 갖는다.

온라인 문화매개 활동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온라인공간에서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다양하게 형성된 온라인 속 공론의 장을 통해 가능해진 것으로 앞으로 그 활동의 범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마니아 관객들은 외부인이나 공론의 장보다는 자신들 내부의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을 더 즐기며 자신들만을 위한 문화매개자로서 활동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온라인 채팅을 통해 관찰된 대화와 특성들은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이 기존의 마니아 집단 내부에서 문화매개 활동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일반인과 뮤지컬을 연결하는 진정한 문화매개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시사해 주었다.

다만 본 연구는 뮤지컬 <마리 퀴리> 한 편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단일 사례 연구이므로 여기서 관찰된 결과만을 가지고 일반화시키기 어렵다는 점과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설계하였으나 연구자의 주관적인 해석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문헌을 통해 분석의 기준을 세우고 실제 사례인 온라인 채팅 대화를 정성 분석하여 연구함으로써 마니아 관객들의 문화실천 중 일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후에 본 연구를 바탕으로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과의 인터뷰나 설문 조사 등을 추가해 질적이고 실증적인 부분이 더해진다면 온라인 문화매개자로서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의 더 다양한 역할에 대한시사점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방안 모색도 가능할 것이다.

* 연구를 위한 자료 분석에 도움을 주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코레아노폰 연구원 선생님들과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더불어 세심한 심사평으로 글의 완성도를 높여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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