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최근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정보 및 지식과 관련된 가치가 중요한 정보중심사회로 들어섰다. 이에, 국가 사회의 환경변화로 인한 새로운 시스템의 고안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 중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것은 국가혁신체제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국가혁신체제론(NIS)는 국가과학기술발전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소들을 포함시켰던 혁신체제론[1]을 이론으로서 정립한 것으로, 기술혁신을 국가라는 커다란 시스템 속에서 파악하기 위한 개념적 틀[2]로 꾸준하게 검토되어 왔다.
허나 이런 국가혁신체제에 있어, 아직까지는 단순히 기술추격적인 방법 즉 기술(Technology)에 한정된 혁신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Nelson(1993)의 정의처럼 ‘상호작용이 국가 내 기업의 혁신성과를 결정하는 조직들의 집합체[3]’라는 시각을 비롯하여 최근 경제주체는 물론 사회문화까지 주요 변수로 포함해 정책 시야 범위를 확장한 것을 본다면 이제까지의 국가혁신체제의 관점은 협소했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성장을 위한 혁신을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요소도 중요하나, 위와 같은 사회문화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속에서의 핵심 기술은 디지털 기술의 확장으로 시작된 지능화 (Intelligence)가 기본이며 이런 지능화의 핵심은 컨텍스트(context)이다[4],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핵심 요소인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발전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기에 콘텐츠의 개발 및 연구 는 국가 성장을 위한 혁신에 필요한 여러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수많은 국가라는 범주 안에 속해 있는 콘텐츠는 다양하게 존재하나 그 중 문화콘텐츠는 최근 사회적 가치가 보다 ‘서비스화, 무형화’ 되어가는 추세 속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고수하며 동시에 국가적 사회문화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요소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문화콘텐츠는 국가로의 경제적 파급 효과에 있어 부가가치유발계수와 취업유발계수, 생산유발계수의 모든 측면에서 과학기술이 적극 활용되는 제조업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 최근의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5].
문화콘텐츠는 문화와 콘텐츠의 합성어로, 문화란 국가만의 특별한 물질적·정신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산업적인 관점에서의 문화콘텐츠는 관련 문화의 창출, 유통, 배급 등 여타 산업과 같은 발전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을 겪으므로 국가적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국가혁신론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는 향후 국내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넘어 변화하는 시대에서 국제무대로의 진출에 대한 한 발자국을 더 내딛기 위해 필요한 연구과제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연구의 맥락과 필요성을 기반으로 하여 우리나라와 제일 밀접하면서 산업적 교류가 많이 이루어지며 지리적·문화적 공통점이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는 중국의 국가혁신체제의 실태를 파악해보고 국내의 실태와 비교하여 국가 정책의 비교론적 관점에서 국가혁신체제라는 도구를 활용해 국내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살펴보는 새로운 시각의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중국은 최근 자주적인 혁신을 통해 21세기의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하고 있으며 원천기술 및 지적재산권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생산하여 세계 생산대국에서 세계적 지식창출의 본산, 인구대국에서 과학기술 강국으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들을 보이고 이를 국가 혁신체제로 이루고 있기에 중국의 사례를 통해 국내 국가혁신체제의 적절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의의가 있을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
1. 국가혁신체제
국가혁신체제(National Innovation System; NIS)란 Freeman(1992)[6]에 의해 처음 도입된 개념으로, ‘새로운 기술을 획득하고 개량하며 확산시키기 위해 관련 기술 행위와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공공 및 민간부문 조직 간의 네트워크’라 정의했다. 그에 의해 국가혁신체 제가 주목받기 전에는 국가의 제도적 요인이 국가 운영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파악되지 못했으나, 그는 당시 독일과 일본이 기술혁신을 왕성하게 추진하고 이를 활용하여 경제성장 및 성공을 이루어 낸 데 착안해서 제도적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후 Lundvall(1992)[7], Nelson and Rosenberg (1993)[3]에 의해 개념이 발전하게 되었고 향후 OECD (1997)[8]까지 이런 국가혁신체제론에 주목하여 관련된 표준 정의를 설정하였고 그 내용은 [표 1]과 같다. 무엇보다 가장 최근의 정의라고 할 수 있는 OECD의 국가혁신체제에 대한 접근은 비록 기술혁신에 초점을 맞춘 여타의 정의와 같으나, ‘혁신주체의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유용한 지식의 창출과 확산, 사용’을 통 해서 국가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전까지의 국가혁신이 기술 습득과 학습, 기술혁신에만 주목한 사실, 다시 말해 경제적으로 유용한 지식 즉 현 시점에서 국가적 차원으로 유용한 대상이라면 그것을 혁신주체의 지식 창출, 확산, 사용을 통해 기술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관점이다. 본고에서의 국가혁신체제의 관점은 OECD(1997)의 최근 정의에 따라 이를 문화콘텐츠에 적용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의 국가혁신체제의 정의는 ‘혁신주체’를 중심으로 하여 기술(technology)의 혁신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경제적으로 유용한(utility) 지식(knowledge)재산들의 창출과 확산, 사용을 통한 새로운 혁신(innovation)을 이루는 과정이라 조작적 정의한다
표 1. 국가혁신체제의 개념 변천
1.1 국가혁신체제의 특징
국가혁신체제의 개념은 다수의 학자가 정의함과 같이 ‘기술’ 그리고 ‘제도’에 기반을 둔 개념이다. 이에 기술 혁신이 제도화가 되고 나면, 안정성을 지니며 유지하게 되는 관성이 작용하는데 이런 관성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가혁신체제는 ‘경로 의존성’을 갖고 있는 특징이 있다[9]. 경로 의존성은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과 큰 연관성을 맺고 있는데, 기술혁신으로 인해 국가혁신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의존성에 의해 기존 방법을 고수하게 된다. 이것이 시대의 변화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성공적인 국가혁신체제로서 자리 잡게 되나, 그 반대의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국가혁신체제는 과거의 재벌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기에 과거엔 그 어떤 나라도 성취하지 못했던 성과를 가져왔으나 기존 성공을 견인한 제도에 고착됨으로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예시라 할 수 있다[10].
국가혁신체제는 정선양(2011)[11]에 따르면 구성요소가 크게 세 가지의 직접적 혁신주체와 이런 집단들의 혁신행위를 조정하고 있는 혁신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를 포함해 [그림 1]과 같이 네 가지의 주체로 형성된다. 혁신활동에 참가해 인력을 양성하고 기초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대학의 부문과, 혁신활동의 결과를 상업화시키고 국가경쟁력 향상에 직접 기여하는 기업부문, 그리고 이들 중간에 위치해 양자 간 효율적 연계를 담당하게 하는 연구기관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림 1. 국가혁신체제의 주체[11]
1.2 한국과 중국의 국가혁신체제
국내에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시행하는 부처의 다양화, 대기업의 연구개발 성장 등으로 인해 1990년대 후반부터 과학기술정책과 연관된 “지식기반경제”, “국가혁신체제”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12]. 송성수(2002)의 연구에서는 1990년대 후반 이후의 한국 과학기술정책의 주요 이념이 ‘지식기반경제의 정착을 위한 국가혁신체제의 선진화’라고 언급했듯 이를 위한 시스템적인 접근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시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 체제의 개편을 둘러싸고 있는 최근의 여러 대안들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그 방향성조자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이다[13]. 또한 한 연구보고서[14]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식기반산업의 GDP 대비 비중도 2013년 이래 정체를 보이고 지난 2015년 35.6%에서 34.6%으로 1포인트 하락한 반면, 중국은 2006년 20%대에서 2016년 35.2%로 급격하게 상승하여 한국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한국의 현 국가혁신체제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로서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혁신성장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혁신체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15]. 이에 대해 해결책으로서 앞으로 새로운 모습의 과학기술을 추구하는 방법, 즉 현재와 전혀 색다른 시각과 방식, 시스템을 구축하는 신(新)과학기술정책을 전개해야하며 이를 위해 선진국 수준의 창의적 연구 수행, 경제논리에서 벗어난 국가발전을 위한 가치창출에 초점을 두어야 하고, 선진화된 생태계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16].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뉴노멀 시대의 도래 이후로 최근 중국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한 내생적인 성장체계 구축 및 혁신정책을 고도로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17]. 최근 2015년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행동 추진에 관한 지도의견’에 더해 2016년 에는 ‘국가 혁신촉진 발전전략 강요’ 등 일련의 계획들을 공표하며 국가 혁신에 있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1990년대와 동시대의 중국은 ‘과학기술교육 진흥 전략시기(1995-2005년)’에 속해 있었고 과학기술 및 교육을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의 중요한 모토로 삼았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연구성과의 상업화와 산업화 촉진을 최우선 과제로 둔 점에서는 양국이 공통적이나 이 시기 중국만의 특징은 과학기술의 경제적 성과와의 연계성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국가혁신 체계적 시각에서 교육과 더불어 경제와 사회발전의 중심적 역할 을 이끌 수 있는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 주목하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17].
이들은 내부의 자생적인 능력과 외부의 지식을 결합해 지식을 창출하는 자생적인 혁신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의 성공의 근원적 원인은 중국의 국가혁신체제가 기술 밀기형(technology-push)의 방식에서 시장 끌기(demand-pull)의 방식으로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정책적인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18]. 즉, 그들은 새로운 방향성을 탐색(exploring new directions)하였다. 현재와 다른 시각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신과학기술을 추진하려는 배경 속에 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추기 위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요구 기술을 창출(pull strategy)하였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내생적 능력으로 새로운 가치들을 창출(finding new added-value from innate)해 낸 국가혁신체제를 갖추고 있던 것이었다. 이런 성과로 세계지적재산권기구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 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혁신지수는 2017년 17위를 달성했는데, 이는 아시아 국가 중 상위 20위 안에 포함된 최초의 경우였다[19]. 비단 그들의 성공요인이 GDP 대비 R&D의 지출비중이 꾸준하게 상승했던 요인과 특허건수의 증가, 과학기술 인력과 논문의 증가[15]로 인해 견인된 현상이라 볼 수 있으나 국내와 비교한다면 Push 전략에서 Pull 전략의 방식으로 균형을 이룬 점, 국가혁신의 체계적 시각에서 과학기술에 초점만을 맞춘 것이 아닌 사회발전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내생적으로 발굴한 점, 국내의 보수적인 국가혁신 관점과는 다른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는 점 등도 빼 놓을 수 없는 국가혁신의 성공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국내의 한류로 대변되는 문화콘텐츠는 아직까지 우리의 문화콘텐츠적 특성만을 고집하여 시장 수요 변화에 따른 패러다임적 수용을 하고 있지 못하며 이로 인해 새로운 유통경로를찾지 못하기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앞선 세 단서의 근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에 대해 ‘문화콘텐츠’라는 분야 속에서 국내에서 이를 국가혁신적의 관점으로 발전시킬 방향을 모색해 본다.
그림 2. 중국 국가혁신체제 발전의 성공 요인
2. 한국의 문화콘텐츠
‘한류’로써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드라마가 선도한 한류 1.0 시대부터 K-Pop이 이끈 한류 2.0을 거쳐 한국문화 전반의 한류 3.0으로 진입하고 있고, 한국문화 전반으로 심화가 진행 중인 한류 3.0 시대에는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20]. 기존의 한류의 성공 원인은 다양한 연구들에 따라 그 논의가 분분하나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이면 뒤에는 ‘설계되지 않은 성공 (Success Without Design)[21][22]'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 원인으로서 김대중 정부의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과, 노무현 정부가 직접적으로 한류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논의를 뒷받침한다. 고로 한류 확산의 원인을 단순히 한국문화의 우수성에서 찾거나 국가 홍보의 차원으로 접근하는 민족주의적 문화정책 관점 혹은 한국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경쟁력을 강조하는 태도 등은 물론 가능성과 합리적인 근거가 있지만 지속적이면서도 꾸준한 한국의 문화콘텐츠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데 경계해야 할 의견임은 피할 수 없다. 문화콘텐츠가 국가 경제의 발전을 이끄는 사실은 증명되었고[23], 국가경제의 발전을 이끌기 위해는 혁신적인 국가의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연구[24]들로 미루어 보아, 과거부터 강세를 보였고 외국인에게 한국을 바로 떠올릴 수 있게 하는 한류의 문화콘텐츠 사업은 꾸준하게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문화는 인류의 지적 활동양식의 총체적 산물 혹은 전통을 의미하는데, 21세기의 정보사회 속 문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는 앞으로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과 감성이 반영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이 일체가 되어 수준 높은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성이 있고 이와 같은 맥락으로 문화콘텐츠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23]. 이 대목에서 문화콘텐츠가 발전하기 위한 주체가 [그림 1]의 국가혁신체제의 모형과 일치한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그 중심이 되는 기업을 문화콘텐츠로 적용하여 국가혁신체제를 적용한 문화콘텐츠의 발전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이론적 틀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
Ⅲ. 국가혁신체제 관점을 적용한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 방안
이상의 논의에서 본고에서는 총체적인 국가혁신체제의 관점을 적용하는 거시적인 논의보다는, 한국과 중국의 현 국가혁신체제 관점을 비교하여 이를 벤치마킹 (Benchmarking)하는 전략의 관점으로 한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Push 전략에서 Pull 전략으로의 변화
공급자 및 수요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Push 전략은 공급자 측면에서 수요자를 설득하여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이며, Pull 전략은 공급자 측면에서 수요자의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능동적이게 새로운 측면의 자극을 제공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의 Push 전략과 Pull 전략은 문화라는 본질적 의미에 근거하여 각기 ‘전통적인 것’을 제시하는 전략과 시장 흐름에 맞춰 문화를 개량하여 수요를 견인하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한류 초기에는 「사랑이 뭐길래」, 「겨울연가」,「대 장금」[22]과 같은 드라마를 통해 보다 한국적인 것을 Push하는 전략이었다. 「사랑이 뭐길래」에서는 유교적 질서 속의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 한국의 전통적 유교 문화를 그대로 보여줬으며 「겨울연가」는 보다 동양적인 순수한 사랑의 모습[22]을 내비쳤고 「대장금」은 한국 특유의 조선시대의 배경과 전통 음식문화를 통해 한국적인 것을 제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우 한류 드라마의 성공 요인이 전통적이며 한국적인 무언가를 담아 있어서가 아닌, 당시 일본 드라마 속 등장하는 샐러리맨들의 생활과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는 중국 드라마와 같은 국가적 익숙함이 내포되지 않은 현대적 배경, 혹은 무거운 주제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비단 영상 관련 분야의 문화콘텐츠뿐만 아니라, 청국장과 닭발과 같은 한국음식의 경우와 입식 문화가 대중적인 서구의 문화와는 달리 온돌을 기반으로 한 좌식문화가 대중적인 것 등은 비단 고유한 한국적인 미를 갖추고 있으나 더 이상 색다른 문화가 아닌 이미 ‘한국의 이미지’로서 고착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한국적인 것을 제시하는 기존의 Push 전략에서 어느 정도의 질적, 양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사회의 흐름에 따라 이를 변형하여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를 겸비한 문화의 적절한 변형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미국식의 강한 비트를 유화 시킨 대중가요 및 댄스와, 유명 아이돌의 외국인 멤버 채용, 영화산업에서는 할리우드의 지구적인 성격과 한국의 지역성을 토착한 혼종성 영화인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등 Pull 전략을 통해 이루어진 성공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런 성공 요인에 있어 앞서 언급한 국가 혁신체제를 구성하는 구성원들, 즉 정부와 산·학·연이 연합하여 제도적으로 수립된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 방안은 마련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영화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한 전반적인 한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방향성을 수립해야 전반적인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인데, 이것이 제도화되지 않은 점이 문제인 것이다. 고로 이런 변형된 한류의 성공사례의 근원적 연결성을 지닌 성공요인을 Pull전략에서 찾고 이를 국가 정책화 즉, 제도화 시킬 수 있다면 한국 문화콘텐츠의 시대를 반영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2. 한국의 문화콘텐츠의 본질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상기의 논의와는 유사한 개념으로, 기존의 문화콘텐츠의 고유한 측면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들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견인할 Pull전략의 도입과 문화콘텐츠 고유한 측면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 기획과정에서 핵심 요소가 창작 소재임을[4] 감안한다면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문화 자체로 다분히 여타 문화와 구별되는 특징들을 지녔고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시장 흐름에 발맞추어 한국적인 것을 개량하는 것과는 그 방향성이 다르다. 즉, 기존의 한국적인 것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고, 새롭게 생성되어질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Pull 전략을 통해 유도하는 양방향적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현 시대 속 문화콘텐츠 분야의 핵심 키워드는 ‘미디어’ 그리고 ‘콘텐츠’라 할 수 있는데[25], 이를 활용한 한국 문화콘텐츠의 본질을 살리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이러한 ‘미디어’의 요소와 ‘콘텐츠’의 기술을 합작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VR, AR 등을 활용한 시각적 미디어 플랫폼 혹은 디바이스를 통해 한국의 랜드마크를 간접적으로 구경할 수 있게 만드는 ‘스마트 관광’이나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웹드라마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한류 드라마를 웹드라마로 재구성하여 이를 세계적 미디어 플랫폼에 수출하는 방안, 「한국인의 밥상」과 같은 한국의 전통 음식들을 다루는 푸드멘터리의 국제 수출을 통한 기존 한국 전통음식들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방법 등 실로 적용 가능성은 다양하다. 상기의 모든 방법들 또한 정부와 산·학·연의 긴밀한 협약을 통해 산업분야에서는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학계에서는 다양한 해외의 문화수출 사례 및 한국 문화콘텐츠에 관련한 외국인의 시각을 분석하고, 연구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관심 받지 못했던 기존 한국의 전통 문화들을 발굴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이를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시행하여 한국 문화콘텐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3. 해외 유통방안의 고안
지속 가능한 한류의 발전의 동력은 생산과 소비도 중요하지만 유통 또한 중요하다[20].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고 기존의 문화콘텐츠에 가치를 부가하여 이를 소비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판로를 지속적으로 개척해 시장을 키우는 것은 더 큰 성장을 향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회에 있음에,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환경의 대중적인 접근성과 한국의 웹툰 같은 뉴 디지털 미디어에 창조적으로 최적화된 플랫폼의 구현[18], 한국인의 급한 성격 등은 신속하게 변화하는 시대 속 자국의 문화콘텐츠를 빠르고 넓게 유통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문화콘텐츠 유통에 있어 현 실태는 이와 반대로 향하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과 관련된 지원 정책에 대한 연구[25]에서 문화콘텐츠의 기획-인큐베이팅-제작-유통의 수많은 분야 중 ‘해외유통’과 관련한 현 상태와 정책강화방향의 괴리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단계별 지원정책 평가요인의 가중치를 비교했을 때에도 가장 큰 세부항목으로서 나타났다.
사실상 문화콘텐츠가 미치는 영향이 내수적인 효과도 그 영향이 크겠으나 본질적인 문화를 색다르게 체험하고, 이를 향유하고 소비하여 부가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장은 해외시장이다. 이에, 문화콘텐츠의 제작 지원과 유통지원을 연계한 배급과 마케팅, 현지화를 위한 다방면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현재 KOCCA의 운영 실태에 대한 지적이 문화콘텐츠 관련 종사자들의 실태조사에서 가장 지적이 많이 나온 점[25] 등에 기인할 때 한국 문화콘텐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해외시장으로의 유통과 관련된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부상하고 있는 OTT(Over-the-top)의 배급 방식을 통한 해외로의 한국 문화콘텐츠의 유통과 같이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폭적 지원이나 최근 왕흥 마케팅과 같이 소 셜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유통하는 색다른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Ⅳ. 결론
이상의 논의로 한국과 중국의 국가혁신체제를 비교하여 현재 한국이 처해 있는 정체 상황에 있어, 중국의 내생적 국가혁신체제의 성공요인을 탐색하여 그것을 Pull 전략, 본질적 요소를 통한 새로운 가치의 창출, 새로운 방향성의 개척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나눈 뒤 이를 한국의 문화콘텐츠의 발전 방안으로 적용하여 제시 하였다. 본고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기존의 국가혁신체제를 문화콘텐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접목하여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관련 관점을 대입해 방안을 제시하였다. 국가 사회의 환경변화로 인한 새로운 시스템의 고안이 필요한 시점 에서 이러한 색다른 접근은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고 이를 우리나라와 산업적 연관이 가장 밀접하다 할 수 있는 중국의 국가혁신체제와 비교하여 방안을 제시한 것은 기존에 수행되어진 연구가 없는 새로운 분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적인 것을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변화시키고, 기존의 한국적인 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방향으로 이끌며, 새로운 유통 경로인 해외시장으로 보다 다양한 한국 문화콘텐츠가 전파될 수 있도록 국가의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K-pop은 물론, 성형과 화장 등의 K-beauty, 패션, 한식,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범위를 광범위하여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한류의 문화가 21세기를 넘어 세상을 이끄는 표준화된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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