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온라인 플랫폼이 대중화된 이후 영화와 방송, 음악, 만화, 소프트웨어 등의 불법 저작물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불법 저작물을 유통하는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국내에서 1957년 1월 처음으로 저작권법(법률 제432호)이 공포된 이후, 저작권 관련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을 통해 저작권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저작물의 불법 복제와 유통을 막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 및 기술개발 등도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2019년 9월 기준 저작권 침해 사이트 접속차단은 10,383건으로, 2018년 전체 적발 규모인 2,338건의 4.4배나 증가했다.
그동안 ‘소리바다’와 같은 대표적인 불법 음원 공유 서비스가 합법 사이트로 전환되거나[1] 최근 ‘밤토끼’ 등 온라인상의 대표적인 불법 저작물이 유포되고 있는 사이트들의 운영자 구속 및 사이트가 폐쇄되었다[2]. 그러나 사이트가 차단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사한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이용자들이 고스란히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3]. 불법 콘텐츠 경로 차단 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경로를 찾는다’는 응답이 51.4%로 유료 콘텐츠를 이용한다는 경우(25.4%) 보다 두 배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기존 경로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는 경우도 6.1%로 나타났다[4].
이에 저작권 보호 방법의 보완책으로 ‘자금 추적 기반 접근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자금 추적 기반 접근 방식이란 불법 저작물 사이트의 자금 흐름과 체계를 추적하고 주 수익원인 광고 공급 및 게재를 차단하는 방식인데[5] 가장 주요한 수익원 차단을 통해 불법 저작물 사이트의 운영을 악화시켜 자진 폐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폐쇄된 불법 만화사이트 ‘마루마루’는 광고수익만 80여억 원이기 때문에[6] 광고를 차단할 경우 해당 사이트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불법 저작물 사이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저작권자와 합법 유통 플랫폼이 입은 금전적 피해는 매우 크다. 웹툰의 경우 불법 저작물 사이트로 인한 손실이 전체 시장 규모의 20∼30%에 달한다[7]. 손실 규모가 점차 증가하는 이유는 불법 저작물 사이트에 성인물과 불법 도박과 같은 콘텐츠 이외에도 일반적인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광고도 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애드 네트워크(Ad Network)와 같은 온라인광고 거래 시스템을 통해 광고가 알고리듬에 의해 게재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온라인광고 거래 시스템을 통해 게재될 경우 광고주는 어느 콘텐츠에 자신의 광고가 게재되는지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 그 결과 광고주들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 행위에 동참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용자 역시 불법 사이트에서 야기될 수 있는 악성 소프트웨어나 사기 등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8].
그동안 정부에서 불법 해외사이트 집중 단속, 불법 복제물 모니터링 등 다양한 저작권 보호 대책을 펼쳐오고 있으나 실효성이 크지 않다. 불법 사이트의 광고 차단 캠페인을 시행했으나 일시적으로 시행되었을 뿐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9]. 유럽과 미국은 물론이고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민·관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본 연구에서는 불법 저작물 사이트 광고 차단 사례로 영국과 미국, WIPO를 선정해 정책 혹은 캠페인의 운영 주체와 협력 관계, 추진 방식 및 성과를 중심으로 분석하여 국내에 이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그동안 수행되어온 저작권 침해 방지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불법 복제 방지 기술의 개발 혹은 이용자 조사를 통한 이용자 인식 제고에 초점을 두었다. 본 연구는 불법 저작물 사이트 운영의 수익원인 광고를 차단하는 방식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을 두고 실무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본 연구결과를 도출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저작권 침해 방지와 건전한 온라인 광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Ⅱ. 관련 문헌 검토
1. 저작권 침해 관련 연구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인 ‘저작물’을 창작한 자인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저작권은 법 제정을 통해 보호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물의 불법적인 복제 및 유통은 성행하고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서 온라인을 통한 저작권 침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간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는 법·제도 마련, 침해방지를 위한 기술개발, 그리고 저작물 이용자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또한 최근 저작물 상당수가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현실에 맞춰 기술적, 환경적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주제가 제시되고 있다.
먼저 법·제도적 측면에서는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불법 복제나 송신에 대한 저작권 행사의 실효성을 높이거나[10],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수입원이 되는 광고 게재가 간접적 침해 행위로 인정 가능한지[11] 등 해외 판례를 분석하여 제도화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디지털 저작물을 분류하여 식별하는 시스템[12], 불법 저작물 사이트들이 도메인을 변경하여 다시 오픈하였을 때 자동으로 탐지하는 기술 [13], 모바일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저작권 보호의 기술 개발[14] 등 저작권 침해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고 적발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마지막으로 이용자 측면에서는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 태도와 행동의 관계를 알아보거나[15],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불법으로 공유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설명하는 등[16], 불법 저작물에 대한 인식과 침해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 탐구에 집중되어 있다.
2. 불법 저작물 사이트의 광고 게재
불법 저작물 사이트는 온라인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대부분 웹사이트에 내부에 게재된 배너광고 수익이 차지한다. 배너광고는 일반적으로 인터넷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의 광고이며, 소비자들에게 메시지를 편하게 전달할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하여 온라인광고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17].
2.1 직접 계약 방식의 배너광고
불법 저작물 사이트 내에서 배너광고가 게재되는 방식 중 대부분은 직접 계약 방식으로 광고주가 매체(웹 사이트)를 소유한 사업자와 직접 계약하는 형태이다. 사이트의 특정 부분에 위치하는 일정한 규격의 사각형틀 안에 광고주가 제공한 광고 표현물을 담아서 사용자에게 노출하는 방식으로 검색 광고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된다[18].
불법 저작물 사이트 운영자는 웹사이트의 광고 영역인 인벤토리(inventory)에 광고를 게재할 광고주를 모집하며, 광고는 주로 도박이나 성인사이트와 같은 불법·유해 광고로 이루어져 있다. 직접 계약으로 배너광고를 게재하는 방법은 웹사이트 내에 메뉴를 개설하거나 게시글을 통해 광고문의를 받아 진행하는데, 마케팅 정보공유 커뮤니티 등을 통해 웹사이트의 광고를 유치 하는 홍보를 진행하기도 한다.
2.2 애드네트워크 방식의 배너광고
애드 네트워크(Ad network)란 웹사이트 네트워킹을 통해 흩어져 있는 광고 매체의 인벤토리를 취합해서 타깃(target)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바탕으로 인벤토리에 새로운 가치를 추가해 광고주의 광고 효율성을 높이고 미디어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광고 형태를 말한다 [19].
애드네트워크는 인벤토리를 구매하려는 광고주와 광고를 게재하고자 하는 매체 사이에 있는 중개자로 광고주는 한 번의 광고 집행으로 다양한 매체에 광고를 노출할 수 있고 매체는 광고를 게재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장점이 있어, 직접 계약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을 가진 애드 네트워크에서 배너 광고를 게재하면 이용자가 불법 저작물 사이트에 접속 했을 때, 평소 이용자의 웹사이트 이용행태를 기반으로 광고가 집행되기 때문에 광고주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사의 광고가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애드네트워크 방식의 배너 광고는 제휴 매체들에 동시다발적으로 광고를 노출시키는 데, 문맥 타깃팅 또는 사이트 타깃팅을 해서 관련 매체나 지면에 노출되거나 광고주의 웹사이트에 방문한 고객이 제휴 매체에 접속한 경우 광고가 노출되는 리타깃팅[20] 방식으로 불법· 유해 광고가 아닌 일반적인 브랜드나 상품의 광고가 게재되고 있다.
3. 불법 저작물 사이트의 규제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저작물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복제 및 전송, 게시판 운영 등과 관련하여 행정처분을 할 수 있으나,2 해외 서버에 개설된 사이트를 통한 저작권 침해의 경우 국내의 저작권법을 적용할 수 없게 되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이트와 게시물에 대한 접속차단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저작물 사이트의 접근 차단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국내로 유입되는 URL을 차단한다고 해도 곧 우회 사이트가 만들어지므로 접속차단 절차상 대응에 시간이 소요되며[21], 풍선 효과가 나타나거나 해외 서버로 우회하여 사이트에 접근하면서 불법 저작물 근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불법 복제물 유통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살펴봤을 때, 합법저작물 시장에 대한 침해율 1% 감소에 따라 약 1,284억 원의 피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1]. 특히 콘텐츠산업은 약 715억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유발시키므로 정부 및 유관 기관은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불법복제 행위를 막을 필요가 있다.
이에 불법 저작물 사이트 운영의 동력이 되는 광고 수익 등 자금을 추적하여 차단하자는 방식이 제안되었는데 정부 혹은 공공 조직이 주도하는 불법 저작물 사이트 차단 조치의 실효성과 사전 검열 논란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민간 조직, 산업계의 자발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조치가 나오게 된 배경은 불법 저작물 사이트에 게재되는 광고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한 해 동안 2억 2700만 달러의 광고가 저작권 침해 웹사이트에 집행되었다[22]. 해외의 대형 불법 저작물 사이트는 연간 400만 달러 이상의 광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22]. 상당수 광고가 익히 알려진 프리미엄 광고주의 합법 광고였다. 잘 알려진 브랜드의 광고가 게재되면 소비자는 불법 저작물 사이트에 대한 신뢰가 증가하고 불법 콘텐츠의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23].
광고 차단 방식의 주요 내용은 제휴광고가 게재된 불법 저작물 사이트 정보공유, 불법 저작물 사이트 운영 자 경고, 제휴광고의 중지를 위한 광고주 및 대행사 협조 요청, 광고료 지불 정지 등이 있다.
Ⅲ. 연구목적 및 연구방법
본 연구에서는 불법 저작물 사이트의 자금 흐름과 상업화에 주목하며,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 게재된 광고 집행 차단을 통해 주 수익원을 제한함으로써 사이트의 폐쇄를 유도하는 것이 실효성이 크다고 본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불법 사이트를 일일이 단속하고 이용자의 인식 제고를 통해 침해 행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불법 저작물 사이트에 대한 광고 집행 차단은 이용자의 접근을 제한하는데서 나아가 불법 저작물 사이트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다 효과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연구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광고 차단 방식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적합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해외 사례는 정책 혹은 캠페인의 지속성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영국과 미국, WIPO(세계지적재산권기구)를 선정했다. 먼저 영국은 자금 추적 기반 접근 방식을 도입한 최초 국가로서 이와 유사한 정책과 캠페인의 대표 사례가 되고 있다. 미국은 2019년도 기준 글로벌 광고 시장 규모와 성장률에서 1위를 차지해[24], 저작권 침해 방지 캠페인이 광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국가보다 크다고 본다. 두 국가 모두 저작권 보호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저작권 침해 방지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며,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시행하는 정책은 국내외에 큰 영향과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국내 사례는 저작권 보호 활동 주체를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기관인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저작권보호원 등에서 행한 정책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분석 자료는 해외 주요국의 정부 발간보고서와 보도자료, 관계 기관과 연구소 간행물 및 홈페이지 등에서 수집하였다.
IV. 불법 사이트의 광고 차단 사례
1. 해외 사례
1.1 영국
런던시 경찰청 소속 지식재산범죄 전담 부서인 PIPCU(Police Intellectual Property Crime Unit) 는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지적 재산권 범죄를 조사하고 예방하는 일과 더불어 이들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PIPCU는 2013년 9월 설립된 후 창조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자금 조달 방해를 위해 창조 작전(Operation Creative)과 침해 웹사이트 목록인 IWL(the Infringing Website List; 이하 IWL)을 만들었다.
런던시 경찰청은 영국 광고업계 및 저작권자와 협력 관계를 맺었는데, 광고업계에서는 영국인터넷광고국 (the Internet Advertising Bureau UK)와 영국광고 주연합회(the Incorporated Society of British Advertisers와 the Institute of Practitioners in Advertising)가 창조 작전에 동참했다.3
창조 작전은 단계적으로 운영된다. 먼저 권리 소유자 혹은 대행자가 침해 웹사이트를 식별해 PIPCU에 보고한다. 이때 웹사이트가 어떻게 불법적인 침해 행위에 관여하고 있는지 상세한 증거 자료를 함께 제출한다. PIPCU는 해당 웹사이트에서 실제적인 침해 행위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한다. 저작권 침해 웹사이트로 분류되면 PIPCU는 사이트 소유자가 침해 행위를 교정하고 합법적으로 운영할 기회를 제공하고 만약 웹사이트가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저작권 침해를 지속하면 본격적인 제재를 하는데, 사이트 등록을 해지하거나 기존 광고를 교체하고 광고수익 지급도 중단시킨다.
2014년 PIPCU는 불법 온라인 광고물 차단 업체인 프로젝트 선블럭과 함께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는 웹사이트에 경찰 배너 광고를 게재했다. 배너에는 런던시 경찰청 로고와 ‘이 웹사이트는 경찰에 신고됐다. 브라우저 창을 종료해주길 바란다’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프로젝트 선블록은 IWL을 기준으로 일반 광고 대신 경찰의 배너 광고를 실었다.
저작권 침해 웹사이트 목록은 창조 작전의 과정을 거쳐 저작권자에 의해 식별, 입증되고 런던시 경찰에 의해 검증된다. 자동화된 인터페이스에 의해 IWL 데이터를 통합하여 광고 구매부터 판매, 거래 과정 일체에서 불법 사이트를 제외할 수 있다. PIPCU에 IWL에 대한 접근 권한을 요청한 후 데이터를 내부 프로세스에 구축해 이용할 수 있다.
그 결과 2017년 PIPCU는 영국 최대 광고주 회사들의 불법 사이트 내 광고가 73%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 었다[25]. 이러한 효과는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도 나타났다. 2016년 10월 영국 도박위원회는 도박법(The Gambling ACT, 2005)에서 불법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해서 안 되며,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제3자도 합법적인 사이트에서 디지털 광고 게재를 하도록 하였다. 그결과 1년간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서 불법 도박 광고가 약 87%가 줄어들었다[26]. 이와 같이 영국 경찰과 규제 기관, 업계 등 삼자 간 협력을 통해 저작권 침해 단속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1.2 미국
미국 역시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자금 흐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선도적으로 나선 주체는 크리에이티브 퓨처(CreativeFuture)인데, 이 단체는 22만명 이상의 저작권자와 50개의 회사 및 기관이 참여하는 연합체로 영화와 TV, 음악, 사진, 서적 출판 등 전 분야를 아우른다.
2015년 크리에이티브 퓨처(CreativeFuture)는 저작권 침해 웹사이트 내 합법 광고를 타깃으로 ‘Follow the Money’ 캠페인을 시작했다. 불법 사이트에 광고를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회사에 메시지를 보내어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응답하지 않는 광고주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Trustworthy Accountability Group를 사용하여 주요 광고대행사와 브랜드를 캠페인에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 태그는 미국 광고대행사 협회(the American Association of Advertising Agencies)와 전국 광고주 협회(Association of National Advertisers), 인터렉티브 광고협회 (Interactive Advertising Bureau) 등이 함께 만든 글로벌 인증 프로그램이다.
태그는 불법 복제와 사기성 트래픽, 악성 소프트웨어 등을 방지하고 디지털 광고 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불법 복제 방지 브랜드 무결성 프로그램(the Brand Integrity Program Against Piracy or Anti-Piracy Program) 이 있다. 태그는 검증된 기술회사를 디지털 광고 확약 제공자(Digital Advertising Assurance Provider, DAAP)로 지정해, 광고주와 파트너사가 불법 웹사이트를 식별하고 광고를 차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DAAP 검증 과정은 Alliance for Audited Media와 Ernst & Young, BPA Worldwide 등 공인된 독립 조직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형 광고 네트워크 등은 자가 검진을 통해 태그 인증을 받을 수 있으며, 상당수 회사가 내부 시스템을 통해 불법 사이트 내 광고 게재를 예방하고 있다.
태그는 자체 검증을 마친 회사가 프로그램 기준에 미달한다는 보고를 받으면 이들에게 공식적인 DAAP 검증을 받을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DAAP 인증 신청자는 효과적인 디지털 광고 확약을 위한 핵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준에는 광고 위험 요소 식별, 광고 게재 위치 모니터링 및 평가, 원치 않는 광고 위험 요소에 대한 게재 및 광고료 지급 방지 등이 포함된다[27].
핵심 기준을 충족한 회사는 부정광고 방지, 저작권 침해 근절, 인벤토리 품질 등의 영역에서 태그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 일부 DAAP는 불법 복제 방지 서비스 및 사용하는 도구의 수준과 유형에 따라 전체 기준 중 일부만 검증받을 수도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태그 인증을 획득한 회사는 총 32개 사이다[28].
태그는 모든 광고주와 대행사에게 불법 복제 방지 서약(TAG Anti-Piracy Pledge)을 하도록 장려한다. 저작권 침해 웹사이트에 광고가 게재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조처를 하겠다는 약속이다. 광고주와 대행사는 불법 복제 방지 브랜드 무결성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서약을 준수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광고주에게 자체 브랜드 표준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정보를 제공한다. 참여 방법은 DAAP를 직접 이용하거나 기술 파트너에게 DAAP를 사용하도록 요청하면 된다. 태그의 파트너사로 서약에 동참하는 광고주는 32개 사이다[28].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 구글, HP 등이 포함되어 있어 다수의 자회사를 보유한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회사들이 태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 프로그램은 DAAP 인증 회사와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광고주 및 대행사의 지원을 받으며, 자가 검증 방식을 채택한 회사도 프로그램 자금 지원에 함께 한다.
저작권 업계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티브 퓨처와 광고 및 온라인 업계가 모인 태그의 협력은 확연한 성과를 드러냈다. 2016년 200억 회 이상 노출되던 불법 사이트 내 합법 광고가 2018년에는 20억 회로 줄면서[29] 불법 사이트 내 합법 광고가 90%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태그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구글 애드센스 등의 프리미엄 광고 네트워크에서 불법 사이트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성과가 과장됐으며 태그 멤버십 비용이 다소 높다는 것이다[30]. 더불어 불법 사이트 내 광고의 악영향과 사이트 추정 수익에 오류가 있으며 불법 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와 대행사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31].
1.3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콘텐츠의 특성상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국제적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돕는 국제 조직으로 세계 지식재산권 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가 있으며, 유엔 특별 기구 16개 중 하나로 192개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9월 WIPO 사무국은 저작권 침해 웹사이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광고 배치시 활용할 수 방안을 제시했다. 프로젝트 BRIP 데이터 베이스(the Building respect for Intellectual property Database project)가 바로 그것인데, 대행사가 수집한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주소를 올리면, 광고주와 대행사가 데이터베이스를 광고 배치 시 이용하게 된다.
그림 3. 프로젝트 BRIP 데이터베이스 운영 절차
시스템 운영은 WIPO와 공인된 기여자, WIPO와 인증된 사용자 간의 개별 계약 관계에 기반을 두며 WIPO의 역할은 플랫폼 관리와 기여자 및 사용자 지원 등으로 극히 제한된다. 저작권 침해 혹은 의심되는 사이트 목록을 구성하는 건 온전히 기여자의 몫이다. 시스템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은 국가 수준으로 수행되며 목록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은 해당 국가 안에서 검토 또는 항소할 권리를 갖는다.
웹사이트가 개별 국가 목록에서 삭제되면, 관련 기여자는 즉시 WIPO 플랫폼에서 제거해야 한다. 기여자는 주로 저작권 침해 목록을 작성 및 유지하는 회원국 기관이 되며, 포털에 대한 접근 권한은 WIPO의 승인을 받은 광고주와 대행사(중개인)로 제한되는데, 기여자는 인증된 사용자라고 해도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게 제외할 수 있다.
2019년 9월 WIPO 집행 위원회는 데이터베이스 내 테스트 데이터를 안착시켰다. 사무국은 온라인광고 업계와도 긴밀한 대화를 나누며 BRIP 데이터베이스를 일부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BRIP에서 제공하는 목록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PIPCU의 IWL은 저작권자와 경찰에 의해 식별, 검증 되지만 BRIP는 WIPO로부터 접근 권한을 받는 자에게만 공개된다. 리스트에 포함된 사이트에 고지하는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다[32].
2. 국내 사례
2.1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내에서도 불법 저작물 사이트의 광고 수익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는 이루어져 왔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대부분의 저작권 침해 사이트들의 온라인광고를 억제하여 수익원을 차단함으로써 사이트 운영을 제한하는 방안에 초점을 두었다. 이에 저작권 권리자와 온라인광고 업계·대행사, 관련 협회 및 주요 포털 사업자 간의 자율적 협약 체결을 추진하였다.
주요 추진 내용을 살펴보면 온라인광고 규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온라인광고 대행사 및 주요 포탈 등 광고업계의 참여를 촉구하고자 하였으며, 업계와 저작권 권리자 간의 온라인광고 규제 가이드라인 자율 준수를 위한 업무 협약 체결을 추진하였다.
온라인광고 자율 규제는 저작권 권리자가 저작권 침해 사이트를 위원회에 통보하고, 위원회는 해당 사이트에 대한 불법성을 심의한 뒤 불법성이 확인된 사이트에 대해 협약을 맺은 온라인광고업계 측에 통보하는 절차로 이루어진다. 온라인광고업계는 해당 사이트에 대해 광고 집행 목록에서 삭제 등 후속 조치를 시행하고 조치 결과를 다시 한국저작권위원회 측에 통보한다. 그러나 민·관 협력에 따라 발생하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못했다.
2.2 한국저작권보호원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온라인광고업체에 불법 저작물 사이트들의 목록을 전송하여 건전한 온라인광고 시장 정착 및 저작권 침해 확산 방지를 위해 업무에 참고할 것을 요청했으나, 정보공유만 진행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2016년 4월, 저작권 침해 규모가 큰 5개의 토렌트 사이트를 선정하여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219 개 광고의 광고주에게 게시 중단을 요청, 85%인 187개 광고를 차단한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었다[33].
2019년 실시한 합법사이트와 불법사이트에 게재된 광고의 효과에 대한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은 광고태도, 구매의도, 기업 신뢰도, 사이트 추천의도의 모든 항목에서 불법사이트에 대한 광고효과가 떨어진다고 응답한바 있다[34].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광고주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보호원은 해당 조사결과를 WIPO 집행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하고, WIPO BRIP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국제 기구 협력을 통해 자금 추적 기반의 저작권 보호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2.3 저작권해외진흥협회
방송사를 비롯한 저작권 권리 단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저작권해외진흥협회는 EU, 미국, 영국 등에서 불법 저작물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도록 하는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국내 광고주에게 저작권 침해 또는 방조하는 불법 저작물 사이트에 광고를 집행하지 않도록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동시에 2018 년, 불법 저작물 사이트로 유입되는 온라인 광고 수익을 차단하기 위해 광고차단 캠페인 시행 및 온라인광고 업계와 자율협약 또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였다.
추진 전략으로 민간 자율 캠페인을 실시하고, 저작권 단체와 온라인광고업계가 함께 불법 저작물 사이트에서 광고 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자율 협약을 체결 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자율협약 제정 및 캠페인에 대한 성과 관리등 세부 진행 방식과 관련하여 이견이 발생함에 따라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표 1. 국가별 저작물 침해 사이트 광고 차단 체계
V. 결론 및 논의
1. 주요 연구결과의 요약
본 연구에서 불법 저작물 사이트 내 광고 억제를 통한 수익원 차단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외 사례를 살펴본 결과, 먼저 영국과 미국은 정책 혹은 캠페인의 주체와 방식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는데, 영국은 공공 기관인 PIPCU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미국은 크리에이티브 퓨처와 태그 등 민간 산업 조직이 캠페인을 주도한다. 또한 영국은 광고 차단 및 규제를 위해 침해 웹사이트 목록을 이용하는 반면 미국은 업계 인증 프로그램을 사용해 온라인광고 거래에서 불법 사이트를 제외한다.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례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비형벌적 조치이다. 영국은 경찰 조직에 의해 주도되지만, 신고받은 웹사이트에 대해 합법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광고 수입을 차단하거나 사이트를 중지시킨다.
두 번째는 관련 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파트너십을 들 수 있다. 광고주와 대행사는 물론이고 온라인광고 네트워크,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 검색 엔진, 도메인 등록 및 관리 기관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성 하는 모든 관계자의 협력을 토대로 한다. 다시 말하면 온라인 동영상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의 협력 아래 캠페인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민간의 노력은 입법으로 이어졌다. 2011년 미국 상·하원은 온라인 상의 불법 복제 콘텐츠 유통을 규제하기 위해 지식재산 권보호법와 온라인 저작권 침해 방지법을 발의하였는데, 인터넷 광고 서비스 제공자가 해외 불법 사이트 광고 게재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35]. 그러나 두 법안은 법에 의한 강제적인 조치가 인터넷 검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고대디 (GoDaddy) 등의 도메인 등록 및 관리 기관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시행되지 못했다[36][37].
마지막으로 양국에서 이루어진 캠페인은 단지 저작권 보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기업의 브랜드 평판 보호와 소비자 보호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실제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저작권 침해 사이트를 공식 혹은 합법적이지 않다고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8]. 최근에는 불법 사이트 내 광고 차단을 시도하는 태그 프로젝트가[39]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유명 브랜드의 광고가 불법 사이트에 게재될 경우 광고주와 대행사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 가동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저작권 특별사법 경찰(특사),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저작권보호원 등이 상호 공조하여 저작권 침해 범죄 정보수집, 실태조사, 법적 조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실시한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온라인광고 대응체계’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의 ‘불법 저작권 침해 사이트 광고 차단 캠페인’ 모두 지속적으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
2. 정책적 제언
그동안 국내에서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민·관 합동 대응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수행 주체의 입장이 다르고, 저작권 보호단체와 민간 영역 간에 상호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협약 체결이나 가이드라인 제정이 우선시 되면서 민간단체에서 협약이나 가이드라인을 일종의 규제로 받아들이거나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거부감을 보였다. 또한 불법 저작물 사이트가 저작권 보호를 위해 불법 저작물 사이트의 광고를 차단하면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불법 저작물 사이트에 광고를 집행하게 되면 해당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범죄 행위를 지지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불법 사이트에 광고를 집행하는 행위 자체로 브랜드 이미지에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광고주들의 저작권 보호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온라인 광고 집행을 통한 저작권 침해 방조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회나 시민단체를 상대로 설명회를 갖는 등 건전한 온라인광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나라 온라인광고시장은 광고 유통 및 대행에서 해외 기업들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업체들이 태그와 같은 국제 인증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광고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국내 온라인광고시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상호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광고를 집행하는 매체에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배치된 광고가 적법할 경우 광고 자체를 규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건전한 온라인광고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불법 사이트에 광고 집행을 할 경우 규제 당국이 이를 규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나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저작권 보호라는 공익성과 광고수익 감소라는 사익이 충돌하는 자금 추적 기반 접근 방식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는 실무적 의의가 있다. 또한 학술적으로는 저작권 보호 연구에서 주목받지 않았던 광고 차단 방식에 주목하고 추후 해당 분야에서의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한 장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불법 저작물이 유통되는 사이트에서의 광고 집행이 지속되고 있는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를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밝히지 못한 채, 비형벌적 저작권 보호 방안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그쳤으며, 현행 규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 등 구체적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또한 사례 연구로서 분석 틀을 제시하고 주요 변수에 맞춰 국내외 사례를 설명하는 대신 거시적인 측면에서 각국이 불법 저작물 사이트의 재원을 차단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실행하고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설명하는데 그쳤다. 후속 연구에서는 관련된 주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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