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4차 산업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새로운 미디어에 적용할 수 있는 문화원형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신한류의 돌풍으로 인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한식 역시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통해 해외로 전파되고 있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MBC every12017.07. - 방영 중)” 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 연장선에서 한식을 접한 외국인들은 이후에도 한식과 함께 관련 문화로 관심을 확장한다. 이는 음식문화가 단순히 하나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라는 거대한 유기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시대의 음식 향유 방법에 대한 분석은 문화원형을 알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식문화에 대한 접근은 단순히 음식과 음식의 재료에 대한 고찰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음식과 재료 속에 녹아들어있는 문화적인 요소, 문화원형을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문화콘텐츠 원형에 대한 관심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국내에서도 원형 발굴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1].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설화, 역사, 인물 등을 배경으로 문화콘텐츠 스토리 원형 개발의 노력이 많이 이루어져 왔으나 높은 주목을 받는 전통문화 관련 콘텐츠는 부족하다 할 수 있다. 이는 문화 원형 개발에 있어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로의 접목을 고려하지 않아 발생한다. 4차 산업 시대에도 문화적 요소를 문화원형으로 개발하는 것은 다양한 창작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2]. 그렇기에 현시대에 맞는 융합적 콘텐츠로의 적용이 가능한 문화 원형 개발이 필요하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식문화는 단순한 음식과 음식의 조리법이 아니다. 문화적 공간과 시간 속에서 발전되어진 식문화는 그를 둘러싼 사회와 환경과의 유기적 관계에서 문화원형적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 음식과 그 음식을 둘러싼 환경, 그리고 그 환경을 대하는 인간의 인식 모두가 식문화를 구성하는 요소인 것이다. 『자산어보』는 조선 후기 정약전(1814)이 저술한 흑산도 연근해에 사는 해상 생물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였다. 이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도감으로 한국 해양문화에 대한 가치를 부각할 수 있는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단순히 해양생물 도감이 아닌 해양과 관련된 생활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해양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그 당시의 식문화를 연구할 수 있으며 나아가 현재의 식문화와 비교하여 과거와의 문화에 대한 차별성까지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자산어보』를 기반으로 선조의 해양생물에 대한 식문화의 특성을 연구하고자 한다. 『자산어보』에 등장하는 식문화 요소들을 추출하여 당시 흑산도 주민들의 식문화를 분석하고 그를 통해 해양 식문화가 가지고 있는 문화원형을 추출하려 한다. 그를 통해『자산어보』가 가지고 있는 문화요소들이 현시대에 남기는 의의를 도출하려 한다.
2. 자산어보의 가치체계와 해양문화원형
2.1『자산어보』와 가치 원형
삼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학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해양어류에 대한 체계적 기록은 15세기에 가서야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시경(詩經, 주나라 초부터 춘추 초기)과 산해경(山海經, BC 4세기)을 통해 어류에 대한 지식을 기록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이전까지의 물고기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중국 식물학 동물학의 최초의 기록서인 산해경은 기록 대상과 함께 고대 선민들의 생활과 생존환경을 기록하였다. 산해경은 고대 해양과 관련된 설화, 전설 등을 담고 있다 [3]. 산해경이 기괴한 형상의 기이한 생명체와 불가사의한 사물들을 기록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을 묘사했다고 본 것이다 [4]. 그를 통해 후손들은 당시 해양에 대한 고대 선민 들의 인식과 호기심과 탐색과 추구를 반영하며, 강렬한 인문정신과 선명하고 농후한 해양 문화를 저술하고 있다. 그렇기에 산해경은 중국문학 예술원 생태의 기록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에 반해 조선의 어류 지식은 주로 공납과 관련하여 지리서와 유서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경상도지리지, 세종실록 지리지 등의 지리서가 단순히 어명과 산지를 기입하는데 머물었던 반면, 전통시대 문물 백과전서인 유서류(類書類)에서는 조금 더 해양 어류에 초점을 맞춘 지식을 기록하였다. 조선 중후기, 지식인들이 편찬한 유서류는 당대 사회의 제도, 문물, 역사, 지리, 문화, 사상 등 한 사회를 조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지적 정보를 종합적으로 기록한 기록서이다. 당시의 민속과 문화의 지식을 체계화시키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당대 사회를 가늠할 수 있는 지적 표준을 성립했으나 방대한 영역으로 인해 해양생물에 대한 지식 영역에는 한계가 있었다 [5]. 그러나 이러한 시도 등을 통해 해양 어류에 대한 박물학적인 접근이 17세기 초부터 시작되었고, 19세기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지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생물학적 어보인『자산어보』를 비롯한 물고기에 대한 전문서인 어보가 19세기에 출현했던 것은 이런 지식체계 정립의 욕구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6].
조선 후기 정약전(1814)이 유배 생활 중 저술한『자산어보』는 흑산도 연근해에 사는 어류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설명한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 생태서이다. 정약전은 자신이 관찰한 해양생물을 인류 (鱗類), 무인류(無鱗類), 개류(介類,) 잡류(雜類)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고 다시 이를 하위 범주로 인류에 20류 72종, 무인류 19류 43종, 개류 12류 66종, 잡류 4류 45종 등 총 55류 226종으로 분류하였다 [1, 7, 12]. 이런 분류는 그 이전 조선 시대 해양 어보와 관련한 서적에는 있지 않은 새로운 것이었다. 그러나『자산어보』가 다른 해양 어류 박물학 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앞서 기록서인 지리지나 유서류처럼 단순히 물고기에 대한 ’ 지식‘ 뿐 아니라 산해경과 같이 그를 둘러싼 환경과 문화를 기록한 것에 있다. 정약전은 어류뿐 아니라 같은 환경에 존재하는 해충, 해금, 해수, 해초 등 당시 물고기로 분류되지 않았던 생물까지 어보의 기록 대상으로 삼았다. 즉 어류에 대한 관심을 그 대상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그 주변의 생태환경까지 포함하는 유기적 사고 체계를 가지고 저술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약전은 해양생물과 관련된 기존의 문헌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주민들의 현장 지식까지 활용하여 단순히 해양생물의 생태적 사실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각 객체와 관련된 환경적 정보까지 수집하여 기록하였다. 그 부가적인 정보에는 해양과 직접 관련된 어로법, 식문화, 이름의 유래 등을 담은 이야기뿐 아니라 저술 대상에 대한 당시 주민들의 인식 등 해양생물과 관련된 문화 전반적인 기록들이 있다 [6]. 이는 당대 지식인들이 지식의 반복과 집성을 위해 유서류를 집필한 것과 달리『자산어보』가 해양생물의 정보와 함께 그와 관계에 있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자산어보』가 담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은 현대에 들어 콘텐츠라는 상품을 개발하는데 원천 소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이유로『자산어보』는 우리나라 해양생물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창출해 내는 문화원형적 자료로서의 더욱 중요하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자산어보』의 문화원형 중 식문화와 관련된 요소를 분석하여 연구하려 한다. 먼저『자산어보』에 등장하는 어류 중 식문화와 관련된 어종들을 추출하여 연구범위를 결정한다. 이후 문화원형 추출을 위한 가설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어종들의 식문화 요소들을 조리법과 ‘맛’ 어휘로 분류하여 각 항목별로 분석한다. 그를 통해 등장하는 어류와 그와 관계된 문화적 요소들을 분석하여 당시 흑산도 주민들의 식문화와 문화원형을 추출하려 한다.
2.2 식문화와 문화의 변화를 통한 문화원형 요소 연구
식문화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문화적 행동이며 동시에 한 문화권을 구별 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단순한 식습 형태에 대한 규정이 아닌 물질과 사회, 정신문화의 결합이다 [8]. 식문화는 한 민족이 동일한 환경과 축적된 시간 속에서 개인과 그 지역에서 먹는 것과 관련하여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행동 양식을 의미한다. 단순히 음식과 관련된 재료, 재료의 생산, 유통, 소비, 가공과 더불어 음식을 조리 등의 직접적 요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그를 통해 야기되는 상차림의 구성 양식, 식습관과 기호, 관행, 금기 풍습 등 문화적 행위까지 포함한다 [9]. 이러한 식문화는 기후, 풍토 등의 자연환경에 따라 지역마다 특색을 보인다. 재료의 선택이나 조리법 등은 해당 지역의 여러 조건에 맞춰 적용된다. 그리고 이렇게 정착된 식문화는 시대적, 사회적 여건에 따라 변화하면서도 동시에 전통성을 고수한다 [10]. 이러한 특성으로 식문화는 지역이나 민족을 상징하는 문화적 표상을 가지게 된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 1970)는한 사회의 요리는 그 사회의 구조를 나타낸다고 하였다. 이는 식문화의 연구를 통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 등 그 지역 문화 전반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11]. 그러한 관점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음식을 통해 다양한 민족의 신화 구조를 분석했고, 자연과 문화로 구성된 민족사를 조명했다. 그는 ‘날 것 (Fig. 1, 1번)’과 ‘익힌 것(Fig. 1, 2번)’ 이원적 대립의 축에 ‘썩은 것(Fig. 1, 3번)’이라는 매개항을 설정하여 음식의 3원 구조로 제안하였다, 이때 날 것과 익힌 것은 ‘자연’과 ‘문화’의 이원적 대립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익힌 것은 ‘문화적 변형(Fig. 1, a)’과 썩은 것은 ’ 자연적 변형(Fig. 1, b)’으로 판단하였다. 발효(Fig. 1, 4번 항목)는 날것과 익힌 것에서 속하지는 않으나 문화적 변형과 자연적 변형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Fig. 1. Three-dimensional Structure of Fermentation.
이와 같은 모형을 통해『자산어보』에 나타나는 식문화의 특성을 파악하고 문화적 요소를 추출하려 한다. 이에 본 연구에 들어가기에 앞서『자산어보』의 식문화 요소 분석을 위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운다.
가설 1.『자산어보』에 나타나는 식문화에는 조리형태에 따른 속성이 존재한다.
가설 2.『자산어보』에 나타나는 식문화 속에는 당시 문화를 알 수 있는 선호도가 존재한다.
가설 3. 식문화 지배 요소와 어류의 선호도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위와 같은 가설을 통해『자산어보』의 음식문화를 살펴보고 요소들을 분석한 뒤, 당시의 식문화가 가지는 현대적 문화적 의의와 요소를 찾고자 한다.
3.『자산어보』의 해양 식문화 특징
3.1 연구방법
본 연구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현재 번역된 『자산어보』의 출판서 중 서해문집에서 발간한 정명훈의 번역서를 분석대상으로 선정하였다 [11]. 정명현의 번역서는 2016년에 출간한 것으로 정약전의 서술 외에 청안의 서술을 분리하여 기술하여 원문의 구성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자산어보』에 나타나는 해양생물 중 어류에 속하는 인류, 무인류 100종을 중심으로 식문화와 관련된 요소들을 추출한다. 맛 어휘를 한정하기 위해 추출 요소로는 우선 식용되었던 어류, 그리고 그 어류를 가공했던 방법, 어류에 대한 맛 평가 어휘들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분석하여 문화원형적 가치를 추출하고 그를 통해 현대적 의의를 발견하려 한다(Fig. 2).
Fig. 2. Analysis model of the Food-Culture Elements of the Jasan-urbo.
식문화 요소 추출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자산어보』에 기록된 어종 중 식용 여부에 대한 정보를 분류하였다. 그 과정에서 식용 여부가 기록되어 있지 않은 어종은 다른 문헌에는 정보가 있을 수 있기에 ‘정보 없음’으로 처리하였다. 두 번째로 해당 어종의 식용 방법에 대해 분류하였다. ‘국, 탕, 구이’ 등의 가열 방식으로 기록된 것은 ‘익힌 것’으로 분류했으며 ‘건어, 포’ 등 건조 방식은 ‘말린 것’, ‘회, 날 것’ 은‘날 것’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젓갈, 삭힌 것’은 ‘발효’의 지표로 분류했다. 그중 식용 여부는 기록되어 있으나 식용방법이 없는 것은 ‘기록 없음’으로 분류하여 향후 타 문헌 조사를 통한 확장성을 열어두었다.
마지막으로, 당시 어류에 대한 당시 주민들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맛”에 대한 어휘를 분석하였다. 단순히 미각과 관련된 어휘만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맛 표현에 나타나는 다차원적인 속성을 이용하여 그들 간의 상호 관계성을 파악하였다. 맛 어휘들은 다른 맛 어휘 원소들과 인지적, 의미적 상호관계를 통해 상대적인 고유한 위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때 고려되는 맛 어휘의 속성으로는 맛의 종류, 맛의 강도, 그리고 맛의 기호 척도가 있다 [13]. 이 중 맛의 기호는 앞서 나타나는 속성인 종류와 강도의 상호관계를 통해 주관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로 각 어종 간의 상대적 기호 척도를 추출할 것이라 가정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맛의 속성을 이용하여『자산어 보』에 나타나는 어종의 선호도를 추출하였다(Fig. 3).
Fig. 3. Process of Extracting Preference.
분석 대상인 인류, 무린류 총 100종 중, 식용에 대한 기록이 전해지는 것은 71종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확인된 종 이외에『자산어보』에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문헌에 기록되어 있을 것을 염두하여 공란으로 표기했다. 단, 식용불가인 종은 ‘X’로 표기하여 차별성을 두었다. 이 중 식용법까지 기록된 종은 40종으로 확인되었으며 식용에 대한 기준은 맛에 대한 표현과 조리법의 기록으로 하였으며 두 조건 중 하나 이상 일치할 시 식용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 또한『자산어보』기록 외에 다른 문헌에 기록되어 있을 경우 등 확장성을 대비하여 공란으로 표기하였으며 ‘회로는 좋지 않다.’, ‘~ 외엔 쓸모가 없다’와 같은 표기에 한정해서 ‘X’로 표기하였다. 앞서 추출한 특성을 이용하여 자산어보에 나타나는 식문화를 분석한 결과는 Table 1과 같다.
Table 1. Classification of the Food-Culture Elements in the Jasan-urbo
3.2『자산어보』에 나타난 조리형태를 통한 지배 속성 추출
『자산어보』에 나타나는 조리형태는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국과 탕 등의 물을 사용한 조리법 (이하 ‘국’으로 통칭)과 구이, 젓갈, 포, 그리고 날 것의 형태인 회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조리법들을 [Fig. 1]의 발효 모형을 이용하여 [자연적-문화적] 대립항에 대입하여 보았다.
자연적 변형에는 ‘날 것’의 형태인 ‘회’가 속한다. 이는 [Fig. 1] 모형에 나타나는 것과 차이가 없다. 두 번째 항인 문화적 형태에는 ‘익힌 것’에 해당하는 ‘국’과 ‘구이’가 속한다. 그러나 그 둘의 방법 요소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은 물을 이용하여 “끓인” 형태이고 ‘구이’는 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거나 혹은 다른 물체 혹은 공기를 통해 열에너지를 전달받아 진행된다. 이때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물’이 일부 기화되어 사라진다. 즉, “끓인” 형태는 물이 지배적 역할을 하는 반면 “구이” 형태는 직접/간접적인 “불”과 “공기”가 결합을 통해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끓인” 것 역시 불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물”과 “불”의 결합적 형태이다. 이를 정리하자면, 문화적 형태에 등장하는 요소로는 ‘물’, ‘불’, ‘공기’ 항이 있으며 이 항목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작용 함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연적과 문화적 변형의 중간 형태에는 ‘발효’에 해당하는 젓갈과 함께 새로운 형태인 ‘포’가 등장한다. ‘포’는 ‘발효’와 마찬가지로 인위적인 가공을 통해 자연적인 방식, 즉 시간을 통해 완성되는 조리법이다. 그러나 “물”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젓갈’과 달리 ‘포’는 “공기”에 수분을 제거함으로써 완성된다. 이를 ‘건조’의 형태라 분류할 수 있다. ‘건조’의 형태는 인위적인 가공을 통해 자연적인 방법으로 수분을 제거한 상태를 말한다. ‘젓갈’에 “물”이 필수요소라면 ‘포’에게 “공기”가 필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젓갈’의 형태인 발효는 “물”의 요소와 함께 다른 요소도 가지고 있다. 레비스트로스의 모형에 나타나는 ‘썩은 것’의 형태는 흙 속에 있는 미생물을 통해 화학작용을 일으킨 결과이다. 흙은 물과 불, 그리고 공기와 함께 물질을 구성하는 4대 요소이다. 그렇기에 “썩은 것”, 즉 “발효”는 ‘물’과 함께 ‘흙’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이 ‘가설 1. 에 대한 검증으로『자산어보』의 조리 방법을 분석한 결과, 자연적 변형, 문화적 변형, 발효, 건조의 4가지 형태를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 속성으로는 레비-스트로스의 모형에 나타나는 ‘물’, ‘불’, ‘공기’와 함께 ‘흙’이라는 새로운 속성을 추출하여 총 4가지의 속성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3.3 맛 어휘 분석을 통한 식문화의 선호도 분석
두 번째 가설인 ‘『자산어보』에 나타나는 식문화 속에는 당시 문화를 알 수 있는 선호도가 존재한다.’를 검증하기 위해『자산어보』에 나타나는 맛과 관련된 문장을 분석하여 맛과 관련된 어휘를 추출하였다.『자산어보』에 기록된 맛과 관련된 문장들은 ‘맛이 달다’와 같은 단순한 구조가 있는 반면 민어의 경우처럼 ‘맛은 담백하면서도 달며, 날 것과 익힌 것 모두 좋지만 말린 것이 사람 몸에 더 이롭다’와 같은 복합적인 구조를 가진 문장들 역시 다수 존재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맛과 직접/간접적으로 관련된 어휘들은 추출하였으며 또 추출된 어휘들을 성질에 맞게 분류하고 분석하였다. 그리고 분석한 결과들의 종합적 결과를 통해 각 어종의 선호도를 추출하였다.
먼저 ‘맛’의 직접적인 어휘인 각 대상의 맛의 표현에 나오는 어휘의 종류와 강도를 추출하였다. 우선 맛의 종류와 관련된 어휘로는 [달다/시다/쓰다]가 추출되었다. 이때 ‘달다’는 뒤에 ‘맛이 좋다’ 등과 같은 긍정적 표현과 함께 쓰였으며 ‘시다’,‘쓰다’는 ‘좋지 않다’ 등과 같은 부정적 표현과 함께 쓰였다. 또한 맛의 강도를 나타내는 어휘로는 [매우 싱겁다/싱겁다/담담하다/담백하다/개운하다/진하다/농후하다/짙다/탁하다/진하며 탁하다]가 있었다. 이러한 어휘들은 [긍정적/부정적] 요소로 분류하여 +/- 형태로 정리하였다. 또한 중립적인 의미로 쓰인 것에는 ±로 정리하였다.
+ : 달다, 개운하다, 진하다, 농후하다, 짙다
- : 시다, 쓰다, 탁하다, 진하며 탁하다.
± : 싱겁다, 담담하다, 담백하다.
그러나 두 가지 요소만으로 선호도를 추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맛이란 주관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함께 기록되어 있는 맛 이외의 표현을 활용하여 객관성을 검증하였다. 맛의 직접적 요소 이외의 간접적 어휘들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후각과 결합한 표현으로 [누린내가 난다/비린내가 심하다]가 있으며 두 표현은 부정적 감정을 나타낸다. 식감을 나타낸 어휘로는 [무르다/단단하다/ 텁텁하다]가 있다. 이때 ‘무르다’와 ‘단단하다’는 어육의 강도를 나타내며 ‘텁텁하다’는 식이 후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이다. 어육의 강도를 나타내는 어휘는 객관성을 가지고 있으나 ‘텁텁하다’는 주관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텁텁하다’는 ‘시다’와 ‘좋지 않다’와 같은 부정적 어휘와 함께 쓰여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나타나는 간접적 어휘는『자산어보』에서 눈여겨봐야 할 특징으로 “수어보다 맛이 못하다”와 같은 어류 간의 상대성을 나타내는 표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자산어보』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이 담겨있는 종합적 기록물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표현의 종류로는 [뛰어나다/최고다/비슷하다/ ~것보다 못하다/ 좋지 않다/ 쓸데가 없다/맛이 변변치 못하다/맛이 떨어진다]가 있으며 이를 통해 각 어종별의 비교우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Table 2와 같은 선호도 양상을 띄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맛 어휘 분석 결과에 따른 선호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선호도가 높은 어종이나 포의 형태로는 좋지 않다거나 ‘회로 먹기에 적당하지 않다’와 같은 경우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는『자산어보』에 기록된 표현을 분석한 결과로 그 한계를 가진다.
Table 2. Preference Extraction Results
3.4『자산어보』에 나타나는 식문화 특징과 결과
본 연구에서는『자산어보』에 등장하는 식문화 요소들을 통해 당시 흑산도 주민들의 해양 식문화가 가지고 있는 문화원형을 알아보기 위해 세 가지 가설을 세웠다.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자산어보』에 나타나는 해양생물들 중 어류인 인류, 무인류 100종을 중심으로 식문화와 관련된 요소들을 추출하였다. 먼저『자산어보』에 기록된 어종들 중 식용 여부에 대한 정보를 분류하였다. 두 번째로 해당 어종의 식용 방법에 대해 분류하였다. 마지막으로, 당시 어류에 대한 당시 주민들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맛”에 대한 어휘를 분석하였다. 그를 통해『자산어보』에 나타나는 식문화 요소를 분석하고 가설을 검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결과 1.『자산어보』에 나타나는 조리법을 통해 과거 식문화는 4가지 형태의 변형을 가지며 지배 속성으로는 물, 불, 공기, 흙 등 4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과 2.『자산어보』의 맛 어휘 분석을 통해 당시의 식재료로써의 어류 선호도를 알 수 있었다
결과 3. 조리법의 유무/다양성과 선호도 사이의 상관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추출한 특성들을 이용하여 결과 1, 2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결과 1, 2를 통해 가설 3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민어의 경우, 다양한 조리법으로 활용되었으며 선호도 역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조기는 모든 조리법에 활용되었으나 선호도는 중간으로 분석되었다. 청어 역시 ‘날 것’을 제외한 모든 조리법에 활용되었으나 선호도는 중간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조리법의 다양성과 선호도 사이에는 가설 3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역시『자산어보』에 기록된 것을 중심으로 하였기에 절대적인 결과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먼저 결과 1. 을 통해 향후 현대적 조리법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과거와의 조리법 변화 양상 및 식재료의 변화를 추측해볼 수 있다. 또한 결과 2. 항목인 선호도의 결과를 통해 현대 식재료와의 선호도 비교연구로 확장 가능하다. 특히 해양 식문화의 변화는 환경과 기술의 발달, 문화의 변화 등 다양한 요건들이 작용하는 것이기에 이를 통해 선호도의 변화 양상에 대한 원인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의 연구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본 연구는 『자산어보』의 문헌 분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확장된 연구의 초석으로 작용할 것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4. 결론
지금까지 『자산어보』에 기록된 종 중 어류에 해당하는 인류와 무린 류를 중심으로 각 어종과 관련된 식문화와 그를 바탕으로 현재 식문화와의 차이점을 통해 해양문화원형을 살펴보았다.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산어보』의 문화원형 중 해양 식문화와 관련된 요소를 분석하여 연구하였다. 분석대상으로는『자산어보』에 나타나는 해양생물 중 어류인 인류, 무인류 100종으로 한정하고 식문화 요소를 추출하기 위한 가설을 세웠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먼저 조리형태에 따른 문화원형 속성을 분석하였다. 두 번째로 문헌에 나타나는 ‘맛’ 어휘를 분석하여『자산어보』의 시간적 시대 배경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선호도를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식문화 지배 요소와 어류의 선호도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식문화 요소에는 4가지 속성이 있음을 파악했으며 어류의 식재료 활용을 통해 당시 흑산도 주민의 식문화를 알 수 있었다. 또한 ‘맛’ 어휘 분석을 통해 선호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산어보』의 모든 어종과 관련된 식문화가 기록되지 않은 것은 분명 한계이다. 그러나 일부 특성을 통해 당시 주민들의 식문화를 유추하고 그 선호도를 추출할 수 있었다. 앞의 결과를 이용하여 현재의 식문화와의 비교를 통해 생태학적, 문화적, 지리학적 변화 양상까지 확장 가능하다. 다만 원문을 분석한 것이 아니기에 번역서에 의존하여 맛 어휘를 분석하였다는 점은 연구의 한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자산어보』를 식문화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은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사료된다. 그리고 당시의 식문화 요소의 추출을 통해 현대 식문화와 비교함으로써 식문화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와 기술의 변화까지 함께 추출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를 바탕으로 현대 해양 식문화와의 차이를 파악하고 이를 다학문적, 융복합적 연구로 확장되어야 한다. 해양 식문화의 변화는 어종의 생태와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당시의 식문화에 대한 분석 분 아니라 나아가 『자산어보』의 융합적 요소를 추출할 수 있다. 또한 추출한 변화요소와 문화원형 가치의 유기적 결합 연구를 통해 향후『자산어보』와 같은 문화유산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밑바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전통적 가치가 다학문의 융합적 문화콘텐츠로 확장 가능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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