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안전대책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농가들 집회 이후 장기 천막농성에 들어가
지난 12월 13일 전국에서 모인 채란인들은 정부의 계란안전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원점에서 검토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식약처 문을 뚫고 내부로 진입하였다. 주요 쟁점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산란일자 난각 표기와 식용란선별포장업이 당장 금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식약처는 현실을 외면한 채 농가들이 요구를 묵살하고 기존의 방침을 고수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일자를 난각에 표기하는 것은 심각한 유통과정의 혼란이 초래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대안으로 포장지에 산란일 기준의 유통기한을 표기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식용란선별포장업은 전국에 GP센터의 설치 비율이 낮고, 콜드체인시스템 등 인프라가 구축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최소 3년간 유예하고 광역 GP센터가 설치된 후에 시행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계란산란일자 표기가 금년부터 시행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만 정작 왜 농가들이 반대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부족하다. 포장유통의무화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난각에 산란표기는 큰 의미가 없고 신선도에 이상이 없는 계란이 산란일자 때문에 뒤로 밀려 못먹는 계란으로 취급될 경우 재고가 발생하게 되면 유통 및 수급조절에 큰 혼선이 빚어진다. 결국 가격 상승으로 서민식품이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식용란선별포장업도 온도 및 세척 이외의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농가에서는 엄두가 안난다. 정부의 지원하에 축협 등 단체들이 참여하여 광역 GP센터 건립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농가들은 집회 이후 무기한 장외 천막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틀을 바꾸기 위해서 예전과 같이 식약처에 분산되어 있는 농축산 업무를 농림축산식품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농가들은 천막농성을 통해 뜻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어지고 있다.
친환경인증 2020년부터 축산법으로 관리
종전과 큰 변화 없이 운영될 듯
친환경인증제는 지난 20여년간‘안전한 먹거리’를 생산·소비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해왔다. 원래 유럽에서는‘환경 생태계 보전’차원에서 도입되어 시행되었으나 우리나라는‘안전한 먹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도입, 시행되고 있다. 친환경 관련제도만 하더라도 친환경축산물 유기농·무농약·무항생제 인증제도, 동물복지, HACCP 등 다양하며, 관련 제도만 하더라도 지자체 인증제도, 계란·닭고기 등급제, 로하스 등 복잡할 정도로 다양하다.
친환경 인증제도는 정부의 위임을 받아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업무를 전담하였고 업무가 확대되자 2002년부터 민간업체를 참여시키면서 공동사업을 추진했으며, 2017년부터는 민간업체가 인증업무를 보고 농관원은 관리감독 기구로 사후관리만 맡아오고 있다.
2017년 8월 잔류허용기준(MRL)을 초과한 계란, 일명 살충제 성분 검출 파동이 일면서 60%에 달하는 무항생제 인증농장에서 MRL을 초과한 계란이 나오면서 계란 안전성 문제와 함께 친환경인증 무용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고자 무항생제 인증의 심사기준을 강화하면서 최종 산물이 아닌 계분의 잔류물질까지 검사를 확대하였다. 검사 후 인증이 취소되면 과태료뿐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본회에서는 농가들의 친환경인증서 반납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 친환경농어업법상의 친환경인증을 2020년부터는 축산법상의 무항생제 인증으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무항생제 축산물’이라는 기존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농관원과 함께 민간 인증기관을 활용하는 기존 인증체계 또한 유지하려고 한다. 농가들의 의지만으로 지킬 수 없는 그럴 듯한 기준만 세워놓은 채 정작 손봐야 하는 문제는 외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증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법 주체만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농가를 옥죄는 제도로 변질된다면 무항생제 인증제를 폐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대신 정부는 브랜드 육성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더불어 농가들이 주도해 안전 축산물 생산에 초점을 맞춘 자율적인 인증제도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