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온병(溫病)은 온사(溫邪)로 인하여 유발된 발열이 주증인 다종의 급성 외감열병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1) 최근 국내에서도 메르스나 사스와 같은 전염병이 증가하고 있어 온병 처방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러 온병 서적 중 온병조변(溫病條辨)은 청대 의학자인 오국통(1758-1836)이 1813년 완성한 책으로, 온병학과 관련된 주요 서적이며 현재 중국에서는 온병조변을 내경(內經), 상한론(傷寒論), 금궤요략(金匱要略)과 더불어 4대 의학경전 중의 하나로 취급할 정도로 매우 중시하고 있다2). 따라서 온병조변은 온병학 연구에 필수적인 책이라 할 수 있다.
온병조변의 처방을 거시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많이 있었는데 胡등3)은 처방을 治濕 방법(治濕之標方 藥, 治濕之本方藥, 治濕之標本方藥 등)으로 분류하는 방법을 이용하였으나 계량적 방법을 이용한 분석은 아니었고, 雷등4)은 온병조변의 처방을 계량적 방법으로 분석하였으나 그 대상이 본초 개수와 처방 용량 등을 활용하여 처방의 효능 등을 수치화한 것이어서 본초 조합을 대상으로 한 분석은 아니었다. 백등5)은 본초 조합을 이용하여 처방을 분석하였으나 본초 조합의 빈도수만을 이용하여 분석한 한계가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네트워크 분석법을 이용하여 온병조변에 수록된 처방의 구조적 분석 연구를 시행하고자 하였다. 네트워크 분석법은 빅데이터를 거시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연구 동향 연구6)나 처방의 탐색적 구조 분석 연구7) 등에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온병조변 처방의 구조적 연구를 위해 온병조변 처방 내 구성 본초들간의 조합을 분석하여 온병조변에서 중요하게 연결되어있는 본초 조합군(community)을 찾아내고, 본초 구성을 이용하여 기본 처방을 유추하는 기존 연구8)를 이용하여 각 본초 조합군을 기본 처방으로 분석함으로써 온병조변 처방을 구조적으로 파악해보고자 하였다.
Ⅱ. 본론
1. 데이터베이스
『국역 온병조변』10) 상초편, 중초편, 하초편에 수록된 처방 198개에 대해 Fig 1.과 같은 형식으로 네트워크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구성 본초에는 芍藥(炒), 大棗(씨를 뺀 것)와 같이 수치 정보가 포함된 것들이 있었으나 수치에 따른 본초효능의 세세한 변화보다는 본초 구성의 변화에 따른 처방 변화의 큰 흐름을 보고자 하였으므로 芍藥, 大棗과 같이 수치 정보를 제외한 본초명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였다(Fig. 1.).
Fig. 1. Database of herbal components of formulas from separated with processing information
薑, 桂枝木, 苦桔梗과 같이 이명이 사용된 본초들은 약재명의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기존 연구결과10)를 참고하여 生薑, 桂枝, 桔梗 등으로 동의어 처리를 함으로써, 다양한 문자열 표현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분석 오류를 최대한 배제하였다.
네트워크 분석을 이용한 처방 분석과 관련된 기존 연구들7)을 보면 甘草는 조화제약의 의미로 널리 쓰여 처방의 구조적 분석에서 대부분 제외하므로 본 연구에서도 甘草는 제외하고 분석을 실시하였다.
2. 네트워크 분석
198개 처방 내 구성본초들간의 조합을 네트워크 분석도구인 NetMiner4.4.1(Cyram Inc., Seoul, Korea)을 이용하여 one mode degree 방식으로 분석하였다. one mode degree 분석은 본초 조합과 같이 같은 속성을 가진 노드 간의 관계를 분석하는데 이용되는 방법이다. 레이아웃은 방향성이 없는 각 노드를 노드 간 이론적인 거리에 비례하여 그래프 상에 기하학적으로 위치하게 배치하는 방식의 알고리즘인 Kamada & Kawai algorithm을 이용하여 표현하였다11).
처방 수나 구성약재 수와 같은 온병조변의 데이터 특성에 가장 적절한 분석 대상을 찾기 위해 노드 간 조합 횟수를 다양하게 바꾸어가며 결과를 살펴보았다. 조합 횟수 2회 이상, 3회 이상, 4회 이상, 5회 이상, 7회 이상, 13회 이상의 본초 조합에 대하여 네트워크 분석을 시행한 결과 13회 이상의 본초 조합을 분석대상으로 했을 때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Ⅲ. 결과
온병조변 전체 처방에서 13회 이상 활용된 본초 조합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그룹 내의 노드 간 밀도는 높고 그룹 간의 밀도는 낮은 상태의 하위집단인 총 3개의 community로 응집 패턴을 보이는 분석 결과를 도출하였다(Fig. 2.). 각 community의 구조와 구성은 다음과 같다(Table 1.).
Fig. 2. Network analysis results of herbal combinations shown more than 13 times
Table 1. Structure and composition of each community
Ⅳ. 고찰
본초 구성을 이용하여 기본 처방을 유추하는 기존연구8)를 이용하여 각 community를 기본처방으로 분석 고찰해 보았다.
1. Community 1의 기본 처방 분석 및 고찰
community 1은 桂枝, 芍藥, 甘草, 生薑, 大棗, 連翹, 金銀花, 桔梗, 竹葉, 玄蔘, 生地黃, 麥門冬, 半夏, 阿膠, 龜板로 구성되어있다. 이는 크게 銀翹散계열(連翹, 金銀花, 桔梗, 薄荷, 竹葉, 甘草, 荊芥, 豆豉, 牛蒡子), 增液湯(玄蔘, 生地黃, 麥門冬)과 復脈湯(甘草, 桂枝, 麻子仁, 麥門冬, 生地黃, 人蔘, 阿膠, 生薑, 大棗)계열, 桂枝湯(桂枝, 芍藥, 生薑, 甘草, 大棗)과 小建中湯(桂枝, 芍藥, 生薑, 甘草, 大棗, 餃飴)계열의 본초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銀翹散은 온병조변에서 제1처방으로 삼고 있고 수반되는 증후에 따라 가감하여 활용하고 있으므로 필연적인 결과로 보인다. 또한 增液湯이나 復脈湯 계열의 처방1)은 온열사(溫熱邪)로 인해 손상된 음액(陰液)을 회복하기 위해 기본방으로 활용되는 처방이기에 중요 본초 조합군으로 분석된 것은 당연한 결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銀翹散 계열의 처방과 增液湯, 復脈湯 계열의 처방이 함께 보이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 淸營湯과 같은 처방에서 영분(營分)의 열을 식히면서 열사(熱邪)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신량(辛凉)한약을 함께 배합해서 사용한 용례12)가 분석 결과에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온병에 많이 활용되는 한량(寒凉)한 약들에 의해 양기(陽氣)가 손상되는 경우나 평소에 양기가 허한 사람에게 변통할 목적으로 ‘하초편’에서 半夏湯, 建中湯, 桂枝湯 등을 집중적으로 활용하였는데, 그러한 내용이 분석 결과에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2. community 2의 기본 처방 분석 및 고찰
community 2는 犀角, 梔子, 黃連, 牛黃, 鬱金, 朱砂, 梅片, 麝香, 珍珠, 雄黃, 黃芩, 金箔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安宮牛黃丸의 구성 본초와 정확히 일치한다. 安宮牛黃丸은 청열개규(淸熱開竅)의 효능이 있어 담열(痰熱)과 내온사열(內蘊邪熱)로 인한 온병을 치료하는 방제이다. 이 처방을 활용하는 경우는 온열사(溫熱邪)가 심포(心包)로 직접 침입한 상황, 즉 ‘역전심포(逆傳心包)’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온병의 전변과정에서 강조되는 위중한 증후 중 한 가지이다. 또한 습열병(濕熱病)에서 예탁한 습사(濕邪)가 전신에 퍼져 ‘내폐외탈(內閉外脫)’을 초래한 경우에도 그 방향한 성질을 활용할 수 있다. 安宮牛黃丸의 구성 본초가 하나도 빠짐없이, 또한 다른 구성 본초와의 링크없이 하나의 community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이러한 온병조변의 내용을 네트워크 분석이 잘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3. community 3의 기본 처방 분석 및 고찰
community 3은 石膏, 知母, 粳米, 人蔘, 滑石, 木香, 沈香, 丁香, 升麻, 芒硝, 硝石, 乾薑, 附子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白虎湯(石膏, 知母, 甘草, 粳米)계열과 紫雪丹계열(滑石, 石膏, 磁石, 羚羊角, 木香, 犀角, 沈香, 丁香, 升麻, 玄蔘, 甘草, 芒硝, 硝石, 朱砂, 麝香), 四逆湯계열(附子, 乾薑, 人蔘)의 본초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白虎湯은 온병의 기분열(氣分熱)을 치료하는 기본방으로서 각종 처방에 활용되고, 紫雪丹 역시 安宮牛黃丸과 함께 빈용되는 처방이며 군약이 되는 石膏, 滑石, 寒水石이 다른 처방2)에도 활용되는 용례가 있는 것으로 볼 때 분석의 결과가 의미가 있다. 또한 四逆湯 계열의 처방은 온병조변 중초편에서 한습(寒濕)을 다루는 부분에 자주 등장하는데, 한습이 비록 온병은 아니지만 습사(濕邪)가 중초를 손상하는 경우에 한사(寒邪)로 인해 비위(脾胃)의 양기(陽氣)가 손상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오국통은 습열(濕熱)로 인한 상황과 구분할 목적으로 한습(寒濕)에 대해 기술해 두었다. 이러한 온병조변의 구성 특징이 분석의 결과에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고빈도 활용 본초 조합을 기준으로 응집구조분석을 수행한 것이다. 응집구조분석의 기본 이론은 빈도와 각 본초간의 연결도를 고려하여 각 그룹 외 상관성보다 그룹 내 본초간 연결도가 비교적 강한 최적화 구성 모델을 분석 제안하는 것이므로, 서로 다른 그룹간에 속해있는 연관성이 높은 본초 조합은 향후 다른 모델이나 해석 방법으로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군신좌사 등의 속성이 결합된 연구 등이 수행된다면 보다 정밀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Ⅴ. 결론
온병조변에 수록된 처방들의 구성 본초 조합을 네트워크 분석법으로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1. 온병조변의 처방들은 크게 3개의 본초 조합군(community)으로 구성되어 있다.
2. 첫 번째 community는 銀翹散계열, 增液湯과 復脈湯계열, 桂枝湯과 小建中湯 계열의 처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3. 두 번째 community는 安宮牛黃丸으로 구성되어 있다.
4. 세 번째 community는 白虎湯계열, 紫雪丹계열, 四逆湯 계열로 구성되어 있다.
5. 본초 조합을 중심으로 온병조변의 처방들을 구조적으로 분석해보면 온병조변의 처방은 온열사(溫熱邪)를 치료하면서 음액(陰液)이나 양기(陽氣)를 보충하는 본초 조합군과 역전심포(逆傳心包)를 치료하는 본초 조합군 그리고 온병의 기분열(氣分熱)과 중초의 한습(寒濕)을 치료하는 본초 조합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정 서적이나 의가의 처방을 분석함으로써 처방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많이 있어왔으며, 구성 본초 조합을 이용하여 처방을 분석하는 것은 여러 연구 방법 중 하나이다. 비록 본초 조합을 이용하여 처방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처방 뒤에 숨어있는 의가의 깊은 의미를 모두 분석해 낼 수는 없겠지만, 많은 구성 요소들이 여러 조합을 이루고 있는 처방 데이터의 특성 상 빅데이터를 거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네트워크 분석법을 이용한 연구는 처방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본 연구 방법이 발전한다면 처방의 구조적 파악이 더 정확해지고 의가의 의론들도 여러 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의 글
이 논문은 2018년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7R1C1B5018236).
본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 주요사업 “한의 PHR 활용기술 개발(K18093)”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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