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통증 학회의 정의에 따르면 통증이란 실제적인 또는 잠재적인 조직 손상에 따라 수반되는 혹은 그러한 손상의 관점에서 표현되는 불쾌한 감각적, 정서적 경험을 의미한다.1) 통증의 발생 원인으로는 외상 및 기타 물리적인 요인에 의한 신경세포 손상, 면역반응 및 기관이나 조직에 도달하는 혈류의 이상 등이다. 하지만 인체의 이상상태를 알리는 이러한 통증은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는 위협을 감지하여 2차 손상을 방지하거나 그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꼭 필요한 방어기전이다.2)
그러나 통증의 정도가 지나치거나 손상된 조직의 수복이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 또는 암과 같은 질병으로 기인하거나 원인불명의 만성 통증의 경우에는 인간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통증이 효과적으로 조절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진통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아스피린을 포함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NSAID)는 상부 위장관의 점막 염증과 출혈 그에 따른 천공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음이 보고된 바 있으며, opioid계 진통제인 morphine은 중독성과 의존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중추신경계통의 이상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진통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3,4)이유로 최근 많은 과학자들이 천연물로부터 비롯된 화합물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그에 따라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며, 다양한 천연물로부터 뛰어난 진통 효능이 보고되고 있다.5)
히어리(Corylopsis gotoana)는 조목나무과(Hamamelidaceae)에 속하며 송광납판화라는 이명을 가졌으며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식물로 지리산 일대와 전라남도 지방에 자생하며 비탈진 곳 혹은 물 빠짐이 좋은 환경에서 자란다. 히어리는 환경부에서 정한 멸종위기식물 2급에 속한식물로서 현재까지 보고되고 있는 연구결과는 약리작용에 대한 것보다는 대량증식을 위한 히어리 군락의 환경, 식생의 조건 및 특징에 관한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한방에서는 히어리가 열을 꺼뜨리고 붓기를 내리며 구역질에 사용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최근 연구를 통해 caffeoyl 유도체, tannin류 및 flavonoid류 등의 phenolic compounds를 함유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이 성분들은 라디칼 소거능 뿐만 아니라 항산화 관련 효소의 활성 촉진에 있어서 뛰어난 효과를 보였으며 암세포 중 특히 전립선암 세포의 증식에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8,9) 또한 Nrf2의 활성을 촉진하여 산화적 손상에 의해 유도된 간세포에서 세포 보호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chalcone계 성분인 isosalipurposide도 보고되었다.10)
이에 본 연구에서는 히어리의 해열 및 부종억제 효과를 바탕으로 히어리가 다양한 종류의 통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먼저 ICR mouse를 이용한 tail immersion test와 hot-plate test를 통해 히어리의 중추성 통증 억제능을 검정하였으며, acetic acid induced writhing test를 이용해 말초성 통증 억제능을 확인하였다. 더불어, formalin test를 통해 중추성과 말초성 통증에 대한 억제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함과 동시에 opioid 수용체의 비선택적 길항제인 naloxone을 전 처리하여 히어리의 진통 효능이 opioid 수용체와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재료 및 방법
재료
본 실험에 사용된 히어리는 2014년 7월 전라북도 전주 소재의 한약업사에서 구입하였으며 우석대학교 약학대학 김대근 교수의 검증을 거친 후 실험에 사용하였으며, 건조된 표준품은 우석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생약표본실에 보관하고 있다(WH084). 건조된 샘플 200 g은 9000 mL의 100% methanol을 사용하여 세 번 추출되었다. 추출은 50℃를 유지한 상태에서 초음파 추출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Methanol 추출물은 회전식 농축(EYELA, Japan)를 이용하여 4.24 g(수율 : 2.12 %)으로 농축되었으며 이 샘플은 동결건조된 후 –20℃에서 보관되었다.
실험동물
ICR mouse(5주령, 수컷)는 다물 사이언스(Daejeon, Korea)에서 구입하였다. 실험동물은 일정 온도(22 ± 1℃), 자연광 상태에서 사육되었으며 일정한 양의 사료와 식수를 주기적으로 공급하였다. 본 연구에서 수행된 진통 실험은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에서 규정하는 동물실험 윤리(승인번호 WS2017-2)를 준수하였다.11) 실험동물은 10마리에서 12마리가 무작위로 선택되어 구획되었다. 각각의 실험에서 히어리는 증류수를 용매로 하여 구강을 통해 투여되고 음성대조군에서는 같은 양의 증류수를 투여하였다. 양성대조군으로 사용된 약물 중 tramadol(15 mg/kg)은 복강 주사하였고, indomethacin(5 mg/kg)은 경구투여 하였다.
Tail-immersion test
본 연구에서 tail-immersion test는 Wang 등의 방법을 약간 수정하여 수행하였다. ICR mouse의 꼬리 절반을 50 ± 0.2℃의 온도가 유지되는 water bath안에 담근 후 꼬리를 다시 들어 올리는 시간을 측정하였다. 측정시간은 히어리(250, 500 mg/kg)와 tramadol(15 mg/kg) 투여 후 0, 30, 60, 90, 120분이 지난 뒤에 시행되었다. 또한 조직 손상을 피하기 위해 측정시간은 20초를 최대로 하였다.
\(Analgesic \ activity(\text%)=\frac{T_b-T_a}{T_a} \times 100\)
Ta : 음성대조군의 지연 시간 Tb : 약물투여군의 지연 시간
Hot-plate test
Hot-plate test는 ICR mouse를 각 군으로 구획한 후, hot-plate를 55 ± 1℃를 유지시킨 상태에서 실험동물을 그 위에 올려놓은 뒤 통증 반응(앞발 핥기, 뒤로 가기, 제자리 뛰기)을 보일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하였다. 시간 측정은 히어리(250, 500 mg/kg)와 tramadol(15 mg/kg)을 투여 후 0, 30, 60, 90, 120분이 지난 뒤에 시행되었다. 또한 조직 손상을 피하기 위해 측정시간은 30초를 최대로 하였다.
\(Analgesic \ activity(\text%)=\frac{T_b-T_a}{T_a} \times 100\)
Ta : 초기 반응 시간 Tb : 실험군 반응 시간
Acetic acid-induced writhing test
ICR mouse의 복강에 생리식염수를 용매로 희석한 acetic acid(0.8%)를 주사한 후 나타나는 writhing motion의 횟수를 투여 후 5분 뒤부터 20분간 측정하였다. 히어리(250, 500 mg/kg)와 양성대조군으로 사용된 indomethacin(5 mg/kg)은 증류수를 용매로 하여 구강을 통해 투여되었고 음성대조군에서는 같은 양의 증류수를 투여하였다. 또한 양성대조군 및 히어리는 모두 acetic acid를 복강 주사하기 60분 전에 투여되었다.
\(Analgesic \ activity (\text%)=\frac{N_b-N_a}{N_a} \times 100\)
Na : 음성대조군 반응 횟수Nb : 실험군 반응 횟수
Formalin test
Formalin test는 Santos 등의 실험 방법에서 약간의 수정을 가한 후 수행되었다. 생리식염수를 용매로 한 formalin(1.5%, 20 μL)을 ICR mouse의 족부에 투여하였을 때 실험동물은 주사부위를 핥는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통증 반응을 formalin 주사 직후 5분간(first phase, 신경성) 또한 주사 후 25 – 40분 간(second phase, 염증성) 2회 측정하였다. 히어리(250, 500 mg/kg)는 증류수를 용매로 하여 formalin 투여 60분 전에 구강을 통해 투여되었고 음성대조군에서는 같은 양의 증류수를 투여하였다. 양성대조군으로 사용된 약물 중 tramadol(15 mg/kg)은 formalin 투여 30분 전에 복강주사 하였고, indomathacin(5 mg/kg)은 formalin 투여 60분 전 경구 투여 하였다. 또한 opioid 수용체와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전 저리한 naloxone(5 mg/kg)은 각각의 약물 처리 15분 전에 복강주사로 투여되었다.
\(Analgesic \ activity(\text%)=\frac{T_b-T_a}{T_a} \times 100\)
Ta : 초기 반응 시간 Tb : 실험군 반응 시간
통계 분석
통계 자료의 값은 평균값 ± 표준오차(mean ± S.E.M.)으로 표시하였고. 유의성 검증은 Student’s t-test 분석 방법을 이용하여 결정 하였고, *p < 0.05, **p < 0.01 수준에서 각각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결과 및 고찰
본 연구에서 히어리의 진통 활성 확인은 중추성 통증과 말초성 통증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먼저 중추성 통증은 대뇌 피질과 척수에 직접 통증 자극의 주체가 되며 기계적 열자극에 의한 통증으로서, 중추신경계에는 opioid 수용체가 분포하여 자극의 전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말초성 통증은 특정 신경 섬유에 인접해 있는 조직에 부분적 손상이 일어남으로써 생기는 염증성, 화학적 자극으로 인한 통증이다.16)
본 연구에서는 중추성 통증 억제능을 확인하기 위해서 tail immersion test, hot-plate test와 같은 열자극에 의한 통증 실험을 시행하였다. Tail immersion test의 수행결과, 히어리는 농도 의존적으로 열 자극에 의한 반응(꼬리 들어올림)이 나타나는 시간(latency time)을 증가시켰다(Fig. 1). 비교 대조군으로 사용된 tramadol은 약물 투여 후 30분이 지났을 때 가장 좋은 진통 효과를 보인 후 점차 감소하였는데(66.15%) 이는 morphine과 같은 opioid계 약물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반면 히어리는 저농도와 고농도의 실험군에서 모두 60분 뒤에 가장 좋은 효과를 보였다(24.69%, 42.49%). 다음으로 히어리의 중추성 통증 억제 효능을 hot-plate test로 재검정하였다. Hot-plate test의 수행 결과, tail immersion test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히어리는 농도의존적인 효과를 보였다(Fig. 2). 양성 대조군인 tramadol은 투여 후 30분에 가장 강력한 진통효과(61.17%)를 보여준 반면, 히어리는 저농도와 고농도의 실험군 모두에서 약물 투여 60분 후 최대의 진통효과를 나타내었다(35.80%, 59.82%). 두 약물의 최고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다른 이러한 차이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먼저 약물 투여의 방법이 복강투여와 경구 투여의 방법으로 나뉘었기 때문이거나 이 두 가지 약물의 대사 과정에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Fig. 1. Analgesic activity of MCG on tail immersion test. The mice were treated with tramadol (15 mg/kg), MCG (250, 500 mg/kg), or distilled water. Values expressed as mean ± S.E.M. and units are in seconds. (n = 10 – 12). Differences between groups were statistically analysed by Student’s t-test. *p < 0.05 and **p < 0.01 compared to vehicle-treated group.
Fig. 2. Analgesic activity of MCG on hot-plate test. The mice were treated with tramadol (15 mg/kg), MCG (250, 500 mg/kg), or distilled water. Values expressed as mean ± S.E.M. and units are in seconds. (n = 10 – 12). Differences between groups were statistically analysed by Student’s t-test. **p < 0.01 compared to vehicle-treated group.
말초성 통증에서의 히어리의 진통 효과는 약물의 중추성과 말초성 통증 억제효과 검증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실험법인 acetic acid-induced writhing test를 통해서 확인하였다. Acetic acid로 유도된 말초성 통증은 prostaglandins(PGs), 그 중에서도 복막 유동체 내의 PGE2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염증성 통증과 연관되어 있다.16,17)NSAID계 약물은 이러한 PG synthesis를 효과적으로 저해시켜 말초성 통증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 연구에서도 비교대조군으로 사용된 indomethacin은 ICR mouse의 writhing motion을 뚜렷하게 감소시켰다(40.28%). 더불어 히어리는 500 mg/kg의 농도에서 비교대조군과 유사한 높은 수준의 감소율을 보였다(39.32%)(Fig. 3).
Fig. 3. Analgesic activity of MCG on acetic acid-induced writhing test. The mice were treated with indomethacin (5 mg/kg), MCG (250, 500 mg/kg), or distilled water. Values expressed as mean ± S.E.M. and units are in seconds. (n = 10 – 12). Differences between groups were statistically analysed by Student’s t-test. **p < 0.01 compaired to vehicle-treated group.
Acetic acid-induced writhing test는 중추성 통증과 구분지어 말초성 통증 억제만을 확인하기 어려운 시험법이기 때문에 formalin test를 수행하였다. 말초성 유해 자극원인 formalin을 피하주사하게 되면 두 가지 매커니즘을 통해 통증반응을 유도하게 된다. 먼저 C 섬유를 통한 직접적인 자극으로 인한 first phase의 반응은 신경성 통증 반응으로 morphine과 같은 opioid 혹은 그 유사체에 의해 저해될 수 있다. Second phase는 염증성 통증 반응으로서 말초 조직 내에서 PGs, serotonin, histamine 등과 같은 염증 매개체의 영향을 받게 된다.18,19) 본 실험에서 비교대조군으로 사용된 중추성 진통제인 tramadol은 first phase와 second phase에서 모두 뛰어난 진통 효과를 보였다(32.24%, 42.13%). 반면에 NSAIDs 계열 약물인 indomethacin은 second phase에서만 진통 효과를 나타냈다(36.69%)(Table 1). 이 차이는 그 동안의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는데 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은 formalin test의 두 phase에 모두 작용하는 반면, 말초신경계에 작용하는 스테로이드나 NSAIDs 계열 약물은 first phase에서 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20) 이 실험에서 히어리는 first phase와 second phase에서 모두 실험동물의 반응을 효과적으로 저해했으며 이는 히어리가 중추성 통증과 말초성 통증 모두를 억제함을 나타낸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히어리의 tail immersion test와 hot-plate test에서 보여진 중추성 통증 억제능 및 acetic acid-induced writhing test를 통해 얻은 말초성 통증 억제 효과를 재확인 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러한 히어리의 진통 효능이 opioid 수용체와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naloxone의 전 처리를 시행한 후 formalin test를 수행하였다. 먼저 tramadol은 naloxone의 전 처리 후 first phase와 second phase 모두에서 진통 효과의 일부가 감소하였으며(14.84%, 17.06%), 이는 tramadol이 부분적으로 opioid 수용체에 영향을 줌과 동시에 다른 기전으로도 진통 효능을 나타냄을 의미한다. 반면에 NSAIDs 계열 진통소염제인 indomethacin은 second phase에서 naloxone에 의한 별다른 진통효능 감소가 보이지 않았다. 히어리는 naloxone의 전처리 후 first phase와 second phase에서 모두 진통 효능의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Table 1). 이러한 결과는 히어리의 진통 활성이 opioid 수용체에 비의존적임을 나타낸다.
Table. 1. Analgesic activity of MCG on formalin test
이상의 결과로 히어리가 중추성 통증과 말초성 통증 모두를 억제하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naloxone을 이용한 연구에서 히어리가 opioid 수용체와는 다른 경로를 통해 진통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히어리의 정확한 진통 약리 기전을 밝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결론
본 연구는 히어리 메탄올 추출물의 진통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다. Tail-immersion test와 hot-plate test의 결과를 통해 히어리의 중추성 통증 억제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acetic acid-induced writhing test로부터 말초성 통증 억제 능력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formalin test의 결과 히어리의 효과적인 중추성 및 말초성 통증 억제 능력을 보이며 위 실험 결과들을 뒷받침해 주었으며, naloxone의 전처리를 통해 히어리가 opioid 수용체를 경유하지 않는 매커니즘을 통해 진통 효능을 나타냄을 확인하였다. 이상의 결과로 본 연구에 사용된 히어리 추출물이 효과적인 진통 효능을 나타냄을 증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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