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감축으로 산업 안정 기틀 마련해야…
닭고기 산업이 몇 년째 이어지는 불황으로 산업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업계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대책을 세우고 시행해 보았으나 양보와 희생을 전제한 근본적인 대책없이는 이 위기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산업을 살리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1. 수급불안정이 반복 되는 이유
1) 과잉 생산
최근 3년간의 병아리 생산 잠재력을 분석하면 지금의 상황은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이정도 불황으로 그치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올해의 병아리 생산 잠재력도 적정수수의 120%에 달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이런 상황의 해결책 없이는 불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다 알고 있다. 또한 이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계열사의 무리한 과욕이 불러온 결과라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계열사의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강화되는 안전위생규제를 생각한다면 시설개선은 당연한 일이지만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두세배로 생산능력을 늘린 것이 불황의 씨앗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금년에도 계열사의 시설확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수출은 고사하고 수입육과 피나는 전쟁을 해야되는 상황에서 시장을 무시한 무리한 확장은 공멸을 불러온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나 정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이런문제를 논의하는 것 조차 눈치를 보고있는 형편이다.
표 1. 육용실용계 생산잠재력
2) 단기대책의 반복
불황이 이어지는 동안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많은 수급조절 대책이 시행되었다. 종계감축, 병아라 랜더링, 도계육 냉동 등 닭고기 가격이 떨어질때마다 수급조절이란 이름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근본적인 대책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였다. 심지어 종계질병검사를 시행하여 종계를 줄이자는 편법아닌 편법까지 논의되었으나 현재 위기의 근본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는 논의조차 못하였다. 특히 계열사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종계농가와 육계농가의 의견이 무시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복경기 닭고기가격이 사상 유래없는 1000원이하로 떨어지는 일까지 생겼으나 정부마져도 뒷짐지고 업계자율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대책없는 대책만 되풀이하였다. 결과적으로 임시방편의 단기대책만 반복되면서 수요공급을 무시한 가격 지지대책만 골몰하는 상황이 되었고 업계전체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3) 백세미의 육계전용
치킨 가격의 고가 논란 속에서 두 마리치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소형닭(세미닭)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현상은 업계 전체에 큰 호재로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삼계용으로 생산되어야 할 백세미가 육계시장을 잠식하면서 시장을 교란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삼계탕의 중국 수출계획 등이 발표되면서 백세미의 육계시장교란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백세미 문제는 수급조절은 물론 질병 방역차원에서도 관리가 않되고 얼마나 사육되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아무리 수급조절을 하고 대책을 세워도 백세미가 육계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삼계탕 비수기에는 전체생산량의 절반정도가 육계로 전용된다고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니 지금의 불황은 당연한 결과이다.
2. 수급조절의 방법과 효과
1) 도계육냉동
도계육냉동은 초단기적이고 극약처방에 가까운 대책이다. 많은 비용들여 생산한 닭고기를 판매를 하지 못하고 냉동한다고 하는 것은 산업전체에 큰 손실이다. 특히 생산을 위하여 투입된 비용을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냉동보관비용까지 부담하여야하는 이중의 손해를 보게된다. 또한 시장에서 완전한 격리가 어려워 언제든지 낮은 가격으로 유통될 수있어 가격상승에도 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2) 병아리 랜더링, 종란 폐기
단기 대책으로 불과 두어달의 효과밖에 없다. 특히 업계전체의 동시 참여가 어렵고 감축효과를 노리고 오히려 입추량을 늘리는 비도덕적인 일까지 발생하는 등 효과보다는 갈등과 부작용이 더많은 대책이다. 감축의 효과가 끝나면 다시 수급불안이 반복되는 등 별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3) 종계감축
일시적인 종계감축은 그나마 중장기적인 대책이 될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참여 주체와 범위를 놓고 문제가 많이 생기고 있으며 종계의 연장생산등으로 그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과거 종계도태 사업을 추진할 당시에도 참여주체와 주령선정등으로 감축을 결정해 놓고도 오랜시간이 지나서 사업이 시행되고 그나마도 도태일령이 임박한 종계를 도태하는등 실적채우기 급급한 사업으로 전락되었다.
4) 원종감축
원종감축은 근본적인 해결책의 하나가 될수 있다. 그러나 원종의 감축은 산업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작년 미국의 AI발생으로 원종수입이 금지되다 산업전체가 혼란에 빠진적이 있다. 원종을 규제할 경우 사고나 질병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국내 닭고기산업은 상당기간의 공급 부족에 처하게 되고 수입육에 시장을 잠식당하는 상황까지 불러올 수있다.
3. 근본적인 수급조절 대책의 전제조건
근본적인 수급조절 대책은 단기성 대책이 아니므로 담합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 말그대로 수급조절대책이지 가격지지대책으로 변질 되어서는 안된다. 적정량의 생산계획을 세우고 생산하면 생산성과 소비의 증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어야지 가격결정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직접 가격을 통제하려한다면 그것은 수급조절을 빙자한 담합일 뿐이다.
그리고 산업전체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어야한다. 특정한 한 분야나 업체에 이익이 집중되어서는 않된다. 대형계열사나 유사인티나 경쟁속에서 발전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지 현재처럼 대형계열업체에 산업의 주도권이 집중된 상황에서 섣부른 대책은 영세계열사와 농가의 고사를 초래할수 있다. 마지막으로 희생을 전제로 전체가 동참하여야 한다. 모두가 손해를 보더라도 결과적으로 전체에 더 큰 이익을 줄수 있든 대책을 만들어야한다. 특히 대형계열업체는 더 큰 양보를 하여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 계열사의 무리한 확장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계열업체는 더큰 희생을 하더라도 근본대책을 수립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4. 가장 합리적인 근본대책은?
원종쿼터는 산업전체에 위험요인으로 될수 있고 병아리나 종란감축은 초단기적 대책으로 그 효과가 크지 않다면 결국은 종계를 이용하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항구적인 적정 종계사육량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적절한 생산량을 결정하고 그에 필요한 종계 마릿수를 산출하여 규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먼저 종계농가의 동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단위면적당 사육마릿수를 결정하고 농장의 규모에 맞게 규정된 이상의 사육을 금지하여야 한다. 물론 전제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계열사건 농가건 종계의 신규 축산업허가를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까지 금지하여야 한다. 산업전체를 위하여 감축하는 마당에 신규종계장이 늘어난다면 감축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투명한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이익을 위하여 생산연장(환우)을 한다든지 무허가 종계장을 운영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병아리가격이 과도한 인상을 막을 수 있는 노력도 하여야 한다.
현재의 산업여건에서는 종계의 자율적인 농장단위 사육량 조절이 가장 합리적인 수급 조절대책이고 안정적인 산업발전을 추구할 기틀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