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구 사장(우)과 아들인 이윤복 씨(좌)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는 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곤 한다. 우리에겐 때로는 부러운 이야기로, 놀라운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국내에서 비록 인기 직업은 아니지만 양계2세들이 가업을 계승해 그들만의 큰 꿈을 꾸며 열정과 자부심으로 산업에 뛰어든 이들이 있다. 이제는 부모님이 걸어왔던 길을 동행하며 서로가 좋은 파트너로 자리잡기도 한다. 20여년의 경력을 가진 아버지와 이제 갖 농장운영에 뛰어든 새내기 육계인인 아들이 운영하는 충남 공주에 위치한 눌왕리농장(85,000수 건평 1,287평(약 4,255㎡, 부지 4,000평(약 13,223㎡)) 이강구 사장 부자(父子)를 찾아가 농장 운영에 대해 들어보았다.
▲ 농장 전경
▲ 계사 내부
뚜렷한 목표의식이 농장경영의 나침반
1991년 12년간의 택시운전기사생활을 접고 이강구 사장(59세)은 큰 결심을 했다. 같이 택시운전기사생활을 하던 조카가 함께 육계농장을 경영해 볼 것을 권유했고 고민 끝에 육계농장을 함께 경영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 사장은“아무래도 새로움에 도전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커 혼자보단 둘이 함께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판단에 15,000수 규모의 육계농장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첫 몇 년간은 대성공이였다. 성적도 잘나오고 돈도 얼마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성공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조금씩 운영이 어려워지고 사료비, 약품비, 난방비 등 빚으로 허덕이며 매일을 살아가게 되었다. 반지하 월세방에 집주인 눈치를 보며 어두운 날이 지속되고 있었고 계속되는 빚으로 열악한 농장환경에 신경을 쓰지 못하니 폭설로 13번이나 농장이 무너지고 호흡기질환으로 닭이 폐사하는 등 그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사장에게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다. 제대로된 농장시설을 갖추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 하나로 그 어려움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것이다.
전통의 육계농장 만들 터
이 사장에게는 얼마 전부터 든든한 파트너가 생겼다. 바로 장남인 이윤복 씨(27세)가 대를 이어 육계농장을 경영키로 결심하고 일을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윤복 씨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에 소질을 보여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를 태권도 특기생으로 진학하였다. 군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고 이윤복 씨는 큰 고민에 빠졌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두려움과 공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같이 운동생활을 했던 몇몇 친구들은 체육관을 차렸지만 운영이 신통치않고 학창시절 운동만 해서 제대로 된 학업 수행이 안돼 많은 고민 끝에 가업을 물려받기로 결심하고 1년 전부터 아버지를 도와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족한 이론은 천안연암대학교 축산계열 심화과정 진학을 통해 공부하고 농장에서는 실무경험을 쌓고 있다. 이윤복 씨는“이제 겨우 첫발을 뗐습니다. 앞으로 갈길이 멀지만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가끔 아버지와 의견충돌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게 조율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산업발전을 위해 앞장서 봉사하고 헌신해나가겠습니다”라고 했으며 이런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본 이 사장은“내가 먼저 권유하기 전에 선뜻 나서서 농장일을 거들겠다고 해 놀라기도 했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농장을 운영하면서 가장뿌듯한일이아닌가생각한다”고했다.
발명왕 이강구 사장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효율적으로’를 매일 생각하는 이강구 사장. 이 사장은 농장 일을 효율적이고 편하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고 직접 만들어 농장에 접목해 미흡한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닭폐사 처리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운반기구와 깔짚을 더욱 편하고 고르게 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개발했다. 또한, 숯과 마늘의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물에 담궈 저장액을 급수한다. 니플 막힘도 덜하고 항병력성이 뛰어나 튼튼한 닭을 기를 수 있으며 소화능력을 개선해줘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료배합기를 구입했다. 생균제의 효력을 경험하고 양껏 급이하기 위해 직접 배합해 급이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일반적으로 시판되는 것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균주가 함유되어 있지 않아 우리 농장에 맞게 급이 하기 위해 투자를 하였다. 일거리는 늘었지만 보다 생산성이 늘어난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렇듯 이 사장은 매일 효율적인 농장운영을 위해 다양한 생각과 실험을 통해 발명품과 방법들을 만들어 낸다.
▲ 깔짚 스프레더
▲ 사료배합기
▲ 농장 내·외부에 설치된 CCTV로 실 시간으로 농장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 전산으로 기록한 농장 업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폐사축 운반 기구
기본만 지키면 된다
눌왕리농장은 1991년부터 최근까지 열악한 계사환경으로 불필요한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고 계절마다 재해에 불안한 나날을 지내왔다. 하지만 1년 전 튼튼하고 쾌적한 계사를 신축해 한시름 놓고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신축 계사 환경에 아직 완벽한 적응을 하지 못해 생산성은 기대 이하 이지만 앞으로의 전망을 생각하면 지금의 잠시 어려움은 감내 할 수 있다. 이 사장은 “20여년간 닭을 키워왔는데 지금 다시 새로운 환경에서 키우려니 애를 먹고 있다. 매일매일이 새롭고 새 시작이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공부해야 함을 느꼈다”고 했다. 눌왕리농장은 기초 사양관리 매뉴얼을 철저히 지킨다. 특히, 환기부분에 초점을 맞춰 예민한 닭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가축보험으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있으며 등산을 통한 철저한 몸관리로 농장운영에 힘을 쏟는다. 사양기술의 기본을 준수하고 지금 당장이 아닌 장기계획을 세우고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