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수의사를 감동시키는 계사 관리자

  •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 대한양계협회)
  • Published : 2014.09.01

Abstract

Keywords

1972년 전기도 공급되지 않던 시절의 경기도 하남시(신장)... 초등학교 4학년에 대전에서 열차를 이용해 서울에 도착한 후 동대문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외할머니 산란계 농장으로 우리가족이 이사를 하게 되었다. 하남시 작은 하천가에 위치한 외할머니의 산란계 농장에서 부모님이 일을 하시게 되었고 이듬해부턴 작은 창고를 이용해서 육계 사육을 시작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작은 사육규모인 500수 규모.. 66일 정도를 사육하면 약 1.8kg의 체중에 출하를 할 수 있었고 천호동 상인들에게 출하를 하는데 당시 출하차량은 90cc오토바이였다.

병아리가 입추되면 연탄난로 위에 삿갓 육추기로 온도를 관리하고 아버님은 야전침대를 계사 한구석에 펴 놓고 병아리와 함께 잠을 주무시며 병아리를 너무도 꼼꼼하게 관리하셨다. 그 이후 약 20여 년 동안 육계 사육을 하셨고 필자는 농장에 들고나는 수의사와 축산전문가들의 권유로 수의사가 되었고 지금은 가금전문 수의사로 활동 하고 있다. 지금도 당시의 외할머니 산란계농장의 모습과 아버님이 계사에서 주무시며 정성스럽게 병아리를 관리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뒤돌아보면 우리나라 양계산업의 발전을 어려서부터 경험하고 현재 가금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것이 뿌듯하고 그 때의 경험들이 지금 필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더 앞서가며 농가에 도움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전문수의사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리나라 양계산업은 매우 급속하게 발전하였다고 생각한다. 현대화 , 규모화...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농가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농장관리도 첨단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또 질병도 많아지고 규모화에 따른 문제점도 그때그때 해결하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농장들은 예기치 않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농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에 대한 관리방법이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농장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고 그 결과로 농장이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양계산업 규모가 커지고 현대화 될수록 한 번씩 챙기고 가야할 것들이 있다. 아무리 첨단시설과 장비에 의존한다 하더라고 사람이 꼼꼼히 체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그것인데, 사실 많은 농가들이 다소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에서, 필자는 현재 우리가 질병관리를 하고 있는 경기도 어느 농장의 육성사 관리자의 모습을 통해서 자주 감동을 받는다. 이 농장의 육성사를 방문하면 먼저 깨끗한 계사바닥에 놀란다. 육성기간 중 털갈이를 하는 시기에 농장을 방문하여도 계사바닥은 유리바닥처럼 깨끗하다. 10만수의 닭이 육성되고 있지만이 관리자는 한 마리 한 마리를 관리한다. 어쩌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개체를 찾아내고, 체중이 떨어지거나 간혹 행동이 불편한 개체는 회복될 때까지 보살펴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선에선 모두 회복을 시킨다.

필자가 육성사에 들어가 이 관리자의 표정을 보면 계군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아도 바로 현재의 계군 상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병아리들 어때요?’하고 물었을 때 ‘좋아요’하면 필자가 더 이상 계군을 관찰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조금 안 좋아요’라고 대답하면 일반적으로 좋은 상황이다. 왜냐하면 그 날 단 한 마리의 개체가 본인의 맘에 들지 않는 상황이어도 이 관리자는 그렇게 대답하기 때문이다. ‘너무 안 좋아요’라고 대답하면 그냥 평범한 상황이다. 필자가 이 관리자를 만난 이후 단 한차례의 육성도 필자가 판단하기에 좋지 않은 상황이 없었고 경험상 맘에 들지 않는 개체가 몇 마리 더 발견된 상황인 것이다.

오랜 시간을 봐왔지만 이 관리자의 모습은 한결같다. 산란계 농장의 성패는 육성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농장을 방문할 때마다 이 관리자는 필자를 감동시킨다. 오늘은 계사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몇 마리의 약추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