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시대 칠기 6점을 대상으로 엑스선 X-ray 촬영과 현미경 조사, SEM-EDS 분석 등 과학적인 조사를 실시하여 고려시대 칠기의 재질 및 제작기법의 특징을 연구하였다. 조사 결과 칠제합 덕수 4123을 제외한 나머지 고려시대의 칠기 유물은 목심 木心 표면에 직물 織物을 입혀 옻칠을 한 목심저피칠기 木芯紵皮漆器 양식으로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다. 화형합과 송엽형합의 목심은 뚜껑의 천판 天板 이나 몸체 바닥판의 외각에 두께가 얇은 띠 모양의 목재를 돌려 감아 기벽을 만들었다. 또한 꽃모양 칠제배 덕수 4124는 권태 捲胎 양식 樣式과 유사하게 띠 모양의 목재를 나선형으로 감아올려 기벽을 형성한 후 바닥을 판재로 막고 굽을 달아 칠기 잔의 형태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미경을 이용한 광학적 조사에서는 목재나 직물심 위에 골분 骨粉을 혼합한 골회 骨灰 옻칠을 먼저 하고, 그 위에 다시 옻칠을 중첩하여 바르는 칠기법이 공통적으로 확인되었다. SEM-EDS 및 μ-XRF 미소부 형광X-ray 분석 결과 꽃모양 칠제배 덕수 4124 표면에는 진사 辰砂: HgS를 섞은 주칠 朱漆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뚜껑에 반점 무늬가 있는 송엽형 칠제합 덕수 4190은 석황 石黃: As2S3을 섞은 황색 칠을 도장하고 그 위에 연매 煙煤를 혼합한 흑색칠로 불규칙한 반점을 찍어 독특한 무늬를 표현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 칠제합의 측면에 발라진 주칠에는 진사와 연단 鉛丹: Pb3O4을 혼합한 옻칠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칠기문화재 보존에 옻칠이 사용되지만 근대화로 인해 캐슈칠과 같은 합성도료가 같이 사용되는 추세이다. 보존윤리에서는 문화재 보존 시 동일 재료가 사용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있다. 따라서 칠기문화재 보존에는 옻칠과 같은 천연 도료가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옻칠과 캐슈칠의 성분이 유사하여 전문가들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IR과 Py-GC/MS를 이용하여 이를 분석하고 식별 키워드를 찾고자 하였다. IR 분석 결과 옻칠은 $720cm^{-1}$ 대에서 피크가 확인되었으며 캐슈칠은 $750cm^{-1}$, $720cm^{-1}$, $700cm^{-1}$ 대에서 피크가 확인되었다. Py-GC/MS 결과 두 종류의 시료에서 Benzene과 Phenol계 화합물과 알킬사슬고리에 기인하는 성분이 검출되었다. 하지만, 캐슈칠에서는 Hexanoic acid라는 성분이 검출되었고 옻칠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러한 분석방법을 토대로 진정성 있는 칠기문화재 보존처리 및 복원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원삼국시대 고분인 임당1호분에서 출토된 칠초 철제 고리자루칼의 칠편에 대해 칠의 구성성분과 풍화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열분해/GC/MS법으로 유기물을 분석하였다. 직접 열분해/GC/MS법에서 칠편과 원주산 건조옻이 대체적으로 유사한 크로마토그램을 보였다. THM(thermally assisted hydrolysis and methylation)-열분해/GC/MS법의 경우 칠편에서 한국에 자생하는 옻나무 종의 특징적인 성분(1,2-dimethoxy-3-pentadecylbenzene 등)이 관찰되었다. 또한, dimethyl nonanedioate 등 건성유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이는 성분도 검출되었다. 칠편에서 산화된 catechol 성분이 다량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칠의 열화가 우루시올 성분의 산화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부터 임당1호분 고리자루칼 칠은 옻과 건성유를 사용하였고 오랜 시간의 경과로 산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의뢰받은 백제시대 유적인 능산리, 쌍북리, 궁남지에서 출토된 목제품의 보존처리를 실시하였다. 보존처리에 앞서 사전 조사로 수종분석을 실시한 결과 소나무류, 삼나무, 느티나무, 상수리나무류, 굴피나무속, 밤나무속, 비자나무속, 주목, 버드나무류 등 다양한 종으로 식별되었다. 특히, 일본 고유의 수종인 삼나무의 유물이 수종 중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그 당시 일본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목제품 중 6점의 칠기에 대한 칠도막 분석결과 유물에 따라 다양한 칠도막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대부분은 100㎛가 넘는 두께이었다. 갈색의 순수한 칠과 흑색안료를 혼합한 흑색 칠을 사용하였다. 또한, 칠기목제편의 적외선 분광분석 결과 정제칠의 스펙트럼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흡수대를 가져 옻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존처리는 고분자량의 PEG#3,350수용액(10% → 50%까지)에 함침처리하여 물리적 강도를 부여한 후 진공동결건조를 실시하였다.
옻칠의 건조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Laccase를 적용하여 효소첨가제로써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옻칠의 Laccase와 부후균의 Laccase를 적용한 경우 국내산과 중국산 모두 건조시간이 단축되었다. Laccase를 적용한 시험편 모두 건조시작 60분 안에 지촉건조가 이루어졌으며, Laccase의 함량비율이 높아질수록 건조속도가 향상되었다. 또한 국내산 옻칠과 중국산 옻칠의 경화건조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온도 20 ± 2 ℃, 습도 55-60 %의 상온에서도 경화건조가 이루어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건조된 시험편의 도막분석 결과, 우루시올 대비 Laccase 함량비율이 5:1일 때 건조속도가 향상되었으며, 색차와 밀착력의 차이가 없고 도막이 안정적임을 확인하였다. Laccase를 적용한 경우 국내산과 중국산 옻칠의 광택도가 모두 감소되는 양상이 관찰되었으나 이외 FT-IR과 Py-GC/MS의 분석결과 물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의 성분변화는 나타나지 않아 첨가제로써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본 논문은 전라남도 나주시 대호동 심향사의 극락전 내에 안치되어 있는 협저아미타불상의 구조 및 제작기법에 관해 고찰한 것이다. 연구방법으로는 X-ray 투과촬영 데이터와 2차례에 걸친 현장조사결과를 종합하여 검토하였으며, 파손된 부분에서 박락된 시료를 분석하여 바탕층의 구조와 재료에 대해 살펴보았다. 조사 결과, 심향사상은 심목을 상 내부에 짜 넣지 않은 완전히 텅 빈 상태의 협저불상이며, 외부 옷주름의 요철(凹凸)과 동일한 옷주름이 내부에도 뚜렷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에 원형(原型)이 되는 소조상(塑造像)을 조성하는 단계에서 거의 완전한 형태로 만들어 협저층을 올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원형의 흙과 심목(心木)을 제거하기 위해 정수리에서 뒷목까지 사선으로 절개하였으며, 다른 부분에서는 절개선이 확인되지 않는다. 머리를 절개한 부분에는 꿰맨 흔적이 없고 접착제(칠(漆) 혹은 호칠(糊漆))를 사용하여 접착한 것이 관찰되었다. 눈의 검은자위 부분에 구슬을 감입하였고, 양쪽 귀와 손, 치마(裙)의 띠와 매듭은 나무로 제작하였다. 이러한 특징은 고려후기 제작으로 알려진 선국사 협저불좌상이나 동경 오쿠라집고관 협저보살좌상, 그리고 조선초기 작품인 죽림사 협저아미타불좌상, 불회사 협저비로자나불좌상, 실상사 협저아미타불좌상 및 협저보살입상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탕층 분석결과에 의해 회칠층(灰漆層)과 주칠층(朱漆層)은 제작 당시의 층으로 판단되었다. 특히 회칠층에 사용되어진 골분은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제작뿐만 아니라 불상의 회칠층에도 이용되었음을 밝힐 수 있었으며, 불상에 금박을 붙이기 위한 바탕층에는 주칠을 올렸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근대에 들어서만도 두 차례 이상의 개금불사가 행해졌던 것이 관찰되었으며, 여러 차례의 개금불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 당시의 층은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본 논문은 도쿄 오쿠라슈코칸(東京 大倉集古館)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 후기의 협저보살좌상(夾紵菩薩坐像)의 연구를 통하여 한국 협저불상에 나타나는 제작 기법과 재료에 관하여 고찰한 것이다. 연구방법으로는 먼저, X-ray 데이터와 현장조사결과를 종합하여 이 상에 나타나는 제작기법과 재료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이것을 기초로 제작과정에 대한 가설을 세운 다음, 검증을 위하여 실제 제작과정을 재연하고 각 공정에 적용된 기법의 특징과 재료에 대하여 상세히 서술하였다. 특히, 협저기법과 재료 부분에 있어서는 육안관찰 결과를 토대로 문헌자료와 비교 검토하며 추정하였는데, 칠예기법의 교과서격인 명대(明代) 황성(黃成)이 편찬한 "휴식록(?飾?)"의 기록을 중심으로 적용하였으며, 한국의 전통나전칠기 제작기법에 사용되고 있는 재료도 참고하였다. 그 결과, 오쿠라슈코칸상에 나타나고 있는 제작기법과 재료의 특징은 호놀롤루 미술관(Honolulu Museum of Art)에 소장되어 있는 송대(宋代) 원부2년명(元符二年銘 1098) 협저나한좌상(夾紵羅漢坐像)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원형(原型)의 흙과 심목을 제거한 후 새로 심목을 제작하여 넣지 않아 상의 내부가 텅 비어 있는 점이나, 소상(塑像)의 단계에서 완전한 형태를 만들어 베 바르기를 하는 점, 소상의 흙과 심목은 상의 아랫부분을 통해서 제거하는 점, 모델링(Modelling) 작업 단계를 거치지 않으며 마감층이 매우 얇다는 점 등이 공통된 특징이다. 그 외에도 보발과 영락 등 장식물을 가소성 재료로 따로 만들어 상을 장엄하는 것은 송대에 크게 유행하였던 기법으로, 오쿠라슈코칸상이 송대의 협저불 제작기법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시사한다. 한국 협저불상에 대해서는 기원과 역사에 관한 명확한 기록이 전하지 않으며, 현존하는 작품도 매우 한정되어 있다. 원풍연간(元豊年間 1078~1085)의 협저불상 전래를 알 수 있는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의 기록도 최초의 전래시기로는 보기 힘들다. 또한 현재 남아 있는 협저불상들을 통해 제작기법의 전래경로를 명백하게 찾아내기도 그리 쉬운 상황만은 아니다. 그러나 본 연구를 통해 오쿠라슈코칸상을 위시한 현존하는 한국의 협저불상들은 적어도, 협저불상 제작기법의 정설처럼 알려져 있던 기존의 일본 탈활협저불상의 제작기법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음을 밝혀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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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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