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당(1629~1703)은 조선시대에 유일하게 "장자" 전편을 주석한 "남화경주해산보"를 저술하고, 말년에는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지탄받던 인물이다. 본 논문의 목적은 조선시대에 주류사상이던 주자학의 집대성자인 주자(1130~1200)와 박세당의 장자 인식의 비교를 통해 17세기 조선에서 "남화경주해산보" 저술이 가지는 의의를 구명(究明)하는 데 있다. 조선시대에는 주자학이 정통 교학으로서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노장(老莊)을 비롯한 여타의 사상은 주자학과의 관계 속에서 논의되어야만 한다. 박세당의 장자 인식은 주자의 장자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화경주해산보" 저술은 주자의 장자 인식을 계승하여 적극적으로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론 측에서 사문난적으로 비판할 때에도 "신주도덕경"과 "남화경주해산보"은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주자학에서 벗어나려는, 즉 탈주자학적 시도이다. 박세당은 장자가 유가와 대척점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남화경주해산보"를 통해서 첫째, 장자가 세상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였음을 강조하고, 둘째, 부자(父子)와 군신(君臣) 간의 인륜(人倫) 관계를 중시했음을 증명하여 유가사상과 상통점을 찾고, 셋째, 장자의 인성론(人性論)을 새롭게 조명하여 유가 인성론을 재정립하고, 넷째, 장자사상을 응용하여 분당(分黨)과 예송논쟁(禮訟論爭) 등 소모적인 정쟁(政爭)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박세당이 "신주도덕경"과 "남화경주해산보"를 저술하지만, 이는 보유(補儒)의 일환이고 본령은 유학이다. 그가 탈피하고자 한 것은 주자학의 절대화였지 유학 자체는 아니다. 주자학이 정통 교학이자 지배 이념으로 절대화되고 교조화되던 17세기의 조선에서 박세당의 "남화경주해산보" 저술은 매우 혁신적인 시도로서, 박세당이 주자학에서 벗어나 탈주자학의 선구자로서 정통 주자학자들과 지향점을 달리하여 독자적이고 진보적인 학문 세계를 구축하였음을 보여준다.
본고에서는 한국사상사에 있어서 선진 제자학을 위상을 검토하고 아울러 순자사상의 한국적 수용과 전개 양상을 살펴보았다. 나아가 여말선초부터 18-19세기에 이르는 지식인들의 문집을 통하여 순자에 대한 이해양상과 시대별 흐름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즉 삼국시대부터 고려 중엽까지는 지식인들이 선진 제자학 가운데 다른 학파나 사상가를 이단으로 간주하여 비판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여말선초 이래 "맹자"가 유가의 정통 경전으로 확립되면서부터 순자를 비롯한 선진 제가를 이단으로 간주하여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고려부터 선초에 이르는 지식인들의 순자의 성악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으며, 다만 순자에 대한 이해의 심도가 점차 깊어짐을 알 수 있다. 성리학 전성기에 이르면 선초에 비해 순자에 대한 지식인들의 비판 강도가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을 엿볼 수 있는데, 이것은 맹자의 성선설을 토대로 한 성리학적 세계관이 이미 확립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성악설을 비판하는 지식인들도 대체로 순자의 다른 사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원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17세기에 이르면 순자를 법가로 귀결시키는 논의도 일부 보이지만, 주자학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실학적 토대 위에서 제자학을 적극 수용하는 경향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 18세기에 이르면 순자에 대한 이해 범위가 보다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글자 고증에 있어서 순자의 원문 및 주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요컨대 조선조 지식인들의 순자 비판은 시종일관 그의 성악설에 근거하며 나아가 분서갱유를 주도한 이사(李斯) 등의 법가와 연계시키는 데 집중되어 있다. 반면에 이를 제외한 순자의 기타 사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수용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순자를 비판하고 있는 지식인들은 제자서를 쉽게 접하거나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학문태도를 지녔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 도가사상 연구는 지금까지 조선후기를 중심으로 다루어져 왔다. 조선시대 5권의 "노자" 주석서와 2권의 "장자" 주석서가 모두 임진왜란 이후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조선전기의 도가사상 전개를 고찰하기 위한 1차 작업으로 개국초기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정도전의 "심기리편"과 "조선왕조실록"의 "태종실록"에서 임란 이전까지 200여년 간의 사료 안에서 도가 사상에 대한 언급을 발췌하고 이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도출하였다. 정도전과 권근은 도가를 '도덕이 없는 양생술의 추구'로 비판하였다. 도교와 불교의 비판 위에서 성리학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 것이다. 이후 "조선왕조실록"에서 도가는 세 가지 단계로 변용(變容)된다. 첫째는 '노자'를 장생의 사술, 신선의 방술, 도교의 최고 신으로 환치시켜 이단시하고 배척하는 단계이다. 둘째는 1차적인 배척의 논의에서 벗어나 도가사상의 핵심으로서의 "노자"와 '신선술' 및 기복신앙의 대상이 되는 '도교 신'인 '노자'와 분리해서 보려는 단계이다. 셋째 3차 논의는 "노자"의 정치술과 처세술에 대한 존숭으로 드러난다. 즉 조선 전기 도가 사상은 건국초기에서 15~16세기에 이르기까지 초기의 강력한 벽도불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전개된다. 이러한 점은 조선 전기의 도가를 단순히 성리학의 도통관에 따른 이단논리로 해석할 수 없는 지점이다. 건국 초기의 벽이단론에서 도가에 대한 온정적 태도를 취하게 되고, 유학과 사상적으로 융합되는 처세술과 정치술을 수용하는 변화를 보인다. 즉 '노자(老子)'는 비도덕적인 장생불사(長生不死)의 탐욕을 가진 이단(異端)에서 유교국가의 처세술과 정치술로 수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용은 조선 후기로 가면 도가서(道家書)에 대한 적극적 해석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 연구는 종래 '병렬적' 또는 '대립적'으로 이해되던 장횡거(張橫渠)의 기학(氣學)과 왕양명(王陽明)의 심학(心學)을 상호 소통의 차원에서 해명해 보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졌다. 필자는 여기에서 태허(太虛)와 양지(良知)의 개념을 직접 비교함으로써 기학(氣學)과 심학(心學)의 존재론적 구조가 상통함을 설명하려 하였고, 그리고 대심(大心)과 치양지(致良知)의 개념을 비교하면서 기학(氣學)과 심학(心學)의 공부론이 서로 소통하고 있음을 논증하였다. 장횡거의 태허론(太虛論)은 불교의 적멸론(寂滅論)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심학(心學)을 기학(氣學)으로 이해하는 작업, 즉 양지(良知)의 본체를 태허(太虛)로 이해하게 되면 그동안 양명심학(陽明心學)이 정주학(程朱學)으로부터 줄기차게 받아야 했던 '불교적 이단론(異端論)'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가 있다. 이 연구는 횡거 철학의 전통을 정주리학(程朱理學)의 시각에서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육왕심학(陸王心學)의 전통에서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필자는 여기에서 성리학의 발전적 계승으로 양명(陽明) 심학(心學)을 해석하였고, 또한 양명(陽明) 심학(心學)의 이론선구로 횡거(橫渠) 기학(氣學)을 이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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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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