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계에서 율곡이 살았던 16 세기는 흔히 성리학의 전성기로 평가된다. 그런데 율곡을 통해 본 당시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학문적으로는 성리학이 꽃을 피웠지만 정치적으로는 쇠락의 길로 치닫고 있었다. 따라서 성리학 중심의 연구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정치를 분석하기에는 한계를 갖는다. 율곡을 다룬 기존 연구들은 주로 철학적 이론중심에 맞추어 설명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 논문은 이와 달리 율곡이 현실정치에서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낀 다양한 정치적 경험들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한다. 기존의 연구가 주로 율곡의 철학을 다룬 '경학론' 중심이었다면, 이 책은 율곡의 정치적 경험에 근거한 '정치적 사고'에 주목하여 그의 '경세론'을 복원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필자가 율곡에게서 가장 주목한 용어는 폐(弊)였다. 율곡의 관직생활은 전(前)시대의 권간들이 남긴 유폐(遺弊)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으로 시작되었다. 율곡이 주목한 것은 '백성[民]'이 아니라, 백성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인 '민생(民生)'이었다. 율곡은 당시 처참한 민생의 원인이 바로 '폐법(弊法)'에 있음을 인식하고, 폐법을 개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벌인다. 율곡은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愛民)의 차원이 아닌, 백성이 편안한 안민(安民)에 초점을 두게 된다. 이후 율곡의 관심은 '폐정(弊政)'이라는 문제로 옮겨가게 된다. 율곡은 폐법이 개혁되지 못하는 이유를 폐정에서 찾고 있었다. 율곡이 지목한 폐정은 첫째는 잘못된 인사문제였고, 둘째는 왜곡된 공론문제였다. 율곡은 인사문제와 공론문제는 모두 '소통의 부재'라는 요소에 그 기원을 두고 있음을 인식한다. 율곡은 여기서 논(論)보다 의(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議)를 살려냄으로써 정치의 장에서 소통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를 한다.
명재 윤증의 성리학은 율곡의 성리학을 그대로 계승하거나 변형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본고에서는 이를 율곡성리학의 수용과 변전으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율곡성리학의 수용에서는 율곡성리학의 특징인 '이기지묘(理氣之妙)', '이통기국(理通氣局)', '기발이승일도(氣發理乘一途)'의 측면에서 명재가 이러한 논리를 철저히 계승하고 있음을 밝히었다. 하지만 명재는 율곡성리학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설법을 제시하며, 율곡의 학설을 변전 계승하고 있다. 첫째, 명재는 리의 주재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이용사(理用事)'라는 용어를 통해 도심, 인심, 인욕을 세 단계로 이해하는 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둘째, 명재의 격물치지설(格物致知說)은 주자나 율곡의 격물치지의 큰 틀 안에서 말하고는 있지만, 그 논법에 있어서는 양명학적 요소를 엿볼 수 있다. 셋째, 명재는 도심의 '기발'이나 인심의 '기발', '기용사'를 모두 부정적인 의미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것은 그가 리의 주재성을 고려하여 '기용사(氣用事)'를 이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명재는 기호유학자로서 율곡의 '기발이승일도'와 '이기지묘'적 입장에서 성리설을 더욱 정합화하고자 하였던 의도로 율곡성리학을 변전하여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그가 사변적인 성리논변 자체를 꺼리고, 실심에 기반하여 실공을 추구하고자 한 인생철학과, 선현들의 학설은 이미 풍부하므로 그 책들을 읽고 진지를 실천할 일이지, 그와 관계없이 저술에 힘쓰는 것은 무실의 학문이 아니라고 말했던 학문관과 일치한다. 다만 그 성향이 율곡학파 내에서도 '리'의 주재성을 가장 많이 강조한 학자군으로 분류되면서, 기호 소론이라는 새로운 학맥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것이 기호성리학에서 명재성리학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의이다.
이 글은 '경북북부지역' 퇴계학파의 율곡학 비판에 대해 고찰이다. 퇴계학파(율곡학파)는 상대학파와의 논쟁과 상호 비판을 통해 형성되었다. 그러므로 퇴계학파의 특징은 자체의 이론구조에 대한 탐색만으로는 그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못하며, 율곡학파와의 갈등 양상을 함께 이해함으로써 제대로 설명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의도에서 퇴계학파 중에서도 '학파적' 성격이 가장 강하였던 경북북부지역의 퇴계학파가 율곡학을 어떻게 비판하고 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퇴계학의 사상적 맥락을 좀 더 분명하게 규명하려는 것이 이 글의 주된 목적이다. 퇴계철학은 유학의 도덕주의의 맥락 위에 서서 리(理)의 자발성, 즉 도덕 객관주의에 입각한 자기완성의 경지를 지향한다. 즉 그들은 세계의 존재형식과 이유를 도덕주의적인 토대 위에서 분명하게 정초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러한 의도에서 볼 때 기(氣)보다는 리(理)를 강조하는 것이 훨씬 정당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그리고 퇴계(학파)의 방식으로 유가적 도덕 세계관의 정수(精髓)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주는 사상이 바로 퇴계의 리발(理發)(동(動))설(說)이며, 이러한 시각에서 율곡학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이 "기(氣)를 리(理)로 오해한다."는 말에 집약된다. 퇴계학파의 학자들은 율곡학의 도덕적 상대주의의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이다.
퇴계와 율곡은 모두 현실 감정으로부터 선의 지평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퇴계는 선의 지평이 이치에 의해 마련된다고 보았으며, 율곡은 그것이 기운에 의해 마련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치에 의해 마련한 선의 지평으로서의 사단은 인간의 주체성을 위협할 수 있었으며, 기운에 의해 확보된 선의 지평으로서의 중절한 감정은 그 중절의 여부가 자체로 증명되지 않았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심도심설을 통해 풀어간다. 퇴계에게 도심은 인간을 도덕적 주체로 서게 하는 것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며, 율곡에게 도심은 중절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반면 주자 인심도심설에 의하면 인심도심은 지각하는 마음으로서, 미발과 이발을 주재하여 중화中和를 이루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이발에 한정되는 마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퇴계와 율곡의 인심도심설은 그들 고유의 철학적 문제의식을 통해 새롭게 전개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퇴계와 율곡의 인심도심설은 의지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마음의 선을 실질적 선행으로 이끄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아울러 인간을 도덕적 주체로 서게 하기 위한 공부론의 토대를 경험 가능한 심리적 층차에 마련했다는 점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마음이론을 완성했다는 의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Objectives: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use in therapy through considering representative oriental philosophical thought in terms of psychotherapy and Oriental medicine. Methods: This study examines psychotherapy and oriental aspects of "Diagram theory of InShimDoShim" that Yulgok, a Neo-Confucian scholar in the Joseon Dynasty, wrote about action of the mind and suggests ways to use it. Results and Conclusion: Diagram theory of InShimDoShim contains much content that can be applied in psychotherapy. It has a positive perspective of human nature and looked at life as realization of nature and life as subjective self-realization. Positive and negative experiences of life are expressions of positive nature. By reinterpreting these experiences, humans contribute to the goal of life that expresses their nature in a healthy way. Yulgok defines a healthy mind capable of living a good life as "an inshim who listens to doshim's command". Therapists can adopt this mindset as the goal of psychotherapy. Yulgok said that the way of manifesting nature is only possible through energy, and that the clear and tidy of this temperament creates a healthy and unhealthy mind. In this part, it is possible to apply therapeutic intervention of the diagram theory of InShimDoShim and Oriental medicine. Oriental medicine can calm temperament by using a treatment method to regulate energy, and clear energy creates a healthy mind and body. The principle that the mind is composed of nature and energy provides a basis for psychosomatic medicine.
문학 생태학이 환경오염과 자연의 훼손 등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고산 구곡가>는 그 창작에서부터 천인물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생태주의의 기본 원리와 일치한다. <고산구곡가>가 천인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거기에 담겨진 율곡의 성리학적 사유로 말미암는다. 성리학자 가운데서도 율곡은 특히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중점을 두었으며, 이러한 그의 사유체계가 <고산구곡가>에 표현되었다. 따라서 <고산구곡가>를 통한 성리학적 생태인식의 고찰이 가능하다. 본 논문에서는 <고산구곡가>에 나타난 생태적 인식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주거에 대한 인식이며, 둘째는 순환하는 사시의 아름다움이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바라봄으로써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노래하여 생태주의의 궁극적인 지향점과 일치한다. 마지막으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자연 등이 모두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사는 공간으로서의 인식이다. <고산구곡가>에 나타난 이러한 인식은 기본적으로는 성리학적 이념에 근거하면서 현대의 생태주의에서 표방하는 이상과 유사함으로써 생태주의 문학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은 선조(宣祖) 초반 정국에서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처해 있던 정치적 상황에 주목하여 "성학집요(聖學輯要)"의 진헌이 지닌 정치적 의미를 모색하고자 한다. 이 책이 진헌된 선조 재위 8년(1576) 12월까지, 선조 초기 국정운영 속에서 율곡은 배제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성학(聖學)의 완성을 표방하고 있는 "성학집요"의 진헌 속에는, 율곡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들을 종합하여 재차 선조에게 호소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선조의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고자 했던 목적도 내재되어 있다 할 수 있다. 율곡의 이러한 정치적 입장은 "성학집요"의 서두인 "진차(進箚)"와 종장인 "성현도통(聖賢道統)"에 집약되어 있다. 그는 "진차"를 통해 선조 초기 정국에서 자신이 처했던 정치적 상황을 술회하고 자신의 정견을 집약한 "성학집요"의 진헌을 통해 조정에 재출사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으며, "성현도통"에서는 주자(朱子)의 뒤를 바로 자신이 잇고 있다는 도통(道統)의식을 표방하고 그러한 도통의 계승자로서 자신의 구체적인 정견을 선조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성학집요"의 모델이 된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성학십도(聖學十圖)" 진헌과 이에 대한 율곡의 계승의식을 확인하고, 다음으로 "성학집요"가 진헌되기까지의 시기, 즉 선조 즉위년부터 재위 8년까지 율곡이 배제되어 있었던 정치적 상황을 살펴본다. 이후에는 "성학집요"의 "진차"와 "성현도통"을 중심으로 그의 정치적 입장이 각각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기로 한다.
유원지는 이황의 사단칠정설이 적확하고 올바른 견해로서 전대의 성인들이 전한 핵심을 얻었으며 주희의 설과 합치된다고 확신하였다. 심지어 이황의 리기호발설이 "이전의 성인에게 질의해도 의심이 없고 백세 동안 성인을 기다려도 의혹이 없다"라고까지 하였다. 동시에 그는 그 시대의 학문 경향에 대해 이이가 이황의 학설을 비판하고 성혼이 이이를 따름으로써 이설이 만연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유가의 도에 누가 됨이 이미 극에 달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가 내린 결론은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고 잘못을 바로잡을 방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폭넓게 말하자면 유교의 도를 구하고, 작게는 이황의 학설을 지키는 것이 그의 철학적 문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유원지는 이이의 학설을 여러 측면에서 비판하였다. 그 비판들의 주된 초점은 이황의 리기호발설에 대한 이이의 비판을 재비판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사단을 칠정의 일부로 보는 견해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를 리로 인식하는 데 이르게 되고, 머지않아 인욕을 천리로 간주하는 폐단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하였다. 한 마디로 기를 리로 여기는 병폐가 있다는 것이 이이를 바라보는 유원지의 기본적인 시각이었다. 유원지는 장현광에 대해서도 이이에 대한 비판과 같은 맥락에서 비판하였다. 장현광의 학설이 이이와 다른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 같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유원지가 이이와 장현광의 학설을 비판했던 것은 곧 이황의 학문을 옹호하고, 나아가 퇴계학파의 학문적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의식과 맞물려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이론적 활동은 똑같이 17세기 중반에 활동한 이구와 다르지 않다. 유원지는 이구와 더불어 이이의 학설, 나아가 장현광의 학설을 체계적으로 비판하면서 이황의 호발설을 수호하고자 노력한, 그리고 체계적인 비판의 글을 남긴 최초의 학자라고 평가할 수 있다.
본고는 퇴계(退溪)와 율곡(栗谷) 이후 조선 성리학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성리학자인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1554~1637)의 학교 교육, 특히 향교(鄕校) 교육(敎育)에 대한 입장과 구체적인 활동을 검토하고, 그것의 도덕교육적 의미를 정리한 것이다. 16세기를 전후한 시기부터 구체화된 향교 교육의 폐단에 대해 퇴계와 율곡은 모두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처방에서는 구별되는 입장을 드러냈다. 퇴계가 향교 교육의 폐단을 지적하면서 유학교육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서원(書院)의 건립과 위상 강화에 주목하였다면, 율곡은 관학 교육기관으로서 향교의 교육 개혁에 보다 관심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학교 교육의 면모를 일신하고 인재 양성과 윤리기강의 확립을 추구하였다. 본고에서는 퇴계와 율곡의 구별되는 학교 교육 개혁에 대한 입장에 유의하면서 여헌의 학교 교육에 입장을 고찰하였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피폐해진 향촌 사회의 도덕 질서 회복에 주목한 그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향교 교육과 연결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분석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그의 향교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그가 제시한 인동 향교의 교육 조목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그가 의도한 향교 교육의 내용과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도 함께 검토하였다. 나아가 여헌의 향교 교육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도덕교육적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살피고, 현재 교육 현실과 연관하여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시론적(試論的)인 입장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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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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