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는 다른 어떤 국가나 문화보다도 학교교육에서 도덕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에서 교육은 인간의 자기완성과 초월(초범입성(超凡入聖))을 위한 실천적 과업으로 이해된다. 본 연구는 다음 두 가지 문제의 식에서 출발한다. 첫째, 한국사회에서 도덕교육은 19세기 후반 근대적인 학교 교육의 출범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사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어떤 형태로 유형화될 수 있는가? 둘째, 해방이후 한국 교육의 전개 과정에 나타난 도덕교육의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특히 본 연구는 이들 쟁점을 동양 윤리 교육의 맥락에서 반성하고 검토하는 논의를 본 연구의 주요 관심사로 삼고 있다. 19세기 후반 이후 우리나라 도덕교육은 "충효교육과 수신교육", "민주시민교육과 반공교육", "도덕교육과 인성교육"의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도덕교육의 유형은 우리 근대사의 사회정치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사회에서 도덕교육의 유형은 전통 도덕교육의 정신이나 기본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 정신을 일정한 형태로 왜곡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본 연구의 주된 주장이다. 더 나아가 본 연구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주요한 두 가지 쟁점, 곧 "국가 중심주의"와 "서양 중심주의"를 중심으로 도덕교육의 특징과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국가중심주의는 개인의 인격 함양에 기초한 공동체 건설보다는 국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구성원들의 의지를 집단화함으로써 개인들로 하여금 "자기 소외"를 심화하게 하였고, 서양 중심주의는 서양을 중심부로 한국이나 기타 전통과 사상을 주변부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한국인들에게 "자기부정" 의식을 강화하여왔다. 본 연구는 이러한 두 가지 쟁점, 특히 한국 도덕교육에서 "서양 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 동양윤리교육에 대한 재해석과 이해를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요청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본 논문은 강원도와 만주 일대에서 활동한 여성독립운동가 윤희순이, 항일투쟁 과정에서 현실을 어떻게 인식했으며, 그에 따른 대응은 어떠했는지 살피는 데에 목적이 있다. 윤희순은 시아버지 유홍석과 남편 유제원, 그리고 아들 유돈상까지 3대가 독립운동에 앞장선 집안의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어머니였다. 화서학파였던 고흥 유씨 일가는 '위정척사(衛正斥邪)' 사상을 바탕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이들은 새로운 세계의 건설보다는 아름다운 과거로의 복귀와 복원을 염원했고, 의병을 일으킨 것 또한 근대적 국민국가 건설을 위해서가 아니라 왕을 중심으로 구축된 기존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친정과 시가 모두 화서학파였던 윤희순 역시 그들과 동일한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았고, 적극적으로 의병활동에 참여하게 된 동인 역시 충 효 열과 같은 중세적 가치였다. 특히 집안의 안사람이자 여성으로서의 명확한 자의식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에 대응했다. 그녀는 보다 효과적인 독립투쟁을 위해서는 안사람으로 대변되는 여성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 하에 그녀는 '교육'을 통한 '계몽'을 자신의 과제로 인식했고, 이 과정에서 의병가와 포고문 등은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글은 조선후기 성리학이 균열되고 확장되는 과정에서 종교적 윤리성이 강화되어 현세의 윤리적 실천이 내세의 복으로 이어진다는 세속적 생활윤리로 변화되고, 또 한편에서는 유불도 사상이 결합된 도교 권선서가 유입된 이래 언해, 간행되어 민간에 널리 퍼져 생활 이념화되었던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유교의 세속화 및 조선후기 권선서의 윤리적 이념성이 19세기 한글필사본 소설인 "저승전"의 윤리관과 연결되고 있음에 주목하여 19세기 권선서(勸善書)가 갖는 시대적 의의를 살펴보고 "저승전"의 이념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조선후기 권선서(勸善書)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분할 수 있으니, 유교를 바탕으로 하되 귀신이나 명계(冥界), 선행으로 인한 내세의 복리(福利) 등 종교적 실천을 강조한 유교적 권선서와 주로 중국 도교 권선서의 언해로 유불도 사상이 결합되고 옥황상제, 문창성군 등 도교의 신을 존숭(尊崇)할 것과 선행으로 인한 복을 받은 이들의 예화를 적극 수록한 도교적 권선서가 그것이다. 이 중 유교적 권선서는 조선후기 경학 연구자였던 심대윤(沈大允)의 "복리전서(福利全書)"에서 그 일단을 찾아볼 수 있는데, "복리전서"의 서문(序文)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일반 백성들의 행동 교화를 목적으로 하여 기본적으로 유학자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저서 곳곳에서 귀신과 저승의 보응을 강조하여 천인감응의 인과론과 이승에서의 선행을 적극 강조한다. 심대윤의 사상은 성리학의 관점과 달리 내세와 보응을 중시하고 불교의 윤회설과 유사한 듯하지만, 이는 철저히 현실에서의 선행과 그로 인한 복리를 강조한 것일 뿐 귀신을 섬기거나 현실을 부정하는 종교적 태도와는 다르다. 조선 후기 권선서 유행의 다른 한 축인 도교 권선서는 충효 등의 유교 윤리를 권선징악적 입장에서 강조하고 그 실천을 통해 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입장에서 유교적 권선서의 태도와 유사하다. 다만 중국 도교 권선서의 언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도교의 신들을 엄히 신봉하고 탄신일을 지키며 일상에서 지켜야 할 덕목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제시한다. 이는 현실에서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신의 감시 하에 있으며 그에 대한 점수가 사후와 직결된다는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들 도교 권선서는 임금의 명과 지식인들의 적극적 개입뿐 아니라 민간에서는 책을 간행, 배포하는 것만으로도 복을 받는다는 의식 때문에 파급력이 매우 컸다. 특히 도교 권선서에는 이승에서 선악을 행한 뒤 저승에서 겪는 구체적 사례를 매우 다양하고 방대하게 수록하였는데 도교 권선서의 이러한 서사성은 여성을 비롯한 하층민에게 도교 권선서가 효과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원인이 되었다. 생활 속 실천 윤리의 강조와 보응이라는 소박한 종교적 태도의 유교 권선서와 종교적 성향은 훨씬 강하긴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지켜야 할 행동 규칙을 세세하게 제시함으로써 권선의 목적을 확실하게 드러낸 도교 권선서는 종교의 차원을 넘어 조선후기 서민들의 일상 속 윤리 교과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담당하였다. 19세기 필사본 한글소설 "저승전"은 선승인 지선이 득병(得病)하여 저승에 다녀온 내용으로, 일반적 불교 저승체험담의 형식을 지니면서도 이념 지향 면에서 독특한 면모를 지닌다. "저승전"은 기본적으로 불교적 인물의 저승 체험이라는 불교적 외피에, 옥황상제나 각종 도교적 신들의 위계에서 보듯 도교적 상상력과 삼강오륜 등의 유교적 윤리가 어우러져 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이 목격한 저승의 심판 장면은 매우 구체적이고, 단지 추상적 선(善)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직분과 신분에 따라 지켜야 할 사항을 일일이 제시하며 이를 어긴 자에 대한 처벌 또한 상세히 묘사하였다. 이러한 "저승전"의 특징은 바로 19세기 권선서에서 일반 백성들에게 선행과 보응의 엄밀함과 선행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여 생활 속 실천으로 이끌고자 하던 당시의 사회 문화적 분위기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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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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