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대의 장영실(蔣英實)은 두 가지의 자동 물시계를 제작했다. 이미 잘 알려진 보루각루(報漏閣漏, '자격루'로 불림)는 1434년에 완성되어 국가 표준시계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고, 이어서 만들어진 흠경각루(欽敬閣漏, 1438년 제작)는 세종을 위한 특별한 시계였다. 이 연구는 흠경각(欽敬閣)에 설치한 물시계에 대한 것이다. 당시 흠경각은 세종의 정치적 구상을 위한 장소로 사용됐다. 이는 흠경각루를 이루고 있는 외형 부분인 가산(假山)에 빈풍사시(豳風四時)의 풍경을 그린 점과 의기(倚器)를 설치한 정황에서 알 수 있다. 빈풍사시의 그림은 당시에 유행하던 그림 화법으로 계절에 따른 농사일이 그려져 있어 농사짓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필 수 있었다. 또한 물시계와 함께 작동되는 의기(倚器)는 누수(漏水)에 의해서 그릇에 물이 담겨져 균형을 이루거나 기울어지는 것을 권력의 모습으로 비유하여 보여주었다. 우리는 흠경각루의 문헌내용을 분석하여 먼저 외형모습, 내부의 구성요소에 대한 것을 연구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확장하여 내부의 작동메커니즘의 기초설계를 실시했다. 흠경각루의 시간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는 물시계, 수차, 천형시스템의 유기적인 운영이다. 물시계의 유량실험을 통해 수압과 유량의 관계를 분석하고, 수차의 회전과 제어를 담당하는 천형시스템의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연구과정에서 얻어진 자료의 일부를 전통천문학 교육에 활용하기 위한 웹페이지(history.kasi.re.kr)를 한국천문연구원 서버를 통해 구축중에 있다.
1438년 장영실은 경복궁 흠경각(欽敬閣) 내부에 자동물시계인 옥루(玉漏)를 제작하였다. 흠경각루(欽敬閣漏)는 수격식(水激式, 물의 흐름을 이용하여 수차를 운행하는 동력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중국의 수운의상대(水運儀象臺, 1092년경 제작)의 수격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동력 방식을 제외한 내부 구조에 대한 것은 흠경각루의 외형모습인 가산 형태, 시보인형의 구성과 배치, 작동구조 등에 의해 결정된다. 장영실은 흠경각루의 내부 기어장치의 구성과 연결 등에 대해서 새로운 제작기술을 사용하였다. 우리는 수격식 동력 방식에서 내부 공간에 따른 각각 운행 장치들의 구성과 동력전달체계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또한 수차가 일정한 회전력을 갖도록 제어하는 천형(天衡) 장치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흠경각루(欽敬閣漏)는 1438년 장영실이 제작한 자동물시계로 천상의 모습을 재현한 천문시계의 역할을 갖추었다. 흠경각(欽敬閣)은 세종의 통치 철학을 세우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이곳에 설치한 흠경각루는 가산(假山) 외부에 빈풍사시의 풍경을 그려서 농사짓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필 수 있도록 하였고, 의기(倚器)를 설치하여 기울어진 그릇을 권력에 비유하여 조심하도록 하였다. 또한 12지신(支神)과 12명의 옥녀(玉女), 4신(청룡, 백호, 주작, 현무)과 4명의 옥녀, 그리고 종 북 징을 타격하여 시간을 알려주는 다양한 시보인형들과 태양운행을 살펴 볼 수 있는 종합적 연출이 가미된 당시의 첨단적 시계였다. 이러한 흠경각루의 작동은 가산 내부에 위치한 물시계와 수차에 의해서 발생된다. 물시계로부터 얻어지는 일정량의 물에 의해 수차가 회전하고, 천형장치를 활용해 회전속도를 제어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흠경각루의 동력발생과정을 유기적으로 살펴 볼 수 있도록 개념 설계를 실시하였다. 또한 3D 모델링과 기초설계도를 작도하여 실험에 활용할 수 있는 수차제어시스템 모형을 제작하였다.
13C이후 동아시아에서는 대규모의 천문관측시설들이 건설되었다. 중국 원대(元代) 북경(北京)에는 사천대(司天臺, 1276)라는 천문대가 축조되었다. 이 천문대 위에는 간의, 앙의, 규표를 비롯한 다양한 천문의기가 사용되었다. 명대(明代)에는 사천대의 자리에 관성대(觀星臺, 1442)가 만들어진다. 이후 관성대는 청대(淸代)에 관상대(觀象臺, 현재 古觀象臺로 불림)로 이름이 변화되었다. 관상대 위에는 청대에 제작한 8종의 천문의기가 남아 있다. 원대 등봉(登封)에도 대규모 천문대인 관성대(觀星臺)가 축조되었다. 현재 등봉에는 관성대와 40척 규표(圭表)가 남아있다. 조선에서는 1433년 간의대(簡儀臺)가 건설되었다. 간위대 위에는 간의(簡儀)와 정방안(正方案)을 설치하였다. 간의대 주변에는 보루각(報漏閣, 자격루 운영)과 흠경각(欽敬閣, 옥루 운영)이 위치해 있고, 다양한 천문관측기기가 설치되었다.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간의대 주변의 천문시설들은 대부분 파괴되었다. 이후 일부 관측기기가 새롭게 복원되었지만 조선 초기의 운영 형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간의대는 조선 후기까지 천문관측대로서의 위상을 유지하였다. 간의대 위에 놓여진 관측기기에 대한 뚜렷한 언급은 없었지만 천상의 이치를 논하거나 세종의 공덕을 기리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우리는 간의대 문헌자료를 분석하고, 중국에 남아있는 천문대 유적을 조사하여 간의대 복원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하였다.
1631년 정두원이 명나라로부터 가져온 네 권의 과학서와 한 편의 보고서 가운데, 치력연기(治曆緣起)라는 책과 서양공헌신위대경소(西洋貢獻神威大鏡疏)가 강화도의 외규장각에 소장되고 있었다. 이 점에 유의하여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되어 있었던 천문학 및 수학 관련 서적을 조사해 보았다. 외규장각 소장 도서의 목록에 해당하는 외규장각형지안(外奎章閣形止案)을 조사하여, 소장 도서의 내역과 소장 상태의 변천을 알아낼 수 있다. 그 결과 서양공헌신위대경소는 1791년 신해박해 때 천주교 서적으로 오인되어 소각되었고, 치력연기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에 의해 소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외규장각에는, Napier의 대수(logarithm)에 관한 아이디어가 반영되어 있는 쟈크 로우(Rho)의 주산(籌算)이란 책이 소장되어 있었고, 조선조 양대 물시계에 관한 보고서인 흠경각영건의궤(欽敬閣營建儀軌)와 보루각중수의궤(報漏閣重修儀軌)가 있었으며, 조선 국왕들이 천문에 관해 작성한 어제 및 어필이 소장되어 있었으며, 천문류초(天文類抄)와 천기대요(天機大要)와 같은 널리 사용되던 천문 및 음양학관련 서적이 소장되어 있었다. 특히, 1866년 프랑스 해군에 의해 약탈되어 현재 프랑스 파리 국가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숙종석각의 탁본으로 추정된다. 현재 10여 개의 탁본이 국내외에 남아 있으나, 최근 프랑스로부터 반환되게 된 외규장각 도서 내역에 천상열차분야지도가 포함되지 못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약간 토의하고자 한다.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한 공자는 수많은 어록을 남기면서 제자를 양성한 교육자이며 한중일 지식인의 존경을 받아 온 대표적인 성현이다. 공자의 행적 및 제자와 경험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그림과 조각 등으로 다양하게 시각화되었다. 특히 공자와 그의 제자 자로가 노나라 환공의 묘에서 기기(?器)를 발견하고 중용의 원리를 터득하여 '좌우명(座右銘)'으로 삼았다는 일화는 조선 왕실을 비롯한 문인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이 일화를 담은 기기도는 그릇만 표현한 정물화와, 공자가 기기를 관찰하는 사건을 그린 인물화로 분류된다. 전자는 백성을 공평하게 다스리고 행동거지를 바로하기 위한 중용의 척도로, 후자는 공자의 일생을 표현한 성적도에 포함되어 교육용 시각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공자가 기기를 관찰하는 장면은 단독 장르로 독립하거나 인물화 병풍에 수록되었다. 공자의 다른 일화가 도(道)의 계보를 시각화 한 화첩에 포함된 반면, 공자가 기기를 관찰하는 장면은 풍류와 서화 골동 감상을 즐기는 문인들을 그려 모은 병풍에 포함된 것이다. 이렇듯 기기도는 공자의 일화를 그린 인물화의 기능과 상징성을 여러 각도로 알려주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기기도의 형식을 분류하고, 시대와 목적에 따라 변화하는 조형성을 분석하여 공자의 일화를 그린 그림들의 다양한 면모를 규명하고자 하는 이 글을 통해 옛 성현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방법과 감상 코드에 따른 표현상의 차이가 파악될 것이다.
보루각루를 발전시킨 흠경각루는 세종이 계획하고 장영실이 제작했다. 1438년에 완성한 흠경각루는 수격식 혼의와 혼상의 동력 발생 방식(Lee & Kim, 2012; Mihn et al., 2016)을 채택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루각루에서 검증된 구슬 신호 방식과 방목장치를 개량한 걸턱 신호를 활용한 것으로 추론된다. 비록 흠경각루의 내부 구조에 대한 자세한 기술은 없지만, 가산의 상층, 중층, 하층에서 시각에 따라 운행되는 시보시스템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흠경각루 모델은 수차의 회전 동력이 기륜 주축에 연결된 세 기륜(4신기륜, 시보기륜, 12신기륜)의 회전력을 기반으로 각종 인형들을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으로 구현하였다. 흠경각루 시보시스템 모델을 통한 작동구조와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4신기륜은 걸턱과 지레를 이용해 4신옥녀의 종을 치고, 4신이 90℃씩 회전하도록 구성했다. 둘째, 시보기륜에서 주전의 역할과 기능을 갖도록 12시진·5경·5점의 걸턱, 밀쇠, 구슬키잡이를 설치해 구슬신호를 발생시키고, 구슬신호 분배기를 통해 경점시간을 알렸다. 셋째, 12신기륜에서 걸턱, 마중쇠, 저울쇠 등을 설치해 12신옥녀와 12신의 작동을 제어했다. 보루각루를 더욱 발전시킨 흠경각루에서는 걸턱, 지레, 주전, 구슬 신호 등을 적용하여 이슬람의 기술요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여 적용했다. 이러한 전통은 17세기 조선의 혼천시계 제작 방법에서도 그대로 계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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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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