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정치사상은 <국가>, <정치가>, <법률>이라는 세 대화편에서 전개된다. 당시의 혼란스런 정치적 상황에서, 그는 모든 시민이 행복할 수 있는 '정의로운 나라'를 염원하면서 <국가>에서 이상국가의 설계도를 제시한다. 그런데 이상적인 나라의 핵심요소는 철인왕이다. 플라톤은 철학적 이성과 통치 권력이 결합되지 않는 한, '아름다운 나라'가 건설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보여준 그의 형이상학, 영혼론, 교육론 등은 모두 이 철인왕 통치를 위해서 동원된 수단들이다. 다시 말해 철인왕 안에서 그의 모든 철학적 이론들이 용해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이상적 통치자의 등장이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정치가>의 과도기를 거쳐 <법률>에서 법률로 다스려지는 차선의 국가를 모색하게 된다. 그렇다면 플라톤은 이상국가의 꿈을 완전히 저버렸는가, 아니면 완전한 실현은 아닐지라도 법을 통해 이에 근접하고자 했는가? 또한 통치자와 법은 상호대립의 관계에 있는가, 아니면 상호 보완의 관계에 있는가? 이러한 문제들을 본 논문에서 고찰하고자 하며, 마지막으로 플라톤의 이상국가와 철인왕을 성경의 저자들이 증거 하는 하나님나라 및 예수와 비교하고자 한다.
이 글의 목적은 21세기에 들어 불량국가 중 가장 모범적인 변화를 추동한 미얀마의 경험이 과연 북한에 적용 가능한가를 검토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북한의 대화와 개혁개방 의지는 미얀마 군부가 스스로 군사평의회를 해체하고 총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체제로 나아간 전례와 유사하다. 소위 '미얀마 모델'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력으로 인해 불량국가로 낙인 찍한 국가가 위로부터의 변화(transformation)를 선택함으로써 정치체제를 연성화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치 엘리트가 주도적으로 국가의 전환을 계획하고 시행하기 때문에 개방이후 사회 전분야에 걸친 빠른 속도의 변화는 불가능하다. 미얀마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군부 독재와 이로 인해 군사문화의 사회 침투 수준이 높고, 민주진영이라는 민간정부에서조차도 권위주의적 의사결정에 길들여져 있다. 나아가 군부의 기득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정치구조로 구체제를 위한 "예약된 영역"이 존재하므로 정치구조의 변화에 맞는 질적인 측면의 정치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북한 또한 장기간의 독재체제로 인해 시민사회가 성숙하지 못했고, 경제발전 수준 또한 매우 낮기 때문에 단시일에 정치경제적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얀마처럼 북한 또한 1인 지배체제로서 최고권력자가 개혁과 개방을 선택했기 때문에 향후 개혁과 개방의 속도와 방향도 미얀마 군부처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선택하는 '미얀마 모델'로 나아간다면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변화의 기대감이 크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체 또는 정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기존 연구들은 우리 사회에서 토론문화가 발전할 수 없었던 원인이 억압적인 유교규범과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권위주의 정치체제에 있었던 것으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기존의 설명들로는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아직도 토론문화 부재의 상황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해명해 주지는 못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본 연구에서는 고대 동 서양의 커뮤니케이션 사상과 그 인식론의 비교를 통해 해명의 실마리를 찾아 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 서양에서는 이미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대화와 토론의 필요성과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던 반면에 고대 중국을 포함한 한국 등 유교문화권에서는 대화와 토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리를 발견하고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토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반면에 동양에서는 진리를 탐구와 확인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유교문화권에서는 대화와 토론의 문화가 발전하고, 성숙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본 연구의 목표는, 여성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책임과 판단』에서 소개한 개념 '집합적 책임'을 들여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하는 기독교교육 분야에 응용하는 것이다. 먼저 본 연구는 '집합적 책임' 개념을 집합적 유죄 개념에 대비하면서 작금의 기후변화 문제가 개인윤리의 과제라기보다는 정치적 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집합적 책임'의 교육활동이 그 자체로 교육자와 학습자가 공히 참여하는 공공의 정치행위로 전개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본 연구는 정치행위로서 기독교교육 활동의 전개방안에 관하여 다음의 네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존망 위기에 대한 불안 및 분노의 감정을 공적 수준에서 발표하며 공유하기. 둘째, 칸트가 말한 "확장된 심성(공통감각)"을 통하여 이기주의(이권 편향)를 초월하기. 셋째는 "시민참여로서 아렌트적 토론학습"으로 호명되는 대화와 토론의 학습공동체를 결성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그 같은 학습공동체 안에서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을 이웃사랑의 지평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기독교교육이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본 연구의 학술적 의의는 아렌트의 정치이론을 기후변화 및 기후활동, 그리고 기독교교육에 관계지어 구체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학제간 연구논문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정치이론을 기독교교육에 응용하는 이론적 조직신학적 연구를 표방하나, 실제 교육장면에서 활용가능한 실천적 제안을 동반하고 있음을 자부한다.
때는 1912년 5월의 어느날. 소쉬르가 저 불후의 기념비적 작품 '일반언어학'을 강의했던 스위스 즈네브 대학의 강의실. 한국의 소장 기호학자 김성도는 15년 전부터 연구해온 소쉬르 선생과 가상 대화를 각기 전에 시간여행을 하여 그의 강의를 경청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맑고 투명한 어조, 전치사 하나까지 배려하는 정치한 언어 구사, 눈이 부실 정도의 푸른 눈빛, 사물을 투시하는 눈매, 짙은 눈썹과 근엄한 구렛나루, 귀족적 이미지의 뛰어난 외모는 학생들의 혼을 사로잡고 있었다. 수강생은 고작 열명 안팍이었지만, 20세기 인문학의 새로운 '퍼스펙티브'를 열어줄 언어사상의 잉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소쉬르 선생은 반갑게 한국에서 온 젊은 학인을 맞이하였고, 장소를 옮겨 즈네브로부터 약 20km 떨어진 아름다운 고성이자 소쉬르 가문의 유산인 뷰풀랑 성으로 안내하였다. 소쉬르 선생은 바로 이곳에서 언어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성찰과 침잠에 빠지곤 했으며, 1913년 2월 22일 55년간의 생애를 마감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사르디니아 섬으로 그를 찾아갔더라면.' 잠깐 동안이지만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를 연구하고 그에게서 배웠던 후학으로서 그를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로 초대한다는 것은 조금 무례한 처사라고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의 이름과 함께 연상되는 파시스트 감옥의 눅눅함과 스물다섯이 될 때까지 하얀 수의를 준비해 놓고 살았다는 그의 힘든 병마와의 투쟁 때문에라도, 햇빛 따뜻한 어느 해변가에서 그를 만났어야 했다는 후회를 했다. 그런 후회도 잠시, 깃을 세운 남루한 잿빛 외투를 걸친, 작지만 다부져 보이는 인상의 그가 저만치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둥그런 돋보기 안경과 훤칠한 이마 위로 넘겨진 곱슬머리. 틀림없이 내가 기다리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따듯한 차 한잔도 없이 나는 그와 찬바람 불어오는 서울의 빌딩숲 사이를 걷고 있었다. 한동안 내 입은 얼어붙어 있었다. 날씨 탓만은 아니리라. 나는 '거인'과 걷고 있었던 것이다. 어렵사리 말을 꺼낼 수 있었다.
한국 수어는 소리로 말을 배울 수 없어서 사용하는 '보이는 언어'이고 한국수화언어를 줄인 말이다. 한국어나 영어와 같이 독립된 언어로 한국어와는 문법 체계가 다른 대한민국 농인의 고유한 언어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농인이 수어만으로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서비스 등을 이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구조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택시라는 상황을 가정해 택시 안에서 학습된 모델이 농인의 수어를 인식하고 택시 기사에게 해당 의미를 전달하는 시스템을 제안한다. 제안 시스템을 통해 택시 기사는 농인(수어사용자)에게 응답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수어 번역기 웹서비스를 설계 및 구현하여 실제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본 연구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웹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는 <선거법> 규제로 인한 제약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서 그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분석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 첫째, <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으로 상시적 웹 캠페인이 가능한데, 제59조와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는 이와 달라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ISP에 대한 삭제 등 조치요청은 <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 조항들을 같이 개정해야 한다. <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과 <정보통신망법>의 게시물 삭제 또는 취급거부 등의 조치를 ISP에게 요청할 경우, 이중 처벌의 가능성도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 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은 2015년 7월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 결정했지만 장기적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강해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연구는 <선거법> 개정이 왜 어려운지를 2가지 정치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웹 캠페인 활성화를 위한 <선거법> 개정방식으로 정치인뿐 아니라 다수의 전문가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선거법>개정 다층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20세기 들어 서구중심적 보편주의에 직접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지적 흐름은 이른바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e)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탈식민주의 비평의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는 피식민사회의 정치적 해방이 해당 사회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해방을 담보하지 못하고, 따라서 서구사회의 해방담론- 특히 맑스주의, 민족주의, 여성주의, 해체주의 등이 주창해온 -이 비서구사회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서구사회와 비서구사회는 안타깝게도 서로 다른 미래와 해방을 꿈꾸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 사이에 소위 '지정학적 대화'가 요구된다는 당위성이 노출되었다. 그러나 탈식민적 해방을 위한 이론가들의 노력은 여러 서구중심적인 전통들과 결별하지 못한 채, 혹은 그것들과 연대하면서, 자신들의 세력권을 구축해온 것도 사실- 그 성과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다. 주지하다시피 탈식민주의 비평의 상당수는, 특히 탈식민주의를 주창하거나 제안하는 '화자(話者)' 혹은 '정체성'의 측면에서, 그러한 탈식민주의 이데올로기를 담아내거나 표출하는 '언어(言語)'의 측면에서 그리고 식민적 폐해를 고발함과 동시에 탈식민적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동원하였던 '대항담론(對抗談論)'의 측면에서 어떻게든 서구와의 연을 이어갔다. 본 연구는 피식민사회의 해방을 제안한 여러 탈식민주의 비평들 가운데 이른바 '네그리튀드($N{\acute{e}}gritude$)'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메 세제르($Aim{\acute{e}}$$C{\acute{e}}saire$)의 탈식민주의 정치사상을 중심으로 다시 읽기를 추진해볼 것이다. 그것은 세제르의 탈식민주의 정치사상을 '화자', '언어' 그리고 '대항담론'이라는 세 가지 앵글을 통해서 이론적으로 되짚어보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세제르와 그의 정치사상을 새롭게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본 논문은 1970년대의 명랑만화인 <꺼벙이>, <도깨비감투>, <요철발명왕>에 대한 담론분석이다. 분석을 위해 한국 명랑만화의 역사와 함께 당시의 심의제도와 유통구조를 고찰하였다. 또한 1920년대부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던 '명랑'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과 의미의 변화 과정에도 주목하였다. 이를 통해 명랑만화는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텍스트가 아니며, 당대의 정치, 사회적 맥락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분석방법은 푸코의 담론분석방법을 사용하였다. 1970년대의 명랑만화를 당시의 사회적 제도에 의해 형성된 담론이라 가정하고, 만화 내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언표로 규정하여 분석하였다. 만화의 대화분석을 통해 당시의 명랑만화가 전파하는 담론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조건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당시의 명랑만화는 '서열화를 통한 자본과 권력의 획득', '국가주의적 요소의 강조', '능동적 주체로의 호명과 훈육'이라는 담론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러한 담론은 심의와 통제 같은 당대의 권력의지를 바탕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지배 권력의 이데올로기를 정교하게 담아 내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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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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