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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中庸)의 미학으로 살핀 도동서원(道東書院)의 경관짜임 (The Landscape Organization of the Dodong-SeoWon in the Aesthetics of Moderation)

  • 노재현;신병철
    • 한국전통조경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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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0권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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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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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 본 연구는 국내 서원 중 성리학적 사유와 규범에 가장 충일(充溢)하다고 알려진 도동서원을 대상으로 인간 중심의 성리학적 우주관의 핵심인 중용의 조형 미학적 특성이 서원의 경관짜임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 가를 풀이하고자 하였다. 건축적 완성도와는 다른 관점에서, 도동서원의 경관상을 지배하고 있는 형식미와 내용미를 터잡기 길내기 건물놓기 시선모으기 담두르기 이름붙이기 꾸미기 등 총 7개의 경관짜임 항목을 기준으로 도동서원 조형에 담긴 중용의 미를 탐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외형적 짜임의 일부로서 도동서원의 좌향은 자연으로서의 방위를 인간 본위의 방위로서 중화(中和)시킴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일체감을 통한 중용지도(中庸之道)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경관짜임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도동서원의 외적 질서와 규범을 규정짓는 핵심적 요소로는 위계성과 좌우대칭을 바탕으로 한 계층성의 원리로 이는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용(中庸)의 정신이 관통함으로써 형성된 건물놓기와 길내기의 결합을 통한 경관짜임의 결과이다. 또한 담장두루기로 영역성을 확보하고 수직과 수평적 일체감을 이룸으로써 중용에 이르고자 한 경관짜임 또한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서원의 중심 강당 마루에서 지각되는 수월루와 환주문의 지붕 중첩, 중정당 기둥에 의한 프레임에 의한 시각틀 형성 등을 통해 시각적 균형성과 개폐성을 유도하는 수법은 성리학적 조영 특유의 관념성을 드러내는 시선모으기의 경관짜임이다. 한편, 내용적 경관짜임의 일부로서 전신(前身)인 쌍계서원의 당호를 따른 관념적 이름붙이기, 성리학적 도(道)의 이동을 상징하는 서원명,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정(中正), 오륜에 근거한 거인재와 거의재 등의 건물 당호(堂號) 또한 중용의 미학을 준용한 결과이다. 그리고 중정당의 기단에 표현된 일음일양(一陰一陽) 변화를 나타내는 서화(瑞花)와 오르고 내리는 세호(細虎), 그리고 네 마리의 용으로 이루어진 사물 등은 지나침과 모자람이 없는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중용의 예술적 표현이다. 이렇듯 도동서원은 좌우대칭과 계층화를 우선으로 한 상징 및 중용의 성리학적 질서와 규범의 정신으로 꽉 짜인 조직(組織)의 산물임이 확인된다. 그러나 도동서원이 엄정한 성리학적 세계관을 구현한 조형의 결과임은 분명하지만, 성리학적적 규범과 예법에만 충실했다면 그 평가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도동서원 모든 영역에 고르게 배치된 해학적이고 독특한 석물과 돌조각 장식은 엄정해질 대로 엄정해진 서원 이미지와 외적 질서를 상쇄(相殺)시켜 '탈 엄정(脫 嚴整)'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로써, 이는 또 다른 차원의 경관짜임이자 중용적 표현이라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조선시대 도검 패용 광다회의 제작기법 분석 (Analysis of the Manufacturing Techniques for the KwangDahoe Tying on the Sword in Joseon Dynasty)

  • 백지선;정광용
    • 헤리티지:역사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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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0권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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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6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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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 조선시대 끈을 일컫는 다회는 우리의 복식사, 문화사, 생활사가 녹아있는 산물로서 지역과 계층을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사용되었다. 국내외 다수의 유물이 현존하고 있으나 연구의 주요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하여 연구가 미흡하고 기법 전승 등에서도 접근성이 낮아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 본 연구에서는 도검의 패용(佩用)을 위해 사용된 광다회의 제작기법을 분석하여 다회의 비파괴적인 제작기법 분석 방안을 마련하고, 다회의 올바른 보존 및 계승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패용 광다회는 물건의 패용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끈이며, 매듭을 맺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여 현재는 매듭장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제작원리는 원다회와 동일하고 다회틀 상판의 심지가 지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작된 다회의 중앙에 빈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다회는 3차원적으로 제작되어 제작기법이 복잡하고 현재까지 올의 개수와 배열에 따라 제작되는 다회에 관한 기초자료가 마련되어있지 않아 제작기법의 규명에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제작기법의 추정을 위해 올을 해체하는 경우가 존재하지만 제작기법의 규명에는 어려움이 있고, 본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따라서 다회의 비파괴적인 제작기법 분석방안 마련과 실제 유물에 대한 적용 가능성 평가의 필요성이 크다. 유물의 제작기법 분석은 다회 제작기법의 DB구축 결과를 바탕으로 하였고, DB구축을 위하여 다회의 도식화 및 복원샘플 제작, 형태적 특징 분석을 진행하였다. 또한 DB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유물의 X-ray CT 촬영으로 분석결과를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촬영결과는 다회치기기법에 근거하여 제작기법을 해석하였다. 제작기법 분석의 대상으로 선정한 패용 광다회는 경인미술관 소장 도검(녹칠어피갑금동장별운도, 어피갑금동장곡병환도)의 패용을 위한 것으로 다회의 예술성, 기능성과 상징성을 겸비한 유산이며 광다회가 온전히 남아있어 띠돈을 비롯한 패용장식이 모두 온전한 유물이다. 유물의 제작기법 분석결과를 토대로 짜임형태를 관찰하였고 2점 모두 좌우측면에서 1회 교차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짜임형태 길이비 측정을 통해 20개의 올을 사용하여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X-ray CT 촬영결과 DB의 분석결과와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어 차후 국내외에 산재되어있는 다회의 분석 및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미력하게나마 소중한 전통문화의 보존 및 계승,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 고리수의 역사와 원형기술의 복원 연구 (A Study on History and Archetype Technology of Goli-su in Korea)

  • 김영란
    • 헤리티지:역사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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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6권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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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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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 고리수는 편결(編結)과 금속공예의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형식의 수법(繡法)이다. 실올끼리 고리를 서로 엮어가며 공간상(空間上)에서 들떠 있어 마치 투조(透彫)와 같은 느낌을 준다. 수놓은 천에는 금박(金箔)이나 금실과 같은 황금 재질을 삽입하여 화려한 광택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고리수가 서구의 레이스워크(lacework) 공예와 그 형태 및 기법이 유사하면서도 가장 다른 점이다. 10세기 고려 초기, 강원도 월정사의 동자문수향갑낭(童子紋繡香匣囊)에서 고리수의 결구원(結構元) 무늬를 통해 초창기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조선 중기 왜란 시(1592, 선조 25년), 고리수 유물은 일본으로 약탈되어 '고려번(高麗幡)'이라고 불리며, 지금은 탁의(卓衣)의 형태로 개조되어 전한다. 19세기의 연대와 출처가 확실한 조선시대 궁수(宮繡) 베갯모에는 삼각무늬의 금박지(金箔紙)를 삽입하여 노란색 누에실을 엮어 짠 고리 감기수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고리수의 침법(針法)을 크게 분류하면, '고리수', '고리 감기수', '고리 새김수'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0세기경 초기 단계에서 13세기까지 고리수는 여러 침법으로 변화하며 점차 2~3가지의 입체적인 색채를 사용하였다. 고리수는 중세 이후 서양에서 비약적 발전을 보이며 고귀한 수공예로 알려진 레이스 짜기와 유사한 결구원을 지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0세기경 혹은 그 이전부터 편결과 금속공예가 접목된 복합적 공예 양식으로 탄생하여 천년 동안이나 그 수법(繡法)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본 연구를 통해 한국에서 19세기 자수 베갯모에 고리수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연구의 성과를 토대로 고리수의 원형기술을 복원했다. 그리고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기능보유자 한상수 자수장과 조선시대 고리수 유물들을 재현했다. 고리수 자수품은 편결과 금속공예의 황금세공기술이 자수공예와 접목하여 탄생된 전통과학기술의 복합적 산물(産物)이다. 이것을 계승과 창조의 새로운 방향으로 자수, 편결, 직조, 염색 등 기타 공예 관련 산업 분야에 확대 응용한다면, 의료(衣料)와 패션, 장식공예, 미술 디자인 등에 고급 부가가치의 신기술로 개발되어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다른 공예기술과도 상호 보완된다면, 표현 영역의 확대와 더불어 다양한 예술적 조형미를 추구할 수 있어 우리의 삶에서 더욱 풍부한 미적 생활을 공유하게 되리라고 본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불화에 보이는 민화적 요소와 수용배경에 대한 고찰 -16나한도를 중심으로- (A study on the factors of Minhwa(民畵) and accepted background that are appeared at Buddhist paintings from late 19th to early 20th century - focused on Sixteen Lohans painting -)

  • 신은미
    • 헤리티지:역사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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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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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12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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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
  • 일반적으로 산수표현을 많이 하는 불화 장르로는 십육나한도를 비롯하여 팔상도, 감로도, 관음보살도 등과 조선후기에 특히 많이 조성된 독성도나 산신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불화는 대체로 산수를 비롯하여 다양한 배경을 갖추고 있는데, 18세기 이후 수묵적 전통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지만 화려한 채색과 산수를 비롯한 다양한 경물의 표현으로 복잡해지는 경향이 강해지며, 19세기에는 흔히 말하는 민화적 요소가 등장하여 시대적인 경향을 보여 준다.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제작된 16나한도는 이러한 경향 중에서도 배경묘사에 있어서 전통적인 요소도 있지만 그보다는 채색이나 제재면에서 시대적인 예술경향을 반영하는 민화적인 배경이 가장 다양하고 뚜렷하게 부각되어 배경표현의 주된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다른 불화와 차별된다. 즉 조선후기 16나한도에는 당시 유행하던 민화풍과 궁중화풍 등에서 보이던 청록산수식의 배경묘사가 두드러지며 십장생(十長生) 운룡(雲龍) 맹호(猛虎) 괴석(怪石) 화조(花鳥) 책가(冊架) 등과 같은 새로운 배경표현이 등장하여 폭넓은 수용 태도를 보여준다. 대체로 제재면에서는 수명장수, 부귀, 기복과 관련된 길상 상징물이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 서민불교로의 전환이라는 불교계의 동향, 특히 도교와 민간신앙과의 습합이라는 불교계의 자구적 모색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이는 16나한도나 당시 불화에 표현된 다양한 도교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주로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제작된 16나한도에 정형화된 양식의 민화풍이 등장한다는 것은 현존 민화의 제작연대를 추론하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하며, 불화승들이 민간의 수요와 요청에 의해 민화의 작가로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조선후기 불화에서의 민화적 요소의 고찰은 그 제재나 형태상의 유사점에서 출발했지만, 극단적인 희화화라든가 파격미 등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궁중의 장식그림과 유사한 양식의 표현이 많다는 점은 종교화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불화라서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낭자(娘子)농악'과 '소녀(少女)농악'을 통해본 여성 농악예인의 활동 (Nong-ak Artist's Activities seen from the perspective of "Maiden's (娘子) Nong-ak" and 'Girls' (少女) Nong-ak")

  • 박혜영
    • 공연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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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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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209-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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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 '낭자군(娘子軍')과 더불어 '여성농악'이 탄생했다. 본고에서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농악의 주체로서 여성이 등장한 내력, 특히 국극단 출신 여성농악예인의 출현이 주목된다. 이 연구에서는 낭자농악대와 소녀농악대의 활동 내력에 대하여, 새로이 발굴한 기사자료들을 전면에 제시하고 실증적으로 다루었다. 본고에 소개하는 '여성 농악예인'들은 기존에 알려진 남원여성농악단 성립 이전의 여성 농악인들과, 그 이후의 세대들을 아우른다. 여성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며 인기를 누린 예인들은 각종 농악경연에 참가하고 포장걸립을 전전했다. 여성농악인들은 우도농악 명인들로부터 전수를 받아 기량을 갖추고, 화려한 복색으로 이목을 끌었다. 농악계의 여성들은 특히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여 활동무대를 넓히고, 다양한 장르와 융합하면서 융통성과 순발력을 발휘했다. 여성 농악인들은 세대와 성별,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소녀부터 기혼녀에 이르기까지 팀원으로 편성될 수 있었고, 때로는 어린 소년들을 영입하거나, 원로 남성농악인들과 연대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지역을 넘어, 국내외의 무대를 누비면서, 해외 순방에도 박차를 가했다. 특히 어린 소녀농악인들은 한국문화의 상품성을 선보이고, '순결한 농악예술무대'를 장식하는 문화적 매개자로 동원되기도 했다. 이들은 스스로의 활동에 대한 실리와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거나, 정치적 선동을 할 수 없는 '천사 같이 춤추는 예쁜 인형'이나 다름없었고, 그 후원자는 국내외 정계 인사들이었다. 여성농악인들은 국내외 전반에 걸쳐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농악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해외로 파견된 소녀들의 농악공연이 대개 어린이들이나 학생들 위주였던 반면, 국내에서 기성세대와 연합하여 공연활동을 하던 소녀들은 그저 농악이 좋아서 여성농악단에 입단하여 기예를 습득하고, 공연하며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스스로 입지를 다져갔다. 해방 이후 낭자농악, 소녀농악이라는 이름을 걸고 농악의 무대화를 선도한 여성예인들은 대중적 인지도를 얻어 농악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사당패, 협률사, 낭자농악대, 소녀농악대, 여성농악단 등 한 세기를 풍미한 여성 농악예인들은, 농악판에 팽배하던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관습을 뒤틀고 농악문화의 새 전통을 일군 주인공들이다.

아라사국립애이미탑십박물관(俄羅斯國立艾爾米塔什博物館)·서북민족대학(西北民族大學)·상해고적출판사(上海古籍出版社) 편(編) 『아장구자예술품(俄藏龜玆藝術品)』, 상해고적출판사(上海古籍出版社), 2018 (『러시아 소장 쿠차 예술품』) (The State Hermitage Museum·Northwest University for Nationalities·Shanghai Chinese Classics Publishing House Kuche Art Relics Collected in Russia Shanghai Chinese Classics Publishing House, 2018)

  • 민병훈
    • 미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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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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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226-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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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 3층 맨 우측에는, 세계 유수의 실크로드 미술 컬렉션을 상설전시하는 "중앙아시아실"이 자리 잡고 있다. 20세기 초 실크로드를 학술조사한 러시아의 코즐로프(Pyotr Kozlov), 베레조프스키(Mikhail Berezovsky), 올덴부르그(Sergey Oldenburg) 등에 의해 수집된 고고 미술품 들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장의 방대한 이들 유물은 그 대강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분류하여 공개중이며, 이제까지 독일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한국, 일본 등에서 개최된 특별전시를 통해 그 일부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러시아 실크로드 탐험대의 성과물을 종합적으로 공개한 대형 기획전시 이 2008년에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개최됨으로써, 러시아의 실크로드 관련 유물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번에 간행된 『아장구자예술품(俄藏龜玆藝術品)』(2018)은 중국의 상해고적출판사(上海古籍出版社)가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공동으로, 당관 소장 실크로드 유물 가운데 쿠차 지역의 예술품만을 선정하여 출판한 도록이다. 이 도록의 편집과 논고 및 유물 해설은 에르미타주 박물관 동양부(Oriental Department)의 시니어 큐레이터 키라 사모슉(Dr. Kira Samosyuk)이 담당하였다. 키라 박사는 하라호토(Khara-Khoto)와 서역(西域) 미술 전문가로, 그 이름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중앙아시아 불교미술 연구의 석학이다. 본서에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장의 쿠차 지역 출토 유물을 망라하여, 중앙아시아 불교미술에 있어서의 쿠차 지역의 특징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탐험대가 남긴 현장사진과 스케치 등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소개함으로써, 수집 유물 이외의 귀중한 정보도 아울러 제공하고 있다. 키라 사모슉 박사는 본서의 게재 논문 「The Art of the Kuche Buddhist Temples」에서, 러시아의 실크로드 탐험의 개요를 소개하고, 주로 불교시대 쿠차의 역사 전개 과정과 쿠차에 전래된 불교의 양상 그리고 석굴의 벽화 묘사와 그 연대 문제를 논한 후, 벽화의 주제와 소상(塑像), 석굴사원이 예배의 장으로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키라 박사는 결론으로서, 쿠차 문화는 불교 전파의 역사 가운데 독립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유목세계의 여러 민족과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간다라 미술, 헬레니즘, 고대 이란, 중국 문화와의 관련성 속에서 독자적인 성격을 구축하였음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쿠차 지역에서 형성된 문화는 타림분지뿐만 아니라 돈황(敦煌)과 중원(中原) 지역의 석굴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으로 문장을 마감하고 있다. 키라 박사의 논고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쿠차 지역 석굴의 조성(造成) 연대(年代)에 관한 것이다. 그녀는 이제까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벽화의 조성 연대에 관한 견해를 소개하며, 벽화의 인물이 착용하고 있는 갑주(甲冑)의 도상(圖像) 특징 등을 소그드 미술 등 주변 지역에서 출토된 관련 자료와 비교하여, 키질의 조성 연대를 기존의 학설보다 백여 년 이상 소급해야 함을 주장하며, 5세기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쿠차 지역 석굴의 조성 시기의 문제는 석굴의 형식 문제를 비롯하여 불화(佛畫)의 주제(主題)와 양식(樣式), 안료(顔料)의 문제, 복식(服飾)이나 두발(頭髮), 제 장식(裝飾) 요소 등을 학제적(學際的) 연구 방법으로 재조명하고, 그 과정에 나타나는 주변 문화권과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위에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등 과학적 방법을 보조 자료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에는 제2차세계대전 때 베를린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온 벽화편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일반인에게는 물론 학계에서도 그 행방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이들 벽화편이 최근에 보존처리를 마치고 일반에게 상설전시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본서 출판의 경위를 서술한 서언(序言)에는 이번 간행이 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장 쿠차 예술품의 제1차 출판이라고 한 점으로 보아, 아마도 보존처리가 끝난 독일 컬렉션을 소개하는 도록의 편집도 예정되어 있는 듯하다. 아울러 투르판과 호탄 지역 문물을 소개하는 도록의 간행도 기대해본다. 현재 쿠차의 석굴사원에서 절취한 벽화편은 러시아와 독일, 한국 등 여러 국가에 분장되어 있다. 이번 도록 출판을 계기로 쿠차 현지의 키질 석굴을 비롯한 제 석굴사원의 잔존벽화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벽화를 함께 소개하여 이들 석굴사원 벽화의 원래 모습을 온전하게 소개하는 종합도록의 간행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동서의 문화가 혼합되어 있고 쿠차 지역 특유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석굴사원의 벽화류 등을 소개하는 도록에는, 각 유물에 대한 보다 상세한 해설이 요망된다. 그리고 미술사 이외에도 보존과학적 측면에서의 안료 분석 등 학제적 조사연구 성과도 포함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작금의 중국 서부 개발 정책에 따라, 신장 지역의 오아시스에 인구가 과밀 거주함으로써 유발되는 기후변화 등으로 석굴사원의 벽화는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문화계뿐만 아니라 문화재 보존수복(保存修復)의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여러 국가들이 실크로드 석굴벽화의 보존수복을 위해 공동 노력하고 아울러 관련 인적자원 양성 등을 위해 보존과학센터를 운영하는 등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할 때다. 본서는 20세기 초 서구 열강에 의해 추진된 실크로드의 고대 유적 조사 결과 가운데, 러시아 조사대가 쿠차 지역의 석굴사원을 중심으로 거둔 성과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출판물이지만, 향후 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장의 독일 컬렉션 벽화까지 전부 소개될 경우, 쿠차의 불교미술과 실크로드 연구에 크게 공헌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의미에서 본서는 이제까지 축적되어 온 쿠차 지역에 대한 고고미술 연구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자 실크로드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본서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실크로드 미술 연구의 성과물이자 새로운 편집 체계로서 학적 편의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실크로드 미술 연구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키라 사모슉 박사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