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서구에서 1990년대부터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의 논쟁을 헤겔 "법철학"의 도덕성과 인륜성의 개념을 중심으로 우리 한국사회의 정치현실과 연관시켜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본 논문은 공동체주의를 헤겔의 입장에서 재조명하고자 한다. 헤겔은 "법철학"에서 공동체를 근대의 윤리적-정치적 질서체계를 세우기 위한 근본적인 의미로서 파악하였다. 여기서 헤겔은 칸트의 도덕성을 수용하여 법과 국가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다시 규명하였다. 필자는 이 논쟁의 광범위한 영역을 헤겔의 도덕성과 인륜성에 대해 한정하여 논의해 보고, 결론부분에서 우리 한국의 정치 현실상황을 반성적 성찰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유교는 본래 개인주의보다 공동체주의와 친화성이 있다. 유교의 이상은 한마디로 '인륜공동체(人倫共同體)'의 실현이었다. 조선시대에는 화수회(花樹會)나 종계(宗契), 향약(鄕約)과 사창(社倉), 서원(書院)과 서당(書堂) 등이 크게 발달했는데, 이는 바로 유교적 인륜공동체를 지탱하는 세 축이었다. 이와 같은 전통적 공동체들은 '생래적 귀속집단'이라는 성격과 '자발적 계약집단'이라는 성격을 겸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들 공동체들은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 등 '연(緣)'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는 '생래적 귀속집단'이라 할 수 있지만, 반드시 개인의 자발적 참여의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는 '자발적 계약집단'이었던 것이다. 또 이와 같은 전통적 공동체들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성립한 공동체인 만큼, 공동체의 운영도 기본적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랐다. 공동체 운영의 책임자들을 돌아가면서 맡고, 주요 안건을 회의에서 결정한 것 등이 그 증거이다. 한편, '전체의 질서와 개인의 개성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이일분수론(理一分殊論)과 '공정(公正)한 원칙에 따라 사익(私益)을 추구해야 한다'는 인심도심론(人心道心論) 등 전통 성리학(性理學)의 수기론(修己論)은 '사적(私的) 개인'을 '공적(公的) 시민'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향수(向秀)는 위진현학(魏晋玄學)의 발전에서 자연(自然)과 명교(名敎), 개체의식과 사회의식을 합일을 모색했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정욕(情欲)과 인륜(人倫)을 중심으로 인성(人性)을 파악하는 관점에서 두드러진다. 향수(向秀)는 인성(人性)이 모든 사물의 생성변화의 근본인 '자연지리(自然之理)'로부터 비롯된다고 하여, 정욕(情欲)과 인륜(人倫)에 타당한 근거를 부여한다. 또한 정욕(情欲)은 이성적 사유능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생명을 충실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부정적 욕망에 대해서는 사회성이자 사회규범이라 할 수 있는 '예(禮)'로써 절제할 것을 주장한다. 따라서 향수(向秀)의 인성(人性)은 긍정적 욕망 충족을 이끄는 동시에 부정적 욕망을 제어하는 주체이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임성(任性)'과 '당분(當分)'의 논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긍정적 욕망은 충족하고 부정적 욕망은 제어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이 이미 본성에 자리하는 동시에 그에 근거하는 사회 규범과 질서로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향수(向秀)의 인성론(人性論)은 자연스러운 본성과 욕망 및 도덕성과 사회규범의 통일을 강조함으로써 현학(玄學)의 주요 문제인 자연(自然)과 명교(名敎)의 합일을 꾀하였다.
호계(虎溪) 신적도(申適道)(1574-1663)는 정묘, 병자호란시 의성지역의 의병장으로 활동한 창의지사(倡義之士)이다. 그는 평생을 벼슬하지 않고 산림에 은둔해 있던 산림처사로서 정묘, 병자년 두차례나 기의(起義)하였으며, 병자년의 굴욕적인 강화 이후 미곡(薇谷)에 은둔하여 책을 읽고 후생을 교육하는 것으로 여생을 보냄으로써 유가적인 의리실천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호계는 당시 관학의 지위에 있던 주자학을 의리와 강상의 실천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그것의 구체적인 실천은 군신부자의 윤리에 근본하여 효제충신의 실천을 다하는 것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의리란 간위(艱危)의 때에 오직 자식은 효를 위해 죽고 신하는 충을 위해 죽는 것임을 강조하고, 이런 의리정신이 바로 임란 때 왜병을 물리친 정신이었으며, 그 정신으로 당시의 외적을 물리쳐야함을 역설하였던 것이다. 이런 그의 의리실천은 인간의 도덕성에 기초하여 인륜과 강상을 실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조선유학의 도학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그의 존명의리의 실천은 당시 조선인이 가지고 있던 문화적인 자부심에 기초한 소중화의식과 그 사상적 토대로서의 도덕중심적이며 인륜중심적인 조선유학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나아가 호계에게서 보여진 이런 우리 민족의 자부심과 인륜과 강상을 지켜나간다는 도덕의식은 이후 조선말의 위기에 척사위정운동 및 의병활동, 민족종교운동 등으로 전개될 수 있는 바탕이었다는 점에서 조선조 유학이 지닌 사회, 역사적인 의미를 확인 할 수 있다.
이 글의 목적은 헤겔의 법철학이 자유주의에 대한 변증법적 비판이라는 점을 밝히는 데 있다. 이 글에서의 변증법적 비판이란 형식논리학적 부정이 아닌 자기부정적 자기복귀라는 헤겔적 의미의 변증법적 부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헤겔 법철학이 자유주의에 대한 변증법적 비판이라면 헤겔 법철학은 자유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면서 동시에 자유주의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자유주의적 측면을 갖게 될 것이다.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개인의 자유로운 행위를 통해 주관적으로 실현될 수 없고 반드시 사회적 매개를 통해 상호주관적으로 실현된다는 점을 함축한다. 그리고 이는 현대 자유주의자들의 논쟁에서도 발견된다. 왜냐하면 현대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실현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나 제도적 마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헤겔 법철학의 자유주의적 측면은 헤겔이 인륜성 속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가 결국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구체적 실현과 확장이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이 글은 동아시아 사상사에 있어서 유가사상을 중심으로 한 '도(道)' 개념의 이론적 특징을 고찰하는 것이 목적이다. '도(道)'는 동아시아 철학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온 원리 개념으로서, 시대적 변천과 학파의 분화에 따라 그 의미가 더욱 풍부해져 왔다. 우리는 여기에서 먼저 '도'와 '길'의 이중주적 특성에 대해 주목하였다. 어딘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도'라고 한다면,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는 경로를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도가 존재라면 길은 존재의 양식이고, 도가 목표라면 길은 과정이다. '도'가 근원성, 항상성[지속성], 진실성[성실성]을 속성으로 한다면, '길'은 인륜성, 실천성, 일상성을 속성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넓은 의미에서 볼 때 '도'는 존재[도]와 존재의 속성[길]이라는 이중적 구조의 균형관계를 이룬다. 현대 서양철학의 몇몇 학자들이 이러한 동아시아적 사유구조에 주목했는데, 특히 하이데거의 사유는 '도'와 '길'의 이중주적 의미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있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인간이 그 자체로 '길 위'의 존재임을 해명하고자 했다. 존재[도]와 존재양식[길]이 서로 분리될 수 없듯이, 양식을 떠난 존재가 있을 수 없고 존재하지 않는 것의 양식이란 무의미하다. 이런 점에서 '도'는 곧 존재이며, 존재양식이기도 하다.
자유의 문제는 인간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이는 자유의 문제를 윤리학적 전문 영역에 한정된 문제로 간주할 수 없도록 만든다. 오히려 사회의 제반문제, 정치와 경제의 문제 그리고 법의 기본정신의 문제를 둘러 싼 사회 및 문화, 과학의 지향점과 그 규범적 이념을 논의하는 철학적 기초 작업에 속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유의 문제가 인문학 전반의 지향적 이념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임을 해명하고 그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자 할 때, 철학사적인 접근만으로는 문제를 규명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자유의 문제가 역사성과 더불어 현재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자유의 문제를 구체적 현실에 자리하는 당면문제로 인식할 때 우리는 이를 근대 이후의 철학적 성찰과정을 통해 발전되고 변화된 방법론적 틀 속에서 보다 의미 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해석학적 통찰과 실용주의적 맥락을 방법론적으로 재해석하는 문화주의적 접근은 역사성과 현재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문제의 규명과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이론적 작업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진리에 대한 상호주관적 분석과 자유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시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언어와 행위 공동체 내에서 구성되는 자기의식과 상징적 해석을 자유의 문화적 지평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대순사상에서 '스스로 마음을 속이지 않음'이라는 무자기(無自欺) 개념을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학과 밀의 공리주의 및 베르그송 윤리학과 비교하여 그 상생적 의미를 탐구한다. 칸트 윤리학은 정언명령을 통해 도덕적 행위를 규정하며, 이는 보편적 법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반면, 밀의 공리주의는 행복과 쾌락을 목표로 하여 좋은 결과를 산출하는 행위를 선으로 본다. 대순사상의 무자기는 '사심을 버리고 양심을 되찾는 것'으로 정의되며, 거짓을 행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자기기만과 관련하여 칸트와 밀의 윤리사상은 상이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칸트는 정언명령에 따라 자기기만을 보편 법칙으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밀은 전체의 공리를 증진하는 경우 거짓말 등의 자기기만을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무자기는 그 원리상 칸트 윤리학에 가깝지만, 정언명령과 같은 윤리적 형식뿐만 아니라 인륜이나 상생 등의 윤리적 내용을 중시한다. 또한 특정 상황에서는 방편이나 침묵이 상생심이 체화된 도덕적 정서의 표현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자기는 지성주의나 형식주의에 치우칠 수 있는 칸트 윤리학의 단점을 보완한다. 나아가 이와 같은 상생윤리의 열린 특성은 본능과 지성을 인류애와 같은 사랑의 정서로 승화시키는 베르그송의 '열린 도덕' 개념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무자기의 실천적 윤리성은 음양합덕, 해원상생이라는 포용적 이념이 체화된 새로운 도덕원리의 기초로 이해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조선시대의 장여헌(張旅軒)과 일본 에도(江戶) 시대의 이토 진사이(伊藤仁齋)의 사상, 특히 도(道)에 관한 견해를 중심으로 인간론과 도덕론을 고찰하여 그 둘의 사상적 특징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이다. 논의의 진행은 먼저 도(道)에 관한 여헌과 진사이의 이해를 주자학적 논의와의 원근 거리와 천도(天道) 인도(人道)와의 관계에서 살펴보았고, 다음으로 인간관에 있어서는 자기와 타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인간에 관한 이해를 논하였으며, 다음으로 마음과 경(敬), 서(恕)에 관한 두 사상가의 상반된 이해를 소개하면서 도덕론을 논하였다. 이하 요점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진사이는 도를 천지의 도와 단절된 인륜일용의 인간의 도로 한정하였고 인간에 대해서도 개적 존재를 사상시킨 관계적 존재에 초점을 두고 파악하였다. 그런 관점 위에서 개인 수양의 출발점이 되는 마음이나 경에 대해서도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 그것은 개인의 자율성보다는 외적인 규범에 보다 많은 신뢰를 두고 그것에 자신을 맞추어 가는 일종의 타율적인 관계(집단) 속의 도덕론의 전개로 나타나고 있음을 논하였다. 여헌은 도(道)를 천지만물과 사람 모두가 의거하는 총체적인 개념으로 파악하였고, 더 나아가 사람의 도가 능동적으로 천도와 지도를 구현하는 중심이라고 하였다. 이런 관점 위에서 여헌은 인간은 몸(형기(形氣))을 가진 개적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 몸의 일부인 천지만물과 통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존재라고 정의하며, 그 마음을 다스리는 경(敬)공부를 개인 수양의 기본임과 동시에 천지만물의 보편적 이치를 체득하는 근본적인 실천공부로 중시하였다. 이러한 여헌의 도와 인간에 대한 이해는 도덕의 실현에 있어서 자신이 중심이 되어 그것의 확장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는 동심원적 파동의 도덕론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고찰하였다.
정이(程?)는 변화(變化)의 세계, 즉 '역(易)'의 세계로 자연(自然)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자연 안에 있는 인간(人間)도 자연의 일부로서 생장(生長) 소멸(消滅)하는 존재 중에 하나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인간을 포함한 만물(萬物)이 모두 '천리(天理)'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를 '만물일체(萬物一體)', '천인합일(天人合一)' 등으로 표현하였다. 이것은 정이의 독창적인 사유가 아니라 '북송오자(北宋五子)'와 공유한 것이지만, 이를 해명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다. 정이는 만물이 동일한 리(理)를 갖고 태어나지만, 인간만이 완전하게 천리(天理)를 체화하여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자연은 변화하면서도 스스로 질서를 갖추고 있는데, 정이는 그러한 자연의 질서인 천리를 인간의 질서인 인륜(人倫)과 유비시키고, 인륜을 체화하여 자연과 하나가 된 경지에 이른 사람을 '성인(聖人)'으로 지칭하였다. 성인(聖人)은 타고나는 측면도 있지만, 누구나 동일한 선(善)한 성(性)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부단한 수양을 통해서 성인(聖人)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정이의 이와 같은 철학적 구상은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의 철저한 계승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이는 '성선설(性善說)'이 유학의 본령이며, 자신이 이를 계승했다고 자부하였다. 다만 맹자에게는 성선의 근거를 해명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이는 성(性)을 곧 순선(純善)한 리(理)로 보고[성즉리(性卽理)] 성인(聖人)부터 보통의 사람까지 같은 성(性)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면서 이를 해명하고자 하였다. 정이가 말하는 성(性)은 본연(本然)의 선한 성(性)으로서 악(惡) 또는 불선(不善)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악은 성(性)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불완전한 기질(氣質) 즉 '재(才)'의 문제로 전환되게 되었으며, 정이에게는 이제 이러한 불완전한 기질(氣質)을 바로잡아 본래의 올바른 성(性)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양의 방법을 제시해야 할 과제가 주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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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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