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사는 문무왕대에 시창하여 신문왕 2년(682)에 완공된 신라중대의 불교사원이다. 본 연구는, 기존의 감은사지 발굴조사 성과를 기초로 하고, 역사학 분야 등에서의 문헌연구 성과를 참고로 하여, 신라감은사건축의 조영계획 양상 및 특질, 그리고 그것과 당시의 정치·사회적, 종교적 환경 간의 관계에 대한 구명을 시도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감은사 중심곽 내 당탑 및 회랑, 중문과 강당 등 모든 건축물은, 기단부를 기준하여, 방(方)216척(尺)(고구려척, 추정단 위치수 353.30mm)의 윤곽에 남거나 부족함 없이 정확하게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사실은, '만파식적설화'와 유교예악사상과의 관계, '이견대'의 명칭과 『주역』과의 관계, '감은사지출토 태극무늬장대석'과 『주역』과의 관계 등으로부터 확인되는, 동해구 유적(대왕암·이견대·감은사)에 서린 신라중대왕실의 '유교정치이념의 표방' 의지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유의미한 것으로 판단되며, 감은사가람의 설계초기단계에 있어서, 잠재하는 규모계획의 기준으로부터 이차적 조정으로서, 『주역』 계사상의 '건지책 216'으로부터 수를 취해 가람중심곽규모의 결정기준으로 삼은 결과로 추정된다. 감은사 당탑 등의 배치계획은, 방(方)216척(尺)의 윤곽 내, 가장자리로부터 중심부로, 즉 가람중축선상 중문·강당의 배치 및 금당 남북위치의 결정, (중문·강당·금당 측면에 각각) 남회랑·강당동서편건물·익랑 배치, 동서회랑의 배치, 동서 석탑 중심위치 결정의 순으로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찰된다. (2) 감은사건축에 있어서의 유불공존적 양상은, 『금광명경(金光明經)』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왕의 화신인 용이 용혈(龍穴)을 통해 금당기단 내에 들어 선요(旋繞) 즉, 공경·숭봉(崇奉)을 행함으로써 "음양조화시부월서(陰陽調和時不越序) 일월성숙부실상도(日月星宿不失常度) 풍우수시무제재횡(風雨隨時無諸災横)" 등의 무량공덕이 얻어지기를, 그리고 일월에 비유되는 부처의 광명이, 새로이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삼아 운영해 나갈 국가, 신라의 사방 천하(천(天)=건(乾), 건지책 216척(尺) 규모의 가람중심곽)에 길이 두루 비춰지기를 염원한 문무왕의 뜻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찰된다. 그리고 그 구상 및 실현에 있어서는 유불습합적 사상 경향을 가졌던, 그리고 문무왕이 유언으로서 국사로 삼기를 당부했고 신문왕 즉위 후 국로로 임명되었던, 경흥(憬興)이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진묵조사유적고(震默祖師遺蹟攷)』(이하 『유적고』)와 증산(甑山) 및 대순사상에 나타난 진묵(震默) 설화의 차이와 관련, 선행연구에서는 증산이 종교적 이유로 설화의 원 의도를 변형한 것으로, 또는 믿음과 가치관의 차이로 본다. 이는 한국불교와 증산·대순사상 간 가치관의 차이를 전제로 양자를 회통하려는 해석이다. 본 연구는 가치관에 따른 기술 차이라는 이상의 관점을 수용한다. 다만 이러한 기술 차이를 불교와 대순사상 간 세계관 차이가 아닌, 문헌 전승과 구전 전승의 차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다. 이는 각각 19세기에 최초 문헌설화로 구성된 『유적고』와 18세기 이래 전래 된 민간전승을 의미한다. 이러한 해석 지평에서 진묵-봉곡(鳳谷) 관계를 조명하면, 『유적고』는 초의(草衣)·김기종(金箕鍾) 등 지식층의 가치관·의도를, 구전설화는 조선 후기 민중들의 희망을 투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증산 또한 천지공사에서 민간전승을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16C에서 19C에 이르는 유불 관계 맥락에서 『유적고』 찬술 경위와 의도를 분석했다. 특히 『완당집(阮堂集)』·승려 문집 등을 통해, 유학 측에서는 예도 정신의 진작이라는 시대 이념에 따른 자료의 순화·교정이 필요했고 초의 역시 불교에 불리한 구비전승을 윤색·삭제한 것으로 보았다. 반면 『유적고』에 수록되지 않은 진묵 설화가 18세기에도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영당중수기」 및 현존 구비전승을 볼 때 증산의 기술은 민중의 염원을 담은 시속의 민간전승을 수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즉 정치·사회적 이유로 유불 화합 내용만 채택한 『유적고』에 비해 『전경』은 조선 후기 회자 된 구비전승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이해했다. 근거로는, 진묵-봉곡 관계를 조명한 구전설화에서 봉곡의 시기나 살해에 관한 서사가 많다는 점, 증산이 정치적 입장·신분이 아닌 마음과 뜻에 따라 모든 계층의 인물을 아울렀음을 들었다. 따라서 구전 전승의 특성상 면면히 이어 내려오는 서사 내용을 개작할 필요가 없었고 민중의 소리를 투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본 연구는 태안 태을암 마애불사원을 중심으로 한 백화산의 장소성과 문화경관 특성을 조사 분석하여 이 지역 일대에 산재하거나 내재된 경관에 대한 표현방식과 그 의미를 논의함으로써, 백화산 일대의 경관지리코드와 종교적 장소 관성을 조명하고자 하였다. 경관대상 백화산의 입지성과 골산(骨山)으로의 특이성 못지않게 백화산을 시점장(視點場)으로 조망되는 파노라믹한 서해 조망은 관음도량으로서의 백화산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고지도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중요하게 읽혀지는 고성(古城)과 봉대(烽臺) 그리고 태을암은 조선조 백화산의 장소정체성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어풍대, 영사대 등 다수의 각자(바위글씨)는 이 산의 조망성과 장소 특성에 기인한 기념성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이는 단군 영정의 태일전 이안(移安) 사실은 백화산이 갖는 국가적 위상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며, 삼성각에 봉안된 단군 영정 등을 통해 토착 종교와 공생하며 오랜 시간 이어져온 보편적 지역성도 공유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태을암에 모셔진 백제시대 불상인 태안마애삼존불은 관음신앙의 도량인 백화산의 존재이유이자 상징체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장소성에도 불구하고 태을암 마애불 전면에 조성된 '태을동천' 각자를 중심으로 한 계류 및 연못공간인 일소계와 감모대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진 암각바둑판과 조선 중기 이후 유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다수의 각자 흔적을 통한 도가적 문화현상 또한 동일한 무게로 읽혀지는 것은 조선말기 팽배된 유불선의 합일사상이 기저에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문화경관의 혼재사유는 백화산이 갖는 종교적 장소 관성이 꾸준히 유전하면서 시대정신에 습합해온 결과가 아닐 수 없으며, 백화산에 산재된 여러 유형의 문화경관요소는 태안 백화산의 다층적 장소성과 경관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고유의 지리코드로 이해된다.
지명 고찰, 사찰팔경의 의미 분석 그리고 바위글씨의 지시내용과 성격 분류 등을 토대로, 한국 문화 DNA의 하나인 유불선 삼교통섭의 의미경관이 김천 청암사 경역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인식되며 표출되고 있는 지를 확인할 목적으로 시도된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청암사가 위치한 곳은 조선 중기 대표적 유자(孺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가 경영한 무흘구곡의 상류부로서, 일제강점기 청암사 주지 벽암(碧庵) 이덕진(李德珍, 1896~?)이 제영한 청암사팔경의 대상과도 중복된다. 청암사를 품은 배후 산의 산명(山名)인 불령산(佛靈山)을 비롯하여 수도산(修道山), 선령산(仙靈山)과 신선대(神仙臺) 등의 지명 병용(倂用)과 청암사원(靑巖寺院), 청암사팔경, 불령동천(佛靈洞天), 나무아미타불[南無阿漏隋佛], 호계(虎溪), 여산폭포(廬山瀑布), 세진암(洗塵巖) 등 다양한 속성의 바위글씨는 사찰영역에 혼재된 유교와 선교의 공존을 보여준다. 특히 청암사 계곡 호계와 경내 조성된 삼소천(三笑泉)은 중국 장시성의 여산동림사에서 비롯된 호계삼소(虎溪三笑)의 고사를 통한 유불선 3교 회통의 상징 경물로 구현되고 있다. 또한 청암사에는 신(神)과의 교섭이란 숭고한 장소성을 보이는 여산폭포와 이를 각자(刻字)한 바위글씨 그리고 여산교(廬山橋)가 존재한다. 이와 같이 청암사에는 불교적 배타성에서 벗어나 삼교 화합과 공존을 상징하는 호계삼소의 정신을 담은 유불선 통섭의 문화가 다양한 층위(層位)로 녹아있다. 더욱이 승가(僧家)의 실천내용으로 알려진 '육화경법(六和敬法)' 중 제3계율인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남의 주장을 무시하지 마라"라는 '의화동사(意和同事)'의 교리는 호계삼소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호계삼소와 구곡동천(九曲洞天) 및 팔경(八景)의 문화경관으로 채색된 김천 청암사는 도불(道佛) 뿐만 아니라 유불(儒彿) 더 나아가서 삼교(三敎) 수용의 문화가 녹아있는 유불선 통섭의 명소로 부족함이 없다.
이 글에서는 한국불교의 진묵설화와 대순사상의 진묵설화를 비교하고자 한다. 자세히 말하자면, 『진묵조사유적고』와 『전경』의 진묵설화를 비교하고 그 차이점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2장에서는 『진묵조사유적고』에 나타난 진묵의 사상을 다음의 4가지로 나누어서 접근한다. 첫째, 진묵은 석가모니의 화신불이라는 것이다. 『진묵조사유적고』의 서문에서 초의(艸衣)는 진묵이 석가모니의 화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둘째 무애행의 정신이고, 셋째 선교일치의 정신이며, 넷째 유불일치의 정신이다. 3장에서는 대순사상에 나타난 진묵설화에 관한 관점을 살펴보고, 『진묵조사유적고』의 진묵설화와 비교한다. 우선 『전경』에서 진묵의 설화는 천지공사와 해원상생의 관점에서 활용된다. 이것이 불교의 진묵설화와 가장 다른 점이다. 그 다음 진묵설화 가운데 『진묵조사유적고』와 『전경』에 공통된 주제를 말하는 것이 있는데, 그 설화들을 비교해보면 역시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러면 이러한 차이점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는 엘리아데의 신화이론에 근거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엘리아데는 신화는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의 희망사항이 투영된 것이라고 한다. 이 이론에 근거해서 『진묵조사유적고』와 『전경』에 나타난 진묵설화의 차이점을 설명하면, 불교계의 『진묵조사유적고』에는 불교의 가치관이 투영된 진묵설화가 전승되었고, 대순사상의 『전경』에는 대순사상의 가치관이 반영된 진묵설화가 전승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불교와 대순사상은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주제의 진묵설화라고 해도 전승된 내용에 차이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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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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