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롯데 부여리조트의 외부공간 중 백제 테마정원을 대상으로 한다. 리조트는 백제역사재현단지 내에 있으며, 이 사업은 '백제문화권 특정지역 종합개발 계획' 중의 하나이다. 백제정원은 역사적으로 유구할 뿐만 아니라 고대 일본에 영향을 주었을 정도로 양식에서도 뛰어났다고 할 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백제정원의 재현 방식을 공간적으로 구현했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첫째, 백제정원을 롯데 부여리조트에 조성하게 된 배경과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백제정원의 공간적 구현 방식을 설정하는 것이다. 둘째, 백제 정원의 조경사적 의미와 함께 현재까지 문헌연구와 발굴을 통해 밝혀진 백제 정원의 양식적 특성에 대한 것이다. 셋째, 리조트 외부공간에서 백제정원 재현의 공간적 실현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내용에서 재현은 구조 적용과 구성요소 차용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구조 적용에서는 임류각 공간을 주진입공간으로 하여 관북리 백제 유적을 재현한 월선정 공간을 인접하여 배치하였다. 이 두 공간을 통해서는 건축과 정원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후면에는 후원 성격을 지닌 익산 왕궁리 정원의 곡수로와 석조원, 비폭원을 재현하였다. 구성요소 차용은 식재계획과 건축물을 비롯한 시설물 계획에서 이루어졌다. 이외 정원주변으로는 금동대향로와 산수문전에서 표현되는 대표적 경관인 신선계의 모습과 삼산오봉(三山五峰)형 봉우리, 산 사이 맑은 시냇물, 소나무 숲(송림(松林)) 경관을 형상화하였다. 본 연구의 의의는 먼저 백제정원이라는 주제 자체가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다. 백제정원에 대한 선행연구와 실제적인 공간에 구현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백제시대에 대한 심도 있는 고증을 토대로 백제정원을 개념적 차원뿐만 아니라 계획적 설계적 차원에서 적용 재현하고자 시도했다는 것이다. 전통의 적용이나 재현을 다루는 기존 연구가 사례 중심으로 분석과 평가에 치중해왔던 것과 차별성을 갖는다. 한계는 백제정원의 사실에 대한 선행 연구가 많지 않고, 현재 관련 유적에 대한 발굴 및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 연구이기 때문에 추후에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다면 본 연구에서 제시한 재현에 대한 진정성의 문제와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전통의 재현과 계승의 화두는 어느 시점에서의 완결성보다는 전통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시도가 요구되는 진행형이라는 측면에서 본 연구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발굴된 유적을 그 자리에 '원형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리조트의 외부공간에 '재현'하다 보니 그 자체로 체험의 다양성과 완결성까지 부여되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경주 남산지구는 불국토(佛國土)를 꿈꾸던 신라인들의 정신과 호국불교의 염원이 깃들어 있는 수많은 불교문화재가 전해진다. 크고 작은 여러 계곡과 능선 정상부 곳곳에는, 예술성 높은 석불과 석탑을 비롯하여 다양한 마애불(磨崖佛)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산재하고 있다. 이러한 경주 남산은 야외박물관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2000년 12월 '경주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世界文化遺産)으로 등재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경주 남산지구에는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풍화되거나 무너져 훼손된 석조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삼릉계 석불좌상이다. 삼릉계 석불좌상은 8~9세기경에 만들어진 장대한 작품으로서, 일제강점기인 1923년과 근년에 정확한 고증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엉성한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그 결과, 불상의 안면은 콘크리트 모르타르로 적당히 보수 처리된 상태였으며 광배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불상 뒤편으로 넘어져 크게 파손되었다. 원래 모습을 잃은 삼릉계석불좌상에 대한 보수와 안정적인 보존환경 조성이 시급하였다. 석불좌상이 위치한 주변 일대에 대하여 유적지 정비 작업에 선행한 학술적 발굴조사를 실시하여 불상과 석탑지의 원 위치를 확인하였다. 3D 스캔을 통하여 정확한 현 상태를 파악하여 불교미술사 등 관련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통일신라시대 불상의 상호로 재현하고자 보수 정비안을 제시하였다. 풍화훼손도를 작성하여 표면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증류수를 이용한 표면세정을 실시하여 2차 훼손이 발생하지 않는 방법을 활용하였다. 해체 및 복원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위적인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여 별조식으로 조성된 불두의 안면 결실부와 광배의 결실부에 대하여 원형 복원과 전통기법을 활용한 원상 복구을 수행하였다.
창덕궁과 창경궁이 공유하는 후원인 동궐 후원은 조선왕조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기술과 사상이 집약된 후원으로서 단연코 한국 조경문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왕실의 휴식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상징적 의례와 인재양성의 장이 되었던 동궐 후원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상당부분 훼철되어 과거의 면모가 일축되었다. 창경궁 북쪽의 후원권역은 일제에 의해 완전히 변형되어, 현재는 주합루에서 옥류천에 이르는 몇 개소의 영역이 후원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에서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존덕정 영역은 인조 연간에 옥류천 개발이 완료된 직후부터 화원(花園)으로 조성된 정원으로서, 심추정, 척뇌당, 폄우사, 망춘정, 천향각, 청심정 등의 정자가 존덕정을 중심으로 승경의 요점지에 자리 잡은 화목류와 연지 중심의 공간이었으나 현재 존덕정과 심추정, 폄우사만이 남아 있고, 그 외의 정자들은 멸실되거나 변형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각 건축물에서 감상되는 수요소, 식생, 점경물 등을 분석함으로써 원형적인 조영의도를 구명하는데 주력하였으며, 동궐 후원의 진정성 있는 복원 정비와 조경 시설물을 둘러싼 환경의 보전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정보 구축을 위하여 존덕정 영역의 정자인 심추정, 망춘정, 척뇌당, 천향각, 청연각의 5개 정자의 역사적 기록과 조영실태가 고찰되었다. 이들은 "궁궐지"와 실록에는 명칭이 언급되어 있지만 "동궐도"에는 그 이름이 나타나지 않는데, 관련된 문헌자료가 망라되어 고증이 시도되었다. 이중 척뇌당과 심추정은 동궐도상에서 추정 건물을 뚜렷하게 밝힐 수 있었고, 존덕정 서북쪽에 위치한 용도가 불분명한 건물은 천향각 내지는 망춘정이었다고 추정하였으며, 태청문의 담장이 본래 청연각에 둘러쳐져 있었던 담장이었다는 가설도 제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제껏 동궐도와 동궐 후원연구에서 난관으로 여겨졌던 창덕궁 동북쪽 모퉁이에 위치한 용도와 명칭이 불분명한 건물일곽에 대해서는 연산군과 숙종이 사용했던 기록이 발견되었고, 궁궐 사람들 모르게 유희생활을 하는 임금만의 별당이었음을 밝힐 수 있었다.
이 글은 도원(道原) 류승국(柳承國, 1923~2011)의 사상적 지향과 한국사상사의 해석방법론이 정역의 원리와 가치관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고찰한 것이다. 도원은 그의 학문적 화두가 '화해와 상생, 인도주의와 세계평화에 있으며, 궁극적으로 대동세계를 구현하는데 있다'고 밝히며, 한국사상사 탐구를 통해 그에 대한 답을 찾는다. 그에 따르면 한국사상은 인간주체를 기본으로 하는 사상이며, 모든 갈등과 대립을 지양할 수 있는 중용(中庸), 중화(中和)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데, 한국의 역학이 바로 이러한 내용을 충족한다. 도원은 한국사상이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주역적 가치가 아니라 '조양율음(調陽律陰)'의 정역적 가치를 추구하며, 인간의 절대주체를 통해 양극을 화합하는 '중(中)'사상이 고대점복행위로부터 구한말 "정역"에 이르기까지 일관한다고 보았다. 성숙한 인도주의와 음양의 양극을 종합해 생명을 살리는 '호생지덕(好生之德)'의 인(仁)은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도원의 한국사상사연구의 핵심적 개념이다. '양극을 종합해 생명을 살리는 인간성숙'의 정신이 한국사상의 본령이라고 본다. 도원에 따르면 유교 인도주의의 핵심용어인 '인(人)''인(仁)'이 동이(東夷)에서 연원하였음이 갑골을 통해 고증되며, 동이족 수골복사(獸骨卜辭)의 음양사상과 인도주의의 사상적 연관성의 실제를 순(舜)임금을 통해 볼 수 있다. 그는 단군신화의 요점을 천지를 아우르는 중(中)사상과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해명하고, 최치원의 풍류도에서 인(仁)을 매개로 유불도 삼교의 이질성을 재창조하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의 인본주의를 읽어낸다. 신라의 불교는 성(聖)과 속(俗)의 양극성을 일원화하고, 유(有)와 공(空)의 대립을 원융한다고 본다. 조선 성리학에서 양극의 통합양상을 살펴보면, 퇴계의 경우 태극이 마음의 '인극(人極)'으로 전환됨으로써 자아의 인격과 생명의 주체성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율곡의 이기지묘(理氣之妙)와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이 모두 양극성을 지양한 인도주의로서 한국사상은 상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그 원형적 사고가 그 시대적 특수성 속에서도 보편성을 지니며 관통해 온 것으로 본다. 그 대미가 "정역"이다. "정역"의 새로운 괘도가 지향하는 조양율음(調陽律陰)의 가치, 지인(至人) 및 황극(皇極)사상을 통해 드러나는 성숙한 인도주의가 그것이다. 한국사상의 인도주의는 "정역"에 이르러 확연하게 그 정체(正體)를 드러내며, 이는 역(逆)으로 한국사상사 전체를 조명할 수 있는 키워드로 기능한다. 도원의 사상전반을 꿰뚫고 있는 핵심정신은 바로 "정역"의 중심축인 '생명 평화의 성숙한 인도주의'와 '조양율음'의 원리로서 "정역"은 한국사상의 결정(結晶)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공신교서는 국가의 특정한 사건에 공을 세운 공신을 포상하기 위하여 발급하였다. 공신으로 녹훈(錄勳)된 가문에서는 이 공신교서를 가보(家寶)로서 후대에 전승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란 등의 피치 못할 상황 속에서 소실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경우 국가에서 다시 교서를 발급해 준 사례가 남아있다. 현전하는 공신교서 중에서 확인되는 재발급 교서는 박동량 호성공신교서, 구굉 정사공신교서, 박정 정사공신교서 3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상 3점에 대한 문서양식과 장황에 대해 검토하였다. 재발급 공신교서는 원본 공신교서와 동일한 양식, 곧 평출(平出)과 대두(擡頭) 등을 준수하여 작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원본 공신교서와는 달리 재발급된 시점에서 공신의 신분에 변화가 있을 때는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사공신교서의 경우는 원본 공신교서는 '정원군 부(定遠君 ?)'가 재발급된 시점에는 인조의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에 '원종대왕휘(元宗大王諱)'로 나타났다. 또 재발급 정사공신교서의 경우 '김자점(金自點), 김련(金鍊), 심기원(沈器遠), 심기성(沈器成)'과 같이 역모에 의해 삭훈된 경우는 원본 문서대로 작성을 하고 먹으로 검게 삭거(削去)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사자의 경우도 원본 공신교서는 국가에서 지정한 선서자가 작성하는 반면에, 재발급의 경우는 그 공신 가문의 선서자가 문서를 필사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신교서의 장황(粧?)은 물자를 조달해야 하는 조정의 경제적 상황, 배접장 등 실제 제작에 관여한 장인의 기호와 기술 등에 따라 시대적으로 변모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3점의 경우 모두 병자호란으로 그 원형이 소실된 상황이었으므로, 재발급본과 최초 발급본의 장황이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서 교서 제작과정에 대한 의궤의 기록, 최초 발급본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공신교서와 비교해 본 결과, 재발급본은 최초 발급본에 비하여 장황의 형태나 비율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변아(邊兒)의 폭은 2배 정도 넓어지고, 중앙좌우회장(中央左右回粧) 역시 평균 2cm이상 커진 형태이고, 하회장(下回粧)의 경우도 평균 10cm 넓어졌다. 상회장(上回粧)과 하회장(下回粧)의 비율은 최초 발급본의 경우 상회장이 하회장에 비해 1.5배 정도 넓고, 재발급본의 경우 거의 1:1의 비율을 갖추고 있었다. 상축(上軸)의 단면은 박동량 호성공신교서의 경우 현재의 반달형태가 아닌 부등변삼각형의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구굉과 박정 정사공신교서 축(軸)은 단면의 모양은 같지만 크기가 작아진 형태일 것이다. 축수(軸首)는 크기에 큰 변화가 없고, 오색다회(五色多繪)는 최초 발급본이 재발급본에 비해 그 폭이 훨씬 좁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발급본 3점은 제작시기가 같은 보사공신교서(保社功臣敎書)의 장황 형태를 고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현전하는 보사공신교서 중에 제작당시의 장황을 갖추고 있는 것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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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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