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근대화에 앞서 국내외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웠던 고종 시대사 속에서, 왕실도서관(규장각)의 변천 과정을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그 흐름을 분석하여 통시적 의미를 찾고자 시도되었다. 이를 위해 첫째, 고종대 왕실도서관과 개인도서관 역할을 한 고종의 서재와 도서 수장처 전체 현황을 조사했다. 둘째, 조사 현황을 바탕으로, 고종대 초기 왕실도서관부터 대한제국 시기 황실도서관까지 이어지는 변천 과정과 그 의미를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각종 서목 등 당시의 다양한 사료와 함께 고찰했다. 셋째,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으로 이어지는 왕실도서관의 시·공간적 변화와 양상을 왕궁별로 도식화하여 정치·사회적 의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첫째, 고종은 규장각을 왕권을 강화하고, 근대화과정에서 서양 문화를 수용하는 장치로 활용했다. 둘째, 고종의 정치적 지향을 담은 핵심 공간인 어진 봉안처, 도서 수장처, 집무처는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에 걸쳐 별전으로서 일곽을 이루며 점차 서구식 건축양식으로 변화했다.
외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던 도서들은 주로 왕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도서들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이 극히 일부를 약탈해 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소각하였다. 이때 약탈되어 프랑스 국가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던 도서들 중 일부가 2011년에 임대 형식을 빌어 반환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약탈 이전에 외규장각에는 어떤 도서가 소장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외규장각 형지안을 분석하여 외규장각에는 어떤 천문학 관련 도서가 소장되어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1631년 정두원이 한국사 최초로 망원경을 전래할 때 함께 가져 온 서양 천문학 지식이 담긴 서적들의 존재가 확인되며, 숙종본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초기 탁본이 프랑스 국가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외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던 천문한 관련 도서들의 의의와 반환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서 검토하려 한다.
서양사회는 중세를 '암흑시대'로 폄하해 왔다. 그러나 중세 천년을 주도한 이슬람이 종이와 제지술, 아랍 번역본을 서양에 전파하지 않았다면 희랍 라틴어 번역과 전수, 구텐베르크 인쇄술, 종교개혁, 르네상스는 태동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대 지식문명 파괴자가 아니라 복원과 부활의 주역이었다. 그 거점이 무슬림 공동체로 회자되는 모스크와 이슬람 도서관(지혜의 집)이다. 이에 본 연구는 중세 이슬람 왕조의 성립과 아라비아 반도, 아프리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이슬람 도서관을 추적했다. 이를 위하여 왕실이 주도한 칼리프 도서관, 모스크에 병설된 공공도서관, 재상과 학자 등이 설립한 개인도서관으로 대별한 후 중세 이슬람 도시인 다마스쿠스, 메카, 바그다드, 알레포, 코르도바, 카이로, 페스, 튀니스 등의 주요 도서관 흔적을 중심으로 역사와 발전, 역할과 기능, 인류문명에 미친 영향과 중요성, 침체와 쇠퇴 등을 분석했다.
선생안은 인명부로써 관원의 성명 부임일 체직일 내직 거직 본관 자 과거 급제 여부까지 다양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조선시대 인사 관련 자료에서는 살펴볼 수 없는 지방 수령과 중인들의 관직생활에 대한 선행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선시대 선생안의 현황과 분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본고는 조선시대 선생안의 현황과 분류 그리고 선생안 자료의 자료적 특징에 대해서 밝히고자 한다. 현재까지 전하고 있는 조선시대 선생안은 176종이다. 이 선생안들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47건), 서울대학교 규장각(80건), 국립중앙도서관(24건), 기타 소장처(25건)에 소장되어 있다. 장서각에는 왕실관련 선생안이, 규장각에는 중앙관청 관련 선생안이, 국립중앙도서관과 기타 소장처에는 지방관청 관련 선생안이 소장되어 있다. 다만, 본고는 접근 가능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선생안 47건에 대해서 중심으로 그 내용을 검토하였다. 앞서 밝힌바와 같이 장서각 소장 선생안은 대체로 왕실과 관련된 선생안이다. 이를 분류해보면 중앙관청 선생안 18건, 지방관청 선생안 5건, 왕실관련 선생안 24건이다. 이를 다시 내용으로 분류해보면, 의례 및 외교 관련 관청 선생안 6건, 왕실 관리 관청 선생안 12건, 지방 관청 선생안 5건, 혼전 능원 선생안 14건, 왕실 교육 선생안 10건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선생안에 수록된 성명 본관 자 과거 급제 여부 제수일 부임일 체차일 내직 거직 등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는 다음의 여섯 가지 특징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수록 인원에 대한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알 수 있다. 둘째, 각 관청 및 관직의 재직기간과 승직 및 체직 사유를 알 수 있다. 셋째, 관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넷째, 내직과 거직을 통해 조선시대 인사행정 시스템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다섯째, 각 관청별로 특별히 중요한 날을 알 수 있다. 여섯째, 포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법전에 기록된 내용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조선시대 현실의 모습이며, 이를 통해 조선시대 인사행정 시스템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정밀한 검토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전하는 선생안 176종에 대한 DB화 작업이 필요하며, 이후 기존에 구축된 방목 족보 등의 자료와 연계하여 데이터를 분석해나간다면 조선시대 인사행정 시스템을 알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고대 근동 및 그리스·로마의 기록관과 연계한 도서관 명칭의 기원과 변용을 추적하였다. 첫째, 도서관이란 말의 기원은 두 갈래다. 하나는 고대 그리스어 βιβλιοθήκη에서 라틴어 bibliothēkē가 파생되었고 최초 흔적은 2세기 후반 폴룩스의 「Onomasticon」이고, 문헌 텍스트 집합으로 간주하면 1602년 립시우스의 「De Bibliothecis Syntagma」다. 다른 하나는 라틴어 libraria가 고대 프랑스어 librairie로 변용된 후 14세기 초 library로 정착되었다. 영어 library는 1374년 초서가 조어하였다. 둘째, 고대 근동의 점토판 보존소는 기록관에 가깝지만 공식 명칭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슈르바니팔 점토판 보존소는 기록학계의 원질서 존중 및 출처주의 원칙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왕실기록관이 아닌 왕립도서관의 원형이다.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의 공식 명칭은 'Βιβλιοθήκη της Αλεξάνδρειας'이었고 'ALEXANDRINA BYBLIOTHECE'로 변용되었다. 셋째,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는 기록관과 도서관이 분리되었다. 그리스 도서관은 체육관 부설 도서실 수준이었고, 독립된 명칭은 거의 없었다. 목욕탕에 많이 부설된 로마 도서관의 명칭은 βιβλιοθήκη과 Bibliotheca이 혼용되었다. 마지막으로 고대 도서관은 중세 수도원 도서관으로 계승되었고, 이슬람제국에서는 '바이트 알-히크마'로 변용되었다. 한중일에서는 19세기말 화제한어 도서관이 수용되었으나 쟁점이 많아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내사본이란 국가에서 간행한 서적을 왕명에 따라 기관 및 개인에게 하사한 서적이다. 기관은 사고, 관청, 서원, 향교 등을 이르고, 개인은 왕실 종친 및 대소신료 등을 이른다. 서적이 간행되면 기본적으로 사고(史庫)를 비롯한 주요 관서에 배포되었고, 대소신료를 포함하여 간행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에게도 하사되었다. 또한 국가의 공식 행사(가례, 책봉, 회갑, 과거, 공역 등)가 마무리 된 후 포상으로 하사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연구는 현재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개인 내사본을 시기별, 판종별, 주제별로 분석하여 소장 현황 및 특징을 살펴보는데 목적이 있다.
"광국원종공신녹권(光國原從功臣錄券)"은 선조가 1591년 조선 왕실의 종계변무(宗系辨誣)에 공을 세운 신하들을 광국원종공신으로 책봉한 후 반사(頒賜)한 책이다. 이 연구는 현존하는 재주갑인자(再鑄甲寅字)인 경진자(庚辰字)로 인출된 "광국원종공신녹권" 4책을 대상으로, 녹권이 반사된 사유 및 경위를 알아본다. 녹권의 형태와 그 체제를 자세히 분석하여, 이를 바탕으로 녹권에 기재된 공신들을 각 등급별로 나누어 책봉된 공신들의 직함과 그들의 신분에 대한 특성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광국원종공신녹권"은 경진자로 찍은 금속활자본으로 크게 권수(卷首) 본문(本文) 권말(卷末)의 3부분의 체계로 구성되었다. 또한 354개의 직함에 모두 872명(1등 137명, 2등 136명, 3등 599명)이 기재되어 있었으며, 직함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되었으며 1등원종공신 직함의 품계가 2등과 3등에 비해 높았다. 문관이 무관에 비해 많았다. 그리고 원종공신들을 4개의 신분(身分)으로 분석한 결과, 다양한 신분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양반 748명, 중인 103명, 양인 13명, 천인 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양반이 원종공신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본 논문은 조선시대 문서행이체제의 일반적인 원칙을 따르지 않았던 일부 예외 사례를 중심으로, 조선 문서행이체제상에서 국왕이라는 존재가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작성되었다. 조선의 문서행정체계에서는 관청 간 지위 고하에 따라 발신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문서식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원칙이 통용되지 않은 사례들이 확인되는데, 병조(兵曹)와 승정원 및 규장각의 문서행이체제 등이 그러하다. 병조는 군정(軍政)을 담당하는 정2품의 실무기관이며, 승정원은 조선 건국 초기부터 존재한 국왕의 비서조직으로서 국왕의 보좌와 왕명의 출납을 담당한 정3품의 아문이다. 규장각은 정조대에 일종의 왕실 도서관이자 국왕의 보좌기구로서의 역할을 행하기 위해 설치된 종2품의 아문이다. 병조는 군사(軍事)와 관계된 사안에 한해서는 직품이 동일한 서울과 지방 군사기구에 대해서도 문서행정체계상의 상급 기관으로서 간주되었다. 또한 승정원과 규장각은 상급기관을 대상으로 동등 이하에 보내는 문서식인 관문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상급기관이 오히려 이들에게 동등 이상에 보내야 하는 첩정식을 사용해야 했다. 이들 기관이 문서행이체제상에서 이와 같은 특수성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조선이 국왕을 중심으로 한 행정체계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병조는 국왕이 직접 행사하는 군권을 위임받아 시행하는 기구였으며 승정원과 규장각은 국왕의 보좌와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는 기관이기에, 일반적인 관청과 달리 품계에 따른 문서식에 구애받지 않았던 것이다. 즉 조선은 관청 간 문서행이체제의 원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왕이라는 존재에 근거한 예외사항을 운영하였으며, 이는 조선 문서행이체제가 기본적으로 국왕을 정점으로 한 유교관료체제하에서 운영된 것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본 논문은 경복궁 집경당의 운용과 수장품의 내역을 통해 고종연간 궁중 서화수장의 추이를 살펴본 것이다. 그동안 집경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건립시기는 경복궁 중건공사가 이루어진 1867년 이후이며 주로 내외신 접견처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글에서는 집경당과 한 건물로 배치된 함화당의 상향문과 기타 관찬사료의 기록을 통해 집경당이 1890년경에 건립되었으며, 그 운용에 있어서도 국왕의 접견처보다는 주로 고종의 강학(講學) 공간이자 풍부한 서책과 서화를 보관한 궁중 도서관, 서화수장처로서 기능을 하였음을 조명하였다. 서책을 보관한 장서각이 궁궐의 특정 영역과 관계없이 분포했던 반면, 서화작품을 수장한 수장처는 조선후기 이후 연침(燕寢) 영역에 위치하기 시작했다. 고종과 비빈들의 침전 영역에 속한 집경당이 서화수장처로 이용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찾아 볼 수 있으며, 특히 고종연간에는 건청궁과 집옥재를 중심으로 국가의 문화적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 정책으로 인해 경복궁 연침영역에 궁중 도서관이 밀집해 있었다. 당시에는 헌종에 의해 발전한 19세기 전반의 궁중 서화수장에 힘입어 각 궁궐마다 선왕선후의 초상, 그들의 어필, 조선왕실 서책, 그밖에 국내외 서화가들의 작품이 다량으로 소장되어 있었다. 한편, 고종의 적극적인 외국서적 수입정책과 개항기라는 시대상황과 맞물려 궁중으로 유입된 서화자료의 내역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1800연대를 전후로 간행된 중국 청대 서화, 화보(畵譜), 총서류 및 일본화보, 서양지도가 상당량 유입된 정황이 파악됨에 따라 조선 고유의 작품을 위주로 했던 전통적인 수장 성격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집경당 소장 서화의 외래적인 성격은 19세기 서화단에 있어 김정희 일파를 중심으로 한 청대 첩학(帖學) 비학파(碑學派) 서풍(書風)의 수용, 그리고 장승업 조석진 안중식 등이 청대 산수 인물화풍을 적극 수용하여 중국화풍의 대대적인 유행을 가져온 경향과도 상통한 맥락이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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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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