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1980년대 이후 신문화지리학의 경관 연구에서 도출된 이론적 쟁점에 주목하여, 경관의 '재현'과 '이중성'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신문화지리학의 경관 연구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비평의 의미를 탐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신문화지리학의 경관 이론을 고정되어 있고 폐쇄적이며 완결적인 이론 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다양성과 차이가 뚜렷하고 시간에 따라 진화 혹은 변화해 온 이론과 방법론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문화지리학의 현상학적 전환를 통해 문화지리학자들은 비재현 이론에 기초한 대안적 접근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재현적 지리학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과 비판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이 논문의 연구목적은 경관을 재현보다는 수행과 실천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경관 연구 비판의 이론적 실천적 함의를 검토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신문화지리학, 공간 정치경제학, 조경학에서 논의되어 온 경관론들을 통합적으로 검토하고 재해석함으로써 도시 경관의 생성과 변화를 해석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경관 개념은 인간, 특히 부르주아적 주체를 자연과 분리하여 자연에 대한 시각적 전유를 이루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근대적 경관 개념을 수용한 오늘날의 조경은 경관을 실증 과학 혹은 예술의 대상으로 한정짓는다. 본 연구에서는 '물질화된 담론'과 '물질화된 자본'으로서의 경관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경관 해석 이론을 제시하였다. 신문화지리학을 중심으로 한 경관의 사회 정치적 해석 논의들을 검토한 결과, 물질화된 담론으로서의 경관은 지배층의 시각을 담은 '보는 방식'이고, 탐험가나 예술가들을 통해 구현되는 제국주의적 시각이며, 남성적 관음적 '응시'이기도 하다. 경관의 경제적 측면에 주목하는 공간 정치경제학자들에 따르면, 경관의 생산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잉여 가치 생산을 위한 필연적 국면이며, 소비 문화의 확산과 함께 경관자체가 소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경관의 물질성과 이데올로기성을 변증법적으로 보아야 하며, 경관과 사회는 존재론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한국의 지역사회는 근대화 및 세계화시대를 거치면서 중앙에의 종속성 심화와 세계자본에의 식민화 가능성 증대라는 위기의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상생활과 생활공간에 있어서의 대응 전략이 요망되며, 그러한 전략 개발의 바탕이 되는것이 바로 지역정체성의 확립이다. 최근 지리학계에서 소지역, 즉 일상생활공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지역연구에 대한 이론적 논의들은 많이 있어 왔으나, 구체적인 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경험적 연구는 그리 많지 않은데, 이는 연구를 위한 자료와 방법의 제한성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다. 지역신문은 대체로 행정구역상 군, 중소도시, 대도시의 구 단위의 소지역에서 발간되는 신문으로, 지역에 밀착된 작은 뉴스들이나 생활정보 등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지역신문은 지역정체성을 확인하고, 그 형성 메카니즘을 분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인 것이다. 지역신문에 관한 지리학적 관심은 우선 지역신문의 지리적 분포 현황과 그 시기별 변천을 추적, 정리하는 작업으로부터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의 성격을 밝히기 위한 정보원으로써도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신문을 통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통합 과정과 이를 배경으로 한 지역의 중심성, 흑은 자생력의 확보 여부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신안군 반월·박지도는 2019년도 '가고싶은 섬' 사업의 일환으로 지붕과 건축물, 시설물 등을 보라색으로 칠한 컬러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러한 경관 변화가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시도'로 평가되면서 2021년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Best Tourism Village)'로 선정되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실질적 경관 조성의 주체이자 향유자인 반월·박지도 주민은 경관 계획 및 사업 추진 단계의 변두리에 위치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배경에서 새로운 경관이 지니는 의미와 기호를 실존적 내부자인 주민을 통해 읽어내었다. 경관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기호화된 이데올로기를 해석했던 신문화지리학의 문화경관 틀을 활용하였으며, 내부자로서의 다층적 환경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총체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로써 섬의 주요 색상인 보라색에 대한 인식, 전체적인 경관과 개별 공간들에 대한 인식, 퍼플섬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변화를 분석했다. 퍼플섬 사업 이후 마을을 인지하는 주요 감각이 시각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였고, 낙후된 마을 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해준 보라색 경관에 만족하고 있었다. 색에 대한 가치판단보다는 부속섬으로서 오랜 시간 경험했던 부정적인 기억이 판단의 근거가 된 것이다. 또한 장소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이고 보편적 체계를 지닌 상징적 경관(langue)이 관광 기능을 포함하여 세분화 및 재편되었다. 이는 코스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 속에서 등장한 스펙터클 경관의 양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관광지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지역 자원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참여를 통해 새로운 문화경관을 만들어가는 모습 또한 발견되었다. 더불어 반월·박지도 사이의 관계 인식이 관광 기능을 중심으로 변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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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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