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아나키즘 사상가 크로포트킨은 아나키즘 운동뿐만 아니라 지식 사상계 그리고 문학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본고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이후 한국에서 사회주의 사상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각 방면에서 사상적 지침이 되었던 크로포트킨 저작의 수용사를 번역 양상과 번역 경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식민지 조선에서 크로포트킨이 적극적으로 수용된 것은 오스기 사카에 등 일본의 선구적인 번역 작업들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조선어로 번역되면서 다양한 참조와 변용 그리고 자기화의 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청년에게 호소함'과 같은 크로포트킨의 저작은 불온 선전물 팸플릿으로 검열과 단속의 대상이었지만 여러 경로로 수입되고 또 번역되어 20년대 선전문 번역의 존재 양상을 증언하고 있다. 당시에 신문 잡지 미디어에 소개된 크로포트킨에 관한 글들은 초기의 번역들이 그러하듯이 대부분 일본어 중역이거나 초역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국쪽의 자료들이 참조된 경우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이라는 번역의 매개와 영향관계를 암시한다. 이후 1930년대에는 사상 운동의 차원에서보다는 문학자와 비평가로서 크로포트킨을 전유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러시아 문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주요한 통로이자 논거로서 크로포트킨이 자리하게 된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조선에서 크로포트킨 번역은 대부분 일본과 중국을 매개로 하여 동아시아에서 크로포트킨이 받아들여진 맥락 안에 놓이면서도 조선어로 번역하기라는 과제를 둘러싼 고투의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식민지 시기 함대훈은 러시아 문학을 자신의 소설 창작에 반복적으로 활용했다. 그 중에서 투르게네프의 소설 "그 전날 밤"은 함대훈의 첫 장편소설 "폭풍전야"에도, 1943년 발표된 "북풍의 정열"에도 반복적으로 차용되고 있다. 함대훈 문학에 차용된 러시아 문학은 지금 이곳과는 다른 문화, 다른 질서에 대한 인물들의 동경을 이끌어냈으며, 인물들의 동경은 1930년대 중반 발표된 "폭풍전야"에서는 민족운동에 뛰어든 신청년(新靑年)의 형상으로 구체화되어 당대 식민지 조선의 상황과 긴장 관계를 만들어냈다. 반면 1943년 발표된 "북풍의 정열"은 "폭풍전야"와 마찬가지로 투르게네프의 "그 전날 밤"을 차용하고 있지만, 이 소설에는 "폭풍전야"와는 변별되는 지정학적 상상력이 구현되어 있다. "북풍의 정열"에서는 '만주'를 둘러싼 당대의 정치적 역사적 맥락은 소거된 반면, '만주'와 과거 지식인 청년들의 열정을 이끌어냈던 '러시아'를 연결시키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열정이 만주에 대한 동경으로 대체되는 과정은 함대훈 문학에 나타난 '북국(北國)' 표상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1930년대 후반 함대훈의 소설에서는 '러시아'가 '북국'으로도 표상되고 있었다. 그러나 함대훈 문학에서 '북국'은 점차 '러시아'가 아니라 '만주'를 지칭하는 공간 표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북국' 표상을 통해 러시아와 만주를 연결시키는 방식은 '만주'가 시베리아 지방과 멀지 않은 지역임을 부각시키는 언술에서도 암시되어 있듯이 시베리아 지역으로까지 대동아공영권을 확대하고 싶은 제국 일본의 욕망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었다. 함대훈은 '북국' 표상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낭만적 동경을, 제국 일본의 지정학적 논리를 정당화하는 담론으로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식민지 시기 함대훈에게 '러시아'는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지만, 그 동경은 '만주'에 대한 함대훈의 인식에서 드러나듯 언제든 세속적 욕망으로 변화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해방 직후 발표된 함대훈 장편소설 "청춘보"에서도 확인된다. 해방 직후는 소련이 냉전질서의 한 축으로 부각되고 러시아어가 한국인의 일상적 담화공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기였다. 함대훈은 "청춘보"를 통해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고 소련의 문화를 동경하던 연구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후, 그의 시선으로 해방 전후의 북조선 사회를 재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 작품은 러시아의 문화 및 '소련'과 관련된 다층적 표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재현의 양상을 만들어낸 것은 주인공이 지니고 있는 심퍼사이저(sympathizer) 의식, 즉 '동반자 의식'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동반자 의식은 식민지 후반의 조선에서 금지의 대상이었던 '소비에트' 문화의 이국성을 그가 동경하고 있었던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러시아어가 일상에서 사용될 수 있는 언어이자 영어와 교환될 수 있는 위상을 확보하게 된 해방 직후 '러시아' 및 '소비에트'를 재현하던 주인공의 시선은 변모하게 된다. '붉은 군대'라는 상징 아래 '러시아'와 '소비에트'를 통합적으로 인식하던 시선은 점차 변모하였고, 월남(越南) 이후에는 '러시아'를 '공산주의'라는 도깨비에 의해 점령된 소굴로 간주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 '소비에트'는 분리되어 이해되기 시작했다. 식민지 시기 가장 핵심적인 러시아 문학 연구자이자 번역자로 규정된 함대훈의 해방 이후 행보, 그리고 해방 직후 그가 발표한 소설 "청춘보"의 러시아어 번역/통역가 곽성식의 면모는 해방직후 한국의 러시아 문학 연구가 걸어야 할 침체의 길들을 서사의 형태로 예견하고 있다. 금지된 것에 대한 열망 및 러시아의 이국적 문화에 대한 동경에 의해 수행되던 낭만적 번역, 해방 전후 함대훈 소설의 러시아 표상은 그러한 낭만적 번역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1920-30년대 만화의 특징을 분석해 식민지 조선의 대중문화 속에 발현되는 웃음의 정서를 살펴보고, 이 시기 만화의 웃음이 어떠한 영향 관계 속에서 조선 만화의 미학을 체계화해 나갔는지 밝히는 데에 있다. 1920-30년대 대중문화 안에서 유머/웃음은 센티멘털이라는 음울한 분위기가 감도는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새롭게 부상한 감각이었으며, 그 감각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전유시키며 부상한 매체가 바로 만화였다. 식민지 조선 만화의 미학적 문법이 어떠한 영향관계 안에서 조선 만화의 특성을 체계화해 나갔는지 밝히기 위해 본고에서는 1920-30년대 만화가운데 인접 장르를 각색한 만화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이 각색과정을 통해 어떻게 교합하고 이 안에서 무엇을 취사선택 했는지 분석함으로써 만화가 대중성, 즉 웃음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해 나갔는지 규명했다. 코믹스가 처음 등장했던 1920년대에는 모자람을 통해 흥미로움을 전달하는 인물, 사건전개에 따른 장면전환, 복수라는 통속성을 가미해 코믹스의 문법적 기틀을 마련했다. 덧붙여 모험과 기담, 쫓고 쫓기는 긴장감을 주는 활극성도 1920년대 코믹스에 등장하는 요소였다. 이는 1910년대부터 유행했던 희활극 영화와 모험을 모티프로 한 번안 번역 소설을 읽던 대중독자를 만화로 유입하는 데 유효했다. 모험과 여행이라는 활극적 상상력을 갖춘 번역 소설인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기담>은 활극성을 더욱 가미하는 방향으로 각색되었다. 이는 '사랑의 성취'라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함께 긴장감을 불어 넣으면서 통쾌함을 선사했다. 게다가 식민지 경성을 배경으로 각색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피식민지인의 대리물로서 통렬한 복수와 통쾌함도 제공했다. 한편 1920년대에 기틀이 마련된 코믹스는 1930년대에 이르면 보다 통속화되는데, 김규택의 만문만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1920년대 만문만화가 세태풍자에 그쳤다면, 김규택의 만문만화는 1930년대 유행했던 에로그로넌센스의 감각을 끌어들여 독자로 하여금 보다 통쾌한 웃음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프랑스는 Georges Pompidou 대통령시절인 1972년, 식민지의 독립화 및 근대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De Gaulle장군의 국방원칙을 수용한 최초의 국방백서를 발간했으며, 22년만인 1994년에 베를린장벽의 붕괴 및 Warsaw Pact의 해체에 따른 유럽내의 급격한 변화, 국제환경여건, 과학기술 발전 및 현대경제에 부합되는 새로운 국방백서를 발간하였다. 이번에 발간한 국방백서는 총 3부로 1부는 , 2부는 , 3부는 로 되어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방위산업 분야는 3부 7장의 를 번역정리한 것으로 관계 분야 종사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본 논문의 목표는 1911년에 공포된 『제1차 조선교육령』, 1913년에 발행된 『조선교육요람』과 1920년에 발행된 『조선교육요람(1920)』의 영어 텍스트를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통해 조선총독부의 조선 통제 수단으로 활용된 식민지 교육정책을 추적하는 것이다. 본 논문은 조선총독부의 식민지 교육정책의 전체적인 흐름과 그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기존의 단편적이고 질적인 역사서 연구와는 달리 통시적·양적 연구를 시도하였다. 이를 위해 상위 50개 단어 빈도 순위와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와 CONCOR(CONvergence of iteration CORrelation)의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하였다. 첫째, 1911년 『제1차 조선교육령』은 '전체적인 규정'이나 '교육과정 및 운영'에 초점을 두었고 둘째, 1913년의 『조선교육요람』은 '교육 방식 및 매체'와 전반적인 '교육 내용'에 대한 지침을 싣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920년 『조선교육요람(1920)』은 교육의 구체적인 '교육 실행 및 교육의 주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대한제국 후기부터 일제 식민지 초기에 사용된 과학교과용 도서의 목록과 그 출판 현황을 밝혀 당시의 과학교육에 대한 구체적 실태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를 시하기 위하여 한국의 초기 과학교육에서 기반의 전환이 있었던 대한제국 후기 과학교육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과학 교과서의 출판실태를 1906-1915년을 중심으로 조사하였다. 학 교과서 목록을 작성하고 당시의 출판 상황 및 사용 내역의 실태를 조사하는 데는 학부( 部) 및 총독부에서 발간한 "교과용도서일람"(敎科用圖書一覽)의 $4{\sim}9$판을 기본 사료(史料)로 하고, 당시에 발간된 관계 자료와 이에 대한 연구 자료를 통하여 내용을 확인하여 보완하였다. "교과용도서일람"은 을사늑약 이후 학부에서 발간하기 시작하여 한 합방 이후에는 총독부에서 계속 발간한 것이다. 이 책자에는 당시 사용하던 교과용 도서 체가 수록되어 있다. 한국에서 1906년부터 1915년 사이에 사용된 과학 교과서는 이과, 이 학, 물리, 화학, 박물, 생리, 위생, 생리위생, 동물, 식물, 천문, 지문, 광물, 지질 등 다양한 름을 가졌다. 이들 교과서명은 정부에서 정한 교육과정 속의 과학교과명인 이과, 박물, 물리, 화학보다 범위가 넓었고, 오히려 각종 사립학교에서 정한 과학 교과명에 일치하였다. 따라서 이때 발간된 과학 교과서는 사립 학교에서 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 과학 교과서 중 한국에서 발간된 것은 주로 1906년 이후부터 등장하며 이때 애국계몽운 동 영향으로 학교가 설립되고 교육을 받는 대상도 증가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실질적인 과 교육은 1906 년 이후에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개화기 한국에서 발간된 과학 교 는 학부 또는 총독부로부터 그 사용에 대한 통제를 받았다. 1908년의 사립학교령과 교과 도서검 정규정, 그리고 1909년의 출판법은 교과서를 통제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한국에서 간된 62종의 과학 교과서중 사용금지를 당한 것은 18종인데 2종은 불인가, 13종은 검정무효 그리고 3종은 검정무효 및 검정불허가 처분을 중복으로 받았다. 이는 과학 교과가 학부나 총독부의 검열로부터 다른 교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일제가 점차 교 서 통제를 강화하면서 과학 교과서에도 통제를 가하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의 근대 과학교육은 1906년에 이르러 실질적인 체제가 확립되면서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실시되었 데 이 시기에 비록 번역된 도서가 많이 있었지만 동시대적 지식을 담고 있었던 62종의 과학 과서가 한국에서 발간되었고, 76종에 달하는 일본의 과학 교과서가 도입되어 사용되었으며, 40여명의 한국인이 과학 교과서를 번역 또는 편술하는 등 한국 과학교육에 종사하였다는 에서 한국 과학교육의 자생적인 성장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1910년 제에 주권을 상실 당하면서 그 성장력을 박탈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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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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