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그 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에 개입해야 한다는 공동체주의적 완전주의도 틀렸고, 국가는 삶의 방식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반완전주의도 틀렸으며, 공동체적 자유주의가 옳다. 공동체적 자유주의의 입장에 서면, 세상의 모든 국가공동체는 그 나름의 도덕교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각각의 공동체가 추구하는 공동선의 실현에 적합한 인간을 육성해야 한다. 당연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의 도덕교재는 '바람직한 한국인'을 양성하는데 적합한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통일교육과 시민적 덕성을 주제로 한 교육이 도덕교재 안에 포함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과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들을 주입식으로 내면화한다면, 도덕과는 반성적 내면화 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으며, 따라서 교육주제의 중첩성이 양 교과의 정체성을 뒤섞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도덕교육에서 '반성적 내면화'를 강조하는 것은 도덕교육이 윤리학 교육이 될 것이라고 걱정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양한 윤리사상과 가치들 간의 대립을 반성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윤리학의 할 일이지만, 도덕과는 학생들에게 한국인의 삶의 방식과 가치들을 반성적으로 '내면화'시킨다는 점에서 윤리학 교육과는 다르다. 한국 사회의 공유된 가치들 즉 한국사회의 잠정적인 도덕적 진리들을 반성적으로 내면화한 '바람직한 한국인'은 자국중심주의와 세계시민주의라는 두 세계의 시민이다.
현대철학에 이르러 많은 철학자들이 근대철학을 흔히 주체철학, 의식철학으로 규정하고, 이 철학의 유아론적인 면을 극복하기 위해 의사소통이론, 해석학, 해체론 등을 통해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다. 실천철학의 영역에서도 이들, 특히 공동체주의자들은 근대 자유주의 철학이 주체의 자유와 권리만을 정당화하는 고립된 자율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따라서 타자와의 관계도 형식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전통적인 공동체의 연대성을 붕괴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칸트철학에 대해서도 똑 같은 맥락에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칸트는 자기 이전의 근대 주체철학이나 자유주의 철학을 그대로 추구하지 않고 이들의 한계를 비판하고 극복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체성에 머물러 있는 철학자가 아니라 주체와 주체 사이의 소통 가능성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공통감'을 다루는 부분이다. 그는 이곳에서 상상력의 자유로운 놀이를 통한 지성과의 합치를 취미판단과 연관을 짓고, 또 이 취미판단의 보편적 타당성의 가능 근거로서 공통감을 요청하고, 이것을 취미판단에 대한 당위적 원리이자 이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취미판단의 주관적 원리로서의 이 공통감은 '판단 주체의 자기 내적 관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적 감각의 이념'으로서 '판단 주체들 사이의 소통 가능성'에도 관계한다. 공통감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의 조화를 모색하는 그의 이러한 시도는 오늘날 자유주의가 중시하는 자율성과 공동체주의가 중시하는 연대성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준다. 특히, 그의 공통감 이론이 '비판적 해석학'과 '관계적 자율성'의 이론으로 발전될 경우, 그의 이론은 전통사회와 근대사회의 부정적 요소를 극복하고 현대사회의 고립적 자아들 사이의 갈등을 넘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길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칸트 공통감 이론은 현대철학, 특히 자율성과 연대성을 둘러싸고 논의되는 오늘날의 실천철학에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논문은 현행 신자유주의가 가장 기성을 부리고 있는 현행 한국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진정한 인간의 덕과 훌륭한 삶 및 국가의 정의(正義)에 대한 고전적인 본래 관점을 복명(復命)하려는 시도에서 기술되었다. 여기서 필자의 문제의식은 현재 우리 사회의 주도적인 이념인 개인적 자유주의 및 기술 산업사회의 경쟁의 논리에 의해서는 미래 우리의 훌륭한 삶이 담보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제점을 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유가(儒家)적인 인간의 덕(德)에 관한 관점과 사회 정의관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필자는 서양의 고전적 인간-사회관의 전형을 형성하는 플라톤의 입장을 먼저 개진하고, 이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덕과 훌륭한 삶에 대해 공자와 맹자의 입장을 제시하였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점을 주목하여 유가의 훌륭한 인간 및 사회에 대한을 명확히 하려고 하였다. 먼저 고전 유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덕목을 '인(仁)'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곧 인간을 관계적-공동체적-사회적 존재로 정립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러한 유가의 '인(仁)'은 인간 본성이 단순히 개인의 생존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동정심(同情心)으로 무조건적-자발적으로 발출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인간을 하나의 '유적(類的) 공동체(共同體)'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유가는 인간의 인간다운 보편 덕의 실현에 인간의 훌륭한 삶이 구현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제시하여, 욕망의 실현에 모든 가치의 근거를 두는 현실의 입장에 대한 비판의 준거를 확보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가의 정명론(正名論)을 통해 올바르고 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인가 하는 점을 반성하고, 국가는 단순히 권력기관이 아니라, 그 구성원을 훌륭한 삶으로 이끌도록 계도하여야 한다는 '교육국가'의 이념을 제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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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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