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한국본도서는 "규장각도서한국본종합목록" "규장각한국본도서해제"의 편찬과 간행으로 그 정리작업이 일단락된 바 있다. 이 "목록"가 "해제"의 발간에 힘입어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들이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었거니와, 그런 점에서 이제 문제는 자료의 정리라기보다는 '활용'에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규장각에서는 정리된 자료를 영인하여 간행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국고지원이 충분치 않아 그 성과는 지지부진한 편이다. 다행히 최근들어 대기업의 기부금 희사가 이뤄지고 있어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는 규장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외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던 도서들은 주로 왕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도서들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이 극히 일부를 약탈해 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소각하였다. 이때 약탈되어 프랑스 국가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던 도서들 중 일부가 2011년에 임대 형식을 빌어 반환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약탈 이전에 외규장각에는 어떤 도서가 소장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외규장각 형지안을 분석하여 외규장각에는 어떤 천문학 관련 도서가 소장되어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1631년 정두원이 한국사 최초로 망원경을 전래할 때 함께 가져 온 서양 천문학 지식이 담긴 서적들의 존재가 확인되며, 숙종본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초기 탁본이 프랑스 국가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외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던 천문한 관련 도서들의 의의와 반환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서 검토하려 한다.
규장각에 소장된 "관동 관서지도"의 조선전도는 다른 지도에 비해 "황여전람도" "조선도"와 가장 유사하다. 본 연구는 두 지도의 공통점과 차이를 비교하여 "조선도"의 모본이 된 지도의 형태를 추정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두 지도를 비교하여 볼 때 섬 지명의 기록은 거의 동일할 뿐만 아니라 지명에서 약 80%가 서로 일치하고 있다. 한반도 모습, 함경도, 평안도 등 북부 지역 내용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해도와 강원도 이남 지역에서는 해안선 형태, 도별 경계, 감영 위치 묘사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이를 볼 때 "규장각본"의 모본이 된 지도가 "조선도" 제작 당시 조선이 제공한 지도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명에서 차이를 보면 "규장각본"은 강원도 경상도에서 누정 지명이 많으나 "조선도"의 경우 이들은 삭제되고 평안도와 함경도에서 관방 지명의 비중이 높다. 이들 차이는 "조선도"를 제작하면서 지리정보가 편집된 내용을 추정하게 한다. "규장각본"과 다른 조선 지도와 비교해 보면 17세기에 이미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지도가 만들어졌으며, 이는 "조선도"와 함께 18세기 지도 제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내사본이란 국가에서 간행한 서적을 왕명에 따라 기관 및 개인에게 하사한 서적이다. 기관은 사고, 관청, 서원, 향교 등을 이르고, 개인은 왕실 종친 및 대소신료 등을 이른다. 서적이 간행되면 기본적으로 사고(史庫)를 비롯한 주요 관서에 배포되었고, 대소신료를 포함하여 간행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에게도 하사되었다. 또한 국가의 공식 행사(가례, 책봉, 회갑, 과거, 공역 등)가 마무리 된 후 포상으로 하사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연구는 현재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개인 내사본을 시기별, 판종별, 주제별로 분석하여 소장 현황 및 특징을 살펴보는데 목적이 있다.
본 논문은 조선시대 문서행이체제의 일반적인 원칙을 따르지 않았던 일부 예외 사례를 중심으로, 조선 문서행이체제상에서 국왕이라는 존재가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작성되었다. 조선의 문서행정체계에서는 관청 간 지위 고하에 따라 발신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문서식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원칙이 통용되지 않은 사례들이 확인되는데, 병조(兵曹)와 승정원 및 규장각의 문서행이체제 등이 그러하다. 병조는 군정(軍政)을 담당하는 정2품의 실무기관이며, 승정원은 조선 건국 초기부터 존재한 국왕의 비서조직으로서 국왕의 보좌와 왕명의 출납을 담당한 정3품의 아문이다. 규장각은 정조대에 일종의 왕실 도서관이자 국왕의 보좌기구로서의 역할을 행하기 위해 설치된 종2품의 아문이다. 병조는 군사(軍事)와 관계된 사안에 한해서는 직품이 동일한 서울과 지방 군사기구에 대해서도 문서행정체계상의 상급 기관으로서 간주되었다. 또한 승정원과 규장각은 상급기관을 대상으로 동등 이하에 보내는 문서식인 관문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상급기관이 오히려 이들에게 동등 이상에 보내야 하는 첩정식을 사용해야 했다. 이들 기관이 문서행이체제상에서 이와 같은 특수성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조선이 국왕을 중심으로 한 행정체계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병조는 국왕이 직접 행사하는 군권을 위임받아 시행하는 기구였으며 승정원과 규장각은 국왕의 보좌와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는 기관이기에, 일반적인 관청과 달리 품계에 따른 문서식에 구애받지 않았던 것이다. 즉 조선은 관청 간 문서행이체제의 원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왕이라는 존재에 근거한 예외사항을 운영하였으며, 이는 조선 문서행이체제가 기본적으로 국왕을 정점으로 한 유교관료체제하에서 운영된 것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2009년 새롭게 개관하면서 한국만화산업진흥과 한국만화문화진흥의 두 축을 <비즈니스센터>와 <뮤지엄 만화규장각>이라는 사업영역의 두 축으로 구분하는 동시에 두 건물로 분리했다. 사업의 성격상 당분간은 비즈니스센터에서 사업운영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으므로, 뮤지엄 만화규장각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전시, 도서열람 및 연구, 다양한 문화행위를 포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멀티만화문화공간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이 공간의 운영계획을 세우는 것은 진흥원 전체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본 논문에서 비록 세부적인 부분들까지 모두 언급할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가장 주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는 설립취지와 목적에 따른 조직과 인력구성에 대한 문제를 먼저 제기하고 차례로 운영수익의 문제-사업운영수익 및 재원확보-에 대해 접근하려고 한다.
새로운 자료의 발굴을 통해 《오륜전비기(五倫全備記)》의 창작과 간행, 각색 그리고 전파의 문제를 재구해 보았다. 이로부터 중국희곡의 조선 수용의 독특한 사례를 살필 수 있었고, 그 창작, 개작 및 전파 과정을 통해 중국연극사의 인식을 더할 수 있었으며, 특히 명초 연극사의 공백을 채워가는 의미가 있었다. 《오륜전비기(五倫全備記)》는 구준이 삼십 세 때 과거에 낙방하고 여의치 않게 남경에 머물다가 민간의 공연을 보고 연극의 감화력에 대해 느낀 바 있어 민간에 유행하던 남북곡의 체제로 창작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희곡 작품처럼 과거부터 전해오던 민간의 이야기를 근거한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구상한 창작극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나름 연극적 효과를 고려하였으나, 당시 문단이나 극단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의 생전에 이미 그의 자서와 범례를 포함하는 판본이 간행된 것 같다. 주변에서 이미 성리학의 대가였던 그의 명성에 영향을 끼칠까 봐 염려하는 기사도 보인다. 그러나 일부 곡들은 인정을 받아 전파되고 희곡 선집에도 수록되었으나, 공연을 위해서는 각색의 필요가 있었다. 이미 구준은 이 세상에 있지 않았을 것이며, 청전부(青錢父)가 골계적인 내용을 보완하여 수정 간행했음을 발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로써 《오륜전비기(五倫全備記)》는 민간에서 남희연출본으로 유통되고 공연되며 조선에 전파된 것 같다. 그 공연을 본 장정(張情)이 재간행하면서 서문을 썼고, 그 판본이 다시 조선에 전파되었다. 규본 서에서는 그 판본이 널리 공연되는 것을 목격하고 서문에 그 내용을 담았다. 한국에서도 몇 차례 간행되었는데, 구준 자서와 범례만 수록한 것이 계본이고, 두 편의 서와 1편의 발을 수록한 것이 중도본이며, 규본은 현재 1편의 서와 범례 일부만을 수록하고 있으나 불완전한 판본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중도본은 19세기 말에 간행되어 프랑스에 보존되어 있는 선본이다. 중국희곡이 조선에서 중국어교과서로 수용되면서, 독특한 체례로 간행되어 여전히 이른 시기 남희 연출본의 면모를 보존하고 있어 큰 의미가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조선 시대 궁궐에서도 학을 길렀는가에 대한 확인과 함께 그 사례를 고찰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조선 시대이며 공간적 범위는 외전, 내전, 궐내각사, 궐외각사 등 궁궐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본 연구를 위한 문헌 자료는 일부 원문 자료를 발췌·번역하여 고찰하였으며, 이와 함께 한국고전번역원 데이터베이스(http://db.itkc.or.kr)에 탑재되어 있는 고전번역서를 활용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선 시대 최고 관부인 의정부에서는 전기 때부터 학을 길렀다. 임진왜란 이후 위상 변화와 청사의 훼철로 인해 의정부에서의 양학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조선 시대에 경연과 언론 기능을 담당하며 왕을 측근에서 보좌한 홍문관에서의 양학은 조선 전기 중종 대부터 임진왜란 이후 정조 대에까지 이어졌다. 셋째, 정조 대에는 왕권 강화를 위해 학문의 중추기관으로 새롭게 설치한 규장각에서도 학을 길렀다. 당시 규장각에는 여러 쌍의 학을 기르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넷째, 의정부, 홍문관, 규장각 등 조선의 핵심적 관부에서의 양학 행위는 그 기관의 위상이나 성격 등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상으로서의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섯째, 홍문관 등 궁궐에서 기르는 학은 관례적으로 황해도 배천군 등에서 충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례는 영조 대에 이르러 중앙 관서와 지방 관아 간에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이후 정조 연간에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대부분 국역 자료에 의존하여 연구를 진행했다는 한계가 있다. 추후 자료의 발굴과 번역 성과가 더욱 축적된다면 보다 풍부한 사례를 확인할 있을 것이다. 또 지방의 관아, 사찰 등에서의 양학 사례 등 보다 심화된 후속 연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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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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