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I QR코드

DOI QR Code

고려 후기 범자 진언명 상감청자의 해석과 의미

Interpretation and Meaning of Celadon Inlaid with Sanskrit Mantras in the late Goryeo Dynasty

  • 투고 : 2023.10.05
  • 심사 : 2023.11.23
  • 발행 : 2023.12.20

초록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 사회 속에서 만들어진 청자에는 불교문화의 여러 단면이 담겨 있다. 그중 범자(梵字)가 새겨진 상감청자는 불교 중에서도 밀교와 밀접한 영향 관계에 있을 것이란 점은 익히 알려져 왔으나 판독을 통한 구체적인 연구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는 전하고 있는 자료의 수가 적은 데다 잔존 범자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강진 사당리 23호 요지에서 이루어진 4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새로운 자료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 자료들을 판독하여 기존 자료들도 몇 가지 유형에 편입시킬 수 있었다. 범자 판독과 해석을 통해 얻은 연구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자에 상감된 범자는 진언(眞言)을 이루는 글자들이었다. 범자 한 자만 남아 있는 경우 해석을 유보해야 했지만, 그 밖의 범자들은 동심원 구조인 자륜진언(字輪眞言) 방식 속에서 '정법계진언', '육자대명진언', '감로수진언', '보루각진언', '구보살원주', '무량수여래심주', '멸악취진언'을 표기하고 있었음을 판독했다. 각 진언은 실담(悉曇, Siddham) 범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둘째, 제작 시기는 범자 배치 방식과 '감로수진언'이 40수 진언에 포함되는 양상을 근거로 13~14세기에 걸친 것으로 보았다. 특히 진언이 있는 동심원 구조의 상감청자 자료들은 제작 특징을 보아 13세기 말~14세기 전반으로 편년했다. 셋째, 상감된 진언들의 해석을 통해 모두 파지옥(破地獄)과 정토왕생(淨土往生)을 의미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를 근거로 범자 진언명 상감청자들 중 일부는 시아귀회(施餓鬼會)와 같은 망자(亡者)를 위한 불교 의례에 사용했으리라 판단했다. 또한 사당리 23호 요지와 '가'구역이 왕실용 자기 생산지로 추정되기 때문에 의례 또한 왕실 혹은 그 영향력 안에 있는 사찰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넷째, 범자 진언명 상감청자들은 원대 자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원의 불교문화와 고려가 이미 품고 있던 밀교적 요소가 더해져 나타난 것으로 보았다. 다섯째, 범자 진언명 상감청자들은 고려 후기 사회에 퍼져 있던 개인적 밀교 의례의 한 측면을 보여 주는 자료였다. 당장의 불안을 해소해 주길 바라는 데서 촉발된 밀교의 변화는 묘지(墓誌), 관등에서도 찾을 수 있었는데 파지옥과 극락왕생에 대한 염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여섯째, 다른 공예품과 비교할 때 공통점으로 실담 범자를 사용했다는 점, '육자대명진언'을 중심적으로 활용했다는 점, 기와와 배치 방법이 유사하다는 점, 범종·목관·묘지의 진언과 의미상 상통한다는 점이 있었다. 차이점으로는 '멸악취진언'과 '감로수진언'은 다른 공예품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상감청자 특유의 경제성과 제작의 용이성은 다른 공예품과 차별되는 장점으로, 바로 이 점 때문에 범자 진언을 새길 기명으로 청자가 채택되었던 것으로 보았다. 본 연구에서 판독하지 못한 자료들은 추후 잔존 상태가 양호한 자료가 보고된다면 새로운 유형을 수립하여 편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The celadon made in the Goryeo era, a time when Buddhism was flourishing in Korea, naturally contains many elements of Buddhist culture. Among them, inlaid celadon with Sanskrit inscriptions bears a close relationship with esoteric Buddhism. However, the research on deciphering the Sanskrit inscriptions has made little progress due to the small number of extant examples. However, the four recent excavations at the No. 23 kiln site in Sadang-ri, Gangjin have yielded new materials that allow the existing materials to be categorized into several types. The results obtained through the reading and interpretation of the inscriptions are as follows: First, the Sanskrit characters inlaid on the celadon were parts of mantras. Inscriptions where only one character is apparent cannot be deciphered, but scholars have revealed that others are written in the manner of a wheel mantra represent the "Mantra for Purifying the Dharma-Realm," "Six-Syllable Mantra of the Vidyaraja," "Sweet Dew Mantra," "Jewel Pavilion Mantra," "Mantra of the Savior Bodhisattva," "Dharani of the Mind of the Budha of Infinite Life," and "Mantra for Extinguishing Evil Rebirth." Each mantra was written in Siddham script. Second, they are believed to have been produced during the thirteenth and fourteenth centuries based on the arrangement of the inscriptions and the way the "Sweet Dew Mantra" is included in the "40 Hands Mantra." In particular, the celadon pieces with a mantra inlaid in a concentric manner are dated to the late thirteenth and early fourteenth centuries based on their production characteristics. Third, the interpretation of the inlaid mantras suggests that they all refer to the "Shattering Hell" and "Rebirth in the Pure Land." Based on this, it can be concluded that some of these inlaid celadon wares with mantras may have been used in Buddhist rituals for the dead, such as the ritual for feeding hungry ghosts (施餓鬼會). Also, because the Sadang-ri No. 23 kiln site and the "ga" area of the site are believed to have produced royal celadon, it is likely that these rituals were performed at the royal court or a temple under its influence. Fourth, this inlaid Goryeo celadon with Sanskrit mantras was not a direct influence of the ceramics of Yuan China. It emerged by adopting Yuan Chinese Buddhist culture, which was influenced by Tibetan Buddhism, into Goryeo Korea's existing esoteric practices. Fifth, the celadon wares inlaid with a Sanskrit mantra reveal a facet of the personal esoteric rituals that prevailed in late Goryeo society. Changes in esotericism triggered by the desire for relief from anxieties can be exemplified in epitaph tablets and coffins that express a shared desire for escaping hell and being born again in paradise. Sixth, the inlaid celadon with Sanskrit mantras shares some common features with other crafts. The similarities include the use of Siddham Sanskrit, the focus on Six-Syllable Mantra of the Vidyaraja, the correspondence with the contents of the mantras found on Buddhist bells, wooden coffins, and memorial tablets, and their arraignment in a similar manner with rooftiles. The major difference between them is that the Mantra for Extinguishing Evil Rebirth and the Sweet Dew Manta have not yet been found on other craftworks. I believe that the inscriptions of Sanskrit mantras are found mainly on inlaid celadon vessels due to their relatively low production cost and efficiency.

키워드

참고문헌

  1. 「광대보누각선주비밀다라니경(廣大寶樓閣善住秘密陀羅尼經)」
  2. 「대방광불화염경입법계품 사십이자관문(大方廣佛華嚴經入法界品 四十二字觀門)」
  3. 「불공견삭비로자나불대관정광진언(不空羂索毘盧遮那佛大灌頂光眞言)」
  4. 「불설대승장엄보왕경(佛說大乘莊嚴寶王經)」
  5.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
  6. 「불설우보다라니경(佛說雨寶陀羅尼經)」
  7. 「유가금강정경석자모품(瑜伽金剛頂經釋字母品)」
  8. 「천수천안관세음보살대비심다라니(千手千眼觀世音菩薩大悲心陁羅尼)」
  9. 김경집 外, 「한국 중세밀교사」, 서울: 대한불교진각종 밀교문화총람사업단, 2019.
  10. 김수연, 「고려 사회와 밀교」, 서울: 씨아이알, 2022.
  11. 대한불교진각종 밀교문화총람사업단, 「韓國의 六字眞言 옴마니반메훔」, 서울: 진각종 해인행, 2018.
  12. 이태승.안주호, 「실담자기와 망월사본 진언집 연구」, 서울: 글익는들, 2004.
  13. 中村瑞隆.石村喜英.三友健容 偏, 「梵字事典」, 東京: 雄山閣, 1993.
  14. 種智院大學密敎學會 編, 「梵字大鑑」, 東京: 名著普及会, 1983.
  15. 강진군.(재)민족문화유산연구원, 「강진 사당리 청자요장(I) 8호.23호.40호 발굴조사 보고서」, 2021.
  16. 강진군.(재)민족문화유산연구원, 「강진 사당리 청자 요장 23호 발굴조사 보고서」, 2023.
  17.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淳昌 雲林里 農所古墳」, 2016.
  18. 국립중앙박물관, 「강진 사당리 도요지 발굴조사 보고서」, 2015.
  19. 강진청자자료박물관, 「高麗靑磁, 康津으로의 歸鄕-銘文.符號 特別展」, 2000.
  20. 강진청자자료박물관, 「고려청자와 종교」, 2002.
  21. 국립중앙박물관, 「高麗陶瓷銘文」, 1992.
  22.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2018.
  23. 문화재청.(재)불교문화재연구소, 「안동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 2009.
  24. 위덕대학교 회당학술정보원, 「韓國의 傳統 陀羅尼: 東齋文庫 所藏資料 特別展」, 경주: 위덕대학교 출판부, 2004.
  25.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청자靑瓷」, 2017.
  26. 고정룡.서영남, 「고려시대 靑銅銀入絲香垸의 新자료와 梵字 검토」, 「문화사학」 59, 2023.
  27. 김경집, 「육자진언의 전래와 전개양상」, 「회당학보」 23, 2018.
  28. 김무생, 「六字眞言 信仰의 史的 展開와 그 特質」, 「韓國 密敎思想 硏究」, 서울: 동국대학교 출판부, 1986.
  29. 김무생(경정), 「眞言의 成立과 韓國的 流通」, 「밀교학보」 7, 2005.
  30. 김수연, 「민영규본 「범서총지집(梵書摠持集)」의 구조와 특징」, 「한국사상사학」 54, 2016.
  31. 김수연, 「원 간섭기 티베트 밀교와의 교섭」, 「한국 중세밀교사」, 서울: 대한불교진각종 한국밀교문화총람사업단, 2019.
  32. 김윤정, 「高麗後期 象嵌靑磁에 보이는 元代 磁器의 영향」, 「미술사학연구」 249, 2006.
  33. 문상련(정각).김연미, 「관음(觀音) 42수주(手呪) 및 「오대진언」의 성립과 전개」, 「불교미술사학」 31, 2021.
  34. 박진경, 「准提 修行儀軌와 儀式具로 제작된 銅鏡」, 「불교미술사학」 24, 2017.
  35. 안영희, 「진언의 한글 표기법 연구-오대진언(1485)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논문, 2018.
  36. 엄기표, 「고려~조선시대 梵字眞言이 새겨진 石造物의 현황과 의미」, 「역사민속학」 36, 2011.
  37. 엄기표, 「寶珠形 唵(ॐ, om)字 圖像의 전개와 상징적 의미에 대한 試論」, 「선문화연구」 14, 2013.
  38. 엄기표, 「高麗~朝鮮時代 梵字銘 기와의 제작과 미술사적 의의」, 「역사와 담론」 71, 2014.
  39. 엄기표, 「韓國 梵字 眞言銘 銅鏡의 特徵과 意義」, 「역사문화연구」 58, 2016.
  40. 옥나영, 「「五大眞言」 千手陀羅尼 신앙의 배경과 42手 圖像」, 「규장각」 56, 2020.
  41. 윤희봉, 「高麗靑磁에 보이는 金屬器皿의 影響」, 「미술사연구」 23, 2009.
  42. 이명옥, 「고려시대 수면(獸面) 장식 도자기 연구」, 「역사와 담론」 102, 2022.
  43. 이용진, 「고려시대 靑銅銀入絲香垸의 梵字 해석」, 「역사민속학」 36, 2011.
  44. 이준광, 「고려 螭龍文 청자의 특징과 용도」, 「미술자료」 92, 2017.
  45. 이태승, 「高麗大藏經에 나타난 悉曇梵字에 대하여」, 「인도철학」 32, 2011.
  46. 이희관, 「康津 沙堂里窯場 瓷器製作의 實狀과 特質」, 「해양문화재」 11, 2018.
  47. 정성준, 「밀교신앙의 형성과 특징」, 「한국 중세밀교사」, 서울: 대한불교진각종 한국밀교문화총람사업단, 2019.
  48. 정은우, 「한국 복장(腹藏), 경전적 의미와 해석」, 「한국문화연구」 37, 2019.
  49. 차순철, 「고려시대 진언기와 사례 검토」, 「중앙고고연구」 36, 2021.
  50. 허일범, 「高麗.朝鮮時代의 梵字文化 硏究」, 「회당학보」 5, 2000.
  51. 허일범, 「한국의 진언.다라니 신앙 연구」, 「회당학보」 6, 2001.
  52. 허일범, 「봉은사 사천왕상 복장 진언중자 연구」, 「회당학보」 7, 2002.
  53. 귀정(허일범), 「육자대명왕진언의 의미와 역할」, 「회당학보」 20, 2015.
  54. 허흥식, 「고려의 양택춘묘지」, 「문화재」 17, 1984.
  55. 刘昱午, 「元代梵文琛宝纹碗鉴赏」, 「寻根」 2013-1,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