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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Multi-Layered Intertextuality of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다층적 상호텍스트성 고찰

  • Received : 2022.06.23
  • Accepted : 2022.09.08
  • Published : 2022.09.28

Abstract

In this article, the narrative strategy of Ryusuke Hamaguchi's is researched focusing on multi-layered intertextuality. is framed in the form of a 'story in a story that embraces a story', and the recognition of intertextuality has an important meaning in examining the storytelling strategy of . Because this movie was adapted from the short stories from Haruki's , the various stories included in the film overlap to form the overall narrative. Therefore, in order to understand properly, it is important to understand the organic semantic relationship between the texts in the movie. Understanding the narrative of is also the process of interconnecting textual content of multiple texts included in the film. In , the dream story told by Otto, Gafuku's wife, the main character, and in the play are elaborately linked to the narrative of the entire film in layers and three dimensions with text in a frame. Hamaguchi reinforces the need for the audience through the intertextual narrative strategy of . In addition, the metaphor and personalized space of contributes to the effective delivering the narrative of healing to the audience.

본고에서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의 서사 전략을 다층적 상호텍스트성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으로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호텍스트성의 인지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짚어보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과 또 다른 단편들을 차용하여 각색하였으며, 영화 속에 포함된 여러 이야기들이 중첩되어 전체의 서사를 이룬다. 따라서 <드라이브 마이 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 속 텍스트들의 유기적 의미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서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영화 속에 포함된 다중의 텍스트 내용들을 상호텍스트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주인공 가후쿠의 아내 오토가 말하는 꿈의 이야기와 극중 <바냐 아저씨>가 액자 속 텍스트로 다층적으로 또 입체적으로 전체 영화의 서사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마구치는 이러한 <드라이브 마이 카>의 상호텍스트성 서사 전략을 통해 관객을 향한 핍진성을 강화한다. 아울러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은유와 성격화된 공간은 치유와 성장의 서사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기여한다.

Keywords

I. 서론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2021년 작품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2021년 제 74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하는 등 많은 수상 실적을 올리며1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하마구치 류스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후 가장 주목받는 일본의 감독으로 여겨지고 있다[1].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3시간 가량의 런닝타임 동안 마치 영화 속의 운전기사 미사키가 급회전이나 급브레이크 없이 안정적인 운전 솜씨를 보여주는 것처럼 정교한 스토리텔링 전략과 안정적인 연출 솜씨로 관객의 몰입을 이어나간다. 본고는 바로 이러한 하마구치가 영화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사 전략에 주목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하마구치는 여러 텍스트들을 다층적으로, 또 입체적으로 연결하여 자신이 영화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설파해 나가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는 액자식 서사구조를 이루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인 층위를 가진 여러 이야기들이 혼재되어 있다. 그렇지만 개별의 이야기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체의 서사에 기여한다.

사실 그동안 하마구치의 영화가 앞서 말한 것처럼 많은 국제상을 수상하고 관객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어왔 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평론가의 시각에서 영화의 의미를 찾고 해석해내는 시도는 많았지만 스토리텔링 전략의 측면에서 고찰해낸 학계의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시바사키 도모카의 원작 소설 <꿈속에서도 깨어나서도>를 각색하여 만든 2018년 작 영화 <아사코> 의 경우에는 남승석이 21세기 일본의 작가주의적 에코시네마의 맥락에서 수행적 감수성에 천착하여 연구했 고[2], 한동균은 하마구치 류스케의 네러티브 운용 전략 분석을 통해 영화 네러티브 전개에서 서사의 약점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들을 규범적 시나리오 작법의 다른 장치를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보완하는 스토리텔링 전략으로 연구하였다. 그는 소설적 ‘말하기’에서 영화적 ‘보여주기’로 서사 전환하는 과정과 이로 인해 발생한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에 주목하여 분석하였다[3]. 앞선 연구들에서 하마구치가 원작의 텍스트를 자신의 방식으로 영화화하는 기술에 탁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마구치는 하루키의 연작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 작품과 또 다른 단편 <셰에 레자드>, <기노>에서 이야기를 끌어왔으며 <드라이브 마이 카>의 제목은 비틀즈의 노래 ”Drive My Car“에서 차용하였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프롤로그 부분에서 아내 오토가 들려주는 ‘빈집에 몰래 들어가는 소녀’의 이야기는 영화 현실에서 가후쿠와 오토의 관계를 비추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이다. 또한 가후쿠가 배우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바냐 아저씨>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다. <바냐 아저씨>를 이끌어 가는 연출과 배우들이 갖고 있는 개별의 이야기들은 서로 교묘히 연결되어 있다. 영화에서 <바냐 아저씨>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은 텍스트와 텍스트가 만나서 입체적으로 어우러지고 상호 연결되는 서사의 과정이며, 개별의 텍스트들은 제각기 또 각각이 모여서 영화 전체의 의미를 은유하고 있 다. 이런 점에서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여자 없는 남자들>의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 <셰에레자드>, <기노> 뿐만 아니라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도 원작의 텍스트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마구치는 한 텍스트에서 또 다른 텍스트가 흘러나오며 전체 서사를 메꾸어 나가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은 결국 영화 전체의 서사를 이루는 가후쿠의 이야기로 회귀한다.

본고에서는 하마구치가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여러 작품의 원작을 복합적으로 차용하여 다층적으로 또 입체적으로 구성한 그의 서사 전략을 상호텍스트성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러시아 문학 이론가 바흐친의 영향을 받은 크리스테바(Kristeva)는 “모든 텍스트는 마치 모자이크와 같아서 다른 인용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텍스트는 어디까지나 다른 텍스트들을 흡수하고 그것들을 변형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4] 말했다. 상호텍스트성은 모든 텍스트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있었던 텍스트를 재결합한 것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이러한 상호텍스트성의 인지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짚어보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드라이브 마이 카>의 서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영화 속에 포함된 다중의 텍스트 내용들을 상호텍스트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상호텍스트로 인식하는 작업은 관객이 텍스트를 통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는 것과 텍스트의 의미를 새롭게 재구성하여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한 텍스트의 의미를 재구성한다는 것은 텍스트에 제시된 내용을 새롭게 조직하여 받아들인다는 것이다[5].

본 연구는 텍스트를 상호텍스트성으로 인식하는 방식을 통해 즉 텍스트들의 유기적 의미 관계를 파악하는 것을 통해 보다 영화를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본 연구자의 학문적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본고는 상호텍스트성의 관점에서 하마구치가 <드라이브 마이 카>를 통해 의도하는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를 분석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서사가 어떻게 텍스트들을 연결하여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상호텍스트적으로 구현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상호텍스트적으로 고찰한다는 것은 개별 텍스트에 드러난 서사를 바탕으로 다중 텍스트에 잠재한 상호텍스트성을 발견하고 유기적인 맥락과 의미망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아울러 <드라이브 마이 카>의 상호텍스트성 전략이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관객이 영화를 이해하는 핍진성을 강화하는 데에 매우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고찰한다. 핍진성은 영화 텍스트가 관객과 시도하는 소통의 매개이자 관객이 영화에게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6]. 따라서 핍진성을 강화하는 전략은 영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려는 하마구치 감독의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고는 이 핍진성을 매개로 상호텍스트성을 지지, 강화하고 있는 은유 표현과 그 배경으로 활용된 성격화된 공간을 영화 텍스트에서 찾아보고 해석 해냄으로써, <드라이브 마이 카>의 다층적 상호텍스트성 서사 전략에 접근하여 분석해보고자 한다.

Ⅱ. 다층적 상호텍스트성 서사 전략

1. 액자식 이야기 구성과 상호텍스트성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나면 마치 여러 편의 영화를 본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영화 속에 ‘이야기를 품은 이야기’가 중첩되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액자식 구성에서는 액자 속과 밖의 이야기 혹은 표층 텍스트와 심층 텍스트가 본질적으로 상보 적(相補的) 관계를 맺으며 상호텍스트성을 구축한다.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은 ‘텍스트가 자족적이거나 자율적 실체가 아니라 다른 텍스트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가리키는 개념이다[7]. 따라서 액자식 구성과 서사를 채택한 <드라이브 마이 카>라는 영화의 해석을 상호텍스트적으로 접근해 보는 것은 매우 유효하다. 쥬네트가 말한 상호텍스트성은 모든 형태의 명시적, 암시적 인용과 표절 그리고 개별의 텍스트에서 사용된 언어와 표현을 다른 텍스트에서 재사용하는 것을 포괄한다. 쥬네트는 상호텍스트성의 유형을 담화유형과 문학장르에게 발견되는 원형텍스트성(Architexuality), 제목, 서 문, 각주, 삽화, 색인 등으로 사용되는 기생텍스트성 (Paratexuality), 인용, 표절, 암시에서 보이는 상호텍 스트성(Intertexuality), 논평, 비평에서 찾을 수 있는 메타텍스트성(Metaltexuality)그리고 패러디, 익살, 모방에서 발견되는 하이퍼텍스트성(Hypertexuality)로 분류하였다[8].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주네트가 말한 여러 상호텍스트성의 유형들이 다층적으로 또 복합적으로 발견되고 있다2. 하마구치는 내면의 상처와 이를 극복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하여 여러 텍스트들을 차용하여 정교하고 다층적이며 또 입체적인 구조를 이루는 상호텍스트성 이야기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내 오토의 다소 모호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프롤로그에 40분을 할애한다. 오토는 드라마 작가로서 섹스를 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위한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파트너에게 들려준 뒤 나중에 다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창작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오토가 가후쿠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전생에 칠성장어였던 소녀의 이야기다. 흥미로운 지점은 오토가 섹스 중에 이야기하는 ‘야마가를 좋아해서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소녀’ 의 이야기가 가후쿠와 오토와의 현실 관계를 은유하고 있는 텍스트라는 것이다. 소녀는 젊고 잘생긴 소년의 집을 찾아가는데, 소년을 짝사랑하는 소녀는 그의 방에 몰래 들어가 작은 소지품을 남기고 온다. 이것은 그녀가 징표를 남김으로써 소년의 일부를 흡수해 가려는 시도이며 여기에는 오토의 잠재된 욕망이 표현되어 있다. 결국 오토가 가후쿠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카후쿠와 오토의 이야기로 회귀하며 소녀의 이야기 속의 도둑은 가후쿠를 은유한다.

이후 영화의 현실에서 가후쿠는 아내 오토의 외도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큰 상처를 받지만, 이를 추궁하다가는 사랑하는 아내를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불륜의 이유를 직접 묻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한 다. 그러던 어느 날 오토가 가후쿠에게 중요한 고백을 하려는 듯 집에 일찍 오라고 했던 날, 가후쿠는 불안감에 일부러 늦게 집에 들어가게 되는데 공교롭게 그날 저녁 그녀는 갑작스런 뇌출혈로 죽게 되고 가후쿠는 아내 오토가 하려던 말을 결국 듣지 못하게 된다. 여기까지 프롤로그의 이야기는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에 들어있는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를 각색한 것이며 아울러 같은 책에 있는 단편 <쎄에라자드>에서 섹스 후 전생에 칠성장어였던 여고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정과 <기노>에서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남자의 설정이 담겨져 있다. 아내의 죽음까지 이어지는 프롤로그가 지나간 후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마구치가 다층적 상호텍스트성을 활용하는 전략은 프롤로그 뿐 만 아니라 3시간에 이르는 영화의 런닝 타임 전체에서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구현된다.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은 ‘텍스트가 자족적이거나 자율적 실체가 아니라 다른 텍스트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가리키는 개념이다[7]. 오토가 죽은 지 2년 후에 히로시마 지역에서 기획한 연극제의 연출을 맡게 된 가후쿠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 연극을 준비한다. 여기에서도 두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체 서사를 이룬다. 즉 <바냐 아저씨>의 오디션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의 이야기와 가후쿠와 미사키가 만나게 되고 점차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이해해 가는 과정의 이야기다. <바냐 아저씨>는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를 관통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다. 연극 <바냐 아저씨>의 캐스팅을 위해 공개 오디션을 실시하던 중 아내 오토의 연인이었던 다카츠키를 만나게 되고 다카츠키를 그가 연극 캐스팅에서 지원했던 역할이 아닌 ‘바냐’역을 맡긴다. 연극 <바냐 아저씨>에는 가후쿠의 상처와 아픔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바냐 아저씨>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여러 이야기가 소환된다. 가후쿠는 히로시마 연극제의 주최 측에서 소개해준 운전기사인 미사키를 알게 되는데, 가후쿠와 미사키의 관계는 <바냐 아저씨> 속 바냐와 소냐의 관계와 중첩된다. 미사키는 그녀 어머니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녀가 소환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산사태가 나서 집에 있다가 깔려 죽은 엄마를 구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나온 것에 대한 마음의 짐을 갖고 있는 이야기다. 그녀의 아픔과 상처는 영화 후반에 가후쿠의 그것과 대칭을 이루며 전체의 서사를 끌어나가고 있다. 또한 연극 주최 측 윤수와 수어를 구사하는 유나 부부의 이야기도 의미있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다. 여기에다가 다카츠키의 불륜과 살인에 이르는 사연에 이르기까지 <드라이브 마이 카> 속에는 또 다른 여러 개의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복수의 이야기들은 긴밀하게 유기적인 상호텍스트성을 갖고 있으며, 입체적으로 연결되어 전체 서사에 기여한다. 이렇듯이 하마구치는 정밀하게 다층적 상호텍스트성을 배치해둔다.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야기의 이야기’로서 <드라이브 마이 카>의 서사를 구조화하면 [그림 1]과 같다.

영화 이야기 속의 핵심 이야기라 할 수 있는 <바냐 아저씨>의 대사는 연극 오디션과 연습 과정 그리고 가후쿠가 자동차 안에서 테이프를 들으며 대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반복된다. 액자 속 이야기와 영화 전체 이야기의 입체적인 연결을 매개하는 장치는 오토가 ‘바냐’의 대사를 녹음하여 둔 카세트 테이프다. 미사키가 운전해 주는 차 안에서 가후쿠은 예전처럼 아내 오토가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대사 연습을 한다.

그림 1. <드라이브 마이 카> 서사 구성

이 테이프는 가후쿠가 대본 연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끔 오토가 상대의 대사를 읽어 녹음한 것이다. 대사는 바로 연극 <바냐 아저씨>에서 주인공 바냐의 대사 다. 러시아 극작가 체호프는 <바냐 아저씨>를 통해서 개인의 상처와 소통의 단절 속에서 반복되는 절망과 상심을 그리고 있다. 이것은 현실에서 가후쿠가 내면에서 겪고 아파하는 모습과 중첩된다. 그래서 가후쿠는 <바냐 아저씨> 연극을 준비하면서 연출만 하고 직접 바냐 역을 연기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고통을 회피한다. 가후쿠는 바냐 역할을 오토의 외도 상대였던 다카츠키에게 맡긴다.

이후 빨간 사브 차안에서 가후쿠가 미처 몰랐던 오토가 들려준 소녀 이야기의 결말을 다카츠키로부터 들으며 다시 아픔과 상처를 제대로 건드리게 된다. 이후 미사키와의 홋카이도 여정을 함께한 후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연극 <바냐 아저씨>의 대사를 빌려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결국 가후쿠는 바냐의 역할을 맡아 무대에 서게 된다. 액자 속 심층의 이야기인 오토의 이야기와 바냐의 이야기가 액자 밖 표층의 가후쿠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 에서는 <바냐 아저씨> 외에도 여러 이야기들이 다른 액자 속에서 다층적으로 결합하여 전체 서사를 떠받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는 여러 이야기들이 모인 소우주와 같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은 영화 전체에서 구조적으로 또 입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텍스트는 단순히 전체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는 액자가 아니라

텍스트 자체가 하나의 의미가 되는 동시에, 다른 이야기와 상호 교차하여 연관성을 창출하고 텍스트가 서로 간의 단서가 되는 등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사를 강화한다. 결국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액자 속의 이야기들이 서로의 층위를 넘나들면서 상호텍스트적으로 결합하여 비로소 전체의 서사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2. 상호텍스트성과 핍진성 강화 전략

상호텍스트적 읽기는 텍스트 내적 요소의 반복을 통해 텍스트 간 의미의 일관성을 발견하거나 그 일관성을 기반으로 변용되는 양상을 살펴 텍스트 간 반복되는 유사성 내에 수렴되지 않는 차이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많은 텍스트들은 명시적으로나 암시적으로 다른 텍스트들을 지시하면서 상호텍스트적인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다[9]. <드라이브 마이 카>의 프롤로그 부분에서 아내 오토가 들려주는 빈집에 몰래 들어가는 소녀의 이야기는 영화 현실에서 가후쿠와 오토의 관계를 비추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다. 또한 가후쿠가 배우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바냐 아저씨>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다. <바냐 아저씨>를 이끌어 가는 연출과 배우들이 갖고 있는 개별의 이야기들은 교묘히 연결되어 있다. <바냐 아저씨>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은 텍스트와 텍스트가 만나서 입체적으로 어우러지고 상호 연결되는 서사의 과정이며, 개별의 텍스트들은 각각이 모여 영화 전체의 의미를 은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여자 없는 남자들>의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 뿐만 아니라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도 원작의 텍스트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마구치는 한 텍스트에서 또 다른 텍스트가 흘러나오며 전체 서사를 메꾸어 나가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은 결국 영화 전체의 서사를 이루는 가후쿠의 이야기로 회귀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서사에서는 캐릭터들의 대사와 상황이 교묘하게 반복되며 다층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 다. 영화속 이야기의 캐릭터들도 영화의 캐릭터들과 서로가 서로를 비추고 있다. 오토가 들려주는 소녀의 이야기는 오토의 자기고백이다. 소년은 다카츠키 그리고 도둑은 가후쿠를 은유하고 있다. 영화에서 오토의 소녀 이야기와 대칭을 이루는 또 하나의 액자 속 이야기 <바냐 아저씨>에서 믿고 존경하는 교수로부터 배신당한 바냐와 아내의 외도를 통해 상처입은 가후쿠는 결국은 같은 캐릭터로 겹쳐진다. 아울러 오토의 소녀 이야기에서와 같이 영화 현실에서 다카츠키도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등 액자 속 이야기가 액자 밖의 영화 현실로 반복되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한 텍스트에서 또 다른 텍스트가 흘러나오는 식으로 유기적으로 구성되었으며 연극 <바냐 아저씨>는 영화에서 결국 가후쿠의 이야기로 은유된다. 이것은 재매개를 통한 매체 전환 전략을 잘 보여준다. 재매개(remediation)란 동일한 모티프, 소재, 이야기를 다른 양식으로 재생산함을 의미하는데, 서사가 재매개된 새로운 텍스트 속에는 이전 텍스트의 갖가지 흔적들이 존재하고, 각색은 이전 텍스트와 상호작용한 결과물을 드러내는 매체 전환 양상이다[10]. 재매개를 통한 매체 전환과 확장은 <드라이브 마이카>의 향유자들에게 풍부한 해석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가후쿠의 개인적 서사는 미사키의 서사와 결합하여 향유자들이 보다 수월하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서사로 울림을 주고 있다. 가후쿠의 아내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심연에 자리잡고 있는 상처는 미사키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지니고 있는 것과 궤(軌)를 같이 한 다. 즉, 사랑과 미움 그리고 미안함이 공존하는 복잡함을, 서사적으로 보다 그럴듯하게 그려냄으로써 관객의 이해를 돕고 공감하게 한다. 이러한 재매개는 주인공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 서사에 대한 핍진성을 강화한다. 핍진성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즉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럴듯함’으로 무장한 허구가 뒤섞인 것인데, 이것이 관객들에게 전달될 때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핍진성이다[6]. 작가나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동일시를 강하게 발생시킬 수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거나 사건, 상황 등을 설정하여 시청자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관객을 몰입시키고자 한다. 이야기가 향유자들로부터 설득과 이해를 얻어내는 방법이 바로 논리적인 내적 타당성과 시청자의 경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에피소드와 상황설정이라 할 수 있다[11]. 그런즉, 상호텍스트성은 핍진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스토리텔링의 강력한 전략으로 기능한다.

한편,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연출하면서 가후쿠는 일본어 뿐 만 아니라 한국어, 영어, 중국어 그리고 수화를 함께 쓰는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러한 설정은 비록 언어를 달리 할지라도 상대의 말을 충분히 귀 기울여 들음으로써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고 은유한다. 다국적 언어라 할지라도 진심을 통해 이해하고자 한다면 소통이 문제 되지 않는다. 하마구치는 언어라는 텍스트에도 단서를 제공하고 암시하는 방식을 통해 다층적 상호텍스트성 서사에 적용하였다. 수화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유나와의 만남은 언어를 넘어서는 소통을 암시한다. 유나는 <바냐 아저씨>에서 수화로 영화의 주제를 전달한다. 소냐가 바냐에게 던지는 대사가 바로 그것이다.

“어쩌겠어요. 또 살아가는 수밖에요.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에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얘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겨시겠지요 그리고 아저씨와 나는 밝고 훌륭하고 꿈과 같은 삶을 보게 되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거에요...저는 그렇게 믿어요 열렬히 가슴 뜨겁게 믿어요 그때가 오면 우린 편히 쉴 수 있을 거에요”

극중 바냐는 이 대사를 들으며 상처와 고통을 극복한 다. 영화에서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미사키의 모습이 나온다. 극중 소냐가 바냐에게 던져주는 대사를 통해 미사키도 비로소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치유와 정화(淨化)의 메시지를 듣는다. 오토와 가후쿠 그리고 미사키처럼 의도적으로 문제의 원인인 과거를 회피해 온 인물들이 어두운 수풀 속에 갇힌 칠성장어처럼 철저한 ‘고립’에 빠지는 모습은 하루키가 강조해 온 일본 사회에 대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12]. 하마구치가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상호텍스트성 전략을 채택한 것은 개인에 따라 삶의 층위와 진실이 다양하게 유통될 것이므로 각자가 감당해야 하는 아픔과 상실은 스스로 삶을 마주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선형적 이야기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이야기가 층위를 가지고 중첩되어 전체 서사를 이룬다. 이러한 다층적 서사 구조는 인물과 시공간을 초월하여 사건과 모티프를 공유할 때 그 빛을 발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이야기의 층위를 둔 것은 다양한 삶의 층위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며, 이것은 주인공들이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얻는 모티프를 관객들에게 전달하여 공감대를 튼튼하게 하는데에 공헌한다. 결국 다층적 이야기 구조를 채택한 하마구치는 여러 텍스트들의 전환과 상호 텍스트적인 인용과 암시를 통해 영화 관객에 대한 핍진성을 강화하는 데에 성공한 것을 보인다.

3. 은유와 성격화된 공간

<드라이브 마이 카>의 상호텍스트성은 은유적 표현과 성격화된 공간에서 극대화된다. <드라이브 마이 카> 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은유가 등장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사용되는 은유는 단순히 하나의 개념이 다른 개념으로 전용되는다는 것으로 한정하기에는 매우 역동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영화의 타이틀 ‘드라이브 마이 카’는 매우 상징적으로 하마구치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은유하고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라는 타이틀은 결국은 자기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영화의 메시지인 것이다. 은유는 영화 곳곳의 텍스트에서 발견되어 단서를 제공하고 암시함으로써 관객들의 몰입을 불러일으키며 상호텍스트적 서사 전략에 기여한다. 또한 하마구치는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매우 상징적인 은유를 통해 상호텍스트성을 강화한다. 운전사로 고용되는 미사키의 이력서를 본 가후쿠가 자신의 죽은 딸을 떠올리게 된다거나 오토가 섹스 중에 이야기하는 야마가를 좋아해서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소녀의 이야기에서 소녀가 왼쪽 눈을 찔러 죽였다고 말하는 것과 가후쿠가 교통사고를 내고 자신의 왼쪽 눈이 녹내장으로 진행되어가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매우 상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상징적 은유는 쥬네트가 말한 암시와 단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서 이야기속 이야기의 상호텍스트성을 강화한다

은유적 표현은 성격화된 공간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공간은 주인공의 빨간 사브 자동차 안이다. 자동차라는 공간은 서사의 흐름과 가후쿠의 내면 의식을 반영하도록 성격화되어 하마쿠치의 의도를 작품에서 구현하는데 기여한다. 빨간 사브 차는 가후쿠 혼자서 사유하고 독백하는 공간이다 동시에 가후쿠와 오토가 대화하는 공간이다. 서사가 진행되면서 같은 차안에서 가후쿠와 다카츠키의 대화가 이어지고 이후에는 가후쿠와 미사키가 대화를 나눈다. 자동차의 내부는 매우 협소하고 제한적인 공간이지만 자동차는 움직이면서 어디로든 공간을 이동한다. 공간은 서사의 흐름을 따라 두 부부가 생활을 하는 도쿄에서 출발하여 아내 오토가 죽은 후 연극제를 준비하는 히로시마로 이동하고 미사키와 빨 간 차라는 공간을 공유하게 된다. 차 안에서 테이프로 반복되는 <바냐 아저씨>의 대사를 연습하는 것은 가후쿠의 자기 고백과 다름 없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후 차 안에서 바냐의 대사를 연습하면서 ”25년 동안 녀석은 남의 자리에 앉아 있었던 거지“라는 말하는 것은 현실의 가후쿠와 중첩되어 있는 다층적 상호텍스트적 서사로 이해 할 수 있다. 자동차는 현실 공간이면서 가후쿠의 내면 의식의 흐름이 중첩되는 은유의 장(場)이다. 애초 빨간 사브 차는 가후쿠가 직접 운전하는 공간이며 가후쿠에게는 아내 오토와의 관계가 담겨져 있는 추억의 공간이며 오롯이 그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무조건 운전기사를 두게 하는 히로시마 연극제의 원칙으로 가후쿠는 그 공간을 미사키와 공유하게 된다. 자동차는 자기 고백과 성찰의 상징적 은유 공간이다. 이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가후쿠에서 미사키로 이동했다. 전체 서사의 흐름이 차라는 공간에서의 위치 이동과 함께 변곡점을 맞은 것이다.

가후쿠는 미사키와 함께 빨간 사브 차를 타고 홋카이도로 이동한다. 공간 이동은 서사의 흐름과 변화를 보여주려는 하마구치의 연출 의도가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도쿄에는 일상의 삶에 내재하는 부조리가 담겨있고 히로시마는 원자폭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비극의 공간이다. 쓰레기 소각장 장면은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것으로 은유된다. 박기수는 효과적으로 차별화된 공간은 각 공간이 지향하는 성격을 강화하고 캐릭터의 성장에 요구되는 계몽적 담론을 효과적으로 내재화하는 전략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공간의 성격화란 대조되거나 서로 차이가 나는 2-3공간을 제한적으로 제시하고 이것들을 뚜렷하게 차별화시킴으로써 각 공간이 지향하는 성격을 드러내는 과정으로 설명했다[13].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공간 이동에는 매우 상징적인 은유가 숨겨져 있다. 히로시마에서 홋카이도까지 이동하는 것은 산사태로 무너진 미사키의 집 흔적을 찾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정이다.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가후쿠와 미사키는 서로의 내면에 깊숙이 엉켜있는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풍경을 무대화한다는 것은 객관적 및 주관적 범주의 경계에서 인물의 주관적 의식을 장소의 시각적인 의미로 형상화하는 것이다[2]. 애초 미사키가 운전할 때 뒷자리에 앉아있던 가후쿠가 미사키의 고향으로 이동하면서 앞자리에 미사키와 나란히 앉게 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하마구치는 “뒷자리에서 앉는다면 ‘상대방에게 전달한다’는 요소가 강해질 것이지만 옆에 앉아 있으면, 목소리의 음량에 대한 배려는 적어지고 스스로의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서” 자동차 안의 대화가 갖는 영화적 특별함을 설명했다[14]. 공간에서의 위치는 가후쿠와 미사키 두사람 사이의 관계와 질서를 드러낸다. 영화 공간은 인물의 존재를 드러내고 인물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며 사건의 성격을 암시하기 때문이다[15].

홋카이도로 차가 진입할 때 자동차 소리가 소거되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연출이다. 가후쿠의 아내 오토의 이름이 음(音, おと-오토)을 의미하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고, 또 자동차가도 영어로 오토(Auto-)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그래서 가후쿠 상처가 치유되는 순간에 소리(오토)가 사라지는 편집은 하마구치의 의도된 연출이었을 것이는 것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담배를 필 수 없었던 차 안에서 나중에 미사키와 함께 담배를 피우고 밤하늘에 마치 불꽃놀이를 하듯 둘의 담뱃불의 향연을 영상화 한 것도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다.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 나는 순간이 담배를 피우는 가후쿠와 미사키의 손이 함께 차 창밖을 넘어, ‘경계를 넘어서는 소통’으로 은유되고 있는 것이다. 남승석에 따르면 영화에서 배우는 인물이 가로지르는 자연에 대한 ‘실재의 무대화(stag-ing the real)’를 수행적 감수성을 통해서 구성하고 체험한다. 감독은 이러한 배우의 체험을 영화적 재료를 활용하여 예술 매체로서의 본래적 감각으로 통합한다. 이를 통해서 영화에서의 풍경들은 개인적, 주제적, 윤리적 내용들을 드러내는 영상 미학적 장치로서 기능하게 된다[2].

가후쿠는 미사키와의 홋카이도 여행을 통해 처음으로 눈물을 보인다. 미사키가 들려주는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를 통해 아품을 함께 나누고 미사키와 소통하며 그녀를 안으면서 며 상처를 치유한다. 그래서 그는 결국 <바냐의 아저씨>에서 바냐의 역할을 맡는다. 가후쿠는 홋카이도를 다녀오면서 상처를 극복하였기에 연극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치유와 성장의 서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바냐의 연극>이라는 무대에서 쏘냐가 수화로 바냐에게 말하는 내용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메시지다.

영화의 대단원에서 공간이 한국으로 이동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한국의 부산은 새로운 정황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한국에 온 미사키의 얼굴에는 상처가 없다. 모자도 벗어 버렸다.이 장면은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한 것과 새로운 출발을 은유한다.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빨간 사브 차는 일본에서는 도로 체계와 달라서 뭔가 부자연스러웠지만 한국에서는 왼쪽에 운전석이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공간은 세계 내의 모든 사물을 받아들이는 대상이며, 인간과 사물과의 관계성을 형성하게 되면서 그 존재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공간은 관계적 실체로서 물리적 영역이 구체성으로 나타나고, 그 영역 안에서 인간은 여러 가지 실존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에 따라 공간은 인간의 지각과 인식을 통해 장소가 되며, 특별한 의미로서 실존하게 되는 것이다 [15]. 이제 빨간 사브 차는 미사키의 것이다. 비로소 미사키는 그녀 자신의 차를 운전하게 된다. 그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운전하게 되는 것이다. 하마구치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마지막 장면에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Ⅲ. 결론

본고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를 중심으로 액자식 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의 다층적 상호텍스트성 서사 전략을 살펴보았다. 액자식 서사 구조의 층위는 복잡하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은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개별의 이야기는 전체 이야기를 해석하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유기적으로 전체의 이야기에 기여한다. 오토가 말하는 칠성장어 꿈의 이야기가 그녀의 불륜 그리고 가후쿠의 상처와 겹쳐져 있고 <바냐 아저씨> 연극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서 다카츠키를 통해 다시 한번 오토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바냐 아저씨>를 일본어, 중국 어, 한국어 그리고 수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로 대본을 읽고 연기하면서 각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은유가 빛을 발한다. 히로시마에서 홋카이도의 여정에서 미사키의 어머니 이야기를 통해 가후쿠와 미사키는 각자의 아픔을 공유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한다. 그리하여 결국 가후쿠는 바냐의 연기를 맡기로 한다. 연극 무대 위에서 소냐는 언어를 뛰어넘어 치유의 메시지를 설파한다. 가후쿠에게도 미사키에게도 치유와 극복을 통한 성장이 찾아들게 된다. 마지막 한국에서의 장면은 이제 주인공이 가후쿠에게서 미사키로 이전(移轉)된 것을 은유하며,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앞으로의 삶을 위해 전진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마구치는 이렇듯이 매우 복잡한 이야기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상호텍스트성을 통하여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핍진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울러 하마구치가 구사한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은유와 성격화된 공간은 상호텍스트성을 통해서 치유와 성장의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성공적으로 복무한 것으로 보인다.

본고는 <드라이브 마이 카>에 천착하여 하마구치 류스케의 서사 전략에 주목하였다. <해피 아워>, <아사코>, <우연과 상상> 등으로 계속하여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하마구치의 작품 세계를 그의 영화들을 횡적으로 연계하여 상호텍스트성을 고찰하였으면 보다 심층적인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후속 연구와 논의를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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