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최근 2050 탄소중립이 세계적 신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어, 우리나라와 G7 국가에서는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2035~2050년까지 ‘0’로 하는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화석연료 중에서 천연가스는 석탄이나 원유보다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사용중지보다는 점차 그 사용량을 줄여나가는 정책도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원유와 천연가스는 산업규모의 발전으로 그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원료의 수송 효율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강재 개발이 주로 대구경의 고강도, 고인성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되고 있다[1-3]. 유가의 상승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러시아에서 유럽으로의 천연가스관을 통한 국가 간 운송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관을 통한 국내로의 운송도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다.
API(American Petroleum Institute)강은 저합금 고강도(HSLA; High Strength Low Alloy)강의 일종으로, X70은 인장강도가 70 kgf/mm2 응력을 가지는 강을 의미하며, 주로 천연가스관용 라인 파이프 강의 구조재로 사용되고 있다[1,2,4]. 천연가스관용 라인 파이프 강재를 이음매 없는 강관(seamless steel pipe)으로 가공하기 전에 경도와 연성 등의 원하는 기계적 특성을 얻기 위하여 구상화소둔처리를 행하게 되는데, 주로 미세조직이나 내식성에 미치는 열처리 온도와 가열속도의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4-7]. 그러나 API-X70강재에 대한 연구결과는 미미하므로 본 연구에서는 API-X70강의 미세조직과 기계적 특성에 미치는 구상화열처리 유지시간의 영향을 검토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2. 실험방법
본 연구에 사용된 API X70강의 화학조성은 0.08%C - 0.25%Si - 0.11%P - 0.003%S - 0.04%V - 0.04%Nb - 0.015%Ti - 0.025%Al - Bal. Fe 이고, 탄소당량(Ceq.)은 0.340이며, 강의 제조조건은 다음과 같다. 열간압연을 행하기 전의 API X70강의 시편 두께는 250mm이었으며, 이를 1130℃에서 시편을 추출하여 마무리온도는 1000℃로 하여 100mm의 두께까지 압연을 행하였다. 그 후, 850℃에서 다시 25mm의 두께로 압연을 행한 후, 상온까지 가속냉각처리(Accelerated cooling method)를 실시하여 시편을 준비하였다. API X70강에 대한 구상화 열처리 전과 후의 미세조직은 금속현미경(OM)과 전계방사형 주사전자현미경(FEG-SEM, 모델명: Quanta 200 FEG)을 이용하여 관찰하였다. 구상화 열처리는 700℃에서 각각 0, 12, 24, 48시간 유지한 후 공냉처리하였다. ASTM G142 규격의 인장시편(직경; 6.0 mm, 평행부 길이; 28.6 mm)을 이용하여 0.12 mm/min의 변형속도로 상온 인장실험을 행하여, 인장 및 항복강도와 연신율을 구하였다.
3. 실험결과 및 고찰
3.1 초기 미세조직
Fig. 1은 열연 후 가속냉각처리된 API X70강을 구상화 열처리를 행하기 이전의 (a) OM 조직사진과 (b) SEM 조직사진을 보여 준다.
Fig. 1 (A) OM and (b) SEM microstructures of as-received API X70 steel with heat treated by accelerated cooling process
Fig. 1(a)에 열간압연 방향(가로방향)으로 밴드조직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여 주며, 기지금속의 조직은 검은 색의 납작한 형상을 한 pearlite(P)와 다각형의 불균일한 크기를 가진 polygonal ferrite(PF), 그리고 장방형의 미세한 acicular ferrite(AF)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각형의 불균일한 크기를 가진 PF는 열간압연을 행하기 전에 형성되어, 열연에 의해 압연방향에 대한 수직방향으로 연신된 형태를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P에 인접한 PF는 주로 미세한 크기를 가지며, P와 P의 가운데 부분에는 조대한 PF와 미세한 AF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P의 경도가 PF의 것보다 매우 높으므로, 열간압연시 P와 접촉하고 있는 PF는 소성변형이 발생하여 미세한 크기를 가지며, P와 P의 가운데 부분에 존재하는 PF는 상대적으로 P의 영향력이 감소하므로 조대한 것으로 판단된다. Fig. 1(b)에 나타낸 바와 같이, 밴드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은 SEM으로 관찰하면 비교적 조대한 층상의 펄라이트와 미세한 AF가 PF와 함께 혼재되어 존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2,4].
3.2 구상화 열처리시간에 따른 미세조직의 변화
Fig. 2는 열연 후 가속냉각처리된 API X70강을 700℃에서 구상화 열처리 시간에 따른 OM조직의 변화를 나타낸다.
Fig. 2 Changes of OM microstructures during spherodizing holding for (a) 0h, (b) 12h, (c) 24h, and (d) 48h at 700℃ with API X70 steel.
Fig. 2(a)에 나타낸 구상화 열처리를 행하기 이전의 조직은 Fig. 1(a)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열연에 의한 밴드조직이 형성되어 있으며, P와 PF 그리고 AF가 혼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Fig. 2(b)는 12시간 구상화 처리한 조직으로, 구상의 탄화물 입자들이 형성되어 조밀한 분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구상화 기구는 구상화 열처리에 의해 도입된 열에너지의 증가로 인하여, 층상의 펄라이트(P)를 구성하고 있는 박편상의 시멘타이트(cementite, Fe3C)의 표면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전체 계의 에너지를 감소시키려 하는 것이 구동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박편상의 시멘타이트는 분리가 되기 시작하며, 분리된 시멘타이트의 조각들은 표면에너지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구상화되어 미세한 구상의 Fe3C 탄화물이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Fig. 2(c)의 24시간 구상화처리한 조직에서는 구상의 탄화물 입자들의 수도 감소하고, 그 분포 간격도 넓어진 것을 나타낸다. 이 결과로부터, 구상화처리 시간을 24시간으로 증가하게 되면 탄화물의 분해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고온에서 장시간 유지함에 따라서 Fe3C탄화물의 구성원소인 Fe와 C원자들의 확산이 활발해 지면서, 미세한 탄화물들은 분해되어 Fe와 C원자는 기지금속에 재고용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탄화물의 크기와 입자의 수는 12시간 유지한 것보다 감소하며, 그 분포간격은 더욱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상화처리 시간을 48시간으로 더욱 증가시키면, Fig. 2(d)에서 알 수 있듯이 탄화물의 분해로 인하여 Fig. 2(c)의 24시간 유지한 경우보다 탄화물 입자들의 수는 더욱 감소하고, 그 간격도 더 넓어졌으며, 페라이트(ferrite) 결정립의 조대화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증가하거나, 고온에서 유지시간을 증가시키면, 재료 내의 큰 입자가 작은 입자를 소비하면서 입자의 크기가 증가하는 입자조대화로 인하여 입자의 표면에너지가 감소되어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상태로 되려고 한다. 한편, 탄화물과 같은 석출물의 존재는 입계의 이동을 방해하여, 입자조대화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Fig. 2(d)의 경우와 같이, 구상화 처리를 48시간으로 증가하게 되면, 입계의 이동을 방해하는 탄화물 수의 감소 및 그 간격의 증가로 인하여, 페라이트 결정립의 조대화가 발생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3.3 구상화 열처리시간에 따른 기계적 특성의 변화
Fig. 2에 나타낸 바와 같이, 가속냉각처리한 API X70강의 구상화처리 시간에 따른 OM조직의 변화가 강의 기계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하여, 상온 인장시험을 행한 결과를 Fig. 3~5 및 Table 1에 정리하여 나타내었다.
Fig. 3. Stress-strain curve for accelerated- cooling treated API X70 steel
Fig. 4 Changes of stress-strain curve with spherodizing holding time for API X70 steel at 700℃.
Fig. 5 Changes of total elongation, yield and tensile strength with spherodizing holding time for API X70 steel at 700℃.
Table 1. Tensile test results of API X70 steel with spherodizing holding time at 700℃
Fig. 3은 가속냉각처리된 API X70강의 인장변형곡선으로, 저탄소함량의 강재를 인장변형하면 흔히 발현되는 항복점연신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8].
Fig. 4는 가속냉각처리된 API X70강을 12, 24, 48시간 구상화열처리한 것들의 인장변형곡선들을 서로 비교한 것이다.
Fig. 4에서 구상화열처리 시간이 증가할수록 인장강도는 감소하고 연성은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Fig. 3의 변형곡선과는 달리, Fig. 4에서는 항복점연신 현상은 보이지 않는 매끈한 변형곡선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의 기지(matrix)에 존재하고 있는 C, N원자가 인장변형에 따른 전위의 이동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전위는 이들 C, N원자의 장애물을 벗어나기 위해 여분의 응력(즉, 응력의 증가)이 필요하게 된다. 일단, 전위가 장애물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전위의 이동이 쉬워지는 즉, 변형이 잘 되므로 응력의 감소로 나타나는 현상이 일정구간에서 반복되면서 톱니바퀴모양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항복점연신 현상이다[8]. 그런데, 구상화열처리를 행하면, Fig. 2의 조직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층상의 펄라이트내의 박편상의 시멘타이트에서 분리되어 구상으로 된 탄화물 입자에 C원자들이 확산, 응집되어 구상의 탄화물이 조밀하게 대량 형성된다. 따라서, 강의 기지내에 존재하는 C원자의 함량이 감소하게 되어, 인장변형 중에 전위의 이동을 방해하는 C원자의 효과가 약화되므로 Fig. 4의 매끈한 인장변형곡선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고려된다.
Table 1에 인장실험 결과를 수치로 정리하였으며, 이를 Fig. 5에 나타내었다.
Table 1의 하단부, TS ☓ El.의 항에 정리하여 나타낸 바와 같이, 강도와 연성특성을 겸비한 강을 제조하기 위한 적정 구상화처리 조건은 700℃에서는 24시간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Fig. 5에 나타낸 바와 같이, 항복 및 인장강도는 12시간 구상화 처리한 것이 가장 높은 강도값을 나타내었으나, 연신율은 근소한 차이지만, 구상화처리를 하지 않은 것보다 조금 더 높게 나왔다. 그리고, 구상화처리 시간이 24, 48시간으로 증가함에 따라서, 강도특성은 감소하였으며, 연성특성은 증가하는 것을 보여 준다.
12시간 유지한 강에서 가장 높은 강도값을 가지는 이유는 구상의 탄화물이 조밀한 즉, 그 간격분포가 좁게 형성되어{Fig. 2(b)} 전위의 이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의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위가 그 탄화물들을 우회통과(by-pass)하는데 필요한 응력은 그 탄화물 입자간의 간격에 반비례하므로, 더욱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9].
그러나 24시간 유지한 강의 강도는 감소하고 연성은 증가하는 이유는 구상의 탄화물들의 수도 감소하고, 그 분포 간격도 증가하므로{Fig. 2(c)}, 전위가 장애물을 우회통과하여 이동하는데 필요한 응력은 12시간 유지한 것에 비하여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4시간 유지한 경우, 전위이동이 쉬워지므로 소성변형은 잘 일어나게 되어 강도는 감소하고, 연성은 증가하게 된다.
한편, 48시간 유지한 강의 강도는 가장 낮고 연신율은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Fig. 2(d)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시간의 구상화처리로 인하여 탄화물이 분해되어 극히 소수의 탄화물들만 남아 있으며, 그 분포간격도 가장 넓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전위의 이동은 장애물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고 쉽게 이동하게 되므로, 강도는 감소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재료의 항복강도는 결정립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감소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페라이트 결정립 또한 조대화되어 있으므로, 전위이동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입계의 면적은 상대적으로 입자가 미세한 12, 24시간 유지한 강들의 입계면적보다 작아지게 된다. 따라서, 12, 24시간 유지한 강들에 비하여 전위의 이동이 수월하게 되어 강도는 감소하고 연성은 증가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4. 결론
(1) 가속냉각된 API X70강의 미세조직은 열간 압연 방향으로 밴드조직이 형성되어 있으며, pearlite(P)에 인접한 polygonal ferrite(PF)는 주로 미세한 크기를 가지며, P와 P의 가운데 부분에는 조대한 PF와 미세한 acicular ferrite가 형성되어 있었다.
(2) 700℃에서 12시간 구상화처리한 조직은 다량의 구형 탄화물 입자들이 조밀한 분포를 하였으나, 구상화처리 시간이 24 및 48시간으로 증가함에 따라서 탄화물 입자의 수는 감소하고 그 분포 간격이 증가하였으며, 페라이트결정립의 크기는 조대화되었다.
(3) 구상화처리 시간이 증가할수록 인장강도는 감소하고 연성은 증가하였으며, 구상화처리에 의해서 항복점연신 현상은 사라지는 응력-변형곡선의 형태를 보였다.
(4) 강도와 연성특성을 겸비한 강을 제조하기 위한 구상화처리 조건은 700℃에서는 24시간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사사
본 연구는 2019년도 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의 지원을 받은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 핵심연구지원센터 조성지원 과제에서 융합부품소재 핵심연구지원센터를 조성하여 수행된 연구결과임(2019R1A6C101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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