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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ing the Possibility of using Game Character Maengseung

게임 캐릭터로서 맹승(盲僧)의 활용 가능성 모색

  • 구천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 Received : 2021.04.22
  • Accepted : 2021.06.21
  • Published : 2021.08.28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the possibility of using game character Maengseung in game content and to present the method. At first we made a study on the Maengseung's history and cultural status of Korean folklore. Based on this, we reviewed the value and utilization of the character as a cultural prototype in the game content and proposed the basic components of character creation according to the folk cultural characteristics of the character.

본 연구는 게임 콘텐츠에서 맹승(盲僧) 캐릭터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그 방안에 대해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맹승에 관한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적 변천 과정을 검토하였으며, 한국 문화에서 맹승이 갖는 역사적·문화적 위상을 고찰하였다. 이를 토대로 게임 콘텐츠에서 문화원형으로서 맹승 캐릭터의 가치와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맹승이 가지고 있는 민속문화적 특징에 따라 캐릭터 창작의 기본 구성 요소를 제안하였다. 그 구체적 내용으로는 맹승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 안맹(眼盲)과 개안(開眼) 요소라는 외적 특징과 문무를 겸비한 내적 특징을 결합해야한다고 보았다. 또 맹승에 관한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ARPG 장르 게임에서 맹승 모티브를 다루는 게임의 스토리텔링과 메커니즘에 대해 제언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문화원형으로서 맹승 활용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이를 통해 한국 게임 콘텐츠 기획 및 창작 방법에 있어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Keywords

I. 서론

본 연구는 게임 콘텐츠 안에서 ‘맹승’ 캐릭터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그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맹승에 담긴 문화적 함의를 살펴보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여 문화원형으로서 맹승의 가치를 논의하고자 한다. 아울러 이를 통해 문화원형으로서 맹승을 활용하는 방안으로서 게임 캐릭터 기획 및 창작에 대한 방법을 제언하고자 한다. 맹승은 한국 문화에서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민속문화의 여러 방면에 걸쳐 다양한 특징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역사에서 맹승은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맹승은 불교의 성격을 계승하는 동시에 주술적 언어와 행위를 통한 도교적 의식을 행하는 등 민간 신앙에 영향을 끼쳐왔다. 그 가운데 제사, 독경, 음악 등의 활동을 포함하여 문화적 위상을 갖추기도 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와 같은 한국 문화에서 맹승에 대한 위상과 이해를 바탕으로 맹승이 갖는 민속문화적 요소를 활용한 게임 캐릭터 창작 방법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이때 게임 콘텐츠의 매체적 특징은 맹승 캐릭터 활용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기관을 동원하고 상호작용성을 토대로 한 게임은 대중적 흥미를 끌기에 적합하여, 변용가능성이 높은 문화원형으로서 맹승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분야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게임의 매체적 특징을 고려하고 이를 통해 게임 캐릭터의 외적·내적 디자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맹승의 민속 문화적 요소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및 게임 메커니즘에 관한 고찰을 시도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가치를 재발견하는 작업인 동시에 문화 콘텐츠 산업 성장을 도모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한편, 아직까지도 게임 창작은 서양의 신화 및 문화를 차용한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세계 게임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 산업 내 개발영역에서도 역시 서양의 문화코드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게임 개발에 편중되어 있다. 따라서 맹승의 게임 캐릭터 적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논의는 전통 문화의 현대적 보존 및 재창조, 그리고 이를 통한 세계 게임 시장의 진출 및 산업적 성과에 유의미한 논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II. 한국 민속문화에서 맹승의 위상

이 장에서는 맹승에 관한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적 변천 과정을 검토하고, 한국 문화에서 맹승이 갖는 의미를 고찰해고자 한다.

1. 맹승의 역사적 위상

맹승은 일종의 직업으로, 이들은 나쁜 액을 제거하고 복을 부른다는 의미의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하거나 점복을 치는 등의 활동을 주로 한다. 이들은 주술적 언어와 행위를 기반으로 의식을 거행한다. 그러한 의식과정에서는 악신(惡神)을 제거하기 위해 악신의 정체를 확인하고, 또 그 정체에 따라 어르고 달랠 것인지, 혹은 위협하여 잡아 내칠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1].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맹승의 주요 활동 시기는 신라 시대~고려시대(8세기~14세기)이다.

『고려사』에는 ‘사문(四門) 진사(進士) 이제로는 맹승 (盲僧) 법종의 아들이니 과거에 응시하는 것이 합당치 못합니다.’라는 기록이 등장한다[2]. 이는 맹승이라는 개념이 최로 등정한 문헌기록이다. 이때 주목할 만한 것은 맹승이라는 단어가 맹인 승려를 의미하는 것으로, 맹인이 승려와 같은 일을 했다는 점이다. 당시 승려들의 사상이 불교를 기반으로 하는 것에 반면, 맹승의 신앙과 주술의식은 도교를 기반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기록을 살펴볼 때 당시 맹승의 의미는 불교와 도교의 사상이 일부 혼재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왕실을 중심으로 중국 고대 제신(諸神) 들을 대상으로 한 도교의 제사가 시행되었는데, 이때 맹승이 주된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때 구체적인 신앙대상은 태일(太一), 칠성(七星), 노인성(老人星), 성수(星宿), 진군(眞君) 등으로, 맹승은 이들을 대상으로 제액초복(除 厄招福) 의식의 주재를 전담하였다. 고려 때 맹승이 어떤 신분으로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지녔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후 조선시대의 문헌 기록에서는 품계가 높은 재상이라도 그들을 함부로 하대하지 않을 정도의 대우를 받았고, 심지어 성(姓)을 사용하며 종을 거느리기도 하였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3].

이러한 기록을 통해 볼 때 당시 맹승의 사회적 위상이 매우 높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조선시대의 맹승의 역할을 더욱 확대되었다. 조선 초기에는 맹승이 주도한 주술적 행위가 국가적 행사로 용인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16세기 무렵 더욱 뚜렷해졌고, 초자연적 능력을 바탕으로 한 맹승들의 의식은 왕실 내에서도 공공연히 퍼져나갔다. 16~17세기 맹승들의 주요 활동 거점은 명통사(明通寺)였는데, 맹승들은 보름에 한 번씩 이곳에 집결해 경문을 외우는 독경(讀經)과 기도를 하는 축수(祝壽)등의 의식을 행하였다. 당시 맹승의 행색은 흡사 승려와 같아서, 일반적으로 이들은 ‘선사(禪師)’ 라고 불리기도 했다[4]. 이처럼 불교적 의미가 혼재되었던 맹승의 신앙은 조선 중기 이후 더 많은 도교적 요소를 흡수하며 확장하였다. 예를 들어 도교 만신전(万神 殿)에서 모셨던 옥황상제(玉皇上帝), 태상노군(太上老 君), 염라대왕(閻羅大王) 등과 같은 성현(聖賢) 내지 선왕(先王)은 맹승의 주요 신앙 대상이었다. 이러한 도교적 신앙을 기반으로 한 맹승의 점복 및 주술 행위는 사회적으로도 역시 권위를 인정받으며 민간신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실학의 발달로 조선 왕조 내에서 행하던 맹제(盲祭), 독경제(讀經祭), 맹인기우제(盲人祈雨祭) 등이 폐지되는 등 맹승의 사회적 위상은 다소 낮아졌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맹승이 역학(易學)을 학습하고, 도경(道經)과 불경(佛經)을 외우는 등의 행위를 하였고, 20세기 초반까지도 맹승은 전국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된다[5]. 이처럼 조선시대 맹승의 역사적 위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선 중기에 전성기를 맞이하고 후기에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그 영향은 전국적인 민간신앙으로 확산되었으며 한국 무속 신앙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맹승의 문화적 위상

맹승의 주술행위는 한국의 독특한 무속 신앙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맹승이라는 문화원형에 대한 분석 및 개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한국 민속 문화 안에서 맹승의 문화적 위상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맹승의 역사적 지위에 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맹승은 과거 왕실 및 민간 영역에서 제사, 독경, 제액 초복 등의 주요 활동을 해왔다. 제사 활등의 측면에서 볼 때 맹승은 왕실 모시어 받들며, 기우와 관련한 의식 및 전염병 발생 시 이를 다스리기 위한 주술 등을 동원하였다. 또 제액초복(除厄招福) 측면에서 보면 경문을 읽는 주술적 행위, 즉 독경을 통해 제액초복 의식을 행하는 특징을 지녔다.

이때 의식에서 맹승들의 읽는 경문의 범위는 광범위한데, 일반적으로 맹승이 읽는 경문은 ‘안택구명(安宅求 命)’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경전들은 도경(道經)에서 무경(巫經), 기복(祈福)과 양재(禳災), 축사(逐邪)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안택구명 외에도 질병이나 재해를 막는 ‘예방(豫防)’, 수명을 연장해 나가는 ‘연수(延壽)’,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부르는 ‘초혼(招魂)’, 그리고 그 밖에 맹인이 무경을 소리 내어 읽어 살풀이를 하는 구명(求命) 등 목적에 따라 다양한 경문들을 독송하는 의식을 행한다. 이때 경문은 안택고사나 도액(度厄) 등을 할 때 외는『옥추경(玉樞經)』을 포함하여, 연수(延壽)와 양재(禳 災) 기능을 지닌『북두연생경(北斗延生經)』같은 도장(道 藏)에 수록된 도교경전, 대장경에 수록된 잡귀를 쫓을 때 외는『안택신주경(安宅神呪經)』과『천지팔양신주경(天 地八陽神呪經)』등 불교 경전인 동시에 도교적 내용을 포함하며 두 종교와 민속신앙의 절충이 드러나는 경전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6].

이와 같이 맹승의 주요 활동을 다룬 기록 외에도 맹승이라는 인물 유형의 특징을 다룬 연구들이 있는데, 이러한 연구들은 맹승과 그들의 음악 활동의 연관성을 주로 논의한다. 대표적으로 아키코 나가 이(永井彰子)는 조선 시대 전통 음악을 배운 뒤, 관현맹인이 된 맹인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고 있다[7]. 음악활동을 하는 시각장애인으로서 관형맹인을 다룬 이 연구는 맹승과 음악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한 논의를 시사한다. 이 가운데 맹승 음악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맹승 비파’이다. 불교의 신화에 따르면 석가모니는 제자인 엄굴존자(嚴窟尊 者)가 맹인임을 불쌍히 여겨 비파 반주로 『지신다라경 (地神陀羅經)』을 송독하게 하고 토황신(土荒神) 설법 행사에 참여하였는데, 이것이 맹승 비파의 기원이 되었다 [8]. 신라에는 비파를 연주하면서 각지를 여행하는 비파 거사라는 예능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으며, 그들이 『불설지심다라니경(佛說地心陀羅尼經)』을 작성해 독송하였고 이것이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여겨진다. 또 이와 같이 불교에서의 예능인이 비파를 연주하며 경전을 독송하는 모습은 중국의 기록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9].

이 가운데 한국 맹승이 비파가 아닌 타악기를 주로 사용했다는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맹승(盲僧)’이라 불리는 맹인이자, 승려, 그리고 예능인으로서 활동하는 이들은 점차 비파 사용 대신 북과 같은 타악기 사용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맹승이 경전을 외우거나 기도를 드리는 독경과 축수에선 일정한 장단이 비슷한 가락으로지속되는데, 조선 전기의 학자 서거정의 『필원잡기(筆 苑雜記)』에서는 맹인 5-7명이 독경을 하고 3명 이상의 맹인이 타악기 연주를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의식을 담당하는 맹승인 ‘당주’ 한 명이 경쇠, 즉 점을 치는 맹승이 경을 읽을 때 흔드는 종지 모양의 작은 방울을 흔들고, 다른 한 명은 북 반주를 맡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소리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독경이 진행됐다[10]. 이러한 한국 맹승의 차이는 한국 민속 문화에서 독창적으로 드러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이상 맹승의 역사적 위상 변화를 통시적 관점에서 시간 순서에 따라 요약하는 한편, 맹승의 기본 활동으로서 제사, 독경, 음악활동을 정리하고 그 문화적 위상을 살펴보았다. 이와 같은 한국 민속문화에서 맹승의 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 장에서는 맹승이 갖는 민속 문화적 요소를 활용하여 게임 콘텐츠에서의 맹승 캐릭터 창작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Ⅲ. 게임콘텐츠에서 맹승 캐릭터의 활용 가능성

Ⅲ장에서는 Ⅱ장에서 살펴본 맹승의 민속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게임 콘텐츠 안에서 문화원형으로서 맹승의 적합성을 탐구하고 맹승 캐릭터 창작의 기본 구성요소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1. 맹승 캐릭터의 활용 가치

오늘날 문화원형이 지니는 문화적 함의를 바탕으로 그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대적 의미로 새롭게 재창조하는 작업은 문화콘텐츠 학계 및 세계 문화 산업 내 주된 흐름 중 하나이다. 이는 자국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동시에 문화콘텐츠 산업 성장을 도모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때 원형이란 고유성과 정체성을 초점에 맞추어볼 때 ‘본디 모양’이란 뜻이며, 이에 따라 문화원형이란 전통문화 가운데 그 민족 또는 그 지역의 특징을 잘 담고 있어 다른 지역 및 민족과 구별되는 본디 모습에 해당하는 문화를 뜻한다[11]. 이에 본 연구는 한국 민속문화 안에서 맹승의 가치를 탐구하고, 문화원형으로서 맹승을 활용한 콘텐츠 창작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한·중·일 문화콘텐츠에 모두 맹인 승려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이들의 특징은 제각각이다. 일본의 문화 콘텐츠 에서 맹인 승려는 맹인 음악가로서 볼 수 있다. 종교음악을 연주할 때 맹인 승려 사용하는 맹승 비파는 오늘 일본 비파의 한 종류로 되었다. 일본 역사의 변천에 따라 맹승 비파로 연주되는 내용은 역시 불교 음악에서 오락 음악으로 변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 맹승의 주된 기능은 음악 연주가 아니라 음악은 종교의식의 보조 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역사가 흐르면서 맹승이 독경할 때 사용하는 악기도 타악기로 변화하였다. 이는 한국 맹승과 일본 맹인 승려를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국문화콘텐츠에는 맹인 종교인들도 존재한다. 맹인 승려나 맹인 도사의 경우 보통 그들이 속하는 종교가 명확하고 예지 능력이나 점복 능력이 도출하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도 비교적 드물고 자주 단독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한국의 맹승은 불교·도교·민간신앙 등 다양한 신앙체계를 아우르는 규모가 된 직업군이다. 이는 한국 맹승과 중국 맹인 종교인의 차이점이다.

맹승은 맹인과 승려의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으며, 제액초복의 주술 행위와 맹인독경, 맹승 음악, 제사, 점복 등과 같은 여러 민속신앙적 요소를 포함한다. 이처럼 맹승은 한국의 독특한 민속 문화의 요소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 및 지역의 문화와는 구별되는 고유성과 정체성을 지닌 입체적 문화원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문화원형으로서 맹승을 특히 게임 콘텐츠캐릭터 창작에 적용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콘텐츠 성격의 측면에서 게임 콘텐츠의 상호작용적 특징은 맹승 캐릭터 활용에 적합하다. 앞서 논의한 내용과 같이 맹승은 시대에 따라서 다양한 변화를 거쳤으며, 그에 따른 여러 위상 및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맹승은 고정된 원형으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변용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게임 콘텐츠는 수용자의 시각, 청각, 촉각 등 여러 감각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수용자가 콘텐츠를 독창적으로 재구성하게끔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문학, 영화와 같은 전통적 서사에 기초 하는 다른 문화콘텐츠와는 다른 차별화된 특징이며, 이러한 게임 콘텐츠의 속성은 수용자의 참여를 통해 콘텐츠의 독창적 재창조가 가능하게 한다. 이에 따라 게임 콘텐츠에서 맹승 캐릭터가 활용 될 때, 게임 수용자는 맹승 캐릭터를 직접 만들고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고정된 서사 흐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게임 스토리 안에서 독립적 창작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즉, 게임은 다른 문화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수용자에게 많은 자유도를 부여하여 맹승 캐릭터의 다양한 변용 및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둘째, 게임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접근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게임 콘텐츠에서 맹승의 활용은 전통문화 개발·진흥과 더불어 동시에 산업적 성과를 함께 기대할 수 있다. 게임은 다양한 감각을 동원하고 상호작용성을 갖춘 매체의 특징에 따라 대중의 흥미를 쉽게 이끌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으며, 콘텐츠 수출에도 용이한 산업적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콘텐츠의 산업적 가치가 이미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콘텐츠 내에서 한국 문화콘텐츠 창작 및 활용은 아직까지도 미비할 실정이다. 특히 판타지 게임 내에서 서양의 신화 및 민속 문화를 차용한 콘텐츠 창작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에 반해, 한국의 문화 요소 활용은 찾기 어렵다. 한국 게임 개발 영역에서도 역시 서양의 문화코드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게임 개발에 편중되어 있다. 따라서 문화원형 요소를 활용한 게임콘텐츠를 기획 및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한국 전통 문화의 현대적 보존·재창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세계 게임 시장의 진출 및 산업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맹승의 활용은 오늘날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제고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긍정적 의의도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볼 때 맹승들이 행했던 각종 행사들은 한국 시각장애인들의 직업 실태와 연계되어 있으며, 이는 시각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국가의 복지적 차원과도 관련이 있었다. 조선시대엔 관현맹인이나맹승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궁중에서 연주를 하는 악사나 나라를 위해 기도를 드리는 역할은 시각장애인이 도맡아 하였다. 이러한 맹승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맹승과 그 배후에 있는 맹인들의 문화적 위상에 주목하였다. 서울시는 전통신앙 의례인 ‘서울맹인독경’을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8호로 지정하였으며, 사단법인 대한시각장애인역리학회 서울지부와 채 수옥(77) 씨를 각각 보유단체와 보유자로 인정한 바 있다[12].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의 직업 및 경제 활동에 여러 제한이 따른다. 장애로 인해 활동 범위가 좁을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가 뛰어난맹승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을 제안할 때에 맹인과 맹인단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맹승을 게임 캐릭터로 재창조하는 것은 단지 새로운 게임캐릭터를 만든다는 의미를 넘어 맹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2. 맹승 캐릭터의 창작 기본 구성 요소 제안

문화원형으로서 맹승이 지니는 활용 가치를 바탕으로, 게임 콘텐츠 내에서 맹승 캐릭터 창작에 필요한 구성 요소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이는 맹승의 지니는 원형적 특징을 토대로 하며, 이를 범주화하면 ‘안맹과개안 요소’, ‘승려 캐릭터의 창조적 탈구축’, ‘조력자에서 주인공으로의 변화’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2.1 안맹(眼盲)과 개안(開眼) 요소

게임 콘텐츠 창작에 있어 캐릭터 디자인은 게임의 세계관 및 스토리텔링을 반영해야하는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이며, 게임 캐릭터 디자인에서 고려해야할 사항은 크게 외형 디자인과 캐릭터 능력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맹승의 외형적 특징 및 성격을 고려해 ‘안맹’과 ‘개안’ 요소를 적용한 캐릭터 디자인을 제안하고자 한다.

캐릭터 외형 디자인 측면에서 맹승이 지니는 가장 뚜렷한 외형적 특징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과 승려의 행색이다. 맹승의 외형을 구체적으로 다룬 역사적 자료는 매우 적지만, 맹승이 지니는 시각 장애로서 안맹(眼盲) 과 승려의 특징은 캐릭터 외형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논점을 제공한다. 『조선도교사』에는 맹승의 외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이 되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모든 맹인이 삭발을 하여 맹승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들의 거처는 명통사라고 불렀으며, 이에 따라 맹승도 선사라고 부른 것이다[13].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맹승의 외형적 디자인의 특징은 크게 안맹(眼盲)과 승려 분장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우선 맹승 캐릭터의 복장 설계는 그가 처한 시대적 배경과 신분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 『고려도경』에 따르면, 승려의 신분에 따라 그들의 승복 양식에 차이가 있다. 등급은 높은 데서 낮은 순으로 주로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등급이 가장 높은 국사복(國師服)이 납가사(衲 袈裟)·장수편삼(長袖偏衫)·자상(紫裳)·금발차하(金跋遮 下)·오혁영리(烏革鈴履) 등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 다음의 삼중화상대사복(三重和尙大師服)에 자황첩상(紫黃 貼廂)의 복전가사(福田袈裟)에 장수편삼·자상을 착용하였다. 그 다음 등급인 대덕복(大德服)에 단수편삼(短袖 偏衫), 괴색(壞色:황색·홍색·적색을 섞은 색) 괘의(挂衣) 와 황상(黃裳)을 착용하였다. 그 다음 네 번째 등급인 사미비구복(沙彌比丘服)에 괴색 포의와 자상과 납의를착용하였고 마지막 등급은 재가화상복(在家和尙服)에백저착의(白紵窄衣) 와 요속조백(腰束皁帛)을 착용하였다. 이후 조선 시대에도 스님들의 옷차림은 비슷한 규정이 있었다[14]. 세종시대에 이르러 『세종실록』에 따르면 승려의 장삼은 검은색과 흰색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승려들은 염색하지 않은 회색 장삼을 입었다[15].

이들 문헌을 종합하면 승복에도 세심한 규범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게임에서 승복을 입은 맹승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에는 게임 서사 속 맹승 캐릭터의 구체적인 위상에 부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역사적 디테일도 참고해야 적절한 복장을 디자인해 낼 수 있다. 게임 속 맹승이 덕망 높은 법사라면 높은 등급의 승복을 착용 할 수 있고 또 게임 속 맹승 캐릭터가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이라면 처음에는 기본적인 흰색이나 회색 승복을 착용해야 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색채 관념에서 태양의 빛을 상징하는 흰색은 신성한 의미를 지닌다. 종교인의 백의는 거룩함과 종교의 순수성을 상징한다. 맹승은 흰색 승복을 입은 민속 캐릭터로 겉모습만 따지면 단정하고 대중에게 인정받기 쉬운 역사적 캐릭터다. 또한 게임 서사의 전개에 따라 맹승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높은 등급의 승복은 고품질의 아이템인 형식으로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성장형 서사로 특화된 게임 콘텐츠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다.

맹승 캐릭터를 위해서는 외형 디자인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지니는 성격 및 능력에 대한 설정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맹승의 신앙에서 안맹과 개안(開 眼)이 지니는 의미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태을금화종지(太乙金华宗旨今译)』 1장에서는 '注想天心, 天心居曰 月中...'(하늘의 중심(天心)에 '초점'을 맞추고 계속 쏟아붓는 것이다. 하늘의 중심(天心) 해(日)와 달(月)의 가운데에 있는데...)[16]와 같은 대목이 등장하는데, 하늘의 중심(天心)은 해와 달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해와 달은 왼쪽 눈과 오른 쪽 눈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 가운데 위치한 하늘의 중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도교 문에서 말하는 개안(開眼), 개천안(開天眼) 을 의미한다. 불교 『금강경』에도 오안(五眼)에 관한 유사한 내용이 있다. 불교에서는 진리를 몸으로 체현한 자이자 열반에 다다른 자를 뜻하는 ‘여래’의 오안(五眼) 에 대해 말하는데, 육안(肉眼), 천안(天眼), 혜안(慧眼), 법안(法眼), 불안(佛眼)이 이에 해당한다[17]. 이 다섯 가지가 비록 다 다르지만 결국은 하나의 세계에 근거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오안(五眼)은 사물의 현상과 본질을 관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육안(肉眼)이란 보통 사람의 눈을 말하는데, 가시광선에서 나타나는 사물을 육안으로 볼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반면 천안(天眼)은 원근, 전후, 내외, 주야, 상하 등 곳곳을 지장 없이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후의 혜안(慧眼), 법안(法眼), 불안(佛眼)은 완전히 불학의 관점에서 우주를 보는 다른 방식이었다. 불교의 오안(五 眼)중에서 맹승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디자인은 ' 천안(天眼)'이다. 맹승은 육안으로서의 시각을 잃었지만 현재 과학경험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은 일반인에 비해 청각·후각·촉각에서 민감도가 높다. 그래서 맹승은 육안(肉眼)기능은 잃었지만 동시에 다양한 존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천안(天眼)을 얻었다.

이러한 맹승의 특징 및 성격을 게임 캐릭터에 창작에 적용할 때, 맹승 캐릭터는 안맹의 외형적 특성을 갖고 있지만 천안(天眼)으로 게임세계를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설정될 수 있다. 천안 설정은 천계(天 界)의 천인(天人)들이 지닌 눈이고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리킨다. 천안은 천인들에게는 본래 타고난 눈이지만, 맹승은 선정(禪定)의 수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이는 게임 내 문제 해결 상황에서 게임의 세계관 및 스토리텔링에 따라 맹승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설정에 있어 중요한 모티프로 활용할 수 있다.

2.2 승려 캐릭터의 창조적 탈구축

게임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에는 캐릭터 외형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지니는 배경 및 설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즉 캐릭터의 원형과 그 성격이 반영된 캐릭터디자인이 이루어질 때 독창적인 캐릭터 모델링이 가능해지며, 이때 플레이어 역시 캐릭터를 통해 더욱 풍부한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맹승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 맹승의 독경과 음악이라는 민속 문화적 성격을 차용하고자 한다. 이에 앞서 현재 게임 콘텐츠 가운데 맹승과 유려한 승려 캐릭터 유형들을 고찰을 선행하고자 한다. 이를 테면 『리그 오브 레전드』의 ‘리신’, 『오버워치』의 ‘젠야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의 ‘수도사’ 등의 사례가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제공하는 시사점을 참고하여, 맹승 캐릭터 디자인의 구체적 방법으로서 ‘문무 겸비 요소’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현존하는 게임 내 승려 캐릭터의 내용은 아래의 [표 1]과 같다.

표 1. 승려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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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은 모두 승려 캐릭터의 강한 격투 능력을 강조한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들이 캐릭터를 조종하는 몰입감을 강화하기 위해 현존하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승려 캐릭터가 무술(武術)을 하는 무승(武僧) 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서양 게임에서는 동양 무술(武 術)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캐릭터를 디자인한다. 이런 게임 속의 승려 캐릭터는 항상 튼튼한 신체와 뛰어난 무예를 가지고 있다. 중국 게임 속 승려 캐릭터의 문화적 원형은 무술 문화가 있는 소림사(少林寺) 스님이다. 게임에서도 스님의 근거리 격투기가 더욱 강조된다. 현재 한국 게임에는 맹승을 모티브로 한 승려 캐릭터가 아직 없다. 그러나 문화적 원형의 측면에서 보면 주술과 독경을 일삼는 한국의 맹승은 근거리 격투하기보다는 원거리 공격에 능한 마법사와도 같은 존재이다.

맹승 캐릭터가 이와 유사한 승려 캐릭터와 비교할 때 차별화된 지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이와 유사한 설정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적합한 문화적 요소를 가미할 필요가 있다. 맹승과 승려 캐릭터의 관계는 ‘아이언맨’과 ‘베트맨’의 캐릭터 설정 측면에서 비교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아이언맨과 베트맨은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캐릭터가 돈이 많은 부자라는 점, 팀 내에서 작전을 전략으로 수행하는 역할이라는 점, 과학기술 장비를 활용한다는 점 등 유사한 설정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캐릭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수용된다. 이는 캐릭터 성격 설계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교 양상은 승려 캐릭터와 비교하여 맹승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도 중요한 논의를 제공해준다.

이에 본 연구는 맹승 캐릭터가 승려 캐릭터와 비교할 때 갖는 차별화된 지점으로서 공격성뿐만 아니라, ‘맹승 독경’, ‘맹승 음악’등의 원형적 성격을 결합해 문무를 겸비한 캐릭터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앞 선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맹승들은 경전을 읽는 행위와 함께 음악적 활동을 추구하였으며, 이때 사용하는 악기는 비파에서 경쇠, 북 등의 타악기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에 착안하여 게임에서 맹승 캐릭터는 음악적 요소를 활용할 수 있는데 이는 음악 게임, 즉 플레이어가 음악과 리듬에 맞춰 동작(화면 지시에 따라 버튼, 펌프, 악기 모방 컨트롤러를 사용함)을 수행하는 게임 사례들을 참고할 수 있다.

대표적 음악게임으로는 2001년 남코에서 발매한 『태고의 달인』시리즈와 2005년 한국 T3 Entertainment 가 개발한 『오디션 온라인』이 있다. 『태고의 달인』은 일본의 축제 테마를 바탕으로, 북을 두드리는 방식의 간단한 조작을 특징으로 하는 음악 게임이다. 이 게임은 일본 전통 악기인 태고를 활용해 '태고' 모양의 컨트롤러를 두드려서 실제 태고를 연주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한편 PC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오디션 온라인』은 게임의 조작성과 커뮤니케이션 성격에 집중하여, 한국 전통 민속음악 보다 한류 음악, 패션 등 현대적 트렌드를 가미하는 데 치중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장하면서 두 게임 모두 모바일 게임으로 플랫폼을 확장했는데, 게임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의 기본 메커니즘에 큰 차이가 존재하진 않는다. 이에 중국 모바일 게임 가운데 중국의 전통문화와 음악이 결합된 게임 『니산샤먼』은 맹승과 관련된 게임의 메커니즘 구축에 중요한 참고점이 될 수 있다.

『니산샤먼』은 중국 북방의 소수민족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음악 게임이다. 니산샤먼은 동명의 신화 ‘니산샤먼전’을 원작으로 각색한 게임이다. 게임 스토리는 '니산'이라는 여성 샤먼이 자신의 신력을 통해 저승으로 내려가 온갖 위험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고한 아이들의 영혼을 되찾아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의 전체 디자인은 중국 고유의 종이 공예인 ‘전지(剪紙)’로 표현되었으며, 소수 민족의 신비로운 음악 요소도 활용되었다. 이렇듯 게임은 시각적·청각적 요소를 활용해 민간 신화를 재현하였다. 『니산샤먼』은 음악 게임이지만 여타의 음악게임과는 차별성을 지니는데, 이 음악 게임은 플레이어의 리듬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특한 뮤지컬 형식으로 게임 서사를 풀어나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사례는 맹승의 음악 활동의 성격을 활용한 캐릭터 설정에 있어 중요한 논의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게임 내에서 캐릭터가 비파, 경쇠, 북 등을 선택하여 의식을 행하고 그에 맞는 게임 스토리가 전개되는 방향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시각장애인 독경 의식 과정에 따르면 독경 의식은 '부정치기: 당주 혼자- 천수경: 선후창-대다라니: 합송-신명께 보고: 당주 혼자-배청:선후 창'을 먼저하고 이어 필요한 경문들을 읽게 된다. 그리고 독경의 장단 유형에는 '3·2·3·2'장단계통, 6박자 계통, 4박자 계통, 2박자 계통 등 4가지 계통의 장단 유형들이 있다[21]. 이렇듯 맹승 독경 의식과 경문의 음악적 요소를 활용한다면 한국 맹승 캐릭터만의 독특한 설정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의 공격성 측면에서 볼 때 맹승의 무예 성격은 벽사치 병을 비롯한 맹승 특유의 주술행위를 활용하여 설정할 수 있다. 안상경은 한국의 맹승과 일본의 음양사를 비교하며 맹승의 능력을 설명하였는데, 맹승의 능력은 역병 퇴치 ․저주(咀呪) 및 염승(厭勝), 점복과 같은 일신의 안위와 미래 예견, 기우 및 기청 승전(勝戰)이 있다[22]. 이런 주술적 행위들은 게임의 수치 디자인과 액션 디자인에 따라 게임 내 맹승 캐릭터의 스킬로서 활용될 수 있다. 또 맹승의 동작을 디자인할 때에는 이미 기존 승려 캐릭터의 근거리 타격 스킬과 차별화하여 주술적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게임 내에서 맹승 캐릭터가 싸우는 대상으로서는 그들과 갈등 관계에 있는 역신, 잡귀 및 잡신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포켓몬스터』, 『원신』과 같은 게임을 참고할 수 있다. 또한 『삼국유사』, 『삼국사기』, 『옥추보경』, 『천예록』, 『귀신설화집성』등에 기록된 귀신의 이미지를 참고하여 한국의 귀신을 현대적으로 재변용할 수 있다.

2.3 조력자에서 주인공으로의 변화

본 절에서는 앞서 논의한 맹승 캐릭터의 외형 디자인과 성격 설정에 대한 기초적 제안을 바탕으로 게임 스토리텔링과 이와 관련된 게임 메커니즘에 대해 제안하려고 한다. 이에 관련해 우선 기존 승려 캐릭터의 활용과 확장 가능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이는 맹승 캐릭터의 활용과 확장 가능성 측면에 있어서도 중요한 논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승려 캐릭터는 일반적으로 게임 내에서 조연으로 자리매김하였었고,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한 캐릭터 중하나이다. 승려가 조력자 역할로서 기능한 것은 게임콘텐츠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콘텐츠 사례에서도 확인되는데, 승려 자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예를 들어 MBC『신돈』(2005), 『천일야사』 54회(2016), 중국드라마 『무심법사』(2015) 등이 있다. 이러한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승려는 콘텐츠 내에서 조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로서 기능하는데, 이는 승려에 대한 인상이 신앙에만 치우치거나 탁월한 능력을 통해 주인공을 돕는 등 인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서사 내 주인공의 조력자로서 기능하는 승려 캐릭터는 서사의 각도를 전환한다면 충분히 확장 및 발전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원형적 캐릭터에 대한 활용 측면으로 현실세계의 승려가 스토리텔링의 캐릭터로 전환될 때 그가 대응한 원형적 캐릭터를 보글러· 보이틸라의 원형적 유형론에서 찾을 수 있다. 융의 원형이론을 토대로 보글러의 원형적 유형론은 일곱 가지 원형적인 캐릭터 유형을 스토리텔링에 기여하는 기능 면에서 구분하였다. 각각 영웅, 조언자, 관문수호자, 전령, 변신자재자, 그림자와 트릭스터라는 원형적 캐릭터로 나누었다[23].

맹승은 탁월한 주술 능력 때문에 스토리텔링에서 항상 영웅을 이끌어준다는 기능을 갖는 조언자 역할을 담당한다. 그의 구체적인 역할은 영웅에게 동기 부여, 그리고 정보 제공, 방향제시 등이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확실히 승려 캐릭터의 주술적 실력에 대한 긍정일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에서 승려가 종교적 사상에 대한 해석과 영웅 캐릭터를 계도하는 등 에피소드는 자주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항상 승려 캐릭터를 '정신적 스승' 의 역할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성장형 서사의 특징을 갖는 게임에서 승려는 이러한 ' 멘토' 캐릭터에서 벗어나 스스로 영웅 캐릭터로 될 수 있게 되었다.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에서 영웅 캐릭터는 뛰어난 외모와 완벽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맹승은 외모에 결함이 있는 인물로 이 설정에 맞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현대의 스토리텔링에서는 영웅에 대한 정의가 더 광범위하고, 외모적인 조건보다는 영웅이 봉사와 희생의 성격을 갖췄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 『세키로』(2019)의 주인공 세키로는 주군을 구하려다 왼팔을 잃은 영웅 캐릭터다. 잃어버린 왼팔 대신 그가 의수를 착용한다. 이 의수도 세키로의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 맹승도 이와 비슷한 영웅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맹승은 시력을 잃었지만 천안으로 사방을 살필 수 있었다. 그의 안맹은 어떤 사물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한 대가일 수도 있다. 영웅 캐릭터로서의 맹승은 시종 끈기를 가지고 광명을 되찾거나 자기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여정을 펼치면서 종교적 사상을 깨닫게 된다. 아니면 부정적인 변신자재자로도 될 수 있어서 강력한 주술로 영웅의 여정에게 방해를 준다. 이와 같이 서사 각도의 전환을 통해 게임 스토리텔링 안에서 맹승 캐릭터의 위상이 확대될 경우 그 활용 가능성 역시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고찰을 바탕으로 게임 기획 관한 간략한 아이디어를 모색할 수 있다. 서사적 측면에서 게임 스토리텔링은 맹승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결합할 수 있다. 이를 테면 고려 원종(1259-1274)때 맹승(盲僧) 백랑 (伯良)이 류종직 등의 음모 사건에 점을 쳐 준 일이 발각되어 김준에게 잡혀 바다에 던져 죽임을 당하고, 그의 집도 적몰(籍沒)당했다는 사실이 있다[24]. 이에 착안하여 게임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질 경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다. 이때 게임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는 역모 사건에 휘말린 맹승으로 설정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을 보전하기 위해서, 또한 국가와 왕실의 안녕을 위하여 역모 단서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조사과정에서 이 역모에는 조정의 여러 세력, 심지어 귀신까지 가담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전투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자신의 천안(天眼)으로 바라보는 게임 내 세계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 역사 기록을 참고하여 ‘명통사(明通寺)’와 ‘우상신전(偶像神殿)’와 같은 장소를 구축해 캐릭터의 거점이나 출생지 등을 설정할 수 있다.

맹승이 역모에 관한 비밀을 풀어나가는 메인 플롯을 중심으로 서브플롯 구축도 가능한데, 이는 민간신앙 안에서 맹승의 역할 고찰을 통해 가능하다. 이를 테면 맹승은 자신의 독경, 음악, 점복, 풍수 보기, 귀신 퇴치 등의 능력으로 백성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또 귀신 퇴치 과정에서 각종 요괴를 모아 한국 귀신도 감을 완성하는 등의 부수적인 게임 목적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서브플롯에 따른 게임 퀘스트 제공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메인 플롯과 관련된 단서를 얻으며 게임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맹승과 관련된 민속문화를 구체적으로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조력자가 아닌 주동 인물로서 기능하는 맹승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한 게임 장르로서는 액션 롤플레잉 게임(ARPG)1이 적합하다. 원형으로서 맹승에 관한 역사적 기록과 민속문화적 성격이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샌드박스 유형의 게임을 참고할 수 있다. 샌드박스 게임은 비선형 게임, 오픈 게임이라고도 하며, 게임 내에서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 넓고 NPC(non-player character) 및 게임 내 환경과 상호작용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을 지닌다. 또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게임의 내용을 탐색하고 창조하며 재구성할 수 있다. ARPG 장르 역시 플레이어가 높은 개방성을 지닌 게임 세계를 필요로 하며, 이러한 샌드박스 유형에 따라 게임이 구현될 때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게임 세계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이상 게임 콘텐츠의 성격과 맹승 원형의 연계성 및 산업적 기대효과 등을 통해 문화 원형으로서 맹승의 가치를 탐색하고, 맹승의 성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맹승 캐릭터 창작의 기본 구성요소를 제안하였다.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는 안맹(眼盲)과 개안(開眼) 요소, 문무를 겸비한 요소가 활용될 수 있다. 또 장르의 측면에 있어서 ARPG에서 맹승 모티브를 다루는 게임의 스토리텔링 메커니즘에 대해 제언하였다. 그 내용은 정리하면 아래의 [표 2][표 3]과 같다.

표 2. 맹승 캐릭터의 디자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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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맹승 모티브의 ARPG게임 디자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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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결론

본 연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 민속문화 내 맹승 관련 문헌 기록을 살펴보고, 맹승의 역사적·문화적 위상을 파악하였다. 맹승의 역사적 위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였으며, 구체적으로 조선 중기에 전성기를 맞이한 뒤 후기 실학의 영향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시대 흐름 가운데 맹승의 민속신앙과 그 영향력은 한국 문화 내에서 꾸준하게 확산되어 왔다. 또 문화적 위상의 측면에서 맹승은 제사, 독경, 맹승 음악 등의 성격에 기초한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한국민속문화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은 맹승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게임 콘텐츠에서 맹승 캐릭터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이를 위해 맹승과 관련한 민속자료를 살펴보았으며, 그 결과 맹승은 다른 민족이나 지역의 문화와 구별되는 고유성과 정체성을 갖춘 문화원형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게임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한국 게임 콘텐츠 내에 문화 요소의 활용이 부족한 상황이며, 맹승 관련 콘텐츠 창작은 유의미한 시도로 여겨진다. 이 외에도 맹승 캐릭터의 창작은 시각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제고라는 긍정적 의의를 지니기도 한다. 이와 같이 맹승 캐릭터의 활용과 가치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하여 맹승의 민속문화적 성격에 따라 맹승 캐릭터 창작의 기본 구성 요소에 대해 제안하였다. 본 연구는 게임콘텐츠에서 맹승 캐릭터는 안맹(眼盲)과 개안(開眼) 요소, 문무를 겸비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ARPG게임에서 맹승 모티브를 다루는 게임의 스토리와 게임의 메커니즘에 대해 조언하였다. 지면의 제약으로 인해 구체적인 게임 기획안을 정리하지 못했으나, 이러한 연구는 한국 게임 콘텐츠 기획 및 개발에 있어 단초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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