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원격 서비스는 거리, 시간, 공간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이나 전화 등의 통신망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서비스 제공자와 대상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형태를 말한다[1]. 국내에서는 교육이나 경제, 상업 등의 영역에서 원격서비스가 실시된 지는 오래되었으나 의료나 재활 분야에서는 연구 이외의 본격적인 재활 서비스의 제공은 이제 시작단계라 할 수 있다[2-4].
미국언어청각협회(American Speech Hearing Association, 이하 ASHA)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원격을 통한 언어재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원격재활(telepractice)’이라는 용어를 정립하고[5] 전문성과 서비스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관련 법률과 규정 확립, 홍보와 전문가 교육 및 연구를 발전시켜왔으며, 언어 재활 임상 현장에서 원격히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ASHA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4년에 원격 언어재활 경험이 있는 언어재활사 비율이 약 55%에서 2016년 현재 기준으로 약 65%로 증가하였다[6].
ASHA는 원격재활 서비스의 기본 윤리로 직접적 인대면 재활과 최소 동등한 효과가 가능할 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7]. 따라서 대면 이상의 효율적 원격재활 서비스를 위해선 단순히 기존의 대면 재활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하는 전달 형태의 변화 차원 이상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한다.
원격 언어재활과 관련한 국외의 선행연구들에서 5-9 세의 일반아동을 대상으로 원격과 대면으로 언어 검사인 CELF-4(Clinical Evaluation of Language Fundamentals-Fourth Edition)를 실시한 결과 두 방법 간에 유의한 점수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8].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조음평가에서도 원격과 대면 간의 평가 결과에 차이가 없었다[9].
난청 아동들을 대상으로 원격과 대면 집단 간의 AVT(Auditory Verbal Therapy) 중재 효과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두 집단 간 유사한 언어 향상을 보고하였다 [10]. 학령기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7개의 원격 언어 재활 관련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11] 와 자폐범주성 아동들과 부모 대상의 원격 재활 관련 논문 12개의 결과를 고찰한 문헌 연구에서도 원격 언어 재활의 효과성을 시사하였다[12].
1995년에서 2011년까지 음성, 언어 및 청각 장애를 대상으로 한 원격 방식의 언어 진단과 중재에 대한 연구보고서와 관련 문헌들을 체계적으로 고찰한 Edwards, Stredler- Brown, and Houston(2012)은 원격 서비스가 초기 주로 성인과 학령기 아동 대상에서 점진적으로 영유아 및 어린 아동으로 확대되었으며, 대부분의 연구에서 기존의 직접 대면 방식과 원격 진단 및 치료 서비스 간의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보고한 바 있다[13]. 이러한 국외의 선행 연구들은 언어장애 아동의 언어 평가와 중재에 원격 시스템의 효과적인 적용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원격 언어재활은 시공간적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14]. 따라서 지리적 장벽, 교통수단의 제한, 보호자의 부재와 같은 인적 자원이나 시간적 제한 등의 다양한 이유로 언어재활 기관의 방문이 어려워 평가나 중재가 지연되거나 중지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급작스런 팬데믹상황을 경험하면서 국내의 언어재활 분야에서도 원격서비스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내에서도 효율적인 원격 서비스 제공을 위한 체계적 준비와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
아동의 언어재활 현장에 원격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근거 기반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대면 대비 원격의 효율성 평가이다. 국내의 아동 언어 재활에서 원격 시스템 적용은 초기 단계이다. 국내에서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원격 언어재활의 적용을 위한 효과 검증은 국외나 국내의 다른 재활 분야에 비해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15][16]. 국내의 23명의 언어재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연구에서 원격언어재활의 경험이 있는 언어재활사는 단 1명뿐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17].
본 연구에서는 언어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대면과 원격의 방법을 사용한 언어평가 결과를 비교하여 원격 언어평가의 효과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첫째, 표준화된 언어검사 도구인 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Test(이하 REVT)[18]를 사용한 대면과 원격 검사 점수 간의 상관관계 및 차이를 검증하였다, 또한 원격 검사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분석을 위하여 본 연구에 참여한 아동들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원격 검사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였다.
Ⅱ.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의 아동 대상자는 원격검사의 특성상 검사자가 아동과 한 공간에서 검사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점과 원격으로 기기를 사용하여 검사를 해야 하는 한계점을 고려하여 주의력 및 착석 등의 행동 문제가 너무 심각하지 않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구체적인 선정 조건들은, (1) 언어재활 관련 기관에서 실시한 언어 평가에서 언어발달 지체로 평가된 아동, (2) 주 양육자나 언어재활사에 의해 컴퓨터 화면 집중과 일정 시간 착석 유지 및 지시따르기에 큰 무리가 없다고 보고된 아동, (3) 검사문항의 보기 선택을 위하여 스스로 1~4 의 숫자를 읽고 선택하여 말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아동이었다. 숫자 읽기가 가능한 아동의 선정 이유는 본연구의 원격 검사에서 검사자가 아동이 화면의 보기 중 무엇을 지적하는지 볼 수 없기 때문에 아동이 보기 번호를 말해야 하는 한계에 의한 것이었다. (4) 검사 도구에 대한 학습효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최근 3개월 이내에 REVT 검사를 받은 적이 없는 아동으로 선정하였다.
최종적으로 REVT의 원격과 대면 점수 간의 비교를 위한 아동 대상자는 서울, 경기, 충남, 경북 및 기타 지역에 거주하는 만 5~6세 언어발달장애 총 23명이었다[표 1]. 이 중, 언어발달의 지체 이외에 동반장애를 갖고있는 대상자는 5명(ASD 3명, ID 2명)이었다. 아동들은 모두 언어재활을 받고 있는 아동들이었다. (2) 원격 검사에 대한 부모 만족도 조사를 위한 대상자는 이 아동들의 주 양육자 23명이었다.
표 1. 아동 대상자 정보 요약표
2. 연구도구
2.1 언어검사 도구
아동의 언어능력 검사는 국내의 언어재활 임상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준화된 어휘 검사도구인 REVT를 사용하였다. REVT는 2세 6개월의 아동부터 16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표준화된 어휘검사로 수용어휘력검사와 표현어휘력검사로 나뉘어 있다. REVT의 수용어휘력검사는 검사자가 아동에게 목표 단어를 들려주고 제시한 네 개의 보기 그림 중에서 단어에 해당하는 보기를 고르도록 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반응 방법은 그림을 직접 지적하거나 번호를 말하는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REVT의 표현어휘검사는 제시되는 한 장의 검사 그림을 보고 이름대기를 하는 과제로 문항별로 최대 3회의 반응 기회를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는 REVT 검사를 홀수 문항과 짝수 문항으로 나누어 반분검사로 구성하였다. 검사문항의 구성은 REVT의 메뉴얼에서 제시하고 있는 5~6세의 검사 시작 문항과 연령별 정상 평균점수를 고려하여 문항 8 번부터 87번까지 전체검사 문항수를 80개로 선정하고, 이를 짝수와 홀수로 반분하여 각 40문항씩 구성하였다. 반분검사의 홀수와 짝수 문항의 품사별 문항 수는 거의 동일하였다[표 2].
표 2. 반분검사의 품사별 문항 수
대상자별 검사 문항의 제시는 대면과 원격 검사를 각각 홀수 문항 목록과 짝수 문항 목록으로 나누어 역 균형화하여 제공하였다[표 3]. 또한, 대상자별로 검사 문항의 수를 일치시키기 위하여 기초선과 최고한계선을 적용하지 않고, 모든 대상자에게 동일한 문항 수의 검사를 실시하였다.
표 3. 검사방법별 검사대상자 수 및 문항 구성
REVT의 반분검사 신뢰도는 REVT 신뢰도 연구[9]에서 전체 연령의 수용어휘력에서 .884, 표현어휘력에서 .940였으며, 학령전기의 수용어휘 반분검사 신뢰도는 .940, 표현어휘 반분검사 신뢰도는 .953으로 매우 높게 보고되었다.
검사도구의 그림은 검사자가 스캔 후 PDF 파일로 전환하여 사용하였다.
2.2 부모 만족도 및 인식 조사 설문지
설문지는 아동과 양육자의 인구사회학적 기본정보를 묻는 6개 문항과 원격검사에 대한 만족도/인식 조사를 위한 13개의 문항의 총 19개 문항으로 분량은 A4 두 장이었다. 이중 부모 만족도 및 인식 조사 12개의 문항들은 5점 리커트 척도(Likert scale)를 사용하여 1점 (매우 그렇지 않다’)~5점(‘매우 그렇다’)로 응답하도록 하였고, 마지막 문항은 의견을 주관적으로 기술하도록 하였다. 만족도 설문지 문항들은 두 개의 관련 선행연구들[19][20] 을 참조하여 연구자가 재구성하였다(표 7). 부모 만족도 설문지 문항의 신뢰도 분석결과, Cronbach’s α 값은 .778로 나타났다.
2.3 원격 연결 프로그램
원격 검사를 위한 화상 프로그램은 기존의 출시되어있는 RSUPPORT(2001)의 “remote meeting”이라는원격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21]. 본 연구에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 절차와 구체적 기능은 다음과 같다. (1) 연구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대상자를 온라인으로 초대하면, 대상자는 특별한 가입절차나 프로그램의 설치 없이 웹캠과 마이크가 설치된 컴퓨터를 사용하여 원격검사 환경을 구축하였다. (2) 화면 공유 기능으로 검사자가 검사 그림의 PDF 파일을 대상자의 컴퓨터 모니터에 전체 화면으로 공유하고 조작하여서 대상자는 특별한 조작 없이 검사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그림 1]. (3) 검사 상황은 모두 녹화 후 분석에 사용하였다.
그림 1. 원격 검사 시 검사대상자(아동)의 화면(예시)
3. 연구절차
3.1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사
2018년 10월15일에 N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IRB 18-1015-11)를 받은 후 연구를 진행하였다. 총 연구기간은 2018년 10월~ 2019년 5월이었으며, 자료수집 기간은 2018년 10월20일~2018년 12월 30일이었다.
3.2 검사 절차
연구의 전반적인 절차는 [그림 2]와 같다.
그림 2. 연구 절차
3.2.1 검사 실시 전 사전 안내사항 전달
검사 실시 전에 대상 아동의 엄마에게 연구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후에 원격검사의 실시방법에 대한 안내문을 직접 전달 또는 e-메일로 발송하고, 후에 다시 자세한 설명을 구두로 제공하였다. 안내문에는 리모트 미팅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조작 방법, 원격검사의 실시를 위한 단계와 원격 검사 시주의 사항에 대한 상세 내용을 포함하였다.
3.2.2 REVT 검사의 배치
REVT 검사는 같은 순서로 수행할 경우 반복에 의한 학습효과 및 순서에 따른 차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대상자를 반분하여 한 집단은 원격-대면의 순으로, 다른 집단은 대면- 원격의 순으로 역균형화하여 실시하였다. 또한 원격-대면 순서 집단과 대면-원격 순서 집단 내에서 각각 수용검사 우선 집단과 표현검사 우선 집단으로 다시 나누어 실시하였다. 대상자별로 대면검사와 원격검사는 당일에 모두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검사문항은 홀수 문항과 짝수문항으로 역균형화하여 진행하였다.
3.2.3 검사 실시
모든 검사는 언어재활사 국가자격증을 소지한 언어재활사 경력 10년의 연구자가 실시하였다.
가. 대면 및 원격 검사 방법
대면검사는 아동의 치료사만 있는 독립된 조용한 공간에서 책상에 검사도구를 놓고 검사자와 아동이 90도 위치의 의자에 앉아 진행하였다.
원격검사의 실시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는 원격 프로그램인 리모트 미팅에 접속한 뒤에 치료사와 함께 간단하게 마이크, 음량, 화질 등 세부사항을 검사환경에 알맞게 조정하였다. 둘째 부모는 아동이 컴퓨터 화면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앉도록 보조하고,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하도록 하였다. 둘째, 검사자가 대상자와 서로 화면을 통해 얼굴을 보면서 REVT 검사자료를 공유하고, 검사방법을 설명하였다. 검사자는 헤드셋 및 마이크를 이용하였으며, 모든 검사의 진행은 주 양육자의 동의하에 녹화하였다.
나. REVT 검사방법
표현어휘력검사(REVT-E)는 검사자가 아동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그림이 무엇인지 질문하면 아동이 답하도록 하였다. 수용어휘력검사(REVT-R)는 아동에게 4개의 보기로 구성된 그림자료를 보여주면서 검사자가 말하는 낱말을 듣고 해당 그림의 번호를 말하게 하였다. 검사 전 연습 문항을 실시하여 검사방법을 익히도록 하였다.
3.2.4 원격검사에 대한 부모 만족도 설문조사 실시
부모 만족도 설문지는 대상 아동별로 원격과 대면의 REVT 검사가 모두 완료된 당일에 제공하였다. 제공 방법은 검사자가 설문내용에 관해 안내해 준 뒤 설문지를 직접 전달하거나 e-mail을 통해 제공하였다. 제공된 설문지는 배포 후 일주일 안팎의 기간 내에 직접 회수하거나 FAX, e-mail 혹은 SNS를 통해 회수하였다.
3.3 자료분석
REVT 결과의 문항별 점수는 정반응 1점, 오반응과무반응은 0점을 부여하고 점수를 합산하여 총점을 구하였다. 부모 만족도 설문지에 대한 분석은 5점 척도의 척도 점수를 분석하였다.
3.4 통계분석
통계분석은 통계 프로그램인 SPSS 18 버전을 사용하였다. REVT 검사의 원격검사와 대면검사 간의 상관관계는 (1) 피어슨 상관분석을 실시하였으며, (2) 차이검증을 위한 대응표본 t 검증을 실시하였다. (3) 부모설문 결과는 기술통계를 이용하여 전체 및 문항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산출하였다.
Ⅲ. 연구결과
1. 원격 및 대면 검사의 점수 차이검증 결과
1-1. 기술통계 분석
원격과 대면 검사의 REVT의 표현 및 수용 어휘 점수의 평균 분석결과, 표현어휘 검사의 평균은 원격이 27.57, 대면이 27.91이었고, 수용어휘는 원격이 24.70 점, 대면이 25.74점이었다[표 4].
표 4. 원격검사와 대면검사의 평균(표준편차)
1-2. 대면과 원격 검사 상관관계 분석결과
표현 및 수용 어휘 검사의 원격 및 대면 점수 간의 상관관계 분석결과, 표현(r=.881, p<.01) 및 수용(r=.726, p<.01)에서 모두 두 방식의 점수 간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표 5].
표 5. 원격 및 대면의 상관관계분석 결과표
**p<.01
1-3. 대면과 원격 검사의 점수 차이 분석결과
대면과 원격 검사의 점수 간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응 표본 t 검정을 실시한 결과, 유의수준 1%에서는 표현어휘력 및 수용어휘 점수 모두에서 원격과 대면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유의수준 5%에서는 수용어휘력 점수에서 원격과 대면의 점수 차이가 유의하였다(t=-2.34, p<.05)[표 6].
표 6. 점수에 대한 t 검정 분석 결과
*p<.05
2. 부모 만족도 분석결과
2-1. 설문지 분석결과
연구에 참여한 부모의 원격 언어검사에 대한 만족도를 분석한 결과, 전체 문항에 대한 평균 점수는 5점 척도 중 3.6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 문항은 ‘아동과 양육자가 편한 시간에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으로 4.2였고, 다음으로 ‘기관에 갈 필요 없이 가정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3.92로 나타났다. 원격 시스템을 사용한 언어재활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는 문항은 3.76점을 나타냈다. ‘원격과 대면 언어진단의 결과가 전반적으로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이 3.24로 가장 낮은 평균을 보였다[표 7].
표 7. 원격 언어검사 만족도 조사 분석결과표
2-2. 주관적 답변 분석결과
주관적 답변 분석결과, 원격 검사의 장점으로는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아동의 흥미 유발, 가정에서의 실시로 인한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거부감 감소, 평가/중재의 전체 과정을 양육자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점 등이었다. 반면 검사/중재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과 언어재활사가 함께 없는 상황에서 아동의 주의집중과 흥미 유지시키는 것에 대한 어려움, 부모가 보조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 대한 부담감 등이 단점으로 제시되었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국내 원격 언어재활 서비스 적용을 위한 기초 연구로써 국내 언어재활 현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어휘검사 도구인 REVT를 사용하여 원격 시스템을 사용한 어휘 검사의 임상적 효용성을 검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만 5~6세의 언어발달장애 아동 23명을 대상으로 REVT 검사를 대면과 원격의 두 가지 방법으로 실시하여 두 방식의 수용 및 표현 어휘 점수 간의 상관관계 분석 및 t-검증을 실시하고, 원격 언어 검사 실시 후에 부모를 대상으로 부모 만족도를 조사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원격과 대면 검사의 표현 및 수용 어휘 점수는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었다. 이는 5-6세 언어발달 지체 아동들이 REVT를 원격과 대면으로 실시하는 경우에 두 검사 방식 간의 획득 점수의 경향성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러나 원격과 대면 점수 간의 차이 검증에서는 표현어휘 검사에서는 차이가 없는 반면, 수용어휘에서는 대면보다 원격에서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본 연구에서 수용어휘 검사에서 대면보다 원격에서 낮은 점수를 나타낸 이유는 4개의 보기를 사용한 검사 방법의 특성과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REVT 수용어휘력 검사는 검사자가 아동에게 4개의 보기 그림으로 구성된 그림자료를 제시한 후에 검사 어휘를 들려주고 아동이 보기 중에서 정답을 선택하도록 한다. 따라서 아동들은 들은 단어를 기억해야 하는 청각적 기억력과 4개의 보기들을 비교분석하여 변별해야 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REVT의 검사 매뉴얼에서도 수용어휘력 검사는 특히 검사자가 항상 아동이 보기 그림 4개를 모두 보고 반응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아동의 시선 및 행동을 모니터링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대면과 달리 원격의 경우는 검사자가 검사 시 아동의 행동이나 시선에 대한 모니터링과 통제가 현저히 제한된다. 이러한 제한점이 본 연구의 원격 수용어휘력 검사의 낮은 수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원격과 대면 수용어휘 점수 간의 경향성을 나타내는 상관관계는 매우 높았으나, 대면 대비 점수는 원격에서 낮았다는 점이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 또한 그림 4개를 보고 선택해야 하는 수용어휘력 검사와는 달리, 한 개의 그림만을 보고 해당 어휘를 말해야 하는 표현어휘력 검사에서는 원격과 대면에서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점도 이러한 추론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ASHA(2014)에서도 아동의 주의집중력을 원격의 효과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22].
특히 일반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REVT의 신뢰도 연구[23]에서도 표현어휘력 검사보다 수용어휘력 검사의 평균점수가 더 낮았으며, 재검사 신뢰도 평가에서 수용어휘력 검사의 검사-재검사 간의 상관관계가 표현어휘력 검사보다 더 낮은 수준을 보였다는 점도 이러한 추정을 가능케 한다.
언어재활 관련하여 원격과 대면 검사 간의 결과를 비교한 선행연구들의 경우, 원격과 대면 간 조음평가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9]. 또한, 청력검사 서비스를 원격 1회, 대면 1회로 실시하였을 때 두 검사의 결과가 동일하게 나타난 연구 결과도 제시되었다[24]. 컴퓨터를 이용한 원격 청력검사와 대면 결과 간에도 유의한 오차가 없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25]. 이러한 연구들은 원격 언어검사에 대한 타당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의 수용 어휘력검사의 원격과 대면 검사 점수 간의 차이는 선행연구들에서 제시한 원격 언어 검사의 타당성에 반하는 결과로 해석하기보다는 원격으로 언어 검사를 실시할 경우에 대면과 차이가 없을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의 신중한 판단과 준비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ASHA에서도 원격 언어재활의 대상자 선정에서 고려할 주요 요인으로 컴퓨터를 매개로 듣고 볼 수 있는 시청각적 능력, 원격 통제에 따를 수 있는 인지나 행동 수준, 사람이 아닌 화면에 집중할 수 있는 주의력 유지와 착석유지 능력, 그리고 가족의 보조 가능 여부, 지지적 가정환경 등을 제시하고 있다[22].
본 연구 결과 또한 원격 언어검사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는 검사의 목적 및 도구의 특성과 검사 대상자의 특성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대상 아동의 부모를 대상으로 원격 언어 검사에 대한 만족도를 분석한 결과는 5점 척도에서 전체 평균 3.6으로 조사되어 보통 이상의 만족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시간, 장소 그리고 이동/거리의 효율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선택하였다. 또한 부모가 평가나 중재의 전체 과정에 참여하여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제시하였다. 국내외의 원격 재활 서비스 관련 선행연구들도 시공간적 편리함과 선택의 유동성에서 가장 큰 만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14][15].
반면에 원격검사와 대면검사의 결과가 동일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과 원격중재를 실제로 받아볼 의향을 묻는 문항에서 전체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나타낸 점은 아직은 부모들의 원격에 대한 이해도와 효과에 대한 신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아동의 집중력의 유도와 유지가 제한적이었다는 부모의 보고는 수용어휘력 검사의 대면과 원격의 점수 차이의 원인에 대해 앞서 기술한 연구자의 추정을 지지하는 부모보고라고 할 수 있다.
자폐아동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원격 조기중재 서비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국외의 선행연구에서 부모들은 원격 서비스의 편의성에서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나 실제 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약 33.3%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20]. 원격검사에 대한 어린 아동들의 부모 인식조사 결과들은 부모들이 원격 언어 재활 서비스의 편리함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경험 부족과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효과성으로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에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언어재활 현장에서 원격 시스템의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대면 대비 효과성의 입증과 대상자와 보호자들의 긍정적 인식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원격 언어재활 서비스의 초기 단계인 국내의 현실을 고려할 때, 원격언어 재활 관련 정보와 지식에 대한 충분한 교육 및 홍보 그리고 효과에 대한 충분한 실증 연구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의 결론 및 제언은 다음과 같다. 본 연구의 대면과 원격의 점수 분석 결과는 원격 언어검사의 활용 가능성과 동시에 원격이 대면과 다른 수행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위험성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원격 언어재활의 제공을 위해서는 관련 시스템과 시설 및 도구, 대상자와 보조자 및 환경 등의 요인들에 대한고려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요인들에 대한고려가 모두 원격 언어재활사의 윤리며 책임으로 인식하여야 한다[22]. 따라서 원격 언어재활의 적용은 단순히 온라인이나 통신 시스템의 적용이 아닌 대면보다 낮은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위험요인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대비가 필수적이다.
또한 부모 만족도 분석 결과는 아직 원격 언어 재활을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한 부모들이 참여한 원격 진단뿐만 아니라 원격 중재에도 비교적 선호적인 태도를 가지고는 있으나 원격에 대한 신뢰도 확보를 위한 좀 더 충분한 홍보와 근거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5~6세의 특정 연령대만을 포함하고, 심한 문제행동이 없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중재가 아닌 특정 검사도구만을 사용한 원격 진단의 효용성만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원격 언어재활 전체에 대한 일반화에는 제한점을 갖는다.
따라서 후속연구로 다양한 연령층과 장애 유형 그리고 검사 도구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며, 특히 심리측정적 (psychometric) 검사뿐만 아니라 기술적(descriptive) 평가에 대한 원격 방식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 또한 원격 시스템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현재 널리 활용되는 원격 시스템에 따른 비교 연구도 제언한다. 더불어, 언어재활 전반의 원격 적용을 고려할 때 다양한 언어기법과 전략을 사용한 언어 중재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많은 연구들이 필요하다.
* 본 연구는 제 1저자의 석사학위 논문 데이터와 결과를 바탕으로 재기술 및 재구성하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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