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필요성
휴대전화와 컴퓨터가 결합된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mobile application; app, 이하 앱)을 활용하는 일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모바일 앱은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장치에서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그에 따라 최근 2, 000년대 이후부터는 앱의 사용성(usability)을 평가하는 연구가 크게 증가하였다.
앱의 사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필요하다[1]. 첫째, 이해하기 쉽고 브라우징(browsing)이 용이하게 정보가 제시되었는가? 브라우징이란 정보를 훑어 탐색하는 일을 말한다. 둘째, 메뉴(menu)와 링크(link)가 적절한가? 셋째, 과제(예, 검색어 입력, 회원가입)를 수행하기가 용이한가? 넷째,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예, 외부 키보드, 스타일러스)이 물리적으로 적절한가? 그리고 다섯째, 이동 중에 있거나 네트워크의 속도가 느릴 때에도 제대로 작동하는가?
앱의 사용성을 평가하는 연구가 활발한 것은 고무적이지만―이것이 링크 체계의 구조나 하위 시스템들의 인터페이스(interface)에 편중되어[2-5]―상대적으로 정보 영역에 대한 평가가 저조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평가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정보 영역에 대한 평가는 프레젠테이션 애댑테이션(presentation adaptation), 즉 정보를 구성하고 제시하는 방식이 중심을 이룬다[6-10]. 예를 들면, 웹페이지(web page)를 보여 줄 때에는 요약과 핵심어를 조합하여 제시하면 효과적이며[6], 여행 일정을 보여 줄 때에는 텍스트만큼이나 그래픽도 효과적이다[8]. 또 메뉴의 이름을 정할 때에도 사용자의 이해를 고려하여야 하며, 메뉴는 쉽게 지각되고 일관적인 모양이어야 한다 [11].
프레젠테이션 애댑테이션 연구에서는 메뉴의 위치와 타입을 검증하는 일이 큰 주목을 받아 왔다[12]. 메뉴는 정보를 범주적으로 처리하도록 하여 브라우징의 효율성을 높인다. 하지만 적절하지 못한 메뉴(예, 불필요하게 많음)가 사용성을 폭넓게 침해하는 일을 감안할 때, 메뉴를 설계할 때에는 메뉴의 위치나 타입뿐만 아니라구조상의 깊이(depth)나 넓이(breadth)와 같은 기타의 다양한 요인들도 함께 고려하여 신중하게 설계하여야 한다[13]. 깊이는 정보의 위계적인 단계의 수, 넓이는 하나의 정보와 연계된 항목의 수를 의미한다.
데스크톱(desktop) 화면에서 트리-뷰(tree-view) 메뉴가 브라우징에 용이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14][15]. 트리-뷰는 정보가 다층의 위계적인 구조로 제시된 모양을 일컫는다. 최근에는 모바일 웹 브라우징에서도 트리-뷰의 긍정적인 효과가 관찰된다[16]. 따라서 모바일 앱의 메뉴를 설계할 때에도 트리-뷰의 이점이 기대되지만 작은 화면의 특성상 사용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예컨대 한 번에 하위 메뉴가 모두 드러나는 드롭다운(dropdown) 메뉴는 메뉴들이 하나의 화면을 벗어나기 쉬우므로 스마트폰과 같은 작은 화면에는 적절하지 못하다.
메뉴의 구조와 함께 메뉴를 배열하는 순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특히 일련의 과정(스크립트)을 거치는 과제에서 더욱 그러하다. 사람들은 일련의 단계를 밟는 과제를 수행할 때에 의도적이거나 자동적으로 일의 순서를 계획하거나 기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과제를 수행하는 중에 기대에 맞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작업이 더디게 된다. 앱을 사용할 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에서 사용자의 과제 수행 절차를 주목하였던 마경욱, 박수용, 그리고 박수진(2016)의 연구가 이를 보여 준다[17]. 연구자들은 시스템 설계자가 예상하는 사용자의 행동과 사용자의 실제 행동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로 이 두 행동이 많이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시스템은 설계상 ①→②→③ 의 절차를 유도하였으나, 사용자의 47%는 ①→⑧→③, 22%는 ①→⑤→③을 따랐던 것이다. 무려 전체 사용자의 약 70%가 설계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을 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앱에서 절차적인 과제를 설계할 때에 사용자가 예상하는 절차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웅변하여 준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에서는 모바일 앱의 메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첫째, 트리-뷰 메뉴가 모바일 화면에도 유리하여 보이지만 [16], 트리-뷰의 외적인 구조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으므로 트리-뷰의 차별적인 효과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마경욱 등(2016)의 결과[17]를 보면, 메뉴의 배열이 사용자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으면 사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경험적인 증거가 더 필요하다. 그리고 셋째, 모바일 브라우징에도 난이도가 있기마련이다. 따라서 트리-뷰의 외적인 구조나 사용자의 기대의 영향이 과제의 복잡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1
2. 이론적 배경
모바일 폰(mobile phone)은 화면이 작기 때문에 과제를 수행하기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 이유는 첫째, 페이지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18]. 화면을 스크롤(화면의 내용을 상하좌우로 이동시키는 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페이지의 내용과 맥락을 기억 속에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잦은 스크롤과 순회(여러 페이지를 브라우징 하는 일)가 기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스크롤과 순회가 인지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19]. 게다가 화면상의 정보가 사용자의 기대를 벗어나기라도 한다면 브라우징의 효율성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모바일 폰이 가지는 이러한 제약들을 생각하면, 모바일 폰 과제에서는 정보의 구조와 인지적 인용 이성이 중요할 것이 예상된다.
2.1 정보검색이론(information foraging theory)
이 이론은 사람이 정보를 검색하는 방략을 설명하는데[20], 지금까지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경험) 기반의 정보 설계 분야에 이론적인 기초를 제공하여 왔으며, 사람이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을 동물이 먹이를 찾는 과정에 비유하였다. 즉, 동물이 먹잇감의 냄새를 맡고 그것의 포획 여부를 결정하듯이, 사람들은 정보의 ‘냄새’를 맡고 현재의 위치에 머물러 있을지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정보가 가진 냄새란 정보의 쓸모를 판단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단서(예, 텍스트의 색상, 화면의 모양)를 의미한다. 이 전략은 마치 어림잡아 해결책을 궁리하는 휴리스틱(heuristic) 전략과도 닮았다.
2.2 인지부합이론(cognitive fit theory)
이 이론은 정보가 과제에 맞도록 구성(포맷)되어야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21]. 사람들은 어떤 문제(과제)를 해결할 때에 먼저는 그 문제에 대한 표상(representations), 즉 그 문제를 바라보는 양식을 마음속에 그리게 된다. 그런데 선택의 여지에 있는 정보들이 자신의 양식과 다르게 구성되어 있으면, 그 정보들을 재구성하여야 하는 심적인 노력이 추가 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이것이 인지적인 부담을 키우고 수행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
2.3 스크립트 이론(script theory)
우리는 동일한 경험을 반복함으로써 일련의 사건들로 이루어진 정형화된 지식을 획득하게 된다. 이것이 도식(schema)이다. 도식 중에는 특정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절차적인 도식이 있는데 이를 스크립트(script)라고 부른다[22]. 새로운 상황에서도 바람직한 행동을 추론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스크립트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다(물론 스크립트가―행동을 고착시켜―유연한 행동을 방해하는 일도 있다). 스크립트는 장면들과 그에 부속하는 행동들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식당가기 스크립트가 있다면, 이 스크립트는 ‘들어가기’, ‘주문하기’, ‘먹기’, 그리고 ‘나오기’라는 4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또 각각의 장면에는 여러 개의 행동들이 포함된다. 예컨대, ‘들어가기’ 장면에는 ‘문을 연다’-‘빈자리를 찾는다’-‘자리에 앉는다’의 행동들이 있다. 이 이론은 시스템상의 절차가 사용자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으면 사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예, [17])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여 준다.
3. 연구의 목적과 의의
지금까지 모바일 앱의 사용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배경에서 트리-뷰 메뉴의 외적인 구조에 따른 사용성 효과, 메뉴의 배열이 사용자가 기대하는 스크립트와 다를 때의 사용성 효과, 그리고 이 둘의 효과에 대한 과제 복잡성의 조절효과를 검증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에 관한 이론적인 근거로서 정보검색이론, 인지부합이론, 그리고 스크립트 이론을 요약하였다.
이 세 가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그림 1] 에서와같이 과제의 복잡성(단순, 복잡), 트리-뷰의 구조(순차, 구획), 그리고 스크립트의 일치성(일치, 불일치)이 과제를 완료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과 오반응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주어진 과제는 숙박을 예약하는 일이었다. 과제의 복잡성은 과제가 요구하는 메뉴가 많고 적음에 따라 복잡과제와 단순과제로 나누었다. 트리-뷰의 구조는 순차메뉴(sequential menu)와 구획메뉴 (sectional menu)로 조작하였다. 순차메뉴에서는 주메뉴를 하나 선택하면 그 메뉴 바로 아래에 하위 메뉴 (범주)들이 나열되며 백(back) 버튼을 탭(tap)하여 이전 메뉴의 위계를 확인한다[23]. 주 메뉴는 화면 좌측면에 위에서 아래로 배열되었다. 순차메뉴의 기본 구조를 그림 2에 제시하였다. 구획메뉴에서는 주 메뉴를 하나 선택하면 주 메뉴 영역 아래에―마치 하나의 작은 웹사이트처럼―선택한 메뉴의 하위 메뉴들이 나타난다[23]. 주 메뉴는 화면 상단에 좌에서 우로 배열되었다. 구획메뉴의 기본 구조를 그림 2에 제시하였다. 스크립트 일치성의 일치 조건은 사용자가 기대하는 순서로 주 메뉴가 배열된 것, 불일치 조건은 주 메뉴의 배열이 임의적인 것으로 정의하였다.2
그림 1. 모바일 폰 예약 시스템의 사용성 평가를 위한 연구모형. 3개의 독립변인(과제의 복잡성, 트리-뷰의 구조, 스크립트의 일치성)을 조작하고 그에 따른 과제완료시간과 오반응률의양상을 관찰하였다. 독립변인들 사이의 상호작용도 예상된다.
그림 2. 실험에 이용된 순차메뉴(좌)와 구획메뉴(우)의 기본프로토타입
트리-뷰 메뉴의 효율성은 이미 데스크톱 운용 체계에서 입증되었으며, 데스크톱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도 하나의 전형적인 설계로 보편화되었다[24]. 하지만 모바일 기기에서는―작은 화면의 특성상―이를 제대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아직까지 다양한 검증이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첫째, 트리-뷰 메뉴를 구현하는 방식에 따른 차별적인 효과를 검증한다(트리-뷰의 구조의 효과). 둘째, 트리-뷰 메뉴의 효과에 개입하는 조절변인의 효과를 검증한다(과제 복잡성과 스크립트의 효과). 이상의 의의를 통하여 스마트폰 사용자의 브라우징을 돕는 프레젠테이션 애댑테이션에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Ⅱ. 방법
1. 기대 스크립트
스마트폰 숙박 예약 시스템에서 사용자가 기대하는 스크립트를 정의하기 위해 구글(Google)사가 제공하는 온라인 설문지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대학교 학부 재학생 73명이 조사에 참여하였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0.7세(표준편차=1.9), 남자가 42명, 여자가 31명이었다.
참가자들은 개인 스마트폰으로 지정된 웹 주소에 접속하였다. 조사 화면의 일부가 [그림 3]에 있다. 참가자들은 통상 예약에 필요한 5개의 필수 메뉴(지역, 날짜, 인원, 숙소의 종류, 가격)와 1개의 참조 메뉴 (평점)를 놓고―기존의 모든 경험을 무시하고―우선 선택(결정)하기 원하는 순서에 따라 1-6 순위를 매겼다. 이 6개의 메뉴는 숙박 중개 앱 ‘여기어때’와 ‘야놀자’의 메뉴를 참고하여 선정하였다.
그림 3. 기대 스크립트 온라인 조사 화면의 일부
빈도를 분석한 결과 순위별 일차 선호 메뉴는 비교적 뚜렷하였다. 1순위는 지역(52.1%), 2순위는 날짜 (41.1%), 3순위는 인원(32.9%), 4순위는 숙소의 종류 (35.6%), 그리고 5순위와 6순위는 평점(각각 34.2%, 41.1%)이 동일하게 최고 비율을 차지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기대 스크립트의 1∼4순위에는 각 순위의 일차 선호 메뉴를 배정하였다. 나머지 평점과 가격은 각각 5순위와 6순위에 배정하였다.3 이렇게 하여 기대 스크립트의 메뉴의 배열은 지역-날짜-인원-숙소의 종류(이하, 숙소)-평점-가격의 순서가 되었다. 사용자 스크립트의 일치와 불일치는 이 순서에 부합하면 일치, 부합하지 않으면 불일치로 구분되었다.
2. 실험
과제 복잡성이 참가자-간 변인, 트리-뷰의 구조와 스크립트 일치성이 참가자-내 변인이었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단순과제나 복잡과제 중에 하나에 참여하였으며, 트리-뷰의 구조와 스크립트 일치성이 조합된 4개의 화면(순차-일치, 순차-불일치, 구획-일치, 구획-불일치) 에반응을 하였다. 실험은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3.0으로 개발된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스마트폰에 구현하여 진행하였다.
2.1 단순과제
대학교 학부 재학생 20명이 실험에 참가하였다. 독립된 실험실에서 개별적으로 실시하였으며, 방법을 숙지하고 준비가 되면 참가자 스스로 실험을 개시하였다.
기대 스크립트를 조사할 때에 이용하였던 6개의 메뉴 (지역, 날짜, 인원, 숙소, 가격, 평점) 중에 주요 4개의 메뉴(지역, 날짜, 숙소, 가격)가 이용되었다. 네 조건의 화면(순차-일치, 순차-불일치, 구획-일치, 구획-불일치) 각각에 지시(예, 15일에 대전을 방문하여 가격이 10만 원 이상인 모텔을 예약합니다)가 상이한 12개씩의 문항을 구성하였다. 이렇게 하여 참가자별로 총 48회의 시행을 실시하였다. 지시가 팝업창에 나타나는 것으로 시행이 시작되었다. 오반응을 보이면 즉시 오반응을 알리고 지시를 다시 보여 주었으며, 그런 후에 다시 반응하도록 하였다. 단, 오반응을 세 번 보이면 그 시행을 강제로 종료하고 자동으로 다음 시행을 속개하였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한 번 있었으며, 총 소요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스크립트 일치 화면은 지역-날짜-숙소-가격의 순으로 메뉴가 고정되었으며, 스크립트 불일치 화면은 지역 메뉴가 제1 순위로 고정되고 나머지 3개의 메뉴가 일치 조건과는 다르게 시행마다 무작위로 배열되었다. 불일치 화면에서 하나의 메뉴를 고정하였던 이유는 참가자들이 일치와 불일치 화면을 간파하고 방략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2.2 복잡과제
단순과제에 참여하지 않았던 대학교 학부 재학생 20 명이 실험에 참가하였다. 6개의 메뉴(지역, 날짜, 인원, 숙소, 가격, 평점) 모두가 이용되었고 스크립트 불일치화면에서 지역 메뉴가 제1 순위, 가격 메뉴가 제6 순위에 고정되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단순과제에서와 방법은 동일하였다.
Ⅲ. 결과 및 논의
시행별 평균 과제완료시간이 예외적으로 길었던 1명 (22, 759 msec)과 시행별 평균 오반응률이 예외적으로 높았던 2명(26%, 34%)의 자료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4 평균 과제완료시간이 18, 000 msec 이상으로 극단적이었던 2개 시행의 자료도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끝으로 과제완료시간이 40, 000 msec 이상이었거나 3, 000 msec 미만이었던 시행과 오반응이 3회이었던 시행도 실험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분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런 후, 과제 완료 시간과 오반응률에 대하여 트리-뷰의 구조와 스크립트 일치성이 참가자 내 변인, 과제의 복잡성이 참가자 간 변인인 반복측정 삼원 변량분석(ANOVA)을 실시하였다.
1. 과제완료시간
조건별 평균 완료시간을 [표 1]에 제시하였다. 과제 복잡성과 트리-뷰 구조의 효과가 유의미하여 복잡 (9613.66)에서보다 단순(5923.02)에서의 완료 시간이 더 짧았으며[F(1, 36) = 279.420, p < .0005, 부분 η2 = .886], 순차(8246.31)에서보다 구획(7096.12)에서의 완료 시간이 더 짧았다[F(1, 36) = 42.525, p < .0005, 부분 η2 = .542]. 또 과제 복잡성과 트리-뷰 구조 간의 상호작용이 유의미하여[F(1, 36) = 5.155, p < .05, 부분 η2 = .125], 단순과제에서보다 복잡과제에서 구획과 순차 간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그림 4]. 스크립트 일치성의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았으나(p > .05), 스크립트 일치성과 과제 복잡성 간에 상호작용이 유의미하여[F(1, 36) = 4.762, p < .05, 부분 η2 = .117], 단순 과제에서는 스크립트 일치성의 단순주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나(p > .05), 복잡과제에서는 단순주효과가 관찰되어 불일치에서보다 일치에서 수행이 더 우수하였다(p < .05). [그림 5]에 이 둘 간의 상호작용을 제시하였다.
표 1. 조건별 평균 과제완료시간(msec)
그림 4. 과제완료시간에 대한 과제 복잡성과 트리-뷰 구조 간의 상호작용
그림 5. 과제완료시간에 대한 과제 복잡성과 스크립트 일치성 간의 상호작용
2. 오반응률
조건별 평균 오반응률을 [표 2]에 제시하였다. 과제 복잡성과 트리-뷰 구조의 효과가 유의미하여 복잡 (13.27)에서보다 단순(4.41)에서 오반응률이 더 작았고 [F(1, 36) = 57.237, p < .0005, 부분 η2 = .614], 순차 (9.69)에서보다 구획(7.53)에서 오반응률이 더 작았다 [F(1, 36) = 4.024, p = .05, 부분 η2 = .101]. 스크립트 일치성의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았으나(p > .05), 스크립트 일치성과 과제 복잡성의 상호작용이 유의미하여[F(1, 36) = 11.562, p < .01, 부분 η2 = .243], 단순 과제에서는 스크립트 일치성의 단순주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나(p > .05), 복잡과제에서는 단순주효과가 관찰되어 일치에서보다 불일치에서 오반응이 더 많았다(p < .01). [그림 6]에 이 둘 간의 상호작용을 제시하였다.
표 2. 조건별 평균 오반응률(%)
그림 6. 오반응률에 대한 과제 복잡성과 스크립트 일치성 간의 상호작용
3. 논의
참가자들은 주어진 지시를 작업기억(working memory)에 유지한 채 과제를 수행하여야 하였다. 작업기억이란 잠시 동안 정보를 의식하면서 유지하는 마음속의 기억(생각) 저장소를 말한다. 용량도 7±2개 정도로 제한적이며 가만히 두면 20초 정도 만에 정보가 사라진다.
따라서 4개의 메뉴를 생각하여야 하였던 단순 과제에서보다 6개의 메뉴를 생각하여야 하였던 복잡과제에서기억 부담이 더 컸을 것이므로, 단순과제에서보다 복잡 과제에서 완료시간이 더 길고 오반응이 더 많았던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하지만 복잡과제의 메뉴도 6개로 작업기억의 용량을 초과하지 않았고, 단순과제와 복잡과 제의 메뉴가 2개의 차이로 그리 크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완료시간과 오반응에서 나타난 두 과제 간의 약 1.6배와 3배의 차이는 다소 과하여 보인다. 그 원인으로 누적된 잔존 기억의 방해를 생각할 수 있다. 즉 이전시행의 기억이 현 시행의 작업기억을 간섭하였을 수 있다. 이러한 간섭이 가능한 이유는 이전의 잔존 기억과 현재의 작업기억이―과제가 동일하여―내용상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방해를 전진형 간섭(proactive interference)이라고 한다. 이것은 과거의 기억이 새로운 기억을 방해하는 간섭을 일컫는데, 특히 기억 항목이 범주적으로 유사할 때에 간섭이 강하게 일어난다[25].
트리-뷰의 효과가 순차메뉴에서보다 구획메뉴에서 더 유리하게 나타났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둘 다 트리 -뷰 구조로서 상위개념에서 하위개념으로 정보가 위계적으로 전개되므로 둘 간의 내적인 구조에서는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이 둘 간의 차이는 화면상의 외적인 구조에 대한 사용자의 지각과 인지의 차이가 불러왔을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순차메뉴의 주 메뉴는 화면 좌측면에 위에서 아래로 배열되었고, 구획메뉴의 주 메뉴는 화면 상단에 좌에서 우로 배열되었다[그림 2]. 전통적인 한국어의 쓰기는 세로쓰기지만 지금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가로쓰기가 정착되었다. 따라서 참가자가 메뉴를 살필 때에 가로쓰기의 구획메뉴가 메뉴를 재인(recognition)하기에 더 유리하였을 것이다. 사실상 본 연구의 결과로는 구획메뉴의 우월성을 상세하기는 힘들다. 앞으로 체계적인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스크립트 일치성의 효과가 복잡과제에서만 나타났던 것은 사용자 스크립트의 영향이 과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메뉴가 적었던 단순과제에서는 스크립트 불일치가 인지적인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았고, 메뉴가 많았던 복잡과제에서는 메뉴가 기대와 달랐던 것이 인지적인 부담을 가중한 것으로 보인다.
Smith와 Mosier는 화면 설계 인터페이스에 관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안하였다[26]. 요약하면 (1) 데이터는 일관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2) 정보는 기존의도 식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3) 정보는 적절한 위치에 표시되어야 한다. (4) 사용자의 기억 부담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5) 사용자가 적절하게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관찰된 스크립트 일치성의 효과는 이 중 두 번째의 원리를 직접 지지하며, 해석의 수월성이 기억에도 유리할 수 있다면 네 번째의 원리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상의 논의는 모바일 화면에 절차적인 메뉴를 설계하는 일에 다음과 같은 함의를 제공하여 준다. 첫째, 다루어야 할 메뉴가 많을 때에는 사용자의 작업기억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유사한 행위가 반복될 때에는 전진형 간섭이 예상되므로 더욱 그러하다. 구체적으로는 연관된 메뉴들을 범주적으로 묶어 제시하고, 사용자의 주의가 강제적으로 무의미한 정보로 분할되지 않도록 하고, 그리고 메뉴가 중복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둘째, 과제에 맞는 트리-뷰가 무엇인지를 고민하여야 한다. 예컨대 어떤 과제에는 내비게이션 드로우어(navigation drawer)와 같은 순차형, 어떤 과제에는 구획형(tabs), 또 어떤 과제에는 햄버거 메뉴(hamburger menu) 와같은 아코디언형(accordion), 그리고 어떤 과제에는 혼합형이 적절할 수 있다. 사용자의 반응을 살펴 선택하면 될 일이다. 셋째, 특히 과제가 복잡할 때에는 사용자가 기대하는 스크립트에 준하여 메뉴를 배열하여야 한다. 기대는 반응을 준비시킨다. 메뉴가 기대에 걸맞으면 반응이 빨라지기 마련이다.
Ⅳ. 결론
스마트폰 앱으로 작업을 수행할 때에 트리-뷰 메뉴의 외적인 구조에 따라 사용성이 달라지고, 메뉴의 배열이 사용자가 기대하는 스크립트와 다르면 사용성이 떨어지고, 그리고 과제의 복잡성에 따라 이 둘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대학생 참가자들이 기대하는 숙박 예약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과제 복잡성, 트리-뷰의 구조, 그리고 스크립트의 일치성이 독립변인이 되고, 과제완료시간과 오반응률이 종속변인인 실험을 설계하였다. 실험은 숙박 예약 시스템 프로토타입을 스마트폰에 구현하여 실시하였다.
그 결과로 과제가 복잡할 때에 수행이 불리한 속에서, 구획메뉴의 수월성이 두드러지고 메뉴의 배열이 기대와 일치하지 않을 때에 수행이 나빠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관련 이론으로 논의하였으며 이것이 절차적인 메뉴를 설계하는 일에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았다.
몇 가지 제한할 점이 있다. 첫째, 기억에서 일어나는 전진 형 간섭의 영향을 실험에서 조작하지 못하였다. 기억 간섭의 영향을 체계적으로 관찰하였다면 연구의 결과를 더 분명하게 해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순차 트리-뷰와 구획 트리-뷰 간의 차이를 정밀하게 규정하지 못하여 두 조건을 화면에 구현하거나 둘 간의 수행상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해석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셋째, 참가자의 개인차 변인(예, 스마트폰 활용의 숙련도, 작업기억의 용량)을 통제하려는 노력이 미흡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영향의 혼입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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