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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tative User Research Method for Design for the Elderly

고령자 대상 디자인을 위한 정성적 사용자 조사 방법

  • 김기정 (전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 Received : 2020.10.07
  • Accepted : 2021.01.31
  • Published : 2021.03.28

Abstract

Aging is rapidly progressing around the world. This study explore and propose a qualitative user research method to specifically understand the needs and desires of the elderly based on a human-centered design philosophy for design targeting the increasing elderly. In particular,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propose a user research method that can be easily used when designing products used by the elderly in the actual design site. For this purpose, this study examined the use and implications of using shadowing, interviews, and direct experience while actually proceeding with the walking stick design. The shadowing was organized through the AEIOU frame, and the interview was conducted by adding a significance category to reflect the recent trend of the silver generation. For the direct experience, design implications were derived by setting up four user behavior scenarios, each indoors and outdoors, and experiencing them directly by designers. This study is expected to be an important user research guideline in the current situation where the demand for design for the elderly is diversifying and increasing.

고령화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본 연구는 증가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을 위해 인간 중심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노인의 필요와 욕망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정성적 사용자 조사 방법을 모색하고 제안한다. 특히 실제 디자인 현장에서 노인이 사용하는 제품을 디자인 할 때 편리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조사 방법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지팡이 디자인을 실제로 진행하면서 쉐도잉, 인터뷰, 직접 체험을 활용하여 그 사용과 함의를 살펴보았다. 쉐도잉은 AEIOU 프레임을 통해 정리하였으며, 인터뷰는 최근의 실버 세대의 경향을 반영하기 위해 의미성 항목을 특별히 추가하여 진행하였다. 직접 체험은 실내외 각각 4개의 사용자 행위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디자이너들이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디자인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이 연구는 노인을 위한 디자인 수요가 다변화되고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요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조사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eywords

Ⅰ. 서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고령화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국제 기구는 노인(65세 이상) 비율이 7% 이상일 경우 ‘고령화 사회’, 14%이상이면 ‘고령 사회’, 20%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미국의 노인 비율은 2018년 16.0%로 2010년 이래 30.2% 증가하여 ‘고령 사회’이며[1] 한국은 노인 비율이 2017년 14.2%로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에 ‘고령 사회’로 진입하였다[2].

고령화는 사회 전체에 걸쳐 넓고 깊은 영향을 끼친다. 고령화로 인해 정치, 경제, 문화 전 영역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령화로 연금정책과 같은 정치 사안이 새롭게 등장하거나, 지갑이 두둑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새로운 고령 소비자 집단이 등장하여 여러 소비 행태에 변화를 가한다거나, 고령 운전자의 사고로 인해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여기에 찬반 여론이 맞서는 등 고령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과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안들이 이제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폭발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고령친화용품 시장 또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비교적 오래전 통계이긴 하지만 2012년에 고령친화산업 시장규모는 27조 3,809억원으로 연평균 성장률(GAGR) 13.0%로 추정되었으며, 이 중 고령친화용품/기기 시장규모는 2020년 2조 2,907억원 규모로 전망되었다[3]. 2017년 국립재활원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과 노인에게 지원하는 공적급여 보조기기는 2014년 1,700억원에서 2017년 약 3,200억원으로 두 배가 넘게 증가하였다[4].

고령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고령자 대상 상품, 서비스의 생산, 유통, 소비를 둘러싼 산업의 구조 변화는 디 자인으로 하여금 소비자 측면에서 고령인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특징을 반영하고, 생산자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디자인 생산 주체의 특징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 접근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80대 노인으로 변장하여 일상에서의 노인의 행태와 심리를 이해하고자 하였던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는 사람은 젊을 때 즐기던 것을 나이 들어서도 즐기고 싶어하며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말하였다. 루이즈 애런슨은 “우리는 모두 자신의 노년기가 길기만 한 게 아니라 의미 있기를 바란다.”[5] 는 말로 지극히 당연하지만 잊고 있을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노인이 사용하는 디자인이 부적합할 경우 단순한 불편과 불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삶을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반대로 노인에게 적합한 디자인은 노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증진시켜 노인의 삶을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노인의 신체적 조건과 특징 및 한계를 고려한 디자인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외 노인을 위한 디자인은 그 긴급성과 필요성에 비하여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 R. Wilkinson & A. De. Angeli는 영국의 디자인 문제를 진단하면서 고령자가 제품의 설계 및 평가 단계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 고령자의 특정한 필요를 알아차리지 못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였으며, 영국의 디자이너는 주로 남성에 백인이며 평균 38살로, 그들은 모든 사용자가 그들과 같은 동일한 인지 능력과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하여 디자인함으로써 많은 잠재적 사용자를 배제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하였다[6].

국내의 노인을 위한 디자인에 대한 연구 또한 매우 척박하다. 황정아는 국내에서 노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품 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강조하였으며[7], 최유정은 국내 제조, 유통업계에서의 실버 세대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고 60대 이상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 패턴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자료도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하였다[8].

국내 산업 현장에서의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령 친화 제품품 제조업체는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중소기업이며 시중에 판매되는 고령친화우수제품 대부분 기능상 큰 차이가 없고 디자인이나 실용적인 면에서 일본, 유럽 등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9]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을 위해 인간 중심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노인의 필요와 욕망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사용자 조사 방법을 모색하고 제안하고자 하였다. 지팡이 디자인을 실제로 진행하면서 기존의 여러 연구 결과와 다양한 사용자 조사 방법을 검토, 실험하여 이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디자인 실무 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사용자 조사 방법을 살펴보고 제안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디자이너의 경험이나 직관 또는 데스크 리서치에 의존함으로써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극복하여 체계적인 디자인 결정을 돕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는 노인을 위한 디자인 수요가 다변화되고 증가하는 현실에서 필요하고도 중요한 사용자 조사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 연구 범위 및 방법

고령자를 위한 디자인 사용자 조사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본 연구는 그 구체적인 연구 대상을 이동 보조기기 제품인 지팡이로 설정하였다. 연구 방법 및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행 연구를 통해 노인을 위한 정성적 사용자 조사 방법의 연구 경향을 파악하였다. 둘째,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기준으로 포괄적인 사용자 조사 계획을 수립하였다. 셋째, 관찰은 두 차례로 나누어 AEIOU 프레임을 가지고 쉐도잉(shadowing)을 진행하였다. 1차는 4명에 대해 진행하면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파일럿으로 진행하였으며, 이후 12명에 대해 본격적인 관찰을 진행하였다. 넷째, 인터뷰 내용을 확정하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과 위의 관찰 결과를 종합하여 질문지를 작성하였다. 이 질문지를 가지고 먼저 노인 2명을 대상으로 파일럿 스터디를 진행하여 수정·보완 후 노인 6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다섯째, 노인이 지팡이를 사용하는 주요한 실내외 시나리오를 4가지씩 선정하여 디자이너가 직접 체험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였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본 연구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의 정성적 사용자 조사 방법을 탐구하여 실제 디자인 현장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관찰, 인터뷰, 직접 체험이라는 구체적인 사용자 조사 방법을 제안하는 것으로 연구의 범위를 제한한다. 즉 사용자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와 통찰을 재배열, 종합, 선택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Ⅱ. 선행 연구 검토

국내외 연구 가운데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을 위해 정성적 사용자 조사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들이 주로 어떠한 연구 방법을 사용했는지 살펴보았다. 선행 연구들이 사용하는 연구 방법을 검토하면서 문헌연구, 시장분석, 포지셔닝 맵 등과 같이 사용자 조사에 해당하지 않는 분석 방법은 제외하고 기록하였다([표 1] 참고). 사용자 조사 연구를 포함하는 고령자 대상 디자인 연구는 통상적으로 문헌연구, 선행연구 등을 통해 이론적 개념들을 살펴보고 설정한 연구 목적에 따라 관찰, 인터뷰, 체험 등과 같은 사용자 조사 방법 몇 가지를 선별하여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설문조사와 같은 양적 연구 외에도, 온라인 상품평 분석, 시장 분석, 퍼소나 작성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여 분석, 그 내용을 선택, 배열, 종합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디자인 시사점을 도출하거나 나아가 실제 디자인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표 1. 고령자를 위한 정성적 사용자 조사 연구 사례

이와 같은 선행 연구 검토 결과 고령자 대상 디자인을 위해 정성적 사용자 조사 기법을 매우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사용자 인터뷰는 거의 빠짐없이 사용되며, 관찰의 경우 쉐도잉을 사용하는 연구가 많았다는 점과 직접 체험과정은 예상보다 별반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각각의 사용자 조사에 있어서 그 세부적인 사용 방법에 대한 논의가 약술되어 구체적인 사용법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덧붙일 수 있겠다.

Ⅲ. 정성적 사용자 조사 방법

인간 중심 디자인은 일종의 디자인 철학으로서 기술 중심이나 기능 중심의 디자인과는 구별되는 “인간의 필요, 능력 및 행동을 첫째로 두고 이 필요와 능력 및 행동 방식에 맞추기 위해 디자인하는 접근”[10]이다. 인간이 타인을 이해할 때나 자신을 이해할 때 많은 오해를 하고 올바른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따라서 인간 중심 디자인은 우선적으로 인간 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는데 이러한 이해는 주로 사용자 조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팀 브라운에 따르면 인간 중심적 태도에서 출발하는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시장을 발견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게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무리 방대한 시장조사 자료도 세상에 직접 나가 부딪힘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생생한 체험을 대체하지는 못한다[11].

디자인에서 사용자 조사는 이해를 통한 공감을 위한 과정에 해당한다. 공감은 디자인 씽킹의 출발점으로 관찰, 인터뷰, 체험 등과 같은 대표적인 방법을 통해 조사 대상의 경험에 이입하는 것이다[12]. 공감이 디자인에서 출발점이자 중요한 이유는 잠재적 사용자의 실제적 욕구와 필요를 정확히 알 수 있어야 좋은 디자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조사에서 관찰, 인터뷰, 체험은 사용자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각각의 방법은 다른 방법들이 다루지 못하거나 소홀히 대할 수밖에 없는 사항들을 점검함으로써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보다 전체적으로 사용자를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관찰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환경이 아닌 가장 자연스러운 환경 그대로에서 사용자들을 봄으로써 이해하여 공감하는 것이고, 인터뷰는 언어를 통해 사용자의 선호와 필요 등을 디자이너가 해석하여 공감한다. 그리고 체험은 사용자가 되어봄으로써 또는 사용자와 동일시함으로써 공감한다.

공감을 위해 관찰, 인터뷰, 체험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상에 대한 공감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감의 대상이 자기 자신과 유사하지 않을 때 공감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공감이 자신에게 개인적 고통과 불편을 초래한다고 생각될 때도 공감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공감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도전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13]. 결과적으로 디자인에서 사용자 조사의 목적은 사용자의 동기, 진정한 필요 등 사용자와 제품 또는 서비스를 둘러싼 상호작용 전체를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 이해하여 공감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 관찰

관찰은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정상적 생활 속에서 디자인되고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가 실제로 사용될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장래의 고객”[14]을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인간 중심 디자인 씽킹(Human-centered design thinking)에서 직접 관찰을 포함하는 경우 기대하지 못한 통찰을 얻고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더욱 정확하게 반영하는 혁신을 낳을 수도 있다[15].

본 연구에서는 관찰을 위해 쉐도잉을 진행하였으며 AEIOU 기법을 통해 정리, 분석하였다. 디자인을 위한 관찰 기법은 9 Dimensions of descriptive observation, A(x4) Model, POSTA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한 보조공학 분야에서 제안되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HAAT(Human, Activity, Assistive technology)[16]도 사용된다.

본 연구에서는 널리 활용되면서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AEIOU를 선정하였다. AEIOU 기법은 1991년 릭 로빈슨(Rick Robinson) 등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민속지학 자료 및 대화를 분석하기 위한 방법이다. AEIOU 기법은 사용자를 둘러싼 전체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행동 (Activity), 환경 (Environment), 상호작용(Interaction), 사물 (Object), 사용자(User)로 정의된 5개의 항목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AEIOU는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이해’, ‘관찰’, ‘공감’ 등의 단계에서 사용될 수 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영감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AEIOU는 엄격하게 고정된 틀은 아니지만 5개 항목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표 2]와 같다 [17].

표 2. AEIOU의 주요 내용

본 연구에서는 관찰을 두 차례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관찰자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와 같은 기본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작업들이 디자인하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1차 파일럿 관찰을 통해 이를 숙고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지팡이를 사용하는 노인을 관찰하는데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가? 관찰이 용이하며 관찰 장소의 특징은 어떠한가? AEIOU 방법을 선택했지만 과연 이 방법이 적절하며 혹시 부적절하다면 보완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등. 관찰 장소는 노인들이 자주 다닐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 병원, 약국 등으로 설정하였으며, 1차 파일럿 관찰은 노인 4명, 2차 관찰은 12명을 대상으로 시행하였다. 1차 파일럿 관찰을 통한 결과는 관찰 서식을 따로 만들어서 정리하였다([표 3] 참조).

표 3. 관찰을 위한 AEIOU 형식

관찰 한 사람 당 하나의 열(row)에 관찰 내용을 기록하였으며 마지막 부분에 시사점 도출 항목을 만들었다. 이 시사점에는 주로 관찰에 대한 해석, 관찰에 따른 추가 질문 등 AEIOU에 담기 어렵거나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내용을 기술하였다.

1차 파일럿 관찰은 7월 초 오후 4시경, 관광지에서 진행되었는데 이 관찰을 통해 관찰을 수행한 시간이 고온 다습하여 계절의 특성상 적절하지 않아 관찰 시간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관찰 장소는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어서 장소 선정은 적정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참고하여 2차 관찰을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그림 1] 과 같은 서식을 통해 정리하였다.

그림 1. 쉐도잉 결과 정리

특정 대상자에 대한 세부 관찰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 [그림 2]와 같다.

그림 2. 쉐도잉 결과 일부

2. 사용자 인터뷰

연구를 위한 전통적인 질적 연구 방법으로서 인터뷰는 “유연한 대화형식을 빌려 연구 대상자의 구두 진술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건들의 순서와 구체적인 과정 및 사건에 대한 대상자의 표현된 인식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18]으로 사용자에 대해 풍부하고 다채로운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질적 연구로서 인터뷰는 현지에서 어느 정도 참여관찰을 하고 나서, 연구자가 현지에 차츰 적응하면서 현지민과의 상호신뢰가 형성된 이후 수행한다[19].

디자인에서도 관찰 이후에 인터뷰를 하는 것이 유용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관찰 대상자와 인터뷰 대상자가 디자인 목적에 따라 같거나 다를 수 있지만 어느 경우에서라도 관찰을 통해 문제의식을 보다 날카롭게 다듬 을 수 있고, 디자인 목적에 기여하는 배경지식을 충분히 쌓아 관찰을 통해서는 알 수 없는 사실들을 인터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선행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했듯이 디자인을 위해 사용자 조사를 한다고 할 때 인터뷰는 빠짐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다른 조사 방법에 비해 그 중요성이 훨씬 높다할 수 있다. 디자인에서 인터뷰의 중요성과 그 영향력에 대해 스티브 포티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터뷰는 제품 개발팀(리서치 연구원, 디자이너, 엔지니어, 개발자, 마케터, 프로젝트 매니저 등)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주는 것과 동시에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로부터 얻은 정보와 인터뷰 과정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극적인 전환을 맞이하게 되는데, 바로 사용자의 경험과 감정에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공감’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다.”[20]

본 연구에서는 인터뷰를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과 쉐도잉 결과를 반영하여 질문지를 작성하였다. 인터뷰 항목에 유니버설 디자인에서 제시하는 원칙을 포괄할 수 있도록 질문을 구성하였으며 특별히 의미성 (Significance)에 관한 질문을 추가하여 구성하였다.

의미성은 사물의 형태가 그것을 사용하는데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또는 사물에 부여된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지에 관한 속성으로서 표현이나 가치와 관련이 깊다[21]. 의미성에 관한 질문을 추가한 이유는 뉴 실버 세대(New silver generation) 또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등장으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폭 넓은 대인 관계를 중시하고 독립적 삶을 살고자하는 능동적인 노년층의 필요를 고려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작된 질문지를 가지고 노인 2명을 대상으로 1차 파일럿 인터뷰를 진행 후에 2차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1차 파일럿 인터뷰를 따로 수행한 이유는 데스크에서 설계한 인터뷰 내용 중 보완해야 할 점을 찾거나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정확한 언어로 전달하지 못하는 노인이 있다면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또한 인터뷰 내용에는 선행한 관찰을 통해 관찰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용자 행태와 특정 기능을 필요로 하는지 등과 같이 실제 사용자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내용을 추가하였다. 예컨대, 관찰시 T자형 지팡이 사용자가 많이 관찰되는데 왜 T자형 지팡이를 사용하는가? 지팡이에 끈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는가? 등.

인터뷰는 총 70분 이내에 마치도록 설계되었으며 항목별 소요시간은 반드시 엄수해야 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대략적인 제한을 둔 것으로 인터뷰 대상자의 응답 상태나 적극성에 따라 디자이너가 유연하게 준수하도록 하였다.

3. 직접 체험

에이지 랩을 설립하고 최초로 노인 체험복을 만든 J. F. Coughlin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에이지 랩에서 개발한 이 장치는 젊은 디자이너가 노인 몸을 체험할 수 있어 노인이 겪는 애로 사항에 공감하도록 돕는다. 이런 경험이 꼭 필요한 이유는 고령 소비자일수록 어떤 부분이 짜증스러운지 일일이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개는 불편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다른 상품이나 환경에 접하고 나서 이런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그러려니 감수하면서 지내기 때문이다.”[22]

이 말은 인터뷰가 가진 한계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공감을 위해서는 직접 체험이 필요함을 분명히 제시해준다. 관찰과 인터뷰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필요하고도 중요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직접 당사자가 되어볼 수 있다면 관찰과 인터뷰로는 알 수 없는 다양한 상황, 감정, 이유에 대해 보다 깊게 공감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 연구는 노인이 지팡이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실내외 시나리오를 4가지씩 선정하여 디자이너가 직접 체험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였다. 즉 8가지 사용자 행태 시나리오를 선정하고([표 4] 참조) 디자이너가 직접 지팡이를 사용해봄으로써 지팡이를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표 4. 직접 체험 시나리오

예를 들어, 실내에서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지팡이 의존도가 높은 고령자의 경우 문을 열고나서는 지팡이가 먼저 들어가야 해서 몸으로 문을 받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실외에서 그다지 높은 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에서 내려올 때 지팡이 하단부분의 충격이 손잡이까지 전달된다는 것 등은 관찰이나 인터뷰로는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지팡이 디자인 과정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8가지 사용자 행태 시나리오에 대한 체험 결과는 [그림 3]과 같이 정리하였다.

그림 3. 직접 체험 결과 정리

Ⅳ. 결론

인간 중심 디자인은 디자인의 초점을 인간에게 둔다. 인간에게 편리한지, 인간의 능력에 맞는지, 인간의 습속이나 기호에 적합한지 등 디자인에서 전적으로 인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관찰, 인터뷰, 직접 체험과 같은 정성적 사용자 조사는 인간을 생생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일련의 노력이기 때문에 인간 중심 디자인 철학에 적극적으로 부응한다.

이 연구에서는 급증하는 노인 세대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 변화에 발맞춘 인간 중심 디자인을 위한 정성적 사용자 조사 방법을 탐색하고 제안하였다. 특히 디자인 실무 현장에서 노인이 사용하는 제품을 디자인한다고 했을 때 고민할 법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참고하기 용이하도록 하였다.

여기에서 다룬 사용자 조사 방법은 쉐도잉 관찰, 인터뷰, 직접 체험이다. 쉐도잉은 AEIOU 프레임을 통해 정리하였으며, 인터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실버 세대의 경향을 반영하기 위해 의미성 항목을 특별히 추가하여 진행하였다. 직접 체험은 실내외 각각 4개의 상황을 설정하여 디자이너들이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디자인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사용자 조사 방법만을 다루었다. 본 연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은 이 세 가지 사용자 조사 방법을 통해 나온 결과가 다른 방법보다 어떤 측면에서 더 효과적인지를 검증하고 평가하는 작업이다. 이는 이후의 과제로 삼기로 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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