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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Cultural Value Creation in Animal Festivals

동물 이용 축제의 문화적 가치 생성 연구

  • 권재현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 Received : 2020.11.23
  • Accepted : 2021.01.08
  • Published : 2021.01.28

Abstract

This study is to criticize whether festivals as cultural activities form cultural values by questioning about the animal cruelty in Korean festivals. Changes in the social awareness of animals and the viewpoint that shifted from human-centered thinking to values of the environment and life served as an opportunity to look back on animals. This study looked at festivals using animals in Korea and especially analyzed the four major animal festivals that have been criticized. A qualitative study method interpreting opinions, evaluations, alternatives, and arguments of cultural tourism and animal rights experts was implemented by conducting interviews with experts of cultural tourism and animal rights, who have conflicting views about animal festivals. The primary topic of discussion is a sharp criticism that 'sales of products based on innocence' is a commercialized cultural value. The expression that 'wrongful traditions do not need to be protected' is an escape from the customary memory of traditions that do not create cultural values. The act of stopping the long malpractice of traditional animal violence is the very act of creating 'cultural values.'

본 연구는 한국의 축제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문화적 행위로서의 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형성하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환경과 생명의 가치에 대해 변화된 시선은 축제에서 다뤄지고 있는 동물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본 연구를 위해 동물을 이용한 축제를 살펴보고, 그 중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4개의 주요 동물축제 실태를 분석하였다. 더불어 동물축제에 대해 상호 대립된 관점을 지닌 문화관광과 동물권 분야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의견, 평가, 대안, 반론 등을 해석적으로 분석하는 질적 연구방법을 진행했다. 주요 논제는 '동심을 이용한 상품 판매'는 이미 상품화된 문화적 가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잘못된 전통은 지킬 가치가 없다'는 말은 문화적 가치 생성이 없는 전통의 관습적 기억으로부터의 탈피이다. 문화적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으로서의 축제는 인간과 동물의 행위가 긴밀하게 교차하고 상호작용하는 특별한 장소이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동물폭력의 역사를 이어 온 지난한 세월의 악습을 끊어내는 일이야 말로 '문화적 가치'를 생성하는 것이다.

Keywords

Ⅰ. 서론

본 연구는 한국의 축제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문화적 행위로서의 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형성하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축제는 총체적 문화적 활동이며 문화는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다. 문화를 체험하는 대상도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는 주체여야 한다. 가치 있는 축제를 만드는 일은 가치 있는 문화를 생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중심의 축제는 축제산업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자본화 되어 지역의 경제성장과 고용 및 지역관광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문화의 행위로서의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율성이 축제를 주도하게 됨으로써 “대중문화를 즐기는 대중의 문화인식이 물화되어가고 있다[1]”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관광축제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문화적 가치를 토대로 한 공동체 의식에 기반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의 정체성이나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라는 명제 아래 축제의 과도한 상품화가 가져오는 최악의 결과는 축제콘텐츠의 개별 특성을 무시하고 획일화하는 데 있다. 공동체 의식에 기반하지 않은 축제는 “정치적 논리나 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생명력을 잃고 화석화된 천박한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하기 쉽다[2].”문화적으로 용납되는 폭력의 정도가 높을 경우 그것은 파급효과를 통해 불법적 폭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3]. 잘못된 전통은 지킬 가치가 없다는 말은, 문화적 가치생성이 없는 전통의 관습적 기억으로부터의 탈피와 같다. 노라는 기억의 위기란 과거로부터 현재를 분리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의 문화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사멸한 과거로 점점 더 가속화된 추락”이라 보고, “체험이란 것은 아직도 전통의 온기 속에, 관습의 침묵 속에, 그리고 전승된 것의 반복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므로 거기에서 탈피해야 한다[4].”고 주장한다.

문화관광축제에서 동물을 다루는 축제가 동물에 대한 배려나 생명경시를 야기 시킨다는 비난과 함께 동물 학대, 동물학살의 날로 명명되어 강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5]. 동물권 운동 단체에서는 인간이 가장 즐거운 날이 동물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날이라고 주장한다[6]. 아도르노는 자본의 상품화에 대한 경고에서 모든 것이다 상품이 된다고 하였다. 이는 자본화된 문화상품으로의 동물축제 판매방식에 대한 비판이다. 생명이 도구와 수단으로 사용되는 축제도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되고 소비자는 상품만을 소비하게 된다. 자연과 생명체인 동물이 상품으로 포장되고, 학대의 현장이 가족형 관광객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축제가 어떤 문화적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가의 문제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연구문제1. 문화관광축제에서 동물을 이용한 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가?

연구문제2. 동물을 이용한 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본 연구를 위해 한국의 문화관광축제를 중심으로 사례를 분석하였다. 특히,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축제 중동 물을 이용한 축제를 살펴보고, 그 중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4개의 주요 축제 실태를 분석하였다. 또한 이 축제를 바탕으로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진행하여 문화 행위로서 축제가 생성해야 하는 문화적 가치를 방해하는 요인에 대한 대립된 의견을 확인하였다.

동물을 이용하는 축제에서 동물권의 문제를 문화적 가치 생성의 관점으로 접근한 연구는 없었다. 동물을 다룬 대부분의 선행연구들은 관광활성화 방안이나, 서비스 개선, 전시물들의 보강이나 볼거리 확대 등이 대부분이다. 또한 축제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축제를 통한 지역민의 정체성 확립 등의 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생물과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동물과 인간의 관계 연구가 인간-동물 관계연구로 발전하고 있지만, 동물권의 시각에서 동물축제 연구나 문화적가치의 생성에 관한 연구는 전무하였다. 이제 관광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축제 속 동물들을 이제는 생명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동물권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문화적 가치를 생성해야 하는 동물축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Ⅱ. 연구방법

본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동물학대로 비판 받는 축제가 문화적 가치의 생성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자, 문화적 가치 생성을 방해하는 요인에 대한 연구이다. 연구자는 먼저 한국축제에서 동물을 이용한 축제와 동물 이용 체험 프로그램이 포함된 문헌연구를 진행하였다. 문헌연구는 2018년 ‘생명다양성재단’의 ‘국내 동물 이용 축제 현황 조사 연구’를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이 문헌 연구 자료에서 부족한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와 연구자의 현장 경험을 통해서 취득한 문헌들로 보강하였다. 특히 ‘동물학대’ 문제로 가장 논쟁이 되고있는 축제에 집중하게 되었으며, 그 축제는 문화관광축제에서의 지명도와 영향력이 있는 화천산천어축제, 함평나비축제, 울산고래축제, 청도소싸움축제이다. 이 축제들이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는지,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한국의 문화관광축제들이다.

또한, 동물 이용 축제 연구가 현장의 이해관계를 담아낼 수 있다면 더욱 실질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실시하였다.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문화관광 분야와 동물권 분야 전문가 심층 인터뷰는 의견, 평가, 대안, 반론 등을 해석적으로 분석하는 질적 연구방법을 진행하였다. 연구의 주된 조사방식은 심층면접이며, 연구의 대상자는 크게 두 분류로 나누었다. 인터뷰의 대상자는 문화관광분야 전문가와 동물가 분야 총 12명의 전문가로 구성하였다. 문화관광 분야는 문화관광전문가 6명과 생태관광전문가 2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문화관광분야의 전문가 집단 중 문화관광축제를 지정하거나 평가의 규칙 제정에 관여하는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였다.

동물권 분야는 동물권운동의 학문적 연구와 동물권 운동을 실천하는 활동가를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동물 이용 축제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7]’를 책임지고 있는 동물권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는 향후 축제에서 동물을 대하는 방법과 지침을 만드는 목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였다. 현장에서 동물권 운동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 수의사는 동물권 운동 현장에서 생기는 다양한 갈등과 화해를 위한 실제적인 목소리를 듣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였다. 마지막으로 동물권 문제의 사회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철학적 배경과 실천방안을 꾸준히 제시해 온 문화연구자의 인터뷰도 함께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심층 인터뷰 대상자 선정을 위해서 문화관광 분야의 평가위원은 현직 또는 전직 문화체육관광부 축제평가위원 리스트를 확보한 뒤 가능한 문화체육관광부의 평가보고서에 나와 있는 전문가 위주로 선정하였다. 대상자는 다음 [표 1]과 같다.

표 1. 심층인터뷰 대상자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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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인 ‘질적 면접’은 심층적이고, ‘반구조화’되거나 ‘느슨하게 구조화’된 형태의 면접을 지칭한다. 구조화된 질문지에서 사용되는 개방형 질문은 질적 면접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대상자와의 신뢰를 쌓기 위해 공통되는 전문분야의 이야기와 관심 분야로 폭을 넓혀 신뢰를 쌓는 과정을 가졌다. 면접은 ‘목적을 지니고 이루어지는 대화’가 방해 없는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현장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대처하였다. 또한 연구자의 연구문제에 관련되는 주제와 화제에 초점이 모아질 수 있도록 연구 주제를 질문에 포함시켜 반복하고 강조하면서 진행하였다.

인터뷰 기간은 2020년 7월 8일부터 7월 30일까지 1차로 진행하고, 2020년 8월 13일부터 8월 24일까지 2차로 진행하였다. 인터뷰 장소는 대상자의 연구실이나 학교, 조용한 사무실에서 1:1로 이루어졌다. 인터뷰는 미리 녹음을 한다는 양해를 구하고 짧게는 1시간 20분에서 길게는 2시간에 걸쳐 진행하였다. 본 연구자는 ‘동물권’과 ‘문화관광분야’의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질문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하였고, 가능한 그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인터뷰 내용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였다.

Ⅲ. 동물축제 현황 분석

축제는 하나의 복합적인 문화행위이다. 축제는 생명의 경시나 폭력의 조장이 아니라 긍정적인 ‘가치’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가치생산의 도구로서 축제를 살펴보고 동물이 축제에서 활용되고 있는 방식이 가치의 생성인지 ’가치의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문화관광축제 지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정을 통해 예산의 지원과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데,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축제의 양성이 목표이다. [표 2]는 최근 10년간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축제 중 동물을 이용한 축제 현황이다.

표 2. 문화관광축제 內 연도별 동물축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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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2011-2019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축제현황 자료.(연구자 재구성)

아래 [표 3]에서 보듯이 동물을 이용하는 축제는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67개의 동물 이용 축제는 2014년 73개, 2019년 97개로 늘어났다. 축제에서 동물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편하고 쉬운 대상으로서의 소재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추세를 감안하면 동물을 이용하는 축제는 다양화되면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표 3. 문화관광축제 內 연도별 동물축제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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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2011-2019 문체부 전국 축제 현황 (연구자 재구성)

최근 약 10년의 기간 동안 동물축제이면서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축제는 화천산천어축제, 함평나비축제, 울산고래축제이다. 이 축제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이면서 최근 10년 동안 꾸준한 외적 성장을 이루어왔는데, 매년 30만명에서 160만명 이상의 관광객의 유치, 지역경제효과는 50억에서 1, 000억 이상의 실적을 쌓고 있다. 또한 정부의 문화관광축제 공식지정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축제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성공의 유명세만큼이나 이 축제들은 최근 ‘동물학대’ 논란의 중심에 있으며 동물축제의 폐지나 축소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본 연구자는 그 외에도 동물학대 축제의 논란에 서 있는 청도소싸움축제를 포함하여 4개의 축제의 현황을 분석했다. 청도소싸움축제는 1999년부터 4년간 연속으로 문화관광부 문화관광 지정 축제로 선정되었고, ‘소싸움’을 테마로 매년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도박형’ 축제이다.

동물이 축제명에 드러나지 않고 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동물을 이용하는 축제의 수는 훨씬 많았다. 동물 이용 축제 조사보고서[8]에 따르면 축제 프로그램 속에 사용되는 동물은 어류가 60%로 가장 많았고 연체동물이 22%, 포유류 12%, 곤충류가 3%이다. 이 동물 이용 프로그램의 84%가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동물의 테마와 상관없이 동물체험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분별하게 ‘유행 따라하기’처럼 복제되면서 그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축제에서 동물을 이용하는 방식은 맨손 잡기, 동물 포획해 달리기, 동물 던지기, 뜰채로 물고기 잡기, 곤충을 직접 만지거나 포획하기, 물고기 방류나 방사, 동물 우유 짜기, 한정된 공간에 동물 전시하기 등이 있다. 동물에게 직접적 위해를 가하는 방식과 빠져나갈 수 없는 한정된 공간에 동물을 몰아넣고 잡는 행위 등은 동물에게 신체적 ·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축제장의 동물이 쉽고 편하게 다룰 수 있고, 고통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9]. 학대라고 느끼지 못하는 동물 학대행위가 생명으로서의 동물인식의 문제와 동물체험을 즐기는 아이들의 교육과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동물을 사랑한다는 명분과 종교적 행위로 하는 동물의 방사는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풀려난 장소의 생태와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이다. 동물축제가 가지는 공중보건 측면의 위험성 중 하나는 동물과의 신체적 접촉을 통해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10]도 있다. 동물을 만지고 동물을 던지고 동물을 아끼는 행위가 전염병을 통해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동물을 이용하는 축제가 유발하는 전염병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본 연구자는 위의 동물축제 현황 분석을 통해 나타난 동물 학대의 문제점이 가장 두드러진 4개의 축제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 대상은 화천산천어축제, 함평나비축제, 울산고래축제 그리고 청도소싸움축제이다.

화천산천어축제에서는 매년 200톤에 달하는 물고기 약 80만 마리를 사용되며,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존재 [11]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이 물고기를 입에 물거나 도망가는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아서 바닥에 팽개치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함평나비축제에서는 행사를 위해 나비를 부화 이전의 시기에 방사[12]함으로써 ‘예고된 죽음’이 어린이의 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공장식 부화를 거쳐 관광객의 욕망의 재물로 잠시 사용되어 죽어가는 나비를 이용한 가짜 생태축제인 ‘에코 라벨링’이며 “제도화된 폭력[13]”이다. 또한 울산고래축제는 전세계 보호종인 고래를 지키는 생태축제를 표방하지만, 고래고기를 먹는 식당이 공존[14]하는 기이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그리고 21세기-동물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청도소싸움축제는 전통이라고 주장해오던 가치들로 폭력과 차별을 옹호하고 있다[15]. 전통은 특정 행위와 사건을 원래 그런 것으로 자연화하여 결국 바꿀 수 없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16]. 스트라우스Straus의 ‘문화적 파급이론cultural spillover theory’에 따르면 “문화적으로 용납되는 폭력의 정도가 높을 경우 그것은 파급효과를 통해 불법적 폭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17]”고 한다. 문화는 가치를 통해 내면화 되는 것이지만, 동물학대가 일어나는 축제는 문화적 파괴가 일어나는 공간이자 그런 경험을 동반하게 된다. 동물 학대의 광적인 순간의 경험을 갖게 하는 동물축제의 현장은 비교육적이며, 청소년에게 잠재적 내면화 작용을 통해 생명 경시로 이어지게 된다[18].

축제의 산업화는 지나친 상업화를 낳는다. 아도르노는 “자연지배의 논리는 동물을 ‘동물 자체’나 ‘진정한 존재 자체’로서 동물의 고유성을 파악하려 하지 않고 동물을 “몸, 사지나 동작, 생식활동”으로 대상화해 버린다 [19]”고 주장한다. 또한 사회성이 배제된 웃음을 생산하는 문화산업은 들뜬 재미에 헌정된 성전이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보다는 ‘행복을 기만하는 웃음’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문화를 이야기 한다는 것이 오히려 가치를 파괴하고 있는 역설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문화 행위 내에 지역의 이익논리와 자본의 논리가 맹목적으로 실현되고, 환경의 중요성과 생명의 가치가 주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문화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오히려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

Ⅳ. 심층인터뷰 분석

문화관광축제가 지향하는 축제적 가치는 문화 행위로서 문화적 가치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동물 학대의 문제를 방치한 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동물을 학대하고 강제로 폐사시키는 공장식 배양과 공급이 경제적 성과 이외에 어떤 가치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통해 동물학대가 일어나는 주요 축제에서의 문화적 가치형성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두 전문가 집단의 의견은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상생의 방안을 찾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1. 문화관광분야의 관점

문화관광의 관점에서 동물은 소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문화행위와 상관이 없고 문화적 가치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동물의 문화적 가치의 생산 여부는 동물이 지금까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물 학대가 이루어지는 축제는 문화적 가치생산이 어렵고 이 행위가 계속 될 경우 언젠가는 망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도박과 결합된 소싸움 축제는 축제가 될 수 없다고도 한다. 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나친 축제의 상품화 때문이고, 축제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와 생태를 위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축제 성공의 여부는 경제적 성공으로 결정되고 그렇게 보도자료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산천어축제에서 동물에 대한 문제를 외부에서 제기할 때 주민들이 막아섰던 이유는 주민의 이익에 관여되어 있기 때문이고, 경제적 성공이란 말 속에 문화관광축제가 지향하는 본래의 가치가 빠져 버린 결과를 초래했다고 이야기 한다. 또한 생명의 논리보다 부풀려진 경제적 가치산출 방식은 문제가 있으며, 지나친 문화의 상품화는 문화를 가치를 상실하게 한다.

문화를 관광의 관점에서 두 가지로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관광의 소재로서 동물을 사용하는 행위는 문화 행위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화관광축제에서 사용되는 (동물)소재는 지역 공동체의 삶과 별개로 생각하고 있었죠. 그 동안 ‘소재’ 중심의 사고가 지역 문화의 가치관 형성의 논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김ㅇㅇ(a) 인터뷰 中)

동물의 학대가 일어나는 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생성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동물이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사회적 관점에서 역할을 이야기해야지 동물권의 관점에서만 이야기 하면 곤란합니다. (김ㅇㅇ(b) 인터뷰 中)

동물학대 축제를 계속하게 되면 언젠가는 망하게 될 것이고 망하는 게 맞습니다. 폭력적인 축제의 실태를 알고 찾아오는 관광객이 있을 수 없습니다. 폭력적인 행위의 놀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서 동물폭력이 자행되는 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생성해 내기란 어렵습니다. (장ㅇㅇ 인터뷰 中)

축제의 지나친 상품화의 견제가 필요합니다. 축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들을 오게 하는 게 아니고 그 문화와 생태를 위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가치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장ㅇㅇ 인터뷰 中)

반면, 동물권 관점에서만 축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고 사회적 관점에서 동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주장도 있다. 또한 축제는 지역주민의 함의로 만든 문화 행위로 봐야 하며, 동물에 대한 인식교육이 주민과 평가단 등에 이루어지고, 동물을 다루는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물축제는 문화적 가치 생성이 어렵다는 전제는 축제적 관점에서 보면 좀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축제라 할지라도 축제가 제공하는 공간과 시간은 평소에 하지 않았던 것을 해볼 수 있다라는 일탈의 측면에서 가능할 수 있습니다. 축제에서 동물을 다룬다고 해서 문화적 가치를 생산해 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축제의 일탈성이 주는 허용의 범위를 인정해야 합니다. 축제는 지역민이 만들어 내는 문화입니다.(이 ㅇㅇ(a) 인터뷰 中)

나비축제의 경우 비생태적인 면이 발견되지만 종합적으로 문화적 가치의 기준으로 축제를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흑백논리입니다. 생태관광에서 경험하였듯이 대상적인 구분이 아닌 접근 방법에서의 동물 축제가 된다면,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ㅇㅇ(b) 인터뷰 中)

이렇듯 문화관광분야는 이중적 관점을 가지는데, 동물축제라 할지라도 문화적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축제적 관점에서 허용하는 일탈성이 학대가 일어나는 동물축제에서도 인정되어야 하고, 주민들이 만들어 온 문화적 산물로서의 축제이기 때문에 동물 학대를 넘어 문화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을 이용하는 축제를 지나치게 학대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불편하며 동물학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전통으로서의 문화적 가치는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비생태적인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물 학대 축제는 흑백논리라고 이야기한다.

축제는 문화행위이자 문화적 가치를 생산한다고 봅니다. 동물적 소재를 사용하지만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는 축제가 존재함으로 모든 동물축제를 동물학대 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청도 소싸움축제만 하더라도 진주를 비롯한 많은 지방에서는 대단히 문화적 행위였고 지금도 그 면면히 살아서 축제로 승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심ㅇㅇ 인터뷰 中)

사회가치의 변화로 20여 년 동안 이어온 축제(전통)는 수정이 필요하지만 폐지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폐지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구성원의 자긍심에도 큰 손실을 가져올 것입니다.(이ㅇㅇ 인터뷰 中)

하지만 동물권의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수많은 관점들이 존재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동물이 제대로 존재해야 제대로 된 동물축제가 만들어지며, 동물이 행복한 축제가 되면 아이들도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환경과 기술의 결합과 좀 더 예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동물권과 관련된 논의는 옳다 · 그르다의 문제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수많은 관점이 공존하는 이슈입니다. 즉 지역경제, 관광 매력 등 다른 가치를 동물권의 가치보다 높게 평가한다고 그것이 잘못된 사고인 것처럼 계몽(Enlightenment)하려고 하는 접근이 더 위험합니다.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불필요한 갈등을 양산하는 것을 최소화하며 장기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심ㅇㅇ인터뷰 中)

지역의 축제는 주민들의 문화적 함의로 만들어진 문화적 행위로 바로 없앨 수 없습니다, 먼저 동물 학대가 심한 축제부터 순차적으로 개선이 필요한데요. 그 목표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동물을 다루는 방식의 변화와 기준, 평가자들의 인식 개선과 교육은 어울림을 목표로 주민, 지자체, 전문평가단에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 동물축제 기획 시 매뉴얼 작성이 필요합니다.(김ㅇ ㅇ 인터뷰 中)

동물이 제대로 존재할 때 만들어질 수 있는 게 동물축제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동물들이 즐거워야 되잖아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보고 있는 나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동물도 마찬가지 입니다. 동물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합니다.

고래축제에서는 고래를 잡는 그런 뭐 광경을 보여준다던지 또는 그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던지 하는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지정을 하고 그러한 퍼포먼스 같은 것들을 예술적으로 만들어 내야겠습니다. 환경과 과학이 접목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고 그런 좀 아이디어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AR, VR 여러 가지 도구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기술과 결합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이ㅇㅇ 인터뷰 中)

2. 동물권분야의 관점

동물권분야에서는 학대와 학살로 문화적 요소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원초적인 행위만 남는 것을 오히려 문화축제라고 부른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주장한다. 소싸움경기에서 가치의 생성이란 있을 수 없고, 지역의 몇몇 돈 많은 사람들의 오락행위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돈에 혈안이 되어서 소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울고 웃고 춤추고, 그런 광경을 옆에서 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답답하고 교육적 효과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축제의 방식이 접촉-잡기-식사로 연결되는 놀이로 구성되어 있어서 문화적 가치의 생성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축제’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아이들의 동심을 훔치기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판매행위라는 주장이다. 도박의 행위는 문화활동으로 포장될 수 없으며, 동물의 싸움을 활용한 도박의 행위가 상품 형식으로 제공되면서 동물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축제의 경제적 성공의 여부를 결정하는 언론의 보도가 경제효과의 중요성만 강조하면 동물축제들은 똑같은 결과만을 초래하게 되고, 동물학대가 이루어지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문화가 계승되는 것은 가치의 계승이 아니며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의 맥락과 같다는 주장이다. 또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동물 이용 축제가 지역에서 소수를 위한 정치적 보상이나 행위이기 때문에 문화적 가치는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서 문화적인 것들을 실제하고 어떻게 연결시키는지가 중요합니다. 축제를 통해 사람이 몇 명이 오는 것으로 재단을 하고, 성공의 여부를 결정하는 언론의 보도와 경제효과의 중요성만 강조하면 동물축제들은 똑같은 결과만을 초래하게 됩니다. 언론보도나 경제효과보다 생명의 가치가 중요합니다. (천ㅇㅇ 인터뷰 中)

생태란 말이 들어가고 동물이나 식물 자원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환경적이 부분들은 생태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논의 구조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피고, 너무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부분이 있는 건 아닌지도 살펴야 합니다.

지금 동물의 학대와 학살이 장난처럼 종이 찢듯이 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요소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원초적인 행위만 남는 것을 오히려 문화축제라고 부른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동물에 대한 존중이 남아있지 않은 시기이자 문화적 가치 창출에 실패했습니다. (천ㅇㅇ 인터뷰 中)

소싸움의 경우에는 가치 생성은 없다고 생각해요. 정읍에서 소를 키우는 분들은 제일 돈 많은 지역 유지들. 시장의 오른팔, 왼팔 이런 분들인데 선거 때 도움의 대가로 소싸움 단체들에게 시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소싸움 관련해서 제가 경험한 것은 전혀 문화적인 생산 활동도 가치도 없을 뿐 더러 지역에서 몇몇 분들 돈 많은 분들의 오락행위입니다. 아이들 데리고 오는 축제인데 교육적인 효과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허ㅇㅇ 인터뷰 中)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문화가 계승되는 것은 가치의 계승이 아닙니다. 동물학대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의 맥락과 같습니다. 지금 동물들은 코너에 몰릴 때로 몰린 애들(생명체)입니다. 지금은 착취할 여유가 없어요. (김ㅇㅇ(c) 인터뷰 中)

동물축제는 문화적 가치를 생성하기 어려운 획일적이고 비교육적인 축제이고, 지역의 정체성을 대변하거나 문화적 화합을 이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동물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기획자와 주민이 동물에 대한 관심과 의미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싸우기 싫은 소들을 억지로 부추겨서 싸우게 하는 잘못된 전통은 지킬 게 없고, 전통으로 다 옹호될 수 없는 학대이자 도박행위라고 이야기한다. 한편, 동물에 대한 경각심과 인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생태적인 교육을 주는 실천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이 없는 동물축제를 위해 기술의 결합과 문화적 접근을 강조하면서 고래(동물)을 이해하는 것이 공존을 위한 축제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축제에 대한 최소한의 평가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면 기준은 우선 동물에게 통증이나 고통을 유발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동물을 직접 만지거나 해서 스트레스 주는 행위는 금지해야 하고 좀 더 동물의 입장에서 고민한 규칙이 만들어지면 정말 좋겠습니다.(허ㅇㅇ 인터뷰 中)

동물축제(산천어축제) 콘셉트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첫째,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각심과 인식에 대한 교육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둘째, 물리적으로 오는 사람의 수를 줄이거나 포획되거나 부화시키는 물고기 수를 제한하는 즉, 축제에 사용되는 물고기 수를 줄여서 좀 더 생태적으로 가야합니다. 셋째, 수량화 · 정량화 된 경제적 성과도 부풀려진 것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넷째, 어떤 생태적인 교훈을 줄 수 있는 것인지 살피고, 우리가 먹는 것을 좀 줄이고 같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그런 실천방안을 찾는 게 필요합니다. (이 ㅇㅇ(d) 인터뷰 中)

고래를 주제로 하는 영화를 보여주거나 훨씬 더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울산에서는 고래를 볼 수가 없고 안 보이는 고래를 보이게 하는 것은 홀로그램을 쓴다거나, 터치하는 느낌을 사람들한테 준다거나, 5차원 감각의 이야기까지를 통해서 경험할 수 방법을 찾아야 하죠. 고래축제가 (패러다임)방향이 바뀌어야 되고, 축제에 실제 고래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고래의 보존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고래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하는 것이 그 축제에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장ㅇㅇ 인터뷰 中)

3. 소결

축제는 문화활동이며, 문화는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다. 문화를 체험하는 대상도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는 주체여야 한다[20]. 가치 있는 축제를 만드는 일은 가치 있는 문화를 생성하는 것이다. “가치는 인간행위의 강력한 내적 동력이다. 가치는 추상적 의식이나 외적 당위, 비교 가능한 선호가 아니다. 그것은 무엇인가 소중하다고 강렬히 느끼며, 거기에 이끌리고 그것을 갈구한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가치가 정체성의 중핵에 자리할 때, 그것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는 나의 실존 전체를 건 문제가 된다. 그러한 가치는 논리적 설득이나 의식적 선택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의 자아와 사회적 관계가 붕괴되고 새로운 요소가 삶의 중심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비일상적 경험을 통해 탄생한다[21].” 때문에 문화적 행위로서의 축제에 참가자는 능동적 문화행위자로 봐야 한다.

빠른 속도로 축제는 매년 증가하지만 축제의 본질과 근원적 가치에 대한 함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축제의 본질적 가치는 평가절하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뷰를 통해 나타난 용어 중 가장 충격적인 표현은 “종이 찢는 놀이와 같은 동물학대[22]”이다. 동물권 분야의 주장은 인간과 같은 수준의 배려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 수준의 학대’를 주장한다. 동물축제의 특성은 가족의 참여, 아이들과의 체험이 많은 문화행사다. 축제에서 행해지는 프로그램의 특성이 단연 아이들의 교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문화가 파괴되는 장소이다. 동물을 생명의 존재로 인식할 때 비로소 가치의 감정이 생긴다. 감동과 대상을 존중하는 방식의 경험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알게 된다. 가치는 보통 사랑, 존중, 자유, 평등, 정의 같은 추상적 단어를 연상하지만 사랑이라는 가치를 위해 누군가를 의무적으로 사랑하거나 타인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개인 또는 집단속에서 존중받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에서 감동과 충격을 통해 존중의 가치를 알게 된다. “가치는 ‘해야 하는’ 규범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인가 소중하다는 강한 감정, 그래서 거기 에이 끌리고 그것을 갈구하는 힘이다[23].” 이는 이전의 방식으로 동물을 인식하는 것으로는 가치가 생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축제의 목표가 가치지향적이어야 하듯이 동물축제의 목표 또한 ‘생명윤리’의 관점이 우선될 때 문화적 실천의 방안들이 나올 수 있다. 문화적 가치 창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동물을 생명의 존재로 인식하야 하는 것,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 기후변화로 인한 동물축제의 개최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인식과 패러다임의 전환, 동물이 없는 동물축제가 가능한 문화적 접근을 통한 기술과 환경의 결합 그리고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규칙이나 가이드의 마련 등이다. 이는 문화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갈등의 확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결을 위한 실천가능한 대안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의 확인이다.

Ⅴ. 결론

대상만 생태가 아니라 방법도 생태적이여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윤리적인 근간으로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과 침해의 수준을 최소화하고, 동물복지 기본 개념인 ’생태적 환경의 조성‘과 운영방식이 지켜져야 한다. 이는 문화행위로서의 축제가 가치를 생성해야 한다는 실천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요구이다.

문화관광분야와 동물권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동물축제는 문화적 가치를 생성하는가’, 또한 ‘가치생산을 위한 실천적 대안은 있는가‘ 대한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심을 이용한 상품 판매, 동물폭력이 상품화된 축제는 문화적 가치를 생성하기 어렵다. 동심조차 판매의 대상이 되는 절망적인 동물축제의 현장은 ‘익숙하지만 강렬한 이미지의 반복’을 조장한다. 관광객체나 예술작품들이 형이상학의 탈을 쓴 자본주의적 야만과 실물보다는 이미지에 지배되는 현대사회의 일상성으로부터 기인한다.

둘째, 문화적 가치생성이 없는 잘못된 전통은 지킬 가치가 없다. 전통의 계승이란 이름의 관습적 기억으로부터의 탈피가 요구된다. 노라는 기억의 위기란 과거로부터 현재를 분리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문화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사멸한 과거로 점점 더 가속화된 추락이며, 체험은 여전히 전통의 온기 속과 관습의 침묵 속에 있다. 전승된 것의 반복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깊고 오래된 관습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셋째, 축제에서의 일탈성은 문화적 파괴가 일어나는 상황을 모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동물권에서 다루는 생명경시의 문제와 동물학살로 불리는 문제를 막는 든든한 방패역할을 해왔으며, 그 관습을 끊어내려는 시도의 부재는 문화적 가치 생성의 부재와 연결되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일탈적 폭력 (deviant violence)은 대체로 용인되지 않으며 범죄시된다. 제도화된 폭력 그리고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폭력과 마찬가지로 일탈적 폭력 역시 사회적으로 구성된 지나친 상업주의는 가치생성을 억압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활용된 자본주의의 그림자이다.

동물을 이용한 축제의 문화적 가치생성을 위한 실천적 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을 생명의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의 주민과 평가자 그리고 축제 참가자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지역축제는 주민이 만들어온 문화적 자산이라는 인정이 필요하다. 지역축제는 주민의 함의로 만들어진 노력의 결과이자 정체성의 상징이다. 동물권 문제가 문화적 가치 생성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면, 이 문제 또한 ‘문화’의 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

둘째,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가이드의 마련이다. 동물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증명은 과학의 논증을 거쳐 반려동물에게 느끼는 감정이 동물축제에게도 필요하다는 ‘타자화’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동물을 이용하는 규칙은 ‘동물 고통의 최소화’를 위한 형식을 갖추는 출발점이다.

셋째, 기후변화에 따른 동물축제 방식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동물개체수의 감소와 이상기온 그리고 얼음이 얼지 않는 겨울 등은 전 지구적인 문제이다. 다가올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처는 동물축제에서 동물을 인식하는 관점의 변화와 이용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동물에 대한 더 많은 문화적 접근과 상상력이 필요하며, 기술과 환경의 결합을 요구한다. 동물을 만지지 않고 즐기는 ‘동물이 없는 동물축제’는 새로운 동물축제의 문화를 만들고, 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인간이 단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삶과 질서의 가능성을 창조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이 역사와 사회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스스로를 형성하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요아스는 불확정적 현실에서 “인간의 행위가 어떤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가치라고 주장한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가치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규범이 아니라, 가치 실현을 위해 소중한 것을 열망하는 적극적 행위에 있음을 강조한다. 관습화되어 있는 세계관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치의 생성이다. 동물축제에서 오로지 가져야 할 열망은 지역의 경제적 이슈[24]에 얽힌 줄을 잘라내는 일이다. 그리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동물폭력의 역사를 이어 온 지난한 세월의 악습을 끊어내는 일이야말로 ’문화적 가치‘의 세계를 여는 일이다. 코로나 19는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세계관의 붕괴를 가져왔고, 지역의 일부 정치권력이 만들어낸 오락적 유희를 파괴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동물이용에 대한 반성과 변화를 위한 능동적 행위를 통해 낡은 가치가 새로운 시대의 가치로 교환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갈등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이유를 제공한다. 동물축제가 문화적 가치를 생성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 이러한 반성은 인간과 동물이 만들어내는 변화와 공존의 시대로 이끌어 줄 것이다.

본 연구는 축제에서의 동물권 연구가 아직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였다. 향후 연구과제는 문화향유자인 관광객에 대한 조사가 광범위하게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동물을 활용하는 축제에서의 ‘문화적 가치’의 생성은 더 많은 철학적 논의와 문화 연구적 시각에서 ‘축제와 문화’, ‘문화 관광 축제에서의 동물’, ‘동물 이용 축제와 문화적 가치’ 등의 대한 논의와 담론 형성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 이 논문은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 중 주제의 일부를 수정ㆍ보완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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