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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를 통한 대학 교양 영어 교육 방안 연구: 로버트 프로스트의 「꺼져라, 꺼져라-」를 중심으로

A Study on the Teaching Method of University General English with Poetry: Robert Frost's "Out, Out-"

  • 김혜연 (순천대학교 영어교육과)
  • 투고 : 2021.07.12
  • 심사 : 2021.08.29
  • 발행 : 2021.11.28

초록

본 논문은 영시를 통한 대학 교양 영어 교육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교육 방안을 모색하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꺼져라, 꺼져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교수법 모델을 제공한다. 영시는 학습자 중심의 영어 교육이 중시되고,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 4영역의 통합 학습 과정이 중시되며, 전공 공부와 취업으로의 연계를 목표로 하는 대학 교양 영어 수업에서 중요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영시의 시각적 이미지, 리듬, 라임, 반복 등의 시적 기교는 언어에 대한 암기 학습 능력 향상과 음성, 구어적 능력 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수능 영어에 익숙한 국내 대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가장 적절한 시 선정 기준을 제시하고, 읽기 전 활동, 읽기 활동, 읽기 후 활동으로 나누어 교수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수법이 3시간 수업의 대학 교양 영어 수업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프로스트의 「꺼져라, 꺼져라-」를 중심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탈 활자적' 텍스트를 통한 영어 학습이 학습자 중심의 지속 가능한 학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This paper emphasizes the effect of using poetry in the University General English education and suggests the teaching method of English education with a Frost's poem, "Out, Out- ." These days, learner-centered English education and integrative study of four linguistic functions, reading, listening, speaking and writing are considered important in the University General English class. Poetry is very effective text for the education purposes. Poetry techniques like a visual image, rhythm, rhyme, or repetition are actually mnemonics and strongly connected to the enhancement of memory and oral linguistic function. This paper suggests the specific education methods in the poetry selection, pre-reading step, reading step and after- reading step with concrete examples of "Out, Out-." These education methods through the 'oral text' can be a good and sustainable model for learner-centered education.

키워드

I. 영시를 통한 영어 교육의 필요성

본 연구는 영시를 활용하여 국내 대학의 교양 영어 교수법을 새롭게 계발, 연구, 제안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현재 세계의 많은 영어 교육학자들이 시적 작품의 문화적, 언어적 풍부함을 강조하며, EFL/ESL 학습자들에게 시가 훌륭한 언어습득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영시는 어휘의 압축성과, 독해의 어려움, 실용 영어와의 괴리 등의 이유로 국내 대학 교양 영어 교육의 현장에서 거의 이용되지 않는 텍스트가 되어왔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 교양 영어 학습을 위한 영시 활용의 중요성과, 그 필요성을 논하고, 국내 대학생들에게 맞는 영시를 통한 효과적 영어 학습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문학을 활용한 영어 학습은 이미 1990년 7월에 간행된 『영어교육저널』(The ELT Journal)에서 모든 지면을 ‘문학을 통한 영어 학습’에 관한 논문으로 채울 정도로, 그 중요성과 효과가 연구되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문학은 각국의 영어 교육 커리큘럼과 교수법에 중요한 텍스트로 포함되는 양상을 보인다. 영어가 외국어로 학습되는 교육의 현장에서 문학은 교재 이용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가공의 자료가 아니라, “실제 자료”(authentic material)이며, 문화적, 언어적 풍부함을 지니고 있고, 개인감정의 이입이 매우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장점과[1] 보편성, 다양성, 흥미, 의미의 모호함이 주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2] 등을 제공해 주는 흥미로운 텍스트로 인정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M. 오비디야트(Obediate)는 EFL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문학 텍스트를 통해 영어를 학습할 때, 영어원어민들이 갖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며 자신들의 생각을 정확한 영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현대 영어의 특징을 배울 수 있으며, 소통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영어의 언어적 구조를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문학을 통해 영어를 배울 때 학생들은 영어 실력의 향상과 함께 창조적이고 비판적이며 분석적인 학습자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3].

B. 제이콥과 J. 슈만(Jacob & Schumann)은 신경과학을 통한 언어 학습 발달 연구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언어 학습을 가능하게 한 것은 “마음의 완전한 이입”(a full engagement of the mind)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내었다[4]. 시는 그 어떠한 문학 장르보다도 가장 많은 감성적 마음의 이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르로, 적절한 교수법이 시행된다면 실제로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언어 학습의 텍스트가 될 수 있다. 나탈리 헤스(Natalie Hess)가 주장한 것처럼, 우리는 “시를 읽고, 이해하고 해석할 때 더 넓은 인간 실존에 대한 경험의 확장을 통해서 언어를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5].

물론 많은 영어 교육자들은 문학 텍스트가 현대의 실생활 영어와 언어적 구조 및 어휘에서 차이를 보이고, 문학을 통한 영어 교육이 실상 수준 높은 영어 구사력을 지니고 있는 특정 학생들에게만 효과적일 것이라는 우려[1]를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학을 통한 영어 학습은 실제 교육의 현장에서 언제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하여 다른 영어 교육학자들은 영시가 높은 영어 구사력을 지니는 특정 학생들에게만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일종의 편견으로, 적절한 영시 선정과 교수법이 제공된다면, 오히려 영어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영시가 더욱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3]. 시의 장르적 특징으로 인해, 비교적 짧은 양의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시는 문장의 간결성과 짧은 행으로 읽기를 싫어하거나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두려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문학을 통한 영어 교육이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어왔으며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후 문학을 통한 영어 교육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영어 교육 현장에서 문학을 통한 미국문화 학습 방안이 논의되었고[6], 대학 영어 교육에서 지금까지 무시되어 오던 영시를 새롭게 발굴하여 영어 교육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7][8]. 또 김혜리, 박은희[9]에 의하여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문학을 통한 영어 학습의 효과가 연구되었다. 특히 김혜리는 자신의 최근 논문에서 문학을 기반으로 한 국내 대학생들의 EFL수업을 시행하면서, 문학이 국내 대학생들의 영어 교육 현장에서 가장 생생하고 활발한 언어 교육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증명해 내었다[10][11].

그러나 정호영과 김혜리 등 국내에서 연구된 문학을 중심으로 한 대학 영어 교육 연구는 대부분 소설 읽기를 중심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또 시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대학생이 아닌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많이 진행 되었다[11-14]. 본 연구에서는 지금까지 선행된 연구를 참고하여, 단기적이고 기계적인 영어 학습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창의적 사고력을 증진시킬수 있는 영어 학습 방법으로, 대학 교양 영어 수업에서 시적 텍스트가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Robert Frost의 「꺼져라, 꺼져라-」(“Out, Out-”)를 이용한 교수법 모델을 제공하고자 한다.

Ⅱ. 대학 교양 영어 교육에서 영시 텍스트의 장점과 시적 기교

1. 국내 대학 교양 영어 수업에서 영시 텍스트의 장점

첫째, 다른 텍스트와 달리 시는 매우 짧기 때문에, 교수는 한 주제를 중심으로 대학의 15주로 짜인 수업 시간을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 시는 다른 텍스트와 달리 비교적 짧은 틀 내에서 내용 및 형식이 모두 완벽하게 완성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15주 동안 1주일에 2시간 혹은 3시간을 학습하는 대학 교양 영어 수업에서 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운영하기 매우 효과적인 텍스트가 된다. 교수는 짧은 시 읽기를 중심으로 1주일에 하나의 주제를 자율적이고, 완성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다.

둘째, 시는 취업 시장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매우 훌륭한 텍스트가 된다. 고준석은 현재 국내 대학 영어 수업에서 필요한 것이 취업과 연관된 교과목 개설이라고 보았다[15]. 대학 영어 수업이 현실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과목으로 발전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고, 영시의 이해 과정은 취업시 요구되는 창의성과 통합적 사고력 증진에 매우 효과적인 교육 과정이 된다. 현재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원하는 대학 졸업생은 스펙보다는 창의성과 통섭적 분석력을 갖고 다면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 방향으로 대변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징의 언어로 구성된 시는 그 어떠한 여타 다른 텍스트보다도 하나의 단일한 내용이해와 결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해석과 분석, 토론 과정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는 종합적 사고 과정을 요구한다. 따라서 대학생들에게 영시는 영어 학습과 창의적 사고력을 함께 향상시키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셋째, 영시는 대학 교양 영어에서 요구되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4 기능을 모두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데 매우 유용하다. 현재 대학 교양 영어 수업에서는 언어의 4 기능을 각각 분리하여 학습하는 것이 아닌, 함께 학습하고 발전시키는 통합적인 학습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 하고 있다. 양용준은 음성 중심의 초등영어교육 과정과 문자 중심의 중등영어교육과정을 거친 대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영어의 네 가지 기능을 모두 학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였고[16], 변지현 역시 네 가지 기능이 모두 통합적으로 강조되는 교수 학습 방안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17]. 영시는 바로 그러한 기능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영시는 활자화된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며(읽기), 이를 암기하고 낭독하며(말하기), 낭독을 감상하고 즐기는(듣기) 모든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시는 글쓰기 능력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무럇트 히스마노글루(Murat Hismanoglu)는 영어 글쓰기 향상 과정에서 영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 주목하였다[18]. 영어 글쓰기의 세 가지 모델 중 ‘모델의 재생산’(Reproducing the Model) 단계에서 시가 놀랍도록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텍스트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재생산하는 패러프레이즈(paraphrase) 과정은 학생들이 시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넷째, 영시는 학습자 중심으로 대학 영어를 운영할 때 역시 중요한 텍스트가 된다. 최근 대학 교육에서 교수자 중심이 아닌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중시되고 있으며 이는 교양 영어 교육에도 물론 적용되고 있다. 최근 학습자 중심의 대학 교양 영어 발전방안을 연구한 이혜진은 이공계열, 인문 사회계열, 예쳬능 계열 학생들 모두 말하기 영역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하였고, 쓰기를 가장 필요하지 않은 영역이라고 응답한 사실을 밝혔다[19]. 영시는 앞서 밝혔듯 듣고 노래하는 ‘탈 활자적’ 텍스트로서 인간의 원초적, 직관적 언어기능인 말하고 듣는 능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시인은 암기를 통한 낭독을 매우 중요하게 염두에 두고 시를 쓰기 때문에 시적 기교는 항상 기억력과 구어적, 혹은 음성적 기능 향상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 텍스트는 시각적 이미지, 리듬, 라임, 반복 등의 시적 기교를 잘 활용하여, 말하기 능력 향상을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하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다음 장에서 시적 기교가 어떻게 암기를 통한 영어 학습과 음성적 언어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2. 시적 기교와 교육적 효과

영시에서 사용되는 모든 시적 기교는 인간의 기억력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영시의 시적 기교인 ‘리듬’(rhythm) ‘반복’(repetition), ‘라임’(rhyme), ‘이미지’(image), ‘소리의 유사성’(similarities of sound) 등은 모두 기억과 관련이 있는 시적 기교들이다. 문자사용 이전부터 존재하던 시는 문학 장르 중 가장 오래된 장르로, 영시를 포함한 모든 시인은 시를 쓰고, 기본적으로 이를 암기하는 낭독자였다. 즉 앞서 밝힌 시적 기교들은 사실 낭독 행위를 위한 일종의 ‘기억의 기술’ 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서구의 가장 오래된 문학 텍스트이자 서구 서사시의 전통을 세운 『일리아드』(Iliad) 와 『오딧세이아』(Odyssey)는 구술 서사시(oral epic) 였으며, 서사시에 이용된 서사시 형용어구(epic epithet)나 서사시 직유(epic simile)등과 같은 서사시 기법들은 이야기 작가(서사시 방대한 내용을 모두 암기하여 낭독해야 했던)의 기억력 향상을 위해 이용된 장치들이었다. 시적 기교가 가지고 있는 기억술과 구어적 기능을 살펴보기 위하여 대표적 시적 기교인 시각 이미지와 리듬, 반복을 살펴보도록 한다.

2.1 시적 기교: 시각 이미지

시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시각적 이미지는 매우 훌륭한 기억 장치가 된다. 로마시대의 웅변가들은 원고를 보지 않고 암기한 내용을 유창하게 말하기 위해서 ‘기억술’(mnemonic)을 처음 계발하고 훈련하였는데, 이 기억술에서 그들은 장소와도 같은 시각적 이미지 이용의 중요성을 주장하였다. 대표적인 로마 시대의 수사학자이자 웅변가인 마르쿠스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는 장소와 같은 시각적 이미지를 이용해 어떻게 말하고자 하는 대상의 기억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암기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장소를 고르고, 기억하고 싶은 것의 마음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장소에 저장해야 한다. 그러면 장소의 순서대로 기억하고자 하는 사물의 순서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 사물의 이미지는 그 사물 그것을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장소를 밀랍으로 만든 글쓰기 판으로, 이미지를 그것에 쓰인 글자로 이용할 수 있다.

Persons desiring to train this faculty [of memory] must select places and form mental images of the things they wish to remember and store these images in the places, so that the order of the places will preserve the order of the things, and the images of the things will denote the things themselves, and we shall employ the places and images respectively as a wax writing-tablet and the letters written on it [20].

키케로에 의하면 구체적인 시각적 이미지, 장소는 자신이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을 담아둘 수 있는 저장 통로가 된다. 유럽의 중세시대와 르네상스 시기 가장 중요한 수사학 교본이었으며, 현재까지도 수사학과 웅변술 기술의 교재로 이용되는 라틴어 수사학 교본, 『수사학; 헬레니우스를 위하여』(Rhetorica ad herennium)에서 역시 시각적 이미지와 기억력 향상의 매우 밀접한 관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미지에 특별한 아름다움이나 독특한 추함을 입힌다면 ..... 피에 물들인 것이나 진흙에 더럽혀진 것, 혹은 붉은색 물감으로 더럽혀진 것을 소개하는 것처럼, 어떤 것을 어느 정도 비틀어 버린다면 ..... 우리는 그것을 더 쉽게 기억할 것이다.

if we assign to [images] exceptional beauty or singular ugliness . . . or if we somehow disfigure them, as by introducing one stained with blood or soiled with mud or smeared with red paint . . . will ensure our remembering them more readily [20].

한 사물의 이미지에 언어를 통한 특별한 아름다움이나 추함을 부여하여 가장 기발하고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내고자 하는 장르가 바로 시다. 대부분의 시가 시각적 이미지를 매우 중시하지만, 특히 강한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낸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의 짧은 이미지즘시 「지하철역에서」(“In a Station of the Metro”)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1) 군중 속 이 얼굴들의 환영 검고 젖은 가지의 꽃잎들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21]

학생들은 이 시에서 지하철이라고 하는 매우 구체적인 장소를 인식할 수 있고, 이 장소에 붐비는 사람들의 얼굴들과, 검은 가지와 대비되는 꽃잎의 선명한 색감을 통해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환영/유령”(apparition)이라는 추상적 시어가 “꽃잎”(Petals) 이라는 구체적이고 선명한 시각적 시어로 변화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학생들은 대립적 심상을 통한 이미지 기억력을 높이고, 영어의 전체적 구문 및 어휘를 좀 더 쉽게 암기할 수 있게 된다.

2.2 시적 기교: 리듬

영시의 중요한 시적 기교인 리듬 역시 매우 훌륭한 기억술의 일종이다. 자유시(free verse)가 아닌 거의 모든 영시는 약강 혹은 강약 형태의 규칙적인 리듬 보를 가지고 있으며, 이 규칙적인 리듬은 두뇌 활동을 신체적 행위로 연결해주어, 역시 기억력 향상을 돕는다. 즉 언어적 리듬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등의 신체 활동으로 이어지면서 기억력을 자극한다. 인간은 두뇌에서만 의식적으로 기억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서도 반복적인 연습과 행위를 통해 기억 활동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22]. 시의 리듬은 바로 이 신체 기억(body memory)의 활동을 자극하며 기억의 모든 활동을 자극한다.

리듬은 또한 영어의 구어적, 음성적 표현을 연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시의 구어적 특징과 영어 학습 능력 사이의 밀접한 관계에 주목하여 왔다. “L2 영어 학습자들에게 시의 강한 구어적 특징은 강력한 교육적 이득이 된다”[23]. 데릭 애트리지(Derek Attridge)는 다른 나라의 언어들과 비교했을 때 영어가 지닌 가장 큰 차이는 음절의 강세(stress)에 있다고 설명한다.

영어가 다른 언어와 다른 점은, 말할 때 두 개의 에너지 파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하나는 음절을 생산할 때 필요한 에너지이고 또 하나는 추가적인 근육 에너지를 최대로 이용하여, 특정한 음절을 강세(stress) 로 강하게 소리 낼 때 필요한 에너지다.

What English differs from many other languages is in the coexistence, . . . of two series of energy pulses in speech—those that produce syllables, and those that augment certain syllables with stress, that is, with an additional peak of muscular energy [24].

영어가 가지고 있는 음절의 강약 규칙은 국내의 EFL 학습자들이 경험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이며, 영어 원어민과 비영어권 학습자들이 영어를 구사할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기도 하다. 시가 가지고 있는 리듬은 바로 이러한 영어 음절의 강약을 훈련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텍스트가 된다.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 「굴뚝 청소부」(“Chimney Sweeper”)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 시의 도입부는 다음과 같다.

(1) 내 어머니가 죽었을 때 나는 어렸어요,

내가 “청소하세요! 청소하세요! 청소하세요! 청소하세요!”

라고 거의 발음하지도 못하여 그저 울부짖을 때 아버지는 나를 팔았지요.

그래서 저는 당신의 굴뚝을 청소하고, 숯덩이에서 잠을 잡니다.

When my √mother √died young,

I was √very √

And √my father √sold me √while yet √my tongue

Could scarcely √cry " 'weep! 'weep! '√weep! √'weep!"

So √your chimneys √I sweep &√ in soot √I sleep [21].

이 시의 첫 연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각 연의 1행과 3행은 약약강의 애나페스트(anapest) 리듬을, 2행과 4 행은 약강의 아이앰(iamb)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 시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영시의 미터(metre)를 형성하는 음절의 강약, 약강보는 영어의 매우 토착적인 특징이기 때문에, 강한 리듬감을 특징으로 하는 영시가 한국어로 번역될 때 그 중요한 시적 의미는 완전히 사라진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시는 번역하면 사라지는 것”(Poetry is what gets lost in translation)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바로 영시의 리듬감이 이러한 프로스트의 시적 정의를 잘 증명한다. 즉 영 시의 리듬은 영어 원어민이 구사하는 생생한 강약보를 음성적으로 연습하기 매우 훌륭한 텍스트가 된다.

2.3 시적 기교: 반복

이밖에 시의 반복 기법 역시 암기와 음성적 기능 향상을 위해 중요한 시적 기교이다. 영시에서 많이 이용되는 반복의 기법에는 (1)번의 예처럼 단순한 단어의 반복, (2번)의 예처럼 앞 자음이 반복되는 두운법(alliteration), (3)번의 예처럼 앞 행과 뒷 행의 단어가 교차로 대구를 이루어 x모양을 이루는 교차 대구법(chiasmus)등이 있다. (1), (2), (3) 예 모두 Frost의 「꺼져라, 꺼져라-」시에서 인용한 것이다.

(1)"The buzz saw snarled and rattled in the yard" "And the saw snarled and rattled, snarled and rattled, "

(2) To tell them "Supper.” At the word, the saw, As if to prove saws knew what supper meant, "

(3) To tell them ""SSuuppppeerr..”” At the word, the ssaaww, As if to prove ssaawwss knew what ssuuppppeerr meant, " [21]

시각 이미지와 리듬같이 시의 반복 기법은 기억력과 리듬감 형성에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여 영어 말하기 연습에 매우 유용하다.

Ⅲ. 로버트 프로스트의 「꺼져라, 꺼져라-」와영시를 통한 교수법

지금까지 시의 장르적 특징을 살펴보면서 시가 EFL 대학 교육 현장에서 매우 유용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였다. 본 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국내 대학의 교양 영어 수업을 위한 세 단계의 교수법을 먼저 소개하고, Frost의「꺼져라, 꺼져라-」를 이용하여 좀 더 구체적인 교수법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내대학의 EFL 학습 환경에 적합한 시를 고르기 위해서는 시적 장르, 내용, 형식, 교수자의 상황이 고려되어야 하며, 이를 모두 고려하여 프로스트의 「꺼져라, 꺼져라-」 를 선정하였다. 이 시를 통한 교수법을 소개하기에 앞서 구체적인 시 선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시의 선정

우선 교수법의 첫 번째 단계를 언급하기 이전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수능 영어에 익숙한 국내 대학 학생들에게 가장 적절한 시를 선정하는 것이다. 영시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줄거리가 있는 ‘네러티브시’(narrative verse)와 특별한 줄거리가 없는 ‘서정시’(lyrical verse), 한 인물의 대사를 통해 구성되는 ‘극시’(Dramatic verse)가 그것이다. 서정시는 특별한 세부 형태 없이 ‘서정시’(lyrics)로 통칭되며, 네러티브 시는 ‘서사시’(epic)나 ‘발라드’(ballad)등의 형태로, 극시는 셰익스피어 비극에 많이 등장하는 ‘혼잣말’(soliloquy)과 ‘독백’(monologue)등을 통해 구현된다.

1.1 서정시

먼저 국내 대학의 EFL 학습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시의 형태는 서정시 이다. 19세기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가 「서정담시집의 서문」 (“Preface to Lyrical Ballads”)에서 영시 역사상 가장 담대한 혁명적 선언, 즉 시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이고 소박한 언어로 쓰여야 한다는 주장 이후 서정시의 위상은 달라진다. 그 이전까지 서정시는 서사시나 비극의 웅장하고 정교한 언어 표현 등에 비교되어 단순한 내용을 담은 수준 낮은 시의 형태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낭만주의 시기 영국은 워즈워스의 혁명적 선언과 함께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문학 르네상스 시기를 경험하며,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풍부한 서정시들이 출판되게 된다. 국내 대학생들에게 서사시나 비극의 독백 등은 방대한 양과 문어체적인 표현에 대한 이해, 깊은 종교적 철학적 이해가 요구됨으로, 교양 영어 학습 텍스트로 적절하지 않다. 수능 영어와 읽기에 익숙해 져 있는 대학생들에게 영시는 그 자체로 매우 낯선 장르임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영시를 선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낭만주의 시기와 그 이후에 등장한, 내용이 단순하고 비교적 짧으며 문어체가 아닌 일상적 언어로 표현된 다양한 서정시가 국내 대학생들에게 적절할 것이다.

1.2 역사적이고 사회적 배경을 담고 있는 시

또한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 등을 통해 형식적 기교만을 강조한 시나, 시인 개인의 주관적 감정만을 표출하는 시 보다는 역사적이고 사회적 배경을 담고 있는 시를 선정하여야 한다. 교양 영어 수업의 주요 목표는 전공 학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영어 능력과 졸업 후 취업을 위한 능력을 익히는 것이므로[16], 대학 영어에서 다루는 시는 형식 중심적 시가 아닌 내용 중심적시가 되어야 한다. 즉, 대학생들의 지적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적, 역사적 주제를 다루고, 학생들의 토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를 선정해야 한다. 특히 국내 대학생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배경을 담고 있을 때 학생들은 즉각 자신의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다. 히스마놀르구가 주장하는 것처럼 학습자들의 꿈과 감정, 실제 경험과 관련된 시를 선택할 때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18]. 학생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담고 있는 시들은 읽기 전 활동과 조별 토론 등과 같은 읽기 후 자기 주도학습으로 이어지기 용이하다.

1.3 자유시 대신 규칙적인 리듬과 라임을 갖춘 시

또한 시를 선정할 때 규칙적인 리듬과 라임이 없는 ‘자유시’(free verse)를 피하고,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와 리듬, 규칙적인 라임, 등 시적 기교가 다양하게 사용된 시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특별한 라임 규칙이 없는 ‘무운시’(blank verse)의 경우, 약강의 리듬이 규칙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무운시를 텍스트로 선정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대표적인 자유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풀잎』(Leaves of Grass)처럼 영시 역사상 기념비적인 훌륭한 자유시들이 많이 있지만, EFL 학습 환경에서는 효과적인 텍스트라고 볼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규칙적인 리듬과 라임은 영어의 음성적 표현을 연습하기 매우 훌륭한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영어 단어와 구문을 암기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1.4 교수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시

마지막으로 시 선정시 고려해야 할 점은, 교수가 흥미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시를 선정하는 것이다. 낸시헤다웨이(Nancy Hedaway)는 교수가 진정 즐기지 않으면 시를 효과적으로 읽기 어렵다고 말하며 교수가 개인적으로 즐기는 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였다[23]. 시를 선정할 때 학습자의 수준과 관심사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교수 본인의 시에 대한 관심사를 고려하는 것이다. 교수가 시에 대한 깊은 흥미를 가지고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시를 낭독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매우 유의미한 교육적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 읽기 전 단계

본격적으로 시를 읽기 전 충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대학생들에게 영시는 비교적 낯선 장르이기 때문에, 시를 본격적으로 읽기 전 충분히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는 비교적 짧기 때문에 읽기 전 단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활동이 가능하다.

(1) 시의 제목에 대해 토의해 보기

(2) 시와 관련된 사회적, 역사적 배경과 관련된 글 읽기

(3) 시와 관련된 시각적 이미지 감상

(4) 유명 배우나 시인의 낭독 듣기

(5) 영시를 가사로 한 노래를 듣기

(1) 시 제목은 보통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지만, 사실 시 전체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관문이다. 시 제목을 우리나라 말로 어떻게 번역할 수 있는지, 혹은 제목의 의미가 무엇이고, 이를 통해 어떤 시적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지 학생과의 토의가 필요하다. (2) 이 활동에서 학생들은 영어로 쓰인 신문이나 당대의 실제 기록물들을 읽고, 이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시청할 수 있다. (3) 이 활동에서 교수는 시적 단어 하나와 연관되는 시각적 이미지를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이 시각적 이미지는 한 사물이 될 수 있고, 단순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으며, 한 장소를 나타낼 수도 있다. (4)&(5) 20세기 이후 유명 시인들이 낭독하여 녹음한 파일이나 팝송으로 제작된 영시를 듣고 감상하는 것역 시 좋은 읽기 전 활동이 된다.

이 단계에서는 학생들에게 편안한 학습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낯선 영시를 직접 읽지 않고, 이에 관련된 지식을 학습하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편안함을 주어 언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없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언어 학습 환경에서 학생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한 가지 방법은 배우는 언어를 통해 다른 지식을 배우는 것이다[23].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는 언어를 잘 모른다는 사실에 집중하지 않고 새롭게 배우는 지식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브레인 톰 린슨(Brain Tomlinson)은 이 단계를 ‘읽기의 지연’(delay of reading)이라고 불렀다[25]. 영시와 관련된 새로운 지식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 단계에서는 학생과 학생간의 조별 활동보다는 교수와 학생 간의 학습, 즉 학생 개인의 개별 학습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3. 읽기 단계

영시 읽기 단계는 교수와 학생, 학생들이 큰 소리로 시를 소리 내서 읽으며 시작한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시의 리듬을 형성하는 미터 등 시적 기교를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리듬에 맞추어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학생들은 내용을 이해하기 전 영시를 여러 차례 소리내어 읽어 보며, 시의 리듬과 라임을 느끼고 시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읽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학생이 교수와 함께 여러 차례 읽는다.

(2) 조별로 각각 한 연(stanza)씩 돌아가며 읽는다.

(3) 각 조원끼리 한 연씩 돌아가며 읽는다.

읽고 난 후 학생들에게 조원들과 함께 내용 이해를 할 수 있는 개별 시간을 마련해 준다. 각 조들은 조원들과 함께 해석하고 토론한 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작성하여 교수에서 제출한다. 교수는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한 점을 참고하여, 내용 이해 및 해석의 시간을 갖는다. 교수는 시의 시각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여 어휘 및 구문 해석을 돕는다.

마지막으로 한 명의 학생을 선정하여 시를 읽게 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시 텍스트를 보지 않고 시를 받아쓰게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4. 읽기 후 단계

읽기 후 단계에서 헤스의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

(1) 시를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낭독하기

(2) 운문인 시를 산문인 소설로 바꾸어 보기

(3) 영시를 모국어로 번역해 보기

(4) 시의 한 주제에 대하여 친구와 인터뷰 하고 신문 기사 작성하기[5]

헤스의 모델 이외에 짧은 시간 내에 마무리 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활동이 있다.

(5) 영시에 새로운 제목을 짓기

(6) 토론 주제 생각해 보기

(7) 카훗(kahoot) 프로그램을 통해 짧은 퀴즈 풀기

읽기 후 단계의 활동은 학생들만의 활동으로 형식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수의 피드백 및 평가와도 같은 적극적인 동기 부여가 있을 때 더욱 효과적이다.

5. 「꺼져라, 꺼져라-」를 통한 교수법 모델

-수업 시간: 세 시간(3학점) 기준

-수업 목표: 영시를 통해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의 영어의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4기능을 향상시킨다.

우선 본 교수법 모델을 위해 선정된 1916작 「꺼져라, 꺼져라-」는 앞서 제시한 시 선정 기준에 따라 선정되었다.

첫째, 이 시는 비교적 짧고 이해하기 쉬운 서정시의 형태를 지닌 시다. 둘째, 이 시는 미국 산업화, 도시화 시기 희생된 어린아이들의 노동 착취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노동문제는 국내 대학생들에게도 큰 흥미를 줄 수 있는 보편적인 사회적, 역사적 주제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이 시는 약강의 리듬을 따르고, 이것이 다섯 번 반복되는 약강5보격(iambic pentameter)를 따르고 있다. 이 약강5보격은 영어의 언어적 특징과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에 영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리듬이다. 또한 “난로에 들어갈 길이의 나무토막들”(stove-length sticks of wood) 이나 “노을”(sunset) 등 생생하고 현실감 있는 시각적 이미지가 사용되었고, 다양한 반복 기법들, 가령 두운법이나 교차대구법 등이 사용되어 암기와 음성 연습을 하기 매우 훌륭한 시 이다. 넷째, 이 시는 매우 독특한 제목을 가지고 있어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매우 좋다. 다섯째, 연구자가 흥미를 느끼는 시 이다.

5.1 읽기 전 활동- 50분 소요

(1) 이 시의 제목, ‘out, out-’을 탐구하면서 시작한다. 우리나라 말로 흔히 ‘꺼져라, 꺼져라-’로 번역하지만, 사실 이 제목은 번역이 불가능한 제목이다. ‘out’ 의 단어에 내포된 다양한 함의를 “꺼져라”가 다 담을 수 없으며, 제목에 포함된, 언어 부호, ‘, ’와 ‘-’역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구글 이미지에 ‘out’을 검색하고, 학생들과 이미지를 함께 살펴보면서, 제목으로 유추될 수 있는 모든 상상을 시작한다.

(2) 이 시는 미국 뉴잉글랜드의 아름다운 버몬트 주, 벌목 업을 주산업으로 하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주인공 소년은 “buzz saw”라고 불리는 커다란 기계식 둥근 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일을 하다가, 그 톱에 손을 베이고 결국 사망하게 된다. 이 시는 당시 산업 기계화 현장에 내몰린 어린아이들의 노동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국의 산업 혁명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 자행된 ‘어린이 노동 문제-백인 노예(white slave)라고 불린-’에 관한 짧은 영어 에세이를 읽는다.

(3)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런던의 아이들이 쓴 일기를 비디오로 감상한다. 당시 아이들의 노동문제를 개혁하기 위하여 영국 의회에서 수집한 실제 아이 노동자들의 일기와 일기 낭독 본을 비디오로 감상한다.

(4) ‘꺼져라, 꺼져라-’의 시 낭독 본을 듣는다. 유튜브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영시 대사를 눈으로 따라가며 듣도록 한다.

5.2 읽기 활동- 60분 소요

(1) 학생들을 모두 5개의 조로 나눈다. 먼저 교수와 학생들 모두 함께 2차례 소리 내어 읽는다. 그다음 1조부터 5조까지 각각 7개 행씩 돌아가며 읽는다. 마지막으로 각 조별로 조원들끼리 돌아가며 읽는다. 이때 교수는 이 시가 약강5보격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 약강의 리듬에 맞추어 읽도록 지도한다. 또한 톱이 돌아가는 소리인 “으르렁, 덜컹”(snarled and rattled), 누이가 부르는 소리인, “저녁 드세요”(supper) 등과 같이 소리 감각과 관련된 문구들에 유념하여 읽도록 지도한다.

(2) 학생들 스스로 조원들과 함께 내용 파악 및 해석을 하도록 한다. 내용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조원들과 함께 상의하고,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적어 교수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교수는 구체적인 시각 이미지를 담고 있는 “기계톱”(the buzz saw), “난로에 들어갈 길이의 나무토막들”(stove-length sticks of wood), “다섯 개의 산맥”(five mountain ranges) 등의 단어를 인터넷 이미지를 통해 빠르게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이를 중심으로 내용 및 구문을 설명한다. 또 학생들이 제출한 어려운 부분을 보충 설명한다.

(3) 주요 구문을 빈칸으로 남긴 채 시 텍스트를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다. 한 학생을 선정하여 소리 내어 읽게 하고, 학생들이 빈칸에 어휘나 전치사 등을 받아 적을 수 있도록 한다.

5.3 읽기 후 활동–40분 소요

(1) 헤스의 두 번째 모델을 참고하여 1조와 2조는 남동생을 잃은 누이를 주인공으로 시를 짧은 영어 소설로 각색하여 작성하도록 한다. 헤스의 네 번째 모델을 참고하여 3조, 4조 5조는 시에 나타난 내용을 바탕으로 영자 신문 기사를 쓰도록 한다.

(2) 각각의 조에서 조원들이 작성한 에세이를 돌려서 읽어 보고, 가장 우수한 조원의 에세이를 선정 하여, 함께 수정한 후, 발표하도록 한다.

Ⅵ. 나오며

지금까지 대학 교양 영어 수업을 위한 시 텍스트의 필요성과 교수법을 살펴보았다. 교양 영어 수업에서 학습자 중심의 말하기 듣기 중심의 학습이 선호되거나, 언어의 4가지 영역이 모두 통합적으로 학습되어야 한다는 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는 인간의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언어 능력을 자극하는 ‘탈활자적’ 텍스트라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교육 텍스트가 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특히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한 영어 교육 수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현 시점에서[26-28], 시는 교수가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하여 언어의 4가지 기능을 통합적으로 교육하는 데 매우 유용한 텍스트가 된다는 점을 밝혔다. 시는 짧고, 탈활자적이며 풍부한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교수의 역량과 교수법에 따라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우수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영시를 통한 대학 영어 교수법을 수업 현장에 적용하여 1학년 대학생들의 반응을 통한 실제의 교육적 효과를 검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앞으로 학생들의 관찰, 기록, 면담, 설문, 통계 등을 통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순천대학교 교연비 사업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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