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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o Blame for Infection?: Emotional Discourse in Editorial Articles during the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Epidemics in Korea

감염병과 감정: 신종감염병에 관한 대중매체의 메시지와 공포, 분노 감정

  • 김종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
  • 강지웅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 Received : 2021.08.25
  • Accepted : 2021.09.16
  • Published : 2021.12.28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understand the relationship between fear and anger emotions in the discourse produced by the media during the period of major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SARS, Swine Flu, MERS, and COVID-19) that occurred since 2000 in Korea. The researcher collected editorial articles of the major daily newspaper after a significant epidemic of new infectious diseases and analyzed them using the Extended Parallel Processing Model (EPPM) and text mining techniques. In all epidemic times, fear appears stronger than anger, but the smaller the fear, the greater the risk control message is produced. In detail, fear emerges strongly in the discourse of the risk of infectious diseases or the economic crisis. Anger appears strong when the government's quarantine failures, groups where group infections occurred, and concealing information about infectious diseases. In this process, anger is strongly expressed against the factors that threaten the safety of society. Anger is also an emotion that can justify strong quarantine, but it can be the basis for discourse on minority hate. In this respect, anger is a two-sided emotion, so it must be handled carefully in the media.

이 연구는 국내에서 2000년 이후 주요 발생한 신종감염병(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유행 당시 대중매체 메시지가 표출한 공포, 분노 감정과 주요 이슈 사이의 관계를 파악함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자는 중앙 일간지의 사설을 주요 신종감염병 유행 시기별로 수집하여, 계량적텍스트분석 방법을 활용한 확장병렬처리모형(EPPM)을 통해 분석하였다. 모든 신종감염병 유행 시기에 공포는 분노에 비해 강하게 나타나지만, 공포의 비중이 작을수록 위험통제 가능성이 큰 메시지가 생산된다. 공포는 주로 신종감염병 자체, 경제적 혼란을 향하며, 분노는 정부 등 방역 주체나 집단감염 발생 조직, 감염병 관련 정보의 은폐 등 정보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 대상을 향한 분노가 강하게 표출된다. 이때 분노는 방역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기도 하나,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 혐오 담론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질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Keywords

I. 서론

2000년 이후 한국사회가 경험한 네 차례 대규모 신종감염병의 유행에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감염병 발생과 확산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중심으로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소통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개인과 사회의 감염병 대응을 도왔다.

다양한 정보를 종합, 정리, 유통하는 주요 플랫폼으로서 사회구성원의 위험 인식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담론을 형성하는 미디어는 감염병에 관한 정보를 유통하고, 정부의 대응과 시민의 요구와 반응을 매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수행한다[1]. 이 과정에서 미디어는 감염병 국면에서 생성되는 공포 (감염과 전파에 대한 공포)와 분노(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제약과 손해에 대한 분노) 감정을 매개하기도 한다.

이 연구는 2000년대 이후 발생한 네 차례의 감염병 발생 국면에서 언론사의 사설 보도를 중심으로 구축된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각 감염병 국면마다 어떠한 공포와 분노가 사회적으로 구성되었는지, 그리고 국면별로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였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사설은 언론사의 명확한 정파성과 관점을 반영한 공식 입장이자 특정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에서 감정적 메시지를 가장 선명하게 전달하는 담론이다. 분석은 공포와 위험 인식에 대한 기존의 설명 중 공포 획득과 구동 모형으로부터 발전한 위트[2]의 확장된 평행 절차 모형(extended parallel process model) 을 활용해 수행한다. 이를 통해 공포와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텍스트를 통해 위험 인식을 구성하는 메시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탐색한다.

국내의 기존 신종감염병과 미디어의 위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가 신종플루[3][4], 메르스[5] 등 개별감염병의 유행 사례를 분석한 것과 달리, 이 연구는 코로나 19를 포함한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 범유행 신종감염병에 관한 통시적 미디어 분석을 수행한다. 감염병 시기별로 미디어에 의해 추동된 감정의 유형과 수준을 분석하고, 감염병에 대한 메시지가 수용되는 방식에 어떠한 가능성이 있는지 탐색한다.

Ⅱ. 선행연구: 사회적 위험, 커뮤니케이션, 감정

복잡한 사회구조의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사회작용이 위험의 생산과 분배 조건이다. 그 발생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상시적인 불안으로 작용하는 위험은 인간 행위의 결과로서 ‘예견된 파국’(anticipated catastrophes)이라 할 수 있다[6].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위험까지를 포함하는 현대사회의 위험은 지식에 의해 이해될 수 있으며, 과학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과 이를 다루는 대중매체에 의해 규정되고 평가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구성된다[7].

위험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위험 커뮤니케이션[8]은 위험을 해소하는 데 커뮤니케이션이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개인과 사회, 즉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위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위험 해결에 관한 의견을 형성하는 것이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역할이다.

감염병과 관련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메르스’를 통해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강조되었다. 특히 감염병에 대한 이해와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감염병 대응에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가 공개한 데이터를 민간이주도 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가공하여 제공하는 것[9]과 부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확산할 부작용이 있으나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전파하는 동시에 위험에 관한 의견과 여론을 형성하는 소셜미디어의 역할[10]이 주목받는 것은 감염병 국면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배경에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감염병 예방과 통제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사회적 혼란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11][12].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감염병의 위험에 관한 정보전달 외에도 위험 대응과 해결 방안 모색 등 위험을 해소하는 과정과 그에 참여하는 다양한 관계를 고려한 연구들도 주목할 만하다. 언론사의 정보원과 프레임에 따른 감염병 보도 차이를 통해 언론사 간의 관계를 조명한 연구[13], 지방정부의 보도자료와 방역주체가 제공한 정보가 언론의 프레임을 거쳐 보도되는 양상을 통해 정부, 언론, 시민 간의 관계를 파악한 연구[14], 정부의 강제적 방역조치와 사회적 공론화 여부가 방역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15],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감염병 관련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제3자 효과를 통해 시민 간의 관계를 파악한 연구[16]를 꼽을 수 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다양한 관계가 작용하는 것은 멀티플랫폼과 소셜미디어 등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가 위험 커뮤니케이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감염병과 같은 재난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과 함께 정부와 전문가 그리고 시민사회가 재난 상황에서 공적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하는 ‘재난의 공론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17].

위험이 부정적 감정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위험과 감정에 관한 위험 커뮤니케이션 연구도 중요하다. 감정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형성되며, 개인의 미시적 감정이 집단의 거시적 감정과 연결되어 ‘집합 감정’(collective emotions)으로 형성될 수 있다[18]. 위험과 관련된 대표적 감정인 불안과 분노는 위험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에 대한 이해가 일차적으로 강조된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적인 요소로 고려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19]. 한편 소셜미디어로 표출되는 감정은 위험 커뮤니케이션에 따른 반응으로서 공포와 불안이 나타나지만, 위험 해소에 관한 희망과 의지 등의 감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20].

뉴스 보도에 있어 감정의 문제는 더욱 민감한 쟁점이다. 뉴스 보도의 중립성에 대한 요청과 내러티브가 촉발하는 감정 사이의 긴장은 항상 중요한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중립성을 강조하는 뉴스 기사보다, 사설은 명료한 프레임(frame)을 통해 정파성과 언론사의 견해를 대표한다. 이로 인해 사설은 뉴스 기사와 비교하면 정서적 점화효과(affective priming)를 통해 감정을 전달할 가능성이 큰 텍스트이다[21]. 사설은 뉴스 기사와 비교하면 명확한 정파성과 사안에 대한 적극적 해석을 포함하기 때문에 특정 쟁점에 대한 언론사의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뉴스에서도 내러티브 중심의 글쓰기가 전통적으로 규격화된 뉴스의 글쓰기보다 독자의 감정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내러티브 중심의 사설은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22][23]. 사설은 뉴스 기사와 비교할 때 더 명확한 감정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뉴스 메시지를 통해 분노, 공포와 같은 감염병에 관한 감정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파악하기 위한 유의미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 연구는 감염병 국면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공포 감정과 감염병 대응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중요성에 주목하는 가운데 정서적 점화효과를 가진 사설을 통해 신종감염병 국면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추동된 공포와 분노 감정을 파악하고자 한다.

Ⅲ. 연구대상 및 방법

1. 분석 모형

기존의 사회과학은 감정을 비합리성의 영역으로 간주하였으나, 2000년대 이후 인지과학의 성장과 함께 감정을 사회운동 등 구조적 사회 변동을 촉발할 수 있는 행위 요인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는 것이다[24]. 위험 커뮤니케이션에서 공포와 분노 감정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위험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중적 담론을 형성하는 대중매체의 영향이 큰 만큼, 대중매체가 메시지를 통해 추동하는 감정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병렬처리모형(Parallel Process Model) 은재난 관련 위험 커뮤니케이션에서 감정과 메시지 수용의 관계를 병렬적으로 분석하는 이론이다. 이중 메시지수용만이 아니라, 메시지 거부 상황을 함께 상정한 위트[25]의 확장된 병렬처리모형(Extended Parallel Process Model)은 레벤탈 등[25]의 병렬처리모형을 확장한 이론이다. 기존 모형은 메시지의 성공적 수용만을 가정하였으나, 확장된 병렬처리모형은 메시지 수용이 실패할 수 있는 상황도 가정한다.

확장된 병렬처리모형의 핵심 요소는 ‘공포’(fear), ‘위협’(threat), ‘효능’(efficacy)이다. 위협은 인지된 민감성(perceived susceptibility), 인지된 심각성 (perceived severity)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서 민감성은 위험에 대한 믿음(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인식과 믿음)이며, 심각성은 위험의 수준에 대한 믿음(감염되었을 때 내가 죽거나 중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다. 효능에 따른 절차는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전략(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는 등 방역 수칙을 적극 수행)을 의미한다.

공포 수용 방식에 따라 위험 평가가 결정되면 행위자는 위험통제(danger control)와 공포통제(fear control) 두 방식으로 반응한다. 위험통제는 높은 민감성, 높은 심각성, 높은 효능을 보일 때 나타나는 인지적 과정으로, 메시지의 권고(recommendation)를 따라 위험을 방지, 회피하기 위한 전략을 수행한다. 반면 공포통제는 높은 민감성, 높은 심각성, 낮은 효능을 보일 때 나타나는 감정적 과정으로, 메시지의 권고를 방어적으로 회피한다. 이러한 병렬처리절차는 외부의 자극 (external stimuli)을 받는 단계, 자극에 따라 메시지처리(message processing)가 이루어지는 단계, 그리고 평가 결과(outcome)에 따라 메시지 수용이 이루어지는 단계로 진행된다. 이 모형은 미디어의 메시지가 공포 감정을 생산할 때 메시지의 내용을 거부하고 위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인다. 같은 외부 자극에 따른 감정이 위험과 공포통제라는 두 유형으로 분화하여 다른 결과를 산출하는 과정을 도식화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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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확장병렬처리모형(EPPM)의 흐름

2. 자료

이 연구는 2000년 이후부터 2020년까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와 관련한 주제를 다룬 주요 일간지 사설(社說)을 수집하여 분석한다. 연구 자료는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유행했던 주요 신종감염병 4 종(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에 관한 신문 사사설을 통해 구축하였다. 자료 수집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아카이브인 BIGKINDS를 통해 수집하였다. 자료 수집을 위한 검색은 형태소/바이그램 방식으로 제목과 본문에서 해당 감염병에 관한 키워드가 하나 이상 포함된 사설을 수집하도록 설정하여 진행했다.

표 1. 분석 대상 감염병과 분석 대상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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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감염병에 관한 사설은 감염병과 연관된 검색어로 수집하며, 감염병 호명 방식의 다양성을 최대한 고려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는 대한민국 정부나 WHO 등 국제기구에서 채택한 공식 명칭이 존재하나 언론에서는 다양한 관행적 표현을 사용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하나의 공식 명칭만으로 자료를 수집할 때 누락 비중이 클 수 있어 해당 감염병을 지칭하는 다양한 관행적 명칭을 포괄하고자 노력하였다. 각 감염병의 유행 기간에 해당하는 분석 대상 기간은 사스와 신종플루는 서울대학교병원의 감염병 자료를 [26][27], 메르스는 대한감염학회의 자료를 참고하여 지정하였다[28]. 코로나19는 2021년 하반기 현재 범유행이 진행 중인 관계로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보도된 사설을 살펴보았다.

3. 방법

이 연구는 공포, 분노 감정이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는 방식을 분석하기 위해 사설에 대한 감정분석과 계량적 텍스트 분석 방법인 토픽 모델을 결합한 분석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감정 분석을 통해 각 감염병이 유행하던 시점의 감성 수준을 비교하여, 분노, 공포와 같은 감정이 시기별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경험적으로 분석한다.

감정 분석은 NRC Word-Emotion Association Lexicon[29]에서 구축한 감정-감성어 사전을 사용해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는 공포와 분노 감정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분노와 공포 수준은 각 사설에서 등장한 분노, 공포 감정 빈도를 감염병별 분석 대상 기간 중 보도된 사설 보도 빈도로 나눈 평균값으로 산출하였다. 평균값을 사용한 이유는 감정의 빈도를 사용하면 보도량이 많은 감염병 유행 시기의 감정이 과대 대표될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서 집합 내에서 등장하는 주제를 산출, 요약하기 위해 토픽 모델을 활용하였다. 토픽 모델은 여러 문서 내에 잠재된 주제를 요약하기 위해 어휘의 집합을 생성하는 알고리즘으로, 잠재디리클레할당 (Latent Dirichlet Allocation)에 기반한 확률적 생성모형을 기본으로 구성되어 있다[30]. LDA 기반의 토픽모델에서는 연구자가 문서에서 적합한 주제의 수를 사전에 설정하고, 이 주제의 수에 따라 어휘의 집합을 생성한다. 따라서 연구자가 적절한 주제의 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연구자 2인이 각자 개방 코딩과 축 코딩(axial coding)을 거쳐 주제의 수(k)에 따른 주제를 코딩하고 상호검토하는 삼각법적 검증을 거쳐 주제의 레이블을 확정하였다.

Ⅳ. 연구결과 및 분석

1. 감염병에 따른 분노와 공포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유행했던 주요 네 가지 감염병을 다룬 신문 사설에서 분노와 공포는 아래 [표 2]처럼 감염병별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사설 보도에서 공포가 가장 지배적인 감정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감염병 관련 사설 보도에서 공포와 연관된 텍스트가 분노보다 더 강하게 생산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는 결과이다.

표 2. 감염병 관련 신문사 사설의 감정 수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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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감염병 관련 신문사 사설의 토픽 모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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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스

사스는 유행 초기(2003년 3월)에 동남아시아 및 중국에서 발생한 괴질로 보도되었다. 국내 유입을 우려하는 사설 보도보다는 다른 국제 이슈를 사스와 함께 보도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사스에 관한 사설의 메시지는 이후 감염병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공포를 보인다는 점에서 위험통제 반응을 야기할 수 있는 메시지가 생산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사스는 코로나19와 같은 범주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급성호흡기증후군이었으나 당시 국내에서는 감염에 따른 사망자 없이 확진자만 3명[31]이 발생하였고, 이후 감염병에 대한 성공적인 방역 사례로 보도된 바 있다.

1.2 신종플루

신종플루는 사스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국내에서 유행했던 감염병이다. 신종플루는 사스와 비교할 때 감염병과 방역 이슈 중심으로 공포가 두드러졌던 시기임을 토픽 모델 결과를 통해서 추론할 수 있다. 신종플루에 관한 10개의 토픽 중 방역과 연관된 토픽이 사스를 포함해 메르스나 코로나19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인다. 이러한 신종플루 유행 시기의 담론적 특징은 2009년~2010년 중 국내에서 약 76만 명이 감염[32]되었을 정도로 코로나19까지의 감염병을 포함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감염이 발생했던 시기라는 점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다.

1.3 메르스

메르스는 앞선 사스나 신종플루와 비교할 때 상당히 독특한 특징이 나타나는 감염병이다. 메르스는 감염병의 절대적인 규모가 신종플루나 이후의 코로나19와 비교했을 때 유행의 규모도 크지 않았으며, 유행 기간도 3개월가량으로 1년 이상 유행한 신종플루, 코로나 19와 비교하면 단기간 유행했던 감염병이다. 실제로 메르스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부터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 7월 말까지 186명 감염되어 38명이 사망했다[33]. 메르스는 강한 공포와 강한 분노가 동시에 나타난 특징을 보인다. 특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두드러지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실제 메르스가 유행 중 이루어진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긍정 응답이 2015년 6월 3 주 차에 29%까지 떨어졌으며[34], 유행이 마무리되던 7월 5주 차까지도 34%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인다[35].

1.4 코로나19

코로나19는 유행 규모가 신종플루 이후 가장 큰 규모이나, 담론의 내용이나 감정의 양상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공포와 분노의 비율은 사스와 유사하다. 코로나19 범유행은 감염병의 규모와 치명률보다 공포 감정을 추동하는 메시지는 신종플루와 메르스에 비하여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전의 신종플루, 메르스와 비교했을 때, 정부의 방역 실패 등 정부 신뢰와 관련된 주제보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특정 집단을 향하는 분노가 강하게 나타난다. 집단감염에 관한 주제가 나타나지만, 담론의 내용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르스는 정부의 방역 실패, 코로나19는 정부의 방역,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부정적 담론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집단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2. 감염병과 분노, 공포의 메시지

이처럼 감염병 유행은 시기별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공포와 분노 감정의 크기를 비교하면 사스와 코로나 19는 분노의 감정이 상대적으로 크고, 신종플루와 메르스는 분노 감정이 상대적으로 작은 감염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병렬처리모형과 결합하면 코로나 19 관련 사설은 메시지 수용 가능성이 큰 위험통제를 유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처리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감염병과 분노, 공포 감정에 기반한 메시지 처리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4. 주요 감염병의 감정 특징과 메시지 처리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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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감염병별 감정분석을 시행한 결과와 사설 보도를 통해 구성된 담론을 분석한 내용을 종합하면 2000 년 이후 국내 주요 감염병에 관한 사설은 다음과 같은 두 유형의 메시지를 생산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위험통제 반응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사설 보도는 사스와 코로나19로 범주화할 수 있다. 두 감염병을 다룬 사설에서 생산된 메시지의 감정에 확장 병렬처리모형을 적용해서 살펴보면, 두 감염병 모두 공포가 분노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나, 신종플루와 메르스에 비하면 분노의 상대적 비중이 크게 나타난다.

그리고 사설의 내용을 구성하는 담론은 전반적으로 감염병 자체의 위험성과 함께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한 방역 수칙을 균형 있게 다루는 양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신종플루와 메르스는 코로나19보다 상대적으로 충분히 효과적인 방역 정책을 시행하지 못한 감염병으로 논의된다. 메르스는 사스와 신종플루를 통해 구축된 매뉴얼에도 불구하고 유기적 초기대응을 수행할 거버넌스가 여전히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36][37], 사스의 경우 영향이 미미했다는 점이 논의된다[38].

반면 공포반응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사설 보도는 신종플루와 메르스로 범주화할 수 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를 다룬 사설에서 생산된 담론은 사스와 코로나 19와 달리 감염병의 위험과 함께 감염병을 적시에 통제하지 못한 정부 정책 실패 등에 관한 담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방역 실패에 따른 패닉, 혼란에 관한 내용, 감염병의 높은 치명률 등의 위협과 같은 감염병 자체의 위험, 백신과 치료제 수급의 어려움이나 공급 차질 등 공포를 일으킬 수 있는 메시지가 주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은 신종플루와 메르스를 다룬 사설이 공포 감정이 강화될 수 있는 담화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인다.

2.1 어디에서 다가온 공포인가?: 전염과 경제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공포는 외부의 위협을 인지하는 데서 출발한다. 감염병 상황에서 신문사 사설을 통해 생산된 담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주요 공포 요인은 크게 감염병 자체의 위험성과 감염병 등으로 인해 야기된 경제 위기에 따른 위협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포 감정을 생산하는 메시지는 위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공포통제 반응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포통제 반응이 위험을 초래한 조건을 통제하기보다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메시지를 수용하기보다는 무시, 거부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포 감정을 생산하는 메시지의 주요 담론은 감염병 자체와 경제 위기의 두 가지 위험 담론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괴질 방역체계 철저히 해야: 괴질이 전세계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각국이 불안에 휩싸여 있다 [39].”

먼저 감염병 자체의 위험 담론은 감염병의 내재적 속성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감염병이 치명적일수록 감염병 공포와 관련된 메시지는 강한 효용된 인지와 위험 인식 수준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감염병은 그 자체로 언제,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는 미지의 속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한다. 위의 사스 관련 사설에서 사용한 ‘괴질’과 같은 표현이나,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 등 감염의 공포와 연관된 담화를 사용하는 메시지는 감염병을 위험한 외부의 위협으로 표상화할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위에서 인용한 사설은 ‘안전지대’ 였던 국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음을 충격적 사건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감염병에 관한 전형적 공포 메시지에 해당한다.

“‘메르스 공포’ 키운 방역당국의 뒷북 대응: (중략)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발견된 이후 감염환자 1, 142명 중 465명이 사망, 치사율이 40% 나 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40].”

감염병은 그 자체로도 외재하는 위협이지만, 감염병을 통제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이 뚜렷할 때 공포가 더욱 강화된다. 단적인 사례가 방역 주체의 방역 실패에 따른 감염병 위험의 증대와 관련된 담론이다. 방역 실패와 감염 위험 고조 담론은 위에서 인용한 사설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감염병의 내재적 위험 담론과 함께 상호 인용하는 구조를 형성해 감염병의 내재적 위험(사망자 발생, 높은 치명률 등)이 정부의 방역 정책 실패(지역사회 감염, 백신과 치료제의 부재 등)로 인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는 메시지를 생산한다. 실제로 공포 감정은 주로 방역 실패에 따른 전염, 메르스와 같은 높은 치명률과 같이 감염병의 전염성에 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공포 메시지는 외부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메시지 처리가 효용을 잃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공포로 인해 인지된 위협을 직접 통제하기보다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반응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위험통제 가능성의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감염병의 위험과 함께 감염병으로부터 파생한 전염의 공포는 경제 위기 담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제 위기 담론은 공포와 함께 분노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되기도 하나, 여기에서는 공포 감정을 통해 드러나는 경제 위기 담론의 사례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감염병 상황에서 발생하는 소비 위축과 경제활동의 축소는 자영업의 비중이 큰 한국 경제 구조에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보도된다.

“60세 이하 취업 53만 급감, 휴직 126만 폭증, 위기 시작: (중략) 통계상 취업자로 잡히는 '일시 휴직자' 는 126만명이나 폭증해 161만명이 됐다. 고용 통계를 낸 이후 일시 휴직자가 이렇게 많기는 처음이다. 충격적인 수준이다[41].”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경제 위기 담론이 감염병 자체의 위험 담론과 달리 명시적으로 지목할 수 있는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즉 누구에게 경제 위기와 같은 위험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지 그 대상을 선명하게 지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경제 위기 담론이 분노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점을 구성하고 있다.

2.2 누구에 대한 분노인가?: 정부, 집단감염 그리고 정보 불균형

분노는 ‘무엇에 대한 분노’라는, 분노의 대상을 뚜렷하게 드러낸다는 특징을 갖는다. 감염병 유행 속에서 분노의 대상은 크게 정부나 정부 정책, 집단감염이 발생한 조직을 향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첫째, 분노 감정이 드러나는 담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방역 주체의 정책적 실패에 따른 방역 실패와 경제 위기에 관한 담론이다. 먼저 방역 실패에 관한 담론은 정부 정책 매뉴얼의 부재나 관료주의적 경직성, 비효율성 등이 적시에 방역을 시행하지 못해 감염병의 위험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담론을 핵심으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 담론의 핵심은 정부, 국민, 방역 당국 등 주요 행위자의 사회적으로 합의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에 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방역 정책과 전략 시행의 실패를, 일반 시민이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조직에 대해서는 방역지침 준수라는 공적 합의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 분노의 대상이 된다.

“‘백신 논란’ 핵심 못 짚고 ‘동문서답’하는 정부: (중략) 우리 국민들은 정부에 ‘세계 최초 접종’을 요구한 적이 없다. 정부가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을 필요한 만큼 제때 확보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국민 귀에는 ‘동문서답’으로 들린다[42].”

위 사례는 정부, 보건당국 등 방역 주체의 정책 실패로 인한 방역 공백을 비판하며 분노 감정과 연관된 어휘가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위 사설들은 공통으로 정부의 방역 정책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하는지에 대하여 강한 어조로 비판한다. 이들 담론은 위험통제 전략을 촉구하기 위한 메시지를 생산하며, 동시에 실질적인 위험통제의 주체가 되어야 할 정부가 효과적인 위험통제 전략을 수립, 시행하지 못했음을 체계화된 절차 (방역 매뉴얼 미비나 사문화된 매뉴얼), 시간(뒤늦은 대응, 소극적 대처), 위협 해소(백신, 치료제의 확보, 배급) 의 세 가지 요인이 부재함을 지적하며 비판한다. 분노 감정이 형성되는 맥락도 방역 주체로서의 정부 ‘역할’의 미흡함을 향한다.

경제 위기 담론과 분노가 결합하는 핵심 영역은 정부 등 방역을 수행하는 주요 행위자이다. 경제 위기 담론 역시 정부와 같은 경제 정책 수립의 주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향하는 셈이다. 경제 상황은 감염병만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국내외적 요인에 의해 변동하나, 이들 담론은 감염병 위협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방역 주체로 인해 경기 악화가 발생하거나, 비효율적, 불공정한 방역 정책으로 인해 특정 경제 주체가 위험에 노출된다는 유형의 담론을 생산한다.

둘째, 집단감염이 발생한 조직은 공동체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규범적 코드에 해당하는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방역 주체로서 역할 수행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분노의 대상이 된다. 집단감염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감염은 누구의 탓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대상을 지목할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같은 집단감염 사건이라도 메르스와 코로나19 사이에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공동체 해치는 방역지침 위반 단호히 대응하라: (중략) 서울시는 이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전원에 대한 일체의 치료비와 방역비를 청구하겠다고 한다. 엄정하게 집행해 당국의 행정명령이 결코 엄포가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43].”

코로나19 시기 집단감염에 대한 분노는 공동체의 안전을 해치는 대상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조직(교회)을 지목한다. 종교, 소수자, 외국인 등 집단감염이 발생한 집단에 대한 분노는 방역 수칙이라는 공동체의 합의를 위협하며 감염병 확산 통제에 협조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주요 대유행이 발생할 때마다 특정 집단감염 주체를 향해 분노가 지속해서 표출되고 있다.

셋째, ‘가짜뉴스’와 같은 허위사실과 정부나 방역 당국의 불투명한 방역 정책 수행으로 인한 정보 불균형의 문제도 분노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가짜뉴스’는 오보 등 기존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사실관계와 다른 뉴스 기사 등만이 아니라 새로운 온라인미디어 플랫폼, 메신저 등을 통해서 확산, 재생산되는 허위정보까지 포함한다.

‘가짜뉴스’에 대해 분노는 이를 생산, 배포하는 행위자를 향한다. 분노의 원인이 되는 요인은 감염병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가 사회라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분노는 그 대상이 공포보다 비교적 명료한 감정의 대상이 있다는 차이가 있으나, 우리가 보호해야 할 사회의 ‘신성한 중핵’으로서의 집합표상[44]이 위협받는 상황은 공포, 분노 감정 모두를 추동하는 공통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특정하기 어려운 타자에 의해서 생산된 허위사실만이 아니라, 방역 관련 정보의 은폐 등으로 인한 정보 불균형도 분노를 추동하는 메시지를 생산한다. 주로 정부나 의료기관 등 방역 주체가 감염병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분노를 야기한다. 정부가 공동체를 보호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역 주체에 대한 신뢰의 철회는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에 기반한 공포 감정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생산하는 조건을 만들고, 공포에 따라 통제되는 공포통제반응을 유발해 위험 상황을 회피하는 전략을 채택하게 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설 보도를 통해 정보 불균형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공동체의 안 전과공동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 행위자인 정부의 역할이 실패했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Ⅴ. 결론

이 연구는 2000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네 차례의 감염병 국면 당시 보도된 사설에서 나타난 공포와 분노 감정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감염에 대한 공포와 감염병 확산에 따른 분노가 형성되고 표출되는 가운데 공포가 가장 지배적인 감정으로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감염병 별로 살펴보면 공포 감정이 높게 나타난 감염병은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사스 순이고, 분노 감정이 높게 나타난 감염병은 메르스, 코로나19, 사스, 신종플루 순이다. 이러한 감정의 표출은 감염병의 유행 규모와 확산 국면에 따라 메시지의 빈도와 그에 담긴 감정의 수준이 함께 변화하는 특징을 보였다.

감염병에 관한 공포와 분노 메시지는 첫째, 미지의 감염병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한 공포, 둘째, 정부의 방역 실패, 집단감염과 그 발생 주체, 가짜뉴스와 불투명한 정보 공개에 따른 정보불균형에 대한 분노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감염병 국면에서 전달되는 정보와 메시지를 수용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데, 분노보다 공포 감정이 높으면 수용의 정도가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분노 감정이 높을 때 정보와 메시지에 대한 수용이 더 이루어질 수 있으나, 강한 분노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사회적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공포가 더 강조될 때 메시지의 권고를 회피하는 공포통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방역 효과는 분노보다 공포로부터 더 영향을 받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신종감염병 중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코로나 19 국면에서 확인하였듯,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은 인구학적 특성과 계층 등에 따른 개별적 차이를 갖는 사회적 스트레스로 작용한다[45]. 감염병에 대한 공포에 따른 방역지침 비협조와 정책 불신으로 인해 빚어지는 혼란 역시 다양한 배경과 맥락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포와 비교해 감염병 국면에서 사회적 위험을 조정하는 데 더 효과적인 분노에 대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분노는 그 대상을 뚜렷하게 두기 때문에 사회적 배제와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대유행 국면에서 핵심 전파자인 개인 또는 집단에 감염병 확산 원인을 도덕적으로 귀인 시켜 이들을 낙인찍고 배제했던 것이 대표적이다[46].

당시 생성된 분노는 인간 본래의 취약성과 사회적 불평등이 감염병 국면에서 더욱 뚜렷하게 발생하여 방역수칙을 준수할 수 없을 수 있음을 간과하고 이들을 사회 규범에 반하는 대상으로 간주하였다[47]. 이러한 낙인과 배제는 방역에 필수적인 폭넓은 사회구성원의 참여를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감염병 해소 이후에도 대상이 된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언론은 사설이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배제를 정당화하는 근거를 제공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구체적이고 적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이 연구는 감염병 국면에서 언론의 메시지를 통해 드러난 공포와 분노 중에서 공포는 감염병과 경제 혼란 등 현상 자체를 향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분노는 정부나 집단감염 발생 조직 등 사회적 위협을 초래한 행위자를 향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밝혔다. 그리고 사설 보도가 방역에 관한 메시지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공포와 분노 감정이 다르게 형성되고 표출될 수 있으며, 특히 공포와 결합할 때 더 광범위한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이는 메시지 수용과 그에 따른 반응만이 아니라, 공포와 분노를 통해 집합 행동을 추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48].

이 연구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감염병 국면에서 공포와 분노가 서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사설로 확인했다. 감염병 해소 이후의 현실은 감염병 발생 이전이 아닌 감염병 발병 이후 해소 다음으로 이어져 감염병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감염병은 경제적 충격, 환경파괴, 감염병 발생 방지와 대응을 위한 국제기구의 역할, 정부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 등, 기존에 사회가 가지고 있던 문제를 뚜렷하게 드러내면서 새로운 과제로 남긴다[11]. 따라서 감염병국면에서 발생한 공포와 분노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변화를 이해하고 그 이후를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공포와 분노가 결합했을 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의 담론이 생산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될 수 있음을 제시함으로써 언론이 특정 대상에 대한 분노 중심의 담론을 형성함으로써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환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감염병 상황의 보도에 관한 성찰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언론사별 정파성에 따라 공포와 분노 감정이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나, 사설 보도에 담긴 메시지가 매개되거나 증폭되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가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충분히 다루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로 두고 있으며, 또 다른 연구 관심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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