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정보화 시대에 조직이 환경에서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조직에서 직무수행의 핵심적 요소가 직무명세서에서 요구하는 과업을 수행하는 능력이었다.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최근 조직 환경에서는 사전에 부여된 과업의 수행은 물론이고 수시로 제기되는 다양한 환경 대응적 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COVID-19의 확산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유기적이고 현안 대응적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전방위적이고 총체적인 재난 상황에서는 표준업무처리 절차와 과거의 경험적 지식에 의존하여 처리하는 일상적 활동보다는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필요한 협력을 이끌어 내고, 대두된 현안에 대한 효과적 대응책을 신속하게 찾아내는 직무행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과업의 복잡성 증가는 조직의 직무수행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직무수행의 개념적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인적자원 관리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직무수행은(job performance) 주어진 과업의 수행을 통해 조직의 목표 달성과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특정 행위의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직무수행은 유효성, 생산성 등의 개념과는 구분되지만[1],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목표 달성에 대한 기여와 관련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개인의 능력을 반영하는 변인이 되므로 조직의 인적자원 관리에서 중요한 변수가 된다. 개인의 직무수행은 승진, 급여, 성과급 설계 등의 판단기준이 되고, 인적 자원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기준이 되어 부서배치와 교육훈련의 목표 설정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2]. 조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직무수행은 명시적으로 부여된 과업의 수행에서 간접적으로 조직의 목표달성에 기여하는 행동과 상황 대응적 직무행동으로 까지 그 개념적 범위가 확대되었다.
본 연구는 국회 의정지원조직(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여 조직의 효율적 인적자원관리 방안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최근 국회의 역할 신장과 더불어 의정지원조직의 중요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의정지원조직의 직무수행과 조직목표 달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는 미진한 실정이다. 국회사무처 등의 의정지원 조직은 타 정부부처 일반직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2~3년 주기로 법제, 법률안 검토, 예결산 검토 등 다양한 업무 분야에 순환 배치되고 있다. 그러나 의정지원조직의 각 업무 분야는 다른 공무원 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직무일 뿐 아니라 분야별로 업무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다양해서 조직구성원들의 직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직무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2018년 2월 발표된 ‘입법부 공직생활 인식조사’에 의하면 의정지원조직 공무원들의 전문성 저해 요인으로 ‘순환보직에 따른 잦은 인사이동’이 1순위로 나타났다[3]. 이는 의정지원조직 공무원들이 전문성 높은 직무의 적응에 부담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고 하겠다.
따라서 의정지원조직 구성원과 그들이 당면한 조직 환경 중 직무와 개인 간의 적합성이 직무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선행연구들은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개인의 성격 특성, 심리 특성 및 조직과의 적합성과 관련된 변수들을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직무수행을 전통적 과업수행에서 맥락수행과 적응수행을 구분하여 개인의 환경 적합성이 직무수행의 다양한 측면과의 관련성을 실증 분석을 통해 규명하고자 한다. 특히, 개인의 직무적합성을 유사적합성과 보완적합성으로 구분하여 각 요인이 다양한 직무수행으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확인하고자 한다. 아울러 선행연구에서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조직구성원의 자기효능감을 포함하여 직무적합성, 개인 심리적 특성이 직무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조방정식모형을 통해 검증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불확실성을 특성으로 하는 조직환경에서 의정지원 조직 공무원의 교육훈련 및 배치 등 효율적 인적자원관리를 위해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과 가설
1. 직무수행
공식적으로 규정된 과업의 수행이라는 제한적 의미로 사용되어 오던 직무수행의 개념은 최근 들어 다차원적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Campbell(1990)이 직무수행의 구조를 핵심직무의 숙달, 구체화되지 않은 과업 숙달, 의사소통, 노력 지속성, 규율엄수, 동료 업무수행 촉진, 감독의 숙련, 경영 및 관리 등의 8 요인으로 구분하면서 직무수행의 개념을 다차원적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Borman과 Motowidlo(1993)는 후속 연구를 통해 과업수행과 맥락수행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직무수행을 조직의 기능에 직접적으로 관련성을 보이는 과업수행 외에도 간접적이지만 조직의 기능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직무수행의 영역인 맥락수행을 구분하여 제시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개념의 확장은 개인의 직무수행은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한 노력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4].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과 같이 과업이 점차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는 직무수행이 조직이 처한 상황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직무수행을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과업수행, 맥락수행, 적응수행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과업수행은 조직 구성원의 공식적인 역할행동으로 직무기술서에 명시된 직무요구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행하는 직무행동을 말한다. 과업수행은 조직의 핵심 기능에 기여하는 활동이며, 개인의 조직 내 역할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행동이다. 조직 구성원은 과업을 수행함으로써 조직의 핵심기능을 수행하는 직접적인 활동을 하거나,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간접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과업수행은 개인이 보유한 지식, 기능, 역량 등을 얼마나 잘 발휘하는 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5].
맥락수행은 과업이 이루어지는 핵심영역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도록 조직적, 사회적, 심리적 환경을 지원하는 활동을 말한다[6]. 맥락수행은 직무기술서 상에 구체화된 공식적인 직무행동은 아니지만 자발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직무수행과 큰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과업수행과 마찬가지로 조직목표 달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직무수행 행동이 된다. Borman과 Motowidlo (1993)는 맥락수행을 판단하는 범주로, ① 자신의 직무에 공식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자발적으로 공식적 직무 외의 행동을 하는 것, ② 자신의 과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기대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부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 ③ 자발적으로 동료를 돕거나 협력하는 것, ④ 개인적으로 불편할지라도 조직의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는 것, ⑤ 조직의 목표를 동의하고, 지지하며, 수호하는 것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하였다[7]. 한편, 맥락수행은 공식적인 직무 외에 자발적 행동을 통해 조직의 유효성에 기능한다는 측면에서 조직시민행동과 유사한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개념의 등장 배경에는 차이가 있다. 조직시민행동은 조직 구성원의 직무만족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자발적 행동의 특성을 중심으로 개념화가 이루어 졌고, 맥락수행은 조직의 사회적 및 심리적 환경이나 맥락에 영향을 주는 행동을 중심으로 개념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출발점을 달리하고 있다[8].
적응수행은 조직 환경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비일상적 과업을 창의성을 바탕으로 처리하는 활동을 말한다[5]. 조직이 환경변화에 더 빨리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미래의 변화와 그 변화에 선행하는 현재의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도록 유연하고, 적응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9]. 이는 조직 구성원이 환경 변화에 탄력적이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고,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적응수행은 환경 변화에 맞춰 기존의 공식적인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을 함으로써 조직의 목표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무수행 행동이 된다. 적응수행에서는 일반적으로 ① 창의적 문제해결, ②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직무상황 처리, ③ 새로운 기술 습득 및 절차의 수용, ④ 대인관계에서의 적응성 발휘, ⑤ 문화적 적응성 발휘, ⑥ 신체적 적응성 발휘, ⑦ 직무스트레스 해결, ⑧ 응급상황 및 위기 발생에 대한 적절한 대처 등이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10].
2. 개인-환경 적합성
적합성이란 균형과 질서를 추구하여 모순이 최대한 배제되어 관계 대상과 서로 잘 들어맞는 상태를 말한다. 적합성은 상호작용 이론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상호작용이론에서 행동이나 태도는 사람과 상황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11]. 개인과 환경이 적합하다는 의미는 조직 구성원과 조직의 환경 특성이 상호작용함에 있어서 서로 모순됨이 없이 균형을 추구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개인-환경 적합성(person-environment fit)은 일반적으로 개인과 환경 간의 적합(congruence), 일치(match), 유사(similarity) 또는 조화(correspondence)를 의미한다[12].
개인-환경 적합성의 개념에 관해서는 ‘적합의 종류’와 ‘환경 요인 다차원’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개인과 환경 간의 적합은 관점에 따라 유사적합성(supplementary fit)과 보완적합성(complementary fit)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사적합성은 개인이 환경 내의 다른 개인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을 때 발생하고, 보완적합성은 개인과 환경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때 발생한다[13][14]. 다시 말해 전자는 개인과 환경의 특성이 유사하거나 일치할 때 발생하고, 후자는 환경이 요구하는 것을 개인이 제공하거나 개인이 요구하는 것을 환경이 제공할 때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보완적합성은 다시 요구-능력(demands-abilities) 적합성과 수요-공급(needs-supplies) 적합성의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보완적합성을 확장시킨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15][16]. 요구-능력 적합성은 개인이 환경이 필요로 하는 지식, 기술, 자원 등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때 나타나고, 수요-공급 적합성은 환경이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때 나타난다.
한편, Kristof(1996)는 상호유사성, 상호보완성, 요구-능력 적합성, 수요-공급 적합성 개념을 모두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을 제시하면서 개인과 환경의 특성이 유사하고 개인과 환경이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을 때 개인-환경 적합성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개인-환경 적합성을 측정할 때 상호유사성과 상호보완성을 동시에 고려할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17], 본 연구에서도 Kristof(1996)의 이론에 기초하여 개인-환경 적합성을 유사적합성과 보완적합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개인과 환경간 적합성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의 다차원 측면을 제시하며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개인은 조직, 직무, 타인 등 여러 환경 요인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며 행동하기 때문에 개인-환경 적합성은 조직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변인으로 작용하고, 조직 구성원과 조직 내 환경의 특성이 적합한 경우에 높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환경적합성의 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하위 차원은 조직(집단) 적합성, 직무 적합성, 직업 적합성, 개인(상사, 동료) 적합성 등이다. 개인-환경 적합성을 구성하는 하위 차원들은 직무성과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개인과 환경 간의 적합성은 환경의 여러 측면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다양한 차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15][18]. 이에 개인-환경 적합성에 관한 연구는 개인-조직 적합성과 개인-직무 적합성의 개념을 구별하여 진행되었고, 각 개념이 조직 구성원의 태도와 직무수행 등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규명하였다[15][19][20]. 또한, 국내 연구들은 환경 적합성의 하위 요인으로 조직, 직무에 이어 상사 요인을 추가한 3요인 적합성 개념으로 확장하여 각 요인들이 조직 구성원의 행동과 태도에 미치는 차별적 영향력에 대해 검증하고 있다[17][21]. 공무원의 환경 적합성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개인-조직, 개인-직무, 개인대인(상사 또는 동료) 적합성이 직무수행 관련 변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조직몰입을 강화하며, 이직의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규명하고 있다.
이처럼 선행연구들은 환경 요인의 다차원적 요소를 적용하여 개인-환경 적합성을 이해하고 있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개인-환경 적합성의 다차원 요소 중 직무적합성 개념에 중점을 두어 논의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이는 본 연구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회사무처 등의 의정지원조직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지원조직은 법률, 법제, 예·결산 등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직무수행이 이루어지는 조직으로서 개인과 직무의 적합성이 일반 공무원 조직에 비해 유의미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조직 구성원의 심리적 반응은 원거리보다는 근거리 개체로부터 더 영향을 받는데[22], 조직 구성원이 매일 수행해야 하는 직무는 개인(상사, 동료)이나 조직보다는 근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의정지원조직 공무원과 그들이 당면하는 환경요인 중 직무와의 적합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개인-환경 적합성이란 유사적합성과 보완적합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조직구성원과 직무의 특성이 서로 일치·유사하거나 조직 구성원과 직무가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때 나타나는 관계로 정의한다.
3. 자기효능감
Bandura(1977)는 인간의 행동을 개인적, 행동적, 환경적 영향력 요인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체계로 이해하며, 인간의 행동 변화를 설명하는 통합적인 이론으로서 자기효능감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과정들을 조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23]. 유의할 점은 자기효능감은 특정과업을 성공적으로 성취해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단을 의미하는 것이지, 특정행동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나 능력을 소유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개인이 기술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은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자기효능감이라 할 수 있다.
조직구성원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보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념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기술과 능력을 보유한 사람일지라도 신념에 따라 즉, 자기효능감에 따라 노력을 더 하거나 덜 함으로써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24]. 따라서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경향이 있으며, 부정적인 결과가 있더라도 그 원인을 자신의 노력 부족에서 찾는 경향이 높다. 이에 반해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목표 달성을 위한 열정이 낮고,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결과 등에 쉽게 영향을 받고 포기하는 경향이 있으며, 상황을 회피하거나 문제의 중요성을 감소시키려는 경향이 나타난다[23]. 이처럼 자기효능감은 행동선택, 노력의 수준 및 지속성, 실패에 대한 극복 등에 영향을 줌으로써 개인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자기효능감의 개념적 논의에서 유의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자기효능감은 결과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이 목적한 바를 이루어 내는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기대에는 효능기대와 결과기대가 있다. 먼저 효능 기대란 결과를 얻을 때 필요한 행동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신념을 말한다. 반면, 결과기대는 행동한 결과에 대해 개인이 지니는 신념으로, 주어진 행동이 확실한 결과를 이끌 것이라는 개인의 추측을 말한다.
Bandura(1977)는 효능기대가 바로 자기효능감을 의미하고, 효능기대는 특정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가지는 신념이기 때문에 동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결과기대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이는 개인의 행동을 유발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과기대 보다는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자기효능감을 형성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성취경험, 대리경험, 사회적 설득 및 정서적·신체적 상태 등으로 구분할 있다. 성취경험은 가장 영향력이 많은 요인으로, 특정과업에 대한 성공경험을 통해 형성된 높은 자기효능감은 현재의 과제에 몰입할 수 있게 하지만 실패경험은 효능감 수준을 약화시킬 수 있다. 대리경험은 타인의 성공을 보며 자신도 비슷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 모델링(modeling)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점은 모델과 관찰자 간의 유사성에 따라 자기효능감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모델과 관찰자 간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자기효능감이 강화되고, 유사성이 낮으면 대리경험에 의한 자기효능감의 형성이 없거나 낮게 된다. 사회적 설득은 칭찬과 격려 같은 언어적 설득뿐만 아니라 도전적이지만 성취해 낼 수 있을 만한 과업을 부여하고, 조언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정서적·신체적 상태는 긴장감, 스트레스, 건강상태 등을 의미한다.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개인의 신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는 개인의 효능감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25][26].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자기효능감이 직무수행을 예측하고 향상시키는 중요한 변인으로 작동하고 있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되었으며[27][28], 경찰공무원과 공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연구에서도 자기효능감이 직무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5][29]. 또한, 개인-직무 적합성과 자기효능감의 관계에서도 두 변수 간에 긍정적인 관계가 확인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직무 적합성과 이직의도의 관계[30], 개인-직무 적합성과 전문직업적 정체성의 관계[31]에서 자기효능감의 매개효과가 규명되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개인-직무 적합성과 업무수행능력의 관계에서 자기효능감의 매개효과가 규명되었는데[32], 이러한 결과는 개인-직무 적합성이 높을수록 본인에게 주어진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개인적 믿음인 자기효능감이 높아지고, 이를 매개로 하여 업무수행능력의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됨을 의미한다.
이처럼 선행연구를 종합해 볼 때, 전문성이 높은 직무를 수행해내야 하는 의정지원조직 공무원에게 있어서 직무를 수행해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대상인 의정지원조직 공무원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업무를 주요업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성과가 계량적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국회의원의 활동을 통해서 반영되게 된다. 이러한 조직 특성은 직무수행의 결과와 더불어 직무수행으로 연결되는 매개변인에 대한 탐색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전략적 관리 필요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의정지원조직 공무원의 개인-환경 적합성과 직무수행의 관계에서 자기효능감의 매개역할에 대해 검증해 보고자 한다.
4. 가설설정
본 연구는 의정지원조직 공무원들과 그들에게 주어진 직무에 초점을 두어 개인-환경 적합성과 직무수행 간 관계에서 자기효능감의 매개효과를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위에서 검토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개인-환경 적합성이 높을수록 주어진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인 자기효능감이 높아지고, 높은 자기효능감은 직무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개인-환경 적합성’이 ‘직무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가정하고 연구모형을 설정하였다. 그리고 개인-환경 적합성이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분석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의 매개적 역할(mediating effects)에 관한 검증을 하게 될 것이다. 연구의 중심 가설은 ‘개인-환경 적합성’과 ‘직무수행’의 관계이며, 매개효과 검증과 관련한 가설을 포함하여 다음과 같은 4개의 가설을 설정하였다.
가설1: 의정지원조직 공무원들의 개인-환경 적합성은 직무수행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2: 의정지원조직 공무원들의 개인-환경 적합성은 자기효능감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3: 의정지원조직 공무원들의 자기효능감은 직무수행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설4: 자기효능감은 개인-환경 적합성이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긍정적 매개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Ⅲ. 연구설계
1. 연구모형 및 분석방법
본 연구는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행변수로 개인-환경 적합성과 자기효능감을 설정하고, 개인환경 적합성이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의 매개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그림 1]과 같이 연구모형을 수립하였다. 제시된 연구 모형은 구조방정식(SEM: Structural Equation Model)을 통해 개인환경 적합성이 직무수행에 직접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이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의 매개적 작용을 검증하고자 한다.
그림 1. 본 연구의 모형
본 연구에서 사용된 변수들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 SPSS 26.0과 AMOS 21.0을 사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가설검증이 이루어진다.
2. 표본의 특성
본 연구의 실증분석 자료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및 국회입법조사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임의표본 추출 방법에 의해 수집되었다. 2017년 11월 27일부터 12월 29일까지 총 692부의 설문을 배부하고, 663부를 회수하여 95.8%의 응답률을 기록하였다. 이 중 불성실한 응답과 결측값을 제외한 643부가 분석에 활용되었다.
응답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남자 50.1%, 여자 49.9%의 성별 구성비를 보이고, 연령대는 20대 12.4%, 30대 38.4%, 40대 37.6%, 50대 11.5%로 30대와 40대가 전체 표본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그 밖에 학력, 직급 및 재직기간별 구성비는 [표 1]과 같다.
표 1. 표본의 특성
3. 변수의 조작적 정의와 측정도구
본 연구에서 독립변수인 개인-환경 적합성은 조직 구성원과 직무의 특성이 서로 일치·유사하거나 조직 구성원과 직무가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때 나타나는 관계로 정의한다. 개인-환경 적합성은 조직 구성원과 직무특성이 서로 일치하거나 유사할 때 발생하는 유사적합성과 조직 구성원과 직무가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때 발생하는 보완적합성 2개의 하위개념으로 구성된다. 개인-환경 적합성의 측정은 최명옥·유태용(2005)[21], 강영순(2012)[17] 및 남주성(2016)[33]의 문항을 본 연구에 적합하도록 수정·보완하여 사용하였는데, 유사적합성 및 보완적합성 각 3문항, 총 6문항으로 구성하였다. 유사적합성 문항으로는 ‘나는 내 직무 내용과 책임에 대하여 명확히 알고 있다’ 등이 있으며, 보완적합성 문항으로는 ‘나의 직무는 내가 가진 기술이나 지식을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등이 있다.
매개변수인 자기효능감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과정들을 조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Chen et al.(2001)[27]의 도구와 이를 번역하여 사용한 김민지(2017)[31]의 문항을 수정·보완하여 사용하였다. 이 도구는 단일차원의 변수로, ‘나는 내가 계획한 목표의 대부분을 이룰 수 있다’, ‘나는 어려운 일이 생겨도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등의 7문항으로 구성하였다.
종속변수인 직무수행은 조직의 목표달성과 성과창출에 기여하는 활동을 의미하며, 과업수행, 맥락수행, 적응수행 등 3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된다. 과업수행은 자신에게 주어진 공식적인 과업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측정하는 것으로, Williams & Anderson(1991)[34]과 김도영·유태용(2002)[8]의 도구를 수정·보완하여 측정하였다. 측정문항은 ‘나는 내가 맡은 업무를 항상 정확하고 깔끔하게 처리한다’ 등 6문항이다. 맥락수행은 과업수행이 이루어지는 핵심영역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도록 조직적, 사회적, 심리적 환경을 지원하는 활동으로, Organ(1988)[35]과 김도영·유태용(2002)[8]의 도구를 수정·보완한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측정문항은 ‘나는 업무 부담이 많은 동료들을 도와주곤 한다’ 등 4문항이다. 적응수행은 환경의 변화로 발생하는 비일상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하여 업무를 처리하거나 그러한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으로, Pulakos et al.(2000)[10]과 유태용(2007)[36]의 도구를 수정·보완하여 4개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측정문항으로는 ‘나는 업무에서 겪어보지 못한 낯선 문제에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등이다.
Ⅳ. 실증분석 및 결과 해석
1. 측정모형분석
측정변수의 타당도를 분석하기 위해 주성분 분석과 배리맥스(Varimax) 회전방법을 적용하여 탐색적 요인 분석(EFA)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모든 변수가 0.5 이상의 요인적재량을 보여 분석항목에 모두 포함하였다. 신뢰도 분석을 위해 크론바하 알파계수(Cronbach’s α)를 사용하였으며, 그 결과 모든 변수가 0.7 이상의 값을 나타내 신뢰도가 확보되었다.
의정지원조직 공무원들의 개인-환경 적합성, 자기효능감, 직무수행의 측정모형을 구성하고 이를 AMOS를 이용하여 공분산 구조분석을 실시하였다. 모형에 포함된 변수들 간의 영향력과 판별타당성의 평가를 위해 확인적 요인분석(CFA)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2]에 제시되어 있다.
표 2. 측정모형분석 결과
χ2=984.638(df=359, p=0.000) CMIN/df=2.743 RMR=0.24 NFI=0.913 CFI=0.943 RMSEA=0.52
개인-환경 적합성의 하위개념인 유사적합성, 보완적합성을 측정하는 문항들의 표준요인 적재량이 모두 0.7을 상회하고 있다. 개념신뢰도 척도인 CR(Construct Reliability)과 집중타당도 척도인 분산비율을 나타내는 AVE(Average Variance Extracted) 측정값이 유사적합성은 각각 0.829와 0.619이며, 보완적합성은 각각 0.767과 0.524로 모두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자기효능감에 대한 확인적 요인분석에서 측정변수들의 요인적재량은 모두 0.6 이상이며, CR 값과 AVE 값은 0.892와 0.543으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과업수행, 맥락수행, 적응수행에 대한 확인적 요인분석 결과 측정항목에 대한 요인적재량은 모두 0.6 이상으로 기준을 만족하고 있다. CR 값과 AVE 값이 과업수행은 각각 0.909와 0.625로 양호한 편이고, 맥락수행은 각각 0.830과 0.551, 적응수행은 각각 0.864와 0.517로 모두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한 측정모형의 적합도 평가를 실시한 결과 χ2=984.638(df=359), CMIN/DF=2.743, RMR=0.24, NFI=0.913, CFI=0.943, RMSEA=0.52로 모두 수용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측정모형에서 제안된 변수들의 판별타당도를 검증하기 위해 잠재변수 간의 상관계수와 AVE 값을 비교해야 한다. 잠재변수 간 상관계수와 AVE 값이 [표 3]에 제시되어 있다. 상관계수 중 가장 큰 값은 0.708이므로 결정계수는 상관계수의 제곱인 0.501이다. 각 잠재변수 간에 구한 AVE 값이 0.501보다 크다면 판별타당도가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든 AVE 값이 0.501보다 크므로 잠재변수들의 판별 타당도가 확보되어 구조모형분석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였다.
표 3. 상관계수와 AVE 값
***p<.001
2. 구조모형분석과 가설검증
‘개인-환경 적합성’과 ‘직무수행’ 간의 관계에 대한 가설검증은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한 개념적 독립성 검증을 거쳐 제안된 구조모형을 통해 이루어졌다. 구조모형의 적합도 평가를 실시한 결과 χ2=1,109.945(df=362), CMIN/DF=3.066, RMR=0.30, NFI=0.902, CFI=0.932, RMSEA=0.57로 수용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제안모델에 의해 추정된 구조모형 분석결과는 [표 4]에 제시되어 있다.
표 4. SEM 분석에 의한 가설검증 결과
χ2=1,109.945(df=362, p=0.000) CMIN/df=3.066 RMR=0.30 NFI=0.902 CFI=0.932 RMSEA=0.57
***p<.01
구조모형 분석결과 유사적합성이 과업수행, 맥락수행, 적응수행에 미치는 계수는 각각 0.240, 0.221, 0.203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긍정적인 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고, 보완적합성은 과업수행, 맥락수행, 적응수행 모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가설 1은 부분 채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직무환경에 대한 개인의 적합성이 직접적으로 직무수행의 모든 측면에 대해 영향을 미치지만 보완적 적합성은 직무수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보완적합성은 개인과 직무의 사회적 교환에 의해 판단되는 적합성이므로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수행하는 직무 자체에 대한 적합성이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며, 조직의 요구에 부응하는 역량과 공헌 등에 대한 보상적 관계의 적합성은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유사적합성 및 보완적합성이 자기효능감에 미치는 계수는 각각 0.540, 0.227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긍정적인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제시됨으로써 가설2는 채택되었다. 또한, 자기효능감이 과업수행, 맥락수행, 적응수행에 미치는 계수는 각각 0.596, 0.485, 0.67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긍정적인 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가설3도 채택되었다. 즉, 연구모형에서 변수들 간의 직접적인 영향정도의 유의미성을 확인한결과, 전체 11개의 경로 중 보완적합성이 직무수행에 영향을 주는 경로를 제외한 8개 경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개인의 환경 적합성은 자기효능감이라는 심리적 변수를 통해 직무수행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며 결국 직무수행은 개인의 자기효능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본 연구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다음으로 구조모형에서 개인-환경 적합성(유사적합성, 보완적합성), 자기효능감이 직무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모형에 포함된 변수들의 총효과, 직접효과, 간접효과에 대해 알아보았다. 효과분석을 한 결과는 [표 5]에 제시되어 있다. 이 결과는 구조모형분석에서 직접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던 보완적합성이 모든 종류의 직무수행에 대해서 자기효능감을 매개로 영향을 미치는 간접효과를 확인해주고 있다.
표 5. 자기효능감의 매개효과 분석결과
*p<.1, **p<.05, ***p<.01
본 연구에서는 개인-환경 적합성(유사적합성, 보완적합성)과 직무수행 간의 관계에서 자기효능감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부트스트랩핑(Bootstrapping) 검증방법을 실시하여 매개효과의 통계적 유의미성을 확인하였다. 부트스트랩을 검증하기 위해 2,000개의 샘플을 원자료로부터 생성하여 신뢰구간 95%에서 간접 효과의 유의도를 검증하였다.
Ⅴ. 결론
본 연구는 국회사무처 등의 의정지원조직에서 개인-환경 적합성이 직무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조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과업의 복잡성 증가로 인해 직무수행의 개념이 변화되었다. 과거 공식적 역할 행동을 의미하는 과업수행으로 한정되었던 것에서 조직의 사회심리적 맥락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의미하는 맥락수행과 비일상적 과업 요구를 유연하게 처리하는 적응수행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직무수행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직무수행의 확장된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는 것은 조직의 인적자원관리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본 연구는 직무수행을 과업수행은 물론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목표 달성이라는 맥락수행과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적응수행에까지 확대해서 각각에 대한 영향요인을 구조 방정식 모형 분석을 통해 규명하였다.
주요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의정 지원조직 공무원들의 개인-환경 적합성 중 유사적합성은 과업수행, 맥락수행, 적응수행에서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보완적합성은 과업수행, 맥락수행, 적응수행 모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개인-환경 적합성이 직무수행 관련 변인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행연구[17][32]와는 상이한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가 개인-환경 적합성을 유사적합성과 보완적합성을 구분 하였기 때문인지 의정지원조직만이 갖는 특징인지는 후속연구를 통해 면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유사적합성과 보완적합성 모두 자기효능감에 긍정적인 경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기효능감이 과업수행, 맥락수행, 적응수행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되었다. 개인-환경 적합성과 직무수행 사이에서 자기효능감의 매개효과 검증 결과 유사적합성과 보완적합성 모두 과업수행, 맥락수행, 적응 수행과의 관계에서 자기효능감의 긍정적 매개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요약하면, 개인-환경 적합성 중 유사적합성은 직무수행에 직접효과와 간접효과가 모두 있지만 보완적합성은 자기효능감을 매개로 영향을 미치는 간접효과만 있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환경 적합성의 하위개념 중 유사적합성과 보완 적합성이 직무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차별적이며, 유사적합성이 의정지원조직 공무원에게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조직의 인적자원관리 관점에서 볼 때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의정지원조직 공무원의 직무수행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과 직무와의 일치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조직구성원에게 본인이 수행하는 직무와 조직목표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조직관리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한편, 조직구성원이 직무를 통해 개인적 필요를 충족하거나, 개인이 조직이 요구로 하는 직무 지식 등을 보유하는 것은 직무수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자기효능감을 통해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고 있다. 이는 전공, 경력 등을 통한 부서배치 전략만으로는 성공적인 직무수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기효능감은 다른 선행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의정지원조직에서도 성공적인 직무수행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확인하였고 직무수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자기효능감을 제고하는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자기효능감은 특정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는 것이지 실제 능력이나 기술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이다. 개인이 기술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직무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과는 별도로 자기효능감 향상을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 한다. 현재 의정지원조직의 교육훈련을 전담하는 의정 연수원에는 자기효능감과 관련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부족한 실정이다. 효과적인 인적자원관리를 위해서는 유사한 입직· 보직 경로를 보유한 다른 조직구성원을 활용한 코칭전략, 유연한 상사-부하관계를 형성하고 칭찬과 격려를 내재화하는 조직문화 조성 등 자기효능감을 제고하는 교육훈련 제도를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본 연구는 의정지원조직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환경 적합성과 자기효능감의 영향력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였고, 인적자원관리 차원에서 자기효능감의 제고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아울러 개인-환경 적합성을 유사적합성과 보완적합성으로 구분하여 직무수행에 미치는 차별적 영향력에 대해 검증을 시도한 것은 이론적 차원에서 새로운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다른 조직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이론적 관련성을 심층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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