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최근 ICT 기술을 접목하는 콘텐츠 개발에서는 모바일 및 인터넷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신기술 분야와 협업을 통한 융복합 콘텐츠의 제작이 시도되고 있다[1][2]. 스마트기기의 발전과 보급으로 IT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하여 콘텐츠 생산에 대한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며, 콘텐츠 산업은 첨단기술의 발달과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 분야 중 전통문화 콘텐츠 분야는 주로 문화원형의 보존과 복원을 통하여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으며, 전통문화를 첨단문화 기술과 융합하여 한국적 특성을 활용하여 고부가가치를 지닌 세계적 전통문화 콘텐츠의 창출이 요구된다[1][3].
이에 따라 전통문화나 고문헌 속에서 원천소재를 찾아 활용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는 불교문화에서 전래한 것이 다수로서, 불교문화와 관련된 많은 고문헌 속에서 발굴되는 원천소재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 기존의 불교문화 콘텐츠는 대부분 불교의 생활 문화, 건축 문화, 인물 등에 대한 기록 및 복원 관련 디지털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4][5]. 불교의 고문헌은 일반인들이 접하거나 그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 콘텐츠화가 어렵기는 하지만, 현재 고문헌 속의 이야기 등장인물 및 등장 요소가 콘텐츠 원천소재로써 그 활용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통문화 콘텐츠로서 우리 민족의 다양한 유무형 문화를 포함하는 불교문화 콘텐츠는 ICT기술과 접목함으로써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로 응용되어 산업적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에 최근 영화, 게임, 웹툰 등의 콘텐츠 분야에서 개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의 저승 문화 가운데 지옥을 주재하는 10명의 대왕과 십대 지옥을 토대로 주제어를 선별하여 시각화 하는 방안에 대하여 기술한다. 지옥의 십대왕, 즉 시왕은 그 특징적인 캐릭터로 인해 다양한 콘텐츠적 측면을 지니고 있으나 지옥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며 그 의미하는 바에 다가갈 수 있도록 시왕의 주제어를 선별하고, 그 주제어에 따라 시왕을 시각화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구현한다.
[그림 1]은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소장 중인 10개의 탱화 중에서 진광대왕과 초강대왕의 탱화(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49호)이다[6]. 탱화 속 지옥 왕은 이미지가 크게 표시되어 인지되나 나머지 부분은 채색이 낡고 흐릿하여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관련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림 2]는 시왕 디지털 콘텐츠를 구현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디지털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하여 먼저 지옥 십대왕에 속한 지옥의 개별 특징으로 관장업무와 관련 지옥에 대한 의미를 분석하여, 관련 주제어를 파악한다. 분석된 내용을 바탕으로 시왕의 캐릭터와 관장하는 지옥 이미지를 제작한다. 구현하는 디지털 콘텐츠는 사용자가 나열된 주제어에서 선택하면 시왕별 주제어와 유사도를 비교하여 열 명의 왕 가운데서 가장 유사도가 높은 지옥 왕을 선별한다. 선별된 지옥의 왕은 사용자의 선택으로 그 내용과 지옥의 형벌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도록 구현하여 사용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림 1. 시왕 탱화
그림 2. 디지털 콘텐츠 구현 과정
본 논문의 제2장에서는 관련 연구에 관하여 기술하며, 제3장에서는 시왕 및 관련 지옥의 의미와 특징을 분석하여 기술한다. 제4장에서는 주제어에 따라 지옥의 왕을 선별하여 시각화하는 디지털 콘텐츠 구현 과정을 기술한다. 마지막 제5장 결론에서는 구현한 디지털 콘텐츠의 의의와 향후 연구 방향을 기술한다.
II. 관련 연구
기존 전통문화에 대한 디지털 콘텐츠 관련 연구는 대부분 전통 서사와 불교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통 서사 또한, 불교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은 편이다.
전통 서사에 관련한 콘텐츠 연구로 정혜경[7]의 “고전 서사를 활용한 콘텐츠 동향과 기획”에서는 기존 고전 서사를 활용한 콘텐츠를 IT 기술을 활용하여 모바일 콘텐츠로 변환함으로써, 사용자의 접근성과 생산성을 높여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양진호[8]의 “시왕 이미지의 현대 콘텐츠 변용 연구”에서는 시왕을 문화 콘텐츠화한 웹툰 ‘신과 함께:저승편’을 분석한 것으로, 웹툰 이미지를 바탕으로 전통문화원형과 비교 분석하고 기존과 다른 통합적인 분석을 통하여 시왕 이미지의 원형성을 계승 및 공유함을 보였다. 최수영[9]의 “한국․일본 저승신화의 문화 콘텐츠 활용 사례 연구”에서는 한국의 ‘바리데기’ 저승신화와 일본의 ‘이자나기․이자나미’ 저승신화를 활용하여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개발된 게임을 비교 분석한 것으로, 문화원형으로서 저승신화 활용 방안을 모색하였다. 김진철[10]의 “제주신화 <차사본풀이>의 문화콘텐츠 변용양상”에서는 제주신화인 ‘차사본풀이’의 저승 여행을 소재로 하여 그림책, 소설, 웹 툰,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여 시대에 맞는 신화의 재해석과 현대적 전환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함을 보였다. 최수진[11]의 “문화원형 디지털 자원의 활성화 방안-‘컬처링’과 ‘문화콘텐츠닷컴’을 중심으로-,”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문화원형에 대한 다수의 디지털 아카이브가 제작되어 컬처링[12] 및 문화콘텐츠닷컴[13] 등에서 다양한 콘텐츠의 제작을 지원하고 있으나,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한 문화와 기술적 서비스 등의 지원이 추가로 보완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불교문화 디지털 콘텐츠에 관련한 연구로는 이영숙[14]의 논문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전통문화원형의 캐릭터 분류 : 관음보살(觀音菩薩) 및 동자(童子)를 중심으로”에서는 한국의 전통문화 소재로서 불교관련 유무형 소재인 보살과 동자 관련 문화재를 활용하여 디지털 콘텐츠를 위한 캐릭터 개발 방향을 제시하였다. 신상기[15]의 논문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위한 불교문화 원형 활용 사례연구- 스마트폰 앱 게임 〈아바로〉를 중심으로”에서는 불교문화원형인 관세음보살 42수주를 형상화하여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가진 디지털 게임으로 제작하여 불교문화원형의 활용 방법으로 실용적인 측면을 제안하였다. 김영덕[16]의 논문 “천수관음의 수인에 나타난 의미 분석과 시각화”에서는 전통적인 불교문화원형으로 널리 알려진 천수관음의 42수의 손 모양과 지물의 상징을 현대적 의미로 분석하고 관세음 입상을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하여 응용한 디지털 콘텐츠를 구현하였다. 김경덕[17]의 논문 “기원에 따른 33관음의 시각화”에서는 유형문화재 삼국유사 관음설화에 나타나는 33관음의 상징과 활동을 분석하여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하였다.
이상과 같이 전통적인 불교문화의 원천소재를 활용하여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으나, 문화재의 기록과 복원 중심의 콘텐츠 관련 연구가 다수이다. 콘텐츠의 다양한 원천소재가 내포된 불교 문헌에 관한 연구와 활용은 지속적인 관심 속에 점진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기존 사찰에서 접할 수 있는 시왕 탱화에 대한 의미를 불교 문헌 가운데에서 뽑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한다.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의 개발은 기존 전통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원천소재를 디지털화하여 전통문화의 다양한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다.
III. 시왕의 의미와 특징
1. 시왕의 의미 분석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 세계를 명부라 하는데, 불교의 저승관에서 많이 등장하는 주역으로 지장보살과 시왕을 들 수 있다. 시왕(十王)은 열 분의 왕이라는 뜻이지만, 불교와 도교에서는 저승 세계를 주관하는 주재자로서 열 가지 지옥과 함께 열거되고 있다. 저승에서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시왕은 진광대왕(秦廣大王), 초강대왕(初江大王), 송제대왕(宋帝大王), 오관대왕(五官大王), 염라대왕(閻羅大王), 변성대왕(變成大王), 태산대왕(泰山大王), 평등대왕(平等大王), 도시대왕(都市大王), 전륜대왕(轉輪大王)을 가리킨다. 이들을 언급하는 불교고문헌으로 『선악인과경』과 『지장보살본원경』 등에서 시왕의 유래와 역할 등을 서술하고 있다. 시왕신앙은 도교의 영향을 받아 불교 안에서 수용된 민간신앙으로 사상적 근거는 당나라 장천(藏天)이 편찬한 도교의 경전인 『예수시왕생칠경』에서 비롯된다[13]. 이 경전은 고려에 전해져 민간신앙으로 굳어져 오늘날까지 전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왕이 다스리는 저승 세계에 대한 묘사로서 『시왕경변상도(十王經變相圖)』, 또는 『시왕도(十王圖)가』 전해져온다. 시왕도는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10대 왕과 관리 및 고통받는 죄인들을 묘사한 그림으로 문화재로 지정되어있는 것이 많다. 주된 내용은 시왕 및 그 권속들과 천⋅룡⋅아수라왕⋅보살⋅명부의 시왕⋅삼도대신(三道大神)⋅24판관(判官)⋅16귀왕(鬼王) 등의 많은 인물이 동원되어 저승의 세계를 변상도의 형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10대왕 가운데 전륜대왕만이 투구와 갑옷을 입은 모습이고, 다른 대왕들은 관을 쓰고 붓과 홀(笏)을 든 모습인데 그 앞에는 붓과 벼루가 마련된 책상이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급 시왕도는 여주 신륵사, 강화 전등사, 양산 통도사 명부전의 시왕 탱화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10대왕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진광대왕은 명부에서 망자가 첫 번째 맞이하는 칠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도산지옥의 관리자이다. 여기서, 여러 관리를 거느리고 죽은 자를 질책하여 사람들이 악행을 그만두고 선행을 하도록 만드는 일을 맡고 있다[18]. 살인이나 협박 등을 한 자를 심판하고 생사나 수명을 관장하는 판관이다[19].
두 번째, 초강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두 번째 맞이하는 칠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화탕지옥의 관리자이다. 초강(初江)가에 관청을 세우고 망인이 건너는 것을 감시하므로 초강대왕이라 부른다[18]. 부정직한 중매, 사기 판매, 사람이나 동물을 해쳐 불구로 만든 자를 심판하고 벌을 주는 판관이다[13].
세 번째, 송제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세 번째 맞이하는 칠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한빙지옥의 관리자이다. 큰 바다의 동남쪽 아래 큰 지옥에 머물며 큰 지옥 안에 별도로 16 지옥을 두어 죄의 경중에 따라 죄인을 각각의 지옥으로 보내는 일을 관장한다[18]. 주로 부정한 행위를 다스리며, 음주로 인해 난동을 부리거나 협박하여 남을 곤경에 빠트리게 한 자를 심판하고 벌을 주는 판관이다[19].
네 번째, 오관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네 번째 맞이하는 칠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검수지옥의 관리자이다. 명부에서 다섯 가지 형벌을 주관하는데 업칭(業秤)이라는 저울에 망자의 죄를 달아서 그 경중에 따라 벌을 다스린다[18]. 동물을 마음대로 도살하거나 삿된 음행을 하거나 협박하는 등 남의 것을 착취하고 베풀지 않은 자와 사원에서 도둑질을 한 자에게 벌을 주는 판관이다[19].
다섯 번째, 염라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다섯 번째 맞이하는 칠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발설지옥의 관리자이다. 업경(業鏡)을 통하여 망자에게 전생의 일을 깨닫게 하고 생전에 지은 선행과 악행에 따라 벌을 다스린다[18]. 악법을 따르고, 음란한 행위를 하며 남을 비방하고 거짓말을 한 자를 심판하고 벌을 주는 판관이다[19].
여섯 번째, 변성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여섯 번째 맞이하는 칠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독사지옥의 관리자이다. 앞의 오관대왕과 염라대왕 앞에서 업칭에 죄를 달고 업경에 죄를 비추어 재판을 받고도 죄가 남은 사람이 있으면 다음 지옥에 보내 벌을 다스린다[18]. 신을 모독하고 악한 행동을 하였거나 하늘, 땅, 비, 바람, 더위나 추위에 대하여 저주하고 원망하며, 신의 물건을 팔고 세속적인 목적에 이용한 자를 심판하고 벌주는 판관이다[13].
일곱 번째, 태산대왕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일곱 번째 맞이하는 칠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거해지옥의 관리자이며, 또한 염라대왕의 서기이다. 인간의 선악을 기록하고 망자가 태어날 곳을 정한다[18]. 동물을 사냥하면서 무자비하게 살생하고 인권을 무시한 자를 심판하고 벌을 주는 판관이다[19].
여덟 번째, 평등대왕은 명부의 시왕 중 여덟 번째 왕으로 명부에서 망자가 맞이하는 백일의 일을 관장하는 철상지옥의 관리자이다. 8한8열지옥(八寒八熱地獄)의 사자와 옥졸을 거느린다. 공평하게 죄와 복을 다스린다는 뜻에서 평등대왕이라 부른다[18]. 나쁜 행위를 하면서 동물에게 자비심 없이 죽이고, 불효한 자를 심판하고 벌을 주는 판관이다[19].
아홉 번째, 도시대왕은 명부에서 망자가 맞이하는 일년째의 일을 관장하는 풍도지옥의 관리자로서 망자에게 법화경 및 아미타불 조성의 공덕을 말해 주는 왕이 다[18]. 방화범, 낙태 시술자, 외설적인 그림을 그리거나 그런 글과 작품을 감상하고 읽은 사람, 이유 없이 자살을 한 자를 심판하고 벌을 주는 판관이다[13].
마지막, 전륜대왕은 죽은 자가 맞이하는 삼 년째의 일을 관장하는 흑암지옥의 관리자로서, 망자의 어리석음과 번뇌를 다스린다. 망자는 사후에 여러 왕을 거치며 그 죄를 심판받고 최후로 전륜대왕 앞에 이르러 다시 태어날 곳을 결정하게 된다[18]. 다른 이를 협박하여 이윤을 취한 자 등을 처벌하며, 윤회를 담당하고 중죄를 지은 죄인을 무간지옥에 떨어뜨리는 판관이다[19].
이상과 같이 고문헌인 『시왕생칠경』과 『선악인과경』 등의 기록을 보면 시왕의 업무는 모든 악행에 대해 빠짐없이 판결하지만 그중 살생 등의 일부 심판에 대해서는 중복하여 심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태산대왕과 전륜대왕 모두 사후 태어날 곳을 결정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해도 태산대왕은 49일 후, 전륜대왕은 3년 뒤라는 다름이 있는 것 등을 볼 때 지옥 시왕의 업무는 일부 중복성을 지니면서 각각 협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시왕의 특징과 주제어
망자는 그의 업보에 따라 각 지옥에서 시왕을 만나면서 업보에 따른 선악을 심판받고 관련 형벌을 받게 된다. 시왕의 각 주제어는 지옥의 관장업무와 형벌에 관련된 것을 선별한다. 고문헌인 『시왕생칠경』과 『선악인과경』 등에 열거되는 지옥과 관련된 죄목은 구체적이지 않거나 다른 지옥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기에 경전에 근거하여 유추하되 지옥의 명칭과 관련되거나 이와 유사한 죄목을 주제어로 설정한다. 예를 들면 염라대왕의 발설지옥은 혀를 뽑는 등의 형벌로 죄목이 주로 언어와 연관되기에 이와 관련된 죄목을 주제어로 정한다. 하지만 일부 대왕이 관리하는 지옥은 형벌을 고려한 관련 주제어 선정이 모호한 점도 있다. 예를 들면, 변성대왕의 독사지옥과 도시대왕의 풍도지옥은 고문헌에서 관련 지옥 왕에 대한 형벌이나 죄목에 대한 서술이 미흡하여 관장하는 지옥을 토대로 관련 주제어를 선정한다. 다음 [표 1]은 시왕이 하는 관장하는 지옥과 업무 및 관련 주제어를 나타낸다.
표 1. 시왕의 관장 지옥·업무와 주제어
시왕의 관장업무를 통해서 망자는 죄에 따른 형벌을 받아야 하며,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인다. 한두 번의 판결로 죄를 결정짓는 이승의 심판과 달리 저승의 심판은 7일간 각 지옥에 체류하면서 기본적으로 망자는 최대 10번의 심판이 진행된다. 망자의 죄 경중에 따라 1번이나 2번의 심판으로 끝날 수도 있고, 7번의 심판을 모두 받거나 최대 10번의 심판까지 받고 지옥을 거쳐야 환생할 수 있다.
[표 1]의 주제어 항목에서 ( )속 숫자는 시왕의 업무와 관련된 정도를 기준값 10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나타낸다. 주제어의 가중치는 시왕의 심판내용과 지옥의 명칭에 따른 형벌을 관련 고문헌에서 유추하여 부여한다. 여기서, 가중치는 디지털 콘텐츠를 구현할 때 시왕을 구분하여 나타낼 때 사용한다. 즉, 디지털 콘텐츠 사용자가 주제어를 여러 개 선택할 경우, 시왕별 주제어와 가중치를 비교 계산하여 큰 값을 가지는 시왕을 선별하여 우선순위가 높은 것부터 사용자에게 나열하여 나타내도록 한다.
IV. 디지털 콘텐츠의 구현
시왕의 이미지와 지옥 배경의 애니메이션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49호로 등록된 통도사 명부전의 시왕 탱화를 기반으로 하여 제작하였다. 시왕별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은 관장업무와 주관하는 지옥을 기반으로 재해석한 이미지로 구축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의 인터랙션을 구현하기 위하여 윈도우 10의 데스크톱 환경에서 프로세싱 언어 3.3.7을 활용하였다.
혐오감과 공포를 유발하는 지옥 관련 내용은 일반인들이 기피하는 현상을 불러오기에 이를 다시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시왕의 캐릭터의 컨셉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모습을 의인화한 캐릭터로서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자의 이미지로 상징성을 부여하였으며, 특히 태산대왕과 전륜대왕의 캐릭터는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자이자 더불어 연민하는 조력자의 이미지를 함께 가지면서 지옥 왕의 역할에 대한 상징성을 부여하였다. 지옥 이미지의 컨셉은 각 지옥의 특징을 대표하는 형벌을 나타낼 수 있도록 설정하였다. 또한, 형벌의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한 주요 도구나 간수의 움직임을 부여하여 해당 지옥의 의미를 암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면, 도산지옥의 경우 망자가 간수의 창에 쫓겨 칼산을 힘겹게 올라가는 움직임을 나타내었으며, 화탕지옥의 경우 불같이 뜨거운 물속에 빠진 망자를 위협하는 간수가 가진 창의 움직임으로 그 의미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었다. 나머지의 경우도 이와 같이 움직임을 주어 각 지옥의 상징적인 특징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각 시왕에 대한 세 가지 주제어에서 첫 번째 주제어는 상대적으로 다른 두 주제어 달리 그 시왕의 특징을 우선하여 나타내는 주제어로서 가중치 값을 다른 두 주제어보다 조금 더 높게 부여하였다. 각 시왕의 주제어는 시왕의 역할에 따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으나, 디지털 콘텐츠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주제어 선택과 각 시왕이 가지는 주제어와 사이의 주제어 유사도 계산법으로 유클리디안 유사도(Euclidean similarity)를 이용하였다. 구현한 디지털 콘텐츠에서는 주제어 유사도 계산 값으로 가장 작은 값을 가지는 시왕 즉, 사용자가 선택한 주제어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시왕을 먼저 나타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림 3]은 디지털콘텐츠에서 주제어에 따른 시왕 선별 알고리즘이다.
그림 3. 주제어에 따른 시왕 선별 알고리즘
캐릭터화된 지옥의 시왕은 다음과 같다. 진광대왕은 망자의 첫 칠일을 관장하며, 악행에 대한 질책을 주로하는 왕으로서 서류를 심사하는 도인풍으로 캐릭터화 하였다. 초강대왕은 불타는 지옥을 관장하는 왕으로서 붉은 도포를 입은 모습으로 캐릭터화하였다. 송제대왕은 한빙지옥을 관장하며,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의 왕으로서 캐릭터화하였다. 오관대왕은 업칭으로 죄의 경중에 따라 가차 없이 형량을 매기는 차가운 왕으로서 캐릭터화하였다. 염라대왕은 지옥을 대표하는 왕으로서 캐릭터화하였다. 변성대왕은 독사지옥을 관장하는 왕으로서 캐릭터화하였다. 태산대왕은 다시 태어날 곳을 골라주는 왕으로서 캐릭터화하였다. 평등대왕은 엄격하고 단호한 모습으로 심판하는 왕으로서 캐릭터화하였다. 도시대왕은 혼인 및 풍도지옥을 관장하는 왕으로서 캐릭터화하였다. 전륜대왕은 다시 태어날 곳을 결정하는 신성과 청결한 왕으로서 캐릭터화하였다. [표 2]는 시왕 각각의 캐릭터 이미지와 상징성을 나타낸 것으로 시왕의 이미지와 상징성은 『시왕생칠경』과 『선악인과경』 등의 문헌에 근거하되 관장하는 지옥의 특징을 가미하며 현대적인 시각으로 묘사하였다.
표 2. 시왕 캐릭터 이미지와 상징성
지옥별 애니메이션을 나타내기 위하여 탱화 속 십대왕의 지옥별 이미지를 이용하였다. 도산지옥은 망자가간수의 창에 쫓겨 칼산을 힘겹게 올라가는 움직임으로 나타내었고, 화탕지옥은 펄펄 끓는 물 속 망자를 위협하는 간수 창의 움직임으로 나타내었다. 한빙지옥은 망자가 옥졸로부터 차가운 바람을 맞는 움직임으로 나타내었으며, 검수지옥은 칼날 같은 잎을 가진 숲이 있는 구덩이 속으로 망자가 떨어지는 움직임으로 나타내었다. 발설지옥은 망자의 혓바닥을 길게 뽑아 늘려 옥졸이 쟁기로 가는 움직임으로 나타내었고, 독사지옥은 망자가 독사에게 쫓기는 움직임으로 나타내었다. 거해지옥은 망자가 큰 톱을 가진 옥졸로부터 몸에 톱질을 당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내었다. 철상지옥은 철 송곳을 가진 철판에 옥졸이 망자를 떨어뜨리는 움직임으로 나타내었다. 풍도지옥은 망자가 매서운 바람을 피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내었다. 흑암지옥은 어두운 지옥 불 속에 망자가 떨어지는 움직임으로 나타내었다. [표 3]은 지옥별 애니메이션을 위한 지옥 이미지와 상징성을 나타낸것으로, 지옥의 이미지와 상징성은 지옥의 명칭이 주는 강렬한 인상과 탱화 속 지옥도에 나와 있는 묘사를 토대로 하되 현대적인 시각으로 단순화하였다.
표 3. 지옥 이미지와 상징성
디지털 콘텐츠 사용자는 화면 상단에 나열된 시왕 주제어들에서 관심을 가지는 주제어를 선택하면 관련된 시왕의 리스트가 화면에 나타난다. 여기서, 선택된 주제어와 그 가중치를 이용하여 10명의 지옥 왕의 주제어와 선택한 관심 주제어를 비교하여, 가장 관련이 있는 시왕을 순서대로 나열한다. 사용자는 나열된 시왕 리스트를 하나씩 선택할 수 있고, 선택된 시왕의 해당 캐릭터와 함께 관련 지옥 애니메이션 및 설명이 화면에 나타난다. [그림 4]는 주제어 선택에 따라 선별된 시왕 이미지와 지옥 애니메이션을 나타내는 화면이다. 화면 상단에 시왕 관련 주제어가 나열되고, 나열된 주제어를 사용자가 선택하면 관련 시왕 리스트가 주제어 리스트 바로 아래쪽에 나열된다. 나열된 시왕을 사용자가 추가로 선택하면 시왕의 의미와 관련 지옥을 화면에 디스플레이 한다. [그림 4]의 (a) 항은 나열된 주제어에서 사용자가 ‘부정’, ‘살생’, ‘음주’를 선택한 경우, 디지털 콘텐츠는 관련된 시왕으로 주제어 유사도 우선순위에 기반하여 송제대왕, 태산대왕, 전륜대왕 순으로 나열한다. 그리고 사용자는 송제대왕을 선택한 경우로서 송제대왕의 캐릭터와 한빙지옥 애니메이션 및 관련 설명을 볼 수 있다. [그림 4]의 (b) 항은 나열된 주제어에서 사용자가 ‘비방’, ‘욕설’, ‘협박’을 선택한 경우, 디지털 콘텐츠는 관련된 시왕으로 주제어 유사도 우선순위에 기반하여 염라대왕, 초강대왕, 송제대왕, 진광대왕, 전륜대왕을 나열한다. 그리고 사용자는 염라대왕을 선택한 경우로서, 염라대왕 이미지와 발설지옥 애니메이션 및 관련 설명을 함께 볼 수 있다.
그림 4. 주제어에 따라 선택된 시왕과 지옥 이미지
IV. 결론
본 논문에서는 시왕별 의미를 분석하여 주제어를 선별하고, 사용자의 주제어 선택에 따라 관련 시왕과 지옥 애니메이션을 나타내는 디지털 콘텐츠를 구현하였다. 선별된 주제어는 관련 시왕의 의미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였다. 구현한 디지털 콘텐츠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사용자가 선택한 주제어와 관련된 시왕을 주제어 가중치를 이용하여 주제어 유사도 우선순위에 따라 나열하고 사용자가 한 시왕을 선택하면 시왕 이미지와 지옥 이미지를 설명과 함께 화면에 나타내도록 하였다.
전통문화로 내려오는 시왕에 대한 설화를 바탕으로 구현한 디지털 콘텐츠는 일반인들이 사후 세계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현세에서 죄와 벌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올바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 있다. 디지털 콘텐츠 사용자는 애니메이션을 통하여 죄상에 따른 시왕의 역할 및 지옥의 형벌이 연계되어 있음을 통해서 죄와 벌에 대한 인식을 이해할 수 있다. 그 표현도 혐오스러운 표현이 아닌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재해석된 이미지로 표현함에 디지털 콘텐츠화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는 기존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고부가가치의 응용 콘텐츠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통문화 관련 학자와 콘텐츠 개발자들의 협력이 상호 지속되어야 한다.
향후 연구 방향으로는 시왕 관련 게임 캐릭터의 개발과 게임 스토리텔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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