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여 년간 육계와 산란계의 경제 형질에 대한 유전적 능력 개량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어 왔다. 이는 양적 유전학(Quantitative genetics) 이론을 기반으로 선발지수법 및 BLUP과 같은 수리 통계학적 모형을 적용한 육종방법의 발전과 방대한 데이터를 정확히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에 따른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 가금 육종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자 유전학적 기법을 통해 다량의 유전체 정보의 생산과 이용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기존의 전통적인 육종방법이 지닌 한계점 극복과 도움을 주기 위한 상호보완적 개념의 선발프로그램 개발과 산업적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유전체 선발 이론
초기의 유전체 정보의 이용은 경제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좌위(QTL, Quantitative Trait Loci)의 탐색과 이를 마커도움선발(MAS, Marker assisted selection)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대부분의 경제 형질에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효과를 가진 마커를 찾는 데 다소 한계가 있었으며, 주로 단순 유전에 의한 형질에 제한적으로 활용되었다. 이후 분자유전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최근에 이르러 많은 수의 단일염기다형(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수준에서 양적 형질의 유전적 구조를 탐색할 수 있게 되면서 전장 유전체 수준의 연구(Genome Wide Association Studies)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기존의 마커도움 선발에 정확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제한적인 마커의 적용 대신 모든 마커의 정보를 이용하는 개념으로 각각의 마커가 경제 형질의 표현형적 발현에 모두 기여하는 것을 가정하기 때문에 각 개체가 보유한 모든 염색체를 분석하여 이용하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마커효과와 기존의 능력검정정보를 결합하여 능력이 우수한 후대를 보다 높은 정확도로 선발 가능하게 된다. 한편 이러한 높은 선발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능력검정을 반드시 추진해야하는데 이는 집단의 변화에 따라 마커의 기여도 또한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선발 이론은 마커도움선발의 정확도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써 제시된 이래 젖소 및 돼지 유전능력평가에 활발히 적용돼 오고 있다. 닭의 경우 2004년 가축 중에서 처음으로 닭의 전장 유전체가 해독되어 공개된 이래 대표적인 가금육종 기업들로부터 육종프로그램의 고도화와 선발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전체 정보활용을 위한 연구에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몇몇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유전체 선발을 육종프로그램에 도입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전체 선발의 이점과 연구 사례
유전체 선발에 대한 이점은 경제 형질에 대한 능력검정기록과 혈통기록에 기반한 기존의 BLUP법에 의해 추정되는 육종가(EBV)보다 유전체 정보를 같이 이용할 경우 더 높은 정확도로 추정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점으로는 효율적인 검정집단의 크기와 유지 측면, 개량대상 형질에 대한 조기 선발 가능성, 한쪽 성에서만 나타나는 형질, 번식 형질, 측정하기 어려운 형질, 질병 저항성 형질 등의 선발에 이용 가능한 점을들 수 있다. 닭의 경우 다른 축종에 비해 세대 간격이 길지 않은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전체 선발의 적용 시 세대 간격의 축소에 대한 이점보다 추정 육종가의정확도 향상과 번식 형질 및 복지 형질 등의 측면에서 이점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유전체 선발 이론을 가금 육종프로그램에 적용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갈색 산란계 순계에 대하여 전통적인 육종방법에 의한 선발교배를 실시한 그룹과 유전체 선발을 적용한(표현형 기록 없이 마커효과 만을 고려하여 매 세대선발과 교배를 실시) 그룹 간의 비교에서 선발을 실시한 16개 형질 중 12개의 형질에서 유전체 선발을 적용한 그룹이 유전적 개량량과 정확도 측면에서 월등히 우수한 결과를 나타내었으며 유전체 선발이 적용된 그룹은 전통적인 육종방법이 적용된 그룹과 비교하여 세대 간격을 1/2 단축하여 산란계 육종프로그램에 적용 가능함을 제시하였다. 한편 육계의 경우 2013년 육계 육종그룹에서는 처음으로 Aviagen에서 순계집단에 대한 유전체 선발을 적용하였다. 육계의 유전체 선발 관련 연구의 결과를 보면 유전체 선발을 적용하지 않은 집단의 추정 육종가와(EBV) 유전체 선발집단의 유전체 육종가(GEBV)의 상대적 정확도 향상을 비교해보면 수정률 및 산란수 같이 중도의 유전력을 가진 형질은 상대적으로 20~45% 정확도가 향상되며, 높은 유전력을 가진 사료 효율, 체중과 같은 형질의 정확도 향상은 50% 이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맺음말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은 국내 가금육종 분야의 경우 대부분의 가금 종축을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는 여건으로 볼 때 가금 유전체 정보의 생산과 활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유전체 정보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많은 제반 비용과 노력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올해부터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와 동물유전체과가 협업하여 산업적으로보급되고 있는 토종닭 순계집단에 대하여 유전체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계통조성에 활용하기 위한 협업 연구에 착수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토종닭 산업의 현안 과제인 생산성 향상과 균일도 향상을 위한 연구를 우선 수행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여 주요 경제 형질 관련 연관분석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본 연구를 시작으로 국내 가금 육종 분야의 유전체연구 연구자 간 정보의 공유 및 협업을 활성화하고 관련 연구의 고도화를 위한기반 조성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