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와 백신의 활용

  • Published : 2018.03.01

Abstract

Keywords

AI 백신,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자!

이제 겨울이 한창 내리막을 치닫고 봄을 기대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모스크바보다도 더하다는 극한의 추위에 더해서 올겨울 양계농가들은 언제 덮칠지 모르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공포로 그 어느 때보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버텨내야만 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2003년 첫 발생에 이어 올해 진행까지 총 8차례의 발생을 보이고 있다. 발생주기도 초기 3∼4년의 발생 간격에서 최근에는 거의 매년 발생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과 접경한 데다 겨울철새의 이동 경로와 도래지인 까닭에 이러한 추세는 최소 향후 10년간은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많은 대내외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 질병의 발생으로 인한 민간의 경제적 손실(피해 농가 소득중단, 고용감소, 연관산업 피해, 소비시장 위축 등)과 국민의 정서적인 악영향을 생각지 않더라도 102일간 지속한 첫 발생에서 비롯된 정부재정의 손실 874억원을 포함하여 지난 2월 초까지 있었던 7차례의 발생으로 인한 전체 정부재정 손실만 해도 1조 1천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금번 발생 건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방역수칙을 바탕으로 부처를 아우르며 총력을 기울이는 당국의 추진력과 농가와 관련 산업의 자발적인 노력에 힘입어 막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짧은 시간에 농장을 초토화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차단 방역과 발생농장에 대한 신속한 색출과 살처분”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악성 전염병들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그 어떤 다른 수단도 대체할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기본적인 방역수단이다. 그런데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차단 방역과 관련된 가능한 모든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농장에서조차 발생해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아무리 차단 방역을 강화한다 손 치더라도 농장시스템은 고도로 생물학적 차단이 가능한 연구소와 같을 수 없으며, 사육시스템에 따라 효과적인 차단 방역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또한,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의 동시 다발적인 발생이 닥친다면, 효과적으로 추가적인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 질병의 양상에 따라 지금과 같은 극도의 긴장과 불안에도 불구하고 양계산업의 사업 지속성은 여전히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한편 백신은 차단 방역에 더해서 아주 적은 비용으로 질병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컨트롤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변이주 발생의 동일한 우려속에서 사람에서도 감염을 일으키는 돼지 인플루엔자와 개 인플루엔자에 대한 백신은 이미 허가되어 사용되고 있다. 적용 전 많은 전문가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H9N2형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서는 2006년부터 백신이 활용되어 산란계와 종계에서 훌륭한 방어력을 제공하며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9N2형)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막아 왔으며 백신을 사용하는 산란계와 종계에서는 바이러스의 유행을 찾아보기 조차 힘들다.

그러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백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측면이 너무 봉대되어 왔고, 백신의 효용성이 폄하되어 온 측면이 있었다. 기존의 방역수단에 추가해서 백신을 제대로 효과적으로 적용한다면, 부정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더 적은 비용(양계산업, 정부, 소비자)으로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우려들을 알아보고, 그러한 우려들을 해소할 기술적인 측면과 수단들에 대해 나누어 보려 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우려들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 무증상 감염(silent infection)이 일어나서 질병 발생에 대한 효과적인 모니터링과 진단을 어렵게 할 것이다.

▶ 바이러스가 상재화(enzootic)하게 될 것이다.

▶ 불완전한 백신의 방어력 때문에 변이주가 나타나게 되고 인체에 영향을 주는 바이러스가 유행할 우려가 있다.

▶ 백신 접종으로 인해 농가에서 다른 차단 방역 수단들을 경시하게 될 것이다.

▶ 백신 접종으로 인해 가금 산물의 수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1) 무증상 감염이 일어나서 질병 발생에 대한 효과적인 모니터링과 진단을 어렵게 할 것이다.

항원매칭이 제대로 된 인플루엔자 백신은 방어력이 아주 우수하다. 그러나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입에 따라 항원매칭이 완전하지 않을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에 따라 백신을 접종한 계군이지만, 방어력이 완벽하지 않아서 임상증상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야외 바이러스가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 농장의 계군단위의 환경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을 것이다. 오히려 병원성이 다소 낮은 야외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경우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눈으로 확인이 잘 안 되는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이 있다. 사육오리의 경우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증상 감염이 흔함을 오랫동안 경험해 왔다. 중국에서 무증상 전파에 대해 한 건의 논문(Ma et al Emerg. Infect. Dis. 2014 Dec.)이 보고된 바 있었으나, 기초적인 계군의 폐사 정보 등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다음의 일상적인 예찰과 검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적인 폐사계 모니터링

■생가금 시장을 포함한 농장의 정기적인 환경스왑을 통한 야외 바이러스 확인

■건강한 닭의 스왑검사

■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서 접촉 시 쉽게 바로 감염되는 감시계(sentinel)의 활용

■백신항체와 감염항체를 구분하는 정기적인 DIVA 혈청모니터링

2) 바이러스가 상재화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현재 백신을 적용하거나 과거 적용한 적이 있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의 국가 사례를 들어서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상재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강조컨대 이들 국가는 백신을 사용하기 전에 이미 상재화의 상태에 있었고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국가 방역체계와 수의서비스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게 낙후된 까닭에 중국을 제외하고는 효과적으로 제대로 된 백신의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이미 여러 타입(및 서브타입)의 바이러스가 혼재하여 유행하게 되었고, 야외 유행 바이러스와 백신항원의 매칭이라든가, 백신의 제조품질관리(GMP)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물론,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충분한 재정과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이들 나라에서는 애초 백신의 활용으로 청정화를 기대할 수 없었으며, 다만 사람과 가금에서의 감염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백신 적용을 시도하였으며 실제 베트남에서는 백신을 적용한 후 사람과 가금에서의 감염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중국의 경우 최근 변이주로 인한 백신 항원매칭의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이것은 일상적으로 해결해 가야할 과정으로 보이며, 2004년 이후 정부 차원에서 백신항원의 매칭을 관리하며 비교적 효과적으로 백신을 적용해 오고 있다.

▲ 사육오리와 야생오리가 혼재되어 관리되는 국가들

중국을 제외한 이들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야외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예찰하고 진단하며 백신항원을 제공할 수 있는 민관의 수의기술 체계뿐만 아니라 제대로 백신을 제조하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재정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설사 정부의 재정지원이 배제되더라도 백신의 적용을 빠짐없이 이행할 수 있는 농가의 동기가 이미 담보되어 있다고본다.

3) 불완전한 백신의 방어력 때문에 변이주가 나타나게 되고 인체에 영향을 주는 바이러스가 유행할 우려가 있다.

모든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감염을 통한 복제과정에서 스스로 변이한다. 자연감염에 의해서건 백신 접종에 의한 면역학적 압력에 의해서건 변이는 일어난다. 백신을 적용하지 않은 중국의 H6와 H7형의 예를 보더라도 변이는 있었다. 오리와 같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 무증상 감염의 과정을 통해 변이바이러스의 출현할 가능성이 생긴다.

사람 인플루엔자 백신의 적용과 같이 백신을 적용할 때 항원변이가 일어나리라는 것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미 인지했고, 이에 대비한 기술적인 수단들을 대비하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백신의 적용과 관련한 모든 국제적인 대책에 이미 포함되고 제시됐다. 예를 들어 국제보건기구(WHO)는 인플루엔자의 유행에 대비해서 백신주의 평가를 위해 매 2년 마다 회의를 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국제동물보건기구(OIE)와 식량농업기구(FAO)의 전문가들이 모인 회의체인 OFFLU가 논의를 감당하고 있다. 홍콩과 베트남의 경우, 오히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사람 감염을 차단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해서 가금에서 백신을 적용했음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백신을 적용하면 감염이 일어나더라도 바이러스의 배출량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라 예방적 백신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항원변이를 유발하는 강력한 요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변이주의 발생에 대비해서는 아래와 같이 대응할 수 있다.

■일상적인 환경 예찰과 농장 모니터링을 통해 항원 변이주를 색출

■변이주 확인 시 신속하게 백신항원을 업데이트(중국의 예)

■백신항원을 신속히 업데이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유연한 허가규정 등)

4) 백신 접종으로 인해 농가에서 다른 차단 방역수단들을 경시하게 될 것이다.

앞에서 강조한 대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서는 그 어떤 수단도 “차단 방역과 감염농장의 신속한 색출과 살처분”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기본 원칙이다. 따라서 농가는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야외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살처분에 직면해야 함을 항상 인지하고 차단 방역에 최선을 다하며 야외바이러스 색출을 위해 수의서비스 기관과 자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감염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백신의 적용은 차단 방역에 추가되는 보완적인 수단임을 명심해야 한다.

홍콩의 경우, 2002년 발생 때부터 가금밀집지역에 부분백신접종을 시작했으며, 2003년부터는 모든 양계농가를 대상으로한 전체 백신을 적용해 왔다. 이후 2008년에 생가금 시장과 농장에서 단 2건(모두 변이형 바이러스)의 발생만 겪었음에도 기본적인 차단 방역수단들을 지속해서 개선해왔다.

5) 백신 접종으로 인해 가금 산물의 수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현재 백신을 적용하는 국가들은 대체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상재국들이다. 예방적 백신의 적용과 질병 발생의 판단은 별개의 사안이다. 일부 국가들이 단순히 예방적 백신을 적용한다고 해서 교역의 장벽으로 과잉대응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제대로 백신을 활용하면 질병을 더욱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행태일 수는 없다. 국제동물보건기구(OIE)도 단순히 예방적 백신의 사용으로 인해 교역을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권고하고 있다. 오히려 교역 상대국과의 소통을 통해, 질병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하고 있으며 산업 내 발생이 없음을 확신시키며 우리의 방역역량에 대해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백신을 적용하게 될 상황이라면 성공적인 백신의 적용을 위해서 첫째 현재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와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하여 백신 항원을 선정하여 매칭률을 높여야 하고(인접 중국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요구됨), 둘째 대상 가금류를 정하고 의무적으로 접종하게 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해야 하며,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외 바이러스의 활동을 색출하기 위해 예찰 시스템을 보완하고, 넷째 위험요인에 기초해서 백신의 효과를 평가하고 백신 항원을 업데이트해 나가야 한다.

2014년∼2015년에 걸쳐 이 질병으로 큰 피해를 경험한 미국의 경우, 방역수칙을 개선함과 아울러 효과적인 차단이 어려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민간 백신제조사와의 계약을 통해 “비상용 백신”을 비축해 오고 있다. 물론 예방적 차원의 백신 적용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객관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상황이 오면 그때 적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거의 매년 반복되는 발생과 그에 따라 강화되는 방역 상황 하의 극도의 긴장과 공포 속에서 가금산업이 일상적으로 유지가능할(sustainable)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차단 방역과 신속한 질병색출을 통한 살처분 정책에 추가해서 백신을 활용하는 효과적인 보완수단의 시도에 대해서도 좀 더 열린 고려가 필요하다. 시도하지 않아서 잃는 것이 더 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