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에 따른 피해 최소화 방안
전세계적으로 철새에게서의 고병원성 AI 감염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AI는 이제 연례행사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지난 11월 17일 전북 고창 육용오리 농가에서 시작된 AI는 호남 지역의 오리 농가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올해 초에는 경기도 포천의 산란계 농가에서도 AI가 확인되면서 철새에서 오리로, 오리에서 산란계로 이어지는 전파 패턴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다행히 신속한 초동대처가 이루어지면서 더 이상 산란계에서 추가적인 발생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역대 최대의 피해를 일으킨 지난 발생의 원인이 산란계 농가를 중심으로 한 차량 및 사람을 통한 기계적 전파였던만큼, 그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바이러스는 유전자 분석 결과 clade 2.3.4.4.에 속하는 H5N6형으로, 지난 발생과 타입은 동일하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바이러스의 전체 8개 유전자 중 7개가 작년 말 유럽에서 문제가 되었던 H5N8형과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적인 병원성 역시 닭에서는 높고, 오리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특성을 보이는 등 지난 발생에서 확인된 H5N6와 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특성 탓에 이번 AI는 발생 초기 오리 농가를 중심으로 조용한 확산이 발생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고 실제로 작년 말 발생 초기부터 현재까지 오리 농가 중심의 확산 양태를 보여준 바 있다.
올겨울이 시작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AI 발생위험 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오리농가 휴업보상제’를 실시하는 등 오리 산업에 초점을 맞춘 여러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철새가 AI를 가지고 들어오는 시기에 오리 사육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휴업보상제는 AI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안 중 하나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최초 발생 역시 고창 동림저수지 인근의 오리 농가에서 발생하였고, 포천의 산란계 발생 농가 주변에 바로 강포저수지가 있었던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많은 수의 농가가 철새도래지 근처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AI 검사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다. 오리의 경우 출하 전 AI 검사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현재 공무원 수의 절대 부족으로 인해 AI 확산 시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채취한 시료를 이용하여 검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신뢰도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축장에서 실시하는 현장 검사의 강화가 필요하다. 도축장 현장 검사가 강화되면 공무원들의 농가 직접 방문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 차단, 채취 시료의 신뢰도 상승 등 장점이 크다. 일각에서는 도축장 현장검사의 확대로 인한 양성 농장 검출 시 도축장 영업정지로 인한 계열화 사업자의 피해와 임도축 비용 발생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경우에는 도축장 밖 3km 위치에 현장검사를 위한 추가적인 계류장을 설치하여, 양성축 발생 시 해당 계류장에 존재하는 가금류만 선택적으로 살처분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도축장 전체의 폐쇄 및 살처분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I로 인해 가금산업이 입고 있는 막대한 피해와 정책적 효용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먼저 국내 19개 오리 도축장에 대한 전수검사제 도입이, 장기적으로는 전체 도축장에 대한 전수검사제 도입도 적극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추가로 육용오리가 아닌 종오리 농장의 경우, AI 양성 확인 시 병아리 분양 및 부화장 등 관련 업계의 파급력이 매우 크다. 게다가 오리의 특성 상 임상 증상의 즉각적인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종오리 농가의 경우에는 농장 내에 닭 감시조를 투입하여 임상 증상이나 폐사 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또한, AI 방제를 위해 전국적 검사 시스템의 확립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농가 단위의 차단 방역일 것이다. 효과적인 세척과 소독은 현실적으로 각 농가 차원에서 AI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각 농가 단위에서부터 겨울철의 낮은 온도와 분변 등의 유기물 오염 조건으로 급감하는 소독제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단순히 절차적 행위로서의 소독이 아닌 효과적 행위로서의 소독을 해야만 눈에 보이지 않는 AI 바이러스의 농장 유입을 막을 수 있다. 특히, 기계적 전파의 주요 매개체로 여겨지고 있는 계란 수집 차량 및 팔레트, 난좌 등 주요 위험 인자들에 대한 차단 방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계열화 업체 담당자 및 일선 공무원의 농가 교육 방문 시, 단순히 차단 방역수칙이나 소독제의 전달이 아닌 그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강조와 상황별 구체적 소독 지침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나아가 농가 내 소독 시설이 제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효력평가도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작년 겨울 산란계를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일어난 가장 주요한 이유로 언급된 것이 바로 계란 운반 차량의 농장 간 교차 방문 및 팔레트·합판 공유이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올해 포천 산란계 농가에서 최초로 AI가 발생한 이후, 정부에서는 계란 운반 차량의 농장 출입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농가 인근에 거점환적장을 설치하고, 계란 반출은 주 2회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는데, 현재까지는 최초 발생 이후 약 2주간 산란계 농가에서 추가적인 발생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해당 조치가 일단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도 계란과 계분의 통제가 곧 AI 확산의 방지라는 공통의 인식에 따라, 정부 측의 조직적인 대응 조치와 일선 농가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된다.
작년부터 AI 백신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현재 국내 AI 백신 수준은 연구 백신은 많이 개발되어 있지만, 상용화된 백신은 아직 없는 단계이다. 백신 정책의 가장 큰 장벽은 일단 100% 방어가 안 되어 확산의 여지가 생기고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 및 인체 전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내 백신정책 적용으로 인한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보다는 중국에서 변이된 바이러스가 철새, 사람, 물품 등 여러 경로로 유입될 확률이 훨씬 크다고 생각된다. 물론 살처분 비용 경감 등 백신 정책의 장점도 분명 존재하며,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기 상황을 대비한 긴급 백신 대비까지는 합의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AI 사전검사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과 개별농가 중심의 차단 방역 확립, 계란 유통 시스템의 선진화가 이루어진다면, 백신을 쓰지 않고도 충분히 AI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산란계 농가에서 최초로 AI가 발생한 지금이 바로 올겨울 AI 방역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시기이다. 작년의 경험을 토대로 착실히 준비한 국가적 대책들과 개별 농가 단위의 방비 태세를 철저히 점검하여 더 이상의 추가적인 확산 없이 이번 발생이 마무리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