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진드기, 깨끗한 계사 환경 속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예산농장’ 계란 신뢰 확보
경기도 수원이 고향인 김영식 사장은 양계업계에 있던 형님의 권유로 1985년 충남 예산에 형님과 동업형식으로 육성 1만수, 산란계 8천수를 시작으로 양계업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보온덮개로 시작하여 목재계사를 거쳐 현재는 H빔에 이르게 되었고, 1992년에 자동화 시설을 점차 설치하면서 현재 산란계 40만수 규모에 육성사 13만 수로 총 53만수 규모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일부 계사 시설 교체 작업으로 인해 산란계 32만수와 육성 12만5천수를 사육하고 있으며 계란은 하루에 약 25만 개가 생산되고 있다. 총 계사는 중추사 2개 동(4만수, 8만수), 성계사 6개 동(8단 4열)에 이르고 있다.
▲ 13만수 규모의 육성사
▲ 40만수 규모의 산란계사 내부(한 동에 8단4열)
예산농장은 철저한 차단 방역을 통해 차량이나 방문자들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차량은 차량 소독기를 밀폐상태에서 완벽하게 소독시키고 사람은 개인 소독기에서 소독하고 방역복을 반드시 입어야 한다. 겨울에도 열전도기(일명 돼지 꼬리)를 이용해 소독기 온도를 40℃까지 데워 소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차단 방역에 철저를 하고 있다. 계분은 직접 비료공장을 운영하면서 출입문을 후문만 이용하는 등 차량의 동선을 달리하고 있다. 계분은 시간당 10톤 정도 비료 생산이 가능한데 인근 과수원들의 수요가 많고 비료의 품질이 우수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예산농장 정문(철저한 차단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 겨울에는 열전도기를 이용 소독약을 데워 소독효과를 높인다.
◀ 비료살포기를 이용해 규조토를 닭에 뿌리고 있다.
김영식 사장은 직접 닭을 육성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질병을 옮겨올 확률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산란계를 하려면 육성사를 반드시 운영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닭 진드기 피해가 없었던 것도 외부로부터 중추를 가져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 설명한다. 계란 살충제 파동으로 인해 예산농장도 적잖은 피해를 보기도 했다. 유통과정에서 신선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억울하게 60만 개의 계란을 이유 없이 폐기처분해야 하는 사태를 맞기도 하였다. 계란 살충제 파동은 오히려 유통인들로부터 더 깊은 신뢰를 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계란을 납품하고 있는 대형 식자재 업체인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들이 직접 실사를 나온 적이 있었다. 깨끗한 환경을 갖춘 농장과 GP 시설에서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생산되는 계란 생산과정을 둘러본 관계자들은 ‘예산농장 계란’이라면 믿어도 된다는 믿음을 갖고 돌아갈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산농장은 콜드체인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과 붙어있는 GP 센터는 1, 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은 보관실, 2층은 선별 포장 및 보관실로 항상 18℃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형마트와 거래를 하는 ‘H축산’은 냉장차로 계란을 운반하는 시스템으로 유통을 하고 있다.
▲ GP센터(실금란은 물론 혈반란까지 선별한다.)
▲ 비료공장에서는 양질의 비료를 생산한다.
닭 진드기 대처 방법
김영식 사장은 30여 년 양계를 하면서 현재까지 닭 진드기 피해를 거의 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그 비결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으며, 심지어 수의사까지도 의아해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금티푸스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닭 진드기에서 해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영식 사장은 닭 진드기는 폭발적인 번식력이 있기 때문에 농장에 한 번 들어오면 방제하기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그럴 경우 모든 것을 없애기 보다는 개체수를 줄여주는 방법이 최선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산농장도 2차례 닭 진드기가 농장에 들어온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닭 진드기의 감염 경로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닭 등 매개체와 계란을 실어나르는 파레트에서 옮겨올 수 있다고 한다. 농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며 일단 농장에 들어왔을 때는 최소 8개월 정도 농장을 비워두는 것을 권장하였다.
김영식 사장은 과거에는 빈 계사에 과수원에서 사용하던 응애 제거제를 사용하고 에어 청소를 해 준 게 전부였다. 이미 허가된 제품이었기 때문에 닭에게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친환경 인증 농장에는 농약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되면서 현재는 2주에 1번씩 가루 제제인 규조토를 뿌려준다. 닭이 있는 상태에서 사용해도 무방하며, 비료살포기를 사용해도 산란율 저하 등 생산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용법은 1동(290평) 8단 4열에 10포 정도 뿌리는데 가격은 1포에 3천 원 하니 30만 원이면 거뜬하다. 여기에 마늘 엑기스를 섞으면 그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한다. 닭 진드기가 서서히 죽기 때문에 당장의 효과는 없어도 1~2일 후부터는 대부분의 닭 진드기가 사라진다고 한다. 한여름에는 이 제제가 가루이기 때문에 환기로 인해 허실이 많아 다른 친환경제제나 4급 암모늄 제제를 사용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차단 방역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함을 거듭 강조하였다.
산란일자 보다 콜드체인 시스템 급선무
김영식 사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발전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복지 케이지 운운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유럽의 경우 평사에서 콕시듐이나 세균감염 등으로 계란 오염이 심하고 난상이 오히려 닭 진드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케이지에서 위생적으로 사육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와 양계업계에서 유럽을 방문, 실상을 정확히 파악한 후 정책을 펼쳐갈 수 있기를 바랐다.
친환경 인증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예산농장은 HACCP 인증도 주변 농장들보다 가장 늦게 받았다. 상인들이 친환경인증이 없으면 거래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신선하게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며, 인증서는 단순히 형식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친환경 인증에 대한 인센티브가 1년에 개당 1원으로 2천만 개까지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는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쿼터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향후 양계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유통망이 확보된 상태에서 늘려야지 조건 없는 규모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닭의 사육면적도 수당 0.075㎡로 늘리는 것은 과한 처사이고 현재보다 10~15% 사육 수를 줄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0.075㎡는 유럽의 복지 케이지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따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산란 일자를 난각에 찍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의 입장을 피력했다. 콜드체인 시스템이 먼저 마련된 상태에서 시행하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오히려 유통의 혼란만을 가중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농장들은 소규모 농장들을 존중하고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영식 사장은 10여 년 전부터 충남 도내에 불우이웃을 위해 주기적으로 계란을 기부하는 등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다. 양계인들이 이웃과 함께 어울리면서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계란 안정성 관련 사태를 경험하면서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었다고 말하는 김영식 사장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양계장에서 약제에 대한 오남용을 막고 안전한 계란을 생산하여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산란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