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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of Traditional Plants of Jeju Island (Five literatures in Joseon Dynasty period)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된 제주도 전통식물의 통시적 연구-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탐라지, 남환박물, 제주계록을 중심으로-

  • 이창숙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 ;
  • 여성희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 ;
  • 정소연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
  • Received : 2015.11.17
  • Accepted : 2016.04.11
  • Published : 2016.04.30

Abstract

To understand the traditional knowledge of botanical taxa in Jeju Island, a diachronic study was carried out by comparing the archaic and modern names of the native plants in Jeju Island. To identify the archaic names of the plants, five old documents (Sejongshillokchiriji, Shinjŭngdonggukyŏjisŭngnam, T'amnaji, Namhwanbangmul and Jejugyerok) that were written during the Joseon Dynasty between the 15th and 19th centuries were closely examined. A total of 131 taxa (65 families, 112 genera, 118 species and 13 varieties), 7.3% of the native plants known to be currently present in Jeju Island, was identified. Out of these, 21.4% was the plants found in the southern area. Among the five old documents analyzed for this study, Namhwanbangmul recorded the largest number of plants, 89 taxa. We closely examined the consistency between the modern and archaic names of each plant, and discussed the problems in matching the names of some plants analyzed in this study.

조선시대 15세기부터 19세기에 편찬된 5개의 문헌,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탐라지, 남환박물, 제주계록에 실린 문헌을 해제 분석하고, 제주도에 서식하는 자원이 되는 관속식물을 조사 분석해 고전명과 현대명을 분석 정리하여 관련된 전통지식을 파악하였다. 그 결과 65과 112속 118종 13변종으로 총131분류군이 확인되어 현 제주도 자생식물의 7.3%에 해당하는 식물들이 조사되었다. 이 중 21.4%가 남방계식물이었다. 5개의 문헌 중 식물종류가 가장 많이 기록된 문헌은 남환박물로, 89분류군이 기록되었다. 고전식물명을 현대식물명의 일치여부를 분석 조사하였고, 아울러 그 중 문제가 되었던 식물들에 관해 논의하였다.

Keywords

서 언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인해 세계 각국은 자국의 전통식물자원의 보호 및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각 국은 자국의 자생식물의 현황을 파악하고, 여러 가지 보전대책을 수립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과거 선조들은 식물을 식용, 약용, 관상용, 기호용 등으로 이용하면서 전통식물의 가치가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최근 각종 질병과 예방, 그리고 건강을 위한 전통식물의 이용과 관심이 증가하여 전통식품, 전통의약, 전통예술 등 전통지식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르는 사회적,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각국에 예상되는 분쟁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 전통 자생식물의 현황 등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자생생물에 관한 전통지식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은 농진청, 산림청, 국립수목원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 전역에 걸쳐 지역별 민속식물이 연구되어 왔다(Park, 1996; Kim et al., 2003; Gang et al., 2008; Choi et al., 2009; Chung et al., 2010, 2011; Im et al., 2011; Kim et al., 2012; Song et al., 2012; Kim et al., 2015). 그러나 위의 연구들은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현지조사를 통해 조사되었고, 우리 고전문헌에 나오는 일부의 내용들이 반영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들을 입증할 좀 더 체계적이고 명확한 과거문헌의 해제를 통해 선조들이 기록한 식물들의 전통지식을 고찰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제주도는 주변국과의 관계에 있어 생물자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존재해 왔는지 민감하게 다뤄질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육지와 다른 바다이고, 특히 다른 나라와의 경계와 가까운 지역 중 하나로서 생물의 이동과 변화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우리 것을 찾자는 주체성 인식이 두각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자원가치가 높은 제주도의 고문헌 속 전통지식자원을 찾고자 하는데 중요성이 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 외에도, 우리 고문헌에 나타난 전통 생물의 현황이라는 기본적인 부분도 아직 충분히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아 연구사적 필요성도 크다. 20세기 이후의 제주도 지역 식물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되었지만 전통문헌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중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Kim et al. (2015)은 제주 지역의 민속식물을 연구하였는데 구술조사나 설문을 통해 356 분류군이 약용, 식용, 제례, 생활용품, 목재 등에 이용되고 있음을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생존한 주민들로부터 구술로 전해오는 식물들에 관한 전통지식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구술 자료를 보완할 문헌 기록의 연구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문세대가 거의 사라지는 요즘, 식물 연구 분야에서 한문 기록 문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금 이를 살펴보지 않으면 연구시기를 놓칠 수도 있어서 이들에 관한 연구가 시급하다.

또한 제주도 지역은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는 도서지역으로 전통문헌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 남아있다. 시대적으로 보면 고대나 중세 어느 시기보다 조선시대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가 여러 학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므로 제주도라는 고정된 지역에서 어떤 식물들이 조선시대의 각 시대마다 관심의 대상이 되고 기록되었는지에 대한 통시적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조선시대의 문헌들에 나타난 제주도의 자생식물 현황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문헌에서 기록된 제주도의 전통식물의 전통지식을 파악하고 사라져 가는 고전명과 이용방법 등을 조사하여 전통식물의 관리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연구 대상 문헌 및 선정배경

제주도 지역에 대해 많이 남아있는 기록들은 국가적 단위에서, 혹은 행정 관료의 입장에서 이루어진 것들이 많다. 한 개인의 관심사나 유배 등의 특정 상황으로 인해 해당 지역에 대한 기록을 시도할 수 있지만, 우선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문헌을 1차적으로 접근하였다. 또한 문헌 간의 상호관계가 밀접한 문헌을 통시적으로 추적함으로써 어떤 식물들이 더해지고 빠졌는지에 대한 추이를 보고자 하였다. 나아가 각 세기를 대표하는 문헌을 선정해 통시적인 흐름을 보고자 하였다(Jung and Chung, 2015). 이와 관련한 문헌들을 Table 1과 같이 선정하였다.

Table 1.Literatures of Joseon Dynasty period using for the analysis of the traditional plants in 15 to 19 century

조선시대 문헌 중 상기 문헌을 선정한 배경은 아래와 같다.

15세기의 세종실록지리지는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 제 148권부터 제 155권의 전국 지리지 중 제주도 관련 부분을 선정하였다. 당시 고을에 명을 내려 실제 상황을 조사한 것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팔도지리지>를 참고하여 더욱 상세하게 저술하였다. 지리지로서 전국 전도에 걸쳐 334고을에 토산품명, 식물, 동물명이 나열되었다. 이 중 전라도에 제주도 포함, 각 지역별로 세밀히 종들을 나열하고 있어 서식지 파악에 참고 가능하였다. 따라서 조선시대 초기의 제주도 식물 현황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정하였다.

16세기의 신증동국여지승람은 <팔도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을 참고하여 새롭게 편찬한 지리지이다. 전국 중 전라도편에 55지역(목, 부, 군, 현)의 각 지역별 토산품을 나열하였는데, 33권부터 40권 중 전라도 지역편에 제주도에 대한 기록이 있다. 지역별로 세밀히 종들을 나열하고 있어 서식지 파악에 참고 가능하여, 이를 선정하였다.

17세기의 탐라지는 앞의 두 문헌과 달리 제주 목사로 부임했던 이원진이라는 개인에 의해 제주도 지역을 집중적으로 기록한 저서로서, <동국여지승람> 및 <제주풍토록>을 참고하고 도내 상황과 시문을 수집하여 만든읍지이다. 이 책은 현전하는 제주도의 가장 오래된 읍지로서 이후 제주도에 관한 문헌들의 저본이 되고 있어서 이 시대를 대표할 만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되었다. 또한 이 문헌 안에서 이칭이나 별칭은 따로 발견되지 않으나, 특징은 참고가 되어 선정하였다.

18세기의 남환박물은 읍지로서, 이형상이 제주 목사로 부임할 때에 순력하며 직접 체험하고 들은 내용을 싣고 <동국여지승람>, 임제의 <소승>, 김정의 <제주풍토록>, 김상헌의 <남사록>, 최부의 <표해록>, 마테오리치의 <지도> 등을 참고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보다 풍성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제주도 중에서 서귀포시에 대해 집중적으로 기록하고 있어서 다른 문헌에 비해 기록의 대상이 좁은 편이나 상대적으로 수록하고 있는 식물 종수는 더 많아서 주목되는 문헌이다. 또한 실제 관찰을 통해 항목을 기술하고, 생물의 특징 등이 기술되어 있어 선정하였다.

19세기의 제주계록은 1846년2월에서 1884년10월 사이 제주목에서 조정에 보고한 계문으로, 비변사(의정부)에서 옮겨 기록한 자료집으로, 중요한 진상물품목을 기록하였다. 이 시대 지리지를 살펴보는 방법도 있지만, 앞의 문헌들과 같이 중앙이나 관원의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기록한 문헌이라는 성격이 같으면서 가장 긴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제주도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선정하였다.

연구방법

문헌에 수록된 고전식물명은 알려진 문헌(Korean classics research Institute, 1969; King Sejong the Great Memorial Society, 1975; Kim, 1991; Park, 1996; Kim et al., 2002; Lee and Oh, 2009; Go and Kim, 2012)을 통하여 판단한 현대식물명으로 정리하였다. 현대명은 과, 속, 종명의 알파벳순으로 정리하고 사용한 학명은 Korea National Arboretum and the Plant Taxonomic Society of Korea (2007)의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따랐다. 그 외 식물도감을 참고하여 정리하였다(Chung, 1965; Lee, 1996; Lee, 2003; Lee, 2006). 목록의 배열은 Engler의 분류체계(Melchior and Werderman, 1954; Melchior, 1964)를 따랐고, 양치식물의 배열은 최근 연구경향을 반영하였다(Lee and Lee, 2015).

 

결과 및 고찰

문헌별 전통식물의 구성

조선시대 5개의 문헌에 나타난 제주도에 분포하는 식물을 분석한 결과 65과 112속 118종 13변종 131분류군이 조사되었다. 이 중 양치식물은 2과 2속 1종 1변종으로 총2분류군, 나자식물은 5과 8속 9종으로 9분류군, 피자식물 중 쌍자엽식물은 51과 84속 93종 7변종으로 총100분류군, 단자엽식물은 8과 18속 15종 5변종으로 20분류군이었다(Table 2). 제주도에 자생하는 유관속식물은 Nakai (1914)가 1,433 분류군을 발표한 이래 Lee (1957)가 1,465 분류군, Kim (1985)이 총 1,795 분류군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학자 간에 종수의 큰견해의 차이가 있으나 제주도의 자생식물이 약 1,700여종이 분포한다고 보면 8%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자생식물에 관한 관심은 극히 소극적이었다. 또한 Kim et al. (2015)이 제주도를 대상으로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현지조사를 통해 조사되었던 민속식물 365분류군 중 36%에 해당한다. 그 결과 질경이, 쑥, 인동 순으로 이용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본 연구결과에서는 질경이가 18세기 남환박물에만 기록되어 있고, 쑥과 인동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는 조선 시대 문헌상 기록은 임금님께 올리는 진상품 위주의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제주지역에 관심대상 식물이 쑥이나 인동보다는 귤, 유자나무, 비자나무, 탱자나무 등이 주관심대상이라 제외된 것으로 추정된다.

Table 2.The number of traditional plants distributed in Jeju Islands from five literatures on Joseon Dynasty period

각 문헌에 조사된 분류군수는 18C 남환박물에 89분류군으로 가장 많이 실렸고, 17C 탐라지에 72분류군, 15C 세종실록지리지에 38분류군, 16C 신증동국여지승람에 32분류군, 19C 제주계록에 19분류군이 실렸다(Table 3, Appendix 1).

Table 3.Citations of traditional plant taxa in Jeju Island from five literatures on Joseon Dynasty period

조선시대 5개의 문헌상 나타난 제주도 식물(Appendix 1)을 세기별로 비교해보면, 5개의 문헌 15C부터 19C에 모두 나타난 종은 비자나무, 유자나무, 유감, 귤, 금감(금귤), 탱자나무, 치자나무, 보리, 조로 9종류이었고, 5개 문헌상 나타난 제주도 분포식물 131종류 중 7%에 해당한다. 그 다음 4개의 문헌에 나타난 종은 메밀, 일본목련, 두충, 콩, 팥, 음나무, 섬까치수염, 벼, 기장, 밀, 향부자, 석곡으로 12종류이었다. 이는 시대별 5개 문헌상 나타난 제주도 분포식물 131종류 중 9.1%에 해당된다. 주로 토산물을 대상으로 언급되었으나 제주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섬까치수염, 계수나무, 귤, 광귤로 4종류가 기록되었다. 그 외 남쪽이나 제주지역에서 볼 수 있는 남방계식물로는 모밀잣밤나무,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가시나무, 까마귀쪽나무, 붓순나무, 일본목련, 멀꿀, 감탕나무, 유자나무, 당유자나무, 유감, 금감, 멀구슬나무, 검양옻나무, 무환자나무, 산유자나무, 보리장나무, 황칠나무, 구골나무, 치자나무, 이대, 석곡, 양하 등 24종류로 제주지역 4종류를 포함하여 전체 131종류 중 21.4%에 해당한다.

현대식물명과 고전식물명의 일치여부

확인된 131분류군 중 현대식물명과 고전식물명의 일치정도는 72분류군이고, 이는 전체의 55%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선시대부터 현시대까지 국명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머지 조선시대 선조들이 사용하였던 이름의 45%는 현대명과 달리 사용되었다(Appendix 1).

문헌으로 조사된 조선시대 500년 동안 제주지역의 주요 토산품은 귤이었다. 귤의 종류는 다양한 이름이 전해졌다. 귤은 감자(柑), 감자(柑子), 감귤(柑橘), 정귤(庭橘), 청피(靑皮), 당금귤(唐金橘), 대귤(大橘), 돌귤(山橘), 돌금귤(石金橘), 등자귤(橙子橘), 동정귤(洞庭橘), 소귤(小橘), 황감(黃柑), 진피(陳皮), 당감자(唐柑子) 등으로 기록되었고, 광귤은 왜귤(倭橘)로 기록되어 식용 및 약용의 진상품으로 알려졌다. 탐라지에는 “산귤은 열매가 작고 씨는 유자나무와 같으나 맛은 달다”로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금감을 칭하는 것으로 본다.

그 외 문헌상 전해지는 고전식물명이 현대식물명으로 추정하는데 문제가 되었던 식물은 아래와 같다.

보리실(菩提實): 남환박물에 의하면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크기가 연밥만하다. 가을에 결실하고 겨울이 지나 봄에 익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연꽃씨의 모양이 보리수나무를 연상하게 하여 구전으로 보리수나무일 것이라는 추정하고 있는 식물이다. 그러나 남환박물에 적혀 있는 식물은 두 종류이고 하나의 크기가 연밥만하다 하였으니, 현 제주에 분포하고 있는 보리수나무와 보리장나무로 추정된다. 보리수나무는 꽃이 5-6월에 피고 열매가 10월에 맺고 열매의 크기는 7-8 ㎜, 지름 5 ㎜이다. 그러나 보리장나무는 꽃이 10-12월에 피고 열매가 4-5월에 맺고, 열매의 크기는 10-18 ㎜이다. 연꽃의 씨의 크기는 약 2 ㎝ 정도 이므로 그 하나는 보리장나무로 추정된다.

영릉향(零陵香): 전통지식포탈에는 영향초(Lysimachia foenumgraecum Hange)라고 중국원산인 식물을 기재하고 있으나, 조사된 5개의 문헌 중 제주계록을 제외한 4개의 문헌에 모두 기록하고 있어 과연 조선시대에만 재배한 것인지 의심된다. 그러나 제주지역에는 재배하여 한약재로 사용되는 영향초와 가장 형태적으로 유사한 종으로 내륙에는 자생하지 않으나 일본과 제주 지역에서 자라는 섬까치수염(Lysimachia acroadenia Maxim.)이 숲에서 자라고 있어, 중국에서 들여다 재배한 영향초가 아니고 제주에 자생하고 있는 섬까치수염으로 추정된다.

연복자(燕覆子): 동의보감, 전통지식포탈 등의 검색으로는 으름덩굴의 씨를 지칭하나 18세기 남환박물에 이르기를 <제주풍토록>에, “열매의 크기는 모과와 같고 껍질은 붉은 흑색이다. 이것을 갈라보면, 으름덩굴(林不夫人)과 같으면서도 달라서, 으름덩굴[Akebia quinata (Thunb.) Decne.]에 비해 씨가 조금 크고 맛은 조금 진하다”라고 적혀 있어 남부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멀꿀[Stauntonia hexaphylla (Thunb.) Decne.]로 추정된다.

안식향(安息香):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문헌에 거론되고 있는 이름이다. 문헌으로 전해지는 때죽나무과 식물인 안식향의 실체는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분포지역을 보면 함북에서 제주까지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며 껍질에서 추출해 나온 진을 향료로 이용하였다. 그러나 남해, 제주도에 자라는 안식향은 껍질에서 나온 진이 송진같이 묽다고 하였다. 때죽나무과에 속하는 종은 우리나라에 쪽동백나무(Styrax obassis Siebold & Zucc.)와 때죽나무(Styrax japonicus Siebold Zucc.)가 속하며, 쪽동백나무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나 때죽나무는 중부 이남에 분포한다. 그러나 3개의 문헌에 기록된 안식향은 한약재로 알려진 Styrax benzoin Dryander로 인도네시아 슈마트르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사상 고려부터 조선까지 거론되는 점으로 보아 안식향은 쪽동백나무이거나 때죽나무로 추정된다. 또한 제주지역 5개 문헌에 거론되는 식물인 안식향은 중부이남에 분포하는 때죽나무로 추정된다.

전통지식 연구의 의의 및 한계

제주도지역을 대상으로 조선시대 5백년간 공적으로 이루어진 문헌을 시대별로 대표문헌을 선정해 식물의 현황을 통시적으로 살펴본 결과 131분류군이 조사되었다. 이는 Kim (1985)이 제주도에 분포하는 자생식물 1,795종 중 7.3%에 해당하며, Kim et al. (2015)이 제주도를 대상으로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현지조사를 통해 조사되었던 민속식물 365분류군 중 36%에 해당한다. 그러나 숫자적 의미보다는 자국의 전통식물자원의 보호 관리라는 차원에서 문헌에 나타난 식물은 모두 제주도 내 자원이 되는 식물이고, 이는 전통지식을 이끌어 내어 생물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자료를 준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과거 문헌의 일부 식물들에 관해 거론된 적이 있으나 처음으로 전통문헌을 대상으로 직접 해제 분석하여 구체적으로 식물 현황을 정리하였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또한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공적인 성격이라는 동일한 기준에서 시대별로 대표 문헌을 선정해 통시적으로 그 흐름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따라서 제주도 관련 문헌을 확장 연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아울러 인문사회 문헌으로만 인식된 전통문헌을 과학 분야에서 접근해 자세하게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5백년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대표 문헌 5개만 보았다는 점에서 향후 제주도 지역 관련 문헌을 더 추가해 구체적인 고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지리지나 공적 기록이라는 성격 외에도 다양한 성격의 문헌들, 특히 유배지로서 지식인들이 거주하며 기록한 개인적 기록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15세기, 16세기 등 특정 시대를 고정해서 해당 시대의 다양한 기록을 추가적으로 보완함으로써 해당 세기별로 제주도의 식물 현황을 더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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