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변증(辨證)은 중의학을 포함하여 한의학, 일본의 한방의학에서 활용되는 진단방법 중 하나이다1,2). 변증은 망문문절(望聞問切)의 사진(四診)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이를 통해 침구, 약물, 추나 등 각종 치료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3). 재발하는 두통의 변증 유형을 진단하여 침구 자극 대상 경혈을 정하거나4) 폐경기 홍조에 대해 전문가간의 변증 유형 설정을 통해 치료 경혈을 결정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 된다5).
변증의 유형 및 체계는 무척 다양하다. 근간이 되는 팔강변증(八綱辨證)을 비롯하여 장부변증(臟腑辨證), 기혈변증(氣血辨證), 위기영혈변증(衛氣營血辨證)이 있으며, 증치의학(證治醫學)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사상체질의학에서도 각 체질별로 변증 체계가 구성되어 있다6).
변증의 중요도가 부각되면서 변증을 객관화·표준화하고 정량화된 변증 체계를 개발하는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한열(寒熱) 변증에 대해서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보된 설문지가 개발되었으며7) 허실(虛實) 변증에 대해서는 탐색적인 연구가 시도되었다8).중풍과 같은 특정 질환에 특화된 변증 유형도 연구된 바가 있다9).
하지만 일반인들이 실생활에서 자신의 변증 정보를 확인하고 관련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대한 연구는 아직 드문 실정이다. 기존 연구에서 제시된 변증 체계로 변증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설문 문항을 차례대로 응답해야 하며 문항에 대한 이해도 등의 문제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설문 응답의 정확도가 저하되고 편향(Bias)될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활용되기가 힘들다. 최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모바일 환경을 고려한 변증 정보 시스템도 부재한 실정이며, 이로 인해 u-healthcare나 클라우드 시스템(Cloud system)을 활용한 원격 진료의 대응에서도 한계를 드러낸다.
본 연구에서는 변증 자가 기입 설문문항의 이해도 연구를 바탕으로10), 일반인들이 자신의 변증 정보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확인하고 이에 대한 건강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변증 정보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본 시스템은 사용자의 부위별 자가 증상 입력 부분과 변증을 위한 필수 증상의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선택된 증상을 바탕으로 가장 유사한 변증 유형을 제시하고, 건강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대상 및 방법
1. 시스템 설계
변증 정보 시스템은 아래 제시된 기준을 바탕으로 개발하였다.
1) 컴퓨터나 태블릿 PC (Tablet PC)를 이용하여 어느 장소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
2) 사용자가 쉽게 자신의 증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3) 변증 결과에 따른 건강 정보를 제공한다.
변증 정보 시스템은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두 단계의 입력과정을 거쳐 결과를 도출하도록 하였으며, 각 단계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단계 1: 인체 그림에서 증상이 있는 부위를 선택하고, 해당 부위에서 구체적인 자각 증상을 선택한다. 머리와 가슴을 선택한 경우 한 번 더 확대되면서 눈 코, 옆구리 등 세부 부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단계 2: 변증 진단에 필수적인 문항에 대한 응답을 받는다. 필수 문항들은 단계 1에서 자각 증상으로 선택된 경우 본 단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단계 1과 2에서 선택한 문항은 오른쪽에 나타나며, 잘못 선택한 경우 사용자가 제거할 수 있다.
단계 3: 선택한 문항을 바탕으로 산출된 변증 중 유사성이 높은 순서대로 증을 제시하며, 사용자는 해당 변증 및 선택한 병증에 따른 건강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본 시스템은 다양한 PC 환경 및 태블릿 PC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웹 표준을 준수하여 설계되었다(그림 1). 시스템 웹페이지에서 사용자가 변증 설문 응답을 수행하면, 한국한의학연구원 (KIOM, 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서버에서 결과를 웹으로 다시 전송한다. 사용자는 필요할 경우 자신의 변증 및 건강정보를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다.
Fig. 1.Overview of Pattern Information System.
2) 변증 설문 문항 선별
설문 문항을 추출할 대상 변증 설문지를 선택하기 위하여, Oasis11)에서 “변증”을 키워드로 사용하여 논문 검색을 수행하였다. 변증 논문의 선택기준은 (1) 변증 설문지의 내적 신뢰도를 확보하였거나 (2) 한의사의 진단과 비교를 통해 타당도 검증이 이루어진 논문만을 선택하였다. 단, 특정 질병의 변증 유형을 판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설문지는 제외하였다.
모두 195편의 변증 관련 논문이 결과로 나왔으며, 검색 결과에서 2명의 전문가들의 논문리뷰를 통하여, 27건의 문헌 고찰, 구, 40건의 증례보고, 85건의 질병 기반 연구 논문을 제외하였으며, 5편의 논문에서 제시한 변증 설문 문항을 선택하였다.
5편의 논문에서는 한열·허실 설문지7,8)와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해 변증유형을 구분하기 위해 활용한 일반 변증 설문지인 기혈수(氣血水) 설문지12,13)가 제시되었다. 각 설문지의 설문 문항은 모든 설문지의 문항을 취합한 후 자가 기입이 가능한 132개의 문항을 선택하였다.
3) 변증 도출 기준 마련을 위한 전문가 평가
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한의사로 이루어진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였다. 전문가 집단은 모두 11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임상경력은 5년 미만이 7명(63.64%), 5년 이상이 4명(36.37%)이었으며, 연구경력은 5년 미만이 4명(36.37%), 5년 이상이 7명(63.64%)이었다(Table 1).
Table 1.Characteristic of Experts panel
논문 검색을 통해 선택된 3가지 변증 설문지를 통하여 구현할 수 있는 증 12가지를 선별하였으며, 전문가들은 각 변증의 사용빈도 순위와 변증에 속해 있는 증상들에 대한 타당성을 7점 리커트 (Likert) 척도로 평가 하였으며, 높은 순위의 변증과 타당성에 대한 평균이 높은 문항들을 중심으로 변증과 지표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각 설문 문항들은 전문가 논의를 통해 진단 기준 및 중요도에 따른 인체의 부위를 고려하여 분류되었다(Table 2).
Table 2.Examples of Body mapped symptoms
4) 각 변증별 설문 문항 분류 및 가중치 계산
변증을 구성하고 있는 증상 문항들의 중요도를 살펴보기 위해 상기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자가 응답이 가능한 132개의 설문 문항을 12개의 변증으로 재분류하였다. 전문가 11명 중 응답이 없었던 3명을 제외한 8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계층 분석 과정(Analytic Hierarchy Process, AHP)를 시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각 변증에 포함된 설문 문항들의 가중치를 계산하였다. AHP는 평가 기준을 계층화하고 평가할 대상을 쌍으로 만들어, 쌍대비교를 함으로써 복잡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의사결정기법이다14). 쌍대비교 시에는 양쪽에 비교대상을 표기하고, 중요도가 같으면 가운데 칸에 1을 표기하고 더 중요한 항목이 있는 방향의 빈칸에 “2-약간 중요하다”부터 “7-절대적으로 중요하다”까지의 숫자를 표기하도록 한다. 반면 중요하지 않을 때에는 덜 중요한 항목이 있는 방향의 빈칸에 “1/2 약간 중요하지 않다”부터 “1/7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까지를 표기하게 된다15). AHP 기법을 응용한 선행 연구 분야는 공학에서 경영학까지 그 응용범위가 넓고 다양하며, 국내의 경우 정치, 사회, 경제, 기술 분야까지 AHP 기법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6).
5) 변증 결과 도출
AHP를 통해 각 증별로 설문 문항의 가중치가 계산되었다. AHP를 통한 가중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응답자들의 응답이 믿을만한지에 대해서 점검해야하는데, ‘응답 일관성’이라는 값을 통하여 이를 확인한다. 응답 일관성은 응답자의 상대적 비교를 통한 판단을 할 때 발생하는 논리적인 모순 정도에 대한 측정값이다. 응답자의 일관성에 대한 평가는 일관성 지수(Consistency Index: CI)를 랜덤 지수(Random Index: RI)로 나눈 값인 일관성 비율(Consistency Ratio:CR(=CI/RI))이 0.1 미만이면 평가자의 판단 일관성을 유지하였다고 판단하고, 0.1보다 큰 경우에는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본 연구에서의 CR값은 0.003~0.0112로, 모두 0.1보다 작으므로, 전문가의 응답을 토대로 각 증별 가중치를 계산하였다.
개발된 변증 시스템에서는 사용자에 의해 자신에게 맞는 설문 문항이 선택되어지는데, 선택된 문항은 해당되는 증마다의 가중치를 가지게 된다. 사용자에 의해 선택된 모든 설문 문항에 대해, 각 증별로 가중치를 더하여 계산하면, 최종적으로 증별 가중치의 총합을 얻을 수 있다. 각 증별 가중치의 총합은 해당 변증일 확률을 나타내므로, 가중치 총합을 기준으로 증들을 정렬하고, 변증 시스템 결과 화면에서 사용자에게 우선순위별 변증 정보를 제공한다.
결 과
변증 정보 시스템은 3 단계의 과정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도록 구성되어 있다17).
첫 번째 페이지에서 성별과 나이를 선택하고, 두 번째 페이지에서는 부위별 자각 증상과 변증을 위한 필수 증상을 선택하고, 세 번째 페이지에서 선택한 증상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변증 및 관련된 건강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Fig. 2).
Fig. 2.Flow chart of Input and Output of Pattern identifying process.
Fig. 3은 변증 정보 시스템에서 사용자의 자각 증상을 선택하는 화면이다. 사용자는 인체 부위를 선택하고, 해당 인체 부위에 제시된 여러 증상 중 자신의 증상을 선택한다. 자각 증상을 모두 선택하고 나면, 필수 증상들이 나타나며, 필수 증상들 중 사용자에게 해당되는 증상을 선택하면 변증 유형이 도출된다.
Fig. 3.Self-Reported Symptoms selection.
Fig. 4는 결과 페이지이다. 그림 4의 A는 계산된 변증 결과를 나타낸다. 각 변증 결과는 확률에 따라 정렬되어 나타나며, 확률은 변증명 옆의 그래프로 알 수 있다. A에서 제시된 증을 선택하면 A-1에서 상세 정보를 보여주며, B 부분에서는 사용자가 이전 단계에서 선택한 증상들을 보여주고 이를 선택하면 B-1에서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결과 페이지에서 Email과 코멘트를 작성하고 보내기를 누르면, 원하는 메일로 결과의 전체 내용을 볼 수 있다.
Fig. 4.Pattern Identification Result and Health Information.
고 찰
변증은 한의학에서 중요한 개념이지만 일반인에게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점을 극복하고 일반인들이 변증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시스템 개발을 시도했다.
사용자는 주로 자신이 불편을 느끼는 부위의 증상을 선택하며, 한열·소화·대변·소변 등과 같이 변증에 중요한 증상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별도로 변증에 필요한 중요 증상을 물어보는 단계를 설정하게 되었다. 만약 처음 불편 증상을 선택할 때 변증 중요 문항이 선택된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도록 설정하였다.
선택한 문항에 따라 AHP에 의해 산출된 가중치에 근거하여 판별 가능한 증을 유사성에 따라 여러 개를 제시하였는데, 이는 변증 결과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증은 단일하게 나타나기보다는 여러 증이 함께 나타나는 수가 많으므로, 본 시스템에서도 선택된 증상에 따른 변증의 유사성을 차례대로 제시하여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더불어 도출된 변증별로 생활습관, 마음가짐 등을 제시하였으며, 선택한 증상 중 일부에 대해서도 건강정보를 제시하였다. 해당 정보를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현재는 이메일 형태이지만 추후 클라우드 시스템(Cloud system), 실시간 정보 전달 시스템 등을 통해 변증정보를 공유하거나 한의원 진료 시스템과 연동된 원격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은 최소한의 입력으로 결과 도출이 가능해야 한다. 이는 증을 구성하는 여러 문항들의 가중치를 계산하여 변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문항을 선별하고 주요 문항으로 축약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다만 실제 한의사가 변증을 시행하는 데 어떤 요소 혹은 몇 개의 문항이 진단과정에서 고려가 되는지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다. 기존 문헌에서 제시된 변증의 요소들은 매우 다양한 편이어서 한의사간 판단 기준이 상이하며, 개별 질병에 따라 변증에서 고려되는 증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진단에서는 진단자의 특성 차이는 있어도 고려하는 요인이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가 고혈압 진단을 내릴 때 스스로는 다양한 연구 결과 혹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인식하지만 실제 결정 과정은 2~3단계에 불과하다는 보고가 있으며18), 이러한 결과를 고려하여 변증에 활용되는 실제요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변증 정보 시스템의 개발에 중점을 두었으며, 변증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은 실제 임상 데이터가 아닌 전문가 의견의 취합을 통해 구성하였다. 전문가 의견은 각 증을 구성하는 증상들의 타당성에서는 어느 정도 일치하였으나 증의 활용 빈도에 대한 의견은 일치되지 않아 변증 정보 시스템에서 제공할 변증을 선정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전문가들이 단순히 의견을 교환하고 일치시키는 것을 뛰어 넘어 체계적인 전문가 의견 수렴 방법을 도입해서 극복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실제 임상에서 변증에 따른 약물 처방의 효과에 대해 임상시험, 환자 등록 연구, 차트 분석 등을 통한 연구 방법으로 근거를 확보한 후 델파이 기법과 같은 체계적인 의견수렴 방법을 통해 전문가 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의사의 변증은 환자의 몸 상태에 대한 표현 외에 사진(四診)을 활용하여 시도된다. 그에 비해 본 연구에서는 그 중 자기 보고가 가능한 설문문항만을 활용하여 변증 정보 시스템을 구성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자가 보고 설문 외에는 대부분 한의사가 개입된 진단수단을 통해 환자의 정보를 얻을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본 연구의 목적인 온라인에서의 변증 정보 시스템 구축에서는 활용하기가 어려워 고려하지 못했다. 추후 신뢰도가 확보된 맥진기, 설진기, 음성진단기 등이 개발되고 이를 변증 정보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 론
변증은 한의학 진단체계의 근간이고 질병 진단에서부터 일상 건강관리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변증 정보 시스템은 좀 더 쉽게 한의학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추후 모바일 환경이나 원격 진료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기반 연구라고 생각된다. 본 연구는 기존의 변증 시스템들과 달리 AHP 방법을 통해 방대한 변증 설문 문항을 최적화하고, 이를 운영체제(OS)나 웹브라우저에 무관하게 접근 가능한 개방형 웹 변증시스템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추후 본 시스템이 결과 화면에서 제시되는 여러 가지 증을 확률 값 외에 주차(主次), 경중(輕重), 진가(眞假) 등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결과를 제공받는 일반인들에게 보다 정확한 변증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개발된 시스템의 정확도를 확인하기 위해 한의사들의 진단 결과와 비교하는 일치도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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