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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제제의 의미 변천과 정책적 문제 검토

Semantic Change of Crude Drug Preparations in Korea and Policy Evaluation

  • 김윤경 (원광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
  • 조선영 (KBS한의원) ;
  • 김지연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
  • 강연석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 Kim, Yun-Kyung (Dept. of Herbal Medicine, College of Pharmacy, Wonkwang Univ.) ;
  • Cho, Sunyoung (KBS Clinic) ;
  • Kim, Jiyeon (Dept. of Medical History, College of Korean Medicine, Wonkwang Univ.) ;
  • Kang, Yeonseok (Dept. of Medical History, College of Korean Medicine, Wonkwang Univ.)
  • 투고 : 2013.11.27
  • 심사 : 2013.12.14
  • 발행 : 2013.12.30

초록

Objectives : The aim of this study is reviewing the past legal definition and regulations, to provide basis for the future desirable direction of Korean herbal pharmaceutical industry and national herbal drug policies. Methods : We reviewed how concept of herbal medicinal preparation has been utilized and changed along with various national laws and regulations. And this study also reviewed problems related herbal medicinal preparation policies. Results : Since 1990s, especially inauguration of Korea Food & Drug Administration (KFDA) at 1998, the concept of crude drug preparation has constantly expanded and distorted the scope of herbal medicinal preparations. This resulted in decline of herbal medicinal preparation industry. Conclusions : It means policies related herbal medicinal preparation which was driven steadily during this decade have lost their consistency. Also, it restricted the various medical options which can guarantee people's health rights.

키워드

Ⅰ. 서 론

의약품 정책은 ‘의약품 산업 진흥, 의약품을 통한 국민건강권 보장’ 등의 목표1)를 갖고 추진되어야 하며, 한약에 대한 정책은 한의약의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를 통해 국민의 건강증진 및 국가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96조에 의하면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해야2) 하는데, 의약품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관련한 법령 안에는 ‘한약’ 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생약’ 또는 ‘바이오의약품’ 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8년 신설된 식품의약품안전청(2013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 이하 식약처)은 ‘생약’ , ‘바이오생약’ 또는 ‘바이오의 약품’ 이라는 법령으로 규정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여 한약과 관련한 업무를 포괄하고 있다.

2004년 장일무는 약사법에서 규정된 ‘한약’ 의 개념과 별도로 ‘한약제제’ , ‘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을 구분3)하였으며, 2010년 엄석기는 위 용어들의 의미 규정 및 변천과정을 기술4)하였고, 2012년 김윤경은 관련 용어들의 문제점을 검토5)하였다.

한편 국내에서 생산되는 한약제제의 생산액은 전체 의약품 생산액의 약 2%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으로(2007년도 기준 : 전체 11조원 중 약 1700억원), 의약품 연평균 성장률(CAGR) 8.2%에 비해 2002년에서 2007년 사이 한약제제는 -14.3%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 실정5)이다. 그에 반하여 2013년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는 한약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과학적 효과 입증(47.3%), 저렴한 가격(33.1%), 편리한 복용(15.0%) 순의 응답이 나와, 국민들은 품질 좋은 한약제제를 한약의 미래상으로 여김을 알 수 있고, 또한 한의사 3,960명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94.6%는 한약제제가 현재보다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대답하였으며, 93.3%의 한의사는 품목확대, 제형변화 및 품질개선이 이루어지면 한약제제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하였다.6)

본 논문에서는 한국고전 종합데이터베이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국가기록원 데이터베이스, 식품의약 품안전처 온라인자료실 및 국가법령정보센터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국가의 여러 규정들 속에서 ‘생약(제제)’의 개념이 어떻게 활용되고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그와 관련한 정책적인 문제들은 무엇인지를 검토하였다. 이를 통해 생약(제제)의 개념 확대가 한약 (제제)의 개념을 축소시킴으로서 대다수의 국민들과 한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한약제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향후 정책 당국의 합리 적인 정책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하였다.

 

Ⅱ. 본 론

1. 생약제제 의미의 변천과정

(1) 조선시대 생약 – 어떠한 가공도 하지 않은 날것의 약

조선시대 생약의 용례를 살펴보면, ‘어떠한 가공도 하지 않은 날 것의 약’ 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단종 즉위년 임신(1452,경태 3)년 12월 25일 기사에서 ‘천문동 같은 것은 전라도(全羅道) 여러 고을의 도처에 있다. 춘추(春秋)로 파서 채취하여 볕에 말리지 말고 생약(生藥)으로 싸서 바치게 하여 즙(汁)을 짜내어 술을 담가서 매일 아침 올려서 술과 가루를 함께 복용한다.(若天門冬, 全羅諸州, 處處皆有之, 春秋掘而採之, 勿得暴乾, 以生藥齎進, 笮而取汁釀酒, 每朝進酒服散.)’ 7)라고 언급하고 있다.

산림경제 제 4권 (治藥) 약제조법 파트에 보면 ‘머리와 얼굴 밑 손끝과 피부의 병을 앓는 자에게 사용할 때는 모름지기 술에 섞어 볶아서 사용해야 한다. 이는 약 기운이 위로 오르게 하기 위해서다. 목구멍 아래에서 배꼽 위에 있는 병에 사용할 때는 모름지기 술에 담그거나 술에 씻어서 사용한다. 하부(下部)에 병이 있는 자에게 사용할 때는 생약(生藥)을 사용하고, 승강(升降)을 겸행시키려 할 때는 반생반숙(半生半熟)으로 써야 한다.(病在咽下臍上者° 須用酒浸洗° 病在下者° 生用° 欲升降兼行者° 半生半熟° 上同 凡藥 生升而熟降° 東垣凡用芩連梔子知母之類° 在頭面手皮 膚者° 須酒炒° 在中焦須酒洗° 在下生用.)’ 8)라고 언급하고 있다.

(2) Pharmacognosy의 유입과 생약학이라는 번역

‘Pharmacognosy’ 라는 명칭은 약(drug)이라는 의미의 ‘pharmakon’ 과 지식(knowledge)이라는 의미의 ‘gnosis’ 라는 그리스어에서 온 것으로 ‘의학적, 생태학적, 미각적 특징이나 그 외 기능적 특징에 의해 유용한 천연물 분자(주로 이차 대사산물)에 대한 학문 (study of natural product molecules (typically secondary metabolites) that are useful for their medicinal, ecological, gustatory, or other functional properties.)’ 이라고 정의9)된다.

따라서 주로 천연물화학(Natural product chemistry 또는 Medicinal chemistry)에 연결되는, 의약품 개발을 위해 alkaloid, flavonoid, anthraquuinone 류 등 천연물에서 유래된 성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pharmacognosy’ 라는 학문이 일본에 들어오면서 생약학으로 번역된 것은 메이지 13년(1880년)부터로, 東京医学校 製薬学科의 別課인 通学生教場에서 일본인 교사가 일본어로 강의할 필요성이 생겨 당시 조교수였던 大井玄洞이 J.W.Wingand의 "Lehrbuch der Pharmakognosie" 등의 서적을 참고하여 교과서를 만들면서, 독일어 Pharmakognosie를 「生薬学」으로 번역하여, 『生薬学』, 『生薬学図譜』을 간행하였다10).

그 이유는 일본에서 ‘생약(shoyaku)’ 이 약용으로 쓰이는 천연물, 즉 한약재를 지칭하는 용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쓰이고 있는 일본 한방의약품 용어의 개념을 살펴보면, 일본의 제조업 분야 제품관련 통계기준인 일본표준상품분류에서 의약품은 10개의 대분류 중 「8-생활ᐧ문화용품」, 중분류「87-의약품 및 관련 제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 중 소분류 「875-생약 및 한방처방에 기반한 의약품」은 세분류로 「8751-생약」,「8752-한방제제」,「8759-기타 생약 및 한방처방에 기반한 의약품」으로 구성11)되어 있다.

일본표준상품분류 내의 의약품약효분류에서도 쓰이고 있는 이 용어들을 설명하면

12)과 같다.

Table 1.The Definitions of Crude Drug and Related Terms of Japan

이 생약이라는 용어는 한의약육성법 2조에 정의된 ‘한약 또는 한약제제를 제조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원료 약재’ 로 정의되는 한약재의 용어2)와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지금도 일본에서 생약이라는 용어를 한약재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본에서는 1868년 명치유신 이후 전통의약을 폐지하였고, 1885년 국회의 한방의학 폐지 의결로 한방의 제도적 기반이 소멸되어 현재는 의사면허를 통해 한방의학을 시술 투약하는 형태로 존속13)되고 있으므로 ‘pharmacognosy’ 를 도입하면서 이렇게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생약학’ 이라고 번역했다고 해서 혼란이 생기지는 않았으며, 생약학 학문의 정체성이 천연물 유래 성분을 연구하는 것에서 생약인 전체 천연물, 즉 한 약재를 연구하는 것으로 바뀐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Pharmacognosy가 한약재를 지칭하는 생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생약학으로 번역되어 들어오면서 이후에 생약이 한약이면서도 마치 서양의학에 대한 용어인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었다.

(3) 일제 강점기 생약 – 한약의 의미

조선시대까지는 한약과 서양약을 따로 구분할 필요없이 약은 오로지 한약만 존재하던 때였다. 그러다 한일합방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서양의학 중심의 의료제도로의 변화, 의생제도 성립과 韓醫學 위상의 격하, 한의사단체인 전선의회의 결성 등의 양상이 전개된다14). 이러한 일제 강점기에 서양에서 들어온 화학약품들과 구별하여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약물을 일컫는 용어로서는 ‘생약(生藥), 한약(漢藥), 한약재(漢藥材), 약재(藥材), 조선약초(朝鮮藥草)’ 등의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었다.

이러한 관점은 당시 언론 기사에서 잘 드러난다. 1934년 8월5일 동아일보의 「藥草栽培와 그 利用에 對하여」기사에 따르면 ‘藥草栽培를 獎勵하고 있는 總督 府에서는 明年度의 新規事業으로 興味있는 漢藥調査에 着手하게 되었는바....(중략)...朝鮮總督府 技師川 口氏 述... (중략)... 往時는 東洋뿐만 아니라 西洋에서도 藥은 모두 漢藥(生藥)의 形態로 使用되었든바 (후략)’ 15)라고 하고 있다. 1934년 8월18일 동아일보의 「朝鮮藥草와 그의 栽培法」 기사에 따르면 ‘그러면 漢藥(生藥)은 어떠한가 그것은 製藥原料에 供하는 것이 大部分이라하나 大將省의 通計에 依하면 現在 日本 內地에서 延年輸入되는 生藥은 二千萬圓을 不下한다. 朝鮮漢藥藥種商組合의 調査에 依하면(후략)’ 16)라고 하 고 있다. 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공처리하지 않은 날 것의 약이었던 생약(生藥)의 의미는 서양의료체계가 도입되는 한일합방 이후 양약(洋藥)과 구별되는 한약(漢藥)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1939년 한약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설립되는데 이름은 ‘생약연구소’ 라고 정해졌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의 전신으로 1939년 설립되었을 당시에 대한 소개문을 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939년 12월 27일 京城帝國大學附屬 生藥硏究所가 최초로 설립된 곳이 京畿道 開城市 雲鶴洞이다. 해방을 맞이하기까지 한반도를 비롯하여 중국의 한약자원의 조사로 집대성한 것이 "Chinesische Drogen"이다. 이때의 생약표본 약 15,000점이 아직도 보존되어 있다. 이들 표본은 한약을 상용하는 한·중·일의 한약표본의 기준이 된다. 아열대식물자원 연구를 위하여 濟州道 西歸浦 西紅里에 試驗場도 설치하였다’ 17)라고 하고 있다.

(4) 대한민국 수립 이후 ‘생약’ 과 ‘한약’ 구분되지 않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 생약은 약사법에서 한약의 정의 안에 포함되게 된다. 약사법2)에서 한약은 ‘동물·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서 주로 원형대로 건조·단절 또는 정제된 생약’ 으로 정의 된다. 생약제제 용어는 약사법에서 정의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후에 생약제제라는 용어들이 정부에서 쓰이게 된다. 이때 생약제제는 ‘생약을 제제화한 약품’ 을 의미하였다.

매일경제 1967년 4월 29일「生藥製劑 약품에 製藥業 不許 방침」의 기사에서 ‘보사부는 제약업 허가에 있어서 생약을 제제로 하는 약품은 앞으로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같은 방침은 현재 생약을 제제로 하는 제조품목의 시험과정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검정 기관에서 함량 및 성분 분석을 정확히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18)라는 보도를 하였다. 여기서 생약제제는 생약을 갖고 의약품으로 만든 것이라는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1971년 1월 29일 매일경제 「人蔘製藥 허가 취소 수출 瓊玉膏流出로」의 기사에서 ‘보사부는 올들어 첫 케이스로 생약제제 경옥고 메이커인 대한인삼제약사(사장 황구윤)을 27일자로 허가 취소했다’ 19)라고 하여 한약 처방 경옥고도 생약제제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979년 9월 25일 경향신문 「동서의학 장단점 보완 노력을」의 기사에서는 ‘만성B형肝炎(간염)을 漢方(한방) 生藥(생약)제제인 生肝健脾湯(생간건비탕)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 커다란 관심(후략)’ 20)이라고 하여 한약처방은 ‘한방생약제제’ 라는 용어도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1982년 ‘생약’ 용어는 대한약전 제 4개정2)에 포함되어 정부 행정 규칙상 정의를 갖게 된다. ‘의약품각조의 「생약」은 동・식물의 약용으로 하는 부분, 세포내용물, 분비물, 추출물 또는 광물을 말한다.’ 라고 정의하여 원재료를 추출등 가공하여 원료의약품 형태가 된 것까지도 포괄하게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이 정의는 대한민국 약전 제9개정2)에 그대로 내려온다. 1985년 대한약전 제4개정의 효과를 논의하는 학회의 발표에서 ‘대한약전 제 4개정이 공포되어 2년이 경과하여 의약품의 이용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중략) 제 3개정에 비하여 한방에서 이용되는 생약이 많이 추가되었다. 이와 같이 생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은 가까운 장래 실시 예정인 한방의료 보험 등 천연약물에 대한 높은 관심에 부응하는 것이라 하겠다’ 21)라고 하였다. 한방의료보험을 대비하고 한약처방을 의약품으로 제조하는데 용이하게 하는데 기여하기 위하여 생약 용어를 정부 행정 규칙에 정의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1987년 3월 24일 경향신문 「생약제제, 첩제보다 비싸」기사에서 ‘보사부,韓方醫保藥價(한방의보약가) 결정 告示(고시) 보사부는 오는 4월1일부터 실시되는 한방의료보험약제급여에 대비, 26개 처방에 필요한 68개 단일생약제제의 보험약가는 1일 복용량을 기준, 첩제보다 1개 처방에 평균 73.9%가 높게 결정됐다’ 22)라고 언급하며 한방의료보험용 의약품을 생약제제로 통칭하고 있다. 1989년의 ‘의약품 등 제조업 및 제조품목 허가 등 지침’ 2)에서도 한약과 생약, 한약제제와 생약제제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한약제제, 한방생약제제, 한방의약품, 생약제제’ 용어는 혼재되어 한약재를 원료로 한 의약품을 의미하고 있었다.

(5) 약사법에 한약제제 정의 신설되나, 행정상 여전히 생약제제와 혼재됨

1992년 개정된 ‘의약품 등 제조업 및 제조품목 허가등 지침’ 2)에서부터 ‘한방제제’ 와 ‘생약제제’ 를 따로 기술하기 시작한다. 1992년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 에서 한방제제와 생약제제의 정의를 기술하였다. ‘한방제제라 함은 전통 한방의학적 원리에 입각하여 한방의학적 치료 목적으로 배합된 한약제제를 말한다.’ 고 하였으며 생약제제라 함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방의학적 치료 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말한다. 단, 천연물을 기원으로 하되 특정 성분을 추출·정제하여 제제화한 것은 생약제제로 간주하지 아니한다.’ 로 규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방제제와 생약제제를 실제로 어떻게 구분하는지, 심사할 때 어떻게 다른지에 대하여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전까지는 생약제제로만 표기되던 것이 ‘한방제제와 생약제제’ 로 언급되기 시작한다. 생약제제와 한약제제를 의료법상 한의사와 의사가 이원화 된 것을 반영하여 양립할 수 없는 의약품으로 구분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한약분쟁 이후 1994년 1월 7일 약사법이 개정되며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 2)이 ‘한약제제’ 라고 법적으로 명시된다. 그간 한약을 원료로 한 의약품을 ‘생약제제, 한방생약제제, 한방제제, 한방의약품, 한약제제’ 등으로 혼용해서 부르던 것을 약사법에 ‘한약제제’ 를 명시한다. 생약제제는 약사법에 의미규정을 따로 하지 않는다.

한약제제가 약사법에 명시되고 ‘한약제제(한방제제), 생약제제’ 가 따로 기술되기는 시작하였으나 실제로 혼동되어 쓰이는 것은 여전하였다. 생약제제와 한약제제의 행정 업무도 같은 부서인 보사부 약정국 생약과에서 이루어진다. 1994년 1월 31일 매일경제의「생약제제 개발 적극추진」기사에서는 ‘生藥(생약)제제 개발 적극추진 보사부 약정局(국)에 생약課(과) 신설키로 보사부는 제약산업 경쟁력강화방안의 하나로 생약제 제개발과 한약 품질관리 등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보사부는 이와 함께 오는 10월 한의학연구소를 개설, 전통 한방관련문헌 및 이론 연구, 한의학에 대한 임상 실험연구와 한약제제 개발에 관한 연구 등 한의학을 전문화 체계화 할 계획이다. 보사부는 이를 위해 약정 국내에 생약과를 신설해 관련 약무행정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신설될 생약과는 생약의 유통체계 확립과 규격고시업무, 한방의 품목허가 관리 및 안전성 유효성 평가 업무, 한방제 개발 및 한방과학화를 위한 연구지원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23)라고 보도하고 있다. 정부의 의약품 품목허가 관련 행정규칙에서는 한약제제와 생약제제를 모두 언급하며 다른 의약품인 것처럼 쓰이고 있었으나 행정에서는 여전히 생약, 생약제제, 한약제제는 구분되지 않고 혼용 되는 모습이었다.

(6) 1998년 생약제제와 한약제제를 양립불가 의약품 으로 정의

1999년 12월 22일자로 개정된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심사에 관한 규정’ 2)에서는 [생약제제, 한약제제 허가사항]을 분리해서 규정하며 허가 상 차이를 두게 되었다. 한약제제는 여기서 ‘기성한약서 혹은 그외의 의서’ 에서의 처방, 처방에 근거한 새로운 처방으로 의미부여를 하여 상위법인 약사법의 정의에 비하면 매우 제한적인 범위로 축소되게 된다. 그 외의 생약을 이용한 의약품은 생약제제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약규격집 원료로 만든 기성한약서의 처방은 한약제제이다. 기성한약서에서 처방에서 구성이 바뀐 처방은 한약제제·생약제제가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이 외에 변화가 생기면 모두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로만 허가되게 되었다. 기성한약서 처방이지만 함량이 증감하는 것은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로만 허가된다. 규격이 새로운 생약 단일제나 처방은 모두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로만 허가된다. 공정서나 대한약전, 한약서에 있으나 사용례가 없는 생약단일제는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 로만 허가된다. 그런데 생약제제는 한약제제 허가 자료에서 ‘효력시험’자료만 더 제출하면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로 허가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자료제출상 한약제제와 생약제제의 자료제출 사항이 큰 차이가 없다.

Table 2.The Comparison of Herbal Medicinal Preparation with Crude Drug Preparations

(7) 천연물신약과 생약제제의 개념 확장과정

① 2000년 ‘천연물성분 추출 합성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촉진법 제정

2000년에 7월 13일에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이 제정된다. 본래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의 입법 취지는 ‘자연물에서 추출한 유효성분약을 개발’ 하는 것이었다. 당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 자료집24)에 따르면 ‘진정한 신약개발 연구는 천연물의 약리활성 유효성분에 대한 화학적 연구가 완성되어야 출발될 수 있습니다.’ 라고 하며 성분에 관한 약물 연구를 강조하고 있다. 이 법령에서 ‘천연물신약이라 함은 천연물 성분을 이용하여 연구·개발한 의약품으로서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 2)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 천연물신약 개발의 목표인 천연물의약품의 예로는 ‘아스피린, 아르테미시닌, 탁솔, 페니실린’ 등의 다국적 제약의 천연물성분 합성약을 보여주고 있다.

② 2002년 천연물신약과 만난 생약제제, 한약제제

2002년 8월 1일에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 2)고시가 개정되면서 천연물신약이 성분약이 아닌 한약재의 복합 성분 추출물도 포함하는 것으로 의미 확장이 이루어진다. 1998년에 정의한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 에서 언급하고 있는 ‘천연물’ 용어를 이용하여 천연물신약은 의미를 확장하여 성분약에서 ‘특정성분을 추출·정제하지 않은’ 생약제제로 의약품 개념을 확장하였으며, 생약제제의 신약은 천연물신약으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천연물 신약과 생약제제가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에 사용된 ‘천연물’ 이라는 용어를 적극 활용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이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과 만난 의약품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고시는 천연 물제제인 생약제제의 개발 촉진을 가능하게 하였다. 천연물신약을 ‘한약제제, 생약제제의 신약’ 으로 지위를 부여하였으며, 더불어 한약서를 근거로 한 한약제제는 의약품 허가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를 면제하는것을 명시하였다. 이미 1999년 식약청 고시 규정에 의해 한약제제에서 몇 가지 실험을 더하면 생약제제로 허가 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2002년 식약청 고시 개정을 통해 안전성 유효성 심사 면제 조항에 ‘한약서에 수재된 처방에 해당하는 품목은 한약서의 원리를 적용하여 그 출전을 기재하여 허가한다.’ 는 조항을 추가 한다. 한약서를 바탕으로 쉽게 허가된 한약제제는 다시 몇 가지 실험을 추가하고 생약의 규격을 한약제제와 조금만 달리해도 생약제제로도 쉽게 허가될 수 있게 되었다.

③ 2008년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수입 품목허가 신청(신고)서 검토에 관한 규정] 전부개정고시를 통해 [의약품등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으로 재편되었다. 이 과정에서 천연물신약의 정의에 새로운 사항이 추가되었다. 생약·한약제제 중의 신약이 천연물 신약이라는 종전의 개념에서 확대되어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 중 일부가 천연물신약으로 규정되었다. 같은 고시에서 자료제출의약품이란“신약이 아닌 의약품이면서 이 규정에 의한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필요한 품목으로서 별표 1의 의약품의 종류 및 제출자료의 범위 중 Ⅱ 또는 별표 2의 생약·한약제제의 제출자료 중 Ⅱ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천연물신약이란「천연물신약개발촉진법」제2조제3호에 따른 의약품으로서 천연물성분을 이용하여 연구·개발한 의약품 중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으로서 별표 1의 의약품의 종류 및 제출자료의 범위 중 Ⅰ. 신약 및 별표 2의 생약 · 한약제제의 제출자료 중 Ⅰ. 신약 및 Ⅱ. 자료제출의약품의 1.부터 4.까지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2)고 규정함으로써 약사법상 신약이 아닌 자료제출의약품이 생약제제에 한하여 천연물신약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2011년에 개정된 고시에서는 2008년에는 천연물신약의 지위가 아니었던 ‘Ⅱ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 5.의 새로운 효능군 의약품’ 도 천연물신약의 지위를 얻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Table 3.The Definitions of Crude Drug and Related Terms of Japan

Figure 1.A process of crude drug preparations concept expansion

전문의약품에 관한 사항과 의약품 분류기준을 정하고 있는 의약품 분류기준에 관한 규정’ 2)에서는 ‘생약제제는 원칙적으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허가된 천연물신약은 자료 제출의약품 생약제제면서 동시에 전문의약품이 되어 있다. 생약제제는 통상 일반의약품이라는 보건복지부 의약품 분류기준을 벗어나 전문의약품이 된 것은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분류기준에 관한 규정’ 에서 전문 의약품 분류의 기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신약으로 지정하는 의약품’ 에 부합하였기 때문이다. 즉, ‘천 연물신약’ 이라는 ‘신약’ 의 지위를 얻었기 때문이며, 생약제제는 전문의약품의 지위까지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④ 2010년 이후에도 모호한 용어 사용

2010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노연홍)은 ‘국내 천연물신약의 임상시험 진입 활성화를 위해 「생약·한약제제 비임상시험자료 제출기준」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또, ‘천연물신약 개발은 선발품목인 스티렌정 (동아제약)이 의약품 품목별 생산량 4위, 1,000억원의 매출을 보이는데 힘입어 (중략) 후보물질의 인체 사용 경험 등에 따라 독성시험자료의 범위가 면제 · 부분면제 · 제출로 구분되며, 전통적인 복용방법인 물추출물 이나 한방의료기관에서 임상적으로 사용하던 제품 등은 앞으로 독성시험자료를 면제할 계획’ 25)이라고도 하였다. 이는 한방의료기관에서 사용되거나 인체 사용경험이 있는 기허가 한약제제의 독성시험자료를 면제하여 한약제제나 한방의료기관 사용 처방을 천연물신약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로 허가 받은 ‘스티렌정(애엽추출물)’ 의 매출 상승을 이유로 들어 한약제제의 인체 사용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하고, 생약제제의 산업이 증가되므로, 천연물신약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한약제제, 생약제제, 천연물신약이 같은 의약품 발전 개념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이목희, 최동익 의원의 국정감사 정책제언 집에도 그간의 생약제제 용어 관련 행정 혼란을 모아 서술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0년도에는 ‘인삼은 천연물, 인삼의 뿌리는 생약, 인삼의 뿌리를 말린 것은 한약, 인삼건조엑스는 생약제제, 인삼사물탕액은 한약제제’ 라고 식약청 천연물의약품 제품화 지원센터의 설명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대한약전외 의약품등 기준과 대한약전에도 여전히 한약 처방명이 ‘생약제제’ 로 표기되어 있는 것도 지적하고 있으며 2012년의 식약청 ‘한약(생약)제제 품목허가 신고에 관한 규정 해설서’ 에서 ‘한약제제와 생약제제의 자료제출 범위가 같다’ 고 기술한 대목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2013년 9월 4일의 식약처가 개최한 천연물의약품 각국 규제당국자 워크샵에서 생약제제과에서 생약제제를 ‘서양에서 개발된 약’ 으로 규정한 자료를 언급하면서 일관성 없는 행정을 지적하고 있다.

이상의 고찰을 통해 생약은 어떠한 처리를 하지 않은 날 것의 약이라는 개념으로 조선시대부터 쓰여 왔으며, 일제강점기에도 생약은 한약의 같은 개념으로 함께 사용되었다. 1982년 대한약전에서 원재료를 추출 등 가공하여 원료의약품 형태가 된 것까지도 생약으로 포괄하게 되면서 여 사용하였다. 또한 생약제제란 용어도 같이 쓰이기 시작하여 한방제제, 한약제제, 한방의약품, 한방생약제제, 생약제제가 구분되지 않고 혼용되었다.

1992년에 한약제제와 생약제제는 서로 다른 개념으로 정의되었으나 행정상 여전히 혼동되었으며, 식약청이 보건사회부에서 독립해 나오면서 1999년에는 실제 허가 과정에서 한약제제와 생약제제가 분리되기 시작하였다. 2008년에는 기존의 천연물신약에 대한 개념을 폐기하고 신약 뿐 아니라 자료제출의약품 중 생약제제까지도 천연물신약으로 규정될 수 있게 식약청 고시가 변경되었다. 특히 기성한약서를 바탕으로 하여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가 면제된 기허가 한약제제의 경우에도 몇 가지 독성 및 임상자료를 추가하면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로서 천연물신약과 전문의 약품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Table 4.Summation of Crude Drug Preparations Semantic Change

2. 생약제제 제도의 문제점

(1) 정책 일관성 확보의 측면

한 정책이 원칙과 일관성을 잘 지켰는지는 정책의 수행 평가를 할 때 빠지지 않는 평가항목이다. 정책이 큰 원칙과 일관성을 잘 지켜야 정책 신뢰도가 높아지며, 상황에 휘둘려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약품 정책은 국민건강권과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 성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전통의약 관련 정책은 국민건강권 뿐 아니라 전통의약산업 보호 및 증진이라는 국가적 과제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은 더욱 중요하다.

① 한약제제 용어 적용의 혼란

앞서 살펴보았던 ‘생약제제’ 의 의미 변천을 보면, 정책에서 사용된 용어가 일관된 의미로 사용되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의약품은 개발되는 데만도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 년이 소요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약사법이 제정된 해 1953년부터 현재까지 60년이 되었다. 60년간 생약과 생약제제의 의미는 ‘가공을 거치지 않은 날 것 약(생약)으로 만든 제제, 한약제제, 서양의학적 천연물제제, 천연물신약’ 의 순서로 의미가 변화하기도 하였으며, 이 모든 의미가 최근에도 한꺼번에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생약제제 관련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는 문제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생약제제와 천연물신약, 한약제제에 정부 기금이 지원되고 그 성과물이 2011년 이후 ‘모티리톤정’ , ‘신바로캡슐’ , ‘시네츄라시럽’ , ‘레일라정’ 등의 제품으로 출시되면서 부터였다. 1992년에 생약제제와 한약제제는 한방원리와 서양의학적 입장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용어로 나뉘게 된다. 그러나 2000년 천연물신약연구개발 촉진법 제정과 2004년 한의약육성법 이후 각 법안에 따른 정부 지원 사업이 시작되면서 정책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의미 변화를 적용하여 정부지원을 받았다26). 2002년에 생약제제의 신약이 천연물신약의 의미가 되면서 천연물신약 개발을 위한 정부 기금이 생약제제에 지원되기 시작하였다. 전통한약의 개발이 천연물신약 개발이라는 개념의 혼재된 적용에 따라 2005년부터 한의약육성 기금도 천연물신약에 지원된다. 1998년의 식약청 고시에서 생약제제와 한약제제가 구분되지만 실제 정책 시행과 지원에서는 생약제제, 한약제제, 천연물신약이 혼재 되면서 한의약육성기금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정부 지원기금을 받아 의약품을 개발하고 그 결과는 생약제제인 천연물신약의 출시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책 일관성 결여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② 정책 일관성 회복 노력 부족

생약제제 관련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혼재되어 나타나는 것에 대한 지적은 2007년 국정감사에서도 나타났다. 백원우 의원은 식약청장 대상 질의에서 ‘생약과 한약의 새로운 개념으로 한방생약이라는 개념을 제기하고 있고 지금 한약, 한약재, 한약제제, 생약제제 이렇게 용어의 혼선들이 많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좀 정리해 내고 그다음에 우리 한방산업이 산업화되고 현대화되기 위해서는 한방생약이라는 새로운 개념들을 좀 만들어야 된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 한 7년 정도 지났는데도 이런 것에 대해서 전혀 개선의 기미가 없다 이렇게 느껴지는데, 청장님의 의지를 밝혀 주시지요’27)라고 질의하고 있다. 5년 후 2012년 다시 이목희 의원에 의해 국정감사에서 천연물신약과 생약제제의 문제가 지적되었으나 그동안 해결된 것은 없다. 2013년에서야 천연물신약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보건복지부 직능발전위원회, 식약처의 천연물의약품 발전협의체 제도분과에서 수차례 회의가 있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2) 의약품 산업 진흥의 측면- 천연물신약 산업 호 황과 한약제제 산업 쇠퇴

정책 일관성의 부족은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통 경제정책에서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각 단위의 경제정책에서 일관성이 부족하면 산업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약제제 정책으로 인해서 한약 산업에 왜곡이 나타났다.

생약제제 정책과 정부 지원 덕에 천연물신약과 생약제제 산업은 큰 호황을 맞았다. 정부가 개발기금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계획과 한의약육성발전 기금에서 지원하였다. 생약제제의 처방량을 늘이기 위해 양방 보험급여 적용을 하고 품목허가를 완화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적극 이룬 덕에 산업은 크게 성장하였다.

2010년 생약제제과 강신정 과장의 인터뷰를 보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천연물 신약인 스티렌, 조인스 등의 생산실적은 일반의약품과는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한약제제의 생산실적은 2002년부터 연평균 성장률이 -14%라는 점입니다. 천연물신약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의 경우 2004년 약 3건에 비하여 2009년 13건으로 약4배가 증가하였고, 이와 관련된 질문이 2004년에 비하여 약 6배 증가한 점으로 미루어 향후 천연물신약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2008년 현재 생산실적이 약 1500억 원에 불과한 한약제제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적극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합니다’ 28)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한약제제 산업의 쇠락은 2004년 한약제제 생산현황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다음과 같이 예상 되었다. ‘한국의 한약제제 생산실태를 조사해 본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식품 의약품안전청이나 제약협회를 통해서도 한약제제에 대한 자료를 구할 수가 없었다. 약사법 내에 한약과 한약제제가 별도로 정의 되어 있었지만 실제 허가·관리 시에는 의약품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약제제의 생산 및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이라 하였다29). 한약제제 생산액 감소추세는 2010년 보건복지부의 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안에서도 언급되었다 30). 전통의약 산업을 키우겠다고 제정된 법과 정책 지원은 오히려 전통의약 산업인 한약제제 산업을 왜곡해 쇠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Figure 2.Scale of decline in herbal medicinal preparation production based on the second development plan for oriental medicine promotion

(3) 의약품의 국민건강권 확보 측면

의약품 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국민건강권 확보이다. 국민건강권을 증진시키고 보장하기 위하여 의약품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당국은 국민으로부터 그 책임과 권한을 위임 받은 것이다. 따라서 국민건강권 증진과 보장을 위한 ‘제약산업 감시, 양질의 의약품 개발, 의료 전문성의 향상’ 은 매우 중요하다. 생약제제 정책은 이러한 국민건강권 확보의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드러냈다.

① 양방의약품 조건에 맞는 성분규명 미비

미국 FDA는 2004년 6월에 한약으로 만들어진 제품인 Botanical Drug Product에 대하여 을 발표하였다. 이는 단일성분이 아닌 여러 성분의 복합체인 천연물도 의약품으로 개발될 수 있는 열어준 것으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미국은 천연물을 의약품으로 사용한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양방의약품 개발시 요구되는 것으로서 한약재나 약용 식물을 원료로 만들 경우에 구성성분을 90%이상 규명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신약이 되기 위해서는 2007년의 <약품주책관리판법>이나 2008년의 <중약품질관리관련가이드라인>에서 50%이상의 구 성성분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더해서 2007년의 <중약주사제의 기술적 요구>에서는 fingerprint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의약품의 시각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을 때는 최대한 가능한 범위의 성분을 규명하여야 한다. 유럽연합에서는 2004년에 발표되어 2011년 4월 모든 제품에 적용된 공동규정인 전통의약품에 대한 지침(Traditional Herbal Medicinal Products Directive; 2004/24/EC http://thmpd.eu/)에서 한약제품을 규제하고 있는데 여기서 한약제제 (Herbal Medicinal Products)도 전통적인 활용과 신약 등을 나누어 지표성분과 확인시험법 등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생약제제가 충분한 성분규명 없이 지표성분만의 자료제출의약품으로서 바로 신약으로 허가받는 것은 외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며 의약품의 효능에 대한 예측가능성이나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② 대사기전 규명미비로 의사에 의한 한약 오용시 위해 가능성 증가

현재 의약품 품목허가에서 한약서의 처방을 한약제제로 개발할 경우 안전성 유효성 상당 부분을 면제 하고 있다. 또, 생약제제 변천과정에서 본 바와 같이 2002년 이후로 식약처 품목 의약품 품목 허가 고시 개정을 통해 허가된 한약제제를 바탕으로 ‘처방 구성, 한약재의 규격, 가공 추출법’ 을 바꾸거나 현대의학적 임상 효능을 추가하면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와 천연물신약으로도 허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자생한방병원 처방을 기반으로 한 한약처방이 천연물 신약 생약제제로 허가 받게 되면 ‘서양의학적 천연물제제’ 이며 ‘신약’ 이 되고, 양방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전문의약품이 되어 양방 보험급여를 적용 받게 되고 양의사에 의해 처방된다.

기허가된 한약제제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효능과 가공법의 의약품 개발이긴 하나 애초에 한약제제로 허가 받을 때 제출자료에 의하면 ‘약리성분’ 별 약리 대사 기전과 안전성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생약제제로 허가될 때는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 제제로 사용되기 때문에 ‘성분별 약리 대사기전’ 이 제대로 밝혀져야 하는데 전혀 밝혀지지 않고, 몇 가지 독성 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서양의학적 천연물제제인 생약제제로 허가 된다. 양약과 한약의 특성을 구분하는 기준31)에 따라 보았을 때 한약의 다성분 복합 기전에 대한 이해가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며 원료한약을 보고 전통적인 사용범위를 알지 못하는 양의사에 의해 한약이 처방되므로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국민건강 위해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③ 양질의 원료 확보의 문제

천연물신약이 자연적으로 품질의 편차가 심한 한약재를 원료로 하는 의약품인 만큼 원료에 관한 정보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천연물신약의 원료를 심사할 때 생육환경 및 농법, 원산지에 대한 자료제출은 필수가 아니므로 양질의 원료를 구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천연물신약 생약제제 원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이목희 의원은 ‘천연물 신약으로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들의 원재료와 원산지도 모르는 엑기스 형태로 중국에서 90% 이상이 들어오고 있다며 국산 한약재 사용으로 국내 약재 산업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도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32).’ 화학합성 의약품과 달리 자연물에서 추출한 것은 양질의 원료 확보가 효능발현과 국민 건강권 확보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이므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Ⅲ. 결 론

약사법에 의미규정이 없는 ‘생약(제제)’ 은 90년대 이후, 특히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출범과 함께 그 의미가 끊임없이 확대되었고, 약사법에 근거를 갖고 있는 ‘한약(제제)’ 의 범주를 계속해서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생약(제제)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한약(제제)의 개념이 축소되어 해방 이후 꾸준히 추진된 한약과 관련한 정책은 일관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는 직능 간의 갈등을 유발하였을 뿐 아니라, 의약품 산업의 측면에서 천연물신약산업을 일으키게 되는 대신 한약(제제) 산업의 큰 쇠퇴를 촉발하였다. 이는 다양한 진료의 선택을 통한 국민건강권 확보라는 측면에서 국가적인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한약제제 개념정립과 한의약품 개발 정책에 대하여 보다 깊이 있는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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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인용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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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 study on the Problems and Improvement Proposals on Legal Definitions in Respect of Herbal Medicinal Preparations, Crude Drug Preparations and New Drugs from Natural Products vol.27, pp.4, 2014, https://doi.org/10.14369/skmc.2014.27.4.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