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모바이러스 감염증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전염성질환은 변화무쌍한 발병 양상을 보인다. 10년이 넘게 양계산업에 가히 폭발적인 피해를 입히며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던 뉴캣슬병(ND)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이 줄어들었다.
반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국내에서 곧 근절 될 것으로 예상했었던 계두(FP)는 언제부턴가 갑자기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국에 걸쳐 산발적으로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저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LPAI)는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한지 불과 2~3년이 지나지 않아 전국적인 발생이 진정된 상태이다. 또 산란저하증후군(EDS' 76)은 국내에서 완전히 종식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발병률이 낮은 질병이었으나 최근 몇 년간 백신을 실시하지 않은 계군들에서 발생이 확인이 되었으며 지금도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정 바이러스의 특성과 유행 양상, 백신사용 여부, 그리고 정책 등 각종 요인들의 조화로 인해 바이러스의 발생양상과 그 피해정도는 결정된다.
뉴모바이러스(APV)감염증은 약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발생이 지속되면서 농장에 산란저하 및 세균의 2차감염의 피해를 지속적으로 끼쳐왔으며 현재도 상당한 발생률을 나타내고 있다. 발생초기에는 피해가 작고 바이러스 분리가 어려웠던 이유로 발생자체가 의심받기도 했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그 피해정도는 점점 심해져왔다. 양계산업에서 APV의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없는 이유로 본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APV로 인한 계군의 피해는 일반적으로 호흡기 증상과 산란저하로 나타나며, 2차 감염으로 대장균증 등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종계에서는 산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APV의 피해가 나타나지만 육계의 경우에는 APV로 인한 피해를 확인하기 어렵다.
1) APV와 대장균증
산란계의 경우 APV 감염초기에 약간의 산란저하와 탈색란 발생의 특징적 소견이 확인되며, 콧물을 흘리거나 간혹 얼굴이 부어있는 개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APV의 더 큰 피해는 세균의 2차 감염으로 나타난다.
APV의 초기 피해를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돌연히 대장균증의 피해를 겪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는데 혈청학적 진단을 실시하기 전에는 APV의 감염을 확진하기가 어렵다. 또한 APV 감염전이나 감염초기, 다시 말하면 대장균증의 피해를 인식한 시점에서 일정시간 전의 혈청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혈청학적 진단을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APV는 빈번히 대장균증으로 진단될 수 있다. 경험상 APV는 다른 바이러스 질병들에 비해 2차감염의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 질병이다.
▲ APV 발병 후 2차감염(복막염)
2) 육성과정에서의 APV 감염
육성기에도 APV의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장에서 육성과정에서의 APV 감염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뚜렷한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계군에 APV가 내과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즉, 육성기에는 산란율이 떨어지거나 탈색이 나타나는 등의 증상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자가 APV의 감염을 단순 호흡기 혹은 백신접종의 후유증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육성과정에서 돌연 대장균증이 발생할 경우 APV의 감염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APV가 처음 발생했던 시점에서 일정기간 동안 바이러스를 분리하기가 까다로웠던 시기가 있었다.
APV 감염이 의심되는 계군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것은 질병의 확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육성기간 동안 일정 시기에 감염된 APV가 이미 2차감염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혈청학적 진단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3) 백신접종 후의 발생동향 예측
머지않아 국내 양계농가들과 관계자들이 기다리던 APV 백신 접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백신을 사용하지 않던 질병에 새로이 백신을 시작하게 되면 언제든지 백신의 효과와 기대치를 생각하게 된다. 앞서 언급하였던 LPAI의 케이스와 같이 백신이 APV의 야외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국적으로 대상계군에 대한 예방접종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의 산란계 및 종계에 대한 백신접종이 어느 정도 비율 이상 이루어질 경우 전국적인 APV의 피해는 급격히 감소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단시간 내에 APV의 국내 발생의 현저한 감소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백신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해당 질병의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백신을 통한 효과적인 예방을 기대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 농장은 또 여러 번의 추가백신을 실시할 수밖에 없게 되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면 감수해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농장에서 특정 질병에 대해 백신접종을 실시하다가 전국적으로 해당 질병의 발생이 어느 정도 줄어들면 갑자기 그 질병이 다시 유행하는 경우를 가금티푸스, 산란저하증후군(EDS'76), 계두(FP) 등에서와 같이 종종 경험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신접종의 소홀을 들 수 있다. 최근 ND 발생이 현격히 감소한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된 결과이겠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역, 품종에 상관없이 꾸준한 백신접종이 이루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생각이다. 조만간 공급될 APV 백신은 백신의 효과, 농가들의 적극적인 접종 참여 등의 결과에 의해 또 다른 APV 발생동향이 결정되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