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자재값 폭등
처음에 논 1천 평, 임야 3천 평 농사를 지어 할머니, 부모님, 동생 그리고 어린 자녀 둘 이렇게 여덟 식구를 부양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계분의 퇴비 사용으로 산을 일궈 과수를 심으려고 32년 전 하우스계사에 육계 1천수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부주의로 인해 화재 1번, 폭설피해 1번, 태풍피해 1번 그리고 사계 3만수를 길러서 모두 떼이고 정부도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도 도움을 받지도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일어나 현재는 계사를 건축하여 육계 7만여 수를 사육하고 있다.
우여곡절이 많은 탓에 좀 부끄러운 말이었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은 나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은행과 사금고에 적지 않은 채무가 남은 상황에서 양계용열풍기 유량계측기 의무화는 너무 심한 정부 방침이라고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양계농가를 죽일 생각인가? 7월 1일부터 양계용열풍기 유량계측기 설치를 의무화 한다고 한다. 계열회사에서는 지금도 사육비를 어떻게 하면 덜 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40% 나오는 면세유값을 비롯해서 농업용 자재 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오르기만 한다. 양계농가를 비롯해 서민경제가 바닥나고 있는 판에 유량 계측기 부착 의무화가 왠 말인지... 현재 양계농가는 계열사에서 사육비를 깎는 만큼 축사시설을 늘리다 보니 몇 억씩 지고 있는 채무는 언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끝이 안 보인다.
현실에 맞지 않는 계측기 부착
농가에서 느끼는 생각은 이렇다. 정부는 계측기 만드는 회사와 자매결연이라도 맺었는지 전국 양계농가 돈 뜯어다 계측기를 만드는 회사 돈 벌게 해주려고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말이다.
살펴보면, 현재 계사의 형태마다 다르지만 사육하는 닭 1만수에 평균 5대의 양계용 열풍기가 필요하다. 양계용 열풍기 구입가격은 1대당 60만원에 비해 유량 계측기 가격은 40만원으로 농가는 추가 부담이 발생 된다. 10대면 400만원, 30대면 1,200만원, 10만수 규모라면 약 2,000만원으로 농가로서는 큰 부담이며 이 돈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계라는 것이 잘 만나면 몇 년이라도 고장 나지 않고도 쓸 수 있겠지만 1년도 못가서 고장이 나는 경우가 더러 있고, 평균 3년을 본다. 양계농가의 부담은 이중삼중이 되고 계측기가 고장이 나서 작동을 멈추면 AS는 즉시 받아야 하는데 생각처럼 즉시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다. 그래도 생축을 키우는 입장에서 열풍기는 계속 돌릴 수밖에 없고 계측기가 고장난 상황이라면 실질적으로 사용한 정확한 양을 측정하는데 과연 도움을 주는 제도인가 의문이다.
지금도 항시 AI 등으로 인해 불안한 마음으로 닭 사육을 하고 있는데 불안감을 하나 더 만들어주는 꼴이다. 양계농가를 면세유 도둑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계측기 의무 부착에 따른 문제점이 지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마련이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 계측기 의무 부착을 유보하고 현재 병아리 수수를 바탕으로 한 축산용 조건표를 활용하여 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의견이라 판단된다. 사육수수를 바탕으로 지원하는 것은 단위면적당 기준사육밀도 이상을 사육할 수 없고, 1년 육계사육마리수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정확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을 터인데 양계농가에 현재 시책은 양계농가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생각한다.
올겨울 난방비 걱정
정부가 양계농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방법이 정말 없는지 좀 더 고민해 주길 바랄 뿐이다. 최근 국제유가 급상승으로 농업용 면세유 가격이 대책 없이 뛰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현재까지 내 쏟아 부은 난방비를 예년에 비해 50%를 더 써버렸다. 지난 겨울 입추시에 37℃를 유지하느라 배정된 면세유 70~80%를 다 써버린 상황이다. 올 겨울은 얼마나 추울지 돌아오는 겨울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걱정이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축산농가에 배정한 농업용 면세유를 지난해와 비슷한 물량이 배정되었다고 하나 실제 농가에 배정된 양은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전년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양계농가에 배정되는 면세유 기준량이 왔다 갔다 하며 지역에 따라 다르고, 같은 규모에도 예쁜 사람은 더 배정해주고 미운 사람은 덜 배정 해 주는지 지역별 개인별 편차가 너무 많아 농가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전년대비 20~50%대의 소량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나 재배정이 되지 않을시 후반기 닭 사육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문제점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축산업 포기할 것인가?
지난 겨울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발생으로 많은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돈 되는 일이 없어 예전에 비해 점점 살기가 힘들어지고, 옛날 인심은 찾아볼 수 없고 모든 작물이 타산에 맞지 않아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외국의 축산물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천지분간 못하고 날 뛰는데 정부의 한·캐나다 육류수출입협상에 이어 한·EU FTA 발효로 인해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미 FTA 비준을 앞두고 지난 12일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어느 신문기사에 한·EU FTA로 인해 축산업의 피해를 90%로 보고 있으며 미국과는 70% 이상의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예부터 농자는 천하지 대본이라 했는데 대본은 그만두더라도 축산인의 설자리라도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정부는 국내 축산을 모두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