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분, AI전파의 매개체
금년 AI 발생으로 620 만수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되었다. 발생원인으로는 철새가 주범으로 지목되었으나 그 이후 확산된 예를 보면 사람과 사람, 차량과 차량 등 매개체를 통해 퍼져나간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나타났다. 특히 계분(축분)의 이동은 전파를 조장하는 매개체 중의 하나로 지목되면서 계분처리에 대한 문제가 향후 방역관리는 물론 농장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로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에 위치한 87,000수 봉골농장 전경
▲ 농장 앞에서 윤형수 사장과 김미순 여사
다른 축종도 마찬가지지만 산란계의 경우 AI가 발생하면 발생농장으로부터 10Km 이내의 해당 농장은 이동제한이 걸리기 때문에 매일 쏟아져 나오는 계분을 처리하는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관내에 공동처리시설이 있을 경우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부분 이러한 시설을 구비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자체 처리시설을 구비하거나 기타 다른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금년 AI가 발생하여 이동제한에 묶였던 지역에서도 날씨가 춥고 계분 저장소가 부족해 많은 농가들이 고통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계분처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10여 만수 이상 규모의 농장에서는 자체 비료공장을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 비료 포장기를 설치한 농장은 계성 양계 영농조합, 귀래 농장 등이 대표적인 곳이며, 최근에는 봉골 농장 내 김포 퇴비(대표 윤형수)를 설치하면서 김포지역에서 시범 계분비료 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장 계분처리 실태
국내 상당수의 농가들이 계분을 처리하면서 톱밥과 왕겨를 계분과 섞어주고, 심지어 돈을 계분 업자들에게 주면서까지 계분을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계분 발효시설이 되어 있는 농장의 경우에도 수지가 맞지 않다 보니 계분을 처리해 주는 조건으로 계분처리업자들에게 운영을 별도로 맡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봉골농장처럼 직접 농장에서 비료를 포장해서 판매하는 농장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농장내 전경(87,000수에서 1일 약 6톤의 계분이 발생한다.)
농장에서 직접 계분 공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분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원료(계분)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규모를 갖추어야 하며, 생산하기 위한 시설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선뜻 투자계획을 세우기 힘들다. 또한 공장 허가절차가 까다롭고 생산을 한다 해도 성분 규정을 맞추어야 하는 문제도 대두된다. 봉골 농장의 경우 자동포장기를 설치하는데도 1억 5천만 원(연 20만 포 생산 기준)이 들었다고 하니 정부, 지자체에서의 지원이 따르지 않고서는 농장에서 계분비료공장을 낸다는 것은 엄두를 내기가 힘들다.
계분 퇴비화 사업 참여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봉골 농장은 농장 질병을 예방하고 계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계분비료공장을 직접 운영하기로 하고, 금년 1월 계분 자동포장기를 설치하면서 계분처리로 인한 고민을 말끔히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수동으로 계분을 포장하여 판매를 한 적도 있지만 1990년대 중반 전국을 휩쓴 가금티푸스를 피해 가지 못하면서 그동안 전문 계분 업자에게 계분을 별도로 처리하도록 하였다. 이로 인해 계분처리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질병에 대한 걱정은 항상 신경 이 쓰였다. 외부로부터 계분이 반입되어 처리되고 계분 차량이 다른 계분 공장을 왕래하면서 질병으로부터 항상 노출되면서 걱정이 커졌다. 또한, 2003년부터는 AI가 발생되면서 걱정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따라서 윤형수 사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자동포장시스템을 설치하여 계분처리의 합리화를 추구하게 되었다. 또한 2012년부터 축분에 대한 해양투기가 금지되고, 정부의 친환경정책에 입각해 계분퇴비화 사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편승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과감한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 봉골 농장은 현재 8만 7천수가 사육되고 있는데 하루에만 6톤(72 g×87,000수) 정도의 계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계분처리 고민 끝
봉골농장 직영 김포퇴비에서 생산되는 계분은 발효, 부숙을 거쳐 5~6개월 후에 최종 제품으로 탄생된다. 농장으로부터 모아진 계분은 톱밥과 혼합하여 교반 작업에 들어가고, 정기적인 교반 과정을 거쳐 창고로 이동된 계분은 일정기간 부숙 기간을 거쳐 포장작업으로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한다. 김포퇴비는 농장 내 포크레인이 있기 때문에 부숙기간 동안 가끔 한 번씩 섞어줌으로써 충분한 부숙을 통한 질 좋은 품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부숙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1. 생계분과 톱밥 혼합
2. 엘리베이터식 교반작업
3. 부숙기간 후 원료투입
4. 자동포장 작업
5. 상품화된 계분비료
계분비료는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부숙도는 물론 유기물 함량 등을 검사하는데 A, B, C 등급으로 판정되어 가격이 매겨진다.
자동시설로 바꾸고 난 후에 일일이 수동으로 할 때보다 인건비가 덜 들고, 처리속도가 빨라졌음은 물론 농장 주변 환경이 깨끗해졌다고 한다. 현재의 자동포장기계는 1일 4,000포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김포 비료의 경우 1포에 3,200원에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1년에 7만 5천 포 정도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1년에 2억 4천만 원의 매출이 발생된다. 인건비, 운영비, 전기료 등이 들어간다 해도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다.
윤형수 사장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친환경축산정책으로 인해 농협을 통해서 판매가 이루어질 경우 정부로부터 포당 1,600원이 보조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도 1,600원의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모두 윈윈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형수 사장은 농협 조합원이기 때문에 농협을 통해 전량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농장 계분만으로는 계분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질병 때문에 외부로부터 계분을 반입시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친환경 축산 실현
윤형수 사장은 계분 포장기기 전문업체인 보령 산업(주)(대표 정명수)의 도움을 받아 시설을 설치하게 되었다. 보령 산업(주)오을령 전무는 계분 수요기가 보통 1~4월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계분 작업이 이때 이루어지고 여름철에는 비수기인 데다 계분의 수분이 많아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포장기를 설치하고 윤형수 사장과 같은 충분한 시설을 갖출 경우에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보령산업(주) 오을령 전무, 윤형수 사장, 윤용광 부사장이 계분포장기 앞에서
오을령 전무는 30여 년 동안 이 업계에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데, 환경 문제 등 주변여건으로 인해 공장등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농가들을 위해 허가, 등록 규정을 완화시키고, 보조도 늘려주어 많은 농가들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계분 때문에 걱정하는 일들이 줄어들기를 바랐다.
40년 넘게 양계장을 운영해온 윤형수 사장은 과거 질병 피해는 물론 최근 몇 년 전 화재로 인해 농장 1동이 불타면서 피해를 본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지속적인 환경개선을 통해 다시 일어섰다. 최근에선 1억 5천만 원을 투자해 모든 계사의 환풍기 등 환경을 새롭게 하면서 혹한기 여름에 대비하는 정성을 보이고 있다. 그 뒤에는 항상 불평 없이 내조를 해 주는 김미순 여사가 큰 힘이 되고 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장을 이끌고 있는 윤용광 씨가 든든한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1977년 광주 선린촌에서 봉골 농장으로 터를 잡은 윤형수 사장은 향후 모든 계사를 무창계사로 바꾸어 현재 8만 7천수에서 15만수까지 증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럴 경우 현재의 계분처리 시설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1년에 20만 포 생산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김포퇴비에서 생산되는 비료는 충분히 부숙이 이루어지고 성분 또한 규격에 맞추어 생산이 되기 때문에 더 없는 제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앞으로 비료공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규제를 등록규제가 완화되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뒤따를 경우 질병예방은 물론 친환경 축산의 실현으로 전체 양계업의 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